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농담/雜다한 글672 일상 일상 - 김석기 비좁은 네 평 방 한 칸에 앙상하게 말라버린 암환자 어머니와 바람에도 쓰러질듯한 풀포기 동생과 뉘엿뉘엿 해저물어 검은 밤 맞을 할머니가 풀 수 없이 헝클어져 꼬여있는 실뭉치 마냥 방바닥에 널려 있다. 한 생명의 꺼짐이야 육 십 몇 억 몇 만 몇 천 몇 명 중 하나지만 남겨진 자들의 .. 2008. 9. 13. 고추잠자리 고추잠자리 - 김석기 잠자리야 잠자리야 빨간 고추잠자리야. 너 어디서 왔니? 붉게 물든 단풍나무, 거기서 오니? 빨간사과 익어가는 할머니댁 과수원, 거기서 오니? 비 내릴까 전전긍긍하던 울엄마 장독대, 거기서 오니? 맵다 매워 네 꼬랑지 울엄마 손맛이다. 2008. 9. 13. 가리봉역 가리봉역 - 김석기 오늘도 열차는 오지 않았다. 이른 새벽, 사람들은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공사장의 덤프트럭이 흙을 퍼 나르고 있는 시간, 높은 건물이 들어설 웅덩이가 깊게 패여가고 있는 그 시간. 사람들의 머리는 텅 비어 컨베이어 라인처럼 걸어간다. 그리고 아직 열차는 오지 않는다. 오.. 2008. 9. 13. 당고개역 당고개역 - 김석기 수락산 밑자락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엎드린 낮은 집웅들을 지하철이 굉을을 내며 밟고 지나간다. 그 밑에는 풀 수 없이 꼬여버린 전화선 길 사이로 어깨가 늘어진 취객이 꼬여있는 발걸음을 풀어놓고 있다.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짖어대는 개들, 난폭하게 소리치는 사람들 금방.. 2008. 9. 13. 세수 세수 - 김석기 느릅나무 꼭대기에 앉아 우는 매미소리에 놀라 투욱 툭 흙먼지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늘어지게 하품하고 배를 긁적긁적 너른 들판 기-인 논둑길 따라 스을슬 걸음 옮기면 바람은 푸른 물결 출렁이며 좋아라 뒤따르고 그 바람에 놀란 잠자리들은 하늘에 그림을 그리죠. 메뚜기도 따라서 .. 2008. 9. 13. 이별 이별 - 김석기 고운 눈썹 아래 자리한 11월의 밤하늘 같은 눈은 맑기만 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기슭에서는 혹여 눈에 띌까 나무들이 저몰래 춤을 춥니다. 그 고운 모습을 보면서 침대에 누워만 있는 어머니의 손을 아들은 가만히 꼭 잡고 앉았습니다. 조용한 바람노랫소리에 춤을 추고 있는 산기슭 .. 2008. 9. 13. 이전 1 ··· 93 94 95 96 97 98 99 ··· 11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