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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穀雨), 바야흐로 본격적인 농번기



비는 하지 지나 장마철에 대부분 쏟아지는데 비 우(雨)자가 들어있는 절기는 우수(雨水)와 곡우(穀雨) 뿐이다. 그만큼 이 때의 비가 농사에 있어서는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수 때 내리는 비는 겨울 동안 언 땅을 녹여준다. 곡우 때의 비는 말 그대로 곡식을 심을 수 있게 해준다. 비 우자가 들어있지 않지만 춘분 때도 비가 내린다. 이 비도 마찬가지로 곡식을 심게 해주는 비다. 이 세 번의 비는 농사를 시작하게 해주는 고마운 비다. 비가 내려야 온 땅이 촉촉해져서 씨를 심고 싹을 틔울 수 있다. 싹도 틔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여름에 많은 비가 쏟아져도 소용이 없다. 봄에 비가 잘 내려 싹을 틔우고 뿌리만 잘 내린다면 여름에 가뭄이 와도 뭔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우수, 춘분, 곡우의 비는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비다. 올해도 다행히 적당히 이들 비가 내려주었다. 4월 20일 곡우 때도 비가 내린다고 하니 올해는 분명 풍년이 될 조짐이다.


그러나 반갑지 않은 봄비도 있다. 우수, 춘분, 곡우 비가 적당히 내렸는데도 비가 한 번씩 더 오는 경우다. 작년이 그랬다. 가령 우수 전후에서 우수비가 내렸는데 바로 또 비가 오면 녹은 땅이 진땅이 된다. 진땅이 되면 마르면서 땅이 굳는다. 춘분 때 비가 내려 파종을 했는데 또 비가 내리면 싹을 틔우려 애쓰고 있는 씨앗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곡우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문 것에 비하면 이는 배부른 소리다. 올 겨울에 별로 눈이 오질 않아 가뭄이 심한 것에 비하면 아직 올해 봄비는 좀 모자란 느낌이다. 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밭에는 살짝 긁는 괭이질에도 먼지바람이 인다.

 
곡우가 되면 농부들은 정신없이 바빠진다. 춘분 때까지만 해도 사실 농한기의 여파가 남아있어 농부의 입가에는 여전히 하품이 맴돈다. 청명이 되어 따뜻한 햇살에 막걸리라도 한 대접 목을 추기며 점심을 한 뒤에는 살짝 봄졸음이 찾아온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청명을 지나니 정신이 없다. 감자를 심었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얼갈이 심고, 아욱, 시금치, 홍당무, 상추 심고 바로 강낭콩에 완두콩까지 냅다 내달린 기분인데 어제는 고추 심을 준비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올해는 직파 고추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모종 고추를 앞으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작년에 일부 고추를 직파했더니 병해충에도 강하고 무엇보다 지주와 끈을 띄워주지 않아서 좋았다. 당연히 수확량은 대폭 줄었다. 정확히 재지는 않았지만 반도 되질 않았던 것 같다. 키도 크질 않고 고추도 늦게 달리는데다 포기당 달린 양도 적다. 그래서 포기수를 1.5배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니까 200주 심던 것을 300주로 늘려 적은 수확량을 메워보려는 것이다. 작년엔 거름을 많이 주면 키가 커서 자칫 지주를 세워주어야 할 것 같아 거름을 적게 주었으니 올해는 적당히 거름을 주어 제대로 키워보려는 것이다.


겨우내 풀과 음식물과 똥과 오줌을 섞어 만든 완숙 퇴비를 평당 10kg 넘게 주고 제초 덮개로 신문지를 씌워주었다. 신문지는 작년에 풀을 쑤어서 두루마리를 만들어 둔 게 많이 남아 그것으로 덮으니 세 사람이 일사천리로 일을 끝냈다. 농사일은 혼자 하면 쉬엄쉬엄 놀면서 할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분업해서 하면 정신이 없다. 일의 효율은 뛰어나지만 내 몸의 바이오리듬은 전적으로 무시해야 한다. 신문지 덮개는 쓸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효과도 뛰어나고 두루마리 만들기도 쉽고 나중에 다 삭아버리니 수거할 필요도 없어 참 좋은 것인데 잘 퍼지지 않으니 아쉽기만 하다.


두둑은 좁고 높은 한 줄짜리로 만들지 않고 폭 1미터20센티미터 정도의 두 줄짜리 낮은 두둑을 만들었다. 배수도 잘 되는 편이어서 늘 그렇게 만들어왔다. 모종을 꽂을 때는 두 줄로 했는데 직파를 할 것이라 세 줄로 심을 예정이다. 한 구멍에는 세알씩 넣고 나중에 솎아줄 것이다. 마을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옛날엔 줄뿌림을 했다고 한다. 그 말에 따라 나도 줄뿌림을 해봤는데 풀이 훨씬 빨리 올라와 풀에 치어 버렸다. 내가 게으른 탓이었다. 그래서 작년엔 신문지 덮개를 해서 점뿌림을 했더니 잘 되었다. 신문지 덮개를 쓰면 줄뿌림을 하기가 힘들다. 다만 단점은 북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엔 북주기를 아예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두고 보고 판단하려 한다.

 

곡우의 비는 서리를 싹 가지고 가는 비다. 서리는 여름 농사에는 가장 큰 장벽이다. 봄 서리가 끝나야 비로소 여름 작물을 파종할 수 있고 가을 서리가 오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봄 서리는 곡우 때 끝나고 가을 서리는 상강 때 시작한다. 곡우 때 서리가 끝난다고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4월말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시중에는 벌써 여름 모종들이 장사진을 펴고 있지만 함부로 사다 심으면 좋지 않다. 온난화 날씨로 점점 서리 기간은 짧아지고 있지만 예년 경험으로 볼 때 변덕 날씨로 별안간 추워지는 때가 있다. 제일 안심인 것은 5월초 입하 직전에 심는 것인데 좀 늦다 싶으면 4월 말쯤에 하는 게 낫다. 된서리는 아닐지라도 찬 기운을 받으면 작물이 타격을 받아 건강이 약해져서 병해충에도 잘 견디지 못하고 열매도 부실하다.


직파를 할 경우는 곡우 전에 한다. 싹을 틔우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곡우 지나 발아가 되게끔 일정을 맞추면 된다. 내가 심을 대화초 고추는 발아하는 데 3주 걸리므로 지금 심으면 좀 늦다. 게으른 탓이기도 하고 좀 안정적으로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올해 경험을 잘 살려 내년엔 나답지 않게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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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맑고 화창한 봄날



청명, 참 이름답게 청명한 봄날이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예쁜 꽃들을 자랑하니, 양지 바른 땅에서는 제비꽃들이 뒤질세라 앙증맞게 피어나고 있다.


사계절이 자기의 본색을 절정으로 뽐내는 절기는 청명처럼 4절 기(춘분, 하지, 추분, 동지) 직후에 오는 절기다. 그러니까 봄은 춘분 다음 청명에서 절정에 이르고, 여름은 하지 다음 소서에서 절정에 이르고 가을은 추분 다음 한로에서 절정에 이르고 겨울은 동지 다음 소한에서 절정에 이른다.


사실 해의 기운은 4절기를 지나면 다음 계절로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예컨대 동지 지나면 해가 살아나기 시작하니 겨울을 지난 것이고, 하지 지나면 해가 죽어드니 여름을 지난 것이나 다름없다. 마찬가지 로 춘분 지나면 해는 봄을 넘긴 것이고 추분 지나면 해는 가을을 넘긴 것이다. 그럼에도 지구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 놓은 복사열 때문에 해의 기운대로 쫓아가질 않는다. 방금 설명했듯이 지구는 4절기를 지나야 본격적인 그 계절의 절정에 이르는 것이다.


춘분이 지나면 완연한 봄의 계절이지만 아직 아침 저녁에는 약간의 찬 기운이 남아있다. 영상의 날씨로 확실하게 돌아섰지만 아침에는 영상 3~5도 정도다. 그러나 낮에는 10~15도 정도 되어 일교차가 꽤 크다. 게다가 올해처럼 입춘이 설날 전에 오면 봄 추위가 길어져 춘분이 지나도 꽃샘추위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발아가 금방 되는 채소 종자를 춘분에 바로 심으면 싹이 나왔을 때 마지막 꽃샘추위가 불어 닥쳐 냉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감자는 발아가 늦으므로 춘분에 심어도 피해를 피할 수 있다.


그래서 제일 안전한 파종은 춘분 지나 청명 직전에 하는 것이다. 청명에는 식목일과 한식이 겹치기 마련이다. 식목일 은 나라에서 정한 나무 심는 날이다. 식목일을 청명에 맞춘 것은 바로 청명이 뭐든지 심기에 안전한 절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무 묘목을 심을 경우 청명 이전, 춘분에 심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다. 나무는 청명이 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눈을 틔워 활동을 개시하는 시점이기에 그 때 옮겨 심으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틔기 전, 그러니까 나무가 아직 동면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때 옮겨 심어야 타격이 덜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명 쯤 되어야 날씨도 화창하여 나무 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한식(寒食)은 동지 후 105일째로 4대 명절 중에 하나다. 설날 다음으로 오는 두 번째 명절인 것이다 . 그런데 한식 때 성묘를 가는 것이 참 이해가질 않았다. 추석 때처럼 산소에 풀이 많이 난 것도 아니고, 추수할 것도 없는데 무슨 일로 산소엘 갈까? 어느 봄날인가, 시골 가다 퍼뜩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밭 위 제일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은 한 무덤을 보고 말이다.


전형적인 농경 사회인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신보다는 조상신을 섬겨왔다. 물론 어느 나라든지 최초의 신은 조상신이었을 것이다. 조상신이 발전하여 절대적인 신이 되었 을텐데, 우리는 그렇게 나아가질 않았다. 굳이 조상신 위에 있는 존재를 얘기하자면 삼신할매 정도다.


농경 사회는 기본적으로 붙박이다. 특히 밀농사가 아닌 벼농사 중심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붙박이로 산다 는 것은 사실 조상 은덕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버지가 농사짓던 땅, 그 위로 할아버지가 농사지었고,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에서 목숨을 부치고 있으니 어찌 조상 덕에 산다 하지 않을 수 있을 까. 그 땅이 또한 그냥 내려온 것이 아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 퇴비를 넣고 열심히 갈며 비옥한 땅을 지켜왔기에 현재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 그 땅에서 우리의 후손들이 먹고 살아 가야 한다. 그러 려면 땅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는 법이다. 나도 조상들처럼 신이 되어야 한다. 땅을 비옥하게 갈고 닦는 농부의 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같이 붙박이 사회의 공동체는 죽은 조상 귀신도 같은 식구이고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도 같은 식구이다. 시간을 초월한 공동체인 셈이다.


목축, 유목을 하는 밀농사 지역에선 조상신보다 절대적인 신이 중요했다. 가축의 먹이인 목초는 사람이 재배하는 작물이 아니라 자연이 키워주는 것 이다. 그 목초는 그들에게 목숨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목초를 잘 키워주는 자연은 자연스럽게 신적인 존재로 여겨졌을 것이다. 밀농사는 벼농사와 다르게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농사지어야 한다. 이른바 윤작과 휴경을 꼭 지켜야 하는 농사다. 게다가 목축, 유목이 더 그들의 이동 문화를 발달케 했다. 붙박이 문화에서 차지하는 조상신의 가치가 이들에게는 아무래도 덜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 한식 때 왜 조상들을 찾아 뵈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밭에 씨앗을 심고 조상님들에게 한 해 농사 잘 되게 해 달라는 신고식이자 기원이었을 것이다. “조상님들이 일구어놓은 이 밭에 씨앗을 심었으니 잘 되게 해주십시오.”하고 말이다.


한식 때 성묘 가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겨우내 흙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자칫 봉분이 허물어졌을 수도 있고 무덤의 떼가 들떠 있을 수도 있다. 허물어진 봉분은 다시 돋아주고 들뜬 떼는 밟아주거나 구멍 난 곳은 새 뗏장 으로 메워주어야 한다.

 


청명 즈음해서 음력으로 중요한 날이 삼짇날이다. 음력 3월 3일은 양의 날이 겹쳐서 아주 길한 날로 여겨왔다. 작년 9월 9일 강남으로 돌아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다. 삼짇날은 원래 음력 3월 들어 첫 번째로 오는 뱀날(상사일上巳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날이 따뜻해 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라 이날 뱀을 보면 재수 좋다고도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재수 없다고도 하는 데가 있다. 어쨌든 삼짇 날이 되면 완연한 봄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봄꽃 구경하러 봄나들이 가는 날이기도 하다. 진달래꽃 따다 화전도 부쳐 먹고, 양지 바른 곳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어린 쑥나물 뜯어다 쑥버무리 해먹기도 한다.


청명이 되면 이제 안심하고 무엇이든 파종을 하면 되는 날이니 화사한 봄꽃에 마음 들뜨기도 하지만 부지런히 몸을 놀려 농사에 매달려야 한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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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뭇 생명이 일제히 소생하는 완연한 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봄다운 봄이 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일전인가 산수유가 꽃 몽우리를 내밀더니 춘분인 오늘 화들짝 만개를 했다. 남쪽에는 매화 소식이 들려 온지 며칠 되었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개나리도 지천으로 만발할 것이고 산에는 진달래가 연한 핏빛의 기운으로 퍼져갈 것이다.


그러나 봄기운을 대표하는 것은 꽃만이 아니다. 어쩌면 꽃보다 더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을 새순들이 힘차게 돋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냉이와 씀바귀 광대나물 꽃다지 등의 나물들이야 진작에 자리 차지하고 힘을 내기 시작했지만 할미꽃, 수선화, 상사화, 창포, 제비꽃 등의 예쁜 꽃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새순을 들어 올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작물들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밀 싹들이 겨우내 풀죽은 듯이 죽어있더니 춘분 즈음이 되자 힘차게 녹색 기운을 머금으며 힘을 내고 있다. 겨우내,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칙칙하다 싶을 만큼 밝지 않고 힘없는 녹색의 풀에 불과했는데 이젠 젊은 녹색의 기운이 맑은 햇빛을 받으며 맘껏 뽐내는 것 같다. 양파들도 몇 개들만 은근히 힘을 내는 듯 하더니 힘찬 녹색의 기운이 양파 밭 전체에 걸쳐 퍼져있다. 마늘은 작년에 비해 일주일 늦게 순이 올라왔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면서 이제 낮이 더 길어지기 시작하는 전환점이다. 그에 따라 온도도 더 이상 영하로 내려가질 않는다. 입춘 이후 한낮에만 얼굴을 드러내던 봄기운이 아침 저녁에도 환한 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니 바야흐로 본격적인 봄의 세계가 온 것이다.


그래서 춘분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정월 설날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낮이 밤을 이기기 시작하고 날씨도 영상으로 확실히 돌아섰으며 만물이 본격적으로 소생을 하는 철이니 한 해의 시작이라 하기에 적당한 것이다. 해가 가장 짧았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도 정월로 삼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 같지만 날은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하고 있으니 작은 설날에 만족해야 했다. 동지가 설날에 적당치 않다면 그 다음으로 가장 적당한 절기는 역시 춘분 밖에 없다. 낮이 드디어 밤을 이기기 시작한다는 점이나 만물이 소생하는 절기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실제로 춘분을 설날로 삼았던 지역이 있었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그러했다고 한다. 춘분이 되면 그들의 주식인 밀이 본격적으로 성장을 개시하기 시작하므로 더더욱 설날로서 춘분의 의미가 깊다 하겠다. 밀만이 아니라 가축의 먹이가 되는 목초들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생장을 개시하므로 가축들을 다시 키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메소포타미아 지역만이 아니라 밀과 고기를 주식으로 했던 지역에선 춘분이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가령 기독교에서 예수가 부활한 날을 춘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도 만물이 소생하는 춘분의 의미와 관련이 깊다. 성경에는 예수의 생일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예수가 부활한 날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후 후세들이 억지로 날을 만든 것인데 이는 다분히 로마의 고대종교에서 동지 축제와 함께 춘분 축제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하여튼 서양이나 동양이나 춘분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우리는 춘분을 설날로 삼기에는 너무 늦다. 서양처럼 밀을 주식으로 삼기에는 겨울이 너무 추워 밀 생장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우리는 밀보다는 벼가 잘 자라는 몬순 기후의 환경인데 벼 중심의 여름 곡식 농사를 잘 지으려면 춘분 이전, 그러니까 입춘 지나서부터 한해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앞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종자 준비, 퇴비 준비, 밭이나 논을 갈고 둑 정비를 하는 작업이 춘분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춘분이 지나면 모든 씨앗을 파종할 수 있는데 특히 감자와 봄채소들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감자를 제일 먼저 심고 감자를 심은 다음에는 강낭콩, 완두콩을 심으며 얼갈이나 상추 시금치 아욱 등 채소를 심는다. 여름 작물들은 서리가 사라지는 곡우를 기점으로 곡우 이후에 싹이 나도록 파종하는 것이 좋다. 괜히 일찍 파종하여 싹이 났을 때 서리를 맞으면 냉해를 입어 죽거나 약하게 자란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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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개구리 따라 사람도 기지개 켠다



우수가 지나니 한 낮엔 확실히 봄기운이 오롯이 느껴진다. 그러나 안심해선 안된다. 아침 저녁으로 아직은 찬 겨울 기운이 남아있다. 낮에도 스산한 바람이 따뜻한 햇살 속에 숨어 있어 맘을 놓을 때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 지 여기저기서 감기 걸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앞의 ‘무자년을 꼽으며’라는 글에서 올해는 화기火氣가 강한 해라 가물고 더우면서도 기상 변화가 심하고 날씨가 고약하다고 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라고 하더니 올 해는 환절기가 유난히 변덕이 심한지라 화재도 많이 나고 감기도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우수 지난 며칠 뒤 취재차 시골에 갔다가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복수초를 보고 왔다. 같이 간 벗이 잔뜩 감기를 안고 있는데 차 안에서 나도 그 감기를 나눠 갖고 말았다. 미안해하는 그 친구에게 말로는 “감기도 가끔 걸려줘야 건강에 좋아”했지만 올라오는 운전은 좀 힘이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전날 밤부터 홀쭉홀쭉 콧물을 흘리던 게 영 찝찝한 차 였다. 차 안의 햇살은 따스한데 한 데의 바람은 아직 매서운 데가 있어 더했다. 힘들어 하며 차에서 내린 친구는 어찌 감기를 다스렸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 친구와 헤어지며 감기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나 아침 찬바람을 탓하며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농부의 마음은 본격적으로 바빠질 때다. 어제는 밀밭, 양파, 마늘밭을 가 보았더니 서릿발이 심하지 않았다. 서릿발이 심하면 뿌리가 땅에서 들쳐져 그 틈으로 봄기운이 스며들고 뿌리를 말리기 때문에 뿌리를 밟아 주어야 한다. 아마 서릿발이 심하지 않았던 것은 풀 거름을 많이 주었기 때문인 듯하다. 작년 늦가을 밀, 마늘, 양파를 심으면서 흙 대신에 완전히 삭은 풀 거름을 덮어준 것이다. 물론 그 위에다 질소질 거름도 주었다. 경칩도 지났으니 이제는 겨우내 모아둔 오줌거름을 웃거름으로 두세 번 뿌려주면 아주 잘 자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경칩 근방이면 음력으로 2 월 초하루가 있다. 2월 초하루는 머슴날이라 했다. 바야흐로 머슴들이 힘들게 일할 때인 것이다. 양반들은 머슴들을 부리기 위해 이날 떡과 맛있는 음식을 해 주었다. 경칩驚蟄이라는 뜻은 벌레가 놀라 깬다는 것인데, 옛날 사람들은 이 날 처음으로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이 소리에 땅 속의 벌레들이 놀라 깬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천둥소리와 무관하게 따뜻해진 날로 벌레들도 깨어나고 개구리도 깨면서 따라서 함께 사람도 머슴도 깨어나 바 쁜 살림살이에 들어가야 한다.


논과 밭에선 보리밟기로 시작하고 집에서는 벽을 바르거나 무너진 담벽을 보수했다. 경칩이 되면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며 흙이 부드러워져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했다. 또한 노래 기를 퇴치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는 봄기운에 깨어난 벌레들 중에서 사람에게 좋지 않은 벌레들을 퇴치하여 위생을 깨끗이 하고자 한 것이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잿물을 만들어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다.


