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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밀 소비자로서, 국수와 만두, 빵 및 여러 반죽을 만드는 데 밀을 이용한다. 하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다.

밀은 신석기 시대가 끝날 무렵인 약 4600년 전 중국 북부 지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연구에 의하면그 당시에는 맛이 별로 없었다. 초기에 밀은 기아를 막기 위해 재배한 작물로서, 요리의 기쁨보단 절망의 작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중국 북부의 최초 농민들은 주로 조를 재배했다. 가뭄에 강한 이 작은 씨앗의 곡물은 1만15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며, 미국에선 새의 모이로 이용되었다. 역사 기록과 초기 요리법에 기반하여, 연구자들은 수천 년 뒤인 당나라(618-907년) 시대에 밀이 조를 대체하여 이 지역의 주요 작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밀의 장점은 명백하다. 요리의 다양성 말고도, 밀은 더 빨리 자라며 조보다 꾸준히 더 많은 수확량을 올린다. 하지만 고대의 농민들은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역사 기록에서 보면, 적어도 당나라 때까지 밀은 일반적으로 조와 똑같은 방식인 죽으로 소비되었다. 그 곡물은 찌거나 통밀로 조리되어 거칠고 입맛에 안 맞는 요리로 만들어졌다. 여러 초기의 저술가들이 밀죽은 "야만인과 농민을 위한" 음식이라고 언급했는데, 아마 극단적인 시기에만 소비되었을 것이다. 


중국 북부의 농민들은 왜 밀을 재배하기 시작했을까? 

그 답을 추적하기 위하여, 나는 2014년 박사 학위논문을 쓰면서 중국 북부의 여러 지역에서 이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을 무렵의 여러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고고학자는 발굴현장에서 곡물의 유물을 찾아 이를 추론했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소비할 수 있었는지만을 밝혀냈다. 최근 연구자들은 이를 해결하는 더 직접적인 방법을 알아냈다.인간 유골의 동위원소를 조사하는 것이다. (동위원소는 탄소처럼 원자량이 약간 다른 요소이다. 어떤 동위원소는 방사성이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붕괴되지만, 다른 동위원소는 안정적이다.) 뼈부터 치아의 발견되는 모든 탄소와 질소의 여러 안정된 동위원소의 비율은 고대인의 식단에 대한  강력한 정보를 전달한다.  

조와 밀 같은 다양한 식물은 서로 다른 화학 경로를 이용해 자라기에, 토양에서 독특한 비율의 안정적인 탄소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차이점은 이른바 C3와 C4 식물로 구별된다.) 우리가 먹는 것이기에, 그것들의 특정한 비율의 탄소가 인간의 유골에 통합되어 몇 세기가 지난 뒤에도 검파될 수 있다.

 특히 조는 중국 북부에서 재배된 유일한 주요 C4 작물이라서, 사람들이 주로 조를 먹다가 C3 작물인 밀 같은 다른 걸로 주식을 바꾸면 상대적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발표된 보고서들을 조사하여 나는 약 9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 중반부터 서기 220년 동한 왕조가 망한 뒤까지 약 1200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했다. 장소는 북서부인 간쑤성부터 동부인 산둥성에 이르는 현대의 8개의 성에 흩어져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이 거대한 데이터 세트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들 광대한 연구 지역에 걸쳐 있는 집단이 모두 동시에 독점적이던 조 기반의 식단에서 더 혼합된 식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이야기이다. 이처럼 광대한 지리적 구역에서 요리법이 갑자기, 그리고 거의 동시에 바뀌려면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갈망했다는 것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 영상은 고대 세계의 가장 중요한 작물화된 곡식이 7000년에서 3500년 전 어떤 경로로 확산되었는지 보여준다. Javier Ventura/Washington University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약 4200년 전 발생했던 완신세 사건 3이라 부르는 주요한 기후변화이다. 당시 대륙들의 기후는 춥고 건조해졌다. 예를 들어 지중해 동부와 서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강우량이 1/3에서 절반으로 감소하여 사해의 수위가 45m 감소했다. 이러한 "대가뭄"이 전 세계 작물 생산에 혼란을 야기해 메소포타미아부터 인더스 계곡까지 정치적 격변을 불러왔고, 중국의 중앙 평원에서는 신석기 문화가 붕괴되었다. 

이에 더해, 신석기 말기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시기였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작물 수확량이 변동됨에 따라, 중국 북부의 신석기 농민들은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 가정하는 건 합리적이다.

밀은 실제로는 조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에 역사의 건조한 시기에는 좋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밀은 조와 다른 계절에 교대로 파종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밀은 조를 수확한 뒤에 파종할 수있다. 그해에 조 농사가 망해도 농민들은 아직 구황을 위해 밀을 재배할 수 있었다. 이것이 중국 북부의 사람들이 밀을 재배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는 많은 교훈이 있다. 기후변화는 극단적 날씨부터 해안선 변화까지 항상 예기치 않은 사회의 변화를 불러왔다. 이 사례에서, 중국 북부에서 일어난 완신세 사건 3의 여파는 결국 맛이었다. 오늘날 중국 북부의 사람들은 국수와 만두, 빵 등을 즐긴다. 하지만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늘 그런 건 아니다. 

단 하나의 작물에만 주로 의존하는 대규모 단작은 늘 끔찍한 발상이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을 생각해보라. 19세기 중반 감자의 치명적 역병이 발생해, 감자에만 의존하던 이 나라에서 약 100만 명이 사망했다. 



1840년대 감자 기근 시기의 아일랜드처럼 먹을거리 공급 문제는 기아와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British Library/Flickr


그러나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과 세계 여러 지역의 많은 대규모 농장들은 그들이 의존하는 작물의 숫자가 위험할 정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식물 종 -아마 수십에서 수백만 종- 을 식용할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약 200종만 재배되며 단 3가지(옥수수, 밀, 벼)가 인류의 열량 대부분을 구성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100년 전에 재배되던 작물의 75%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조를 포함한 토종 작물을 되살려 지역의 농업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농민들은 더 다양한 농업 체계로 나아가고자 했으며, 이것이 파괴적이었던 사건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다. 고고학과 역사 자료에 의하면, 밀과 벼, 콩, 귀리, 메밀 및 보리도 재배했는데 밀이 더 선호되었다. 

