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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역
- 김석기
오늘도 열차는 오지 않았다.
이른 새벽,
사람들은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린다.
공사장의 덤프트럭이 흙을 퍼 나르고 있는 시간,
높은 건물이 들어설 웅덩이가 깊게 패여가고 있는 그 시간.
사람들의 머리는 텅 비어 컨베이어 라인처럼 걸어간다.
그리고 아직 열차는 오지 않는다.
오래 전 헤어졌던 친구는 여전히 소식이 없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던 친구는 최연소 장학생.
아직 오지 않는 열차를 타고 떠났었다.
공장 한 켠에 심어졌던 잎 넓은 나무는
기다란 파이프의 받침대가 되어 버렸다.
깊게 팬 웅덩이에 열차는 오려나.
친구는 오늘도 열차를 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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