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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남아 있다는 "경계 나무"의 전통.
농경지의 경계에 심어 1차적으로 서로의 농경지를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너무 크게 자라면 그늘이 많이 져 농사에 좋지 않기에 계속해서 가지를 치는 등의 관리를 통해 관목 같은 형태로 자라도록 했다고.
이 경계 나무는 지역마다 다른 수종을 심은 것이 확인된다고. 그 이유는 경계 나무의 2차적 목적에 있다고 한다.
경계 나무가 단지 농경지의 경계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민속 의례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그러한 목적에 따라 지역마다 심어 가꾸는 경계 나무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런 전통, 분명 한국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나 어릴 적에 농지 주변에서 나무 한두 그루 정도는 봤던 기억이 있는데... 

 

 

https://www.naro.affrc.go.jp/archive/niaes/sinfo/publish/niaesnews/103/1030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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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더 명확히 밝힐 수 있게 됩니다.

다음 연구를 통해 우리는 자연 경관이 싸그리 사라진 농경지에서 해충이 더 극성을 부리고, 그것이 곧 농업 생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풀과 나무, 함부로 죽이고 베어내지 맙시다요. 소탐대실입니다.

 

요약

 

커지는 농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계속해서 농업 체계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더 크고, 더욱 연결된 농경지와 자연지역의 상실이 해충의 압력을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결정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해충의 압력이 증가하는 게 살충제 사용과 작물 수확량의 감소 등의 측정 가능한 영향을 농민에게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373곳의 목화밭에서 5번의 영농철 동안 2-3일마다 샘플을 채취한 광범위한 시공간 자료를 사용해, 우리는 자연지역이 거의 없는(10% 미만) 경관에 둘러싸인 더 큰 규모의 목화밭에서 해충이 더 일찍 이주하고, 더 많이 발생했음을 입증했다. 해충이 더 일찍 이주함에 따라 영농철마다 더 일찍, 더 많은 양의 농약을 살포하는 걸로 이어졌다. 중요한 건, 이러한 강화된 경관에서 작물 수확량이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결과를 토대로 농경지의 크기를 줄이고 주변 경관의 자연식생을 유지함으로써 관행농업에서 환경을 보전하고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이 입증된다.

 

 

https://www.pnas.org/content/118/12/e2018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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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농생태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농생태학은 농사에 생태학의 원리를 접목한 것이고, 생태학의 원리는 다름 아닌 관계성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관계성은 농사가 이루어지는 자연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재배 수확 운송 가공 포장 소비 폐기"가 이루어지는 먹을거리 체계 안에서의, 즉 사회와의 관계성도 포함되며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팜을 위시한 최근 한국에서 주목하는 최첨단 농업은 어떠한지 잘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의 측면만 강조하는 건 아닌지, 관계성의 회복과 강화가 아니라 개별 단위로 더욱더 쪼개버리는 건 아닌지. 저 최첨단 스마트팜 안에 농민은, 그리고 소비자는 어떻게 자리매김하여 서로 관계를 맺어갈지 말입니다. 그저 생산하여 단지 소비만 하게 되며 무감각하게 돈만 오고가고 주머니를 채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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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가 인기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우에 비해 파격적으로 저렴하니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눈길이 안 갈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튼 이른바 "광우병"으로 선전해봐야 별 효과(?)가 없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GMO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유전자변형 작물을 섭취하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선전보다는 왜 유전자변형 작물을 재배하는지, 그것이 농업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18&aid=0004880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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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농임업 안내서 : 영국판

The Agroforestry Handbook: Agroforestry for the UK 1st Edition (July 2019)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ShareAlike 4.0 International License. To view a copy of this license visit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Photographs and charts are copyrighted as labelled.

Published by:
Soil Association Limited, Spear House,
51 Victoria Street, Bristol BS1 6AD

The Soil Association is a charity registered in England and Wales number 206862 and in Scotland number SC039168.

Case Studies by the Woodland Trust.
The Woodland Trust is a charity registered in England and Wales number 294344 and in Scotland number SCO38885.

Front cover illustration: Andrew Evans Design and layout: evansgraphic.co.uk ISBN: 978-1-904665-07-6

 

 

 

Ben Raskin와 Simone Osborn 편집

초판(2019년 7월)

 

 

부인 설명(Disclaimer)

이 안내서에 제공된 정보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와 출판사는 이 책의 정보가 출판될 당시 정확한지 확인하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떤 목적으로든 이 안내서에 포함된 정보와 서비스 또는 삽화와 관련해 완전성, 정확성, 신뢰성, 적합성 또는 가용성에 대하여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어떠한 진술이나 보증도 할 수 없다. 이 정보의 모든 사용은 당신의 책임이다.   

 

 

 

 

https://www.soilassociation.org/media/19141/the-agroforestry-handboo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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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빠짐이 좋고, 물잡이도 좋은 흙

 

표 1-1에서 나온 좋은 흙이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흙의 수분에 관한 조건이었다. 그것은 적당히 수분을 보유하고, 또한 적당히 물빠짐이 좋은 것이었다. 잘 생각하면, 이 조건은 모순된 내용이다. 하지만 좋은 흙은 이 모순된 것을 만족시킨다. 흙이 지니는 적당한 물잡이와 적당한 물빠짐이란 어떻게 실현되는 것일까?

 

 

 

1 물빠짐이 좋은 흙의 단면과 나쁜 흙의 단면

단면의 표정을 잘 살펴보자

흙에 구멍을 파서 단면을 관찰하면, 적어도 그 흙의 물빠짐이 좋은지 나쁜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일상의 밭과 텃밭의 관리로, 예를 들면 호우가 내린 뒤 밭에서 계속 물이 빠지지 않으면 물빠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다만, 애써 구멍을 파서 흙의 단면을 본다면, 흙의 표정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통상의 흙 단면에는 특별한 모양 따위는 없다(그림3-1a). 그림3-1b에 보이는 것처럼 녹슨색(다갈색)의 모양(얼룩이라 함)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푸른기가 도는 잿빛의 토층(글레이층)이 있는지 없는지(그림3-1c)를 확인하길 바란다. 얼룩이 있을 때는 물빠짐이 조금 나쁜 것을 나타내고, 글레이층이 있을 때는 물빠짐이 나쁘고 지하수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림3-1a처럼 얼룩이나 글레이층이 없는 흙이 물빠짐이 좋은 흙이다. 

 

그림3-1 물빠짐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는 흙 단면의 특징(권두화 참조). a)물빠짐이 좋은 흙의 단면  b)물빠짐이 조금 나쁜 흙의 단면에서는 O로 표시한 것처럼 녹슨색의 얼룩이 있다  c)물빠짐이 나쁜 흙의 단면에서는 청회색의 토층이 있다

 

 

왜 얼룩이나 청회색의 흙을 통해 물빠짐의 좋고 나쁨을 판정하는 것일까? 그건 흙에 원래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철 성질 때문이다(그림3-2). 

 

-물빠짐이 나쁜 흙의 경우

 

 

 

정체된 지하수면

 

물빠짐이 나쁘면 지하수면이 정체되고, 흙은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산소가 없는 상태(환원상태)가 된다.

 

철은 환원상태에선 청회색의 철(Fe2+)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지하수면에서 아래의 토층은 청회색의 글레이층이 생긴다.

