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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머리 위로 높이 떠

따갑게 내리쬐던 햇살.

어느덧 비끄러미 옆으로 돌아누웠고.

쭉 뻗은 수숫대에는

빨간 낱알들이 다닥다닥.

한여름 무더위처럼 시퍼렇던 벼에는

메뚜기들 하나둘 소풍 나오고,

무성한 이파리 잔뜩이던 나무들은

바쁘게 별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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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산을 돌아 기차는 어데로 갈까?

상채기 난 기차는 울고,

우연히 만난 소년의 외침도,

기억 잃은 할매의 마음도.

기차는 달린다.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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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너머 지는 해

어린 누이 눈망울 같구나

 

서산 너머 지는 해

잠든 누이 얼굴 위에 떴다

 

오빠 오시는 날

다시 뜰 그 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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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

 

 

다른 이와 다르게 패인 얼굴.

바라보는 시선들 날아와

자국마다 박힌다.

 

세수하면 없어질까?

문대도 보고.

메우면 사라질까?

시냇물에 얼굴 담군다.

 

"어무이, 왜 내 얼굴 이렇소?"

어무이 무릎에 박혀 치마폭 적신다.

 

잠든 곰보 얼굴 위로

별들이 내려와,

어머니 손길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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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여!

그대 오실 때 술 한 말 받아오소.

말못한 사랑이야기 안주 삼아

그대 눈물을 받아 만든

술 한 말 받아오소.

 

지나가는 새들이야 알 리 없는

골아픈 이야기는 놓아 두고

걸쭉한 찌끄미 술이라도 좋으니

술 한 말 받아오소.

 

오시다가 귀뚜리 소리 묻히면 더욱 좋겠소.

돈 걱정일랑 하지 마소.

주머니 가득 달빛 들지 않았소.

 

친구여!

생명이 웃는 그때까지

서로 나누는

술 한 말 받아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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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바닷가,

노래하는 파도는

자신이 지나온 순간이 그리워

남몰래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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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1

 

 

새벽향기 가득한 고요한 예배당

텅 빈 의자에 앉아

속죄의 면사포 쓰고

나즈막히 기도드립니다.

 

나의 무지와 위선과 거짓과 고민...

 

내 안에서 나에게 미소짓는 그 모습,

떨어지는 눈물이

고요한 예배당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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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고 싶은 책.

그러나 요즘 파는 곳도 없고, 더구나 값도 만만치 않다.

아래는 퍼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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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한반도 지형도는 근대화 이전의 자연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에서 제작한 것으로서, 그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다. 이 지형도의 발행 연도를 일제는 한일합방 이후인 1911년으로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1894년에서 1906년까지 일제의 군사정보기관인 참모본부가 한반도를 침략하려고 은밀히 제작한 군사지도이다.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인공적인 변화를 겪지 않는 우리나라의 순수한 지형을 생각하는데 이 지형도가 해답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수백년의 자연적인 풍상을 겪으면서 형성된 우리 국토 고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의 미아동 구역에 해당하는 지형도는 4권 가운데 3권 2, 3, 14, 15에 걸쳐 나오는데, 각각의 면이 56*61cm에 이를 정도로 큰 지도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진은 4개의 지도를 이어서 만든 것이다.

 

 이 지형도는 1894년 갑오경장 이후 이 지역의 이름이 사아리에서 미아리로 변화되는 혼란기에 제작되었기 때문에, 미아리의 지명이 미하리美下里와 미선리美仙里로 잘못되어 있다. 여기에는 1913년과 1930년에 설치된 '미아리 공동묘지'가 원래 전답田畓 부지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현재의 미아4동과 미아9동 지역이 월곡천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하여 논밭으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지형도에는 당시의 주도로가 현재의 미아로가 아니라 종암로였고, 미아5.8동에 해당하는 구역에 10여호의 부락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여기에서는 현재의 도봉로인 경흥대로慶興大路의 좌우에 펼쳐지는 강북구의 원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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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마당

 

 

어야! 어야! 어야디야!

가을 하늘 높이 오르게,

발맞춰 소리 높여 힘차게!

발을 굴러 탈곡기를 돌린다.

 

와릉! 와릉! 와르릉!

