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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식량 원조와 ‘기적의 씨앗’은 기아의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예전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새로운 노력이 인상적이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종교적인 구호단체는 오랫동안 아프리카에서 기아를 줄이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종교단체의 구호 활동은 단지 식량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기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않았다. 기근이 들면 잠시나마 굶주림을 줄이도록 네브라스카의 밀 가마니를 나누어주거나 농민들에게 화학비료와 ‘기적의 씨앗’을 선물했다. 하지만 그러한 원조는 하강 주기만 고착시키고, 장기적인 탄력성을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교회와 기독교 개발 조직의 수가 증가하여, 아프리카 농민과 그 토지에 주목하며 더 포괄적으로 기아에 접근하여 답을 찾고 있다.

 

 

세계 기아를 위한 첫걸음 - 여섯 가지 신화를 부수다

 

피터 커닝엄Peter Cunningham은 니제르Niger에서 지난 9년 동안 농업의 전도사로 봉사하면서 기아를 물리치는 접근법을 깨달았다. 그는 “수많은 프로젝트로 지난 30년 동안 니제르에 수백만 달러가 들어갔습니다. 모두가 거의 마을 농장에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 가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떠나면 지속되지 않았지요”라고 말한다.

 

 

원조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커닝엄 씨는 지속적으로 식량 원조를 제공하는 접근만 하고 빈곤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종교단체나 NGO의 활동에 좌절했다. 왜 이 지역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돈과 열정을 쏟지 않는가? 그러나 커닝엄 씨가 믿는 농사법의 답은 유전자를 조작한 ‘기적의 씨앗’이나 화학비료, 농약 및 기타 이른바 녹색혁명의 사례를 적용해서는 구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생태농업과 유기농업의 방법을 실행해야 한다.

커닝엄 씨는 지역에 알맞고 농사에 구체적인 생태농업의 방법을 찾고자 니제르의 농부에게서 무언가를 배웠다. 그것은 사헬Sahel의 원래 생태계와 함께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닝엄 씨는 “하나님이 만든 사바나라는 생태계에는 주기성을 띠는 나무, 풀, 향초가 있었습니다. 일찍이 생산적인 토지의 넓은 지역에는 나무가 있었는데, 우리는 나무 사이에 한해살이 작물을 심는 방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나무의 주기성에 따라 본격적으로 식량안전보장 프로젝트는 니제르의 마라디Maradi 지역에서 6000명 남짓의 주민과 30개 이상의 마을에 도입되었다. 그것은 사헬에 변화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 불렸다. 자생하는 나무와 씨앗만이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식용 아카시 나무를 가져다 심었다.

 

 

아카시 나무의 놀라운 작용

 

아카시의 이점은 무수하다. 아카시는 흙에 질소를 고정하여 한해살이 작물과 다른 나무를 먹인다. 그 잎은 태우기보다 거름이나 그 자리에 남겨 덮개로 쓴다. 가지는 쳐서 땔감과 목재나 덮개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씨앗은 단백질이 많아 사람과 가축이 먹을 수 있다. 농장 주변의 아카시는 살아 있는 울타리가 되어 모래언덕이 침입하는 걸 막는다. 아카시의 보호막 안에서 작물의 생산성은 2배, 심지어 3배까지 올라간다. 아카시는 하우사족Hausa族의 격언을 증명한다. “누군가 나무를 심으면 결코 굶주리지 않는다.”

 

 

아프리카를 원조하는 유명 인사

 

이 혼농임업 사례의 성공은 예전 농사법보다 두세 배나 생산하여 즉각적이고 인상적이었다. 고정된 체계라기보다는 각 지역에 쉽게 적용시킬 수 있는 모범 사례이다.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가? 커닝엄 씨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식용 오스트레일리아 아카시는 에티오피아, 케냐, 세네갈, 말리에서 시험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대안적인 원조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Bread for the World의 대표 데이비드 베컴은 최근 Heifer International의 대표 조 럭Jo Luck과 함께 World Food Prize를 수상했다. 그 상은 국내와 국제 정책의 의제로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Bread for the World는 풀뿌리 회원과 의회에 로비하기 위한 4000~4500 교회의 조직망을 이용한다.

Bread for the World 재단의 아사마 라티프Asma Lateef는 “지금까지 우리의 투자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금은 프로젝트의 끝과 함께 끊겼다. “우리는 기술과 체계, 교육기관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원조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신앙에 기반한 조직은 참된 가치를 줄 수 있다

 

해마다 외부인의 변덕스런 자비심에 의존하는 곡물 가마니를 주는 대신, 신앙에 기반한 조직은 아프리카에서 그들이 의존과 기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훨씬 더 값진 무언가를 줄 수 있다. 특히 생태농업의 지식. 해마다 곡물 나눠주기, 화학비료나 ‘기적의 씨앗’을 투입하는 대신, 생태농업의 지식은 농민들이 자신의 농장을 운영하고 그들의 농장에 머무를 수 있는 훨씬 많은 기회를 준다.

니제르에서 행해진 지난 30년의 원조는 몇몇 사람의 배를 채울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이제는 지역사회와 다른 구호 단체가 생태농업과 유기농업에 투자하여 변화의 씨앗을 심을 때이다. 상상해 보라. 기아가 단지 기억에만 존재하는 활기찬 작은 농장과 지역사회가 풍년이든 흉년이든 서양인이 해마다 주는 선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이 지닌 풍부한 잠재력을 발견하여 살아간다.

 

 

 

written by Fred Bahnson, translated by 김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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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지구가 이상하다




2008년 9월 3일, 방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열사의 대륙 아프리카 케냐에 눈과 우박이 내렸다는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보았다. 이게 웬일이지 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니, 5월에 칠레에서 화산이 폭발했단 소식이 있었다. 그럼 혹시 화산재가 하늘을 덮으면서 그쪽에 무슨 영향을 주었을까? 뭐, 방바닥에 누워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는지 정확한 원인을 꼽을 수 없었다. 기후 예측만큼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일은 없을 것이다. 계속 일기예보를 틀리는 바람에 도입한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로도 여전히 정확한 예보가 되지 않는 것이 그 좋은 예이리라.

기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가장 궁금해 하던 요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만큼, 기후는 인간의 경제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신과 맞먹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오죽하면 한민족의 시조라 하는 환웅께옵서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내려오셨겠는가. 그 이후 인류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 해의 흐름을 파악하고 달력을 만들었다. 먼 옛날부터 농사를 지은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에서는 태음태양력을 이용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를 인간의 문화 안으로 끌어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기후는 그리 쉬이 인간에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인류의 역사는 어찌 보면 예측할 수 없는 기후에 맞서 끈질기게 농사를 지으며 자손을 낳고 사회를 이루어온 역사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후를 아는 자, 세상을 얻는다


몇 년 전 '주몽'이란 드라마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그때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때 표절 논란이 일기까지 한 주몽의 문양은 삼족오라는 상상의 동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고구려는 역사적으로 천문에 뛰어난 지식을 보유한 집단이었다. 그들이 그린 고분 벽화에는 아직도 당시의 천문도가 남아 있는데, 그 정확성이 현대의 그것에 비해 전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그 유명한 '천상열차분야지도'도 고구려 때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에 맞게 조금 수정한 것이라고 하니,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고구려가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삼은 것이 바로 삼족오이다.

현재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삼족오는 태양의 흑점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삼족오는 꼭 태양을 나타내는 원 안에 그려 넣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우리는 2000년 전의 사람들도 밤하늘의 별은 물론 태양과 달 및 여러 행성에 대해 자세히 알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기후와 같은 요소들이 변하고, 그 기후에 따라 인간의 삶이 크게 좌우되기에 그랬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하늘의 뜻을 정확히 읽고자 했다. 목숨이 달려 있는 하늘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덕여왕'에서 덕만이 천문의 비밀을 백성에게 알리는 행위는 사실이든 아니든 엄청나게 파격적인 일이었음이 틀림없다. 당시에 천문, 곧 기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달력은 정치권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삼족오는 어디로 갔나?


2009년 9월 1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태양 흑점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보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기후변화와 태양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지구라는 행성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 태양이란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태양이 있기에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살아가는 지구는, 태양계의 많은 행성 가운데 태양의 혜택을 가장 알맞게 누리고 있다.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런데 그런 태양이 변화하고 있다! 이 사실이 지구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먼저 흑점이 무엇인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흑점은 태양의 표면에 있는 어두운 반점을 가리키는데, 1613년 갈릴레이에 의해 처음 관측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도 사람들은 흑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겠지만, 이른바 과학적으로 처음 관측되었다는 의미다. 흑점은 아주 뜨거운 태양의 표면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서 검게 보이는 부분이다. 온도가 낮다고 하나 4200K라고 하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온도다. 이러한 흑점이 많을 때는 300개 이상 보이기도 하는데, 흑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태양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증거라고 한다. 그러니 현재 흑점이 사라진 상태는 상대적으로 태양이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는, 곧 그렇게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는 증거인 셈이다. 태양의 활동은 바로 지구에 오는 태양에너지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이 활발하게 움직인 20세기에 지구는 계속 뜨거워졌다. 같은 세기 안에도 온난화와 한랭화는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20세기의 한랭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산업화에 따라 증가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도 한몫을 했을 수 있지만, 아직 정확히는 그 영향을 따질 수 없다. 아무튼 거대한 태양에너지에 비하면 온실가스의 역할은 미미했을지도 모른다.



태양 흑점과 소빙하기(Little Ice Age)


태양의 흑점이 지금만 유별나게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일의 천문학자 슈바베(shuwabe)라는 사람이 20년 동안 관측한 결과 7~15년 간격으로 흑점은 많아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흑점의 활동이 너무 오랫동안 잠잠하다는 것이다. 10월 15일 현재 약 500일 동안 흑점 활동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잠잠한 것은 1913년 이후 처음으로서 그때의 기록을 넘어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지도 모른단다. 그래서 태양 흑점이 오랫동안 사라졌을 때는 언제이고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인류의 역사에서 태양의 흑점을 관측하여 기록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흑점 활동이 관측되지 않았던 때가 있다. 그 시기는 바로 1645~1715년의 70년 동안으로서, 역사에서는 그때를 정점으로 하여 1300년대부터 1850년까지를 '소빙하기'라고 부른다. 이때에는 여느 세기보다 평균 2℃ 이상 낮은 온도를 기록했는데, 이것이 역사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기에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은 잦은 기상이변이었다고 한다.

평균보다 낮은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흉년과 그에 따른 기근, 그리고 그를 통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추위가 풀린다 싶으면 전염병이 닥쳤다. 하나님의 전지전능한 보살핌으로 더없는 번영을 누리던 온난했던 중세 유럽 사회는 1300년대 이후 점점 낮아지는 온도로 위기를 맞는다. 농업 생산력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기후가 변동하는 원인을 몰랐던 그들은 마녀사냥을 벌이며 신께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신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고, 점점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 시기 심한 경우에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죽음의 사신이라 불린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며 중세는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이 시기 동아시아에서도 한랭화에 따른 극심한 사회변동을 겪는다. 중국에서는 세계 제국을 이룩하여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원나라가 무너지고, 1368년 중화주의를 내세운 명나라가 들어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조공 관계를 구축한다. 그에 따라 고려란 나라 역시 이슬처럼 사라지고 조선이 등장한다. 고려 말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과 자영농의 약화 및 왕권 약화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기후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 아직 한랭화는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흑점 활동이 관측되지 않은 1645~1715년의 70년 동안을 정점으로 하는 소빙하기는 1억 5000만 명이 살던 명나라를 100만 명이 되지 않는 청나라에 무릎 꿇게 만든다. 조선도 역시 건국 초기의 불안정함과 천재지변으로 몸살을 앓은 것은 물론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소빙하기에 일어난 천재지변 관련 기사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1392~1500년 3537건, 1501~1600년 1,0894건, 1601~1700년 6863건, 1701~1850년 4376건이다.