한 가지 완벽한 작물은 없다.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 기후가 요동치는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열쇠이다. 우리는 여전히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한편, 실용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래의 먹을거리 스트레스를 막기 위하여, 더 많은 농민들이 편안한곳을 벗어나 요리의 기반을 확장해 갈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https://www.sapiens.org/archaeology/chinese-far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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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는 산업혁명 이후 뚜렷해진 결과로서,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9/jul/24/scientific-consensus-on-humans-causing-global-warming-passes-99?CMP=twt_a-environment_b-gdneco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연구결과가 없으면 그게 어디 인간 때문이냐고 증거를 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당장 미국의 대통령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올여름 유럽에는 전례없는 폭염이 찾아왔다고 하니,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유럽과 그렇지 않게 여기는 미국의 대립 관계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그 와중에 기후 위기에 취약한 사람들은 나자빠질 텐데,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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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질소 비료의 사용, 또는 축산 분뇨 등으로 토양에 지나치게 투입된 암모니아 성분이 미생물에 의해 질산으로 전환되면 토양이 산성화된다. 그런데 이렇게 과다한 토양 속의 암모니아가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로 바뀌면서 대기로 방출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산업형 농업이 지구의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작동 방식 가운데 하나가 규명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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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맥락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해진 씨가 트랙터-농업 노동력의 관계를 예로 들어 기업에게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적절한 예시가 아닌 것 같다. 
https://news.v.daum.net/v/20190618212400002


농업 노동력은 트랙터와의 경쟁에서 밀려 일자리를 잃은 게 아니라, 농업-제조업의 구도 안에서 제조업이 번성하며 그쪽으로 노동력을 빼앗긴 것 아닌가? 트랙터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할 수 있는 건 이전에 주요한 축력을 제공하던 "소"가 아닐까? (물론 미국에선 주로 말이겠다.)


이전엔 중요한 일꾼으로 인정을 받아 잘 관리되던 소는 트랙터라는 새로운 동력원이 등장하며 고깃덩어리로서 그 가치가 재발견된다. 이를 "소의 재발견"이라 명명해도 좋을 것 같다. 이후 소는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고깃덩어리=돈으로 취급되게 된다. 소가 닭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했다면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는 닭에 비해 엄청나게 느리게 성장하고, 훨씬 많은 사료를 필요로 하며, 그에 따라 생산비가 높다. 그렇다. 그만큼 소의 고기는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유통되는 것이다. 그러니 소비자의 입장에서 닭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입해 먹는 고기이지만, 소는 큰맘 먹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사 먹을 수 있는 사치성 식료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인간이 단백질을 공급받는 근원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는 식물성과 동물성이 있고, 또 동물성 안에는 소, 돼지, 닭, 우유, 달걀 등으로 세분된다. 이렇게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에서 인간은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을 취한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인간의 소고기에 대한 열망은 더 싸고 빠르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대규모 산업형 축산이 그것이다. 집에서 몇 마리의 소를 돌보며 키워 내다팔던 과거와 달리 100마리는 우습게 사육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인간은 소의 살을 더 잘, 빨리 찌우기 위해 농후사료를 최적의 시기에 가장 적당한 양을 공급하는 수단을 강구해내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너른 농경지는 인간의 식량작물이 아니라 가축을 위한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공간으로 전환되었고, 이제 인간은 식량 생산을 위해 자연과 맞서는 게 아니라 가축과 다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사료의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그런 상황은 아니겠다. 한국의 농경지는 부동산 개발의 광풍에 콘크리트로 덮여 사라진다.)


살을 찌우기 위해 공급되는 농후사료의 비중이 증가하며 소는 메탄가스를 더 많이 방출하기 시작했다. 메탄가스가 생성되는 건 소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농후사료의 섭취량이 증가한 건 인위적인 일이었다. 되새김질을 하는 소는 과거 주로 풀에 의지하여 살아갈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방출하게 되었는데, 이는 온실가스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인간의 소고기에 대한 열망이 뜻하지 않게 커다란 환경문제의 한 원인이 되어, 이제는 인간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는 과거처럼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소고기를 먹으며 축하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다시는 소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면 모를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번 고기 맛을 본 인간은 큰 충격이나 깨달음이 있지 않는 한 그걸 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기에 대한 열망이 어찌나 큰지 우리는 대체 육류란 것도 인공적으로 생산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소고기 생산 방식에 변화를 주는 일은 어떨까? 어느 정도 생산비용이 증가해도 좀 더 환경 문제를 고려하여 그에 더 나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그건 그럭저럭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나는 이제 산책을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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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하여 먹을거리의 "탄소 입자국"을 줄이자는 주장도 나오는 요즘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19/05/15/opinion/letters/carbon-food-climate.html#click=https://t.co/Q3Srdx1Onm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인류 역사상 최고치인 415ppm을 기록했다지요. 이대로는 공멸의 길로 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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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은 대기와 모든 식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더 많은 농민이 탄소를 염두에 두고 농사를 짓게 할지 설득할 것인가?





우리는 경고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류 문명이 지구의 연평균 기온을 섭씨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에 의하면, 우리가 그 임계점을 지나면 지구에서의 삶은 훨씬 재미가 없을 것이다. 가뭄, 홍수, 강력한 태풍, 식량 부족, 광범위한 멸종을 생각해 보라. 


현재 숲이 불타고 델라웨어Delaware 크기의 빙산이 남극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더 무서운 소식을 전한다: 이번 세기 말까지 2도가 오를 것이다.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더라도 너무 늦었다고 큰 경고가 있었다. 우리가 초과된 온실가스를 대기에서 빨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아직 최악의 재앙을 피할 수는 있다. 

이를 수행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여전히 논쟁의 여기는 있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후원하는 스타트업은 대기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매장하거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탄소 팰릿으로 만드는 공장 같은 시설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존경을 받은 저차원 기술의 해결책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그건 "탄소 농법"이라 불리는데, 문자 그대로 농장을 이용해 식량을 재배할 뿐만 아니라 토양에 탄소를 안전하게 격리시킨다.  

어떤 면에서, 농민들은 생각치도 못한 기후의 영웅이 된다. 농업은 그 산업이 산림 벌채를 가속화하고화석연료로 운영되는 농기계에 크게 의존하며, 수십 억에 이르는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 때문에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그러나 농장은 적절히 관리되면 강력한 탄소 흡수원이 될 수 있다.

생물 시간을 다시 떠올려보자.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 대신 산소를 배출한다. 작물이 자라면서 탄소는 땅 위와 속에서 식물의 조직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줄기와 잎부터 씨앗과 뿌리, 그리고 뿌리털과 뿌리의 삼출물까지 말이다. 더 많은 나무를 심어서 더 많은 탄소를 격리시키는 일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토양에서 축적되고 서서히 분해되는 식물의 물질은 오랜 시간 동안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인 토양의 유기물 형성에 기여한다.  