 

 

 

-물빠짐이 조금 나쁜 흙의 경우

그림3-2 흙의 수분 조건과 철의 존재 형태 및 글레이층과 얼룩 형식의 모식도. 배수가 좋은 흙에서는 글레이층도, 얼룩도 생기지 않고, 철은 녹슨색의 철로 안정되어 있다. 

그림3-2 설명

          청회색의 철                                                    청회색의 철이 녹슨색의 철로 변화            지하수면이 상하 이동을 반복해 철은 녹슨                

                                                                                                                                              색의 덩어리를 만든다

 

        큰비가 온 뒤                                                       오랫동안 비가 없음

    (산소 부족의 환원상태)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산화상태)

 

 

 

 

단면에 얼룩이 있는 흙

한편, 물빠짐이 정말로 나쁘면 지하수위가 비교적 높은 위치에 정체된다. 지하수에 잠겨 있는 흙은 환원상태가 지속되기에, 철은 계속 청회색의 철로 존재해 글레이층이 생긴다. 

 

글레이층이 있는 건 그 위치까지 지하수가 정체되고, 물빠짐이 매우 나쁜 흙이란 것을 의미한다.

 

 

 

물빠짐이 나쁜 흙의 개량 방법

물빠짐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아보고나서, 그럼 물빠짐이 나쁜 흙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 가정 텃밭처럼 소규모인 밭이라면, 지표면의 정체된 물이 흘런나가도록 고랑을 파든지, 작물을 재배하는 장소(두둑)을 높이든지 하는 방법이 있다.

 

농가의 밭처럼 넓은 면적에서는 배수구를 판다(겉도랑). 또 밭의 지하에 배수관을 매설하고(속도랑), 그것을 배수구에 연결하는 토목공사가 필요해진다(그림3-3). 물론 자력으로는 할 수 없다. 

 

그림3-3 지하에 배수관을 매설하는 공사. 속도랑용 배수관은 불에 구운 토관을 쓰는 일이 많다.

 

 

 

2  흙이 물을 보유하는 구조

 

굵은 유리관의 물과 가는 유리관의 물

흙은 어떻게 물을 보유하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면 '적당히 수분을 보유하고, 물빠짐도 좋다'는 모순점을 흙이 잘 해결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림3-4 모세관 현상. 물을 채운 용기에 굵기가 다른 관을 세우면, 가는 관 쪽이 굵은 관보다 수면이 높이 올라간다. 이것은 모세관 장력에 의한 현상이다.

 

그림3-4는 굵기가 다른 2종류의 유리관을 푸른 잉크의 수면에 세운 것이다. 가는 유리관 쪽이 잉크를 더 높이 끌어올린다. 이것을 모세관 현상이라 하고, 물을 끌어올리는 힘을 모세관 장력이라 한다. 유리관의 상부를 손가락으로 막고 수면에서 끄집어올리면, 안의 물이 그대로 끌려올라온다(그림3-5a). 그 상태로 막았던 손가락을 떼면 어떻게 될까? 당연한 일이지만 물이 책상으로 떨어진다(그림3-5b). 

 

그림3-5 수분 보유와 물빠짐의 원리. a)그림3-4의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관을 막은 상태로 유리관을 끄집어올려도 물은 떨어지지 않는다. 중력으로 유리관 안의 물이 끌어당겨지기에 관 끝에서 물이 늘어져 있다.  b)관을 막고 있던 손가락을 떼면, 굵은 관의 물은 낙하하게 된다. 그러나 가는 관 쪽은 물이 관 안에 남은 채로 있다. 모세관 장력으로 관 안에 끌어당겨져서 물은 낙하하지 않는다.

 

 

물이 떨어지는 건 지구 위에는 중력이 모든 것을 아랫쪽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굵은 유리관의 물이 완전히 떨어지는 건 모세관 장력으로 물을 끌어당기는 힘보다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힘 쪽이 강했기 때문이다. 무중력의 공간에서는 이렇게 안 된다. 그런데 가는 유리관에는 아직 물이 남아 있다.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 이상으로 모세관 장력이 강하게 작용하기에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흙 알갱이와 알갱이 빈틈의 크기에

흙속을 들여다보면 흙 알갱이와 알갱이의 사이에는 큰 빈틈이나 작은 빈틈이 있다(그림3-6). 흙의 물이 배수되는 건 굵은 유리관처럼 흙속의 큰 빈틈에 있던 물이 중력으로 끌어당겨져 지하수면까지 떨어져 가기 때문이다. 한편, 흙이 물을 보유하는 건 작은 빈틈에 작용하는 모세관 장력이 중력보다 강하게 물을 끌어당겨, 그 빈틈에 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흙속에 큰 빈틈과 작은 빈틈을 잘 균형 잡아 놓으면 물을 적당히 보유하면서 적당하게 물빠짐도 이루어진다.

 

그림3-6 흙속 빈틈의 종류와 물의 보유 및 배수. 흙 알갱이 사이의 작은 빈틈에 모세관 장력으로 끌어당겨지는 물(왼쪽 설명) / 큰 빈틈은 배수에 쓰인다(오른쪽 설명)

 

 

 

흙 알갱이가 굵은 사질의 흙(조립질의 흙)이라면, 작은 빈틈이 적고 큰 빈틈이 많기에 배수가 너무 잘 된다. 즉, 가뭄 피해를 받기 쉽다. 거꾸로, 흙 알갱이가 작은 점질의 흙(세립질의 흙)은 작은 빈틈이 많고 큰 빈틈이 적기에 배수가 나빠진다. 적당한 크기의 중립질 흙이 적당한 배수성과 적당한 보수성을 겸비하고 있다. 

 

 

 

 

3 흙 알갱이 크기의 분별법과 개선

 

간단히 할 수 있는 분별법

2장에서도 종종 등장한 흙 알갱이의 크기, 즉 흙이 조립질인지 세립질인지 하는 것은 어떻게 판별하면 좋을까? 사질의 흙 등은 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은 흙을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 판별 방법은 그림 3-7처럼 흙을 조금 적시어 엄지와 검지로 성냥개비나 종이끈을 꼬듯이 하여 그때 만들어지는 흙의 길이로 판단한다. 판단 기준은 표3-1과 같다. 흙의 단면을 관찰할 때 표층토나 하층토로 시험해 보라. 흙이 성냥개비 정도가 되면 이상적이다. 

 

그림3-7  흙이 조립질인지 세립질인지 판단하는 방법. a)흙을 엄지와 검지로 이긴다. 그때 엄지에 닿는 흙의 감촉으로 판단한다. b)흙으로 종이끈을 꼬듯이 하여 실 모양으로 만든다. 이 사진처럼 성냥개비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만들어지면  맞춤하다. 흙이 조립질이라면 사진처럼 실 모양이 되지 않는다. 세립질의 흙이라면 더 가느다란 종이끈이 된다.