소빙하기를 헤쳐나가다


이처럼 한랭화 및 극심한 자연 재난으로 몸살을 앓던 동서양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길은 너무나 달랐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흑사병 이후 중세의 봉건제도가 무너진 뒤, 서양은 새로운 사회구조를 구축하고 새로운 계층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바로 도시의 성장과 상공업자가 그들이다. 그리고는 곧장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세계를 향한 대항해시대와 그를 통한 식민지 개척의 역사가 그것이다.

반면 동아시아, 그 가운데 조선은 달랐다. 중국이란 강력한 세력이 출구를 막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조선은 내적 구조를 혁신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귀족 세력이 겸병한 토지를 국유화하고, 조세제도를 정비하고, 진휼에 힘쓰는 한편, 농서의 편찬과 농법의 개량을 통해 세력의 안정을 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결과 두 번의 큰 전란과 잦은 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00년 동안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0년 우리는?


태양 흑점과 관련하여 현재 기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기상청의 기후 자료를 뒤적였다. 그를 통해 의미 있는 발견을 했다. 다음은 2007년과 2008년 및 2009년의 월별 평균기온을 조사한 자료다.


월평균기온(℃) 수원 / 2007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0.1

3.3

6.0

11.1

17.8

22.6

24.0

26.1

21.2

월평균기온(℃) 수원 / 2008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1.6

-1.6

6.8

13.3

17.6

21.7

25.7

25.5

22.3

월평균기온(℃) 수원 / 2009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2.6

2.4

6.1

12.0

18.3

22.1

24.2

25.7

21.6


태양 흑점의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한 2008년 9월쯤부터 2009년 9월까지의 월평균기온 값을 2007년의 값과 비교하면, ± 1℃ 정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흑점이 날씨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일상적인 편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다음은 일조시간의 2007~2009년 동안의 월별 평균값이다.


일조시간(hr) 수원 / 2007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178.6

179.2

155.3

211.0

213.2

185.4

107.4

126.3

91.4

일조시간(hr) 수원 / 2008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165.3

231.2

194.9

211.3

215.9

172.2

98.1

209.9

186.8

일조시간(hr) 수원 / 2009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204.0

119.1

215.1

213.4

246.8

213.3

145.0

176.2

217.6


이를 보면, 2009년의 일조시간이 2007년과 2008년에 비해 훨씬 많았음에도 월별 평균기온이 더 낮은 경우가 자주 보인다. 이는 "태양 흑점의 활동 위축→태양에너지의 약화→지구복사에너지의 감소" 때문이라고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로지 나의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날씨를 유심히 살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2009년 들어서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았음을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이러한 안개와 구름이 끼는 현상은 태양 흑점이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태양의 흑점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점점 더 줄어들 테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지금보다 더 한랭한 기후가 닥치지 않을까? 그리고 지난 역사를 통해서 본 것처럼 빈번한 기상이변이 자연재해로 일어나지 않을까? 게다가 2009년 들어서 자주 일어나는 지각변동 현상은 그에 더해 지구를 뒤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얼마 전 뉴스에는 후지산 아래에 있는 마그마의 움직임도 포착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환태평양지진대는 요 몇 년 사이 격렬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물론 예전의 소빙하기를 겪은 때와 달리 발달한 인류의 문명은 그때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기후의 변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먹을거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폭설과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 앞에 현대의 농법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보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의 한 축으로 농업이 편입되면서부터 시작된 대규모 단작 위주의 현대 농업은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품성 있는 농작물만 대규모로 단작을 하는 현대 농업의 뒤떨어지는 유연성은 그동안 석유라는 막강한 힘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때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후 변화에 적응력이 강한 여러 작물을 보험에 가입하듯이 다양하게 섞어 심는 쪽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위험에 적응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로 일어나는 대농 위주의 농업 정책이 아니라 각 지역의 소농을 지원하고 키우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자료

빙하기,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 더그 맥두걸

전환기의 환경과 문명, 정회성

기후와 역사, H. H. 램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브라이언 페이건

소빙기 대자연재난 속 한국 농업의 변천, 이태진

The Sun-Climate Connection, 로드니 비렉(NOAA Space Environment Center)

기상청 홈페이지

천문우주지식정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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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1510년까지 스푀러(sporer) 최저, 1645~1715년 마운더(maunder) 최저. 소빙기 태양 활동이 가장 침체되었던 시기.

 

기후 변화의 원인

1. 태양에너지

2. 계절에 따른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와 태양광선이 각 위도별로 지구에 도달하는 입사각에 영향을 주는 천문학적 변동

3. 입사태양복사와 지구방출복사에 영향을 주는 대기의 상태

4. 해양과 대기의 순환

5. 지표와 지표 부근 입사 에너지의 흡수와 역복사

 

 

흑점은  11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 지금까지 흑점이 하나도 없던 달이  1913년 6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흑점은 단 3개가 활동하다가  8월달에 완전히 사라졌다. 2005년에 미국 국립태양천문대의 두 과학자가 태양의 자기 변화를 관측한 결과,  앞으로 10년 이내에 태양 흑점은 제로가 된다고 논문을 발표. 기상학자에 따르면 지구의 구름생성에 영향을주어 흑점이 없으면  비구름이 평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고 비가 자주오며 평균기온이 하강한다고 함.  

미국 국립태양관측소(NSO) 연구팀은 지난 17년 동안 ‘적외선 분광법’ 등으로 태양 흑점 주변의 자기장을 매우 정밀하게 관측해 보니, “2015년쯤에 흑점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

 

 

 

Thursday, 16 November, 2000, 17:43 GMT

Viewpoint: The Sun and climate change
Sun Soho
Satellites now monitor solar activity constantly
By Dr Paal Brekke from the European Space Agency

Natural processes involving changes in the Sun could have at least as powerful an effect on global temperature as increased emissions of carbon dioxide (CO2).

Climate scientists have already looked at changes related to Sun spot activity - a cycle of approximately 11 years - and long-term changes in the Sun's brightness, which has a cycle that lasts for centuries.

They have discounted the effect of both on the temperature increase over the last century because they either happen over too short a timescale, or they are too weak.

But so far they have omitted to take two other factors into account:

  • Changes in the amount of ultraviolet radiation from the Sun affect the ozone layer. This is a very important part of the atmosphere where lots of chemical reactions take place that govern the way the rest of the atmosphere works;
  • The Sun's magnetic field and solar wind - mainly in the form of electrons and protons coming out of the Sun - protects the entire Solar System by acting as a sort of shield from cosmic rays (very energetic particles and radiation from outer space).
This shield does not stop all the cosmic rays from getting though, and its effectiveness varies with the long-term changes in the activity of the Sun, which can rise and fall on a timescale of centuries.

Cloud cover

One of the effects that cosmic rays have is to influence how cloudy the Earth is.

Graphic BBC
So if the Sun undergoes long-term changes in activity - which it does - the amount of cosmic rays reaching the Earth will also vary over the same timescale, and so will the planet's overall cloudiness.

The amount of cloud affects the amount of radiation from the Sun reaching the planet surface, which in turn affects the global temperature.

Data collected from satellites show that the amount of low clouds over the Earth closely follows the amount of cosmic rays reaching the Earth.

The resulting warming due to this effect over the last century could be comparable to the amount of warming people think has been due to the greenhouse effect.

Add to that the other effects due to the Sun, and greenhouse gases become less than 50% responsible for rising global temperatures.

Little effect

The other side of this coin is that reducing greenhouse emissions will have much less effect in halting rising temperatures than some people think, and it might have hardly any effect at all.

Cooling towers AP
Our continued use of fossil fuels could make little difference to the climate
The energy emitted from the Sun drives the climate system, and natural changes in its behaviour can have a far greater effect than human behaviour.

Thus, some people may ask: "So why bother worrying about greenhouse gases, and adding billions to the costs of industry to force them to cut emissions, when it could well be a pointless exercise?"

If the Sun is indeed the main contributor to the recent climate change, the money may be better spent providing clean air in big cities and clean drinking water to the Third World.

The author is a solar physicist serving as the European Space Agency's deputy project scientist for the Esa-Nasa 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 (Soho)

 

 

 

 

 

 

 

 

 

 

The Sun-Climate Connection
(Did Sunspots Sink the Titanic?)

Rodney Viereck, NOAA Space Environment Center

GLOBAL WARMING

World map showing where global warming has caused the sea surface temperatures to increase and the ice cap at the north pole to become thinner.

Figure 1: Average sea surface temperatures around the world. (NCEP and Univ. Wisc.) Global warming has caused the sea surface temperatures to increase and the ice cap at the north pole to become thinner.

Nearly every day, new evidence is presented showing that the globally averaged temperature of Earth has increased over the last few centuries. According to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the globally averaged surface temperature has increased by 0.6°C over the last 100 years. There is evidence that not only is the atmosphere warming but the ocean temperatures are increasing as well. The ice cap on the North Pole has become significantly thinner.

The global warming has increased dramatically in the last 20 years. The IPCC report estimates that the 1990s were the warmest years since the beginning of instrumental records in 1861 and that 1998 may have been the warmest year on record. This increase in temperature over the last century is likely to have been the largest 100-year increase in the last 1000 years. Because of these dramatic climate changes of the last 100 years many scientists believe that human activities, such as burning fossil fuels, have contributed to global warming.

Two of the questions that now face scientists studying climate change are…

  1. How has human activity influenced the climate?
  2. How would the global climate change without human influence?

In order to answer the first question, scientists must answer the second question.

SOLAR VARIABILITY

Composite figure showing a sequence of solar x-ray images taken with the Yohkoh satellite

Figure 2: This composite figure (prepared by Lockheed) shows a sequence of solar x-ray images taken with the Yohkoh satellite about six months apart from solar maximum (lower left) to solar minimum (upper right). This is a dramatic example of how the sun changes over the 11-year solar cycle. NOAA will start making similar observations in July 2001 with the Solar X-ray Imager on the GOES spacecraft.

The total energy output of the sun is nearly constant. At the top of Earth’s atmosphere the total irradiance from the sun is about 1366 W/m². Imagine thirteen 100 Watt light bulbs shined all of their energy onto a square meter. During the course of an 11-year solar cycle, the average output of the sun changes by about 1-2 W/m² or about 0.1%. Thus, the solar constant varies between 1365 and 1367 W/m² and is therefore, not really a constant.

In other wavelengths such as the ultraviolet and extreme ultraviolet parts of the solar spectrum, the solar variability can be quite large. In the x-ray wavelengths, the sun can change brightness by a factor of 100 or even 1000 in just a few minutes but these wavelengths only affect the upper reaches of our atmosphere. Figure 2 shows a 5-year sequence of x-ray images of the sun from solar maximum to solar minimum.

It is thought that the total solar output of the sun has changed by larger amounts over longer time scales. There is evidence that the total solar output may have been as low as 1360 W/m² during the 19th century and even lower than that during the 17th century. Thus over centennial time scales, the solar output may have changed by 0.5%.

SOLAR VARIABILITY AND CLIMATE CHANGE

Northern hemisphere land temperatures are plotted with the solar cycle length

Figure 3: (a) The northern hemisphere land temperatures are plotted with the solar cycle length (Friss-Christensen and Lassen; 1991).

Globally averaged sea surface temperatures are plotted with the sunspot numbers. The similarity of these curves is evidence that the sun has influenced the climate of the last 150 years.