탄소 격리


이를 고려하면, 탄소 농법은 오래된 발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라 할 수 있다. 텃밭 농부부터 대규모 관행농의 무경운 농민까지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토양 유기물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유기물 함량이 높은 토양은 좋은 토양이 되곤 한다. 가뭄에 더 강하고, 침식이 일어나지 않으며, 유기한 토양생물을 보유하고, 일반적으로 적은 합성 투입재로 작물을 건강하게 재배하는 데 좋다. 그런데 토양 유기물은  58%가 탄소 이기도 하기에, 토양에 유기물을 만들고 보호하는 일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세계의 기후변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토양은 대기와 모든 식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보유하고 있어, 지구의 탄소 순화에서 바다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주요 구획이다. 토양은 관리하기에 따라 반드시 기후 중립적이지만은 않다. 과도한 방목이나 지나친 경운 같은 관행을 통해 대기로 추가의 탄소를 배출하거나, 혼농임업과 보존농업 같은 방법을 통해 대기의 탄소를 흡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하면 농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농경지 토양은 20-30년 동안 연간 3-8기가톤(10억 메트릭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기술적 잠재력"을 추정하는데, 이는 배출량 감축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과 기후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것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에 충분하다. 토양의 유기물을 증가시키는 것이 농사에 좋은 방법처럼 보이기만 한다면, 다시 말해 토양에 탄소를 구축하는 일이 이제 지구의 생존을 위한 열쇠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적, 정치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그를 달성하기란 복잡하다. 탄소 농법은 광범위한 개요에서는 단순한 발상 가운데 하나이지만, 상세히 들어가면 매우 복잡하다. Soil Solutions나 Kiss the Ground 같은 대중적 홍보가 전체의 논의를 잘 표현해 주고 있지만, 탄소 농법의 성공은 전 세계의 크고 작은 수억 개의 농장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농민들이 올바른 종류의 실천법을 시행하도록 장려하는, 그리고 그러한 실천법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농장의 유형, 토양의 유형, 지역의 기후 조건 및 기타 여러 요인에 따라 구체적 윤곽이 달라지는 다각적 과제이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촉박함과 잠재적 해결책의 중요성은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실행시킬지에 관여하도록 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과학자와 국회의원부터 기업의 임원과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개인을 집결시키고 있다. 


농업은 환경에서 탄소를 격리시키는 나무를 베어내는 산림 벌채를 가속화하고 있다.


탄소 농법에 대한 새로운 발상은 인간과 가축을 위한 식량과 섬유를 계속 생산하는 동시에, 토양의 탄소를 증가시키는 다양한 실천법을 포용한다. 그것은 기후변화 완화 농업(대기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과 적응 전략(농민들이 가뭄 같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에 적응하는 걸 돕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에 똑똑한(climate-smart) 농업이라고도 불린다. 탄소 농법은 탄소를 격리시키는 방법으로 권장하는 게 많다. 여러 숲 조성 프로젝트와 달리, 탄소 농법은 농업 생산에서 토지를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토양의 질을 향상시켜 실질적으로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깊은 땅속의 탄소를 퍼올리는 첨단기술의 제안들과 달리, 탄소 농법은 유익하다고 알려진 곳으로 탄소를 되돌려 놓는 비교적 저렴하고 검증된 방법에 의거한다. 

탄소 농법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 개념은 2015년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COP21 회의 이후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 대한 가까운 관측통은 최근까지 농업은 토론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일부는 과학의 지체 때문이고, 또 일부는 식량 공급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강요를 받은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파리 협상에서 채택된 자발적 접근법 -각국이 유해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자체적 제안을 제공하도록 함- 으로의 전환은 농업의 해결책을 앞당길 수 있게 했다. 또한 프랑스의 개최자들은 전 세계의 농경지 토양에 연간 0.4% 정도 탄소를 증가시키는 것이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제안하는  1000당 4(Four per Thousand)라는 캠페인을 시작해, 2015년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누가 더 많은 농민들이 탄소를 염두에 두고 농사짓도록 설득할 것인가? 최근 사례는 이렇다. 올해 마이크로 소프트는 알칸사스와 캘리포니아, 미시시피 주의 벼농사 농민 7명에게서 처음으로 생긴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몇 년 동안 Terra Global Capital, American Carbon Registry, 미국 농무부 Natural Resources Conservation Service (NRCS), 캘리포니아 벼 위원회, White River Irrigation District, Environmental Defense Fund 등을 포함해 여러 협력체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졌다.

탄소배출권을 창출하기 위해, 농민들은 논에서 관개용수 관리와 관련된 일련의 실천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일반적으로 관리되는 논은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그들의 논에 단기간만 물을 대고 기타 조정을 함으로써, 재배자는 메탄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관개용 펌프를 가동하는 연료의 소비를 줄이는 등 여러 절약법을 실현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바탕에 있는 연구와 코디네이션은  NRCS와 주요 전력업체인 Entergy Corporation의 후원을 받았다. 중요한 첫 단계는 탄소배출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비영리법인 American Carbon Registry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시장을 창출한 캘리포니아 cap-and-trade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캘리포니아 Air Resource Board가 승인한 감소-배출 벼 재배법을 인정받는 일이었다. 농업은 "무제한적인" 부문이지만, 북미 어느 곳의 농민이나 "검증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또는 제거 향상"(즉, 격리)을 생산하기 위한 승인된 프로토콜을 따르는 한 배출권을 생성하고 판매할 수 있다고 Air Resources Board 는 명기했다.

이 사례는 미국의 톤소 농법이란 새로 일어난 경관을 형성하는 몇 가지 주요한 역학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탄소 시장의 중요성이다. 규제 시설(주로 에너지 공급업체 및 대규모 제조업체)은 어디서나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흡수하기 위한 약속인 이른바 탄소배출권으로 자신의 "준수 의무" 가운데 약 8%까지 충당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20년은 20억 달러에 상당하는 8%, 2억 메트릭톤 이상의 탄소배출권을 추가하려는 프로그램을 만든 캘리포니아 법률(2020년까지 캘리포니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2006년의 지구온난화 해결 법안) 초기 기간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탄소배출권은 임업 프로젝트나 오존층 고갈 물질의 포획과 파괴에 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되었는데, 가축과 농경지 프로젝트의 수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Environmental Defense Fund(EDF)는 탄소 시장과 탄소 농법을 더 잘 연결하기 위해 이 잠재성을 확장하고자 노력해 온 소수의 비영리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핵심 요소는 믿을 수 있는 자료의 가용성이다. EDF의 농업 온실가스 시장 책임자인 Robert Parkhurst 씨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농법을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이 필요하다.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 고도의 정확성이 필요하다.  xy를 하면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농민에게 가치를 돌려줄 수 있도록 가격을 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탄소배출권은 톤당 약 10달러로 평가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농민의 비용만이 아니라 모니터링과 검증 비용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EDF 같은 단체는 정량화 체계를 개발하여, 궁극적으로 탄소 농법을 위한 탄소 시장이 스스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본다.  

