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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 김석기
느릅나무 꼭대기에 앉아 우는 매미소리에 놀라
투욱 툭 흙먼지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늘어지게 하품하고 배를 긁적긁적
너른 들판 기-인 논둑길 따라
스을슬 걸음 옮기면
바람은 푸른 물결 출렁이며 좋아라 뒤따르고
그 바람에 놀란 잠자리들은
하늘에 그림을 그리죠.
메뚜기도 따라서 그림 그려보지만
맘에 안 드는지 금방 지워버려요.
그렇게 걷다가 보면
굼실굼실 실개천이 금빛으로 반짝이며
조용히 노래하는 강가에 이르지요.
우리 함께 시원한 느릅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고 눈 부비비며 일어나
푸른 논둑길 따라 세수나 하러 갈까요.
우리 그곳에서 세수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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