(b) The globally averaged sea surface temperatures are plotted with the sunspot numbers (Reid; 1999). Both sunspot number and solar cycle length are proxies for the amount of solar energy that Earth receives. The similarity of these curves is evidence that the sun has influenced the climate of the last 150 years.

Variability in the amount of energy from the sun has caused climate changes in the past. It is now accepted that the global cooling during Ice Ages is the result of changes in the distribution and amount of sunlight that reaches Earth. During the last Ice Age, the globally averaged temperature of Earth was about 6°C colder than it is today. While this may not sound like much, the effect was to cover large parts of Canada, Alaska, and Siberia with huge sheets of ice up to a mile thick.

Even the climate changes of the 20th century may have a significant solar component. Figure 3 shows comparisons of globally averaged temperature and solar activity. Many scientists find that these correlations are convincing evidence that the sun has contributed to the global warming of the 20th century. Some say that as much as 1/3 of the global warming may be the result of an increase in solar energy. So, while it is becoming clear that human activity is changing the climate today, solar activity may also be contributing to climate change and probably changed the climate in the past.

In order to accurately predict how future human activities will change the climate, it is critical to understand the variability of the natural system. Therefore, even though solar activity may not be the dominant factor in global warming, it is important enough that understanding how the climate responds to small changes in solar irradiance will help scientists predict the climate changes caused by human activity.

The NOAA Space Environment Center (SEC) combines scientific research and an operational Space Weather Center to maintain a vigilant watch on solar activity. SEC’s primary mission is studying the affects of a variable sun on the upper atmosphere and the near-Earth space environment. Monitoring and understanding the solar effects on the middle and lower atmosphere is a new component of SEC’s mission. Present NOAA/SEC activities include monitoring the sun in x-ray and ultraviolet wavelengths as well as sunspots. NOAA recognizes the need for new efforts in this area and will include solar extreme ultraviolet measurements on the next generation of GOES spacecraft and total solar irradiance and solar spectral irradiance measurements as part of its upcoming NPOESS spacecraft mission.

DID SUNSPOTS SINK THE TITANIC?

Painting depicting the sinking of the Titanic.  Icebergs are now rarely observed so far south.

Figure 4: The weather and sea conditions that lead to icebergs in the path of the Titanic were typical of the early 1900s. Since then, the climatic parameters have changed and icebergs are rarely observed so far south.

It is well documented that the early part of the 20th century was much colder than it is today. This can be seen in the plots in Figure 3. A consequence of these colder temperatures is that there are changes in sea currents and temperatures and in the strength and direction of the winds at sea. As a result, large icebergs from the Greenland ice sheet would often drift southward into the Atlantic Ocean and into the shipping lanes between Europe and America. It was much more likely that a vessel would encounter icebergs back in the early part of the century than it is now. This is in part a consequence of a cooler climate 80 years ago.

In a scientific paper, written on the subject of the weather on that night in 1912 when the Titanic struck an iceberg and sunk, E. N. Lawrence concludes that there is a link between sunspots and the icebergs found in shipping lanes in the early 1900s. Figure 5 is a plot from Lawrence’s paper showing the correlation between sunspots and icebergs.

While most scientists would agree that sunspots did not really sink the Titanic, there is significant evidence to show that the cold climate of 1912 may have been in part due to the lower level of solar energy reaching Earth relative to today. The cold climate may have provided the conditions needed for large icebergs to drift far south of Greenland and into the shipping lanes of the North Atlantic. These icebergs were a severe hazard to early ships without radar especially at night when they could not see the icebergs. To state the connection more clearly, increases in globally averaged temperature, produced in part by increased solar and human activity, may have reduced the number of icebergs in the North Atlantic thereby preventing other disasters such as the sinking of the Titanic.

 

 

Graph showing that the date of the Titanic disaster fatally coincided with a climax in the iceberg-weather-sunspot link system

 

Figure 5: An article by Lawrence in the scientific journal Weather, published by the Royal Meteorological Society of London concludes that “The date of the Titanic disaster fatally coincided with a climax in the iceberg-weather-sunspot link system” (Lawrence, 2000).
Click on graph for larger image.

 

 

 

 

 

 

 

 

 

 

 

 

 

 

 

 

 

 

 

 

 

 

 

 

 태양 표면의 흑점이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습니다. 흑점이 많을 때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올 들어서만 이런 날이 205일이나 됩니다. 지난해까지 더하면 무흑점 일이 471일에 달해 백여 년만의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태양흑점 주기의 기원
태양표면에서 보이는 흑점들의 수는 약 11년동안 거의 0에서 100개가 넘게 증가하며 다시 다음 주기가 시작되면서 거의 0에 가깝게 감소하는데, 태양흑점 주기의 원인과 근원 또한 태양 천문학의 커다란 신비의 하나로 여겨진다. 우리는 현재 태양의 흑점주기에 대하여 많은 세부사항들을 알고 있고 그것을 만들어 내는데 열쇠역할을 하는 역학적 과정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기본적인 물리법칙들을 이용해 믿을 만한 미래의 흑점숫자를 예상할 수 있는 모델은 만들어 낼 수 없다. 이 문제는 다음해의 여름과 겨울의 날씨가 어떠할 지를 예상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태양의 흑점
태양의 광구(우리 눈에 보이는 태양의 표면)에는 쌀알 모양의 어두운 반점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태양의 흑점(Sunspot)이다. 이 흑점은 망원경 관측으로는 1613년 갈릴레이에 의해 처음으로 관측되었으며 약 11.2년의 주기를 가지고 그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 흑점은 6,000K의 표면온도에 비해 4,200K로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서 더 어둡게 보이는 것뿐 실제로 낮은 온도는 아니다. 흑점은 많이 나타날 때는 약 300개까지 보이고 적게 나타날 때는 한 개도 보이지 않는데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다.흑점의 모양은 둥근 종류가 가장 많은데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도 상당수 있다. 또한 흑점은 한 개 또는 여러 개가 무리를 지어 생기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쌍으로 나타나며 강한 자기장을 동반한다. 그리고 크기도 다양해서 가장 큰 흑점은 어두운 부분의 지름이 약 3만 km인데 덜 어두운 부분까지 합치면 6만 km이상으로 이는 지구가 빠져버릴 만한 크기이다. 흑점의 주기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슈바베(Schwabe)로 그는 주기를 알아내기 위해 20년을 관측하여 결국 1843년에 흑점의 주기가 약 11.2년임을 밝혀냈다. 물론 주기는 일정한 것이 아니어서 짧을 때는 7년일 때도 있으며 길 때는 15년 이상으로 그 차이가 크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1904년 마운더는 흑점의 분포가 마치 나비의 날개 모양으로 분포돼 있음을 발견했는데 그 모습은 흥미롭게도 태양의 적도를 경계로 하여 남북으로 대칭을 이루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흑점 수가 많이 나타날 때는 비가 많이 와 홍수가 생기는 등 지구촌의 기상에 변화가 생긴다고 하며 아기의 출산율도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정설로 인정된 바는 없다.

 

 

2008년 4월 23일 호주 오스트레일리안지에서 호주 최초의 미 항공우주국 우주인이며 지구 물리학자인 필 채프먼이 지구냉각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 중 가장 무서운 사진을 Spaceweather.com에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태양관측 위성인 소호(SOHO)가 촬영한 태양의 실시간 사진인데 놀랍게도 SOHO 사진 중에는 단 한 개의 아주 작은 흑점 밖에 없는 것이 있고 4월 25일에는 흑점이 전혀 없다.

 



 



지구온난화를 믿는 사람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지구의 온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말한 그는 세계에서 지구의 온도를 측정하는 4대 연구소들이 2007년에 지구의 온도가 평균적으로 섭씨 0.7도가 내려간 것을 측정했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인류가 1930년 지구 온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폭의 변화인데 2007년을 예로 든다면 무더운 바그다드에 눈이 내리는 등 세계 전역에서 이상한 저온 현상이 발생했다.

SOHO 위성은 항시 태양을 촬영하고 있으나 현재 태양의 흑점 폭발 현상의 수치 변화가 11년간 꾸준히 있었으나 이번에 있어야 할 2007년 3월의 24번째 흑점 폭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흑점 폭발은 2008년 1월이 되서야 발생했는데 불과 이틀 밖에 발생하지 않았고 4월 21일에 아주 작은 흑점이 폭발했으나 24시간 내로 없어졌다는 것인데 이는 태양 활동이 이상할 정도로 저조해진 것을 의미한다.

필립은 1100년과 1850년 사이 지구에 여러 차례 발생한 미니 빙하기가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는 곡물이 더 잘 자라게 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지구냉각화는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 계속 지구냉각화가 지속된다면 2027년 지구 평균 온도가 현재보다 섭씨 14도나 내려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그는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오늘날 세계의 선진국들이 얼음 속으로 들어가 없어질 것이고 나머지 나라들도 크게 고생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불도저들을 모아 캐나다와 시베리아에 있는 눈 위에 흙을 뿌려 지구가 태양 빛을 반사하지 않도록 해 열을 더 많이 저장하는 방법이 현명할 것이며 지구에 엄청난 양의 메탄 가스를 뿌려 인공적인 온실가스를 만드는 것이 지구냉각화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주장 하고있다.


지구온난화 = 남,북극 녹아 사라짐 = 담수로 인한 열염순환이 사라짐 = 지구 소빙하기 시작.

지난 4월 미국 외교전문지 Foreign Policy는 지난 50년 동안 대표적으로 빗나간 미래 예측가운데 하나로 ‘지구냉각화’를 꼽았다. 요즘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말이 대 유행이지만 뉴스위크가 기사를 작성한 1975년은 수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지구냉각화(Global Cooling)라는 문제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었던 시기다.

지구냉각화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정 반대 현상으로 지구 기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당시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There are ominous signs that the earth's weather patterns have begun to change dramatically....(지구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지구가 냉각되면서 나타나는 기후 변화를 말한다.


 1970년대만 해도 식량이 가장 큰 문제였는지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량 감소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기사는 특히 냉각화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너무나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기상학자가 일일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라고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1950년 이후 20년 만에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2주나 줄었고 미국에서는 1964년 이후 일사량이 1.3%나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또 1970년대 초에는 지구기온이 떨어지면서 북반구의 적설(snow cover)이 급증했다고 전하고 있다.

  

 심지어 지구기후가 1600년~1900년까지 유럽과 북미지역에 혹독한 추위를 몰고 왔던 이른바 ‘소빙기(little ice age)" 시대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소개했다. 또한 지구기온이 떨어지면서 북반구 상층의 기압계에 큰 변화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잦은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았다. 적도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극지방의 빙하에 숯검뎅이(Black Soot)를 뒤집어씌워 빙하가 햇볕을 반사해 열을 지구 밖으로 방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지구냉각화를 얼마가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빙하가 햇볕을 반사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지구냉각화를 어느 정도 상쇄하지 않을까 하는 염원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1970년대 이렇게 절박하게 지구냉각화 문제를 다룬 것은 1940년대부터 30년 이상 지구기온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소개된 지구기온을 보면 1880년대부터 1940년대 초까지 꾸준히 상승하던 지구기온이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30년 넘게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온이 하루만 크게 올라가도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보도가 나오고 강한 황사가 한번 오면 재앙과 테러, 심지어 폭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보도를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30년 이상 기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으니 빙하기 도래를 예상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하루를 예측하는 것도 힘들었던 시기인데 떨어지기만 하는 지구기온이 언제 다시 상승할 것인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떨어지기만 하던 지구기온은 1979년부터 상승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이후로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지구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기온이 30년 이상 떨어지면서 지구냉각화와 빙하기 도래가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면 지구온난화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 데는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금 와서 그럴듯하게 그려놓은 지난 100년 동안의 기온변화 그래프를 보면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시기라고 당연히 생각하겠지만 1970년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지구온난화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1970년대 당시 지구냉각화를 외치고 다니던 사람들이 지금은 지구온난화를 외치고 다니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지구냉각화, 정 반대의 현상이다. 현재는 1970년대에 비해 자연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나 학자, 이런 저런 이유로 정책결정을 미루는 위정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숯검뎅이로 빙하를 덮어씌우자는 주장과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주거울(Space Mirror)”를 설치하자는 주장, 서로 정 반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생각하는 수준이 너무나 똑 같다는 것이 놀랍다.