"농업에서의 일들은 반드시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Parkhurst 씨는 지적한다. "산업에서는 1년에 여러 번 생산라인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은 1년에 한 번만 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이, 그리고 빨리 할 수 있도록 시장 신호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벼농사의 사례는 "탄소 농법"의 아이디어가 토양의 탄소 격리만이 아니라 다른 두 가지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감소와도 관련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역설적이게도, 토양의 탄소 격리를 문서화하고 검증하는 게 메탄이나 아산화질소의 배출량을 줄이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벼농사 프로토콜은 메탄 배출의 감소를 포함한다. 농업에서 메탄의 배출을 줄이고자 잘 정립한 또 다른 접근법은 낙농장에서 저장된 분뇨에서 탈출하는 메탈을 포획하고 이용하기 위해 분뇨 저장시설에 뚜껑을 설치해 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뉴욕주는 2015년 Climate Resilient Farming Program을 세워 여러 시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EDF도 최근 옥수수 농민이 질소비료를 유의해서 사용하도록 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감소시킴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창출할 자격을 얻도록 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트랙터에 탑재해 자료 수집 체계에 연결할 수 있는 비료 장치가 있기에, 이 요소 가운데 일부는 이미 존재한다. 

Parkhurst 씨는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는 걸 예측하고 문서화하는 게 더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사용된 주요 메커니즘은 농민이나 목축업자가 상당량의 탄소를 저장하는 초원을 영구적으로 보호하는 일에 보상을 주는 협약인 "회피 보존(avoided conversion)"이다. 이 유형의 협약은 최근 대기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약 5만5천 톤의 탄소배출을 확보한다며 Climate Trust Capital과 오레건 동부의 목장 사이에서 발표되었다.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의 Marin Carbon 프로젝트는 탄소 저장 용량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캘리포니아 북부의 방목장에 퇴비를 적용시키는 프로토콜을 제안하며 또 다른 접근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러한 실천에 대한 비용이 잠재적 탄소배출권으로 충당되지는 않는다. 방목지의 과학자들은 초원 토양의 탄소 격리 가능성이 강우량과 토양의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미국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탄소 농법 경관의 세 번째 주요 특징은 NRCS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NRCS는 농민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고 잠재적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계된 이른바 COMET-Farm이란 무료 온라인 도구를 만드는 외에도, "보존 재정"을 Conservation Innovation Grants 프로그램 안의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American Farmland Trust와 Nature Conservancy는 물론 EDF를 포함하는 수령자들은 환경 이니셔티브와 탄소 농법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구해 왔다. 이런 사업의 일부는 계량 측정법의 개발을 포함하며, 그 일부는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파악하고자 여러 단체를 모으는 것이다. 


논은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한다. 


그러나 탄소 농법의 지지자들은 탄소 시장이 토양에 탄소 저장을 구축하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 -토양에 탄소를 격리하는 건 지구의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전략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현재 탄소 농법의 주요 과제가 토양에 추가된 탄소의 양을 정확히 정량화하는 능력과 관계된다면, 토양의 탄소가 증가함으로 인한 혜택은 명백하다- 일 뿐이고, 경우에 따라서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서로 이득이 되는 큰 기회가 있다"고 COMET-Farm tool과 기타 기후변화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NRCS의 대기과학자 Adam Chambers 씨는 말한다. "토양의 탄소 격리를 개선하면 보수력이 향상되어 가뭄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관심사이다." 탄소 농법에 대한 캘리포니아의 지원은 cap-and trade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토양의 탄소 저장과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줄이기 위해 첫해에 750만 달러가 할당된 새로운 건강한 토양 이니셔티브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주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어 메릴랜드는 최근  토양의 건강, 탄소 격리 및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 감축하기 위한 국가의 약속(2016년 법안에 서명)을 충족시키고자 농업부에서 새로운 건강한 토양 프로그램을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게다가 탄소 농법에 대한 지원은 기업 부문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2030년까지 자사의 유통망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10억 메트릭톤까지 줄인다는 이른바 프로젝트 기가톤을 발표했다. 이러한 감축량 가운데 일부는 농장의 차원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Ben&Jerry's는 2015년 회사 전체의 온실가스 감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아이스크림 파인트당 2파운드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1%는 우유와 크림을 생산하면서. 이 기업은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개선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자, 10달러/메트릭톤의 탄소 "세금"을 부과했다. 또한 여러 요소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을 포함해 생산자들을 위한 품질-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렇게 서로 이질적인 노력들을 결합시킨 건 농업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독특한 과제이기도 한, 기후변화 논의의 새로운 영역을 대표한다는 뜻이다. "한 부문으로서, 농업은 탄소 경제의 다른 부분과 매우 다르다."고 Carbon Cycle Institute의 이사이자 Marin Carbon 프로젝트의 대변인인 Torri Estrade 씨는 말한다. 지금까지 한 가지 차이점은 친환경 에너지나 운송 부문이 누리는 보조금 및 인센티브 지급 수준 등과 같은 걸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서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생물학적 체계만이 아니라 기술적 체계와 프로세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탄소 농법 해결책(Carbon Farming Solution)>(Chealsea Green, 2016)의 저자이자 Project Drawdown의 연구원인 Eric Toensmeier 씨는 고위급 국제 회의부터 보전 재정에 대한 관심, 바이오플라스틱을 위한 재생원료의 조달까지 자신의 책이 출간된 이후 새로운 분야의 발전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약에서 미국은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일은 이미 긴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농민 없이 그곳에 이를 수 없다"고 Toensmeier 씨는 말한다. "5년 전엔 아니었지만, 모든 중요한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시작했다. 매우 흥미롭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10-15년밖에 남지 않았다."



https://newfoodeconomy.org/how-carbon-farming-could-halt-climate-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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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인간의 건강, 동물의 복지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육류 산업의 미래는 어떠할지  씨에게 물었다. 




육류의 경제학은 무엇인가?

식량과 농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부문 가운데 하나이다. 우린 더 이상 인구의 76%가 농업에 종사하던 14세기에 살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은 여전히 전 세계 모든 노동자의 26%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육류 공급망에 종사하는 사람들 -도살업자, 포장업자, 유통업자, 요리사- 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16년 세계의 육류 생산은 3억1700만 메트릭 톤으로 추산되며,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육류 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는 900억 달러에서 7410억 달러까지 매우 다양하다. 