건강을 위해 개구리 알이나 도룡뇽 알을 생으로 먹는 풍습도 있다. 지금도 이 풍습은 남아있어 자연의 생명을 해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고전 예기禮記의 월령에는 경칩에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 을 기르고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고 되어 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을 이름이니 주변의 꼬물락거리는 생명들을 꼼꼼히 보살필 일이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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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비로소 봄이오다



우수가 되면 비로소 우리는 피부로 봄을 느낀다. 올해 우수인 2월 19일은 실감나도록 따뜻한 날이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3일 뒤에 살짝 뿌렸다. 이 정도로는 겨울 추위로 얼어붙은 흙을 풀리게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어쨌든 봄은 입춘이 아닌 우수가 되어야 누구나 피부로 봄을 느낄 수 있다. 우수 비에 대동강 물이 풀리고 겨울 철새인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간다. 땅 속의 벌레들도 슬슬 기지개를 킨다.


사실 사립四立 절기(입춘, 입하, 입추, 입동)들을 보면 그 계절이 일어섰다고 하나 그 계절은 다음 절기에서 비로소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봄은 입춘 다음인 우수, 여름은 입하 다음인 소만, 가을은 입추 다음인 처서, 그리고 겨울은 입동 다음인 소설에 비로소 느낄 수 있다. 특히 소설에 가면 “빛을 내서라도 이때는 반드시 춥다”는 속담이 있듯이 꼭 강추위가 닥친다. 하필 이때 대학 수능 시험이 들어있어 사람들은 이를 입시한파라 하지만 실제는 소설 추위다. 철의 변화는 잊고 오로지 전국이 입시 전쟁으로 냉전을 겪고 있으니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다. 이 소설 추위를 당하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겨울이 왔음을 처절하게 인정하게 된다. 24절기 중에 비 우(雨)자가 들어간 것은 우수와 곡우(4월 21일경)뿐이다. 비가 비답게 내리는 철은 6월 하지를 거쳐 소서, 대서 기간이지만 이 때는 비 우(雨)자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니까 우수의 비와 곡우의 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수의 비는 겨울의 추위를 녹이는 비이고 곡우의 비는 씨앗을 뿌리라는 비다. 이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봄 가뭄이다. 가뭄 중에는 여름 가뭄보다 봄 가뭄이 더 무섭다. 봄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뿌린 씨앗이 싹은커녕 말라 비틀어져 버릴테니 무슨 대책을 세울 도리가 없다. 여름 가뭄이 든다 해도 이미 싹이 터 있는 상태라면 어떻게라도 해 볼텐데 봄 가뭄은 대책을 세우기 힘들다. 그래서 아마 봄비가 더 중요한 의미로 비 우(雨)자를 두 군데에나 넣은 것이지 않나 싶다.


우수와 곡우 사이에 춘분이 있다. 그러니까 한 달 간격으로 있는 것이다. 춘분 때에도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춘분은 비로소 낮이 밤보다 길어지고 날씨도 영상으로 돌아서 본격적으로 파종을 시작하는 철이다. 그래서 춘분의 비는 곡우의 비처럼 뿌린 씨앗 잘 싹트라는 의미다. 춘분 때 뿌리는 씨는 봄작물이고 곡우 때 뿌리는 씨는 여름작물이다. 그러니까 우수의 비는 추위를 가시게 하고 춘분, 곡우의 비는 씨앗을 심는 비인 것이다.


그런데 봄비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비도 있다. 우수의 비로 땅이 풀렸는데 또 비가 오면 땅을 질척지게 한다. 귀찮은 비인 것이다. 춘분 때 파종하고 비가 왔는데 또 오면 싹튼 씨앗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또한 귀찮은 비다. 곡우 때도 마찬가지다. 2007년도 우수, 춘분, 곡우 때 알맞춤하게 비가 왔는데 그 사이사이에도 불청객 비가 왔다. 그러니 자연은 모든 것을 사람에게 만족스럽게 해주지 않는 것 같다.


곡우의 비가 오고 나면 소만, 망종이 오는데 이 때 꼭 가뭄이 온다. 바야흐로 봄가뭄인데 벼 입장에서는 좋지 않지만 밀이나 보리 입장에서는 좋은 가뭄이다. 비가 오면 밀, 보리 이삭이 제대로 익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수가 24절기 중에 차지하는 가장 큰 의미는 음력 정월이기 때문이다. 앞의 입춘에서 설명했지만 반복하자면, 입춘은 절이고 우수는 중인데, 이를 정월 곧 1월로 삼았다. 입춘은 어떨 때는 12월 섣달인 때도 있어 정월달로 삼을 수가 없다. 경칩은 절이고, 춘분은 중이며 2월이다. 청명도 절이고 곡우는 중으로 3월이다. 입하는 절이고 소만은 중이며 4월이다. 망종은 절이고 하지는 중으로 5월이다. 이렇게 주 욱 수열처럼 이어지고 마지막 동지는 중으로 11월이며 소한은 절이고 대한은 중으로 12월 섣달이 된다.

 
옛날 달력은 달을 보고 알았다. 지금처럼 각종 화려한 달력(카렌다)이 없던 시절이라 밤하늘 달의 모양을 보고 오늘이 며칠인지 알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달이 제일 동그란 보름이면 15일, 깜깜한 그믐이면 1일로 친 것이다. 그런데 달의 한달, 곧 달의 공전 주기가 29. 5일이어서 달로 1년을 계산하면 354. 3일이 되어 태양의 1년인 365.2에 비해 11일이 모자란다. 이렇게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대략 3년에 한번씩 음력 윤달을 끼워 넣어야 한다.


이렇게 윤달을 끼워 넣어 음력의 편차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양력인 24절기다. 그러니까 24절기 가운데 중(中)으로 음력의 달을 결정하여 앞에서 얘기한 한 대로 중에 해당하는 우수를 음력 정월로 삼은 것이다. 그러면 순서대로 계산하여 춘분은 2월에 들고 곡우는 3월에 들고 소만은 4월에 들고 하지는 5월에 들며 계속 이어져서 동지는 11월에 들고 대한은 12월에 들어야 하는데, 음력과 양력의 편차 때문에 중이 없는 달이 생기게 된다. 이를 무중월(無中月)이라 한다.


그런데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타원으로 돌기 때문에 하지 근방에서는 천천히 돌고 동지 근방에서는 빨리 돈다. 말하자면 하지 근방에서는 한 달 기간이 조금 길고 반면에 동지 근방에서는 한 달 기간이 조금 짧게 된다. 그러다보니 무중월은 하지 근방에서 생기고 동지 근방에서는 중이 두 번 드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를 중중월(重中月)이라 한다. 동지와 대한이 11월 동지달에 드는 경우다.


하지 근방에서 무중월이 생기면 편차를 줄이기 위해 윤달을 끼워넣는다. 그러니까 5월에 들어야 할 하지가 6월1일에 들었다면 무중월이 된 5월을 윤4월로 하고 하지가 든 6월1일을 5월 1일로 억지로 당기는 것이다. 이렇게 무중월을 윤달로 삼는 것을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라 한다.

 
우수 근방에 음력 대보름이 든다. 대보름 때는 쥐불놀이, 달집태우기와 보리밟기를 한다. 쥐불놀이나 달집태우기는 풍년들기를 기원하는 의식의 일종이기도 하지만 실용적으로는 들녘의 마른 풀을 태워 살균도 하고 풀씨도 태우는 의미가 담겨있다. 보리밟기는 서릿발에 뜬 보리 뿌리를 발로 살짝 밟아주어 통풍을 막아 뿌리 썩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더불어 지난 늦가을에 만든 퇴비를 뒤집어 주고 겨우내 모아놓은 똥오줌으로 마른풀과 섞어 새로운 퇴비더미를 만든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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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우리의 설날



입춘이 되었지만 아직 날은 겨울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곧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말이죠. 그러나 농부는 입춘 날 봄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흙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봄을 느낄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봄은 흙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흙을 시멘트로 덮은 위에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봄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그럼 봄은 어떻게 올까요? 봄은 바로 냉이 뿌리를 타고 올라옵니다. 겨울 추위를 받아 웅크리고 있는 입춘의 냉이를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 놈을 꼬챙이로 살 파보면 초라한 이파리와 다르게 길죽하게 잘 빠졌으면서 토실토실하게 살찐 냉이 뿌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보고는 한 숨에 “이~야!!!” 감탄사가 절로 나지요. 대충 흙을 털어내고 입에 넣어보면 입안에 봄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농부는 봄을 느낄 수 있답니다.


냉이 뿌리에는 단백질이 많이 담겨있답니다. 물론 비타민도 많지요. 겨울 잠에서 깨어난 곰이 제일 먼저 먹는 것이 바로 냉이랍니다. 입춘이라고는 하나 아직 추운 겨울인지라 먹을 게 냉이 말고는 없지요.


우리의 음력 설날은 입춘 근방에 있습니다. 입춘에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글자를 써서 대문에 붙이는 것을 보면 입춘도 음력 설날에 버금가는 설날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 정월 1월은 우수(雨水)에 듭니다. 24절기는 입춘부터 시작하는데, 첫 시작 절기를 절, 그 다음 오는 절기를 중이라 하고 순서대로 절, 중, 절, 중으로 이어갑니다. 그러니까 입춘은 절, 우수는 중, 경칩은 절, 춘분은 중이 됩니다. 중이 들어가는 절기를 기준으로 음력 달도 정해지지요. 우수가 1월, 춘분이 2월, 곡우가 3월, 소만이 4월, 하지는 5월, 대서는 6월, 처서는 7월, 춘분은 8월, 상강은 9월, 소설은 10월, 동지는 11월, 대한이 12월 그러니까 섣달이 됩니다.


왜 우수를 정월로 삼고 입춘을 설날로 삼았을까요? 사실 제일 한 해의 기점이 되는 것은 동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지를 작은 설날이라 했습니다. 12지지(地支)로 볼 때는 자월(子月), 첫 시작 달로 삼았지요. 이는 양력입니다. 태양이 기준이니까요. 그럼 음력설은 동지를 지나 처음으로 오는 그믐날로 삼는 게 상식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음력설은 그보다 한 달이 넘게 더 지나서 옵니다. 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구는 동지 근방에 와서 공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으로 도는 지구는 동지 때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지와 대한 사이가 제일 짧아 어떨 때는 한 달 안에 동지와 대한이 함께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동지 다음에 오는 중, 곧 대한을 동지 다음 달로 삼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대한 다음인 우수를 정월달로 삼아야 하는 것이지요. 동지가 있는 음력 11월 하순경에 대한이 낄 경우 12월을 없애고 바로 1월로 넘어가도록 했습니다. 동지에는 윤달을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 복잡해 이해가 잘 가질 않지요. 복잡한 계산은 뒤로 하고, 사실 입춘을 설날 기준으로 삼은 것은 농경 사회의 반영입니다. 농경 사회에서 설날은 농사를 시작하는 날이지요. 농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파종을 떠올리겠지만 우리는 파종보다는 거름 준비, 종자 손질을 농사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본격적인 파종은 춘분을 기점으로 합니다. 그래서 춘분을 설날 기준으로 삼은 사회도 있습니다. 유대인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그렇지요. 여하튼......


입춘이 되면 집안의 어른은 한 해 길흉을 보았습니다. 먼저 입춘이 음력 설날보다 빨리 오면 그해 봄은 춥다고 보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그런 해를 보았더니 다 맞았습니다. 작년 2007년도 설날이 입춘을 한참 지난 2월 18일날이었는데 봄이 춥고 꽃샘추위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입춘 일진을 봅니다. 60갑자로 입춘날이 어떤 일진인가 보는 것이죠. 올해 입춘 날은 갑술(甲戌)입니다. 입춘 일진에 갑, 을이 들면 대개 풍년 들고, 병, 정이면 큰 가뭄이 들고 무, 기 이면 밭 곡식이 손상되고, 경, 신이면 사람들이 안정되지 못하고 임, 계이면 큰 물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더 자세하게 60갑자에 맞춰 각각 일진에 해당하는 그 해 길흉을 점쳤습니다.


길흉을 따져보는 다른 방법으로 보리 뿌리 살려보는 게 있습니다. 보리 뿌리가 세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작,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보았습니다. 뿌리가 많으면 튼튼하다는 뜻이니 당연히 수량도 많겠지요. 뿌리가 적다는 것은 겨울 날씨가 순조롭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그해 날씨도 순조롭지 못하다고 예측한 것이겠지요.

 


입춘에 선 봄은 그야말로 살짝 맛보기만 보여주고 이내 꽃샘추위가 몰아닥칩니다. 아직 추위가 남았다 해서 여한(餘寒)이라 하는데 어떨 때는 소한, 대한 추위보다 더 할 때가 있습니다. 작년 2007년이 그랬지요. 꽃샘추위는 꽃피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말이지만 농사에서는 아주 요긴한 추위입니다. 입춘 지나 우수, 경칩이 되어 벌레가 봄이 온 줄 알고 알에서 깨어났는데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추위에 얼어 죽고 맙니다. 말하자면 생태청소꾼인 셈입니다. 이런 꽃샘추위가 없다면 그해 농사에 병해충이 많이 발생합니다. 가을 벌초할 때 가끔 발생하는 말벌 떼의 습격이 잦으면 겨울도 따뜻하고 꽃샘추위도 별 볼일 없었기 때문입니다.


입춘에 제일 중요한 농사일은 거름 뒤집기, 종자 손질하기, 보리, 밀 밟기입니다. 거름은 가을에 만들어 놓은 것을 한 번 뒤집어 주든가, 겨우내 모아 둔 똥오줌과 아궁이 재, 낙엽이나 마른 풀, 왕겨나 볏짚 등과 켜켜이 쌓아 새로 거름 더미를 만들어 둡니다. 겨우내 처마 밑에 걸어두었던 이삭을 꺼내 씨앗을 걸러내고 체와 키로 까불리고는 계란이 뜰 정도의 소금물에 담가 가라앉는 놈들을 선별해서 종자로 씁니다.


보리밟기를 하는 이유는 겨우내 흙이 얼었다 녹았다 하느라 서릿발이 서서 흙이 떠버려 뿌리가 말라버리기 때문입니다. 밀도 마찬가지고, 양파나 마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로 살짝 밟아주면 됩니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誌를 보면 입춘 날씨에 따라 그해 농사 길흉을 점친 내용이 나옵니다. “입춘에 비가 내리면 오곡에 해를 끼치고, 입춘일이 청명하고 구름이 적으면 그 해에는 곡식이 잘 익으나, 입춘일이 흐리고 음습하면 그해는 벌레들이 벼와 콩을 해친다.”
입춘은 따뜻한 봄을 알리는 날이니 봄 같지 않게 비가 온다거나 음습하다면 농사에도 좋을 게 없겠지요.


입춘 전날인 오늘 오후에 잠깐 아내와 함께 바람 쐬러 나갔습니다. 과연 봄 기운이 느껴지는지 차창으로 내려오는 따뜻한 봄 햇살을 아내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도 풍년이 오려나 봅니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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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로 보는 기축년



동짓달 내내 집을 떠나 길에서 사느라 올해는 아직도 겨울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겨울잠을 자야 새 힘이 생기는데, 이건 영 생체 주기가 무너졌습니다. 아침 7시면 눈을 뜨지 않나. 그런 저와 상관없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어 이제 작은 설이 훌쩍 지나고, 큰 명절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매우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기축년이 소띠의 해라며 황소의 걸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내딛어 새로 일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래저래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오히려 더 가라앉지나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당나라 때 크게 유행하여 지금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당사주에 따르면, 축(丑)은 하늘에서 죄를 짓고 귀양을 온 천액(天厄)을 뜻합니다. 이렇듯 속뜻은 겉으로 보이는 소의 상징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해는 바뀌고 새날에는 새 아침이 밝아옵니다. 천지만물에 고통과 괴로움이 없다면 환희와 기쁨도 없는 것이니, 모두들 기운차게 한 해를 사시길 바랍니다.


기축년을 간지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기(己)와 축(丑)은 모두 토(土)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이 토는 끈적끈적한 기운입니다. 한여름의 이리 누워도 힘들도 저리 누워도 힘든 그런 끈적끈적한 날씨를 연상하면 쉽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운을 받아 우리 모두 끈끈하게 하나 되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겠으나, 한 해의 기운이 기(己)가 몰고 오는 힘없는 토 기운에 휩쓸립니다. 이러저러한 분쟁이 잦고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힘이 조금 모자랍니다. 낙관적인 말은 않겠습니다. 올해는 여러모로 어려운 시절이 예상됩니다.


그럼 올 한 해의 날씨는 어떤지 짚어 보겠습니다.

봄에는 바람을 몰고 오는 기운이 데려온 찬바람에 꽃샘추위가 예상됩니다. 날이 좀 풀렸다고 안심하고 너무 일찍 밭에 모종을 옮겨 심지 마세요. 잘못하다가는 동상에 걸립니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가 아니라, ‘자나 깨나 늦추위 조심 따뜻한 날도 따져 보자’ 입니다.

하지만 그도 잠깐, 곧 무더운 봄이 시작됩니다. 올봄은 예년보다 덥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봄배추처럼 물을 많이 먹는 푸성귀를 심으신다면 열심히 물 깨나 퍼다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푸성귀 대신 물을 잘 주지 않아도 잘 살거나, 씹으면 팡팡 물이 솟는 오이를 심어 밭에서 일하다가 타는 목을 축이십시오.

이러한 더운 기운은 여름까지 이어져, 축축하고 더운 기운이 합세해 잠 못 이루는 열대야를 부를 겁니다. 에어컨을 사느냐 마느냐 고민이시라면, 제발 고민으로 끝내세요. 잠깐 시원하고자 돌린 에어컨이 무더위를 부추깁니다. 여름, 장마는 지리멸렬하게 지나고 덥고 축축한 날이 이어지겠습니다. 이런 날씨는 전염병과 여러 질병을 불러옵니다. 밭작물 관리에 부쩍 신경 쓰세요. 요즘 해마다 그런 추세처럼 한방에 모든 걸 끝내는 국지성 호우는 여전하겠네요.

그런 국지성 호우는 가을볕이 쨍쨍할 초가을에도 가끔 나타날 듯합니다. 그렇지만 가을볕이 좋겠으니 호우 피해가 없으면 올해도 곡식농사는 괜찮겠네요. 태풍이란 변수가 있지만, 그런 것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저에겐 없습니다. 그러나 국지성 호우란 놈이 지나면 가을 태풍도 경계해야 합니다. 잘 익은 알곡과 결실이 태풍으로 우수수 떨어질 위험이 보입니다.

모든 어려움과 자연이란 큰 벽을 넘어 늦가을로 접어들면, 여느 해처럼 날은 건조할 테고 서서히 추운 겨울이 다가옵니다. 팍팍한 살림으로 한 해를 버티시느라 모두 욕보셨습니다. 여기까지 버티셨다면 내년에는 다시 얼었던 땅이 녹고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실 겁니다. 힘든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모두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남으십시오. 살아남아 따뜻한 봄바람에 가슴이 싱숭생숭해지는 그날, 밭에서 만나 지난해는 어려웠지만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아 새봄을 맞는다고 한판 잔치를 벌이십시오.


그럼 이만 줄입니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방바닥을 뒹굴던 실없는 놈의 중얼거림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심이 건강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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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력干支曆 (갑자력甲子曆)과 농사(農事)

. 도입

. 간지란 무엇인가?

. 간지의 기원과 역사 ; 어디에서 유래했고, 언제부터 사용되었나?

. 간지와 동양사상 (음양오행론, 천인상관론 등)

. 간지와 책력의 만남

. 간지력과 농사

. 맺는 글




. 도입

-간지는 케케묵은 옛 이야기일 뿐인가? …… 현대를 사는 우리, 특히 농사와 간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 간지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도입부


. 간지란 무엇인가?

- 간지의 기본구조

간지(干支)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가리키는 말이다.


= 천간

천간은 하늘, 근간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10가지가 있다. 그래서 다른 말로 십간(十干)이라고도 한다. 10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지칭한다. 그러므로 천간은 10년 단위로 돌아옴을 알 수 있다. 무턱대고 외울 것이 아니라 천간의 첫 번째 갑이 서기년도로 끝자리가 항상 4년이 되는 것만 외우면 정확하게 따질 수 있다.