 대책 마련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기후변화가 냉엄한 현실로 다가왔을 때는 감당하기가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1975년 뉴스위크 “The Cooling World"의 결론은, 상황은 지금과 정 반대지만 지금 다시 쓰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The longer the planners delay, the more difficult will they find it to cope with climatic change onc       e the results become grim reality."


 

 현재 지구온난화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지구기온이 40~50년 주기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앞으로 10~20년 뒤에는 지구기온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열염순환.
열염순환이란 남반구에서 북극에 이르는 대서양 물이 순환하는 것을 말한다. 적도의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움직이면서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도달하면 차가워져서 밑으로 가라앉아 다시 적도지역으로 흘러간다. 이 순환은 대서양 북쪽지역에 엄청난 열기를 가져다주는데 현재의 기후를 유지하는 큰 요인이다.

적도의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움직이면서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도달하면 차가워져서 밑으로 가라앉아 다시 적도지역으로 흘러간다. 이 순환은 대서양 북쪽지역에 엄청난 열기를 가져다주는데 현재의 기후를 유지하는 큰 요인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방대한 빙하가 녹는다면 결과적으로 북대서양에 많은 양의 담수가 흘러들어와 열염순환이 중단될 수 있다. 왜냐하면 북쪽으로 이동하는 따뜻한 바닷물이 새로 유입된 담수에 의해 차단되고 농도가 낮아져 예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순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스 주립대학교 대기과학과의 마이클 교수와 동료들이 모델을 설정하고 연구한 결과 “만일 열염순환 중단이 발생한다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열염순환이 중단된다면 현재
우리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다시 그 순환을 재개시키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서양 북쪽의 기후에 변화가 일어나 다시 지구의 기온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이클 교수와 그의 팀 동료들은 그들의 이 연구 결과를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회에서 발표했다.

물론 이 주장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 교수는 이렇게 경고했다. “재개불가한 열염순환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문제의 핵심인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하여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은 무작정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대기후에 관한 기록을 보면 열염순환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 마지막 빙하시대가 끝날 무렵에 거대한 빙하가 녹아 방대한 양의 담수가 세인트로렌스 만(북미 5대호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수로)에서 흘러나와 북대서양으로 유입되었다. 이 담수 유입이 열염순환을 중단시켜 그린란드의 기후를 몇 십년동안 섭씨 7도나 떨어지게 했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고 있다. 이것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주원인이며 결국 또 다른 대재앙인 빙하기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첨단 과학을 두고 흔히 Frontier Science 또는 Cutting Edge Science라고 부른다. 검증되지 않은 길을 가다보니 언제나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험을 앉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1970년대의 지구냉각화 예측은 10년이 채 안 돼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현재 예상대로 앞으로 100년, 200년, 1000년까지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것인가? 수 십 년이 지난 뒤 오늘처럼 지난 50년 동안 대표적으로 빗나간 예측이 지구온난화였다고 글을 쓰게 될 런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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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 마지막 추위로 보내는 섣달 그믐날

 

 

 

 

 

 

마지막이라 그런가 대한이 4일이나 지났는데 요번만큼 늦게 글을 쓰기는 처음인 것 같다. 농사도 파하고 뭘 쓸지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 이 자료 저 자료 뒤지기만 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일단 모니터 앞에 앉아 본다.

육필로 쓸 때도 일단 원고지 놓고 연필을 들면 생각이 절로 떠오르곤 했던 것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기만 하면 뭔가가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아이큐가 세 자리 겨우 턱걸이한 나는 머리가 뇌에 있지 않고 손가락에 있나보다 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우리 민족은 젓가락질을 잘 해서 머리가 좋다고 했으니 영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또 손가락을 잘 쓰면 머리가 자극이 잘 된다고도 하고, 더 나아가 오른 손을 잘 쓰면 좌뇌에 좋고 왼 손을 잘 쓰면 우뇌에 좋다고 했으니 어찌 보면 머리가 손가락에 있다는 것은 새로운 진리일지도 모를 일이다. 참, 대한과는 전혀 무관한 얘기를 이렇게도 길게 쓰는 걸 보면 ‘안구라’라는 별칭이 썩 부끄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 구라도 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손가락에서도 나오는가 보다.

대한은 몸을 쓰기보다는 사랑방 아랫목 이불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바구나 늘어놓기 좋은 마지막 농한기다.

대한 추위가 글자와는 달리 소한 추위보다는 그 기세가 약하다고 앞의 소한 글에서 얘기했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했는데 이 글 쓰는 오늘 기온이 영하 9도로 떨어졌으니 대한 날씨가 포근한 것만은 아니다. 저번 주 소한 추위가 물러간 후 바로 봄 같은 날씨가 찾아와 어제까지 겨울 같지 않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대한 동장군이 찾아왔다. 하지만 대한 추위는 소한 추위에 비해 약하기도 하고 길지도 않다. 곧 입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대한 끝에 양춘(陽春) 있다 했다.

대한과 입춘 사이의 날씨 변화를 잘 표현한 말이지만 더 깊게는 큰 고비를 잘 넘기면 평지가 온다는 교훈도 담겨있다. 대한이 지나면 곧 찾아오는 음력 섣달그믐을 두고 우리 조상들은 많은 금기와 교훈을 남기고 있는데 대개 한해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부터 섣달그믐이 다가오면 한해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밀린 빚이나 빌린 물건도 섣달그믐 전에 갚아야 하고, 되도록 돈도 꾸지 말며 혼인도 하지 않고 연장도 빌려주지 않는 것이라 했다. 꼭 이 말을 알고 있어서는 아니었는데, 어제 밭에 나가 그동안 팽개쳐 둔 일들을 정리정돈했던 것은 설 전에 미뤄둔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아마도 예부터 내려오는 풍습이 무의식화된 콤플렉스였을 게다.

아무튼 우리는 대한 지나 섣달그믐이 되면 설날 첫 닭이 울 때까지 밤을 새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일러 수세(守歲)라 했는데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었다. 이게 지금은 양력 그믐날 밤 12시를 꼽아 기다리며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새해에 처음 뜨는 해를 보겠다며 동해 바닷가로 높은 산으로 극성스럽게 몰려드느라 아닌 새벽부터 교통체증이 벌어지는 꼴을 보면 볼썽사납기도 하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픈 수세풍속의 한 변형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원래 섣달은 ‘남의달’이라 하여 한해를 조용히 보냈다. 지금처럼 망년회다 송년회다 해서 흥청망청 술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먼 데 나갔다가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섣달그믐이면 집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 “숟가락 하나라도 남의 집에서 설을 보내면 서러워 운다”고 했다.

섣달을 내 것이 아니라 ‘남의 달’이라 하면서까지 조용히 보낼 것을 옛조상들이 가르쳤던 것은 왜일까? 내 생각에는 앞의 동지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겨울은 여름처럼 생기있고 활기차게 보내는 철이 아니라 겨울잠 자듯이 기를 아끼고 저축하며 보내는 철이기 때문이리라. 뜨거운 여름은 모든 생명이 약동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철이다. 반면 겨울은 맹추위에다 먹을 것도 부족하여 활동하기 힘든 철이니 조용히 동안거 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철이다. 이를 거꾸로 하면서 살면 과연 생명이 제대로 건강할 수 있겠는가?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야 내 몸에 좋지 않은 병균이나 기운들이 달아나고 내 몸은 더욱 단련되는 법이다. 그런데 겨울을 여름처럼 따뜻하게 보내면 잠시 편할지는 모르지만 내 몸에 또한 좋지 않는 병균이나 기운도 함께 편하게 남아있어 봄이나 여름이 되면 그 삿된 기운이 내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 요즘은 다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한동안 춥다가 날씨가 풀리면 꼭 주변 지인들로부터 부모님 부고장이 날아들곤 한다. 바깥 기운과 소통하지 않고 살다보면 날씨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생기는 일이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그래서 날씨가 추울 때면 연로하신 부모님께 전화해서 추울 때보다는 이러다 갑자기 날 풀리면 더 좋지 않으니 춥다고 창문 꼭꼭 잠그고 계시지 말고 아침마다 환풍을 시키라고 당부하곤 한다.

 

겨울에는 농사를 놓고 지내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종자 관리다. 바빠서 곡간 구석에 처박아 놓은 곡식 종자들을 한가한 틈을 타 다시 잘 정돈을 해야 한다. 탈곡한 곡식들은 뒤웅박이나 씨주머니에 담아두었는데 요즘은 양파망이나 마대자루도 좋다. 상추나 아욱 시금치 오이 호박 같은 적은 양의 채소 종자들은 옛날엔 닥종이에 싸서 보관했지만 요즘엔 편지 봉투에 해도 훌륭하다. 조, 수수, 기장, 옥수수, 고추 등은 이삭이나 열매 채 실로 적당히 꿰어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다.

고구마는 한 겨울을 사람과 함께 났다. 고구마는 추위에 약해 사람이 자는 방 윗목에다 여물로 덮거나 왕겨에 ane어 망태나 항아리에 담아 두었다. 이렇게 해서 고구마는 영상 10도 이상에서 보관하도록 하는 반면 감자는 영상 5도 정도면 적당한데 땅 속에 움 파서 묻거나 곡간 한 구석에 얼지 않게만 잘 놔두면 된다. 따뜻하면 싹이 나서 종자로 쓰기에 못마땅해진다.

지난 12월 토종을 찾아 섬 구석구석에 할머니 할아버지 농가를 찾아다녔다. 희한한 것은 종자들을 꼭 한 곳에 보관해두지 않고 여기저기서 꺼내 나오시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종자의 특성에 맞게 적당한 장소에 보관하던 습성이 남아 한 곳에 두질 않고 적당히 이곳저곳에 두었던 것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지금은 냉장고 없는 집이 없어 잘 갈무리해서 한꺼번에 모아 냉장고에 집어 넣어두면 제일 안전하다. 이 때 제일 관건은 종자를 최대한 잘 말려야 한다는 점이다. 습기가 남아있으면 냉장고에서도 상할 수가 있다. 특히 장기보관하기 위해 냉동고에 보관할 때는 습기가 있으면 얼어 죽을 우려가 있다. 냉장고에 보관할 때 또 주의할 점은 종자를 냉장고에서 꺼낼 때이다. 차가운 냉장고에서 별안간 꺼내 상온에 노출시켜놓으면 결로(結露)가 되어 습기가 찰 수가 있다. 밀폐용기에 담아 넣어두었다가 꺼내서는 밀폐용기 내 온도가 바깥 온도와 같아질 때까지 용기 뚜껑을 열어서는 안된다. 결로를 막기 위해서다. 꺼내서 바로 밭에 가져다 파종한다면 상관은 없다.

겨울은 농부도 움츠리고 종자도 잘 움츠려야 약동하는 봄에 제대로 spring처럼 튀어오를 수있을 것이다. 입춘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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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춥고 긴 겨울 농한기

동지가 지나고 양력 정월도 찾아왔으니 새해가 된 것이지만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소한, 대한이 있어 새해라고 해 봐야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역시 음력 설날이 되어야 날도 풀리기 시작하니 새해 기분이 든다.

