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이 흘렀다. 처음 황반변성이란 병을 진단 받고 어느덧 22년이 흘렀다. 그 이후 늘 마음 한구석에는 실명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안과에 가보려고 한다. 강산이 2번이나 바뀔 정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무언가 새로운 치료법이 있을지, 혹 나도 그 혜택을 입을 수 있을지, 이도저도 안 된다면 앞으로 남은 한쪽 눈이라도 잘 지키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치료법이 있어서 멀쩡할 때처럼은 아니어도 시야를 가리고 있는 까만 암막이라도 걷을 수 있다고 하면 좋겠다.

아이가 하루이틀 자랄 때마다 내가 언젠가는 이 아이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함께 커져갔다. 이제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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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넘어 자면서 몸을 돌리다가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어지럽던지 정신이 아득해졌다. 게다가 구역질이 나고 식은땀까지 줄줄 흘렀다. 청룡열차도 이런 청룡열차가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몸을 이러저리 돌리니 좀 괜찮은 쪽이 있어 그렇게 자리를 잡고 밤새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어지럼증이 계속되며 속이 불편해 아침 일찍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전정 검사를 통해 안진(눈동자 떨림)을 확인했는데 전형적인 이석증과는 좀 다른 반응이 확인된다며 확실히 하기 위해 뇌의 MRI를 촬영해 확인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MRI、 티비에서나 보던 걸 내가?
작년엔 생전 없던 두통이 있지 않나,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은 전력도 있어 상태가 괜찮은지 궁금하긴 했다. 이참에 겸사겸사 찍어 보기로 했다.

2차 병원에 택시를 타고 찾아가 운 좋게 일정이 취소된 사람이 있어 바로 촬영할 수 있었다. 비용은 건강보험이 일부 지원해 48만원 돈. 거대한 기계가 윙윙 웅웅 삐삐 돌아갔다. 폐쇄 공포증 있는 사람은 수면제 맞고 찍어야겠더만.

아무튼 검사 결과, 뇌와 혈관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다행이다. 은근 뇌혈관 쪽 걱정이 되었는데 건강한 편이란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단순 이석증이다. 그 작은 돌이 이렇게 불편하게 하다니!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하니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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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홍보 전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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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2월 말, 기념일도 있겠다 아이 졸업식도 있어 여행을 예약해서 출발했다. 아이의 첫 졸업식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취소된 상태였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위험하다는데.

 

그런데 우리가 여행지로 예약한 곳이 하필 경북 지역이었다. 그렇다, 31번 환자가 밝혀진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와 취소하지 않고 출발했다. 대구는 아니니 괜찮겠지 하면서.

 

안동에 도착해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시내를 방역하느라 난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이 확진자가 되었더라. 그래도 어찌저찌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울진은 사람이 별로 없어 아무 일 없는 듯 지냈다. 그러고 마지막 행선지로 가려고 하는데 예약한 숙소에서 연락이 왔다. 심각 단계가 발령되면서 모든 숙박을 취소해야 한다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내심 꺼림칙했던 차에 잘됐다 생각하며 집에 왔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줄 몰랐다. 한달이 훌쩍 지났다. 아이는 졸업식은 물론 입학식도 못하고 집에서 백수가 되어 놀고 있다. 학교에 안 가서 너무 좋다면서 날이면 날마다 내 무릎에 뛰어 앉아 하루종일 딱 붙어 있다. 그 덕에 나도 모든 일을 뒤로하고 함께 놀고 있다. 때 되면 밥해 먹이고, 집안일만 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무언가 찬찬히 일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건 뭐, 나의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무얼 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에,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야만 하는 나의 스타일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연장한다는 발표를 들었다. 흠, 당장 농생태학 공부모임이 다가오는데 어쩌나. 또 연기해야 할까? 아니면 우린 대부분 한산한 지역에 살며 일하는 사람들이니 그냥 무시하고 모여서 우리의 할일을 해야 할까? 그렇게 모인다면 나랑 딱 붙어 지내는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런 와중에 박물관 쪽에서 일거리 하나를 의뢰받았다. 이 사태가 곧 끝나겠지 하면서 수락했는데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도 아이지만, 도서관도 폐쇄되어 내 자료의 원천도 틀어막혀 있다.

 

코로나와 관련된 이런저런 자료를 접하니 이 사태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더라. 우리야 월급쟁이라 따박따박 돈이 나오지만,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심각한 상황이더라. 농업도 자영업이나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특히나 개학이 자꾸 연기되며 작물 출하도 엉망이 되며 심대한 타격이 일어나고 있다. 개학이 연기될 줄이야, 할 수 없이 온라인 개학이니 수업을 논하고 있으니 급식은 날아가 버린 셈인가 싶고,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나 싶고. 세계화된 먹을거리 체계 때문에 물류와 노동력이 돌지 않으니 당장은 괜찮아도 장기화될 경우 식량 위기까지 일어날 상황이다. 세계화를 깨부수는 가장 큰 무기가 바이러스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도시화가 고도화되며, 인간이 지구를 뒤덮어 지구촌을 탄생시킨 인류세의 가장 치명적 사건은 핵전쟁도 아니고 자연재해도 아니고 전염병일 것이란 예상은 이미 있었다. 그런데 하필 우리집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때 이러다니, 세상에나.