숫자상 주기개념이 가장 명확한 것이 10과 12이다. 상주시기부터 손가락 숫자와 일치하는 10이 천체의 운동규율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등장하여 10천간이 하나의 주기가 되었다. <사기 율서>에 “수는 1에서 시작하여 10에서 끝난다.” 라는 논리는 10이 수의 최대수로서 다시 1로 돌아가는 순환주기상 마지막에 위치한다는 설명이다. <春秋 繁露>에서는 “천의 대수는 10순에서 끝나니 … 인간도 역시 10개월이면 생겨난다” 고 하였고, <淮南子>에는 “천은 일을 주관하고 일수는 10이다. 일은 인간을 주관하므로 10개월만에 태어난다.” 고 하였다. 군대 편제 단위나 민간사회의 단위인 十家爲什이 그것의 적용이다. 한 대에는 “십리마다 정자를 두고 정자가 열 개면 향이 된다 十里一亭 十亭爲鄕” 고 하였다.

그러나 10은 천제운동 주기와 큰 관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 지지

지지는 땅, 속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12가지가 있다. 그래서 다른 말로 십이지(十二支)라고 한다. 12지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가리킨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쥐띠, 소띠, 호랑이띠, …… 하는 띠를 말한다.

12는 천체운동주기와 비슷하다. 목성의 공전주기가 바로 11.86년으로 대략 12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황도상 달은 지구와 12번 회합주기를 갖는다. 12율서, 12차, 12시간, 12지지, 12생소 등이 12가 쓰이는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천원과 지방을 곱한 수가 12이다.


= 육십갑자

육십갑자는 10천간과 12지지의 조합이다. 이 조합은 갑자, 을축, 병인, ……, 신유, 임술, 계해까지 60개가 만들어 진다. 우리가 환갑이라고 하는 것이 그 활용의 한 예인데, 자신의  출생 간지가 60년 후에 동일하게 되기 때문에 환갑(還甲 - 갑자가 돌아옴)이라고 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와 같이 십간과 십이지가 배합된 육십갑자를 가지고 역법(曆法)을 만들었다. 그들은 육십갑자를 사용하여 지금도 갑자년, 을축년을 사용하듯이 햇수를 표시했다. 또한 날짜 표시에도 10일까지의 표시가 반복되는 것을 보완하여 육십갑자를 사용하였고, 달 수의 표시에도 이와 같이 사용했다. 이렇게 하여 해마다 배당되는 갑자(甲子)를 세차(歲次)로, 달의 배당을 월건(月建)으로, 날의 배당을 일진(日辰)으로 명명하였다. 지금도 쓰는 ‘오늘은 일진이 안 좋다.’ 라는 말이나 제사 지낼 때 축문에 ‘유세차(維歲次) 갑자년 갑자월 갑자시’ 하는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10과 12 보다 더 큰 주기는 60이다. 60은 60간지로 쓰인다. 이 숫자는 서수사로 쓰였다. 역법상 년도나 등급 표시, 조항의 나열, 불특정인명 등에 사용되었다. 천상의 천수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갑자 60년 주기는 삭망월(달의 삭망이 반복되는 주기)과 회귀년(태양이 황도(黃道)를 따라서 천구를 일주하는 주기)의 회합주기라는 것이다. 60년은 항성월27.321893 일(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로 365.25 * 60 = 21915일이며 이는 802.10401 항성월인데, 21915일은 삭망월 29.530589일로 742.11184 삭망월이 된다. 이 742.11184 삭망월은 60년 + 22.11184 삭망월인데 이것은 60년 + 22윤달 + 3.3015일이다.

3년마다에 1윤달을 두는 19년 7윤법에 의하면 60년에는 22개의 윤월이 존재한다. 이로보면 갑자 60년은 삭망월과 회귀년의 주기가 일치하는 기간이다.


72는 1년 360일을 오행에 따라 등분하면 나오는 숫자이다.



. 간지의 기원과 역사 ; 어디에서 유래했고, 언제부터 사용되었나?


-천간(십간)의 기원

십간의 구체적인 기원에 대한 명확한 자료는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각종 사료(史料)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중국 고대의 위서(緯書) 가운데 하나인 전한(前漢) 말기에서 후한(後漢) 시대에 만들어진 <하도낙서(河圖洛書)> 중에 중국 고대 복희씨가 역(易)의 팔괘를 만드는 바탕이 되었다는 ‘하도(河圖)’에 십간이 보이는 것을 보면 그 기원이 하(夏)왕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학설로는 중국 한(漢)나라 때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느 한 시대, 한 장소, 한 인물의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고대의 주술적 점술, 철학적 사유와 문명의 발달 등이 종합된 고대 역법(曆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0이라는 숫자는 셈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손가락 10개나 또는 달의 항성일인 약 30일 단위에서 그 위상변화가 뚜렷한 열흘 단위 1순(旬)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한 달을 상순, 중순, 하순으로 나누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이다.

명칭은 처음에 십간(十幹)으로 쓰이다가 십간(十干)으로 변화되었으며, 점술가들에 의해 오행과 결부되어 천간(天干)으로 불리게 되었다.


-지지(십이지)의 기원

십이지 역시 중국 은(殷) 왕조 때 이미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은 아마 은(殷) 왕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불 수 있으며 천간과 마찬가지로 고대 역법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12라는 숫자의 사용은 달이 12번 변화하면 1년이 되는 것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고 또한 목성의 공전주기가 11.84년 인 것에서 12라는 숫자를 사용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12는 2, 3, 4, 6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숫자이기에 10에 비해서 활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주기일 가능성도 있다. 십간이 날짜를 표시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면, 십이지는 12개의 달을 의미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십이지는 처음에 십이진(十二辰), 십이지(十二枝) 등으로 쓰이다가 십이지(十二支)로 변화하였고, 이것도 역시 점술가들에 의해 오행이 결부된 지지로 표현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십이지에는 동물을 결합시켜 십이지수(十二支獸)로 표현하는데, 일반적으로 음양설(陰陽說)이나 불교사상(佛敎思想) 등의 영향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시기로는 중국 전국시대부터라고 한다.

특히 십이지에는 동물 뿐만이 아니라 시각과 방위, 계절까지 결합시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어 왔다.


- 갑골문과 천간․지지의 사용

천간․지지와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기록 자료는 갑골문이다. 갑골문은 중국 상(은)나라 때 거북껍질이나 뼈에 새긴 글로서 한자의 모태가 되는 글자를 말한다. 갑골문은 당시에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서 점복술의 하나로 사용되었는데, 우리는 거기에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하여 당시의 정치상뿐만이 아니라 문화, 경제, 사회에 대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갑골문이라는 문자는 먼 옛날 어느 날 어떤 똑똑한 사람이 갑자기 발명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사물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이것을 점차 공통적인 글자로 발전시켜 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갑골문을 시작으로 기록되지 않은 선사문화가 아닌 인류의 기록된 역사가 시작되게 된다.

먼저 갑골문이 사용된 상나라 이전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중국대륙은 170만 년 전의 원모원인, 100만 년 전의 람전원인, 50만 년 전의 북경원인, 그 후 정촌 하투 산정동 유강 자양 기린산인을 거치면서 구석기시대를 지나 기원전 5000년경 황하유역에서 정착생활을 하면서 소위 문화라는 것이 시작된다. 대략 기원전 5000년에서 기원전 2000년까지가 앙소문화라 하는 신석기 문명의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수렵채취에서 정착농업생활로 들어갔으며 사회라는 것이 형성된다. 이때가 흔히 말하는 요순시대이다.

그러다가 기원전 2000년경부터 왕조가 성립되기 시작했는데 하(夏)왕조가 첫 번째 왕조이다. 하 왕조는 우 왕에서 걸 왕까지 17왕 470년을 중국 중부지방에서 왕위세습제로 내려오다가 말년에 도(道)가 없어지고 민심을 잃으매 상(商)왕조의 시조인 탕(湯)에 의해 멸망한다.

그리고 갑골문을 사용했다는 상(商)왕조(BC1600-BC1050)가 그 다음 왕조인 것이다. 상나라는 주나라(BC1050-BC770)에 의해 멸망하고 이어서 제자백가의 시대라 하는 춘추전국시대(BC770-BC250)가 도래한다. 이때 중국벌판은 많은 작은 나라가 서로 경쟁하며 많은 인재를 배출하게 된다. 유명한 공자, 맹자, 노자가 이때의 사람들이다. 이 여러 나라는 드디어 진시황에 의해 통일되지만 진나라((BC250-BC200)도 얼마 못 가고 여러 나라가 군림하다가 유방에 의해 통일되어 한나라(서한 : BC200-BC10)시대로 접어든다.

중국의 역사를 몇 줄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간략히 중국의 전 역사 기간 중 상 나라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나라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것이 갑골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商)왕조의 조상은 황하(黃河) 하류의 한 부락으로 일찍부터 목축업이 발달해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상(商)의 시조는 설(契)이라는 사람인데 우(禹)를 도와 치수(治水)에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순(舜)에 의해 상(商)에 봉해졌다고 하며, 하 나라가 황하 중․하류를 통치할 때 하(夏)의 신하였다고 한다. 설(契)의 손자인 상토(相土) 시기에 이르러서는 그 세력이 멀리 해변에 까지 미쳤다. 후손인 왕해(王亥)는 소와 양을 길들여 짐을 싣고 여러 마을을 왕래하여 무역교환을 하였기 때문에 유명한 상인이 되었다. 그러나 소떼를 이끌고 황하(黃河) 이북의 유역(有易) 부락에서 무역교환을 하던 중 그 부락 사람들에게 소와 물건들을 빼앗기고 살해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의 아들인 상갑미(上甲微)는 유역(有易) 부락을 쳐부수고 이로 인해 상족(商族)의 세력은 더욱 강대해진다.

상지아웨이(上甲徵)의 7대손인 성탕(成湯)은 갑골문에는 대을(大乙)이라고 합니다. 그는 하(夏)왕조를 멸망시키고 상(商)왕조를 건립한 첫 번째 왕이다. 상(商)왕조가 건립된 후에 중국 역사상 노예사회는 새로운 발전시기로 진입한다. 첫 번째 왕인 성탕(成湯)으로부터 마지막 왕인 주(紂)에 이르기까지 모두 17세, 31왕(1세에 형제가 왕위를 이어간 경우가 많음)이 재위에 있었으며 약 6백년의 역사를 가진다. (대략 서기 전 17세기에서부터 서기전 11세기까지).

성탕(成湯)은 하(夏)를 멸망시킨 후 오늘날의 산동성 조현(曹縣)으로 도읍을 옮긴다. 성탕(成湯) 이후 상(商)왕조는 10대 왕 중정(仲丁)시대부터 왕실 내부에서 끊임없이 왕위쟁탈이 벌어지고 주변국들도 상(商)왕조를 공격하여 왔다. 비록 13대 왕 조을(祖乙)의 시기에 외부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있었지만 통치계급 내부의 왕위쟁탈 투쟁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또한 성탕(成湯) 이후로 다섯 차례 수도를 옮겼는데 이러한 빈번한 천도는 백성들에게 적지 않은 재난을 가져다주어 불만을 야기 시켰고 급기야는 반항투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상(商)의 20대 왕 반경(盤庚)에 이르러 이러한 혼란한 국면을 타파하고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도읍을 은(殷)으로 옮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리고 내부의 통제를 강화하여 상(商)왕조의 통치가 안정을 되찾게 되는데 마지막 수도인 은(殷, 지금의 하남성 안양 북쪽 샤오툰 촌)이 바로  19세기 말 갑골문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반경(盤庚)이 죽은 후 그의 동생인 소신(小辛)과 소을(小乙)이 각각 뒤를 이었고, 소을(小乙)이 죽고 나자 그의 아들 무정(武丁)이 20대 왕위를 계승한다. 상(商)왕조의 모든 시기 중 무정(武丁)은 유능한 왕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58년 동안의 재위기간 중 무정(武丁)은 내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사방에서 상(商)의 부락들에 빈번한 침범을 거듭한 주변국들에 대한 정복전쟁을 감행하여 그 결과 상(商)왕조의 통치범위가 더욱 확대된다. 이 무정(武丁)왕 때 기록 된 갑골 중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갑골이 많다.

무정(武丁)이 죽은 후 그의 아들인 조경(祖庚)과 조갑(祖甲)이 계속 왕위를 이었는데, 상(商)왕조 후기의 여러 왕들 중 32년간 재위했던 조갑(祖甲) 이외에는 대부분의 왕들이 단명(短命)한다. 상(商)왕조의 말년에 이르러 왕조가 부패되고 동남의 주변국들이 빈번히 상왕조를 위협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주왕(紂王, 제신帝辛)의 부친인 제을(帝乙)은 주변국들에 대한 정벌을 시도했고 그 뒤를 이은 주왕(紂王)도 계속 정복전쟁을 하였다.

주왕(紂王)은 상(商)왕조의 마지막 왕으로 중국의 동남지방을 개발하여 중원(中原)의 문화를 동남지방에 정착시키는 데 공헌하였지만 역사상 유명한 폭군이기도 하였다. 그는 아주 방탕하여 폭음과 환락을 즐겼으며 자신의 부패한 생활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도읍지 은(殷) 근처에 이궁별관(離宮別館)을 짓고 녹대(鹿臺)동산 등 오락시설을 설치하였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이란 말은 후세인들이 이때를 가리키는 말로서 총애하는 왕비인 달기(妲己)와 귀족 신하들과 함께 음주와 쾌락으로 밤낮을 보낸다. 또 그는 사냥을 즐기기 위하여 경작지를 황폐화 시켰고 새와 짐승들이 자유롭게 자라도록 하였으며 마음대로 형벌을 만들어서 신하와 제후, 백성을 처벌하여 재물을 착취하였다. 그러나 주변국과의 장기간 계속된 전쟁 때문에 대량의 인력과 물질을 소모하였고, 백성들에 대한 착취는 노예와 평민의 투쟁을 격렬하게 하여 마침내 주(周)의 무왕(武王)이 이끄는 연합군에 의해 서기전 11-12세기경에 목야(牧野)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상(商)왕조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상나라의 전 기간을 학자들은 전기와 후기로 구분한다. 상나라가 세워진 때부터 중엽의 반경(盤庚)왕 때 까지를 전기로 보고 이후 23대 무정(武丁)왕이 지금의 은허로 수도를 옮기면서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데 이때부터 멸망까지를 후기로 본다. 갑골문이 상나라 후기 때 처음 만들어 진 것은 아니지만 이때부터의 기록이 상세하므로 이렇게 구분한 것이다.

이러한 상나라의 역사는 갑골문을 발견하고 해독하면서 더욱 정확히 알려지게 되었다. 그 전에는 <사기>와 같은 후세인의 기록에 의해 상나라를 이해하였는데, 갑골문을 발견하고 당시의 기록을 직접 연구하면서 후세 기록의 오류를 수정하고 더 정확한 역사를 알게 된 것이다. <중국년력간보(동작빈 지음)>라는 책은 중국 역대의 년력표(年歷表)인데 기원전 2674년부터의 기록이 매년 나와 있어 역사학자들에게 중요한 지침서로 이용되고 있다. 이것도 애매하기만 하던 오래전의 일들을 갑골문을 통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저술되었다.

다음은 상나라의 역대 왕들의 재위표이다. 역대의 왕은 <갑골문(심재훈)>에서, 재위기간은 <중국년력간보(동작빈)>에서, 갑골문의 기수는 <갑골문이야기(김경일)>에서 인용했다.

 

상나라의 역대왕 재위표

왕대   왕이름             재위기간              비고

       미(微)

       보정(報丁)

       보을(報乙)

       보병(報丙)

       주임(主壬)

       주해(主奚)

1      성(成, 成湯)      BC1751-1739(12)    상구(商丘)에 도읍(하남성)

2      태정(太丁)      

3      외병(外丙)      

4      중임(仲壬)      

5      태갑(太甲)       BC1738-1727(11)

6      옥정(沃丁)       BC1726-1698(28)

7      태경(太庚)       BC1697-1673(24)

8      소갑(小甲)       BC1672-1656((16)

9      옹기(雍己)       BC1655-1644(11)

10     태술(太戌)       BC1643-1569(74)

11     중정(仲丁)       BC1568-1558(10)        영양(榮陽)으로 천도

12     외임(外壬)       BC1557-1543(14)

13     하단갑(河亶甲, 淺甲)  BC1542-1534(8)     내황(內潢)으로 천도

14     조을(祖乙)       BC1533-1514(19)

15     조신(祖辛)       BC1513-1498(15)

16     옥갑(沃甲, 羌甲) BC1497-1473(24)

17     조정(祖丁)       BC1472-1441(31)

18     남경(南庚)       BC1440-1416(24)        곡부(曲阜)로 천도(산동성)

19     양갑(陽甲, 虎甲)  BC1415-1399(16)

20     반경(盤庚)       BC1398-1371(27)       안양(安陽)으로 천도. 갑골문 1기

21     소신(小辛)       BC1370-1350(20)

22     소을(小乙)       BC1349-1340(9)

23     무정(武丁, 文武丁) BC1339-1281(58)             

24     조경(祖庚)       BC1280-1274(6)           갑골문2기

25     조갑(祖甲)       BC1273-1241(32)

26     름신(廩辛)       BC1240-1235(5)           갑골문3기

27     경정(庚丁, 康丁) BC1234-1227(7)

28     무을(武乙)       BC1226-1223(3)            갑골문4기

29     태정(太丁)       BC1222-1210(10)

30     제을(帝乙)       BC1209-1175(34)          갑골문 5기

31     제신(帝辛)      BC1174-1112(62)


여기에서 보이듯 상왕조의 왕명은 두개문자의 합성어인데, 두 번째 글자가 10간(자축인묘)을 사용한 것이 흥미롭다. 이것은 왕이 죽은 날짜를 근거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사용하였다는 학설이 있다.


우리들이 현재 접하고 있는 상(商)왕조 후기의 갑골문은 청(淸)조 말년에서야 비로소 발견되었다. 지금은 은허(殷墟)로 잘 알려진 중국 하북성 안양(安陽)에서 좀 떨어진 곳에 샤오툰촌(小屯村)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농민들이 밭을 갈다가 약간의 갑골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갑골들 중에는 그 표면에 문자가 새겨진 것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청나라 말기 농민의 생활은 아주 빈곤하였기 때문에 농경지에서 갑골을 발견하면 전통적으로 이용되어 왔던 용골이라는 약재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청나라 말기에 북경에서 관리생활을 하고 있던 왕이룽(王懿榮)이 1899년 따런당(達仁堂)이라는 한약방에서 약을 지었는데 문자해독에 식견이 있던 그는 뼈에 새겨진 글자가 고대의 문자임을 알아차리고 바로 한약방으로 가서 비싼 값으로 글자가 새겨진 용골을 모두 사와서, 그것이 상(商)왕조의 갑골문이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러나 당시 청나라는 서구열강에 침략받기 시작하여 1900년에 연합군이 베이징에 입성하자 그는 책임을 통감하고 자살한다.

갑골은 그의 친구였던 리유티에윈의 손에 넘어가 이를 탁본으로 만들어 1903년 “철운장구(鐵雲藏龜)”라는 최초의 책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리유티에윈도 부패한 청나라 관리들의 모함으로 변방인 신강성으로 유배되어 죽고, 이때 재력과 학문을 겸비한 루오쩐위(羅振玉: 1866-1940)가 갑골을 모두 사들여 다시 탁본을 만들어 1913년과 1916년에 “은허서계(殷墟書契)” 전․후편을 발간하고, 갑골문 해독에도 성과를 거두어 571문자를 해독한다.

당시 젊은 왕구오웨이(王國維: 1878-1927)는 전통 한학자였는데 루오쩐위의 눈에 들어 갑골을 연구하게 되어 많은 연구 끝에 <주역>, <상서>, <서경>, <예기> 등 중국 고대의 사서를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업적을 이룩한다.

1899년 갑골이 발견되자 이 소문은 금시 퍼져나가 상당한 갑골이 해외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캐나다에서 온 선교사 제임스 멘지는 5500개나 수집하였다고 한다. 많은 위조품도 나돌았고 특히 일본은 조직적으로 갑골을 빼내가 지금 토쿄대학이나 교토대학에 수천조각의 진품이 있다고 한다. 갑골은 이밖에도 영국, 서독,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미국 등 여러 나라로 빠져 나갔다. 한국에는 서울대박물관에 13조각이 있다고 하는데 진품은 1개뿐이라 하고, 숙명여대에서는 캐나다의 소장자로부터 7편을 구입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전세계에 퍼져 있는 갑골은 16만 조각이나 된다고 한다.