그래도 동지가 지나서인가 아침 해 뜨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기는 한다. “동지 지나면 해가 사슴 꼬리만큼씩 빨리 뜬다.”는 말이 있다. 하긴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다 동지 근방에 오면 빨리 돈다. 타원으로 돌기 때문인데 반대로 하지 근방에서는 늦게 돈다. 동지에서 입춘까지 59일이 걸리면 하지에서 처서까지는 62일 걸린다. 동지에서 3일이나 빨리 도는 것이다.

날씨가 추우니 마음도 움츠러들고 스산한데 다행히 조금씩 빨라지는 아침 해로 위안을 삼는다.

꿔서라도 오는 소설 추위로 겨울이 본격 시작한다고 했듯이 꿔서라도 반드시 오고야 마는 소한 추위는 겨울의 맹위를 떨치기에 모자람이 없다. 대개는 소한 지나 양력으로 1월 중순 근방에서 큰 추위가 오곤 한다. 말하자면 소한 기간에 큰 추위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소한 추위와 관련한 속담은 참으로 많다.

이름대로 하면 더 추워야 할 대한(大寒)이 소한(小寒)이네 놀러와 죽었다든가,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소한이 대한 네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이 대한 잡아먹는다, 들의 속담은 다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는 의미에서 온 것들이다.

그래도 역시 소, 대한 추위야 말로 겨울을 대표하는 맹추위의 절기다. 춥기만 한 게 아니라 건조하기도 하여 겨울을 나는 작물들에게 때론 가뭄 피해를 주기도 한다. 고온다습한 여름과 반대로 저온건조한 우리 겨울날씨의 특징이다. 반면 목초가 발달한 유럽이나 유목지대의 겨울은 중온다습이라 할까, 영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비는 자주 오고 습하여 겨우내 목초가 죽지 않고 잘 자란다. 밀, 보리와 가축이 잘 되는 이유다.

우리의 겨울은 눈이 오지 않으면 겨울 가뭄의 피해가 심각하다. 겨울을 나는 보리, 밀, 양파, 마늘 같은 작물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물이 모자라 봄 농사에도 치명적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온난화 때문인지 별로 춥지 않은 날은 지속되는데 눈은 별로 오질 않아 겨울 가뭄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다. 겨울만 지나면 주변 저수지의 수면이 밑으로 푹 꺼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무튼 겨울을 대표하는 소한, 대한 추위는 꼭 추워야 한다. 그냥 추워서도 안된다. 삼한사온(三寒四溫)처럼 추워야 자연의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추웠다가 따뜻해지길 반복하면 자연은 저절로 청소가 된다. 따뜻해서 잠깐 얼굴을 내민 병해충들이 곧 밀어닥칠 맹추위에 얼어죽는다. 병해충만이 아니라 약한 생명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건강한 놈들만 살아남는다.

또한 삼한사온이 반복되면서 흙도 부드러워진다. 물을 머금은 흙은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물의 특성 때문에 흙이 더 잘게 부숴진다. 바위가 흙이 되는 원리다. 만약에 물이 얼음이 되어 부피가 늘지 않고 줄어들었다면 흙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흙만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생명의 지구도 생명이 살지 못하는 다른 모습의 지구가 되었을 일이다. 액체가 얼어서 고체가 될 때 부피가 늘어나는 것은 물 뿐이다. 그게 지구를 생명의 터전으로 만든 것이니 다시 한번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한 겨울 농한기 때는 가을 수확하고 못 다한 갈무리를 한다. 일이 많아 바쁠 때 곡식 같은 경우는 적당히 잘 모아 놨다가 한 겨울 추울 때 사랑방에 앉아 화로에 잉걸불 담아 놓고 갈무리 한다.

곡식을 먹기 좋게 껍질 벗기는 작업을 방아찧는다고 한다. 방아찧는 것에는 쓿기가 있고 빻기가 있고 타기가 있다. 쓿기는 겨를 벗기는 일이고 빻기는 가루를 내는 일이며 타기는 거칠게 가루를 내는 일이다.   

 

 

 

 

 

 

 

 

 

 

 

방아찧는 일은 매우 지루하고 고된 일이라 “저녁 방아는 찧어도 새벽 방아는 못찧겠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방아찧고 나서도 껍질이 벗겨지지 않는 뉘나 쭉정이를 골라내는 일처럼 참으로 귀찮고 짜증나는 일도 없다. 콩 같은 경우는 큰 쟁반에다 깔고서 기울이면 잘 영글은 콩은 둥글둥글해서 잘 굴러떨어지지만 쭉정이는 잘 구르지 않아 그걸 이용해 골라낸다. 처음엔 나름대로 재미있어 작업을 하지만 좀만 지나면 “왜 내가 이런 걸 하고 있지”하고 이내 회의가 든다. 뭉툭하고 거친 손가락으로 그런 걸 고르려 하면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해지기까지 한다.   

 

 

 

 

 

 

 

 

 

 

 

밀 같은 경우는 탈곡하면 바로 탈립이 되어 구태여 방아를 찧지 않아도 현미처럼 먹을 수 있어 좋기는 하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뉘가 많이 섞여 있다. 돌을 고르기 위해 물에 담가 일르면서 위에 뜨는 가벼운 것들을 골라낼 때 함께 뉘를 걸러내려 해도 이를 완벽하게 골라내기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이도 큰 쟁반에다 깔고서 고르는데 콩에 비해 몇 배나 힘들다. 콩처럼 구르지도 않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온 마누라가 도와준다고 나서지만 왠지 미안해 혼자서라도 마저 끝내려 하다보면 참으로 지루하기 그지없다. 노안이 오는 나이가 되어서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프고 그 X만한 밀알을 두텁고 거친 손가락으로 골라내려 하면 참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방아찧거나 갈무리하는 일은 섬세하고 잔손질이 많이 가 노인네나 아이들이 도와주곤 했다. 어떻게 보면 노인네에게 그런 일은 거의 PC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아주 작은 알곡들을 골라내다보면 뇌 운동도 되고 시간도 떼울 수 있으니 그만한 재미있는 일도 없다. 그래서 농사는 최소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문화이어야만 제대로 할 수가 있다. 늙은이도 아이도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농사규모가 커서 방아찧을 곡식이 많을 경우는 이웃과 함께 품앗이로 함께 작업하곤 했다. 그래서 방아찧는 노동요가 지역마다 다양하게 발달했다.

방아찧는 도구들은 나름대로 곡식의 성격과 작업 방식에 따라 나눠진다. 곡식 알갱이끼리 또는 곡식과 연장 사이의 마찰로 쓿거나 빻는 일은 절구, 디딜방아, 물방아, 물레방아가 한다. 이와 달리 서로 다른 반대방향으로 연장이 움직여 그 사이에 곡식을 넣고 빻는 일은 쓿거나 타거나 빻는 작업으로 매통, 맷돌, 연자매(방아)가 했다.

곡식이 적으면 절구나 맷돌로도 충분하지만 양이 많으면 디딜방아나 연장방아를 이용한다.  나락을 현미에서 쌀, 곧 백미로까지 찧으려면 디딜방아, 물레방아, 연자방아 등이 좋은데 돌확에 넣고 어느 정도 찧은 다음 키질을 해서 덜 벗겨진 놈들은 다시 넣어 찧기를 세 번은 해야 한다. 이를 세벌찧기라 한다. 세벌찧고 나서도 덜 벗겨지면 물로 적셔 찧는데 이를 대낀다고 한다.

소나 말로 끌었던 연자방아는 작업이 빠르고 쉽게 찧어지는 반면 나락이 잘 부서지기 때문에 보리처럼 껍질이 질긴 경우 쓴다. 그렇다 해도 애벌찧기만 하고 두세벌 찧기는 디딜방아나 절구로 한다. 소나 말을 묶어 돌릴 때 짐승들이 어지러워하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돌린다. 이 일을 보통 아이들을 시켰다.

매통은 맷돌처럼 위아래가 구분되어 있고 사이에 톱니처럼 요철로 홈이 나있어 그곳을 통과하면서 나락의 왕겨가 벗겨지게 되어 있다. 이것들을 다시 모아 물을 적셔가며 한번 더 돌려주면 백미가 나온다. 수수, 보리처럼 겉껍질이 단단하고 매끄러운 경우도 물을 뿌려가며 불려서 찧어야 한다.

메밀은 맷돌로 찧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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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깊은 겨울밤 떠오르는 새해

 

절기를 알고부터는 왠지 절기 음식을 그냥 넘기기가 찜찜하다. 그렇다고 애절하게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졸지에 외식 차 들른 식당에서 팥죽을 내왔다. 그걸 보고서야 동지임을 반갑게 실감했는데 아직 쓰지 못한 동지 원고를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도 이내 흩어지고 만다.

팥죽은 붉은팥을 물에 불려 갈고 찹쌀을 새알처럼 빚은 새알심을 넣고 죽을 만든 것이다. 새알심은 해를 뜻하고 붉은 팥죽은 검은 밤을 뜻하여 검은 밤에서 새해가 부활하는 것을 상징한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먹는다고 한 것도 깊고 검은 밤 중에 갇혀있는 새알심을 먹어야 새해 곧 새 한 살을 먹는다는 것이었으리라.

또한 팥의 붉은 색은 벽사(辟邪)의 기운을 쫓아내는 효험이 있어 음귀(陰鬼)를 쫓는다고 믿었다. 붉은 색은 따뜻한 양의 기운을 대표하니 음이 가득한 겨울의 찬 기운을 밀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팥은 따뜻한 기운을 오래 머금는 능력이 있어 팥을 이용해 찜질하는 민간요법이 지금도 전해오고 있다. 게다가 부종(浮腫)이나 어혈(瘀血)을 다스리는 데 해독 능력이 뛰어난 팥으로 찜질을 하면 의외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팥에는 해독 능력이 뛰어난 사포닌이라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을 보지 않아도 익히 우리 조상들은 알고 있었던 듯하다.

동지는 세가지로 나누었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라 했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 했다. 애동지에는 팥이 들어간 시루떡을 해 먹고 노동지에는 팥으로 죽을 쑤어 먹는데 중동지에는 둘 중에 하나를 해 먹는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어서 해가 밤에 갇혀 죽는 날이고 동지가 지나면 죽은 해는 다시 살아나 낮이 밤을 이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옛날엔 동서양 공히 동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했다. 중국의 고대 국가인 주(周)나라에는 동지를 설날로 삼았고 서양에서는 예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를 동지 근방으로 잡아 새해의 기점으로 삼았다. 우리는 예부터 동지를 작은 설날(아세亞歲)이라 하여 정월 설날만큼 동지의 의미를 새겼다.

24절기 중 제일 중요한 절기는 역시 동지다. 방금 소개한 것처럼 동지는 새해의 기점이어서 옛날엔 24절기의 시작을 동지로 삼았다. 지금처럼 입춘을 24절기의 시작으로 삼은 것은 농경문화가 일반화되면서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입춘 때 다루도록 하겠다.

달력의 제정은 나라님의 가장 큰 사업이었다. 그래서 어디든 천문과 달력을 연구하는 기관은 임금이 직접 지휘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임금의 직속기관인 관상감(觀象監)에서 동지가 되면 새해 달력을 만들어 임금께 바치고 이를 임금이 어새를 찍어 전국 각 지방에 돌렸다고 한다. 지금도 동지가 되면 달력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갖는 풍습은 바로 이런 전통에서 내려온 것이다.

로마에서는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고대 페르시아에서 전래된 미트라교(Mithfaism)의 동지축제가 매년 행해지고 있었는데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이후로는 이를 예수의 생일로 삼아 크리리마스 축제로 변형시켰다.