 

 

흙의 유형 엄지와 검지 사이에 소량의 물을 더한 흙을 이길 때의 촉감 실처럼 만든 흙의 모양
흙 알갱이가 굵다 조립질(사질) 거의 모래뿐으로 찰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부터, 모래의 느낌이 강하고 찰기는 조금밖에 없는 정도까지의 범위 손가락으로 이겨도 실 모양이 되지 않는다
흙 알갱이가 너무 굵지 않고 너무 작지도 않다 중립질 모래의 감촉은 어느 정도 느껴질 정도부터 겨우 느껴질 정도까지로, 찰기가 있다는 느낌부터 보슬보슬한 밀가루의 감촉, 또 상당히 찐득한 감촉 정도까지의 범위 연필 정도부터 성냥개비 정도까지의 굵기인 실 모양이 된다
흙 알갱이가 작다 세립질(점질) 모래의 감촉은 거의 없고, 찰기가 강하든지 상당히 강한 정도의 범위 종이끈처럼 실 모양에 된다

표3-1 감촉으로 판정하는 흙의 굵음과 작음(일본 토양비료학회 토양교육위원회, 2006년과 2001년에서 합성)

 

 

 

빈틈의 크기를 개선하는 데에는 유기물과 작물을 기름

그러나 2장에서 기술했듯이, 흙 알갱이의 크기는 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완성된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 조립질이나 세립질의 흙을 중립질의 흙으로 곧바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기는 해도 조립질이나 세립질이어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유효한 노력 목표는 있다. 그것은 적당히 퇴비 등의 유기물을 흙어 넣어 작물의 밑거름으로 기르는 것으로, 흙에 떼알구조라고 부를 수 있는 구조를 조금씩 만드는 것이다. 물론, 상당한 세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흙의 보수성과 배수성은 조금씩 새선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다. 

 

떼알구조란, 그림3-8에 나오는 구조이다. 흙에 떼알구조를 발달시키면 흙 알갱이와 알갱이를 잇는 접착제가 되는 유기물과 작물의 뿌리가 가하는 압력이 필요하다. 퇴비 등의 유기물을 적당량 뿌리고, 작물의 밑거름으로 생육시키는 일은 흙의 구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4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 이용할 수 없는 물

 

배수되는 물, 흙에 남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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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경도와 뿌리를 지지하는 흙의 두께

 

 

표 1-1에 나온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처음의 조건은 흙의 경도와 뿌리를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흙의 두께이다. 대체로 어느 정도 경도의 흙이라면 문제가 없을까, 또 어느 정도의 두께가 작물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걸까?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 정보'가 없다면 지향하는 '좋은 흙'에 다가갈 수 없다.

 

 

1  우선, 흙을 파 보자 

꼭 자력으로 파길 바란다

자기 눈앞에 있는 흙이 어느 정도 경도이고, 어느 정도 뿌리를 지지하기 위한 두께를 지니고 있는지는 가만 서서 바라보더라도 전혀 알 수 없다. 여기는 흙을 삽으로 파 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한번으로 좋으니 꼭 자력으로 파길 바란다. 자력이 중요하다. 왜 자력이 중요한지는 책을 읽어가면 알 수 있다.

 

그림 2-1 흙을 파서 단면을 만든다. 파낸 흙은 구덩이의 오른쪽에 표층토, 왼쪽에는 하층토로 분류해 놓는다. 두 가지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 깊이는 1m가 목표. 파는 도중 단단해 파지 못하든지, 잔돌이 많이 나와 파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거기까지만 판다.

 

삽으로 파는 깊이는 대략 1m(그림 2-1). 파다가 흙이 단단해 파기가 어렵든지, 잔돌이 여기저기 나와 파지 못하게 되었다면 작업은 거기까지. 흙을 파는 작업은 태양을 등에 지고 행한다. 그리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파는 게 아니라, 자기 정면의 파내는 곳은 흙 표면에서 수직으로 벽 모양이 되도록 조심하길 바란다. 이 벽 모양이 된 곳을 '단면'이라 한다(그림 2-2). 이 단면에, 뒤에서 기술하듯이 여러 가지 흙의 정보가 숨어 있다. 

 

그림 2-2 흙 단면을 만드는 방법.

 

흙을 삽으로 팔 때 파기 쉬움, 즉 삽에서 전해지는 흙의 경도를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 쉽게 흙을 팔지 어떨지, 그것이 '좋은 흙이 되기 위한 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뭇한 흙에서부터 차츰 거뭇함이 사라진 흙으로

정면에 목표로 한 1m 정도의 단면을 만들 경우, 정면의 단면을 삽으로 깨끗이 정리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파 나아간다. 파낸 흙을 놓아두기 위하여 미리 가빠를 2장 준비해 구덩이의 오른쪽과 왼쪽에 깔아 놓는다(그림 2-1). 파낸 흙은 한 곳에다 쌓지 않는다. 파기 시작한 곳에서 나온 비교적 검은 흙은 오른쪽 가빠에 놓는다. 계속 파내어 흙의 색에서 거뭇함이 사라져 간다면, 이번엔 그 흙을 왼쪽 가빠에 놓는다. 표면에 가까운 비교적 검은 흙과 계속 파내 깊은 곳에서 나온 흙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파낸 흙을 각각 구덩이의 왼쪽과 오른쪽에 분리해 놓는 건 표면에 가까운 쪽의 흙과 아래쪽에나 파낸 흙이 섞이는 걸 방지하는 동시에, 다시 메울 때에도 둘을 가능하면 원래 위치에 돌려놓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 나아가면, 파고 있는 곳이 자연스럽게 계단 모양이 된다(그림 2-2). 1m 정도 파냈다면 다시 한 번 단면의 표면 흙을 삽으로 깎아 없애 단면이 깨끗하게 보이도록 한다. 여기까지 비교적 쉽게 파내는 흙이라도 1시간, 단단하고 점토질인 흙이면 삽에 흙이 달라붙어 좀처럼 파지 못한다. 3시간 이상이나 걸릴지도 모른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파길 바란다. 파는 도중에 물이 스며나오는 일이 있다. 그와 같은 때에도 물이 스며나오는 곳의 근처에서 작업을 마친다. 

 

파기를 마치면, 단면을 정면으로 하고 구덩이에 들어가 계단 모양이 된 곳에 걸터앉아 본다. 흙 구덩이에 몸을 넣어 보면,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다. 그와 함께 흙의 향기를 느낄 것이다. 걸터앉아 정면의 단면을 주시하길 바란다. 잘 응시하면 파낼 때에 흙을 좌우로 분류했듯이, 단면도 거뭇한 층과 그렇지 않은 아랫층으로 나뉘어 있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그림 2-3). 이 위쪽의 층을 '표층토'(또는 작토作土), 아래층의 흙을 '하층토'(또는 심토)라고 한다.

 

그림 2-3 표층토와 하층토. 표층토(작토)의 두께와 부드러움이 중요. 하층토(심토)에서는 물빠짐의 좋고 나쁨을 보여주는 정보가 숨어 있다.

 

 

 

 

단면이 줄무늬 모양인 흙도 있다

그런데 파 보면 흙의 단면이 그림 2-3처럼 되어 있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흙의 단면은 그림 2-3처럼 약간 거무스름한 색의 표층토와 그 아래에 황갈색의 하층토라는 조합이 기본이다. 그러나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정확히는 안도솔) 안에는 몇 층이나 쌓인 것처럼 보이는 흙도 있다(그림 2-4). 이것은 화산 폭발이 반복되어 화산재가 몇 번이나 강하한 데에서 유래한다. 강하된 화산재에 다음 화산재가 내려 쌓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면, 그곳에서 생육하던 식물의 유체 등이 그만큼 축적되어 흙에 다량으로 첨가된다. 그들은 흙의 유기물(부식)이 되어 흙에 남고, 그것이 표층토에 검은색을 띠게 한다. 그런데 다음에 화산이 다시 폭발해 화산재가 지표면에 떨어지면 이전의 지표면은 지하로 묻히고, 그 결과 쌓였던 유기물로 검은색을 띠던 표층토가 지하로 묻혀 버린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안도솔의 단면은 줄무늬 모양이 된다. 바꾸어 말해, 이 그림 2-4와 같은 줄무늬 모양을 흙의 단면에서 발견한다면 그 흙이 안도솔이라 알 수 있다. 