 

짧게는 2-3주면 진정될 것이라 하지만, 이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갈 것 같다. 아직 이를 진정시킬 만한 치료제도 없고, 언제 개발될지도 모르며, 더군다나 집단면역을 형성해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의 개발은 1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 말이다. 그냥 다 걸려서 집단면역을 형성하자는 극단적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전염력이 엄청나며 치사율이 2%(유럽의 어디는 10%에 달한다) 정도인 이 바이러스가 60% 정도의 인구에 돌고 나면 생긴다는데, 5천만의 60%면 3천만이고, 3천만 가운데 2%가 죽는다 가정하면 60만 명에 달한다. 물론 자연생태계에서 이런 질병은 노화되거나 취약해진 개체들을 싹 쓸어버리는 교란의 일종으로, 생태계를 다시 젊고 건강하고 역동적이게 만드는 한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서는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죽거나 남편이나 아내, 심지어 아이가 죽는 비극적 사건이 된다. 그러니 모두 걸려 강한 유전자만 남기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윤리적이지도 않은 헛소리가 되겠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최대한 늦추거나 확산을 막으면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만 바라야 하는 것 같다. 여름이 되면 바이러스가 약해져 소멸될 것이란 믿음도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퍼지는 모습을 보며 꺾이고 있다. 그리고 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 사그라드는 기미가 보여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확 들불처럼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이 사태 또한 잘 지나가리라 믿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인간은 이 고비를 이겨내겠지. 그리고 다들 2020년 봄을 추억의 한 장으로 기억하며 이야기하겠지. 졸업도 입학도 취소되어 가을부터 학교에 다녔던 걸 아냐고, 올림픽도 1년이나 연기되었던 걸 아냐고, 리버풀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또 놓친 비운의 팀이 되었던 걸 아냐고, 프로야구니 축구가 모두 개막이 연기되어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에 시즌이 끝난 걸 아냐고, 우린 역사가 곰과 호랑이가 자가 격리를 통해 사람이 된 민족의 후손이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해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었다는 둥의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하하호호 웃으며 따끈한 찌개에 술도 먹고 밥도 먹는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날이 오리라 믿고 기다린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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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을 했다고 하더니 숙소 좋다.

온천물도 좋더라.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울진, 그리고 덕구온천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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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유교랜드.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너무 구태의연하다.

이런 데 오는 사람이 있으려나? 오더라도 또 올 사람이 있을까?

예산 많이 썼을 텐데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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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커버에 점점 기름기가 넓어져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8년 5개월, 16만8000킬로미터 주행.

실린더 헤드 가스킷 인가 하는 부품을 교체했다.

이 고무가 경화되며 제 기능을 못하고 엔진오일이 약간씩 샌 것이었다. 그냥 타다 보면 점화코일에까지 엔진오일이 침투해 코일과 플러그도 교체해야 한다고.

 

수리비는 공임 포함 65000원 정도 나왔다. 그나마 저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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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자고 공기가 낮게 깔리는 날, 팔복동 공단의 연기도 그냥 만성지구 인근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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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연금저축에 대해 알게 되어 하나하나 따져 보았다. 


그동안 소득공제 때문에 9년을 납부한 연금저축보험이 있는데, 이걸 계약이전을 통해 증권사나 은행 등으로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납부하는 상품은 앞으로 1년 6개월이 지나면 10년 만기를 채운다.


그래서 계약조건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니, 2011년에 계약해서 10년까지는 월복리 2.5%이고 그 이후에는 1.5%로 운용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원금도 보장되고, 소득공제도 받아 왔고, 월복리 2.5% 정도면 지금 금리와 비교해서 그리 나쁘지 않으니 일단 10년 계약기간은 채우고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 펀드로 옮겨 내가 운용하면 보통 4% 정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던데 잠깐 참기로 하자. 그래서 가장 궁금했던 건 계약 만기 이후에도 타사로 계약이전이 가능한가였는데, 전화로 문의하니 가능하다고 한다. 월복리 2.5%를 즐기다 갈아타야지. 


인터넷에 계약이전을 검색하면 이 제도가 생긴 시점부터 증권사 관련한 내용이 엄청나게 많은 걸 볼 수 있었다. 아마 증권사에서 공격적으로 연금저축을 끌어오려고 홍보를 많이 했나 보다. 실제로 증권사의 앱 등을 통해 정말 쉽고 간단히 계약을 이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 등은 원금은 보장해주지 않으니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경제 상황이나 상품 선택에 따라 수익률은 연금저축보험보다 훨씬 좋을 수 있다. 


그러니까 본인이 퇴직연금의 안정성이냐 수익성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투자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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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심히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 어찌 이런 시설 지척에 혁신도시를 만들었나 모르겠다.

 

굴뚝에 오염물질 저감장치가 달려 있겠지만, 아예 이런 게 없는 상황과는 비교하기 어렵겠지. 또, 바람이 불어 흩어진다고 하지만, 바람이 없어 공기가 깔리는 날도 있겠지.

 

아무튼 있는 것보단 없는 게 나은데, 이걸 이전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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