영국에서 농업에 직접 고영된 사람의 숫자는 2% 미만이지만, 먹을거리 사슬에는 현재 농업 관련 기업, 유통업, 방송연예 부문까지 포함된다. 영국의 환경식품농림부에 의하면, 2014년 식품과 음료 제조업 부문이 경제에 270억 파운드, 고용에 380만 명을 기여했다.

육류 생산이 여기에 하는 기여를 -특히 세계적으로- 분리하기란 쉽지 않다. UN 식량농업기구는 가축은 전 세계 농업 생산물의 가치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고 13억 인구의 생계와 식량안보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동물복지란 무엇인가?

영국에서는 약간 불쾌한 이름인 “Humanity Dick” (실제 이름은 Richard Martin)으로 가축에게 잔인하고 온당치 않은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1822년에 통과되어 동물복지를 규제해 왔다.

그러나 동물복지와 동물권이란 발상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1975년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Animal Liberation>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가 완전히 임의적이라고 주장했다. RSPCA (19세기에 설립됨) 같은 운동단체에서는 오랫동안 동물복지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싱어의 책이 현대 동물권 운동을 시작한 건 틀림없다. 

여러 운동과 압력의 결과 많은 규제가 생겼다. 1998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동물에게 “다섯 가지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한  지시문을 통과시켰다.  굶주림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쾌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부상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가 그것이다.  2009년 리스본 조약에서는 동물을 자각이 있는 존재로 인정했다. 

2012년 국제 과학자 단체가 의식에 관한 캠브리지 선언(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에 서명하기 위해(스티븐 호킹이 참석함) 캠브리지 대학에 모였다.  이 선언은 which declared that “증거력이 인간만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학의 기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모든 포유류와 조류 및 문어를 포함한 다른 여러 생물 등을 포함한 인간이 아닌 동물도 이러한 신경학의 기질을 소유한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동물의 건강을 위한 세계 기구인 OIE에는 여러 표준이 마련되어 있다.



문화적, 사회적 중요성은 무엇인가?


요리된 육류는 호모 사피엔스를 특징짓는 커다란 두뇌에 부분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이며 인류를 우리가 현재 있는 곳에 있도록 했을 것이다. 요리는 고기(그리고 채소)의 열량을 날것보다 소화하여 흡수시키기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특정 동물의 가축화 –그와 함께 야생 곡식과 채소의 작물화–는 “비옥한 초생달”지역에서 인류 농경사의 시작을 알렸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육류의 사냥과 사육은 우리의 설화와 신화, 법률과 종교 체계의 일부가 되었다. 방탕한 아들을 위한 살찐 송아지, 잉글랜드의 왕족이 아닌 누구도 사냥할 수 없는 지역을 만든 중세의 숲 법률, 이드 알 아드하의 시작을 알리는 희생양,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가 모험을 마칠 때마다 구워 먹은 멧돼지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육류는 여전히 인간의 삶에 중요한가?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고기를 먹어 왔기에 늘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식이 영양분과 단백질을 다른 데에게 얻을 수 있다면, 그럴까?



아일랜드에서 크리스마스용으로 사육되는 칠면조. Photograph: Clodagh Kilcoyne/Reuters





육류 생산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밀과 닭, 돼지가 뒤섞인 옛날식 비전도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농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12년 1만 달러 미만의 매출을 올릴 만큼 소규모였다. 그러나 20세기는 어떻게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산출은 최대화하느냐는 산업혁명의 원리가 농업에 적용되는 걸 보여주었다. 


그 결과 닭이 처음으로, 다음은 돼지,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소를 대상으로 하는 공장식 축산이 생겼다. 생산자들은 동물들을 실내에 가두어 곡물을 먹일 수 있으며, 그곳에서 훨씬 더 빨리 자라고 살이 찔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1925년 이후, 미국산 닭의 출하일수는 112일에서 48일로 줄어든 반면, 그 무게는 1.13kg에서 2.81kg으로 급증했다. 

돼지와 소의 사육이 그 뒤를 이었다. 암퇘지는 임신하고 4주 동안 분만틀에 가두어, 혹시나 새끼를 깔고 뭉개는 일을 막는다. 산업용으로 사육하는 돼지는 실내의 울타리 안에서 그들의 삶을 보낸다. 소 사육도 현재 풀밭이나 외양간이 없는 사육장에서 삶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살을 찌우게 하며 그와 비슷하게 능률화되고 있다.



육류는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산업형 육류 생산은 환경 문제 이외에도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다. 살모넬라와 캄필로박터 같은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박테리아 감염은 대규모 농장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병원균이 농장과 도축장 주변의 환경으로 침투하여 인간이 질병에 걸리게 만드는 일이 현대의 주요한 걱정거리이다. 

동물의 항생제 사용과 인간의 항생제 내성 문제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논란인데, 과학자와 정치인은 이것이 문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한다. 그 양은 막대하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항생제의 80%가 농장 동물에게 쓰인다. 영국의 독립된 항균제 저항성 검토 위원장 Jim O’Neill 씨가 실행 권고안을 발표했을 때, 농업 부문에서 불필요한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는 일이 그 세 번째 항목이었다. 



현행 농업 모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농업 모델과 유형의 다양한 영향을 분리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여러 측정은 경작지 대 가축, 또는 산업형 대 소농을 구별하지 않고 농업의 영향을 조사한다. 그러나 다음의 정보는 문제의 규모를 가리키기 시작한다. 



양분이 풍부한 농장에서 유실된 결과 여름철 프랑스의 강에서 부영양화가 일어났다. Photograph: Alamy Stock Photo




  • 물 사용

육류의 물 발자국에 대한 2010년의 유력한 연구에 의하면, 채소는 1kg당 약 322리터, 과일은 962리터의 발자국을 가지는 반면 육류는 훨씬 더 목이 마르다. 닭고기는 1kg당 4325리터, 돼지고기는 5998리터, 양과 염소고기는 8763리터, 소고기는 1만5415리터로 엄청나다. 일부 비육류 농산물도 꽤 많은 물이 필요하다. 견과류는 1kg에 9063리터였다.

이러한 수치를 맥락에 넣으면: 지구는 담수의 저수지와 대수층이 마르면서 늘어나고 있는 물 제약에 직면해 있다. 어떤 사람은 농업이 오늘날 세계에서 사용하는 물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추산했지만, 2013년의 연구에서는 담수의 92%까지 사용하는데 그 가운데 1/3은 동물성 산물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 수질 오염

농장은 여러 방식으로 수질 오염에 기여한다. 그 가운데 일부는 경작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다른 일부는 가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세계의 곡물 가운데 1/3이 동물에게 공급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FAO는 작물 생산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축 부문이 수질에“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수질 오염의 유형: 양분(비료와 축산 분뇨의 질소와 인), 농약, 침전물, 유기물(식물체와 가축 분뇨 같은 산소를 요구하는 물질), 병원균(대장균 등), 중금속(셀레늄 등), 새로 출현한 오염물질(약품 잔류물, 호르몬, 사료 첨가물). 