1912년 중화민국이 성립된 후 갑골연구의 본격적인 연구는 1928년 중앙연구원역사언어연구소에서 동쭈오삔(董作賓:1895-1963)을 샤오툰촌에 파견하여 시작된다. 1928년에서 1936년의 15차에 걸친 발굴로 상당량의 갑골이 수집되었고 동쭈오삔은 발굴과 함께 갑골문자를 연구하여 갑골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특히 갑골자 형식의 왕조별 시기를 구분하여 논리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은 크게 평가받고 있다. 위의 상나라 역대왕 재위표에 갑골자의 기수(期數) 구분은 그가 한 것이며, 연구결과 중의 하나가 중국년력간보 이다. 갑골연구의 대가인 동쭈오삔은 그러나 1948년 공산당정권의 수립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이듬해 대만에 정착하여 연구생활을 계속한다.

마오쩌뚱을 도와 중국혁명에 참여하기도 했던 중국고대문화의 대표적 선구자 꾸오모루오(郭沫若: 1891-1978)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전역의 갑골학자들을 지휘하여 전세계의 갑골문 탁본을 대부분 한곳에 모아 갑골문합집(甲骨文合集)을 편집하였다.


갑골문을 소개하는 여기서 갑골문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 모두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갑골문에는 당시 자유분방하던 원시문화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지금의 사회구조와 대조하여 굳이 분류를 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치: 왕과 왕비들의 이름, 다른 부족과의 전쟁과 교류, 관리의 명칭과 역할 등

경제: 농업 ,농기구, 곡물명칭, 수확, 목축, 수렵, 어업에 관련된 명칭 방법 등.

사회: 해와 달의 관측, 별자리 관측, 날씨관측, 10간 12지의 활용, 질병치료, 분만, 음식, 놀이, 청동기 병기 농기구제조, 거북(갑골재료)의 조공과 처리 등

문화: 애니미즘, 토템, 왕실의 제사, 재물의 선택과 처리, 무당의 역할 등. 이중 천문에 관한 자료는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일식과 월식의 기사, 신성․초신성에 관한 기록, 28수의 기원이 되는 기사 등이 있다.

 

이러한 갑골문은 기본적으로 왕실에서 점을 친후에 그 결과를 새겨 넣은 것이다. 상나라는 노예제 사회로서 왕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왕은 항상 점술사를 통해 앞날을 예측하는 점을 쳐 왔으며 이 점을 치는데 거북껍질이나 소의 어깨뼈를 사용했고, 심지어 전쟁에서 죽인 상대방 적장의 뼈까지 이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거북은 주변국에서 조공 받은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전문적으로 점을 치고 이것을 왕께 고하는 점술가를 정인(貞人)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왕의 측근에서 상당한 세력을 누리고 세습되었다.

이 정인은 갑골에 많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불 붙인 쑥대를 넣고 달구어서 갑골이 불에 익어 금이 가면 그 금을 보고 점을 친 다음 점괘를 해석하여 왕께 고하고 그 내용을 갑골에 청동칼로 기록하고 이 갑골들을 묶어서 항아리에 넣어 보관하였는데 이것이 책(冊)의 시초이며 상나라의 행정서류이기도 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갑골문을 쓰는데 일정한 형식을 지녔는데 첫 째는 날짜와 정인의 이름을 쓰는 전사(前辭)이고, 두 번째는 묻는 내용을 담는 명사(明辭), 세 번째는 내용을 풀이하는 점사(占辭), 네 번째는 후일 그 점괘가 과연 맞았나 하는 것을 확인 하는 험사(驗辭)이다. 디른 것은 미신이라 할 수 있지만 험사는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갑골문은 갑골의 양면에 새겼는데 읽는 방법은 대체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으며 거북껍질 가운데를 기준으로 오른쪽 문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

갑골문 문장 중 특징 하나는 긍정의문문과 부정의문문의 대비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즉 정인이 왕에게 묻는 말에 ‘…명령하시겠습니까. 다음에 ‘…명령하시지 않겠습니까? 가 온다. 이러한 문장을 대정(對貞)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형식은 훗날 중국의 쓰기문화 즉 시와 같은 문학에서 다른 문화권과는 달리 짝을 이루는 특성을 같게 되는 출발이 되었다고 한다.

은허에서 출토된 갑골문은 상의 20대 반경왕이 안양(安陽)으로 도읍지를 옮긴 후에 기록된 것이다. 이후 상이 멸망할 때 까지 273년간의 갑골문을 연구한 학자들은 갑골문의 특징을 연구하여 작성시대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다. 이런 분류를 정인시기 분류라고 한다. 시기를 구분하는 이유는 왕의 성격과 사회분위기의 변화가 갑골문자의 서체에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1기 : 반경, 소신 ,소을, 무정 왕 때로 강력한 왕이 통치하던 시기. 자유분방하고 원시적 서체가 문자배열에서 드러나며 굵고 강한 필체.

2기: 조경과 조갑 왕의 시대로 갑골문을 통해 볼 때 많은 개혁을 한 시기. 그는 왕실 제사 외의 직계혈족이 아닌 어떤 제사도 용납하지 않았다. 필체는 1기와 비슷하지만 글자크기는 1기보다 작으면서도 짜임새 있고 단정하며, 문장 배열도 정돈되고 문장 사이에 선을 넣어 문단구분도 하였다.

3기 : 늠신, 강정 왕의 시대로 왕정이 짧고 왕권이 약화되던 시기. 왕이 태만하여 사회분위기가 느슨해지고 외부 종족들과 마찰이 잦던 시대로 글자도 힘이 떨어진 필획과 엉성한 문장구조를 가지며 내용도 빈약.

4기: 무을, 문무정 왕의 시대. 왕실의 행정력과 왕권이 약화되고 왕이 정사는 돌보지 않으므로 필체도 산만하고 활달하지가 않다.

5기 : 제을, 제신 왕의 시대입니다. 왕실의 제도를 개선하고 왕권을 강화하던 시기. 서체는 세련되고 작아지며 표현내용도 정제된 가운데 풍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갑골을 보면 문장이 질서정연하고 세련되며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 간지와 동양사상 (음양오행론, 천인상관론 등)

- 음양오행이란?

음양이란 사물(事物)의 현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호(記號)라고 할 수 있다. 음과 양이라는 두 개의 기호에다 모든 사물을 포괄․귀속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오행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元氣), 즉 목․화․토․금․수를 이르는 말인데, 이러한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를 가지고 사물 간의 상호관계 및 그 생성의 변화를 해석하기 위한 방법론적 수단으로 응용한 것이다.


= 태극․음양․오행

음과 양의 상반된 세력의 상호작용은 우주형성과 만물생성의 근원이 된다.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태초(太初)에는 텅 빈 공간이었고 …… 우주에 기(氣)가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 가볍고 맑은 기가 퍼져 하늘이 되었고, 무겁고 탁한 기가 응취되어 땅이 되었다.” 고 하였다. 이와 같이 태극은 천지만물의 시초이며, 천지가 나누어지기 전의 혼탁 청허한 상태를 말한다.

태극이 청탁으로 말미암아 음양으로 나뉘고 천지가 생기게 되는데, <주역(周易) 계사(繫辭)>에는 “역에는 태극이 있고, 이것이 양의(兩儀)를 생기게 하고, 양의(兩儀)는 사상(四象)을 생기게 하고, 사상(四象)은 팔괘(八卦)를 생기게 한다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라 하였다. 양의(兩儀)는 곧 음양(陰陽), 천지(天地), 건곤(乾坤)이고, 사상(四象)은 사시(四時), 사방(四方)이다. 팔괘는 음효와 양효가 각각 3개씩 결합된 것을 한 괘로 하는 여덟 가지의 서로 다른 배열의 조합이며, 하늘․땅․우뢰․바람․물․불․산․연못의 자연현상을 상징하고, 이름을 건(乾)‧곤(坤)‧진(震)‧손(巽)‧감(坎)‧리(離)‧간(艮)‧태(兌)라 하였다.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은 음양론(陰陽論)과 오행론(五行論)을 합하여 부르는 것이다. 음양론(陰陽論)은 어떤 사물이라 할지라도 음기(陰氣)와 양기(陽氣)의 운동변화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본 것이며, 오행론(五行論)은 모든 것이 木, 火, 土, 金, 水 다섯 가지 기본 물질의 운동변화에 의해 통일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은 모두 자연을 인식하고 자연 현상을 해석하고, 자연 규율을 탐구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서주(西周)시대에 이미 성행하였다고 하는데, 그 초기의 자료가 <周易>, <左傳>, <尙書> 등의 고전문헌에 보존되어 있다.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형성은 고대 철학과 자연과학의 진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음양오행의 방법론을 통해서 당시의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수(歷數), 기상(氣象), 의학(醫學)과 농사(農事), 야금(冶金) 등 각종 자연과학을 종합적으로 발전시켰다.


= 陰陽

<소문(素問)  음양응상대론(陰陽應相大論)>에 “음양이란 것은 천지의 도이다. 만물의 강기이고, 변화의 부모이니 생살의 본시이고 신명의 기호이다. 병을 치유하려면 반드시 근본에서 구한다 陰陽者, 天地之道也, 萬物之綱紀, 變化之父母, 生殺之本始, 神明之府也, 治病必求於本.”라 하였는데, 이것은 음양(陰陽)으로 상대속성(相對屬性)과 소장변화(消長變化)를 이해하고, 자연 현상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며 자연법칙을 탐구하는, 일종의 우주관이며 방법론임을 설명하고 있다.


음과 양의 최초의 의미는 햇빛의 향배방향(向背方向)을 가리켜서 말한 것으로, 해를 향하면 양(陽)이고, 해를 등지면 (陰)이다. 햇빛의 向背는 광선의 명암으로 나타나므로 <설문(說文)>에 음양의 뜻을 해석할 때 음(陰)은 ‘어둠(暗)’, 양(陽)은 ‘밝음(明)’으로 해석하였다. 산의 남쪽이 태양을 향하면 산의 북쪽은 태양을 등지고, 태양을 향하면 뜨겁고(熱) 태양을 등지면 차갑다(寒).

이후 점차 그 뜻을 넓혀서 천지(天地), 일월(日月), 주야(晝夜), 한서(寒暑), 수화(水火), 자웅(雌雄) 등 상반된 자연현상과 상하(上下), 좌우(左右), 내외(內外), 남북(南北), 동서(東西) 등 상반된 방위공간과 동정(動靜), 진퇴(進退), 승강(昇降), 출입(出入) 등 상반된 운동상태와 강건(剛健), 유순(柔順) 등 상반된 성질을 음양으로 그 속성을 확정하였다. 그래서 <局方發揮>에서는 “음양은 진실로 對待로써 말한 것이지 정해진 것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1. 음양의 기본개념


1) 음양의 상대성

사물과 현상은 다방면으로 음양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공간, 위치를 음양으로 나누면 위, 오른쪽, 밖, 동․남은 양이고, 아래, 오른쪽, 안, 서․북은 음이다. 시간과 계절로 음양을 나누면 낮과 봄․여름은 양이고, 밤과 가을․겨울은 음이며, 사물의 성질로 음양을 나누면 뜨겁고, 강하고 가볍고 맑은 것은 양이고, 차갑고 부드럽고, 무겁고 탁한 것은 음이다. 사물의 운동으로 나누면 運爲陽, 靜爲陰; 數疾爲陽, 遲緩爲陰; 上升外出爲陽, 下降內入爲陰; 進爲陽 退爲陰 등이며, 동일한 범주, 단계에 속하는 상대적 사물을 음양으로 나누면 하늘과 해, 불, 수컷은 양이고, 땅과 달, 물, 암컷은 음이 된다.


2) 음양의 보편성

음양의 상대속성은 자연계에 있는 두 쌍의 물질현상과 그 형태를 개괄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의 형성과 우주에 있는 萬事‧萬物의 무한한 변화는 자연계에 있는 음양 세력의 상호 對立‧制約, 互根‧互用, 消長‧變化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老子의 <道德經>에는 “만물은 음을 지고 양을 포섭한다 萬物負陰而抱陽.” 라 하였고, <素問 陰陽應象大論>에 “음양이라는 것은 천지의 도이다. 만물의 강기이고 변화의 부모이니 생살의 본시이고 신명의 기호이다 陰陽者, 天地之道也, 萬物之綱紀, 變化之父母, 生殺之本始, 神明之府也.”라 하였는데, 이들은 陰陽 相對屬性의 보편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3) 陰陽의 가분성(可分性)

음과 양 자체는 상대적이고, 한 사물의 두 가지 방면이므로, 음양의 어떠한 방면이든지 다시 음양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계속해 나가면 끝이 없게 된다. 이는 <素問 陰陽離合論>의 “陰陽者, 數之可十, 推之可百, 數之可千, 推之可萬, 萬之大, 不可勝數, 然其要一也.”라 한 것과 같다.


2. 陰陽의 기본내용


1) 陰陽의 對立과 制約

음양은 자연계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상호대립하는 음양의 두 방면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上下‧左右‧天地‧動靜‧出入‧升降‧晝夜‧明暗‧寒熱‧水火 등의 관계이다. 음양은 대립적이면서도 또 통일적인 균형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통일(균형)은 대립의 결과에서 나온다. 바꾸어 말해 대립은 둘 사이의 상반적인 일면이고, 통일(균형)은 둘 사이의 相成的인 일면이다. 대립이 없다면 통일(균형)이 있을 수 없고, 상반적인 면이 없다면 상성의 관계를 이룰 수 없다. 음과 양의 두 방면의 상호대립(음양의 대립성)은 주로 그들 사이의 상호제약과 상호소장의 결과 통일을 이루어 즉 동적평형(동태평형)을 이루면 이를 陰平陽秘라 부른다. 예를 들어 춘‧하‧추‧동 사계절의 溫‧熱‧凉‧寒의 기후변화를 놓고 볼 때 춘하의 기후가 온열한 이유는 춘하에는 양기가 상승해서 추동의 寒凉之氣를 억제한 결과로 볼 수가 있고 추동의 기후가 한냉한 이유는 추동의 음기가 상승해서 춘하의 溫熱之氣를 억제한 결과로 볼 수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자연계의 음양이 相互制約(상호제약)하고 相互消長(상호소장)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음양의 상호제약의 과정은 바로 相互消長으로 나타나는데 소장이 없다면 제약도 있을 수가 없다. 인체가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음과 양이 상호제약하고 상호 소장하여 통일(동태평형)의 상태를 이룬 결과이다. 陰과 陽사이에는 상호제약과 상호소장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물은 발전·변화할 수 있고 자연계는 生生不息할 수 있는 것이다.


2) 陰陽의 互根‧互用

음과 양은 대립적이면서도 통일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둘 사이는 비록 상호대립하고 있지만 또한 상호의존하고 있어서 어느 한쪽이든 모두 다른 쪽을 떠나서는 홀로 존재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윗쪽은 陽, 아랫쪽은 陰이라고 할 때 上이 없다면 下라는 것도 있을 수 없으며 역시 下가 없다면 上이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다. 왼쪽을 양, 오른쪽을 음이라고 할 때 左가 없으면 右가 없고 右가 없으면 左가 없으며, 熱을 양, 寒을 음이라고 할 때 열이 없으면 한도 있을 수 없고 한이 없으면 열도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양은 음에 의존하고 음은 양에 의존하여 매 한쪽은 모두 상대방의 존재를 자기존재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음과 양사이의 이러한 상호의존관계를 음양의 호근과 호용이라고 부른다.

음과 양 사이의 호근과 호용관계는 첫째로 물질사이의 상호의존관계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둘째로 개체의 기능 사이에서 또한 상호의존관계가 성립하고, 셋째로 물질과 기능 사이에도 상호의존의 관계가 성립한다. 즉 이것은 음양의 호근‧호용의 이론으로부터 개체의 물질과 물질사이, 기능과 기능사이, 기능과 물질사이의 상호의존관계를 압축하여 개괄한 것이다.


양은 음에 의뢰하여 존재하고 음은 양에 의뢰하여 존재하니 음이 없다면 양을 말할 수 없고 양이 없다면 역시 음을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음과 양 사이에 이러한 호근․호용의 관계가 깨어졌다면 곧 孤陰不生과 孤陽不長의 상태를 이루게 되며 또한 물질과 물질사이, 기능과 기능사이, 기능과 물질사이의 호근․호용의 관계를 실상하게 하여 생명체의 生生不息하는 기전도 깨지게 되며 심하면 “陰陽離決하면 精氣乃絶이라(음양이 결하면 정기내절이라)”의 상태가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3) 陰陽의 消長과 平衡

음과 양 사이의 대립제약, 호근‧호용은 결코 정지되고 불변하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서 발생하므로 이를 특히 消長·平衡이라고 부른다. 소장·평형이란 음양의 평형상태가 정지된 상태에서 발생한 절대적 평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한도와 일정한 시간 내의 陰消陽長과 陽消陰長가운데서 유지되는 상대적 평형을 의미한다. 음양의 소장평형은 사물의 운동은 절대적인데 정지는 상대적이며 소장은 절대적인데 평형은 상대적이라는 기본규율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또한 절대적인 운동가운데에는 상대적인 정지를 포함하고 있고 상대적인 정지가운데는 또 절대적인 운동이 잠복해 있으며 절대적인 소장가운데에서 상대적 평형을 유지하고 있고 상대적 평형 가운데는 또 절대적 소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사물은 절대적 운동과 상대적 정지, 절대적 소장과 상대적 평형 가운데서 생화불식(生化不息)하여 발생과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음양의 소장이 비록 절대적이고 평형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상대평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부단한 소장과 평형이 있어야만 사물의 정상적인 발전을 유지시킬 수 있으며 인체에 대해서 말하면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가 있다. 만약 음소양장만 있고 陽消陰長이 없다면 음양의 상대평형은 파괴되어 음 또는 양의 편성편쇠를 야기하여 음양의 소장에 실조를 초래하게 된다. 인체로 말하면 병리상태가 될 것이다.


4) 陰陽의 相互轉化

음양의 轉化란 음양의 대립하는 양쪽에서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반대방향으로 전화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곧 음이 전화되어 양이 되고 양이 전화되어 음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음양의 상호전화는 일반적으로 사물의 변화과정 중 物極에서 나타나는데 이를 ‘物極必反’이라 한다. 陰陽이 轉化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조건이 구비되어야만 한다. 즉 陰에 重이라는 조건이 있어야만 陽으로 전화할 수 있고 陽에 重이라는 조건이 있어야만 陰으로 전화할 수 있다. 또한 寒은 極의 조건아래에서 熱로 전화할 수 있고 熱은 極의 조건아래에서 寒으로 전화할 수 있다. 여기에서 조건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만약 일정한 조건이 없다면 상대방으로 전화할 수가 없다.



= 五行

‘五行’이란 용어는 <홍범(洪範)‧구주(九疇)>에 최초로 나타난다. ‘五’는 木‧火‧土‧金‧水의 다섯 가지 屬性을 의미하고, ‘行’에는 運行‧運動의 의미가 있다.


1. 五行의 槪念

모든 운동은 음양운동으로 관찰되지만 구체적으로 상세히 관찰하면 다섯 가지의 변화운동으로 관찰되어 진다.

韓東錫은 오행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오행의 개념에 五字를 붙인 것은 우주의 만물은 다섯 가지의 법칙권 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요 行字를 놓은 것은 기운이 취산하면서 순환하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그러므로 行字를 분석하여 보면 彳字(자축거리며 걸을 척, 자축거린다는 의미는 힘없는 다리로 가볍게 자꾸 절둑거리며 걷는다는 뜻이다.)와 亍字(앙감질 촉, 앙감진다는 의미는 한발을 들고 한발로만 뛰어간다는 뜻이다)의 合成字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그 뜻은 오행의 행로는 평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行이란 것은 一進一退를 의미하는 것이니 즉 往+來=行이라는 공식이 되는 것이다.


2. 五行의 意味

<설문해자(說文解字)>, <玉篇>, <白虎通> 등을 근거로 하여 오행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목(木) : 목은 덮음이다. 만물이 땅을 덮고 자란다. 木者 冒也 萬物冒地而生. 木始甲坼 萬物皆始于微.

화(火) : 화는 변화이고 따름이다. 火者 化也 隨也 陽氣用事 萬物變隨也. 盛陽曰炎上.

토(土) : 토는 땅이 만물을 낳고 드러냄이다. 土者 地之吐生物也.

금(金) : 금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金者 可以更改也 久薶不生矣 百煉不輕 從革不違.

수(水) : 수는 북방에 위치한다. 북방이란 음기가 황천 아래에 있는 것이니 만물을 맡아서 기름을 북방이 행한다. 水者 位在北方 北方者 陰氣在黃泉之下 任養萬物 爲北方之行. 衆象水叢流 中有微陽之氣也.


