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어느덧 섣달도 초이레,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스무날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동짓달은 방바닥을 구르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끔 홀짝홀짝 술만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훌쩍 동지도 지나고, 덩달아 몸도 마음도 근질근질한 것이 이제 조금씩 꿈틀거려야 할 때가 온 듯하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무자년 한 해는 어떨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무자년은 땅과 하늘에 화기火氣가 강한 해이다. 천간의 무戊라는 기운과 지지의 자子라는 기운이 모두 화기火氣를 불러온다. 그런 만큼 무자년의 기상은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고, 기상 변화가 심해 예측하기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 온도가 높으니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칠 수도 있고, 증발량이 많아 게릴라성 호우 또는 폭설이 잦을지도 모른다. 또한 화기가 강하여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 화기가 강하기 때문에 쓴맛이 나는 식물들 ― 살구, 은행, 상추, 쑥갓 등 ― 이 괜찮다. 그리고 그에 반해 배나 밤 등은 좋지 않다. 화기가 강해 더우니 수기가 대표하는 짠맛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물론 저마다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인 설명은 이쯤에서 마치고, 좀 잘게 쪼개서 살펴보겠다.

겨울
2008년 1~3월은 땅에는 찬 기운이, 그리고 하늘에는 뜨거운 기운이 머문다. 이렇게 하늘의 온도가 높아 수증기가 많기에, 한 번 내리면 많은 눈비가 오거나 기습 한파가 닥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지구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어 그만큼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겨울과 관련해 옛 기록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 섣달 초하루에 풍우가 있으면 다음해 가뭄이 있다.
→ 실제로 풍우가 있었으니 호우만이 아니라, 호우에 따른 가뭄도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2. 동지에 매우 추우면 다음해 병충해가 적다고 한다.
→ 하지만 요즘 날씨가 워낙 춥지 않아, 병충해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청나라의 점법에는 동지 다음 둘째 날이 임일이면 조금 가물다고 했다.
→ 올해는 둘째 날이 임일이다. 첫 번째 기록에서도 그랬지만 조금 가물 수도 있겠다.
4. 소한부터 대한까지 따뜻한 해에는 대홍수나 유행병이 돈다.
→ 이상하게도 요즘 그나마 좀 추우니 다행이다.
5. 동지 뒤 세 번째 미일이 납臘이다. 섣달 전 2~3번 눈이 오는 것을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 하는데, 채소와 보리에 매우 좋다.
→ 이미 두 번이나 눈이 왔다. 겨울에 가물지 않아 이듬해 봄에 보리나 남새들이 자라는 데 좋아서 그럴 것이다.



무자년 봄의 특징은 초반에는 비가 적다가, 4~6월 하늘에 나타나는 토 기운 때문에 규칙적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농사짓는 데에는 아주 알맞은 비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궐음풍목이란 찬 기운이 있기에 때때로 찬바람이 불어와 꽃샘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바람인 만큼 황사가 심하게 불 수 있다.
다음은 입춘으로 예상하는 기상이다.
1. 언제나 보면 입춘날 일진이 갑甲․을乙이면 풍년이다.
→ 올해 입춘은 갑술이다. 앞서 살펴본 날씨도 그렇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변덕스럽지도 않고 농사도 좋을 것 같다.
2. 갑술일에 입춘이면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은 풍년이고, 물이 둑을 넘칠 정도다. 봄비는 때에 맞지 않고, 여름비는 밭을 고루 채우고, 가을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겨울에는 비가 연이어 내린다.
→ 이 기록대로라면 가뭄은 초봄과 가을의 가뭄을 가리키는 듯하다. 하지만 초봄에나 좀 가물고 씨를 심고 싹을 틔울 때는 알맞게 비가 올 것이니 걱정할 것 없고, 가을의 폭우와 흐린 날이 더 걱정이다.