가을바람 뺨을 때리며,

벼 한 뭇 쥐고서 비빈다.

 

타닥! 타닥! 타다닥!

소나기 내리는 알곡.

함께 나선 강아지도 신나고,

소리만으로도 배부르다.

 

길가던 사람들도 힘을 보태고,

돌아가는 막걸리잔 흥을 돋운다.

낟알 떨군 볏짚도 함부로 하지 않고,

차곡차곡 단을 묶어 쌓는다.

 

이 볏짚들 이제,

겨울 나는 마늘의 이불이 되고,

소가 먹고 한겨울 난다.

어디 그뿐이랴!

사람은 새끼 꼬아 지붕에 이고,

신발, 멍석이며 온갖 것들 만들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 

 

타작마당은 신명마당.

늦가을 이곳은 죽음과 함께 살판이고,

뭇 생명을 울리는 놀이판이며,

신명나는 굿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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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이면 어디에선지 모르게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안개,  뿌연 안개를 걷어내며 펌프로 물을 퍼 올려 쥐가 �은 비누를 찾아 들고 얼굴을 씻는다.

6시 뉴스가 흘러나오는 아침상을 앞에 두면 새벽부터 논에 나가셨던 고무부가 돌아오시고, 어른이 수절 들길 기다렸다가 밤새 허기진 뱃속에 밥을 넣는다. 서둘러 책가방을 챙긴 뒤 자욱한 안개 속으로 몸을 날려 등교길에 나선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굴러 질퍽해진 황토길을 걸어 걸어 걸어가며 이대로 안개에 묻혀 하늘로 떠오르진 않을까 걸어가며, 배 만드는 공장을 지날 때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안개를 가르며 두둥실 나아간다. 마을의 논 사이로 난 시멘트 길을 걷노라면 후투티 날아와 뽀뽀 뽀뽀 우지짖고, 논두렁에 선 나무전봇대에는 오색딱따구리 다다다다 벌레를 잡는다.

 

국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하던 학교 생활, 지루한 수업 시간에는 왠 오줌이 그리도 마렵던지 노루 오줌보처럼 한시도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화장실 앞에 쌓여 있던 장작더미에는 하늘소가 자리해 삐삐삐삑, 나를 놓아 달라는 듯 삐삐삐삑.

쉬는 시간이면 삼팔선에 돼지부랄, 탈출이며 비석치기, 나이먹기는 왜그리도 재밌던지. 함께 놀면 후줄근한 옷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땀흘리며 발발거리길 옷속에 들어간 모래알처럼 놀았다. 광개토대왕과 함께 한 땅따먹기, 이만기와 함께 한 씨름, 프로레슬링이 없던 시절부터 가재는 힘겨루기에 바쁘다.

 

그래도 학교를 가면 놀거리가 있고, 함께 즐기던 친구들이 있고, 도시락이 있었다. 그런 것도 없는 집. 텅 빈 집엔 덜렁 밥상 하나 놓여 있고, 밥통에서 밥을 퍼 허기를 달랜다.

이제 해지기 전까지 누구와 무얼하며 놀까 고민하던 때 뒷산 비밀 기지에서 보이지 않는 동료들과 첩보 활동을 벌이고, 땅속 개미들은 무엇을 하는지 구멍을 들쑤시고, 야구 선수가 찾아온 듯 논을 향해 돌멩이를 날린다. 그것도 모자라면 산으로 들로 오디, 으름, 버찌, 마, 칡이며 먹으러 다니고, 작대기 치켜 들고 똥개 메리를 좇아 다니며, 제비 새끼 밥 먹고 똥 싸는 걸 치우는 어미를 쳐다본다.

 

그래도 평일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심심치 않게 보냈다.

주말이면 찾아오시던 아버지. 아버지를 기다리는 그때 마음은 설레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마루에 걸린 시계의 붕알처럼 내 마음은 똑딱똑딱. 집안에 앉았어도 귀는 저만치 들길에 내다 붙인 듯하다. 혹시 차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혹시 아버지의 발자욱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버지가 오시면 그날은 시계가 사라지는 하루, 하지만 다음날은 억장이 무너진다.

그럴 때면 아무도 몰래 뒷산에 오르거나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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