3. 五行의 特徵

오행의 특성은 목, 화, 토, 금, 수인 다섯 요소의 자연현상과 그 성질의 직관으로부터 추상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尙書 洪範>에 설명된 “水曰潤下, 火曰炎上, 木曰曲直, 金曰從革, 土爰稼穡”으로 인식된다.


1) 木의 특성

<尙書 洪範>에 “나무는 굽고 곧다 木曰曲直”이라 하였는데 이는 나무의 특성이다. 曲은 彎曲이다. 直은 不彎曲이다. 曲直의 특성은 가지와 줄기가 곧게 또는 굽으면서 성장하는 樹木의 생장 특징에 따른 것이다. 또한 樹木이 위로 생장하고 사방으로 두루 퍼져 가지가 무성해지는 현상에서 추상하여 生長, 升發, 條達, 舒暢 등의 특성을 이끌어 낸 것이다.


2) 火의 특성

<尙書 洪範>에 “불은 위로 타오른다 火曰炎上”이라 하였는데 이는 불의 특성이다. ‘炎’은 火가 위로 향하여 焚燒하고 극히 뜨거운 것을 지칭한다. 이러한 이유로 炎上은 溫熱, 向上, 蒸騰 등의 추상특성이 있다.


3) 土의 특성

<尙書 洪範>에 “土爰稼穡”이라 하였다. ‘稼’는 곡물의 종자를 심는 것이고, ‘穡’은 곡물을 수확하는 것이다. 실제로 稼穡은 인류가 곡물을 심고 수확하는 농사활동을 의미한다.

만물이 生하는 것이 土의 본성이지 稼穡 그 자체는 土의 본성은 아니다. 그래서 土의 특성이 만물을 承載하고, 만물을 化生하고, 만물의 어미가 되고, 만물이 돌아가는 바가 되므로 “土載四行”이라고도 한다.


4) 金의 특성

<尙書 洪範>에 “金曰從革”이라 하였다. ‘從’은 順從이고, ‘革’은 變更과 改革이다. 從革의 특성은 금속이 사람의 의도에 따라 鎖爍하고 鑄造되어 그릇이 되는 과정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金의 추상특성은 變革, 肅殺, 下降, 淸潔 등이 된다.


5) 水의 특성

<尙書 洪範>에 “水曰潤下”라 하였다. ‘潤’은 潮濕, 滋潤, 濡潤의 의미다. 潤下는 물이 아래로 내려가 만물을 滋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滋潤, 下流, 閉藏, 寒冷이 水의 추상특성이다.


4. 事物의 五行屬性과 意味


1) 事物의 五行屬性 歸類

세상 만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지만, 오행의 속성에 따라 분류하면 모두 귀납시킬 수 있다. 여기서 五運‧六氣와 관련이 있는 사물을 오행의 속성에 따라 取類比象의 방법으로 구분하면, 다음의 표와 같이 歸類된다.


사물의 오행속성 귀류표


     木 火 土 金 水


自然界

五季 春 夏 長夏 秋 冬

五化 生 長 化 收 藏

五氣 風 暑 濕 燥 寒

五方 東 南 中 西 北

時間 平旦 日中 日西 日入 夜半

五音 角 徵 宮 商 羽

天干 甲乙 丙丁 戊己 庚辛 壬癸

地支 寅卯 巳午 辰戌丑未 申酉 亥子

五色 靑 赤 黃 白 黑

五味 酸 苦 甘 辛 鹹

五穀 麥 禾 稷 稻 豆

五果 李 杏 棗 桃 栗

五菜 韮 薤 葵 葱 藿

五畜 鷄 羊 牛 馬 彘

五臭 臊 焦 香 腥 腐

五役 色 臭 味 聲 液


人體

五臟 肝 心 脾 肺 腎

六腑 膽 小腸 胃 大腸 膀胱

官竅 目 舌 口 鼻 耳

形體 筋 脈 筋肉 皮毛 骨

情志 怒 喜 思 悲 恐

五聲 呼 笑 歌 哭 呻

五變 握 憂 噦 咳 慄

五支 爪 毛 乳 息 髮

五精 魂 神 意 魄 志

五液 淚 汗 涎 涕 唾


2) 事物의 五行的 屬性

<前漢書 律曆志>, <이아(爾雅)>, <禮記 月令>, <樂記>, <석명(釋名)>, <說文>, <白虎通>, <玉篇> 등을 근거로 하여 사물의 오행속성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⑴ 時令

봄春 : 봄은 春者 蠢也 物蠢生乃運動, 蠢 作也 出也. 陽氣動物 于時爲春.

여름夏 : 여름은 夏者 假也 寬假萬物 使生長也.

長夏 : 자람은 생장이다. 長者 生長也 言土生長于夏也.

가을秋 : 가을은 秋者 就也 言萬物就成也. 秋者 愁也 愁之以時察守義者也. 秋者 斂也 察嚴殺之貌.

겨울冬 : 겨울은 冬者 藏也 言萬物閉藏也.


⑵ 發展過程

生 : 생은 나아감이다. 움직여 나감과 같다. 만물이 생하기 시작하면 그 모습이 움직여 나아간다. 生者 進也 猶動出也 萬物始生 其象動進.

長 : 장은 생하여 자람이다. 만물이 자라서 무성하면 그 모습이 무성하게 나아간다. 長者 生長也 萬物長盛 其象茂進.

化 : 화는 변화이다. 물이 바뀌는 것을 화라고 한다. 만물이 생하여 화한다. 化者 變化也 革物曰化 萬物化生也.

收 : 수는 취함이다. 만물이 나아가 이루어지면 거두어 취한다. 收者 聚也 萬物就成 取而聚之.

藏 : 장은 藏者 匿也 縮也 萬物潛藏而匿縮也.


⑶ 氣候

風 : 陰陽怒而爲風 風動蟲生 風以動萬物 風以散之.

暑 : 暑者 熱也 煮也 熱如煮物也, 暑者 火之炎氣也.

濕 : 濕者 幽濕也 濕潤而濡養萬物.

燥 : 燥者 猶爍也 從火喿聲 干也, 燥萬物者 沒過乎火.

寒 : 寒者 凍也 寒以成物.


⑷ 方位

東 : 東者 東也 陽氣動 于時爲春.

南 : 南者 枝任也 陽氣任養萬物 于時爲夏.

中 : 中者 中央也 四方之中曰中央.

西 : 西者 遷也 陰氣遷落物 于時爲秋.

北 : 北者 相背也 伏也 陽氣伏于下 于時爲冬.


⑸ 時間

平旦 : 平旦爲天將曉時 陰進而陽受氣 于時爲春.

日中 : 日中爲日當中天 陽氣正隴爲重陽 于時爲夏 隴作隆.

日西 : 日西爲日偏西 陽氣衰 于時爲長夏.

日入 : 日入爲天將昏時 陽盡而陰受氣 于時爲秋.

夜半 : 夜半爲合夜 陰氣正隴爲重陰 于時爲冬 隴作隆.


⑹ 五音

角 : 角者 觸也 物觸地而出戴芒角也.

徵 : 徵者 祉也 物盛大而繁祉也. 祉同止.

宮 : 宮者 中也 居中央 暢四方.

商 : 商者 章也 物成熟可以章度也.

羽 : 羽者 羽也 物聚藏宇覆之也. 宇者 四方上下覆蓋也.


⑺ 天干‧地支(제3장 참조)


十干 


갑은 만물이 甲者, 言萬物剖符甲而出也.

乙者, 言萬物生軋軋也.

丙者, 言陽道著明 故曰丙.

丁者, 言萬物之丁壯也.

庚者, 言陰氣庚萬物 故曰庚.

辛者, 言萬物之辛生 故曰辛.

壬之爲言, 任也. 言陽氣任養萬物于下也.

癸之爲言, 揆萬物可揆度 故曰癸.


十二支 

子者, 滋也. 滋者, 言萬物滋于下也.

丑者, 紐也. 言陽氣在上未降, 萬物厄紐, 未敢出也.

寅者, 言萬物始生螾然也. 故曰寅.

卯之爲言, 茂也. 言萬物茂也.

辰者, 言萬物之蜄也.

巳者, 言陽氣之已盡也.

午者, 陰陽交, 故曰午.

未者, 言萬物皆成有滋味也.

申者, 言陰用事, 申賊萬物, 故曰申.

酉者, 萬物之老也. 故曰酉.

戌者, 言萬物盡滅, 故曰戌.

亥者, 該也. 言陽氣藏于下, 故曰該也.


⑻ 五色

靑 : 靑者 生也 風和日麗 萬物生時之色也.

赤 : 赤者 朱色也 萬物成長 盛陽之色也.

黃 : 黃者 中也 化生萬物 地之色也.

白 : 白者 素也 潔也 秋之氣和 色白而收藏也.

黑 : 黑者 晦也 月終也 月終猶如年終也. 晦者 昏暗也 萬物閉藏 陽氣潛于下也.


⑼ 五味

酸 : 酸者 木味也 木曰曲直 曲直作酸.

苦 : 苦者 火味也 火性炎上 炎上作苦.

甘 : 甘者 土味也 土爰稼穡 稼穡作甘. 爰者 曰也.

辛 : 辛者 金味也 金曰從革 從革作辛.

鹹 : 鹹者 水味也 水曰潤下 潤下作鹹.


⑽ 臟

肝 : 肝者 干也 其體狀有枝干也. 凡物以木爲肝. 肝之爲言干也.

心‧心包 : 心者 中也 中心曰心. 日出當中也. 包者 圍也 爲心之外圍.

脾 : 脾者 裨也 裨助胃氣以化穀也.

肺 : 肺者 勃也 言其氣勃鬱也; 又沛也 言草木蔽茂也.

腎 : 腎者 引也 主引水氣也.


⑾ 腑

膽 : 膽者 擔也 言擔事物也, 膽屬陽木 爲肝之腑 同主春令.

小腸‧三焦 : 腸者 暢也 言通暢胃氣也; 焦者 象火類也 色赤屬陽之謂也. 小腸屬陽火 爲心之腑 同主夏令.

胃 : 胃者 圍也 圍受食物也. 胃屬陽土 爲脾之腑 同主長夏大腸 : 腸者 暢也 言通暢胃氣. 大腸屬陽金 爲肺之腑 同主秋令.

膀胱 : 膀者 橫也; 胱者 廣也 言其體橫廣而短也. 膀胱屬陽水 爲腎之腑 同主冬令.


5. 五行의 生‧剋 原理


1) 오행 생‧극의 일반개념과 원리

生은 相生, 剋은 相剋이다. 상생에는 서로 資生하고 촉진하는 의미가 있고, 상극에는 서로 제약하고 剋勝하는 의미가 있다.


사물의 생장‧발전‧변화‧쇠퇴 등의 과정은 각 단계가 독립적이거나 연관성이 없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자생케 하고 서로 촉진케 하며 동시에 서로 제약하거나 극승하는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상생의 작용이 없으면 사물은 존재할 수 없고, 사물이 존재하지 않으면 상극도 있을 수 없다. 또한, 상극이 없으면 자극이 없게 되어, 사물이 발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


일반적인 生‧剋 원리의 예를 들면, 상생5)은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 水生木이고, 상극은 金剋木, 木剋土, 土剋水, 水剋火, 火剋金이다.


2) 오행 생‧극의 의미

오행의 생극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생극관계를 의미하는데, 생하는 것은 母라 하고, 생해지는 것은 子라 한다. 즉, 木生火의 경우에 있어서 목은 화의 모가 되고, 화는 목의 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극하는 것은 내가 극하는 것이고, 극하여지는 것은 나를 극하는 것이다. 즉, 木剋土의 경우에 있어서 목은 내가 극하는 것이고, 토는 나를 극하는 것이다. 이때에 목은 토가 이길 수 없는 것이 되고, 토는 목이 이기는 것이 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⑴ 木生火

봄은 목, 여름은 화이다. 봄에는 陽氣가 처음 만들어지므로 少陽이 되고 기후는 따뜻하다. 여름은 양기가 활발하므로 太陽이 되고 기후는 덥다. 더운 것은 화가 된다. 즉,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게 되면 양기는 점점 활발하게 되어 소양에서 태양으로 변하므로 목생화가 된다.


肝은 목의 장[木臟]이고 心은 화의 장[火臟]인데, 목의 성질은 升發하고 화의 성질은 炎上하므로, 승발은 염상을 돕는다. 이와 같이 肝藏血과 心主血에 있어서 心血의 운행은 간의 조절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肝生心이 되는 것이다.


⑵ 火生土

여름은 화, 長夏는 토이다. 여름의 기후는 덥고 장하의 기후는 습한데, 토의 습한 기는 화의 陽熱한 기에 의하여 만물을 성장시키게 되므로 화생토가 되는 것이다.


心은 화의 장이고 脾는 토의 장[土臟]인데, 비의 運化작용은 心火가 데워줌으로써 가능하다. 心主血과 脾統血에 있어서, 비의 통혈작용은 심의 주혈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心生脾가 되는 것이다.


⑶ 土生金

장하는 토, 가을은 금이다. 토의 성질은 땅과 같이 부드럽고 금의 성질은 하늘과 같이 강인한데, 땅의 기운이 상승하면 구름이 되고 하늘의 기운이 하강하면 비가 되니, 구름으로부터 땅의 기가 나오게 되므로 토생금이 되는 것이다.


비가 토의 장이고 肺는 금의 장[金臟]인데, 폐는 전신의 기를 주관하고 비는 氣血을 生化케 하는 근원이 되므로 脾生肺가 되는 것이다.


⑷ 金生水

가을은 금, 겨울은 수이다. 가을은 기후가 서늘하고 겨울은 찬데, 서늘한 기후는 찬 기운이 조금 있는 것이고, 서늘한 기운이 변하여 찬 기운인 수가 되므로 금생수가 되는 것이다.


폐는 금의 장으로 上焦에 위치하며 腎은 수의 장[水臟]으로 下焦에 위치하는데, 상초는 안개나 이슬처럼 수분을 확산시킨다. 신은 水液을 주관하는데, 肺氣가 하강함으로써 신의 수액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肺生腎이 되는 것이다.


⑸ 水生木

겨울은 수, 봄은 목이다. 목은 少陽의 기이며 소양의 기는 매우 미약한 양기로 생성되는데, 물속에 있는 미약한 양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여 수분이 위로 올라가 나무를 적시게 되므로 수생목이 되는 것이다.


신은 수의 장이고 간은 목의 장으로, 목의 生發하는 기운은 수의 滋養하는 기운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腎藏精과 肝藏血에 있어서 精은 血로 변하고 간은 혈을 저장하는데, 간의 陰血이 충족하게 되면 肝陽이 과도하지 않게 되므로 腎生肝이 된다.


⑹ 金剋木

가을은 금으로 그 기후는 맑고 서늘하며 하강하는 성질이 있고, 봄은 목으로 그 기후는 따뜻하며 상승하는 특징이 있는데, 하강하는 성질은 상승하는 성질이 지나치게 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금극목이 되는 것이다.


폐는 금의 장으로 肅降하고 간은 목의 장으로 승발하는데, 폐의 숙강이 肝陽의 上亢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肺剋肝이 되는 것이다.


⑺ 木剋土

봄은 風木이며 바람은 발산하는 성질이 있고, 장하는 습토이며 습기는 뭉쳐지는 성질이 있다. 土濕의 기후가 만물을 생장시킴에 있어서, 지나치게 뭉쳐지지 않는 것은 풍목의 발산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극토가 되는 것이다.


간은 목의 장으로 그 성질이 소통되어야 하고, 비는 토의 장으로 그 성질이 습윤하여야 한다. 습은 항상 쌓여 정체하기 쉬운데, 간의 소통작용에 의하여 脾濕이 지나치지 않게 조절되므로 肝剋脾가 된다.


⑻ 土剋水

토는 땅 즉 대지와 같이 敦厚하고 수는 땅속에 스며들어 흘러 다니는 물인데, 물이 땅위로 지나치게 넘치지 않는 이유는 땅이 밖에서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극수가 되는 것이다.


비는 토의 장으로 水穀을 運化해서 기혈을 생성하고, 신은 수액을 주관한다. 기에 의해 수액이 순환하는데, 기는 비에서 생성되므로 비가 정상적이면 수액의 순환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에 脾剋腎이 되는 것이다.


⑼ 水剋火

겨울은 수로서 그 기후는 싸늘하고, 여름은 화로서 그 기후는 덥다. 그러나 시원한 기운은 더위를 이길 수 있으므로 수극화가 되는 것이다.


신은 수의 장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고, 심은 화의 장으로 불꽃과 같이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신에 잠재되어 있는 眞陽은 腎水를 움직여서 심으로 보내어, 심화가 지나치게 죄는 것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腎剋心이 되는 것이다.


⑽ 火剋金

여름은 화로서 상승하는 성질이 있고, 가을은 금으로서 하강하는 성질이 있다. 상승하는 기운은 하강이 지나치게 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화극금이 되는 것이다.


심은 화의 장으로 불꽃과 같이 위로 타오르는 기운이 있고, 폐는 금의 장으로 숙강하는데, 심의 타오르는 기운은 肺金의 숙강이 지나치게 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心剋肺가 되는 것이다.


3) 生‧克 原理의 특징

첫째는, 相生과 相克은 결코 어느 하나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生속에 克이 있고(生中有克) 克中에 生이 있다는 사실이다(克中有生). 이를 다시 순환하는 五行相生과 相克의 원리 속에서 살펴보면 生中有克은 木을 예로 하여 살펴보면 木을 生하는 것은 水이고 木이 生하는 것은 火인데 水와 火사이에는 相克의 관계가 성립하니 生속에 克이 있는 것이 된다. 克中有生은 역시 木을 예로 하여 살펴보면 木을 克하는 것은 金이고 木이 克하는 것은 土인데 土와 金사이에는 相生의 관계가 성립하니 克 중에 生이 있는 것이 된다.


6. 五行의 勝‧侮

오행의 乘‧侮는 오행의 相乘과 相侮이다. 상승은 극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고, 상모는 역으로 극을 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계는 정상적인 생극관계가 파괴되어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관계이다. 예를 들어, 금은 원래 목을 극하는데 금기가 과잉하게 되면 과잉한 금기가 목을 乘하게 되어, 금이 목을 지나치게 극하는 관계가 된다. 또, 화는 원래 금을 극하는데 금기가 과잉하게 되면 지나친 기운 때문에 화가 역으로 당하게 되니, 이를 “氣有餘 則制其所勝 而侮其所不勝”이라 하였다.


그리고, 금은 원래 목을 극하는데 금기가 부족하게 되면 화가 승하게 되고 동시에 목이 역으로 금을 업신여기게 되니, 이를 “氣不及 則己所不勝 侮而乘之 己所勝輕而侮之”라 하였다. 그 밖의 관계도 이와 같다.


- 10천간 12지지와 결합한 음양오행

오 행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10 간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12 지

인, 묘

사, 오

진, 술, 축, 미

신, 유

해, 자



- 천인상관, 천인상응, 천인감응론

천인상관론은 하늘과 인간이 서로 통한다는 이론으로 오덕종시설 등이 이것의 한 영향으로 나온 학설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하늘의 일이 땅의 일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생각하여 하늘의 일을 관측하는 것을 중요시 하였다. 천자라는 말이나 천문관측을 천자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러한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天圓地方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만물은 기를 통해서 생성이 된다고 믿었는데, 이것은 一氣가 맑고 가벼운 氣와 탁하고 무거운 氣로 나뉘어 둘의 작용으로 인하여 만물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이 처음 나타나는 것이 '淮南子'의 天文訓이다.

고대에는 지금처럼 모든 나라가 언제나 똑같은 달력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왕조가 바뀌면 역법은 물론 모든 제도가 바뀌게 되었는데, 그렇게 바꾸게 된 바탕에는 受命改制라는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秦나라의 경우 水를 기본으로 삼아서 이연걸이 출연한 '영웅'이라는 영화에서 보이듯이 복장이나 깃발 등에 검은색을 사용하였고, 또한 역법에서는 일년의 시작을 10월로 삼았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漢나라는 受命改制의 논리에 따라서 秦나라의 水를 이기는 火를 기본으로 삼는다. 그에 맞추어 한나라는 자신들의 모든 제도를 재정비하게 된다. 이와 같이 역법의 개혁 및 제도의 개혁은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명개제의 논리에 따라서 이루어졌다. 이는 비단 왕조의 교체만이 아니라 새로운 왕이 새로운 기운을 일으키거나 할 때에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개혁을 행하였다.