 

동지는 긴긴 겨울의 한 복판이다. 해가 가장 짧은 날이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긴 밤을 지내면 해가 다시 길어지니 해가 부활하고 살아난다 하여 해의 생일이라고도 했다. 이런 동지날의 날씨는 새 해의 날씨와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좌표가 되었다. 동지날이 따뜻하면 이듬해 질병도 많고 농경지에 병해충이 많다고 했다. 추운 겨울날엔 겨울답게 날씨가 추워야 병해충도 얼어 죽을테니 당연히 추워야 한다. 추위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냉정한 청소꾼이다. 조상들 성묘 가서 벌초할 때 말벌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은 해는 지난 겨울이 반드시 따뜻했다. 벌들이 겨울을 잘 견뎌 많이 살아남은 것이다.

동지가 되면 사람들 마음이 바쁘다. 지난 해 바쁜 핑계로 밀어두었던 숙제들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지 이후는 세모(歲暮), 세밑이라 한다. 세모가 되면 그동안 불편하여 소원했던 이웃 간에도 마음을 열어 화합을 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준다. 구세군 자선냄비 때문에 우리의 아름다운 세밑 풍속이 서양에서 온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동기야 어떻든 많은 사람들이 자선 모금에 나서는 것도 이웃을 먼 친척보다 가깝게 여기는 우리의 훈훈한 공동체 문화라 하겠다.

 

길고 긴 동지, 섣달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그런데 꼭 무엇인가 해야 할까? 나는 겨울잠 자는 자연의 동물들을 생각해보았다. 뱀, 곰, 개구리 같은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는 반면 벌레들은 알을 낳아 자신은 겨울 되기 전에 생을 마감한다. 어떻게 보면 모두 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먹을 것도 귀하고 날씨도 추우니 겨울 오기 전에 먹을 것을 충분히 섭취한 다음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자신은 가고 알을 남겨 겨울을 나는 벌레들도 넓게 보면 마찬가지의 겨울나기 전략이다.

반면 겨울을 여름처럼 날 뿐만 아니라 여름도 겨울처럼 시원하게 보내는 인간만은 먹을 게 넘쳐나고 에너지가 넘쳐나서 그러는 걸까. 아무튼 먹을거리와 에너지가 그렇게 넘쳐난다고 해서 맘껏 물 쓰듯 막 쓸 수 있는 것인가? 겨울은 겨울인데, 겨울을 여름처럼, 여름을 겨울처럼 난다면 그 에너지와 먹을거리가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먹을거리나 에너지는 영원히 무궁한 것이 아니다. 결국은 자연의 다른 생명의 것을 빌려오든가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미리 가져다 쓰는 것일텐데 그렇게 마구잡이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자격증은 누가 준 것인가? 그런 자격증이 있다면 유럽 중세 시대 천국 가는 티켓과 비슷하게 황당무계한 것 일뿐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나는 것, 나는 가능하다면 동면하는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도 좋은 겨울나기일 것 같다. 아마 스님들이 동안거 들어가는 것도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하는 말이 그렇지 겨울잠을 잔다든가 동안거 들어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대한 그에 맞게 겨울에는 먹을 것과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지나 온 한 해를 반성하며 새해를 차분하게 맞이하는 것이 건강한 겨울나기가 아닐까 싶다. 망년회로 술에 빠져 세밑을 보내고 취한 정신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러 밭에 나가 미처 손이 가지 못한 곳 청소도 하면서 둘러보고는 집에 들어와 짚신을 꼬며 오랜 전설 이야기를 도란도란 주고 받는 깊은 겨울밤이 참으로 부러운 것은 결코 중년의 나이를 먹은 탓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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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비로소 농한기




농한기가 왔다고 자꾸 원고 쓰는 것도 늦어진다. 대설이 지난 지 이틀이나 되었는데 이제야 긁적인다. 막상 쓰려고 하니 별로 쓸 내용이 없다. 밭 일도 거의 끝나고 할 일도 없으니 글 쓰는 일도 뭉그적거렸나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밭에 할 일이 남아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콩 탈곡을 아직 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낫으로 베어놓고 비닐집에 널어놓고는 토종 수집하러 다닌다고 내 팽개쳐 놓는 게 한달은 지난 것 같다. 많지도 않은 양이지만 꼴에 서리태, 메주콩, 쥐눈이콩 세 종류나 되어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오랜만에 시간이 나니 원고 빨리 쓰고 밭에 가서 그 놈들을 두들길 참이다.
소설 추위가 지나고 봄 날씨처럼 따뜻하더니 대설이 가까워 오자 영하 10도 이하의 매서운 동장군이 들이닥쳤다. 게다가 이름답게 대설인 12월 7일에는 눈까지 내렸다. 결혼식이 있어 아침에 차 끌고 나가는데 눈이 제법 내려 여기저기 교통사고다. 하지만 대설이라 하기에는 적은 양인데다 그것마저 금방 녹고 말았다. 오후에 밭에 가니 거의 흔적도 없이 말라있다.
대설 때 내리는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 했는데 보리 입장에선 이불 구경만 한 꼴이다. 오히려 더 춥다. 에스키모인들이 눈 집을 만들어 살았듯이 겨울엔 눈이 작물들에게는 보온을 해주는 이불이자 눈은 녹으면 소중한 물이 되어준다.

대설 근방이 되면 농가에선 곳간에 먹을거리들이 그득하다. 곡식 수확도 끝내 갈무리 저장해두었고 김장도 담가 놓았으니 한동안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다. 이런 때에 토종 수집을 다니는 것 또한 적기를 놓치지 않은 것이리라. 토종 박사님과 전통농업 공부하는 바람들이 농장 막내 농부와 함께 강화도로 떠났다.
토종은 수량도 적고 균일하지도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토종이 시장에서 도태되고 농가에서도 외면 받아온 절대적 이유였다. 파는 농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선 토종을 갖고 있다는 게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토종을 잊지 못한다.
다녀보니 토종을 아직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오래된 집, 집 주변에 텃밭이 있는 집, 교통이 좋지 않은 외진 곳, 노동이 가능한 6, 70대 할머니들이다. 특히 노인 부부가 함께 농사짓는 경우라면 더 좋다. 반대로 대로변에 있는 집, 새로 지은 집, 기계로 큰 농사를 짓는 집, 비닐 온실 농사를 짓는 집, 비교적 젊은 농부들과 종자에 별 관심없는 할아버지들을 만나면 토종을 갖고 있는 분은 거의 없다. 곰곰이 새겨보면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점들이다.
오래된 집일수록 낡고 허름할지라도 오래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산다. 그 중에도 특히 여자들이 종자 관리를 잘한다. 우리의 토종은 여성들이 지켜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남자들은 그저 힘쓰는 일이나 잘하지 생명을 가꾸고 아끼는 일에는 영 젬병이다. 또한 토종의 진가는 역시 어르신들이 잘 안다. 그 맛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득을 주목적으로 농사를 지으면 토종은 귀찮은 존재다. 소득 농사를 하더라도 집에서 먹는 것은 토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농약 친 것은 시장에 내다 팔고 집에서 먹을 것은 농약 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까. 이런 토종을 재배하려면 집 주변에 꼭 텃밭을 일구어야 한다. 대량 재배도 안되고 그야말로 다품종소량생산으로 가야 하며 집에서 먹는 거라 가까울수록 돌보기 좋은 것이다. 집에서 먹는 것인데 비싼 돈 주고 시장에서 맛도 없는 씨 사다 심을 리 없지만 교통도 불편하다면 더욱 시장에서 씨 사다 심을 리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토종을 많이 갖고 있는 분일수록 농사를 참으로 즐겁게 짓는다는 것이다. 집도 깨끗하고 마음도 너그럽다. 대개 농심이 그랬듯이 불쑥 찾아든 불청객을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다. 많은 씨를 빚 받아 가듯 하니 “밭에서 그냥 일하고 있을 걸, 내가 괜히 뛰어 왔네, 이렇게 많이 가져가니 말이요.” 하다가도 챙길 것 다 챙겨 나가려는데 감 먹고 가라 커피 먹고 가라 하며 쉬이 나주질 않는다. 어느 집에는 점심 때라 하며 금새 국수를 말아 오시기도 했다.
거의 농사를 예술처럼 한다 싶은 집에서는 부엌 벽에다 벼의 이삭을 매년 매달아 놓아 어느 해 농사가 잘 되었나 보곤 한다는 분이 있었다. 종자도 다양하게 갖고 있었지만 희귀한 종자도 적지 않다. 이것저것 종자 자랑이 끝이 없다. 종자를 챙겨줄 때마다 그 아줌마 내 뱉는 말이 참으로 재밌다. “종자는 아들 귀하게 여기 듯 해야 되!” 한다. 처음엔 가부장 잔재의 어르신다운 말씀이라 했지만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종자나 이 종자나 다 같은 종자이니 그럴 법도 하여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마지막으로 들른 아주 허름한 고택의 할머니는 토종 신세만큼이나 쓸쓸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 집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도시의 자식들이 도시로 나오라 해도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이런 집 3년도 못가 다 쓰러져요. 늙어빠진 나라도 있어야 집 꼴을 하고 있지.” 하신다. 그런데 그 집이나 우리가 찾고 다니는 토종이나 그것을 죽은 아들 부랄 만지듯 지키고 계신 그 할머니나 다 비슷한 꼴인 것 같기만 하니 귀한 종자 얻어 나오면서도 맘이 편치 않다. 속절없이 스쳐가는 바람처럼 등 돌리고 나가는 우리에게 할머니는 여느 순진한 농부의 눈빛을 머금고 쓸쓸한 손짓 인사를 건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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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길고 긴 겨울의 시작