 

그림 2-4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안도솔)의 단면. 안도솔의 단면은 표층토(거무스름한 흙의 층) + 하층토(황갈색 흙의 층)이란 흙의 단면이 기본적인 구성은 아니다. 몇 층이나 거듭 쌓인 것처럼 보인다.

 

 

안도솔은 이러한 흙의 생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도솔이 아닌 흙과 단면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표층토와 하층토로 나누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표면에서 30cm 정도까지를 우선 '표층토', 그 아래 30cm를 '하층토'라 편의상 생각하고, 앞으로 계속 읽고자 한다. 

 

 

2 적당한 흙의 경도란

흙의 경도와 두께란

 

흙의 적당한 경도란 표층토와 하층토에서 다르다. 표층토는 "쉽게 팔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한 경도의 기준이다. 하층토는 엄지손가락을 단면에 찔러 첫번째 관절 정도까지 흙속으로 들어가 묻히는 정도의 경도가 기준이다(그림2-5). 

 

그림2-5 엄지손가락 찌르는 방법으로 흙의 경도를 판정한다. 흙의 단면에 직각으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흙에 찔러 넣어, 엄지손가락이 쉽게 들어가는 것으로 흙의 경도를 판정한다.

 

 

전문가는 "토양 경도계"라는 도구로 흙의 경도를 측정한다(그림2-6). 그 측정한 수치와 '엄지손가락 찌르는 방법'의 관계는 표2-1과 같다. 

 

그림2-6 흙의 경도를 측정하는 도구(경도계).  앞의 것을 측정기구 본체 안에 넣는다. '엄지손가락 찌르는 법'처럼 왼쪽의 돌기를 흙의 단면에 수직으로 꽂아 넣고, 돌기가 흙속에 들어간 길이를 mm 단위로 판독한다.

 

 

경도의 구분 경도계 수치(mm) 엄지손가락을 찌르는 때의 모습
매우 부드러움
부드러움
중간 정도
단단함
매우 단단함
10mm 이하
11~18mm
19~24mm
25~28mm
29mm 이상
거의 저항 없이 손가락이 들어간다
약간 저항이 있지만 손가락이 들어간다
첫번째 관절까지 손가락이 들어간다
손가락 자국은 나지만,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가락 자국도 나지 않는다 

표2-1 흙의 경도(치밀도) 구분(일본 토양비료학회 토양교육위원회, 2006, 일부 개정)

 

 

 

3 흙의 경도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흙은 여러 가지 크기의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대저, 흙의 경도는 무엇에 의하여 결정될까? 이것은 '흙 알갱이'의 크기(입경이라 함)로 결정된다. 흙 알갱이? 라고 의아해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래와 점토를 떠올려보자. 모래는 거슬거슬해 눈으로 보아 한 알 한 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점토의 알갱이는 모래처럼 눈으로 보아 크기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흙에 포함되어 있는 유기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흙 알갱이만 본다면, 모래(학문적으로는 굵은 모래와 가는 모래로 나뉨)와 점토(여기에서 말하는 점토란 점토 세공에 쓰이는 점토가 아니라, 그림2-7에 나오는 매우 가느다란 흙 입자이다), 그 중간 크기인 실트(미세 모래)라 부를 수 있는 입자 3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 3종류의 입자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흙을 구성하고 있느냐이다.

 

 

흙 알갱이가 가늘수록 단단한 흙으로

어느 용기에 유리구슬을 담는다면, 유리구슬이 작을수록 빈틈없이 가득 찬다. 크다면 빈틈없이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공간이 많이 생긴다. 일정한 용적에서 어느 정도의 유리구슬이 채워져 있는지를 표현하는 데에 '치밀도'란 용어를 쓴다. 치밀도는 큰 유리구슬로 채우기보다 작은 유리구슬로 채울수룩 커진다. 점토는 가장 가느다란 알갱이이기에 점토질 흙은 치밀도가 크다. 반대로 모래는 알갱이가 굵기 때문에 모래질 흙은 치밀도가 작다. 이 때문에 점토질 흙은 일정한 용적에서 꽉 채워진 단단한 흙이 된다. 입자가 굵은 모래질 흙이 점토질 흙처럼 단단한 흙을 만드는 일은 별로 없다. 흙을 파면 삽에 착 붙어 들러붙는 일이 있다. 이것은 흙 알갱이가 가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흙은 단단한 흙이 되기 쉽다. 

 

 

 

4 흙 알갱이의 크기는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흙이 생기는 방법과 관계 있다

그럼 흙 알갱이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될까? 흙 알갱이의 크기가 생길 때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잘 달라붙는 흙이나 모래 같은 흙이란 차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 흙 알갱이의 크기는 흙이 생기는 방법과 관계가 있다.

 

흙의 원료는 암석(모암)이다. 그 암석이 풍화작용으로 가늘게 부수어져 간다. 그 가늘게 부수어진 암석을 흙의 모재라 한다(흙이 생기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건 12장 1을 참조). 흙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는 원료가 되는 암석의 질과, 풍화작용의 영향 정도로 결정된다. 풍화작용의 시간을 오래 경함하거나, 암석이 물러서 풍화작용을 받기 쉽거나 한다면 흙은 가느다란 입자, 즉 점토나 실트 같이 입자가 많아진다. 그 결과 세립질의 흙이 생긴다. 이 반대가 사질(조립질)의 흙이다. 그 중간 상태가 중립질의 흙이다.

 

                                              가늘다                                                                                                       굵다   
점토 실트(미새 모래)                                 모래 자갈
가는 모래 굵은 모래

           입경:                 0.002                                 0.02                                 0.2                                    2.0      (mm)

 

 

 

흙의 경도를 바꾸는 데에는 아득한 시간이 필요

 

흙이 단단하다는 건 흙의 입자가 잘아 치밀도가 높은 것에 기인한다. 그 흙의 입자에는 암석이 부수어지고, 생물의 작용을 받아 흙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한데 모여 있다. 따라서 흙의 경도를 본질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데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시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퇴비 등의 거칠고 엉성한 유기물을 계속하여 세대를 넘어 흙에 주는 것으로 흙쏙에 유기물에 의한 완충재를 만들어 나가, 그것에 의하여 조금씩 흙을 부드러워지게 하는 것이다. 이밖에 모래 등을 섞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가정의 텃밭 정도로 작은 면적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넓은 밭에서는 모래가 근처에 대량으로 없다면 안 된다. 모래라 하더라도 해안의 모래는 염분이 있기에 적당하지 않다. 하천의 모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세립질 흙에 모래를 가져온다는 건 그림 속의 떡처럼 현실성이 떨어진다. 점질인 흙을 사질의 흙으로 만드는 등의 일은 선뜻 말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흙의 경도는 흙의 입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흙의 경도를 흙의 입자만으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흙의 경도라는 건 그다지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똑같은 흙이라도 함유된 수분에 의해 흙의 경도가 변화한다. 이것은 세립질의 흙을 건조시키면 딱딱 단단히 굳어 버리는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흙이라도 조금씩 물을 함유해 가면 부드러움이 증가해, 급기야 흐물흐물 액상화되고, 단단함이란 개념에서 벗어나 버린다.