여름
6월에는 땅의 온도는 높은데 하늘은 건조하다. 그래서 장마가 다른 해보다 늦게 시작하거나, 장마 기간이라도 우리가 아는 장맛비보다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장마가 끝난 다음에는 축축하고 뜨거워 후덥지근한 더위와 흐린 날과 호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건조한 하늘에 땅의 온도가 높은 만큼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여러 개의 태풍이 올 가능성도 높다. 이달 안에 묘일卯日이 세 번 있으면 벼와 콩, 팥을 심기 좋고, 절기에 맞춰서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있다. 순탄한 한 해 농사가 될 것임을 예상한다.

가을
가을은 맑고, 비교적 온도가 높을 것이다. 비교적 온도가 높은 가을이 예상되기에 늦가을 기습 한파나 서리가 빨리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자.
728x90
728x90

요즈음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아이들 붕알이 얼어버릴 정도로 추워도 보통 추운 것이 아닙니다. 영하 10℃는 예사이고 이제는 영하 20℃도 간간히 들립니다. 지구라는 대형 냉장고 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은 삼한사온이라고 분명히 배웠건만 그 말이 무색하게 연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추운거야?’ 하는 짜증과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상청을 찾았습니다. TV에 추위의 이유가 나올 것이라 믿고 기다렸지만 황우석 박사 관련 기사만 나오지 날씨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서 발 벗고 나섰습니다. 지금부터 기상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올 겨울 날씨가 왜 이 모양인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현재까지 한파 현황

지난 12월 3일부터 기온이 낮아져서 중부 내륙지방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19℃를 기록하였으며, 낮 기온도 영하권인 날이 많았습니다. 또한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주요도시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3~4℃ 낮았다고 합니다(표 참조).


<표> 주요도시 평균기온 평년편차 및 최저기온 극값(12월1일~15일) : 단위 : ℃

구  분

서 울

춘 천

강 릉

청 주

대 전

대 구

전 주

광 주

부 산

제 주

평 균

금년 평균

-3.2

-5

0

-2.1

-1.9

0.5

-0.4

0.5

1.7

6.6

-0.3

평년 평균

1.4

-0.6

4.4

1

1.8

3.5

3

3.9

6.6

8.8

3.4

-4.6

-4.4

-4.4

-3.1

-3.7

-3

-3.4

-3.4

-4.9

-2.2

-3.7

최저기온

-11.6

-15.8

-9.8

-11.3

-10.7

-6.8

-7.6

6.6

-4.0

1.6

 

나타난 날

13일

13일

13일

14일

14일

13일

13일

13일

14일

13일


추운 날씨 속에서 ‘날씨가 미친 것 아니야?’, ‘기상이변 때문이야.’ 등등 나름대로 많은 추측과 예상을 하셨을 겁니다. 예상하신 바가 어느 정도 맞습니다, 맞고요.



- 대설과 한파 원인

왜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오는가? 현재 강한 陰의 상태인 “오락가락 북극(Arctic Oscillation)”의 영향으로 북극지역으로부터 강한 한기가 계속해서 뻗어옴에 따라, 설상가상 시베리아 고기압까지 크게 발달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과 북미 대륙의 동안(東岸) 등에 평년보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병철 선생님의 펜타곤 보고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락가락 북극”은 그 주기가 보통 열흘에서 2주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추위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그림 1참조). 그렇다고 해도, 물론 매 겨울마다 그래왔겠지만 이번에는 그 영향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그런가 봅니다. 빙하가 녹으며 차가워진 해수면이 찬구름을 형성하게 되고, 그 결과 이런 강추위를 불러오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인데, 이대로 계속 나가면 언젠가는 빙하기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온실가스 줄이자는 모임에 얼른 동참하길 바라오. 사실 더 좋은 건 지구촌 차원에서 농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요. 아직 설득력이 없으니… 쩝.


 ※ 오락가락 북극(나름대로 붙인 이름)이란?

오락가락 북극(북반구의 고위도와 중위도지역과의 고도편차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은 全지구 규모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주로 겨울철에 활발하게 나타납니다. 陽의 상태를 보일 때는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상층 편서풍(제트 기류라고 함)이 북상하는 경향을 보이고(이럴 경우 우리나라 개마고원 쪽에서 형성됩니다. 그래서 상층 편서풍이 미처 막아주지 못하는 중강진이 제일 추운 곳이 되나봅니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陰의 상태를 보일 때는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상층 편서풍이 남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현재 대한해협에 걸쳐서 일본을 막아주고 있다는! 씁, 쪽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이 말을 들으니 책에서 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몽골에 관련된 책이었는데, 몽골에는 몇 십 년에 한 번씩 대단한 한파가 닥쳐오는데 그러면 풀이며 가축이며 사람들이 싹 죽는다고 하더군요. 왜 그럴까 했는데 이 “오락가락하는 북극” 때문이겠군요.