受命改制의 정치사상은 天子가 天命에 의해 새로운 왕조를 새웠음을 알리기 위해 여러 제도를 바꾸어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진시황의 경우 추연이 주장한 五德終始說에 의거하여 周왕조의 火德을 秦이 水德으로 이었다고 하면서 1년의 시작을 一月에서 十月로 바꾸었는데, 이것을 改曆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개력은 前漢시대 원봉 7년(기원전 104년)에 있었다. 원봉 7년에 연호를 太初로 하면서 개력하여 그것을 太初曆이라고 부른것이 그것이다.

태초력은 1달을 1삭망월(달의 위상변화)으로, 1년을 12개월으로 하고 윤달을 19년에 7번 두는 형태이다. 19년간의 달 수는 19*12+7=235(월)이 되고, 1년의 평균일수는 29 43/81*235/19=365 385/1539(일)이 된다. 이 값은 이전 사분력의 상수값인 365 1/4과 차이가 있다.


한 무제에 이르게 되어 천인상관의 정치이념이 확립되게 된다. 당시에 천은 역법에 의해 파악되는 법칙성과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초법칙적인 의지적 행위가 동시에 인정되는 존재였다. 법칙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하늘은 과학적 객관적 대상이지만, 초법칙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하늘은 인간의 행동과 의지를 규정하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역법은 천인상관의 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그러한 하늘의 의지가 천체현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파악했기에 가능한 한 천체현상을 잘 관찰해야 했고, 그 결과 력은 오늘날 같은 실용적인 달력이 아니라 일종의 천문계산표의 형태가 되었다. 그래서 개력을 하고자 할 때는 천문상수의 재정립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 이런 천문상수에 형이상학적 설명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천문상수로 음률을 설명하는 것을 보자. 음에는 陽音인 율과 陰音인 려가 있는데, 율에는 황종, 태주, 고선, 이칙, 유빈, 무역 육율이 있고 려는 임종, 남려, 응종, 대려, 협종, 중려 육려가 있다. 이 속에 천지인 삼통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이것의 의미가 다음과 같이 보인다.


"육율과 육려가 있어 十二個月이 이루어지고, 五音階에는 각각 淸音과 濁音이 있어 十日로 一周를 마친다. '좌전'에는 '天은 六, 地는 五라는 것이 정해지는 수이다.' 라 하며 또 天은 六氣가 있고 지상에 하강하여 五味를 낳게 한다. 五와 六은 天數(一三五七九)의 가운데 있는 五와 地數(二四六八十)의 가운데 있는 六이 겹친 것이며, 이것을 받아 백성이 태어난다.

十干에는 甲이 붙는 것이 여섯 개(甲子甲寅甲辰甲午甲申甲戌) 있고, 十二支에는 子가 붙는 것이 다섯 개(甲子丙子戊子庚子任子)가 있다. 五와 六을 합친 十一에 의하여 천지의 도는 다한다. 이는 끝을 맺고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태극이란 중앙에 위치하는 만물의 근원인 氣이다. 따라서 이것을 황종으로 하고 그 용적은 1약의 양을 넣는다. 그 율관의 길이를 제곱하면 八十一이 되기에 팔십일을 日法으로 한다. 황종은 도량형의 길이, 부피, 무게를 낳는 근본이며 禮樂이 이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율력지를 보면 위의 설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율력지는 음율을 바탕으로 도량형, 덕, 력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이것들을 연관짓는 것은 바로 수이다.

"수란 一十百千萬이다. 이는 사물을 재거나 셈하는 것이며, 만물이 하늘에서 얻은 각 성질에 숨은 근본적인 理法에 따른 것이다. '서경'에 '먼저 셈을 하여 만사를 정한다' 는 것은 이를 가리킨다.

수는 본래 황종의 수, 즉 一에서 비롯되었으며 一에서 시작하여 一에 三을 곱하여 三으로 하고 차례로 三을 곱하여 子丑寅 이하의 十二辰의 수를 거치면 十七萬七千百四十七을 얻는다. 그리하여 음양오행의 변화인 一十百千萬의 다섯 수가 갖추어진다.

역에 '天을 三, 地를 二로 삼는다' 라고 한다. 天數(홀수)는 一에서 시작하여 二十五로 끝난다(1+3+5+7+9=25). 이 뜻은 三에 의하여 天數를 다스리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놓으면 三을 얻고, 이 三과 二十五分의 六을 二十五번 놓아서 天數를 마치면 八十一을 얻는다(3 25/6*25=81, 삼통력의 日法). 天과 地의 각각 다섯개의 數位가 합쳐서 끝나는 수 十을 이 終天의 數에 곱하면 八百十分이 된다. 이 八百十은 력의 一統, 즉 千五百三十九歲(日法 81을 閏法 19에 곱한 것이 一統인 1539이다. 三統은 一元의 行數 4617)의 章數에 대응하고, 율관에서는 황종의 용적에 해당한다. 이 원리에 의하여 십이율의 관의 크기를 셈하여 가는 것이다."


십간 십이지에 의한 12진법과 60진법은 역법에서 뿐만 아니라 역반 구성의 기본원리가 되어 있다. 이 두 주기는 사방위를 매개로 이오행과 결합된다. 이렇게 하여 모든 요소, 주요 방위, 색채, 온갖 사물에 의하여 상징되어 있으면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7행성을 음악에 대응시키는 일이 과제였는데, 그것을 7음율로 성립한 사람이 바로 피타고라스이다.


- 천원지방의 수량화

노자계통은 1(혼돈) - 2(음양) - 3(和氣) - 만물. 이 계통은 3을 강조해서 3이라는 숫자가 여러 제도나 관습에 사용되었다. 또한 주역계통은 1(태극) - 2(음양) - 4(사상) - 8(팔괘). 4나 8이라는 숫자는 천지자연이나 인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면 두 계통은 모두 1, 2를 공통으로 갖되, 3을 강조하느냐 4를 강조하느냐의 차이를 가진다. 그런데 3 - 천(天) - 양(陽) - 홀수이고, 4 - 지(地) - 음(陰) - 짝수 이다. 12, 24, 36, 72, 144, 216, 360, 11520 등 주역의 천지구도를 설명하는 수는 모두 3과 4의 조합이다. 이러한 천과 지의 우위관계는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해왔다.

중심수 5, 6은 <국어 주어>에 보면 “天六地五 數之常也.” 라 한다. 또한 <한서>에는 “무릇 5와 6은 천지의 中合이다. … 그러므로 일에는 6갑이 있고, 진에는 5자가 있으며, 11이 되어 천지의 도가 완성되며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고 말한다. 이를 통해 5와 6은 오행설이 우위를 차지하기 전에는 같은 무게를 지녔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5장 6부가 그렇다.

시간, 천지, 계절 등의 질서를 규정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삼분 손익법이 있다. 삼분 손익법은 9-(9*1/3)=6 6+(6*1/3)=8 이와 같이 계산하는 방법으로 9를 기준으로 1/3 씩 가감하여 만들어지는 6, 8, 9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체계이다. 이는 목성의 12방위법에 근거하고 있다.

9:6:8의 비율관계의 유래는 천원지방설에 근거하고, 황종 9의 제곱수 81은 태초력의 일력으로 사용된다. 3:4:5는 천지의 생성과 구조에 연관되며, 9:6:8은 우주의 운동과 변화에 연관된다.


. 간지와 책력의 만남

曆法은 일종의 法이다. 그러나 군주가 정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력은 어떤 형태로든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는 성립할 수 없었다. 또한 책력을 정하기 위해서는 천문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꾸준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필요하다.


천문과 관련하여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점성술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경우 점성술이 무척 발달하였는데, 그것은 메소포타미아의 특수한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기에 하늘의 변화에 대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메소포타미아의 점성술은 유럽으로 넘어가서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아무튼 점성술은 천체현상과 인간 운명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려고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점성술은 국가나 군주의 운명을 점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하늘의 변이를 군주의 잘못이나 국가에 일어나게 될 중대한 일을 예고하는 조짐으로 파악한 것이다.

- 음력(陰曆)과 양력(陽曆)


인류가 역법(曆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태양과 지구, 달의 변동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관측의 대상에 따라 태음력(太陰曆)과 태양력(太陽曆), 태음태양력(太音太陽曆)의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太陰曆(태음력)

달의 삭망(朔望)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역법(曆法)으로 태음태양력을 줄여서 태음력이라고도 하나 주로 순태음력을 가리킨다. 태음력은 달이 29.53059일(1삭망월)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차고 기우는 데서 자연적으로 생겼다. 대부분의 고대력은 태음력으로 출발하여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 또는 태양력으로 변해갔다.

현재는 터키 ·이란 ·아라비아 ·이집트 등 이슬람지역에서 사용하는 이슬람력이 순태음력으로 남아 있다. 순태음력에서는 29일의 작은달과 30일의 큰달을 번갈아 배치하여 1년을 12달의 354일로 하고, 30년에 11일의 윤일을 두어 달의 삭망과 날짜가 일치하도록 하고 있다.


太陽曆(태양력)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曆法)으로 태음력(太陰曆)과 상대되는 역법이다. 태양력의 기원은 이집트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에서는 일찍부터 나일강(江)이 범람할 때면 동쪽 하늘의 일정한 위치에 시리우스(큰개자리 α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태양력을 만들 수 있었다. BC 18세기경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고, 이것을 30일로 이루어진 12달과 연말에 5일을 더하는 식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 시리우스와 태양의 관계를 좀더 자세히 관측하여 1년이 365.25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율리우스력에 채용되어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 생겼고, 1582년 다시 1년의 평균길이를 365.2425일로 하는 그레고리력에 인계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레고리력에서는 4년마다 윤년을 택하되, 100으로 나뉘는 해는 윤년으로 하지 않고, 다시 400으로 나누었을 때 나뉘는 해는 윤년으로 하는 등 복잡한 역법이 이용된다.


太陰太陽曆(태음태양력)

달의 운행(朔望月)에 기준을 두면서 계절(太陽年)에도 맞춘 역법(曆法)으로 큰달(30일)과 작은달(29일)을 조합하여 12개월(平年) 또는 13개월(閏年)을 1년으로 하는데, 평년에는 354일과 355일, 윤년에는 383일과 384일의 네 가지 1년이 있다.

치윤법(置閏法)으로는 처음에는 2년에 1회 윤달을 두었는데, 나중에 19년에 7회 윤달을 두는 메톤법(法)이 채용되었다. 큰달과 작은달을 배치하는 방법에는 평삭(平朔:평균삭망월 29.53059일에 맞추는 것)과 정삭(定朔:실제의 삭망에 맞추는 것)이 있다.

평삭에서는 큰달과 작은달이 교대로 나타나며 단지 16개월 또는 17개월마다 큰달이 3회 계속된다. 정삭에서는 달의 운동이 같지 않은 데서 큰달 또는 작은달이 4회 계속되는 일이 있다. 서양의 역은 모두 평삭이었으며, 한국과 중국의 역도 처음에는 평삭이었으나, 나중에 정삭으로 변하였다.


- 농사력과 간지

절기의 운행과 간지의 관계


- 천체력과 간지



. 간지력과 농사

- 자연의 순환(시간, 공간, 계절, 인간, 자연, 우주․천체)과 간지력

자연점성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점 등과 같은 숙명점성술 등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숙명점성술의 경우 넓게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좁게는 개인의 길흉화복을 예견하는데 사용되는 점성술이다. 그러나 자연점성술은 자연의 변화를 예견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지상의 기상 등 물리 현상이 천체에 의하여 지배된다는 사상 하에 천체의 변화를 관측하고 그를 바탕으로 자연의 변화를 예견하고자 한 점성술이다.


이 자연점성술의 한 예를 들자면, 1951년 미국의 기상학자 넬슨Nelson을 들 수 있다. 그는 전리권에 대한 천체의 영향을 조사하여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그의 관찰 결과 전리권의 경우 태양의 흑점 활동과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는데, 태양의 흑점이 증가할 경우 전리권도 불안정해 진다고 한다. 이러한 관측 결과는 또한 점성술에서 마찬가지이다. 점성술에서도 전리권이 평온할 경우에는 좋은 해석이 많고, 전리권이 불안정할 경우에는 나쁜 해석이 많이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는 달의 위상변화와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달의 영향이 조수간만의 차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수간만의 차는 달과 태양의 인력으로 인해서 바닷물의 높낮이가 변하는 현상인데, 초생달과 보름달의 경우 사리가 일어나고 상현이나 하현달의 경우는 조금이 일어나게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달의 위상변화는 조수간만의 차 뿐만이 아니라 강수량의 차이도 가져온다고 한다. 브래들리(James Bradley 1693~1762)라는 학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초생달과 상현달 사이와 보름달과 하현달 사이에 강수량의 최대치가 나타나고, 상현달과 보름달 사이와 하현달과 그믐달 사이에는 강수량의 최소치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강수곡선을 점성술에서 사용하는 액일 곡선과 비교해보면, 강수의 최대최소치가 절묘하게도 액일의 최대최소치와 맞아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의 두 경우에서처럼 천체의 변화는 분명 지상- 지구-라는 물리적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이 틀림없다. 점성술을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예언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경우 미신적 성격과 비과학이라는 딱지를 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사의 예언도구가 아닌 천체와 물리적 환경의 관계라는 측면만을 놓고 보면 양자 간의 관계와 주기성, 규칙성을 살펴볼 수 있으며 과학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기상학이라는 학문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상학은 지구 내의 물리적 요소들만으로 자연변화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일기예보가 그것의 한 활용법이다. 그런데 일기예보의 정확성은 반반의 확률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일의 날씨가 예보와 맞으면 정확한 것이고, 틀리면 욕이나 얻어먹고 만다. 이렇듯 자연점성술도 일기예보 처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 간지력과 농사

- 옛농서에서 보이는 간지력의 쓰임

-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과 간지력



. 맺는 글

- 우리네 조상들은 시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셈하며 살았는지 ……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 자연의 순환․주기성과 간지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 …… . 간지는 미신인가? 과학인가? …… 우리 전통 문화로서의 간지 …… 농사와 간지의 상관성 …… 등등의 이야기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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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력農事曆은 어느 한 지역의 실질적인 농사현실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팝나무 꽃이 필 때 벼를 심는다.' 라는 식으로 계절의 흐름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각종 농자재가 발달하여 계절의 변화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논과 밭에서 벼농사와 잡곡농사를 진행하는 것은 계절의 제약을 받습니다. 계절의 변화라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그에 맞는 각각의 농작업을 수행해야 수확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때 그 기준으로 채택되는 것이 바로 지난 시간에 안철환 선생님에게 배운 24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4절기는 태양이 1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에 기초하여 그것을 24개의 구간으로 나눈 것인데, 보통 한 달에 2개씩의 절기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24절기는 계절의 변화를 보다 일차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절기의 변화와 순서에 따라 농사일을 진행하는 것은 농작업을 제때에 실행하는 것이 되는 것이지요. 즉 농작업의 적기를 염두에 둘 경우 24절기를 파악하여 이를 토대로 매년 어느 절기에 어떠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옛 사람들도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았을 경우 1년의 계절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결국 태양의 움직임에 기초한 24절기이기에 농업기술의 정리 작업 산물인 농사력에서도 24절기가 중요한 기준으로 채용됩니다.


17세기 초반 고상안은 '농가월령'에서 24절기에 따라 각 절기에 수행해야 할 주요한 농작업을 정리하면서 각 절기에 맞는 농작업을 시기를 어기지 말고 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상안은 이러한 입장을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벼슬을 그만두어 한산한 지 여러 해가 지나 자못 민사(民事)에 늦출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어 겨를을 내어 손으로 농가월령을 지었는데, 십이삭(十二朔)으로 이십사기(二十四氣)를 참고하였다. 무릇 농가의 마땅히 힘쓸 바를 달마다 절기마다 때를 놓치지 않게 하고, 오곡의 파종에서 조습(燥混)의 마땅함을 잃지 않게 하였다." 농가월령의 서문을 살피면 그때 당시에는 달의 움직임을 통해서 1년의 주기를 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달이 찼다가 이울어지는 것을 한 달(29.53059일)로 하여, 그것이 열두 번(十二朔)이 되는 때가 바로 1년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태음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태음력만을 사용하게 되면 어느 때는 설이 봄이었다가 어느 때는 설이 겨울이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달의 1년 주기가 약 354일 반면 태양의 1년 주기는 365.2422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렵채집이나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한 곳에 정착하여 제 때에 농사를 지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교는 지금도 순수 태음력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슬람 최대 행사인 라마단 같은 경우 계절이 일정하지 않다고 하지요.


이러한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윤달을 사용하게 됩니다. 윤달을 두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19태양년에 7개월의 윤달을 두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19태양년은 235태음월과 같은 일수가 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19태양년은 365.2422일(태양 1년 주기)×19 = 6939.6018일이고, 235삭망월은 29.53059일(달 1년 주기)×235 = 6939.6887일이 되어 차이가 2.09시간 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6939일을 동양에서는 장(章)이라고 하는데 이는 BC 600년경인 중국의 춘추시대에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순수 태음력을 썼을 때 생기는 계절과 월이 맞지 않는 단점이 해결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한 달력을 바로 태음태양력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음력이라고 하는 것은 이 태음태양력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달력을 계산하여 정하고 반포하는 일은 국가의 중대사였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달력을 사거나 선물을 받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지요. 날짜를 더하는 규정만 알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태음태양력에서 절기를 정하는 일 같은 경우에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평기법과 정기법이라는 것인데, 예로부터 우리가 사용한 방법은 평기법이라 합니다. 이 방법은 동지를 기점으로 24절기를 균등하게 나눈 15.218일 간격으로 각각의 절기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지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일이 무척 중요합니다. 동지를 잘못 계산하기라도 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절기의 기준점이 되는 동지는 국가에서 지정한 관상감에서 엄밀한 계산과 관측에 의해서 정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니 그 시절에 민간에서 달력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농사에서 24절기가 강조된 것은 어떠한 농작업을 어느 시기에 수행해야 적절한가 하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실제의 계절의 변화여야 했지요. 24절기야말로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는 시간 구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절기만을 철썩 같이 믿어서는 농사를 잘 지을 수 없습니다. 24절기가 계절의 흐름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날씨에는 변수가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올 해처럼 다른 해보다 봄이 추울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24절기만을 염두에 두고 농사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일이 또한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 18세기 말 정조에게 응지농서를 올린 응지인 가운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최세택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민사는 늦출 수 없다. … 중략 … 신이 생각하기에 춘분 전에 소로 갈고, 입하 전에 종선(種線)하며, 한로 전 60일에 木麥(보리, 밀)을 심는 것이 비록 농후(農候)에 따른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나 앞서 기해(己亥)년에 겨울이 따뜻하기가 봄과 같아서 얼었다가 풀리는 것이 없었다. 경칩이 아직 되지 않았는데 소로 갈기를 이미 마쳤다. 그리고 보리가 과연 잘 되었다. 그런즉 봄에 가는 것을 마땅히 얼음이 풀리는 시기로 삼아야지 춘분에 구애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최세택은 24절기가 미처 예상하지 못하는 계절 변화의 불규칙성까지 감안하는 세밀한 농작업의 실행을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불규칙성을 예지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달력을 따져 만드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에 대해서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天文의 변화나 지금은 사주팔자로만 쓰이는 갑자력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는 있지 않을까 추측만 하는 정도입니다.