입시 추위라는 말은 알아도 소설 추위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대개 대학 입시 치루는 날이 소설 직전인 경우가 많다. 입동과 소설 중간 쯤이거나 소설 바로 못 미쳐 온다. 그러니까 입시 추위는 소설 추위라고 봐야 옳다. 입동이 추운 경우도 있고 따뜻한 경우도 있지만 소설엔 빚을 내서라도 반드시 춥다고 했다. 며칠 전 별안간 찾아온 추위도 소설 추위라고 봐야 한다. 영하 7도씨까지 내려간다 하니 무는 무조건 얼어 죽을 것이고 배추도 끈으로 묶어주었다 해도 불안한 기온이었다. 부랴부랴 텃밭 회원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올리고 나도 전날 배추를 묶어주었지만 불안하여 서울 일 끝내고 급하게 내려와 천막으로 덮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풍도 잘되고 양지 바른 곳의 배추들은 묶어준 덕에 별로 얼지 않았지만 통풍이나 일조량 조건도 좋지 않은데다 습한 곳의 배추들은 바로 동해 피해를 보았다. 배추만이 아니라 식물들은 겨울 나기를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기 몸 속의 수분을 배출하는 것이다. 몸속에 수분을 가득 담고 있으면 추위에 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한 곳인데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급감하니 수분 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배추는 적당히 얼어도 그냥 놔두면 다시 풀려 제 모습을 찾아오는데 아주 얼어버리면 기온이 풀리면서 녹아내린다.
아무튼 소설 추위는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자연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 같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 한겨울은 아니다. 따뜻한 기운이 약간은 남아있어 평균 기온이 5도씨 정도이다. 그래서 옛날엔 소설을 소춘(小春)이라 할 정도로 그 따뜻한 기운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겨울이 왔음을 또한 분명히 해야 할 터, 갑작스런 소설 추위로 그 경고를 알리는 것이리라.
소설 추위에도 불구하고 다시 평균 기온을 되찾지만 이후에는 급격하게 겨울 기온이 밀려든다. 옛말에 “초순의 홑바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담처럼 하루가 다르게 날은 추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설 전후로는 완벽하게 월동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직 김장을 담그지 못한 사람도 이때를 놓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김장을 담가야 한다. 요즘은 온난화 영향 때문인지 추위가 왔어도 금방 다시 따뜻해졌으니 좀 늦어져도 괜찮을 듯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한 옛말에 소설 때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는 말이 있다. 입동 때는 따뜻해서 보리 순이 두 갈래로 갈라질 만큼 잘 되었지만 소설 때는 추위가 찾아와 보리가 웃자라지 않고 겨울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어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겨울 준비 중에는 역시 겨우내 먹을 것 챙기는 일이다. 먹을 것에는 대표적인 것이 김장과 메주이지만 그 말고도 중요한 것은 각종 묵나물들이다. 무청으로 시래기를 엮고, 김장 담고 남은 무로는 무말랭이를 만든다. 무는 이런 묵나물 말고도 중요한 먹을거리가 있다. 동치미아 무짠지가 그것인데 특히 무짠지는 나른한 봄날 군침을 돌게 하는 대표적인 식욕 돋우는 음식이다. 늦가을에 열린 어린 애호박은 된서리 오기 전 썰어서 호박고지 만들고, 고구마 줄거리도 된서리 전 삶았다가 말려 묵나물 만든다. 가지도 서리 오기 전에 남은 것들 따다 길죽하니 찢어서 말리고 토란도 줄거리를 다듬어 살짝 껍질 벗겨 말려둔다. 그 외에 고춧잎, 고사리, 고비 묵나물을 비롯해 산간지방 산나물로 만드는 묵나물까지 더하면 무궁무진한 게 우리네 겨우내 먹을거리들이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농산물이 많아져 겨울에도 따뜻할 때의 채소들을 즐겨 먹는다. 나는 이게 참으로 사람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이란 자연의 뭇 기운을 머금고 자라야 하는 것일텐데, 단지 영양학적인 접근으로 외부와 차단하여 강제로 키운 음식이 제대로 된 것일 수 있겠는가? 자연을 배제한 음식을 아무리 유기농 이상 가는 농법으로 키운 것이 과연 우리 몸에 좋을 수는 없다고 본다. 겨울에는 겨울답게 뭐든지 적게 움직여 에너지를 줄이고 겨울다운 음식을 먹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겨울에 음식을 먹고 여름에는 겨울 음식을 먹는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삶이겠는가?
건강이란 균형적인 삶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겨울에 런닝 차림으로 살 수 없는 것처럼 한 여름에 두꺼운 내복을 입고 살 수 없는 것처럼, 겨울은 겨울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살 때 자연과 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철을 잃어버린 음식은 그 영양이 아무리 좋다 해도 자칫 우리 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즐겨 먹을 일이 못된다.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오래 동안 중국집을 해온 분이 옛날식 짜장면이라는 것의 허구를 꼬집은 얘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옛날 짜장면은 겨울이 되면 들어가는 채소 재료가 거의 무말랭이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비닐하우스 농사가 없던 옛날엔 겨울 채소라고 해 봐야 묵나물 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겨울이 되어도 여름 채소들이 잔뜩 들어간 요즘 겨울 짜장면을 옛날 짜장면이라고 하면 그것은 허구라는 지적이다.

소설 전에 해야할 겨울 준비 중에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으로는 채종 준비다. 겨울을 나야 꽃대가 올라오는 작물들은 단단히 월동 준비를 해 주어야 한다. 십자화과 작물들이 대표적이다. 배추, 무가 그것이다.
제일 쉬운 방법은 뿌리를 잘 모아 땅에 묻었다가 봄 되면 꺼내 심는 것이다. 이때 뿌리를 줄기에서 자를 때 뿌리의 살이 많이 도려지면 안된다. 뿌리 윗 부분에 생장점이 몰려 있어 그 부분을 잘라내면 새순이 돋을 수 없다. 살짝만 도려내어 보관했다가 내년 봄 춘분 즈음해서 꺼내보면 윗부분에서 새순이 돋은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을 그대로 옮겨 땅에 심으면 꽃대가 올라온다.
다음으로 쉬운 방법은 땅에서 뽑지 말고 적당히 씨 받을 놈을 골라 위부분 줄기만 살짝 도려내고 남은 뿌리가 얼지 말도록 왕겨나 검불들로 덮어주는 것이다. 다음해 춘분 때 살짝 벗겨주면 새순이 돋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배추나 무나 꽃대가 올라오면 씨가 의외로 많이 달린다. 쓰러질 우려가 있으니 지주를 박아 지탱해주면 좋다. 씨 깍지가 몇 개만 누레지면 전체적으로는 파래도 낫으로 베어 양파 망에 담아 거꾸로 매달아둔다.
배추와 달리 무는 씨 깍지가 바싹 말라도 잘 벗겨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무는 베어서 바로 말리지 않고 거적때기 같은 것으로 하루 이틀 정도 덮어두었다가 껍질에 곰팡이를 슬게 한 다음 말린다. 곰팡이가 껍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어 나중에 씨를 채집하기 쉬워진다. 오래 덮어두면 곰팡이가 씨까지 공격하여 씨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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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겨울 준비에 바쁜 김장철