〈그림〉오락가락 북극 지수 (2005년 8월부터 12월 15일까지)


그리하여 현재 우리나라 상공에는 찬 공기가 장기간 머물면서 찬 대륙고기압에 의한 북서 계절풍이 강하고, 서해상에서는 해수면온도가 10℃ 이상으로 따뜻한 반면에 1.5~3㎞ 상공에는 영하 10~20℃ 이하로 낮아 해수면온도와 대기온도와의 차에 의한 눈구름대가 형성되면서 충청서해안과 전라남북도, 도서지방에서는 눈이 자주 내렸으며, 지역에 따라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중국 해안지방의 공업화․도시화로 인해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것 때문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봅니다. 안 그럼 이유가 없지요. 대학시절 중국 사람들이 우리들처럼 모조리 샤워를 하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본 적이 있는데, 저 하얼빈에서 발생한 사건도 그렇고 이미 현실이 되어 가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이런 일이 이런 저런 복합적인 원인 때문이기는 하지만 한두 해로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 기압계 흐름과 기상 전망

올해 12월 초부터는 북반구 5㎞ 상공 상층에 3개의 공기주머니가 형성되면서 동아시아 부근에서는 상층의 찬 공기덩어리가 강한 저지현상에 의해 정체해 있고, 시베리아 부근에서는 찬 대륙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강하게 발달하였습니다(그림 참조). 북반구 상층 5㎞ 상공의 찬 기류 중심이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하여 12월 하순 중반부터는 고․저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2월 내내 이럴 것이라는 얘기를 어렵게 뱅뱅 돌려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전히 찬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발달하여 충남 서해안과 전라남북도지방, 도서지방에 많은 눈이 예상되고, 추운 날씨를 보이겠으며 해상에는 강한 바람과 물결이 높을 것입니다. 한편, 찬 북서풍이 불면서 경상남북도와 강원도 영동지방은 건조특보가 발효 중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입니다. 여기다 불 지르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있겠죠. 강원도 가시는 분들 산불조심!



<그림> 북반구 5km 상공 기류 흐름도


이상으로 간략하게 추위와 폭설의 원인을 짚어보았습니다. 보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셨을 텐데, 역사상 이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이 그것을 뒷받침 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바글바글 거리는 인간의 생명활동이 촉발하게 된 여러 요인들이  불에다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 된 측면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환경오염 같은 것에만 전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솔직히 지금 이순간도 우리는 전기를 사용하고 석유연료로 이동하며 할 짓 다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내가 깨끗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 욕 해봤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고, 조용히 내 생활부터 정리하고 그 속에서 실천해나가는 것이 성인군자가 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인구수를 60억에서 한 20억으로 확 줄이는 것이겠지만 그건 너무 끔찍하니 현실적이지 못하고, 지구에 부담을 덜 주면서 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답일 겁니다. 요즈음 불임이 많지 않습니까. 저는 불임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물론 환경오염이나 여타의 원인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면 지구가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 안 낳고 살겠다는 젊은 부부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런 측면에서는 칭찬하고 격려해줘야 할 겁니다. 아이들이 없어진다고 걱정하는 건 소위 돈 있고 힘 있다는 상층부의 사람들이지요. 군대도 만들 수 없겠고, 노동자도 만들 수 없겠고,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닐 겁니다. 그런데 좀 줄면 어떻습니까.

아무튼 이상이 제가 알아본 바입니다. 어디 송년회 자리에 가셔서 “야, 너 날씨가 왜 이 모양인지 아냐?” 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술안주거리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추운데 잘들 보내시고, 술은 적당히!


※ 모든 그림과 자료는 기상청(http://www.kma.go.k) 기상통보관실의 보도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 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