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역설적이다.
아파야지만 아프지 않아야지 생각하고,
슬퍼야지만 슬프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힘들어야지만 힘들지 말자고 생각한다.
삶은 참 역설적이다.
아프고 슬프고 힘든 일을 겪어야지만
또 다른 삶을 준비한다.
그도 아니면 그대로 받아들일 뿐...
삶은 역설적이다.
내 앞에 놓인 삶은 누구도 모른다.
방아쇠를 당기는지, 아이를 받는지,
술을 마시든지, 화를 내든지...
삶은 역설적이다.
아파야지만 아프지 않아야지 생각하고,
슬퍼야지만 슬프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힘들어야지만 힘들지 말자고 생각한다.
삶은 참 역설적이다.
아프고 슬프고 힘든 일을 겪어야지만
또 다른 삶을 준비한다.
그도 아니면 그대로 받아들일 뿐...
삶은 역설적이다.
내 앞에 놓인 삶은 누구도 모른다.
방아쇠를 당기는지, 아이를 받는지,
술을 마시든지, 화를 내든지...
강남 가는 제비 |
김석기 기자 |
이제 밤이면 서늘한 찬바람이 피부에 스치고, 풀벌레들 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것을 보니 완연한 가을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 해는 다른 해와 달리 절기를 따지면서 살았는데 절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왔음을 느끼니, 한 해가 다 간 것 같아서 괜시리 밤이면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삼복 더위만 지나면 한 해가 다 지난 것 같다는 말이 수긍이 가는 요즘입니다. 그렇다 보니 새삼 봄날이 생각납니다. 그 중에서도 어렸을 적 봄만 되면 찾아오던 손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옛날 국민학교를 다니던 80년대, 저는 곤지암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 지역에서는 봄이면 소로 논밭을 갈았고, 가을이면 고추랑 벼를 말리는 것이 큰일이었고, 눈 오던 겨울이면 꿩이며 토끼를 잡으러 산으로 들로 다녔습니다. 그곳에 살던 그 시절, 봄만 되면 특별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찾아오는 통에 만나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바로 그들입니다. 봄이면 찾아와서 집을 짓고, 새끼를 치고, 똥을 싸고, 시끄럽게 지저귀던 제비들 ... 요즘 같은 가을이면 왠지 그 제비들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제비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80년대 중․후반에는 서울에서도 제비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로 이사를 오고 나서 만난 제비는 예전에 시골에서 만나던 그 제비들이 아닐까 하여 너무 반갑고 기뻤습니다. 환경이 변했지만 제비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서울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이 제비들이 서울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갈 때면 어찌나 날쌔게 날아다니는지 무서워서 조심조심 하면서 다녔는데, 참 대단한 것이 제비들과 한 번도 부딪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제비들 하고 부딪칠까 무섭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면 할머니는 걱정말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 같아서는 후라이팬으로 갑옷을 만들어 입고 다녀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피하려고 움찔움찔 거리다 보면 어느새 핑 하고 위로 슉 오르고, 엄마야 하면서 움츠리면 옆으로 쌩쌩 비켜가고, 정말이지 내가 날아다닌다면 제비처럼 날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었습니다. |
그런 제비들이 언제부터인가 천대를 받게 되었지요. 시골에서 살 때는 제비가 찾아오면 정말 반갑게 맞았습니다. 제비가 비우고 간 집은 일부러 놔두고 제비집 밑에는 똥받침도 해주고 혹시 뱀 같은 천적이 덤벼들까 지켜주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비가 시끄럽고, 똥 싸서 지저분하다고 제비가 집을 지으면 허물어 버리고 쫓아내고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찾아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이 너무 달라져서 오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제비와 헤어진 것이 십년이 넘었습니다.
그런 제비를 이번 여름에 동해안으로 놀러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났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함께 간 집사람을 길거리에 세워두고 제비를 쫓아다니느라 몇 십분 동안 그 동네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나중에는 집사람이 자기가 제비보다 못하냐고 하면서 화가 나서 풀어주느라 혼났지요. 그래도 제비가 너무 반가운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진짜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비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그네들이 오면 먼저 집을 정성껏 짓습니다. 어디서 물어오는지 마른 풀이며 진흙을 물어다가 튼튼하게 집을 짓고, 그러고 나서는 암수가 몰래 짝을 지어 알을 낳지요. 그리고 알이 깨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먹이를 잡아다가 새끼들을 배불리 먹입니다. 그 때 새끼들이 서로 먼저 먹이를 받아 먹으려고 지지배배 거리는데 그 모습을 보고 황구라고 했습니다. 그맘때 제비 새끼는 부리가 유독 큰데 노란 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아이들이 먹을 것 달라고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어린 아이들을 보고 황구라고 했지요. 이 말만 봐도 제비가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흥부전이며 여러 가지 이야기에 나오고 있지요. 그렇게 새끼를 키우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끼들이 하나 둘 자기 힘으로 하늘을 날게 됩니다. 그때는 아무래도 먼저 태어난 놈들이 용감하게 먼저 날아오르지요. 그래도 어수룩한지라 비행에 실패해서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놈들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놈들은 개가 먼저 물어가기 전에 얼른 집어서 다시 둥지로 넣어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그 새끼 제비는 겁을 먹어서 쉽게 날아오를 수 없게 됩니다. 그럴 때는 형제들이며 부모가 모두 응원을 해 주어 결국은 비행에 성공하게 되지요. 그렇게 날개에 힘이 붙으면 제비들이 떠날 때가 됩니다. 그리고 그 때가 바로 요즘이지요.