 

한마디로 단단함이더라도 단단함의 본질은 매우 복잡하다. 여기에서는 이야기를 단순화시켰다. 

 

 

 

5 흙의 두께란?

흙의 두께 2종류

'두텁고 부드러운 흙'이란 것이 좋은 흙의 조건 (1)이었다. 경도에 대해서는 이미 서술했다. 이번엔 흙의 '두께'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두께도 2종류이다. 그것은 그림2-3에 나온 표층토의 두께와 뿌리가 흙속으로 쉽게 뻗어 나가는 흙의 두께이다. 

 

표층토의 두께는 20~30cm 정도이면 '좋은 '상태이다. 이 두께가 20cm보다 얕으면 표층토로서의 두께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뿌리가 흙속으로 쉽게 뻗어 나가는지 어떤지는 삽으로 팠을 때 흙속에 돌을 많이 함유한 층이나 암반이 나와 더 팔 수 없든지(그림2-8), 흙이 단단해 삽으로 쉽게 팔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곳까지의 흙의 범위를 유효 토층이라 한다(그림2-9). 좋은 흙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흙의 두께는 50cm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그림2-8 자갈이 드러난 토양 단면. 표면에서 50cm 정도인 곳에 자갈이 다량으로 있다. 자갈이 드러난 곳까지가 유효 토층이다.

 

그림2-9 흙 두께의 개념도. 오른쪽의 자는 흑색과 백색 각각이 10cm의 길이를 나타낸다.

 

 

 

표층토의 두께는 쟁기질 작업과 깊은 관계

표층토는 작토作土(농사흙)이라고도 부른다(반드시 항상 둘의 두께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음). 작토층이란 쟁기질에 의해 흙이 교란되는 범위의 토층이다. 경운기를 써서 흙을 부수고(회전하는 날로 흙을 부순다. 이를 로타리질이라 함), 땅을 고르게 해 작물의 씨뿌리기나 모종 옮겨심기를 준비한다. 이 로타리질의 깊이가 작토층의 두께라고도 할 수 있는 정도로, 쟁기질 작업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재배가 끝난 뒤 수확 잔여물이나 흙에 남아 있던 뿌리 등은 유기물로서 쟁기질로 흙에 집어넣거나, 로타리질로 흙과 뒤섞거나 한다. 퇴비 등도 똑같아, 쟁기질 전에 흙의 표면에 살포한 퇴비를 쟁기질로 흙속으로 넣고, 그 뒤 로타리질로 흙과 뒤섞고 땅고르기를 한다. 이에 의하여 퇴비는 흙에 유기물로서 포함되어 흙속의 미생물에 의하여 서서히 분해되어 간다. 그리고 미생물에 의해서도 분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흙의 유기물로 남아 있는다. 이것이 부식으로 표층토의 검은색의 흙이 된다. 흙의 깊숙한 곳까지 유기물이 들어가 뒤섞이면, 표층토의 깊이도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일상 작업으로 개량할 수 있는 건 20cm 정도까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모두가 쓰는 경운기라면 흙을 휘저어 섞을 수 있는 건 기껏 20cm 정도이다. 농가가 쓰는 트랙터에 부착된 로타리기로도 30cm 이상의 깊이까지 섞는 건 힘들다. 

 

표층토는 비배관리와 퇴비를 주는 등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토층이다. 이 20cm 정도의 두께를 확실히 관리하려 한다. ㄱㅡ것은 ㅈㅏㄱ물의 뿌리에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가정 텃밭이라면 퇴비니 부엽토, 작물의 수확 잔여물, 자택에서 만든 음식물퇴비 등의 유기물을 주어, 의식적으로 20cm 이상의 깊이까지 삽을 쑤셔 흙과 잘 섞는 일을 찬찬히 해마다 실행하는 데 착수한다.  

 

 

 

6 뿌리가 뻗을 수 있는 흙의 두께와 경도 

 

유효 토층의 두께를  우리의 일상 작업으로 증가시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효 토층의 두께는 그 장소의 흙이 생성된 방법에 유래되며, 흙의 생성 방법에 우리는 구체적으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효 토층은 작물의 뿌리가 퍼져 나갈 수 있는 토층이기에, 두께가 얕으면 작물이 충분히 지탱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분과 수분의 흡수 영역도 제한된다. 유효 토층이 50cm 이내로 제한되어 버리면 작물의 생육도 저해된다. 

 

유효 토층을 결정하는 큰 요인은 뿌리가 통과할 수 없는 암반이나 단단한 토층이다. 그럼 도대체 뿌리는 어느 정도의 경도까지이면 뻗을 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표2-01에 나오는 경도계의 수치로 25mm가 한계라고 한다. '엄지손가락 찌르는 방법'(그림2-5)로 말하면, 적어도 엄지손가락의 첫번째 관절까지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면 뿌리가 뻗어 나갈 수 없게 된다.

 

 

 

7 뿌리 뻗음에 영향을 주는 건 경도만이 아니다

 

뿌리 뻗음을 좌우하는 3가지 요인

다만, 뿌리가 뻗을 수 있는지 어떤지는 흙의 경도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작물의 뿌리가 기분 좋게 뻗는 걸 저해하는 요인에는 다음의 3가지가 있다. (1)흙의 경도에서 유래하는 기계적인 저항, (2)흙속에 충분한 공기를 보내주어 뿌리의 호흡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흙의 통기성, 마지막으로 (3)흙의 수분 조건이 더해진다. 그리고 이들 요인은 독립되어 있는 게 아니라, 상호관련되어 있어 더더욱 복잡하여 알기 어렵다. 

 

그림2-10은 이 세 요인이 뿌리 뻗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완두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이다. 용적중容積重이 1.0이란 건 1세제곱센티미터에 1g의 흙이 가득 차 있는 걸 나타내며, 아주 보통인 흙의 수치이다. 용적중이 늘어나는 것은 흙의 입자가 가늘고 점질이 되어 간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일반적인 흙에서 경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삼스럽게 그림2-10을 보길 바란다. 흙에 웅덩이가 생기는 듯한 수분 상태일 때는 흙속의 빈틈은 물로 가득 차 있기에 흙에 산소가 부족하다(통기 불량). 이 때문에 흙의 용적중에 관계없이 완두는 산소 부족으로 뿌리를 충분히 뻗지 못한다. 

 

그림2-10 완두의 뿌리 뻗는 법과 흙의 성질 사이의 관계

 

웅덩이가 없고, 흙이 물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을 때는 이번엔 기계적 저항, 즉 흙의 경도가 뿌리 뻗음을 저해한다. 다만, 그것도 용적량이 1.1을 넘는 약간 세립질(점질)인 흙인 경우이고, 용적중이 1.0 정도까지의 매우 일반적인 흙에서는 물도 어느 정도 있고, 게다가 흙속의 빈틈에는 공기도 있기에 뿌리가 뻗는 데에는 최적의 상태가 된다. 

 

흙이 건조해져 가면, 용적중이 큰 흙(세립질, 점질)에서는 경도에 의한 기계적 저항이 뿌리 뻗음을 저해한다. 그러나 매우 일반적인 흙에서는 경도에 의한 기계적 저항이 뿌리 뻗음을 저하해는 일은 없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작물이 시들어 버릴 만큼 건조한 흙에서는 물 부족이 뿌리 뻗음을 저해한다. 

