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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雜다한 글

당고개역

by 石基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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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고개역

                                                                - 김석기

 

 

수락산 밑자락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엎드린 낮은 집웅들을

지하철이 굉을을 내며 밟고 지나간다.

그 밑에는 풀 수 없이 꼬여버린 전화선 길 사이로

어깨가 늘어진 취객이 꼬여있는 발걸음을 풀어놓고 있다.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짖어대는 개들, 난폭하게 소리치는 사람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발탄들, 불발탄들

오늘은 옆 집이 이사를 간다.

지하철 타고 멀리 끝에서 끝으로,

종점에서 종점으로

가장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언제나 주변만 맴돌 뿐이다.

판판한 하늘에 아슬하게 걸린 태양이 짜투리 빛만 비추는

어두컴컴한 집 안 곳곳에 죽어 있는 화분들

거기에 우리는 기생충처럼 살고 있다.

어디선가 찾아오는 등산객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들의 베낭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가.

채울 것도, 채울 수도 없는 구멍난 가슴으로 수락산에서 부는 바람만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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