그 영향은 광범위하다. 부영양화는 양분과 유기물(동물의 분뇨, 남은 사료와 작물 잔여물 등)이 과다하여 발생한다. 그로 인해 조류와 식물이 지나치게 성장하며 물속의 산소를 모두 소모해 다른 종을 희생시킨다. 2015년의 검토 결과, 이미 415곳의 연안이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농약 오염은 농경지에서 풀과 곤충을 죽일 수 있으며, 먹이사슬이 미치는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동물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과 인간의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완전한 자료를 아직은 얻지 못했지만, 항생제로 인해 수질이 오염된다(동물을 거쳐 물로 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활발하게 살 수 있음)는 건 틀림이 없다. 


  • 토지 사용과 산림파괴

가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토지를 이용한다고 FAO는 말한다. “방목지와 경작지를 포함한 모든 농경지의 약 80%가 사료 생산에 전념한다. 사료 작물은 전체 농경지의 1/3에서 재배되는 한편, 목초지가 차지하는 전체 토지 면적은 얼음이 얼지 않는 육지 표면의 26%에 맞먹는다.”


  • 기후변화

농장에서 수저까지 육류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GHG)의 양을 정확히 산출하기란 어렵다. 탄소 배출량은 그런 식으로 전체 유통망을 따라 공식적으로 계산되지 않기에, 많은 복잡한 연구와 계산이 그 격차를 보완하려고 시도해 왔다.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 의하면, 농업과 임업, 기타 토지의 이용은 온실가스의 24%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 동물 사육의 역할을 집어내려는 시도에서는 6-32%라는 엄청난 차이로 나타났다. Meat Atlas에 의하면 그 차이는“측정 기준에 달려 있다.”가축만인지, 아니면 다른 많은 요소를 포함하느냐? 서로 다른 양식의 농업은 배출 수준도 다르다: 이는 조방한 농업 대 집약적 농업, 그리고 재생 농업-탄소를 격리하면서 기술과 기술을 결합해 토양 및 생물다양성을 재생하는 걸 목표로 하는 모델- 에 관한 활발한 토론을 일으켰다.

이 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은 어떠한가? 2017년의 의의가 큰 연구에서는 세 육류 기업 JBS, 카길, 타이슨이 프랑스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음을 밝혔다. 



브라질 아마존의 소 무리. Photograph: Rodrigo Baleia





다음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유일한 건강한 방식으로 채식주의를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모든 미국인이 쇠고기를 콩으로 대체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동의한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까워질 것이라 한다.  

그러나 몇 가지 대안이 있다.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섭취하는 양을 줄이는 걸 많은 환경단체에서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육류는 어디에서 구하는가? 유기농 운동은 알프레드 하워드 경의 선구적인 업적에 기반을 하고 있다. 그건 상대적으로 여전히 적다. 유럽에서 5.7%의 농경지만 유기적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영향력이 있다. 생명역동농법과 퍼머컬쳐 같은 다른 농업 모델도 있다. 최근에는 일부 혁신가들이 혼농임업과 산지축산, 보존농업 또는 재생농업의 형태로 환경의 원리와 기술을 융합해 탄소 격리, 높은 생물다양성, 우수한 동물복지를 모두 포함시킨 농법을 창안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관리된 방목(소들을 이동시키며 방목하는 걸 포함하는 기술)이 탄소를 격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한다. 그러나 유기농과 생명역동 육류에는 인증표시가 있지만 재생농법은 아직 그렇지 않다. 그래서 농부를 직접 알아보아야 한다. 


읽을거리

The UN Food and Agricultural Organisation has a huge collection of data, and has also published some crucial reports on this issue, including the groundbreaking Livestock’s long shadow.

The Meat Atlas.

Some institutions doing interesting research include SustainThe Institute for Agriculture and Trade PolicyBrighter GreenSustainable Food TrustIPES-food

Farming bodies the National Farmers’ Union, the Farm Bureau, Copa-Cogeca.



출처; https://www.theguardian.com/news/2018/may/07/true-cost-of-eating-meat-environment-health-animal-welfare?CMP=share_btn_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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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운과 덮개식물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매우 좋은 동영상입니다.

글리포세이트 같은 제초제로 풀을 싹 밀어버리고 작물만 재배하는 농경지에 이웃한 무경운과 덮개식물을 적용한 농경지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경제성에서는 제초제를 적용한 농경지가 더 앞설지 몰라도, 그밖에 여러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며 농약과 비료를 덜 사용함으로써 얻는 기후변화 완화, 홍수 방지, 생물다양성 같은 측면에서는 무경운과 덮개식물을 적용한 농경지가 더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물 1리터를 각각의 농경지에 부으니 전자의 농경지에서는 그냥 흘러가 버리고, 후자에서는 스펀지처럼 사르르 흡수되어 버리는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네요.

한국 농업의 현실은 어디에 더 가까운가요? 안타깝지만 아직까지는 전자와 같은 농경지가 더 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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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종류만 4500개, 안데스 농민이 지킨 ‘잉카의 유산’
-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해결책
- “향후 100년을 보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 자원”

[리얼푸드=페루(피삭) 고승희 기자] 햇볕에 그을린 다부진 손이 별별 종류의 감자를 들어올렸다. ‘대지의 색’을 닮은 갈색은 물론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흰색까지 모두 다 감자다. 스윽 썰어 반을 갈라 보니 연노란 속살 사이로 알록달록한 ‘자연의 색’을 고스란히 품었다. 모양도 제각각이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매끈하고 동그란 감자는 이 곳에선 평범하기 그지 없다. 

해발 4800m까지 오가는 거대한 토양에서 자라는 이 감자들은 전 세계 감자들의 조상 격이다.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에 따르면 감자는 페루에서 약 8000년~1만 년 전부터 재배됐다. 페루인에게 감자는 특별하다. 그들에게 감자는 “신이 주신 영광”(국제감자센터 아나 판타 연구원)이자, “생명의 원천”(벤자민 키한드리아 페루 농업부 차관)이다.

‘잉카제국의 후예’인 아니세또 꼬요꼬요(Aniceto Ccoyo Ccoyoㆍ30) 씨는 “감자는 안데스의 성스러운 산과 어머니 지구(la madre tierra)가 품어낸 선물”이라고 힘줘 말했다.


