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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雜다한 글

세수

by 石基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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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 김석기

 

 

느릅나무 꼭대기에 앉아 우는 매미소리에 놀라

투욱 툭 흙먼지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늘어지게 하품하고 배를 긁적긁적

 

너른 들판 기-인 논둑길 따라

스을슬 걸음 옮기면

바람은 푸른 물결 출렁이며 좋아라 뒤따르고

그 바람에 놀란 잠자리들은

하늘에 그림을 그리죠.

메뚜기도 따라서 그림 그려보지만

맘에 안 드는지 금방 지워버려요.

 

그렇게 걷다가 보면

굼실굼실 실개천이 금빛으로 반짝이며

조용히 노래하는 강가에 이르지요.

 

우리 함께 시원한 느릅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고 눈 부비비며 일어나

푸른 논둑길 따라 세수나 하러 갈까요.

우리 그곳에서 세수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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