제비가 떠날 때가 되어서 그런지 가을이 되자 저절로 제비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에는 새 하면 비둘기나 까치만 떠올리게 됩니다. 그만큼 생물종의 다양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더군다나 도시가 형성되면서 거기에서 적응할 수 있는 동물들만 볼 수 있게 되는 현실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겠지요. 그래도 밭에 가면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까치, 비둘기는 물론이고 꾀꼬리, 뻐꾸기, 할미새 ... 이름을 잘 모르는 새들까지 ...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솔개 같은 맹금류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수가 워낙 적어서 제대로 힘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몇 년 전부터 지리산에 반달곰을 풀어놓는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소식 또한 함께 들려서 참 안타깝습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이겠지만 호랑이가 산의 주인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어릴 적 읽었던 시튼 동물기의 늑대왕 로보 보다 마지막 호랑이 이야기였던 대왕이라는 무늬가 새겨져 있던 일본놈들을 잡아먹었다는 대왕호랑이가 생각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지저분한 공터엔
해바라기가 자라고 있었다.
하늘에 계신 님만 바라보던 그 해바라기는
오늘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몇 일째 내리는 비에
밤이면 가득했던 복권방의 손님들도
발길이 뜸해졌다.
오늘도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던
옥탑방 김씨의 눈에는
줄지어 늘어선 노란 물탱크들의 행렬이
마침내 하늘로 올랐다.
그날 가리봉 해바라기는
십자가 떠 있는 하늘을 외면한 채
고개를 떨구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엊그제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고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자명합니다. 도시의 외형이 빛나는 만큼 개개인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이면 차를 타고 서부간선도로를 지나게 됩니다. 그 길에서 지금은 구로디지탈단지라고 이름이 바뀐 구로공단을 보게 됩니다. 회색빛의 케케한 공장들이 사라진 자리에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아마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겠지요.
이런 일은 비단 구로공단이나 가리봉만의 것이 아닐 겁니다. 길을 가다 흔하게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안산도 마찬가지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지금은 그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사람들은 어두운 면을 보기 싫어하여 그런 사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그런 일들은 조그맣게 다루어 집니다.
다른 지표는 제쳐두더라도 출생률 저하에 자살률 1위, 이것이 현재 우리의 주소입니다. 국민소득 2만불을 외치고 있는 나라에서 엄연히 공존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이런 것이 발전이라면 그 딴 발전은 집어치워도 좋습니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폭주기관차는 멈춰야 합니다. 폭주기관차가 어디로 가는지 뻔히 알지만 쉽게 내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관차를 멈추거나 내리기 힘들다면 조금 천천히 인간다운 속도로 달릴 수는 없을까요.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간에 도돌이표를 찍어 지난 일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
나는 다시 그 시간을 살 수 없다.
과거를 지금 여기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기억에 아로새긴 옛 감정을 내 피부에 새기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미 저만치 흘러갔기에.
흐르는 강물을 고스란히 되돌릴 수 있다면,
시간에 도돌이표를 찍어 지난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여기에 살지 않으리.
나는 지금 여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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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은 신도시가 아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살아오던 곳이었다.
그러던 곳을 새로 개발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신도시인 양 생각한다.
공장 많은 곳, 범죄율 높은 곳, 뜨내기 많은 곳... 이런 평가가 현재 안산의 모습이다.
그러나 안산은 그 역사가 무지 오래된 곳이다.
물론 시화방조제를 만들면서 안산의 역사는 새로 시작되긴 했다.
옛 마을을 쓸어 버리고 새로운 집을 만들고, 개막은땅에는 공장들이 들어서고, 이제 아파트며 전국 곳곳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넘친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이가 있으니, 바로 이 느티나무이다.
한대역에서 중앙역 사이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나이만 무려 400살이 되었다.
이건 이제 하나의 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지 않은가?
들어서는 길조차 없어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 덕분인지 어마어마하게 가지를 뻗은 것이 나이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
사람들의 왕래와 손길이 많이 닿는 나무보다는 훨씬 행복하다고 할까?
뭐든 사람이 많이 끼면 문제가 된다.
얼마나 더 물러나야 온전한 모습을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가면 굴러떨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찍었다.
나무 둘레는 어른 4~5명이 둘러안아야 할 정도로 굵다.
1982년에 370살이라고 추정했으니, 벌써 20년도 더 지났다.
400살...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나이다.
옆에 꼽사리처럼 자라는 나무는 밤나무다. 어디서 씨가 굴러왔나보다.
보통은 자기 새끼를 치는데, 이 느티나무는 맘씨 좋게도 밤나무를 불러왔다.
원래 이곳은 바닷물이 들락거리던 곳이다.
지금은 시화방조제 덕에 너른 땅이 생겨, 예전에는 농토로 썼지만 지금은 모두 돈이 되는 건물들뿐이다.
새만금 공사가 끝나면 아마 그곳도 이렇게 되리라.
그래도 좀 다른 것이 그곳은 수도권이 아니라 이 정도까지는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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