안데스에서 재배되는 무수히 많은 감자들


▶ 잉카의 후예들이 보존한 4500개의 감자=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가면 잉카 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에 도착한다. 쿠스코에서 다시 북동쪽으로 1시간 30분, 우루밤바 강을 따라 가파른 절벽을 아래에 두고 달리면 광활한 감자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3100m부터 시작되는 감자공원(Parque de la Papa)에는 잉카제국을 세운 케추아(Quechua)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곳은 지난 2010년 토종 작물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주민과 비영리단체 안데스가 관리하는 보호구역으로 설정됐다. 

아니세또 꼬요꼬요 씨는 “감자공원 9200헥타르에는 6개 공동체, 6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니세또 꼬요꼬요 씨가 재배한 감자

한 걸음 앞으로 떼기도 쉽지 않은 고산지대가 바로 ‘감자의 고향’이다. “페루의 정체성”(곤잘로 데하다 FAO 연구원)이라는 그 귀한 작물은 지금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뜨거워진 대기, 가물어가는 땅에서 감자는 생명력을 잃는다. 고온 현상으로 병충해도 들끓는다. 저지대에선 농사가 힘들어지니, 안데스의 농민들은 해마다 더 높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해발 2500m부터 재배가 시작됐던 과거와 달리 이젠 3500m 이상에서만 농사가 가능하다. 감자 재배 지역도, 생산량도 나날이 줄고 있다. 

국제감자센터에 따르면 안데스 산맥에서 발견되는 토착 감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4500가지나 된다. 벤자민 키한드리아(Benjamin Quijandria) 페루 농업부 차관은 “한 가지, 한 가지 종류가 각각의 지역과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갖고 재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감자는 100~180종이다. 아나 판타(Ana L. Panta Lalopu) 국제감자센터 연구원은 “야생감자는 쓴 맛이 강하지만 생물 다양성을 위해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종”이라며 “해충과 질병, 기후 조건에 대한 자연적인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자공원에 거주하는 농민들은 모두가 ‘감자 지킴이’다. 이들 농민이 지키고 있는 품종의 숫자도 상당하다. 아니세또 꼬요꼬요 씨는 “우리 공동체(사까까 마을)는 1367개 품종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잉카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조상들이 해왔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기후변화에서도 감자를 지켜내고 보존하기 위해 1만 년 전의 지혜를 통해 고도를 바꿔가며 농사를 짓고, 국제감자센터와의 협력으로 세계인의 식량자원을 사수하고 있다.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 아나 판타 연구원

▶ ‘종의 다양성’이 식품 종말을 막는다=‘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선물’이다. 페루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자 종류는 기후변화에도 ‘식량 자원’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

‘감자 종주국’의 자부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국제감자센터의 ‘유전자 은행’은 ‘감자의 조상’을 지켜내기 위한 연구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유전자가 사라지면 결국 종이 사라지기 때문”(아나 판타 연구원)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유전자는 감자가 1만년 동안 생존하며 누적된 특징”이라며 “국제감자센터에선 유전자를 보관해 중요한 특징들을 지킬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감자센터에선 페루에 존재하는 4500개 감자의 작은 씨앗은 물론 전 세계 토착 감자와 고구마, ‘감자의 친척’들로 분류되는 마슈아(Mashua), 유카(Yuca), 마카(Maca) 등 각종 작물들의 종자가 보관돼있다. 

보관 방식은 두 가지다. 영상 7℃에서의 보관 방식과 영하 196℃의 보관 방식이다.


국제감자센터의 유전자 은행



‘크리오뱅킹(Cryobanking)’ 시스템은 영하 196℃에서의 동결보존 방식으로, 이 곳엔 1800종의 감자가 보관돼있다. ‘인간이나 동물의 각막, 피부, 간 세포를 보관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센터에선 동결보관 방식을 통해 ‘조상’이 되는 식물을 대상으로 세포 보존을 하고 있다. 영하 196℃에서의 보관 방식의 목적은 분명하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감자 세포를 100년 이상 보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며 “우리의 목적은 이 세포들을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자원을 남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자의 증조할아버지’로 불리는 ‘아까울레(s. acaule bitter)’ 종은 국제감자센터와 연계된 노르웨이 ‘스발바드 세포 뱅킹 시스템(svalbard vault)’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종은 1만년 전부터 존재해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은 감자다. 우리 세대가 먹고 있는 감자는 아니다. 하지만 아나 판타 연구원은 “미래에도 걱정 없이 감자를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종”으로 “아까울레 속 성분을 추출해 다른 종에 넣어 새로운 미래식량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종이다”라고 말했다. 


'감자의 증조할아버지'로 불리는 ‘아까울레(s. acaule bitter)’ 종은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종으로 보관되고 있다.

국제감자센터가 보관하는 감자 씨앗과 유전자는 샘플로 만들어 안데스의 농민들에게 전달된다. 병충해나 기후변화에 민감성을 보일 경우 특정 영양소를 강화하는 등 건강한 상태로 되돌린 씨앗은 다시 안데스에 뿌리내린다.

전통과 과학이 만나자 기후변화로 나타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도 얻어가고 있다. 이미 연구소와 농민들은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 적응하지 못 하는 종에 대한 분석도 마쳤다.

추위에 잘 견디는 감자는 삐냐사(piñaza)로,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서도 생명력이 강하다. 정글은 물론 아르헨티나 북쪽 지역까지 재배할 수 있는 적응력이 뛰어난 빠빠 꼼피스(papa compis) 종은 “꾸준히 잘 재배돼 농부들이 좋아하는 종”이다. 아니세또 꼬요꼬요 씨는 “병충해에 잘 견디는 종은 축요 빠끼(Chucllo Paki), 기후변화에 강한 종은 루끼(Rukis)와 꾸띠(Cuti), 재배가 잘 되는 종은 막띠요(Mactillo), 볼리(Boli), 꾸시(Cusi), 우아이로(Huayro), 수이뚜(Suytu), 뻬루아니따(Peruanita), 루끼스(Rukis)”라고 줄줄 말했다. 


국제감자센터

감자의 종에 따라 잘 자랄 수 있는 지역과 기후 분석이 나오니, ‘농사를 망치는 사례’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은 “비포장도로에선 큰 차를 타고, 도시에선 이동성을 고려한 작은 승용차를 타는 것이 편한 것처럼, 기후변화나 병충해 상황에 맞게 감자 종류를 선택해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낙에 많은 감자 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안데스는 ‘페루의 미래’로 불린다. 이 산맥이 페루와 전 세계의 식량 자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곤잘로 데하다(Gonzalo Tejada López)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 페루 본부 지역 기술 조정관(Coordinador Técnico Regional)은 “안데스의 많은 감자 종류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자 프로그램을 연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종의 다양성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감자를 지킬 수 있는 힘이자,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http://www.realfoods.co.kr/view.php?ud=201709260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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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아진 기온 때문에…계속 고지대로 이동
- 저지대에선 병충해 들끓고, ‘추뇨’ 생산도 무용지물
- 감자 재배 면적 사라지는 안데스 

[리얼푸드=페루(피삭)고승희 기자] 안데스의 젊은 농부 아니세또 꼬요꼬요(Aniceto Ccoyo Ccoyoㆍ30) 씨는 감자 농사를 위해 어느덧 해발 4000m까지 올라왔다. 