 

요컨대, 매우 일반적인 흙에서는 경도 그 자체가 뿌리의 뻗음을 저해한다는 것은 별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다. 고려해야 할 흙은 세립질의 흙(점질인 흙)이다. 안도솔(화산회토)처럼 용적중이 작은 흙에서는 흙의 경도를 거의 문제삼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안도솔은 흙이 가볍기 때문에 풍식(바람에 흙이 날려 버리는 일) 피해를 받기 쉽다는 우려가 있다. 

 

그럼 그 흙의 입자가 가는지 거친지는 어떻게 판정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3장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하겠다.

 

 

 

8 무경운으로도 작물을 재배한다 -쟁기질과 무경운 흙의 차이는?

 

확산되는 무경운 재배

작물의 씨앗을 심거나 모종을 옮겨심거나 하려면 흙을 갈고(이처럼 흙을 가는 걸 쟁기질이라 함) 고르게 하여 준비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힘들고 시간도 걸린다. 게다가 기계를 쓰면 에너지도 필요하다. 안도솔(화산회토)처럼 가벼운 흙에서는 초봄의 강풍에 풍식도 발생한다. 더구나 흙을 쟁기질하는 것이 흙속의 유기물 분해를 촉진해 결과적으로 흙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켜(Koga and Tsuji, 2009; Koga, 2013)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이와 같은 일로부터 전에 재배했던 작물의 수확 잔여물 등을 그대로 두고 전혀 쟁기질하지 않는, 즉 무경운 농업이 미국이나 남미에서 운영되어 왔다. 파라과이에서는 일본계 사람의 큰 노력에 의하여 대두와 옥수수의 대규모 무경운 재배가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무경운 재배를 실천하는 예도 있다. 이처럼 무경운으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데 왜 흙을 쟁기질하는 걸까? 쟁기질과 무경운으로 흙에 어떠한 차이가 생기는 걸까?

 

흙을 갈아서 부드럽게 하고 깔끔히 정지하는 것은 작물의 씨앗에서 싹이 터 흙으로부터 얼굴을 내미는 걸 가지런히 하기 위해 중요한 작업이다. 이외에 흙에 준 퇴비와 화학비료를 흙과 잘 혼합해 균일화하는 일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쟁기질 작업에는 제초라는 중요한 목적도 있다. 무경운에서는 제초제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밭을 갈지 않고, 이전 작물의 수확 잔여물을 밭에 놔둔 채로 있기 때문에, 무경운의 밭에서는 작물의 씨앗을 심기 전이라도 흙이 비나 바람에 유출되는 수식이나 풍식은 발생하기 어렵다. 걱정되는 건 흙의 단단함이나 흙덩어리가 작물의 싹이 트는 걸 저해하는 요인이 되어, 가지런히 싹이 나는 게 나빠진다는 점이다. 

 

 

 

쟁기질한다고 반드시 잘 자라는 것도 아니다

쟁기질에 의해 부드러워졌던 흙은 흙속에 큰 빈틈이 늘어 배수가 좋아진다. 하지만 다음 3장에서 기술하듯이, 쟁기질하더라도 흙속에 물을 보유하기 위한 작은 빈틈이 늘거나 줄어들거나 하는 건 아니다(木下, 1970). 이 작은 빈틈은 흙 입자의 크기에 의하여 결정되어, 쟁기질 작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쟁기질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큰 빈틈이 늘더라도 재배가 진행되는 시간이 경과하는 것과 함께 강우 등의 영향으로 범차 줄어들어, 쟁기질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쟁기질의 효과는 작물 생육의 아주 초기에 한정되는 것이다. 

 

더욱이 세립질이고 점성이 강한 흙에서는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습하지도 않은 어느 특정한 수분 상태일 때 쟁기질이나 로타리질을 하여 흙을 써리면, 큰 덩어리(경단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하층과 이어진 물의 연결이 절단되어 수분 공급이 불충분해지고, 가지런히 싹이 트지 않게 되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다(그림2-11). 단순히 쟁기질한다고 반드시 작물의 생육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흙이 세립질인지 조립질인지, 또는 그 중간인지 하는 성질을 잘 아는 일이 중요하다. 

 

그림2-11 생육이 가지런하지 않게 된 옥수수밭. 세립이고 점질인 흙을 부적절한 수분 상태일 때 쟁기질(로타리질)했기 때문에, 흙이 큰 덩어리가 되어 수분 공급이 불충분해진 것이 원인.

 

흙 입자의 크기는 그 흙의 생성방법에 의해 결정되기에, 우리들의 일상적 관리로 직접 개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흙의 이러한 본질적인 성질은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어울리는 작물을 재배할 수밖에 없다. 흙의 경도와 두께는 세대를 넘어 차분히 정신을 쏟으며 개량해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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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라 하면 온주温州 밀감을 가리키는데, 메이지 무렵까지 "밀감"이라 하면 소밀감小蜜柑을 가리켰습니다. 이 소밀감은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온주 밀감도 소밀감도 모두 똑같은 '밀감'을 부르는 이름인데, 일반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역사가 있어 적어 봅니다. 먼저, 소밀감은 정식으로는 기주紀州 밀감이라 부르고 학명도 Citrus kinokuni라고 합니다만,  여기에서는 소밀감이라 부르겠습니다.

 

 

밀감은 소밀감

 

에도 시대 초기 무렵, 와카야마의 상인 키노쿠니야 분자에몬紀伊国屋文이 폭풍우를 무릅쓰고 배로 밀감을 에도로 옮겨 에도 사람들의 갈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폭풍 때문에 운송선이 움직이지 못해 에도에서는 대장장이의 신을 기리는 "풀무 마츠리"에 바칠 귤이 부족하여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카미가타上方에서는 에도로 보낼 밀감 화물이 정체되어 시중에 넘쳐 값을 후려 때려 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 옮기던 귤이 소밀감으로, 지금의 온주 밀감이 아닙니다.  소밀감은 정월의 공물로 쓰는, 잎이 붙어 있는 작은 밀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씨가 있고, 단맛이 나는 작은 밀감입니다. 크기는 30g 정도, 온주 밀감의 1/4 정도입니다. 혼本 밀감, 신眞 밀감, 3월三月 밀감, 기노쿠니紀の国 밀감, 야츠시로八代 밀감, 사쿠라지마桜島 밀감 등도 모두 소밀감입니다.   

 

소밀감 나무(이마바리시今治市 오미시마大三島)

 

 

온주 밀감은 이부인李夫人

밀감이 소밀감이라면 온주 밀감은 무엇이라 불렀을까 하면, 이것은 이부인이라는 왠지 요염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왜 중국 여성의 이름일지 신경쓰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상세한 기술은 없어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부인이라 하면 고대 중국의 한무제가 사랑했던 여성에 그 이름이 있고, 백거이의 시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절세의 미녀였던 것 같습니다. 온주 밀감이 뛰어나게 좋은 성품을 지녀서 붙여진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작물에 여성의 이름을 붙인 건 귤에 상수부인이 있고, 밀감에 클레오파트라의 이름이 있듯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이부인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이부인(=온주 밀감)이란 이름 때문에 중국에서 전해진 과일 같지만, 사실은 일본 원산 감귤입니다. 가고시마현 이즈미군出水郡에 있는 나가시마長島라는 야마쿠사天草 섬에 면한 섬이 발상지로, 씨앗에서 태어난 변이종으로 생각됩니다.  나가시마에서는 온주 밀감을 이부인이라 부르고, 에히메愛媛현에서도 온주 밀감이 최초로 다치마立間에 들어왔을 때 역시 이부인이라 불렀습니다.