백 개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데 한 개의 문이 있다면 그에 맞는 열쇠를 찾을 때까지 하나부터 백까지 넣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예전 농사력을 살피며 현재의 농사력을 새로 작성해 나가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전라도 옥과, 경상도 상주, 예안 지역의 조선시대에 작성된 농사력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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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農事)와 간지(干支)



1.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천지자연을 설명할 때 생생불이(生生不已 낳고 낳아 그침이 없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동양인들은 자연이란 모든 것을 끊임없이 생(生)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이 말은 즉, 자연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세계로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이점은 나를 포함한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모두 그러하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라고 하는 개체만 봐도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서 언젠가는 생명을 다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종말이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지금 숨 쉬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은 사라지지만 자식이든 영혼이든 아니면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또 다른 삶으로 전환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무가(巫歌)에 보면 ‘대문 밖이 곧 저승이다’라는 구절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저 높은 산도, 그리고 커다란 바위도 언젠가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또한 마찬가지로 바다로 흘렀다가 다시 구름이 되어 비로 순환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우주도 빅뱅에서 시작하여 팽창하다가 언젠가는 다시 그 근원인 한 점 무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렇듯 모든 자연은 순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하자면 이러한 자연의 순환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대번 머리부터 아프다고 싸매곤 하는데, 사실 철학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철학하면 어렵게 생각되는 것은 철학한다는 사람들이 뜻 모를 소리만 중얼거려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삶에서 시작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되고, 우리의 삶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동양철학을 농사와 연관 짓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대번 떠올리는 것이 사주팔자나 점 같은 종류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의 바탕 역시 자연의 흐름을 인간사에 적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따져볼 수 있도록 언어로 표현해 놓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간지입니다. 그래서 농사와 간지와의 관계를 따져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농사와 간지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간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은 점을 칠 때나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간지라 하면 미아리 점집이나 산에서 수염 기르며 사는 도사 같은 사람들이나 아는 것이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조차 감도 잡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지는 사실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진이 안 좋다.’, ‘일진이 사납다.’ 라는 말이나 ‘을씨년스럽다.’ 라는 표현이 간지가 일상생활에서 쓰였다는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연세를 여쭈면 ‘나는 갑자년 생이야.’ 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이나, 이제 많이 쓰지는 않지만 제사를 지낼 때 읽는 축문에도 ‘유세차 갑자년 갑자월…’ 하면서 아직 간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새해가 오면 방송에서는 꼭 ‘2005년 을유년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는 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농사와 연관 지어서는, 옛사람들은 간지를 통해서 기상을 예측하기도 하고, 파종이나 경운하는 일 등의 농사일도 간지를 따져서 했습니다. 요즘도 사용하는 택일 같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만 놓고 봐도 간지는 이제 속 내용은 하나도 없이 빈 껍데기만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옛날 사람들이 일진이나 을씨년스럽다, 갑자년, 을유년 같은 말을 사용했는지, 또한 왜 농사일이나 택일을 간지에 맞춰서 했는지 우리는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간지를 사용한 것일까요?


도대체 옛사람들이 왜 간지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처음 그 단서로 생각했던 것은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가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왜 ‘농(農)’이라는 말을 ‘별의 노래’라고 풀이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과연 간지가 별들의 움직임과 상관이 있을까요? “왜 간지를 사용하였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이제부터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의 연관’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간지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간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간지라는 말은 간(幹)과 지(支)의 합성어 입니다. 글자만 놓고 보면 간은 줄기를 뜻하고, 지는 가지를 뜻하고 있지요. 즉, 중심이 되는 뼈대가 간이고, 지는 그에서 파생된 변화를 뜻합니다. 그래서 간지를 다른 말로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고도 합니다. 글자만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천간은 중심이 되는 것, 하늘의 흐름 등을 의미하고, 지지는 변화의 모습, 땅의 흐름 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천간과 지지는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세분화 됩니다. 이제 간지가 천간과 지지로 나뉘고 천간과 지지는 각각 10개, 12개로 나뉜다는 것을 알았으니 천간과 지지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순서에 따라 천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천간은 하늘, 근간, 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앞서 말했듯이 10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 십간(十干)이라고도 하지요. 이 10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입니다. 그러므로 천간은 10을 단위로 돌아가게 됩니다. 학교 다닐 때 임오군란이니 갑오경장이니 하는 일들이 서기로 몇 년도에 있었는지 외우느라 골치가 아팠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년도만 외우고자 하면 골치가 아프겠지만, 천간의 첫 번째인 갑이 서기년도로 끝자리가 항상 4라는 것만 외우면 쉽게 따져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원래 우리의 달력은 간지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갑신정변, 갑오혁명, 기미독립선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간지로 년도는 물론 월, 일까지 표기했습니다. 지금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서양달력이 들어와서 숫자로 표시된 달력을 사용하고 있지요. 그래서 간지로 달력을 따지는 일이 무척 낯설고 어려워졌습니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간지가 더 일상적이고 친숙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아무튼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천간에 10이란 수를 배정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10이란 숫자가 주기개념이 가장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수를 셈하는 것을 보면 꼭 손가락을 사용합니다. 손가락 숫자가 10개라는 건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셈하다가 10이 넘어가면 양말을 벗어 발가락까지 동원하곤 하지요. 이렇게 10이라는 숫자는 우리와 아주 친숙한 숫자입니다. 천간을 10개로 나눈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사기 율서>에는 “수는 1에서 시작하여 10에서 끝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10이 숫자 중에서 제일 큰 수이며, 다시 1로 돌아가는 순환주기의 마지막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10 다음 숫자는 11로 10에 1을 더한 숫자입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서도 1부터 4까지의 합인 10을 완전수라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사람의 임신 기간도 10개월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수정이 되어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되는 것이 10개월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산부인과에 가면 예정출산일을 계산하지요. 남자분들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잘 모를 텐데, 마지막 배란 주기에 음력으로 9개월을 더해서 예정출산일을 추정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10이라는 숫자에는 완전함, 완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천간의 10이라는 수는 우리의 처음 의문이었던 별들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많은 자료를 조사해봤지만 별들의 움직임과 10이라는 수에서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로, 천간의 10은 구체적인 별들의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보다는 변화나 흐름, 순환을 구분하기 위한 구분점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은 끝도 없이 지속되는 시간에 대해서 어떤 구분점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을 가장 친숙한 손가락 숫자인 10에서 찾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도 한 달을 10일 단위로 상순, 중순, 하순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러한 분류가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천간에서는 우리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니 그에 만족하며 이제 지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지지는 땅, 속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12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지는 다른 말로 십이지(十二支)라고 합니다. 12지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가리킵니다. 이 말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2지지에 동물을 대입한 쥐띠, 소띠, 호랑이띠, ……, 개띠, 돼지띠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이 12지지는 천간과 달리 별들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세성(歲星)이라고 불렸던 목성의 공전주기가 바로 대략 12년입니다. 그리고 1년은 12개월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1년이 12개월이라는 것은 달이 12번 차고 이지러지면 1년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목성과 달의 움직임과 12는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또 재밌는 것이 우리에게는 좀 우습게 들리지만 옛사람들은 세상을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근거하여 하늘은 지름이 1인 원의 둘레인 3으로, 땅은 한 변이 1인 사각형의 둘레인 4로 계산하여 둘을 곱한 숫자인 12를 이 세상을 표현한 숫자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십이지는 아까 말한 동물뿐만이 아니라 시각과 방위, 계절까지 결합시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 구체적인 사용방법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아무튼 십이지지가 처음 사용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중국 은(殷) 왕조 때부터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은나라는 갑골문으로 유명한데, 갑골문이란 거북이 등껍질을 사용하여 점을 친 것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게 점을 친 후 그 결과를 간지를 사용한 달력에 따라서 기록했다고 합니다. 또 왕 이름에 꼭 간지를 붙여서 사용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제삿날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3.

지금까지 천간과 지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몇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간지에 대해서 정리하는 작업이 아직은 서투르고 그만큼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얕은 공부의 결과이긴 하지만 결론을 내리자면, 처음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살펴본 바에 의하면 직접적인 연관이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천간의 경우는 별들의 움직임과 관련성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지지는 별들의 움직임과 조금이나마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모든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지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왜?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또한 뒤에서 차차 자세히 설명 드린다고 했던 문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의문에 대한 정답은 찾지 못해도 약속한 일은 지키고 가야겠지요. 아무튼 끈질기게 파고들어 그 깊숙한 근원까지 가봐야겠습니다. 이제 험난한 여정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 해는 져서 캄캄한데, 우리에게는 바람에 꺼질 것 같은 초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옛 조상들의 땅인지라 빛이 바래고 부서질 것 같지만 낡은 지도 한 장이 주머니에 들어있습니다. 그 지도를 펴고 조심조심 양초를 비춰가며 길을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양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명제를 끌어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집중력을 가지고 끝까지 더듬더듬 찾아가 보는 것일 겁니다. 지도를 펴들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에 앞서 천간과 지지가 조합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육십갑자에 대해서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조상들이 걸어왔던 천간, 지지를 되짚어보고 왔으니 육십갑자를 빼놓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 육십갑자는 무엇일까요?


육십갑자는 천간과 지지를 조합하여 갑자, 을축, 병인부터 신유, 임술, 계해까지 60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육십갑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61세를 자신의 출생 간지가 60년 후에 다시 돌아왔다는 뜻으로 환갑(還甲)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육십갑자는 옛사람들의 경우 주로 달력(역법 曆法)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지금도 2005년을 따로 을유년이라고 표기하는 것처럼 옛사람들은 육십갑자를 사용하여 햇수를 표시했습니다. 또한 월의 표기는 물론 일의 표기도 육십갑자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년을 세차(歲次)로, 월을 월건(月建)으로, 일을 일진(日辰)이라고 하였지요. 처음 던졌던 ‘일진이 안 좋다.’는 말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여기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진이 안 좋다는 것은 그 날의 간지가 무언가 좋지 않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일진이 어떤데 안 좋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것역시 차차 풀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육십갑자가 별들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천간의 10이라는 숫자와 마찬가지로 육십갑자의 60이라는 숫자 역시 꼭 별들의 움직임과 연관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별들의 움직임과 연관 지어 보자면 토성과 목성의 공전주기와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태백성(太白星)이라고 불렸던 토성의 공전주기는 약 30년입니다. 그리고 목성의 공전주기는 앞에서 말했듯이 약 12년이지요. 그럼 둘 사이에 최소 공배수가 바로 60이 됩니다. 아직은 육십갑자가 다른 수도 아니고 60인 것에 대해서 이 두 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고 많은 별 중에 왜 토성과 목성이냐면 두 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금성이나 화성이 거리상 더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 별의 크기는 지구보다 작아서 미미한 영향은 있을지언정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더라도 달처럼 아주 가까이 있으면 또 모르지요. 하지만 목성은 태양이 되려다 실패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별이고, 토성 또한 그 다음에 해당하는 크기를 지녔습니다. 크기만으로 따지자면 태양 다음 목성, 토성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이 두 별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공부해보면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또 재밌는 것은 60갑자가 달의 삭망이 반복되는 주기와 태양이 황도(黃道)를 따라서 천구를 일주하는 주기의 회합주기라는 것입니다. 좀 골치가 아픈 계산이지만 따져보면 60년은 항성월27.321893일(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로 365.25×60=21915일인데, 이는 802.10401항성월입니다. 또 21915일은 삭망월29.530589일로 742.11184삭망월이 됩니다. 이 742.11184삭망월은 60년+22.11184 삭망월인데 이것은 60년+22윤달+3.3015일이다. 3년마다에 1윤달을 두는 19년 7윤법과 일치하는 주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60갑자는 삭망월과 회귀년의 주기가 일치하는 기간인 것입니다.


육십갑자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로 달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양력이라고 불리는 서양 달력인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간지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어른들이 나이를 셈할 때 간지를 따지는 것도 아직 이러한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천간의 경우도 아직 한 달을 상순, 중순, 하순이라고 나누듯이 주로 날짜를 지시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십이지의 경우는 12개의 월을 의미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들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천간보다 지지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천간이 꼭 별들의 움직임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직 몰라서 그렇지 무언가 근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달력이라는 것이 아무런 근거 없이 시간을 나누어 놓은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디서나 손쉽게 달력을 구할 수 있어서 달력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습니다. 왜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사람들이 달력을 선물하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달력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공간의 변화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금처럼 달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을 때는 날짜를 셈할 수 있는 능력이 무척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농사가 중심이었던 시대에는 엄청나게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오직 천자만이 한 해의 달력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천자의 나라인 중국으로부터 달력을 얻어다가 사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세종대왕이 주도했다는 칠정산이라는 역법책의 편찬 같이,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달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례적으로 중국에 사신을 파견해 달력을 얻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력이 곧 권력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러한 달력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세가지 종류의 달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태양의 움직임만을 따지는 태양력, 달의 움직임만을 따지는 태음력,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고루 살피는 태음태양력이 그것입니다.

태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曆法)입니다. 이 태양력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일찍부터 나일강이 범람할 때면 동쪽 하늘에 시리우스라는 별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태양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18세기경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고, 이것을 30일로 이루어진 12달과 연말에 5일을 더하는 식으로 달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시리우스와 태양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관측하여 1년이 365.25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율리우스력에 채용되어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 생겼고, 1582년 다시 1년의 평균길이를 365.2425일로 하는 그레고리력에 인계되어 현재는 전세게적으로 이 달력을 쓰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레고리력에서는 4년마다 윤년을 두되 100으로 나눠지는 해에는 윤년을 두지 않고, 다시 400으로 나누었을 때 나눠지는 해에는 윤년을 두는 등 복잡한 역법이 이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태양력의 경우 달의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날짜를 셈하게 됩니다. 태양력을 따르면 한 달 중 15일이 보름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한 번 15일이 되는 날 달을 보십시오. 그럼 틀림없이 보름달이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지금처럼 달력이 집집마다 걸려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태양은 매일 똑같아서 하루하루 셈하지 않는다면 날짜가 지나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태음력을 사용하면 태양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날짜는 지나지만 그것이 계절의 변화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럴 경우 농사 때를 맞추는 일이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태음력은 달의 삭망(朔望)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역법(曆法)입니다. 삭망이란 말이 어렵다면 그믐과 보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이 태음력은 달이 29.53059일(1삭망월)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차고 기우는 데서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고대력은 이러한 태음력으로 출발했습니다. 달의 경우 태양보다 그 변화의 주기를 파악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밤이 전기불로 훤하지 않았을 때는 달이야 말로 정확한 달력의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태음력에서는 29일의 작은달과 30일의 큰달을 번갈아 배치하여 1년을 12달의 354일로 하고, 30년에 11일의 윤일을 두어 달의 삭망과 날짜가 일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음력은 지금도 이슬람이나 유태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음력을 사용하게 될 경우 1년의 흐름이 계절의 변화와 어긋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들의 연중행사인 라마단을 보면 어느 때는 겨울에 하고, 어느 때는 여름에 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것이 크게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농사를 짓는다면 이것은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유목민이기 때문에 발전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유목민들에게도 계절의 변화는 아주 중요했습니다. 단지 그들의 날짜를 셈하는 전통이 그렇다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달력은 태양력과 태음력의 그러한 단점을 보완한 태음태양력이었습니다. 태음태양력은 달의 운행(朔望月)에 기준을 두면서 계절의 변화(太陽年)에도 맞춘 역법(曆法)입니다. 태음태양력에서는 큰달(30일)과 작은달(29일)을 조합하여 12개월이나 13개월(閏年)을 1년으로 하는데, 평년에는 354일과 355일, 윤년에는 383일과 384일의 네 가지 1년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윤년을 두는 방법을 치윤법(置閏法)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2년에 1회의 윤달을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좀 더 정확성을 높인 19년에 7회 윤달을 두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큰달과 작은달을 배치하는 방법에는 평삭(평균삭망월 29.53059일에 맞춤)과 정삭(실제의 삭망에 맞춤)이 있습니다. 평삭에서는 큰달과 작은달이 교대로 나타나며 단지 16개월 또는 17개월마다 큰달이 3회 계속되는데, 정삭에서는 달의 운동이 같지 않은 데서 큰달 또는 작은달이 4회 계속되는 일이 있습니다. 서양의 역은 모두 평삭이었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도 처음에는 평삭이었으나 나중에 정삭으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태음태양력은 음력으로는 날짜를 셈하고 양력으로는 절기라는 방법으로 계절의 변화를 따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태음태양력을 사용할 때, 지금처럼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간지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간지 그 자체의 쓰임만 놓고 보자면, 날짜를 셈하는 도구로 사용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간지에는 단지 숫자의 쓰임만 담긴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이 담긴 우주관이자 세계관이며 자연관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수 천 년을 살아오는 동안 쌓아온 지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지는 누구 한 사람이 창작해냈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에 의해서 사용되며 그 체계가 점차적으로 형성된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간지가 달력에 이용될 때는 천간과 지지의 조합인 육십갑자가 사용되었습니다.


처음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각종 천문자료며 달력에 관한 자료들, 관련 주제의 자료들을 뒤져보고 궁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수 천 년의 지식을 한 번에 꿰뚫기에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나쁜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간지가 어떻게 쓰였다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도대체 “왜 간지를 사용한 것일까?” 특히 “간지와 농사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머릿속에는 많은 지식을 담은만큼 점점 알쏭달쏭 해졌습니다. 더 이상 말해봐야 의문점만 많아지고 바닥만 드러내는 것 같고, 그 해답을 찾기는 더 어려워 졌습니다. 듣는 분들도 어설픈 이야기꾼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워지셨을 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은근과 끈기를 되새기며 다시 다른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별들의 움직임이 아니라면 어떤 원리로 간지가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캐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뒤지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단서인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가 아닌 또 다른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양오행”이었습니다. 이제 음양오행과 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4.

음양오행이라는 말은 살아오시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그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잘 모릅니다. 특히 요즘처럼 서양식 학문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간지도 그렇지만 음양오행이라고 하면 뭔가 점집 분위기, 미신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그러나 농사와 간지라는 주제로 조금씩 공부하다보니 간지나 음양오행은 미신이라기보다 우리 나름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 우주관이자 일종의 과학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 내 몸에 맞는 편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음양오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음양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음양이란 사물이나 사건의 현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호(記號)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말이 꽤 난해하네요. 저도 감만 잡은 상태라서 그러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옛사람들은 음양이라는 일종의 두 기호에다 모든 사물과 사건을 포괄․귀속시켰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천지(天地), 일월(日月), 주야(晝夜), 한서(寒暑), 수화(水火), 자웅(雌雄) 등의 자연현상과 상하(上下), 좌우(左右), 내외(內外), 남북(南北), 동서(東西) 등의 공간과 동정(動靜), 진퇴(進退), 승강(昇降), 출입(出入) 등의 운동과 강건(剛健), 유순(柔順) 등의 성질 같은 모든 것들을 음양으로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있음을 알기 위해서는 네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거울이라도 있어야지 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양이란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 대해 관계맺음하고 있음으로 인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남녀라는 것도 그렇게 보면 양과 음의 관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러한 음양이 나뉨으로 인해서 세상 만물과 사건이나 현상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음양이 나뉘기 전의 상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태극입니다. 태극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그래서 태극은 모든 것이 나오는 근원이 되며, 모든 것은 그 뿌리가 태극이므로 모두 근원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서양철학에서는 환경문제가 불거지자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환경철학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졌습니다. 환경철학에서 하는 일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어울릴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출했는데, 우리의 경우처럼 그 근거가 태극이라고 하면 답은 간단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태극에서 음과 양의 두 상반된 세력이 분화되어 나와 이 둘의 상호작용으로 우주 만물이 생성된다고 봅니다.


만물을 생성하는 음양의 운동은 크게 세 가지 성질을 갖는다고 합니다. 음양의 보편성, 상대성, 가분성이 그것입니다. 앞에서 음양은 만물은 물론 모든 사건이나 현상에도 있다고 했으니 음양이란 어디에나 어느 것에나 두루 있어서 없는 곳을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음양의 보편성입니다. 그리고 상대성은 음과 양이 독자적으로 하나만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녀로 설명을 하자면 남자의 경우 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양만 가지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남자에게 양이라는 것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일 뿐이지 음도 역시 약하지만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 나오는 Anima(남성의 여성적 특징)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간혹 남자이지만 여성성이 강하게 발현된 사람의 경우 양이지만 음이 더 강한 경우라고 보면 음양의 상대성에 대한 이해가 더 쉽게 되겠습니다. 음양의 가분성은 앞서 남성의 경우를 예로 든 것처럼 양이지만 음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그러한 것을 말합니다.

이런 세 가지 성질을 갖는 음양이 운동하게 되면서 만물이 생성되게 됩니다. 남자와 여자가 그렇고, 낮과 밤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단단한 돌도 언젠가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치입니다. 이렇게 만물을 생성하는 음양의 운동은 태극문양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극이라는 최초의 평형상태에서 음이든 양이든 어느 한 쪽이 강해지면 비로소 운동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태극은 절대적으로 정적인 평형상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동적인 평형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극문양은 딱 반으로 잘라진 모양이 아니라 곡선으로 들쭉날쭉하게 나뉘어 있는 것입니다. 그 곡선을 연필로 따라가 보면 점점 밖으로 쑥 나왔다 정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또 정점에서 밖으로 나오게 되지요.

이 음양의 운동을 보면서 문득 뉴튼의 운동의 3법칙이 떠올랐습니다. 뭔가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 한 쪽으로 기울면서 운동이 시작되고, 그 운동은 점차 가속도가 붙다가 최고조에 이른 순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된 것처럼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런 운동의 시작과 끝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처럼 멈추었지만 움직이려 하고 움직이지만 멈추고자 하는 끝없는 동적 평형상태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동서양의 학문이 다르게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통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음양에 대해서 이 정도로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 공부하고 있는 입장이여서 더 말씀드리기에도 부족하고 여기서는 음양이 뭔지에 대해서만 감을 잡으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후에 음양론과 간지가 서로 결합이 되는데, 그때 가서 다시 말씀드릴 것을 기약하며 이 정도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5.