“해마다 감자 재배지역이 고산지대로 이동하고 있어요.” 


해발 4000m 피삭 지역 사까까 마을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아니세또 꼬요꼬요(Aniceto Ccoyo Ccoyo)는 “기온이 올라가 감자 재배 지역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페루 감자공원 내에 거주하는 감자 재배 농민이자, ‘감자 보존’에 참여하고 있는 사까까(SACACA) 마을의 전통 연구원이다. 해발 4000m 이상까지 오르면 주민들의 자취도 드물다. 꼬요꼬요 씨의 감자 저장 창고는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아있다.

“10년을 주기로 감자 농사를 짓는 고도가 높아졌어요. 해마다 10~15m씩 꾸준히 올라가고, 그 이상 재배 지역을 높여야 하는 종도 있죠.” 


아니세또 꼬요꾜요 씨가 수확한 다양한 종류의 안데스 감자들


▶ 감자는 왜 고지대로 올라갈까?=감자의 재배지역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페루의 산맥’ 안데스도 피하지 못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나친 일조량”, “강우 패턴의 변화”,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농민들은 해마다 “고도를 바꿔가며”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Benjamin Quijandria) 페루 농업부 차관은 “과거 감자 농사는 해발 2500~3000m에서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3500m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간 2500~3000m 지역에선 감자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감자는 특히나 고온에 취약하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온도와 습도 증가로 인해 감자의 전분 형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가며 “추뇨(chuño) 생산도 어려워졌다”(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고 한다. ‘추뇨’는 인류 최초의 건조식품으로, 수확한 감자를 말려 새로운 감자로 만들어낸 ‘잉카의 유산’이다. 


아니세또 꼬요꾜요 씨가 가족들과 함께 감자를 보고 있다.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International Potato Center)에 따르면 추뇨는 주로 ‘빠빠 아말가(Papa amarga)’로 불리는 ‘쓴 감자’로 만든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야생종 감자는 0℃ 이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성 성분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나 판타(Ana L. Panta Lalopu) 국제감자센터 연구원은 “빠빠 아말가에는 쓴 맛을 내는 글리코알칼로이드(glycoalkaloids)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이 바로 먹을 수 없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3~4일간 강물에 세척한 뒤 햇빛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밤 시간 동안 추운 곳에서 완전히 얼려 건조시킨다”고 말했다. 이 방식이 바로 ‘추뇨’다. 잉카인들은 추뇨를 통해 “독성 성분을 제거해 새로운 종류의 감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자는 ‘추뇨 블랑코’(chuño blanco) 혹은 ‘모라야’(moraya)라고 불린다. 

‘추뇨’는 안데스 주민들에겐 “무려 10~15년까지 보존 가능한 식량 자원이자, 식량 안보”(아니세또 꼬요꼬요)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니 자연 동결건조가 힘들어”(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 추뇨 생산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추뇨’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감자(빠빠 아말가)가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종”(아나 판타 연구원)이라는 점은 안데스 주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지대에서 자라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강한 종”(아나 판타 연구원)이라 어느 지역에서나 생산이 가능한데 ‘추뇨’로 만들지 못 하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아니세또 꼬요꼬요 씨의 감자 저장 창고


이 지대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피해도 적지 않다. 페루 농업부에 따르면 전염병의 한 종류인 잎마름병이 확산되고 있다. 해안지역과 안데스 계곡에 분포하고 있는 감자뿔나방도 고지대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국제감자센터는 “감자뿔나방은 현재 해발 3500m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나방 종류는 토종 감자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배가 어려운 품종도 나오고 있다. 아니세또 꼬요꼬요는 “칠까스(Chilkas), 뻬루아니따(Peruanita), 뿌나 마끼(Puna maki), 빠꼬차 센까(Pacocha Zenka) 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재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점점 더 영양가 없는 땅으로…‘감자의 위기’=감자를 살리기 위한 이동은 한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감자센터에 따르면 안데스에서의 감자는 계단식으로 재배된다. 야생종을 포함해 4000여 종에 달하는 감자들은 종류에 따라 자라는 지역과 높이가 다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그러나 “계단식으로 재배되던 감자들이 이젠 평면으로 심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자 종류에 따라 재배 고도가 달랐던 것이 이젠 큰 차이가 없는 높이에서 자라고 있다.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 내부에 전시된 감자들


뿐만 아니라 10년 주기로 고도가 높아졌던 과거와 달리 이젠 1년 주기로 훌쩍 뛰어오른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예전에는 3500m ~ 3700m에서 재배가 가능했던 감자 종은 4500m 이상 높이로 올라가야 재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감자 종류는 한 해 사이에 “100m나 재배 높이를 올려야 하는”(센트럴 레스토랑 마르티네즈 비르힐리오 셰프) 상황이 됐다.


감자는 본래 고지대 작물이기 때문에 “고산지대에서도 적응이 빠른”(아니세또 꼬요꼬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배 과정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5~8월엔 냉해가 껴서 감자 성장에 영향을 받고”(아니세또 꼬요꼬요), “생산량도 타격을 받게”(아나 판타 연구원) 된다. “고지대는 토양의 질이 좋지 않은 ‘가난한 땅’”(아나 판타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영양분이 부족한 땅이라 감자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1만 년 전, 이 땅에 뿌리내린 ‘잉카의 생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잉카의 후예’들이 거주하고 있는 최고 고도는 4500m. 감자 재배 지역이 올라가는 만큼 “감자가 재배될 수 있는 땅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2500m부터 감자를 재배하던 과거에 비한다면 재배 면적은 벌써 1000m 높이만큼 사라졌다. 

감자는 페루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의 식량자원으로, 페루 국민 “1인당 연간 100kg”(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을 소비하고 있다. 쌀(60kg)보다 많은 수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40년 안에 안데스에서 감자를 키울 수 있는 곳은 사라질 수도 있다”(국제감자센터 농학자 레네 고메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감자센터 아나 판타 연구원이 잉카 시대 때부너 만들어온 인류 최초의 저장식품인 추뇨 블랑코(혹은 모라야, 왼쪽)를 손에 들고 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하는 감자 양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http://realfoods.co.kr/view.php?ud=2017092500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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