 

 

귤 연구소에 있는 이부인(온주 밀감) 기념비와 다치마에 전해진 원목의 후계 나무(오른쪽 구석)

  

이밖에 이부인李婦人, 쥬쿠진じゅくじん, 용신 등의 호칭도 있고, 오쿠라 나가츠네大蔵永常가 저술한 <広益国産考>(1859)에는 다음과 같은 기술이 있습니다.

 

"이부인이란, 서쪽 지방에서 씨 없는 밀감이라 부르는 것과 약간의 차이도 없는데, 씨 없는 밀감 쪽이 이부인보다 맛이 좋고 전혀 씨가 없다. 이부인도 맛있지만, 약간 신맛이 있고, 씨가 하나나 둘 들어 있다."

 

씨 없는 밀감은 이부인에서 생긴 것처럼 생각되는데, 소밀감에도 씨 없는 게 있어 어느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부인, 즉 온주 밀감은 영어로 사츠마 만다린(satsuma mandarin)이라 부릅니다. 메이지 9년(1876), 미국 플로리다로 도입되었을 때 묘목이 원산지인 가고시마현에서 운반되었기 때문에 사츠마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또한 그 뒤 묘목의 대부분이 오와리尾張의 종묘 산지에서 미국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오와리 사츠마(Owari satsuma)라고도 불렀습니다. (이와마사 마사오 씨)   

 

 

이부인의 탄생

<규원귤보桂園橘譜>(1828)에는 "치쿠고筑後 야나가와柳川에 귤이 있는데, 타이코우太閤(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조선 출병시 야나가와 후柳川候가 가져온 것으로, 이부인 귤이라 한다."라고 나옵니다.  또, <본초도보本草図譜>(1830)에도 똑같은 기술이 있어, 조선에서 가져왔는지 어떤지는 별개로 치쿠고에는 임진왜란이 있었던 1600년 전후에 온주 밀감이 전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1936년 가고시마현 이즈미군, 나가시마의 타카노스鷹巣에서 발견된 이부인의 고목은 발견 당시 나무 나이 300년 정도로, 그 내력은 1600년 무렵. 게다가 고목은 접목으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부모 나무는 앞서 야나가와에 전래된 시기보다 오래되어, 야나가와의 이부인 귤은 나가시마에서 전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가시마는 무역선이 왕래하던 야츠시로해八代海에 면한 섬으로 전에는 아마쿠사 영역이었던 나카지마仲島의 것. 히고肥後와 히젠肥前에서는 온주 밀감을 "오오나카지마大仲島"나 "나카지마中島"라고도 부르고 있었다고 하여(이와마사 마사오 씨), 이부인은 전국시대인 1500년대에는 재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후쿠오카번福岡藩의 미야자키 야스사다宮崎安貞가  저술한 <농업전서農業全書>(1697)에는 귤橘과 감柑이란 이름은 있어도 이부인이란 이름은 없습니다. 메이지 무렵까지 귤은 주로 선물이나 증답용 물품으로서, 맛있는 과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씨가 없거나 적은 것이 선호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부인이 확산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보입니다. 

 

 

온주 밀감으로 개명하다

이부인이 일본 원산의 귤인데 왜 온주 밀감이라 부르는 것입니까? 온주라고 하면 중국 저장성 원저우부温州府를 가리킵니다. 남송의 한언직韓彦直이 저술한 <귤록橘録>(1178)에는 "감귤은 소주蘇州, 태주台州에서 나지 않는다. 서쪽으로는 형주荊州에서 나오고, 남쪽으로는 민閩・광広・무주撫州에서 나오지 않는다. 모두 온주의 것이 으뜸으로 그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하여 밀감은 온주부의 것을 최상이라 칭찬했습니다.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図絵>(1712)에서도 "온주 귤은 밀감이다. 온주란 절강의 남쪽에 있어 감귤의 명산지이다"라 하고, <규원귤보>(1848)에서도 감귤의 종류로 온주귤을 들며 그 맛좋음이 밀감 중에서 뛰어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온주라는 이름은 맛있는 밀감의 대명사인 것입니다.

 

메이지가 되어 국가에서는 통계상 이름이 제각각인 귤을 정리해야 했지요. 소밀감을 보통 밀감으로 하고, 이부인을 온주 밀감으로 했습니다. 전고에 뛰어난 사람이 있어 온주부의 밀감에 뒤지지 않는 맛이기 때문에 온주 밀감이라 이름을 붙였겠지만, 온주부에서 전해진 밀감은 아닌 것입니다.

 

온주 밀감

 

 

소밀감의 전래

그럼, 소밀감으로 이야기를 돌려 그 발상을 더듬어 봅시다.

 

소밀감에는 게이코景行 천황이 구마모토로 행차했을 때 씨앗을 하사해 오아마小天 마을 미즈시마水島에 심었다는 전승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일본서기>에는 게이코 천황의 1대 전에 해당하는 스이닌垂仁 천황의 명을 받은 다지마모리田道間守라는 사람이  불로불사의 나라에서 토키지쿠노카구노미非時香菓를 구하러 떠나서 10년의 세월이 걸려 가지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토키지쿠노카구노미는 겨울에도 과실이 달리는 감귤 또는 엄동설한에도 바로 옆에 있는 과실이란 의미일까요? 돌아온 다지마모리는 바로 전에 스이닌 천황이 붕어한 것을 알고 황제의 신령에 의지해 무사히 돌아왔는데 만날 수 없게 되자 비탄에 빠져 자살을 합니다. 다음 황제인 게이코 천황은 다지마모리의 충성을 어여삐 여겨 스이닌 천황의 능묘 옆에 매장하도록 명했다 하고, 가지고 돌아온 토키지쿠노카구노미가 귤이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지마모리 초상화(귤 연구소 소장)

 

 

귤은 일본 원산의 감귤이고, 일부러 다지마모리가 해외까지 찾으러 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귤을 감귤류의 통칭이라 하면, 토키지쿠노카구노미는 일본으로 전래된 시기를 알 수 없는 소밀감이나 등자(橙)가 아니었을까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전승처럼 게이코 천황이 다지마모리가 귀국한 뒤 소밀감의 씨를 구마모토에 심도록 했다면, 토키지쿠노카구노미가 소밀감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소밀감이 그 당시에 전해졌다면, 그 달콤한 맛 때문에 각지에서 재배가 확산되었을 테고 쿠카이空海가 812년에 사가嵯峨 천황에게 헌상한 과실은 감자柑子가 아니라 소밀감이어도 괜찮았을 터. 소밀감 설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감자는 일본에 오래전부터 있던 추위에 강한 감귤로서 과실은 짙은 황색의 얇은 껍질, 크기는 40g 정도의 작은 열매이다. 쇼무聖武 천황 시대(725)에 당나라에서 전해진 것이 <속일본서기続日本書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토키지쿠노카구노미에는 그밖에 등자나 귤이었다고 하는 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근거가 없습니다. 덧붙여서, 소밀감이 심어진 장소도 구마모투현 이외에 다지마모리를 신사에 신으로 모시는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의 키츠모토橘本 신사와 사가현佐賀県에도 전승이 있는데 토키지쿠노카구노미의 씨를 하사했던 게이코 천황이 야마토타케루노미코토日本武尊의 아버지라는 신화에 가까운 시대의 이야기인 만큼 전승을 뒷받침할 방법은 없을 겁니다.