겨울이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다. 하지만 겨울이 들어서는 느낌보다는 늦가을 단풍이 절정인 계절이다. 올해는 상강이 지나 입동 3일 전, 11월 4일에 된서리가 내렸으니 온난화 영향이 확실한 것 같다.
기온은 따뜻해졌을지는 몰라도 날은 아무튼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철이다. 입동 전에 겨울 작물들은 파종을 다 끝내야 한다. 밀, 보리와 아울러 마늘, 양파가 그것들이다. 아울러 이제 김장과 겨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예전엔 입동이 되면 무를 캐서 무청은 시래기 엮고 덜 자란 무로 동치미와 짠지를 담고, 김장에 쓸 남은 무는 땅에 묻었다. 배추는 묶어주었고 알타리는 수확해 총각김치를 담갔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농번기의 마지막이 끝나지 않은 셈이다. 김장 준비와 아울러 또 준비해 둘 일은 메주 쑤기다.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볏짚으로 묶어 걸어두었다. 볏짚에 있는 황색균으로 메주 발효를 돋기 위해서다.
사람도 겨울 준비에 바쁘지만 온누리 뭇 생명들도 겨울 채비에 바쁘다. 낙엽수들은 겨울을 대비해 영양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잎들을 떨어뜨리고 풀들은 다음 해를 기약하며 누렇게 사라지고 벌레들도 알을 까고 사라지며 겨울을 나는 작은 생명들은 동면에 들어간다.
입동 날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 춥고 날이 따뜻하면 겨울이 따뜻하다 했다. 올 입동이 따뜻했으니 이번 겨울은 아마도 따뜻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입동이 음력 9월에 들면 그 해 겨울이 춥지만 음력 10월에 들면 따뜻하다 했는데, 음력으로 10월 7일이 입동인 것을 보면 이래저래 올 겨울은 따뜻할 것만 같다. 동지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 춥다 했으니 마지막으로 동지 날씨를 기다려 보아야겠다. 아무튼 옛 조상들은 9월 입동이 드는 해에는 날이 일찍 추워지기 때문에 일찍 영그는 올 곡식이 좋고 10월 입동이 드는 해에는 늦게 추워지기 때문에 늦게 영그는 늦 곡식이 좋다 했다.
입동 전에 심은 보리가 가위처럼 두 개로 갈라져 나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아마 추위가 늦어지면 보리 싹이 두 개로 갈라질 정도로 더 많이 자라 겨울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속담이 나온 것이리라. 또한 입춘 때 보리 뿌리가 세 개면 마찬가지로 풍년 든다고 했는데 그만큼 뿌리의 힘이 좋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겨울 추위가 좀 늦어지거나 따뜻하면 보리 농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 해는 자꾸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져 영 농사가 순조롭지 못하다. 밀도 세 번에 걸쳐 심었는데 아직 못 심은 땅이 남아 있어 내일이나 모레쯤 심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심은 게 10월 15일이었으니 거의 한 달 차이가 날 참이다. 처음 심은 놈은 벌써 한 뼘 만큼 자라있으니 실로 나이롱 농사라 할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마늘도 몇날 며칠에 걸쳐 심고 있는데 씨 마늘 세 접밖에 되지 않는 것을 네 번에 걸쳐 일주일 동안 심게 생겼다. 나의 농은 농사 농(農)가가 아니라 나이롱 농자라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입동은 우리의 추수 감사절에 해당하는 철이다. 마지막 수확철이자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철인지라 수확을 끝내고 조상께 감사하는 제사를 지낸다. 입동 즈음한 음력 10월 15일이 되면 조상들께 시제를 지내거나 떡을 하여 고사도 지낸다. 음력 10월 보름은 하원(下元)이라 하여 도교의 삼원(三元)이라는 명절의 하나인데 상원(上元) 대보름, 중원(中元) 백중절이 그 나머지다. 이렇게 조상들에게 감사한 제사를 지내기도 하지만 살아계신 어르신들께도 감사한 행사를 치루는 풍습이 있었다. 치계미(雉鷄米)라 해서 마을 어른들에게 각종 맛있는 음식을 차려 들여 양로 잔치를 하는 예도 있었다. 차려 들일 음식이 제대로 없으면 도랑탕이라 해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바치기도 했단다. 추어탕은 가을에 먹는 별미로 동면에 들기 위해 영양분을 잔뜩 섭취한 미꾸라지로 노인들의 보양식을 삼은 것이리라. 아마 추운 겨울을 나기 힘든 노인들에게 좋은 보양식을 바쳐 겨울을 무사히 나시라는 효심의 발로였을 게다.
붙박이 농경사회에서 노인들의 역할이란 가히 절대적이라 할만하다. 붙박이 사회는 순환사회이기에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야 말로 그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절기력을 공부하면서 제일 의문스러운 것은 12진법과 60진법의 기원이었다. 절기력은 12개의 절(節)과 12개의 중(中)으로 나눠진 것으로 이 가운데 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12진법에 근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를 12시로 나누고 일년을 12달로 나눈 것은 12지지(地支)에 근거한 것으로 이 또한 12진법에 해당한다. 60진법은 해를 60갑자로 나눈 것과 하루 하루 날 또한 60갑자로 나눈 것에서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양의 진법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시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한 주기를 12시로 나눈 것에서 12진법이 드러나고, 60분을 한 시간, 60초를 1분으로 삼은 것에서 60진법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12진법과 60진법은 동서양 공통 진법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진법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양에서는 약 3천년 전 중국 갑골문에서 최초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진법들의 유래는 당연히 밤하늘 천문이었을 것이라 하여 막상 천문에서 찾으려 하니 12진법에 근접하고 있는 목성의 12년 주기 말고는 60진법의 유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목성은 밤 하늘에서 달 말고는 제일 빛나는 별이었다. 그 주기가 12년이어서 12지지 주기와 같아 세월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별, 곧 세성(歲星)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목성을 기준으로 연대를 표기한 것을 세성기년법이라 했는데 중국 진나라에서 사용했다.
그러나 60진법의 유래를 밤하늘 천문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별자리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뒤져보기도 하고 천문 전문가에게 자문도 해보고 천문 전문 사이트를 뒤져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왜 동양에선 60갑자를 썼고 서양의 시계에서는 60을 시간의 기본 단위로 삼았을까?
답은 의외의 곳에서 아주 쉽게 찾아졌다. 다시 12진법을 고민해보았다. 앞에서 말한대로 12년 주기의 목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기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있었다. 목성은 아무리 밝은 별이라 하나 금방 피부로 느껴지는 별은 아니지 않은가? 뭔가 더 분명한 것이 있고 난 뒤에 목성의 주기를 발견했을 것 같았다. 바로 달의 주기였다. 12달.....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밀농사 지역이었다. 그들은 밀이 추운 겨울을 지나 언제 다시 부활하듯 올라오느냐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들의 주요 식량이니까. 또한 더불어 가축들의 식량인 목초가 언제 밀처럼 솟아 올라오느냐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것은 춘분이었다. 춘분이면 낮이 더 길어지고 날씨도 따뜻해져 온갖 생명들이 소생하는 철이다. 그래서 그들은 춘분은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고 그 영향을 받은 기독교에서는 춘분을 예수 부활의 기점으로 삼았다. 그 춘분을 손꼽아 기다려보니 대충 달이 12번 돌면 돌아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아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달의 일년 12달 주기를 알고 나서 목성의 12년 주기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럼 분명 60진법도 아주 가까운 곳에 그 유래가 있을 것이라 추론했다. 달 말고 가까운 것이 있다면 무얼까? 태양?....! 태양의 주기는 365일인데, 이것으로는 맞아 떨어지는 그 무엇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고 수학 교사인 아내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12진법이 달에서 유래한 것처럼, 60진법이 태양에서 유래했다면 딱 얘기가 될텐데 365일로는 끼워 맞출 수가 없단 말야.....”
“옛날 사람들은 일 년을 360일로 생각했데. 그게 360도 원 각도의 유래야.”
“어!! 그래? 360도를 6으로 나누면 60도인데. 그럼 60진법이 되잖아, 그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지?”
“원에 내접하는 육각형을 그리면 정삼각형 6개가 합쳐진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삼각형 변의 길이는 바로 원의 반지름과 같거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6을 원을 나누는 기본 단위로 보았고 하필 6이라는 숫자는 완전수라는 거였어.”
365일이 아니라 360으로 보니까 참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사실 태양의 주기는 타원 주기이므로 완전 원이 아니니까 편차가 생긴 것이리라.
“원을 삼등분으로 시작해 배수로 나누면 360도->120도(3등분)->60도(6등분)->30도(12등분)->15도(24등분)에서 정수로 끝나고 사등분을 이용해 나누면 360도->90도(4등분)->45도(8등분)에서 끝나는데 이 45도를 15도로 나누면 3배가 되므로 마찬가지로 24등분을 만들 수 있어.”
“그래 맞다. 그게 24절기야.”
“그렇지만 원은 10등분하기가 쉽지 않아. 자로 재지 않고서는....그러니까 10진법은 열 손가락 말고는 별로 자연적인 진법이라 하기가 그렇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람 손가락도 12개가 되었어야 자연스러웠을 거라고 하기도 했대.”
현대 진법이라 하는 10진법이 고작 열 손가락에서 기원한 것이라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60진법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몇 년 동안의 숙제를 풀 수 있었으니 속이 다 후련했다.
역시 농사든 절기력이든 진법이든 인간에게 해와 달은 모든 것의 좌표가 되는 것 같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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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마지막 농번기 가을의 끝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다. 이때까지는 모든 여름 곡식들 수확을 끝내야 한다. 서리를 맞으면 여름 곡식들이 타격을 입어 맛도 덜하고 씨앗의 힘도 약해진다. 다만 서리태라는 콩은 서리를 맞은 후에 수확한다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수확도 해야 하지만 파종해야 할 것도 있다. 밀, 보리, 마늘, 양파가 그것이다. 수확할 것들도 때를 놓치면 안되지만 파종해야 할 것들도 때를 놓치면 안되니 의외로 바쁜 농번기다. 기나긴 겨울 농한기로 접어든다고 마음 놓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서리도 무서리가 있고 된서리가 있는데 된서리를 맞아야 올해 농사가 파장이 된다. 지표면에서 수증기가 올라가다 찬 공기를 만나 결빙되는 게 서리인데 이 서리는 우리 농사의 성격을 크게 좌우하는 기점이다. 그러니까 서리의 시작과 끝을 잘 파악하는 것은 농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무상일수無霜日數라 하여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가는 그 지역 농사의 성격을 근본짓는 일이 된다.
가령 서리가 늦게까지 내리고 일찍 찾아오는 강원도 산골이나 북쪽 산악 지방에선 벼농사가 힘들다. 반면 한여름 날씨가 서늘해 고랭지채소 농사는 잘 된다. 서리가 일찍 가시고 늦게 찾아오는 남쪽 들녘에선 벼농사가 잘되는데 반해 한여름 채소 농사는 안된다. 반면 겨울 날씨가 따뜻해 겨울 채소 농사는 잘 된다.
앞의 소서, 대서 글에서 우리 농사의 성격을 근본짓는 1순위를 장마라 했다면 2순위는 바로 서리, 곧 무상일수다. 3순위는 춥고 긴 영하의 겨울 날씨다. 이에 대해선 소한, 대한 때 얘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날씨와 기후가 변하고 있다. 본 장마 때는 비가 적어지고 장마 이후에 비가 많이 내리는 식으로 바뀌어 기상청에서는 장마철을 따로 예보하지 않기로 했다. 서리도 변덕이 심해져 올해 같은 경우는 봄이 다 되었는데도 서리가 내리더니 가을이 되고 상강이 되도 아직 서리 내릴 기미가 없어 보인다. 다행히 여름 같던 가을 날씨가 상강 때 비가 내리더니 가을 맛이 나게 추워지고 하늘도 제법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답게 높고 맑아졌다.
된서리는 내리지 않았지만 만물의 생명들은 상강을 알아채고 너나 없이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 상강이 되면 겨울 잠을 자는 벌레들도 마지막 동면 채비를 서두르고 숲의 나무들도 단풍의 화려한 끝을 장식하기에 바쁘다.
코딱지만한 땅에서 농사짓는답시고 나는 정신없이 마지막 농번기에 허둥지둥 대고 있는데 뉴스에선 단풍 구경하는 모습들을 부산스럽게 내보내는 걸 보니 속으로 “참, 놀고들 있네!” 한다. 누가 진짜 노는 건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열흘 전에 한로 지나 10월 중순에 밀을 심었다. 작년엔 가을에 비가 제법 내려 배추고 무고 할 것 없이 무럭무럭했고 밀도 파종하고서 금방 싹이 올라왔는데 올해는 가을 가뭄이 너무 심해 배추고 무고 할 것 없이 비실비실한데다 밀을 파종하고서도 걱정만 앞섰다. 그런데 파종하고 일주일이 지나니 뾰족뾰족 싹들이 삐져나온 것이 아닌가? 역시 싹이 터져서 농부에게 주는 기쁨은 참으로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야!” 하는 감탄이 절로 났다. 마누라고 누구고 간에 전화해서 막 자랑하고픈 마음이 동한다. 요즘 말로 업(up?) 된 마음을 누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포스(force?)는 발아력이 아닐까 싶었다.
괭이로 골을 내고 밀씨를 이른바 “뭉텅이 직파법”으로 20~30알씩 뭉쳐서 넣고는 잘 삭은 풀거름으로 흙 대신 덮어주었다. 목발 짚으며 골내는 괭이질이나 일일이 고랑 무너지지 않게 피해가며 씨를 넣는 일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단단히 마음먹고는 즐겁게 일을 해나가는데 올 가을 새로 들어오신 어르신 회원 한 분이 얼른 일을 거든다. 농사는 처음인데 뭐든지 일손이 척척 붙는 분이다. 늘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게 어릴 때 읽은 “톰 소여의 모험”이다. 힘든 일을 재미있다고 자랑하며 마지못해 친구에게 힘든 일을 떠맡기는 톰 소여라는 녀석이 꼭 나 같아서다.
풀거름으로 씨를 덮어주는 것은 피복용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밑거름도 끝이다. 풀거름이라 질소질을 보강하기 위해 오줌과 쌀뜨물을 부어준 거름이었다. 아마 그래도 질소질은 모자랄 것으로 보고 내년 봄에 두세번 오줌 웃거름을 잔뜩 뿌려줄 계획이다. 아무튼 흙 대신 풀거름을 덮어주었더니 이슬이 더 잘 맺히고 또 건조도 막아주어 발아가 제대로 되었을 것 같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아침에 나가보니 참나무 가지가 드리워진 뒷간 쪽은 이슬이 적게 내려 확실히 발아가 덜 되었다.
밭벼는 수확해보니 일찍 심은 줄뿌림 벼보다 한 달 늦게 심고 양도 적게 심은 뭉텅이 직파벼가 수확량은 두 배 가까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수확하기 전 이 뭉텅이 직파벼를 보더니 “꼭 논벼처럼 이삭이 달렸네” 한다. 그러고 보니 진짜 논벼 처럼 무성하게 이삭들을 달고 있다. 잘된 이삭 하나를 골라 이삭수를 세어보니 151알이 달렸다. 논벼도 보통 150알이 넘으면 잘 된 것이라 하는데 밭벼가 이 정도 달렸으면 잘 되기는 잘 된 것 같다. 내년엔 무조건 뭉텅이 직파법으로 심을 의지를 다져본다. 다만 알 수를 10~20알 쯤으로 줄이려 한다. 30~50알쯤 넣은 것은 잘 되기는 했지만 너무 베어서 서로 치인 것 같아서다.
들깨는 작년에 비해 반 정도밖에 안 심었는데 수확량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벼를 심다가 자투리 땅이 남아 아무 생각 없이 들깨 모종을 꽂은 것인데 꽂고 나서 보니 영 면적이 작아 보여 저걸 갖고 뭐해 먹나 했다. 나는 왜 이렇게 개념이 없나 하고서 방치하고 있다가 생각해 보니 밑거름도 넣지 않았는데 어느새 풀에 치이고 있어 미안한 마음으로 얼른 풀을 매고 작년에 풀로만 만든 풀거름을 웃거름 주듯이 주었다. 들깨에게 해 준 것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자라는 것을 보니 역시 거름이 적어 덜 자라는 것 같은데 꽃 달리고 이삭 달리는 것을 보니 자란 것에 비해 꽤 달린 느낌이다. 위기에 처하면 새끼를 많이 단다더니 제 놈 먹을 게 모자라서 새끼들을 많이 단 것이 아닌가 싶다.
올해는 고추고 배추고 간에 모종 농사를 실패만 거듭했는데 마지막 양파 모종 농사도 꽝 났다. 벌써 볼펜 굵기만 해져야 하는 양파가 아직도 젓가락 굵기만도 못했다. 만든 상토에 석회를 넣지 않아 강산성인 피트모스의 피해를 본 데다 씨도 한 구멍에 여러 알을 밀식하는 바람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중간에 또 깊게 생각지 않고 오줌 웃거름을 주었더니 그게 더 화를 키웠다. 두 번이나 주고 나서 이끼가 끼는 것을 보고는 정신차리고 숯가루와 목초액을 뿌려주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정식할 때는 가까워 오는데 반은 죽은 이제 와서 솎아주자니 아깝고 임시로 가식하자니 괜히 옮겨심느라 타격만 받을 것 같아 고민하는 중에 우리 농장에서 제일 상농부인 회원이 왔기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금 그냥 정식하면 어떨까요? 가식하면 오히려 더 위험할테고 아직 날이 따뜻하니 서리 오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자라지 않겠어요?” 한다.
“이야, 그거 일리 있네요.” 하고는 바로 정식에 들어갔다. 괜히 기분이 그래선지 모르겠지만 어제 그제 비를 맞고는 양파 모종들이 힘을 받은 것 같아 나도 덩달아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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