이제 오행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오행은 앞서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된다고 했는데, 그 음양의 모습을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행을 곧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元氣)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행은 말 그대로 다섯 가지의 성질을 가리키는데, 목․화․토․금․수가 그것입니다. 오행 각각의 성질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됨과 동시에 운동이 시작되면서 우주 만물이 생성된다고 했는데, 그 운동의 구체적인 모습이 오행인 목화토금수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음양오행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가겠습니다. 음양오행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는데, 그 중에 음양오행이 일월성신에서 기원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를 끕니다. 일곱 행성이 음양오행의 기원이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태양계에 열 개의 행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지금처럼 천체망원경이 없던 옛날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성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다섯 개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오행인 목화토금수가 기원하고, 음과 양은 달과 태양에서 기원한다는 것입니다. 이 설이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처음 우리가 가졌던 의문인 ‘별의 움짐임과 간지의 연관성’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음양오행이나 간지가 이러한 우주와의 관계성 속에서 나왔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관계성을 추상화하고 상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음양오행과 간지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양오행이 꼭 별을 지칭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별들의 움직임 속에서 일종의 만유인력 같은 관계성이 발생하고, 그러한 어떤 힘이 지구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수 간만의 차이만 해도 달의 인력에 의해서 사리와 조금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바람은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물과 땅의 온도 차이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서 생기고, 태양의 흑점은 전자파를 발생하여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들만 놓고 봐도 별들의 움직임, 곧 천체현상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는 확답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사실입니다. 아니 영향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다시 오행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되면서 시작되는 운동과 변화는 오행으로 구체화 된다고 했는데, 그 구체화된 모습이라는 것은 각각의 오행이 서로 간의 관계맺음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맺음을 상생․상극이라고 합니다. 상생은 통일하려는 기운이고, 상극은 대립하며 발전하려는 기운입니다. 우리는 정서상 상극이라고 하면 왠지 안 좋은 느낌을 받는데, 세상에 상극이 없으면 어떠한 것도 발전하고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의 구체적인 예로 부부관계를 들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부부 사이는 무촌이라고 하는데, 둘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항상 싸움이 있게 마련입니다. 어떻게 보면 싸움이 없는 부부관계는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싸움이 없다면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초탈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서로 남남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는데 싸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다. 싸움이 있더라도 잘 조절하고 화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싸움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큰 문제가 벌어지지요. 오행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행들은 어떤 때는 상생의 관계를 갖지만 어떤 때는 상극의 관계도 갖습니다. 이러한 운동과 변화의 핵심은 균형과 조화에 있습니다. 점집에 가서 사주를 보면 점쟁이가 처방해주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말들은 그 사람의 사주에 어떤 기운이 부족하니 어떻게 보총해주고, 어떤 기운은 과하니 어떻게 누를 것인가를 조언해 주는 것입니다.

앞에서 이미 우주의 변화를 관찰해서 그 모습을 인간의 언어로 추상화하고 상징해 놓은 것이 오행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행만이 아니라 음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시켜 놓은 것이 바로 음양오행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제 오행의 하나하나를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행의 각각이 상징하는 바는 그 글자가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나무, 불, 흙, 쇠, 물을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 단어를 접하면 어떤 성질이 떠오르십니까? 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목(木)은 생장함과 뒤덮음, 화(火)는 솟아오름과 사방으로 뻗어감, 토(土)는 만물을 낳고 기름, 금(金)은 단단함과 바뀜, 수(水)는 만물이 수축하여 모임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각각의 특성을 살펴보면 목은 나무는 곧게도 자라고 구불구불하게 자라기도 합니다. 아무튼 단단한 대지를 뚫고 위로 솟아오르는 형상입니다. 곧 위로 뻗어 생장하고 사방으로 두루 퍼져 가지가 무성해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화는 불은 활활 타오른다고 하여 기세 좋게 사방으로 향하고 뜨거운 성질을 말합니다. 토는 곡물을 심고 수확하는 곳인데 만물이 生하는 것을 의미하지 심고 수확하는 그 자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토는 만물을 化生하고, 만물의 어미가 되고, 만물이 돌아가는 바가 됩니다. 금은 쇠인데, 쇠는 단단합니다. 하지만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힘을 가하면 대장장이가 원하는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은 무언가를 따라서 바뀌는 것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는 물입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 본성입니다. 그래서 수는 아래로 내려가 만물을 품고 키우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까지 오행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너무 간략하여 오히려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오행을 이해하는 데에는 일종의 감이랄까 그런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서 오행의 성질을 이해하는 작업이 따로 필요합니다.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오행을 내 것으로 체화할 수 있습니다. 이 오행과 함께 음양이 간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다음 번에는 이러한 오행이 일상생활 속의 만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구체화된 모습을 통해서 오행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앞서 오행에 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한 능력 탓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언젠가 더 많은 공부로 쉽게 설명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설명드렸던 오행 각각의 특성들이 상생과 상극이라는 관계맺음을 통하여 자연은 운동하고 변화하게 됩니다. 자연은 무질서하게 아무렇게나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한참 떴던 카오스 이론이라는 것도 표면상 혼돈을 이야기하지만 그 혼돈 속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이론입니다. 세상이 혼돈 그 자체라면 사람이 살기에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습니까. 그러한 것들을 방지하고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 인간은 항상 혼돈 속에 녹아있는 규칙성을 찾고자 노력해 온 것이 지금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맥락에서 카오스 이론과 태극, 음양오행이라는 설은 서로 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오행이 만물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옛사람들이 정리해 놓은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계절과 오행의 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계절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음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것을 오행으로 분류하면 봄은 목, 여름은 화, 가을은 금, 겨울은 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토의 경우는 여름의 끝자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고, 또 각 계절이 바뀌는 중간에 해당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이야기가 맞는지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토는 중심이 되어 변화를 주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계절이 바뀌는 사이사이에서 그 변화를 이끌어내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든다고 볼 수도 있고, 봄․여름, 가을․겨울이라는 극명한 변화의 중간에 위치하여 다른 성질의 계절로 변하게 만든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자로 정리해보면 “五季 - 春 夏 長夏 秋 冬”가 됩니다. 물론 목-화-토-금-수의 순입니다.


이렇게 각 계절에 배당된 오행은 그 계절에 맞는 성질을 띠게 됩니다. 봄은 죽은듯이 보였던 땅에서 새싹이 돋고, 앙상한 가지에서 새잎을 돋게 만듭니다. 그리고 기온과 바람도 점차 따스해져서 식곤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그래서 봄은 만물이 태어나는 계절이고 사람으로 따지면 유아시절에 해당하겠지요. 그리고 여름은 태어난 만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무성해지는 계절입니다. 사람에게는 청소년기가 그 시기입니다. 가을은 하나둘 열매를 맺고 씨를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절기로 몇 일 전이 상강이었는데, 절묘하게도 그날 바로 서리가 왔더군요. 밭에 나가보니 고구마․가지․호박 같이 더움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첫서리에 물에 데친 것처럼 되어 죽어버렸습니다. 이렇듯 가을은 서서히 다음을 준비하는 시기로 사람에게는 장년기입니다. 겨울은 이제 더 말 안해도 감이 오실 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죽음을 맞을 시기이고, 또한 다음을 기약하며 땅으로 돌아가는 노년기입니다. ‘김장’할 때 ‘藏’이 바로 겨울의 성질을 잘 표현해주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五化 - 生 長 化 收 藏”

그리고 각 계절의 기후를 보면 봄에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고, 여름은 무덥고, 가을은 건조하고, 겨울은 춥습니다. 이러한 기후도 오행으로 분류가 됩니다. “五氣 - 風 暑 濕 燥 寒”


계절과 같은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라 공간도 오행에 따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五方 - 東 南 中 西 北” 봄은 태어남이니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듯이 동방을 의미합니다. 여름은 무더운 계절이라서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남방이 됩니다. 가을은 결실을 맺는 시기로 해가 서산 무렵으로 지는 때이니 서방을 의미하고, 해가 북방으로 사라진 후는 죽음과 같은 어둠이 내리므로 겨울은 북방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오행이 공간에 배치된 것과 같이 태양의 위치도 오행으로 분류가 됩니다. “時間 - 平旦 日中 日西 日入 夜半” 해가 떠오르는 시점, 해가 하늘에 있을 때,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 해가 지려고 할 때, 어두운 밤중.


그리고 뒤에 다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고유의 음계인 궁상각치우도 오행에 배속됩니다. “五音 - 角 徵 宮 商 羽”

또한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천간과 지지도 오행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天干 - 甲乙 丙丁 戊己 庚辛 壬癸”, “地支 - 寅卯 巳午 辰戌丑未 申酉 亥子”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장에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풍물을 하신 분들은 액막이 타령을 알고 있으실 겁니다. “동에는 청제장군, 청갑을 입고 …” 하는 가사처럼 색도 역시 오행에 배속됩니다. “五色 - 靑 赤 黃 白 黑” 이 색을 보시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실 겁니다. 사신도가 그것이지요.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역시 오행에 따른 것이고 자연현상을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신은 상상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늘의 별자리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아니 동양은 원래 하늘의 모습이 땅의 모습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니 하늘의 별자리가 우리에게 적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천문이 곧 인문이 되고, 하늘의 변화가 인간세계의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우리만의 학문체계가 성립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미각도 오행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맛은 목, 쓴맛은 화, 단맛은 토, 매운맛은 금, 짠맛은 수에 해당합니다. 옛날에 경기도 산간 지역에서는 입춘에 움파, 산개, 신검초, 미나리, 무싹 등의 매운 맛이 나는 채소를 요리해서 먹으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였다고 합니다. 여깅에는 봄맞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채소가 부족한 겨울을 지내고 난 후 비타민 섭취와 섬유질 섭취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오행으로 해석해보면, 봄에 강해지는 목기운을 누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목기운을 극하는 금기운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뒤에 나오겠지만 목기운은 장기 중에서 간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목기운이 강해지니 간의 기능도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목기운이 너무 지나치면 간기능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거나 춘곤증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러한 이치를 따져서 봄에는 매운 맛의 채소를 먹었던 것입니다. 또 사상의학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이치도 이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행이 다섯으로 구분해 놓았다면 사상은 넷으로 구분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맛은 “五味 - 酸 苦 甘 辛 鹹”로 분류가 됩니다.


이제 농사짓는 분들에게 직접적일 수 있는 곡식의 분류를 보겠습니다. 보리 종류는 목, 禾는 화, 기장, 조 같은 종류는 토, 稻는 금, 콩 종류는 수에 해당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와 금에 해당하는 한자는 똑같이 벼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아직 확실하게 몰라서 일단 그냥 한자로 표기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부를 더 해봐야겠습니다. 보리 종류가 목에 해당하는 것은 봄에 푸릇푸릇하게 나오는 곡식이 보리나 밀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벼를 베고 나면 내년 봄에 수확할 목적으로 보리나 밀을 그루갈이 하게 됩니다. 이 작물들은 겨울에도 쉽게 얼어 죽지 않고 땅 속에서 잠자다가 기온이 적합한 봄을 만나면 귀신같이 땅을 뚫고 솟아오릅니다. 그 모습이 목기운과 닿아있어 보리 종류는 목에 해당합니다. 화와 토, 금에 대해서는 공부를 더 해서 설명을 드리겠는데, 지금 얼핏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자면 화의 기운은 확 불타오르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보면 禾라는 것은 여름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벼가 무성하게 분얼하면서 쭉쭉 위로 크는 모습을 상징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稻는 가을에 영글어 무거워서 고개를 숙인 벼이삭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튼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콩 종류는 동글동글하게 알이 맺힙니다. 다른 작물에 비해서 그 둥글게 뭉치는 모습이 두드러지죠. 수기운이 바로 그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응축된 에너지의 한 점이라고 할까요. 수는 차가움을 뜻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에너지의 한 점이 응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콩에서 싹이 뻗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 그 에너지가 분출하는 모습을 연상해 보실 수 있습니다. “五穀 - 麥 禾 稷 稻 豆”


다음으로 과일나무를 오행에 따라 분류해보면, 자두나무는 목, 살구나무는 화, 대추나무는 토, 복숭아나무는 금, 밤나무는 수에 해당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공부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추측만 하고 있는데 맛이나 그 모습과 관련지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두 같은 경우는 신맛이 강하니 그렇게 신맛이 나는 종류는 목으로 분류하고, 밤 같은 것은 단단한 껍질에 쌓여서 둥글게 생겼으니 호두 같은 것들과 함께 수로 분류하는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한 것은 앞으로 공부를 더 해봐야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농사도 그렇고 음양오행에 대해서도 그렇고 아직은 초보자 수준이라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혹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五果 - 李 杏 棗 桃 栗”


이외에도 인간과 관련하여,

五役 色색 臭냄새 味맛 聲소리 液액

五臟 肝간장 心심장 脾비장 肺폐 腎신장

六腑 膽쓸개 小腸소장 胃위 大腸대장 膀胱방광

官竅 目눈 舌혀 口입 鼻코 耳귀

形體 筋힘줄 脈혈맥 筋肉근육 皮毛피부털 骨뼈

情志 怒성냄 喜기쁨 思생각함 悲슬픔 恐두려움

이런 식으로 오행에 따라 정리해 놓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분류는 아직도 한의학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도 五畜 鷄닭 羊양 牛소 馬말 彘돼지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간략하게나마 음양오행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외의 사물도 또한 음양오행에 따라 정리를 했는데, 여기서는 그 구체적인 예는 이정도만 살피겠습니다. 음양오행의 기본적 성질과 이치만 파악한다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자면 음양오행은 음양과 오행을 합해서 부르는 것인데, 음양은 어떤 사물이라도 이 음과 양의 운동변화에 의하여 형성되며 변화한다고 본 것이며, 오행은 모든 것이 木, 火, 土, 金, 水 다섯 가지 기본 속성에 의해서 통일, 변화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양오행은 모두 자연을 인식하고, 자연 현상을 해석하며 자연 규율을 탐구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양과 오행에 대하여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해버리기 보다는 고대 사람들의 철학과 세계관이 녹아있는 것으로써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자연과학이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날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살던 사람들이 서양과학과는 다른 방식인 음양오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변화, 그리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결과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수(歷數), 기상(氣象), 의학(醫學), 농사(農事), 야금(冶金) 등 각종 자연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동양의 학문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음양오행을 반드시 알아야 하기에 어설픈 지식이지만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간지를 사용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감 잡으셨을 겁니다. 오행을 분류해놓은 것 중에서 간지를 오행에 따라 분류해 놓은 것이 기억나시나요. 그것을 다시 보면 천간은 목-갑을, 화-병정, 토-무기, 금-경신, 수-임계로 분류가 되어 있고, 지지는 목-인묘, 화-사오, 토-진술축미, 금-신유, 수-해자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그냥 갑을병정 하며 외우고, 쥐띠․소띠․호랑이띠 하며 외우던 간지에 오행을 따져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행에 따른 분류만이 아니라 음양으로도 분류가 가능합니다. 음양에 따라 분류를 해보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천간의 경우              지지의 경우

양음양음양음양음양음   양음양음양음양음양음양음

목목화화토토금금수수   수토목목토화화토금금토수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여기서 볼 수 있듯이 간지는 간지 자체로 의미를 따져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과의 결합을 통해서 그 운동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류는 단순한 순서의 반복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따라 그 특성을 포착하여 기호화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 쓸모없이 농협달력이나 절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간지로 표시된 간지력은 자연의 흐름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 해석은 음양오행이라는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그럼 간단히 하루의 흐름과 일 년의 흐름을 예로 들어 어떻게 간지를 통해서 자연의 흐름을 파악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시간의 경우,

시  23-1 1-3 3-5 5-7 7-9 9-11 11-13 13-15 15-17 17-19 19-21 21-23

지지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하루 중 가장 해가 높이 뜨는 시간이 12시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시간은 간지로는 오(午)시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정각 12시를 정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면 오(午)는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양화에 속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양화는 가장 뜨거움을 상징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금 감이 오시지 않습니까?

하나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동이 트는 시간을 아시는지요? 일찍 일어나시는 분들은 5시면 이미 날이 훤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동은 5시 이전인 인(寅)시에 트기 시작하지요. 여름에 특히 잘 느낄 수 있는데 새벽에 나가보면 해는 뜨지 않았지만 훤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인(寅)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양목에 해당합니다. 양목은 기운이 뻗쳐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럼 좀더 확실히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이 두 가지 경우만 들어도 시간의 흐름, 즉 자연의 흐름과 간지의 흐름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일 년의 흐름인 계절의 변화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력  1    2    3    4   5    6     7   8    9   10   11  12

지지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자   축

절기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

중기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


보다 쉽게 이해가 되도록 절기를 함께 표시해 보았습니다. 1월은 봄의 시작입니다. 간지로는 인(寅)월입니다. 인(寅)은 음양오행상 무엇인지 기억나시나요? 예, 바로 양목입니다. 이 인월의 절기를 보면 입춘이 들어있습니다. 이렇듯 하루의 시작과 일 년의 시작이 맞물려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5월을 보면 오(午)월에 해당합니다. 오는 아까 양화라고 했습니다. 절기를 보면 하지가 있음이 보입니다. 하루 중 가장 해가 높이 뜨는 때와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때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해가 가장 높이 뜨는 것은 하루 중 12시이고 일 년 중 하지인데, 가장 더운 것은 그 때가 아니라 하루 중에는 미(未)시이고 일 년 중에는 미(未)월입니다. 절기와 중기를 보면 소서, 대서가 미월에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추울 때도 동지가 있는 자(子)월이 아니라 소한, 대한이 들어 있는 축(丑)월입니다. 이것은 계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간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중 14~15시가 복사열로 인해서 가장 덥고, 2~3시가 가장 춥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이미 배운 사실입니다. 그 시간을 보면 바로 미(未)시와 축(丑)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극히 미세한 자연의 흐름을 간지와 맞추려고 했던 옛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시피 지구의 자전축은 현재 23.5도 정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 년 사계절이 생기게 되며, 또한 그 영향 때문에 가장 추운 때와 가장 더운 때가 태양의 높낮이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음양오행을 바탕하고 있는 간지에 이런 사실까지 절묘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네 전통 사상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의 흐름을 작게는 하루, 크게는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주기로는 소강절이라는 송나라 학자에 의하면 우주의 1년을 129600년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증산교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소개만 하면 인간에게 1일 1년 1세대 1세대의 1년이 있듯이, 우주에도 1세(1일 30년), 12세(1년 360년), 30운(1세대 10800년), 12회(1세대의 1년 129600년)가 있다는 것이고, 그 증거로 대략 11만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빙하기를 꼽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사는 시간은 길어야 60년이니 더 긴 세월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는 자연의 흐름과 순환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접한 현대 물리학에서도 우주의 순환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장애를 이겨낸 사람으로도 유명한 스티브 호킹이라는 물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우주가 처음 빅뱅으로 탄생해서 지금은 고등학교 때 배운 허블이라는 사람의 말처럼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다시 역전되어 수축하기 시작하여 최초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주도 그렇게 운동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수축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개념인지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흐른다는 것만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의문과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히 풀린 것은 아니나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 보려고 합니다. ‘옛사람들은 왜 간지를 사용하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지를 통해서 자연의 흐름을 보다 쉽게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그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삶이기 때문이지 않아서일까 합니다. 그때 사용하던 간지는 지금처럼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하여 너무 익숙해서 있는지 조차 모르는 그런 것이었을 겁니다. 아주 당연하게 간지를 따져서 나이를 셈하고, 이사 날짜를 잡고, 결혼 날짜를 잡고, 씨 뿌리고 밭가는 날짜를 잡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간지는 자연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리한 도구였을 것입니다. 사주팔자라는 것 또한 지금은 미신으로만 치부되지만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인 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아직은 공부가 이 정도 수준 밖에는 안 됩니다.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겼고, 답답함이 여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도 어림짐작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일단은 만족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제대로 잘,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해서 그것이 가슴에 남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욕심을 내서 해보고 싶은 일은 고농서에 나오는 간지력에 맞춘 농사일은 어떤 원리인지, 간지로 따져보는 기상예측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있는지, 서양 유기농업의 시초라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과 우리식의 간지력 농법을 비교하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 그동안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이 글을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앞으로 공부하는 중에 얻게 되는 지식을 공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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