 

 

에히메의 소밀감 점묘点描

에히메의 소밀감에 대해서는 오미시마大三島에 있는 오야마즈미大山祇 신사의 大祝오호오리 직職인 미시마三島 씨가 음력 11월에 소밀감을 영주의 고노 미치나오河野通直에게 헌상해 미치나오에게서 "밀감(みつかん) 매우 매우 경사스럽다"라고 감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밀감은 "みつかん"이라고 부르고 그 가운데 "つ"가 생략되어 "みかん"이 되는데, 미시마 씨에게는 또 한 통의 고노 미치나오에게 온 감사 편지가 있으니 거기에는 "みかん"이라 적혀 있습니다. 이 문서는 마침 "みつかん"에서 "みかん"으로 변하는 과도기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밀감은 환자의 입에 맞는 귀중한 과실인 듯하여, "아이들이 병으로 자리에 누워 있는데 고맙습니다"라고 나옵니다. 문서가 작성된 시대는 무로마치 시대 후기인 1540년 무렵이 아닐까 합니다만, 특별한 과일이라 하는 만큼 소밀감이 재배되기 시작한지 그다지 긴 세월이 지나지 않은 듯합니다.

 

에히메현 이마바리시今治市 카미우라쵸上浦町의 소밀감 
위 설명의 소밀감

 

세토우치瀬戸内의 오미지마나 오시마大島에는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기 하는 소밀감의 고목이 남아 있어, 항해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시대에 세토우치의 섬들을 거점으로 한 왜구와 수군이 가지고 돌아갔거나, 교역선이 순풍을 기다리며 들르는 등을 통해 소밀감 등의 감귤이 전해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도서 지역에는 자연히 교배되어 생긴 감귤이 많고,  안세이감安政柑이나 핫사쿠八朔 등도 그 종류입니다. 인노시마因島에 들어간 여러  종류가 자연교잡으로 생긴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핫사쿠의 실물

 

미시마 씨의 문서로부터 50년 정도 뒤인 키타우와군北宇和郡 미마三間 지방에서 저술된 <친민감월집親民鑑月集>(1564)에는 감귤의 종류로 "감자柑子, 구년보九年甫, 밀감樒柑, 유柚, 등橙" 등 8종을 들고, 그밖에도 종류가 많다고 적혀 있습니다. 밀감은 소밀감이며, 호칭도 "미츠캉みつかん"이 아니라 "미캉みかん"으로 되어 있습니다. 

 

"감귤류는 무가와 사원 등에서 심어도 좋지만, 농가는 유자와 등자 외에는 재배할 필요가 없다"고 하며, "다만, 판매하여 팔린다면 이야기는 다르다"라고도 합니다. 유자와 등자는 식초용으로 삼고, 집 주변에 자가용으로 심어도 괜찮았던 겁니다. 이외의 감귤은 유통하면 상품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에도 시대에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기타군喜多郡이나 이요군伊予郡의 일부를 영역으로 한 오즈大洲 번주에게 촌장(庄屋)들이 소밀감을 헌상했습니다. 시모카라카와下唐川나 시모스카이下須戒, 마츠오松尾, 지세이知清가 있던 산간 지역에서 소밀감이 헌상된 것입니다. 밀감 재배는 해안선의 따뜻한 지역이 적합한데, 내륙부에서도 남향의 해가 잘 드는 좋은 토지를 선택해 재배했던 것이죠.

 

메이지 21년(1888)에 작성된 에히메현의 감귤 통계에서는 현 내의 밀감 생산량 3504섬 가운데 기타우와군北宇和郡이 1930섬, 기타군이 1097섬으로 두 군에서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오스 번 영역의 기타군은 현 내에서도 유수의 소밀감 산지였던 겁니다.

 

에도 시대의 백과사전인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図絵>(1712)에는 밀감의 산지로 "기주紀州 아리타有田, 살주薩州 사쿠리지마桜島, 예주豫州 마츠야마松山, 준주駿州, 히고肥後 야츠시로八代를 들고, 예주 마츠야마 산물은 준주 산물보다 맛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에히메의 밀감이 유명해진 건 메이지 17년(1884)에 다치마立間의 이부인(온주 밀감)이 도쿄의 전국 중요 물산 공진회에서 1등상을 받고, 이듬해 1885년에도 대일본 농회의 전국 농산물 품평회에서 1등상을 받아 호평을 받기 이전 이미 에도 시대부터 맛있는 밀감 산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소밀감은 구마모토부터 가고시마, 오이타, 에히메, 히로시마, 와카야마, 시즈오카로 항로를 따라 확산되고, 게다가 대부분이 현재의 온주 밀감    산지와 겹쳐 있어 소밀감의 역사가 현재를 떠받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등장한 소밀감

메이지 중반 무렵까지 소밀감은 밀감이라 부르고 있었는데, 도대체 밀감이란 단어는 언제쯤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까요? 꿀에 절인 듯한 달콤한 것으로부터 밀감이라 부른 것 같습니다만, 밀귤蜜橘이나 밀감樒柑 등 다양한 글자가 충당되어 최초로 사료에 나타난 것은 1418년, 고스코우잉後崇光院이 상황의 거처로 밀감 2홉을 바친 기술입니다. 이어지는 사료에는 "병중인 무로마치室町 도노殿가 밀감을 바라시어 조우코우잉蔵光院의 밀감을 100개 받아 헌상하고, 부족분은 감자柑子를 더했다."라고 해, 밀감은 무로마치 도노(장군)가 바라는 귀중한 과일이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대명 무역을 활발히 하던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의 다음 장군 시대이고, 소밀감 같은 달달한 과실이 재배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뒤 얼마 동안 밀감이란 글자는 사료에서 사라지고, 앞에 기술한 미지마 씨의 문서가 쓰여진 1540년 무럽까지 공백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미지마 문서의 다음, 즉 1500년대 중기부터 빈번하게 사료에 등장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소밀감이 밀감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무로마치 막부의 권위가 쇠퇴하고, 이요국伊予国에서는 고노 미치나오河野通直(1509년 영주)가 활약하며, 인노시마因島와 노지마能島, 쿠루시마来島의 무라카미村上 씨 등의 미지마 수군이 큐슈와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시대와 부합해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500년 이상 전이라 생각됩니다. .

 

 

 

참고자료

安部熊之輔(1904): 日本の蜜柑. 明治農学全集 果樹

愛媛県果樹園芸史(1968): 愛媛県青果農業協同組合連合会

村上節太郎(1967): 柑橘栽培地域の研究
岩政正男
(1979): 作物品種名雑考・柑橘. 農業技術 34(9)409-413 

古事類苑国際・日本文化研究センタ- 大

蔵永常(1859): 広益国産考.日本農学全集,()農山漁村文化協会

宮崎安貞(1697): 農業全書卷六~巻十一日本農学全集, ()農山漁村文化協会 郷土誌資料第 1 集の 1 産業編 吉田町立間公民館

菅 菊太郎(大正 4 ): 伊予における古き蜜柑の栽培地伊予史談第 1  4 

大洲藩領史料要録村々庄屋旧家献上物覚:伊予史談会
親民鑑月集 和名類聚楽抄 和漢三才図会 魏志倭人伝 古事記 日本書紀

 

 

 

 

 

 

원문 https://www.pref.ehime.jp/h35118/1707/siteas/11_chishiki/documents/kankiturekisi.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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