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농민의 고투를 이야기하는 보루
-미에현三重県 키이나가시마紀伊長島의 멧돼지담
1. 평지가 적은 키이나가시마 지방
미에현은 킨키 지방 동부에 위치하고,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이다.
이 장의 무대인 키이나가시마 지방은 미에현 남부에 위치한다. 2004년 쿠마노熊野 옛길이 '키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로 세계 유산에 등록된 이래 세계 유산의 한 날개를 담당하는 지역으로, 쿠마노~오와세尾鷲~키이나가시마를 포함하는 지역은 '히가시키슈우東紀州'(그림1)란 명칭으로도 불렸다. 오늘날, 히가시키슈우의 고갯길을 많은 관광객이 걷게 되었다.
그림1 키이나가시마 지방을 포함하는 '히가시키슈우'의 범위(음영 부분)
키이나가시마 지방은 면적 110.57㎢, 산림이 87%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지는 2.4%에 지나지 않는다. 키이 반도의 산지가 직접적으로 쿠마노 여울에 들어가, 평지가 매우 적은 지역이다. 1955년 시정촌 합병으로 나가시마쵸우長島町와 미노세무라三野瀬村・아카바무라赤羽村가 합병되고 키이나가시마쵸우紀伊長島町가 탄생했다. 이때의 인구는 약 1만6000, 세대수는 약 3500호였다. 헤이세이平成 대합병에 의해 2005년 이웃 정町인 미야마쵸우海山町과 합병하고, 키호쿠쵸우紀北町가 되었다. 현재의 주소 표시는 '미에현 키타무로군北牟婁郡 키호쿠쵸우 키이나가시마구'가 되어 있다. 산업은 임업과 어업이 중심으로, 인구는 과소화·고령화가 진행되어 2009년 4월에 1만 120명이 되었다.
키이나가시마 지방에서는 맷돼지담이 많이 분포해 있다(사진1). 특히 많은 것이 산간인 아카바 지구이다(키이나가시마구는 다시 4개 구로 나뉘고, 아카바는 산간 지역에 있다).
사진1 농민의 고투를 이야기하는 멧돼지담. 사카모토坂本.
2001년 5월부터 이듬해 3월에 걸쳐서 키이나가시마 고향 간담회는 "정町 안의 멧돼지담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후세에 남기자"라는 주제를 걸고 약 20명의 회원이 현지에 방문해 위치와 길이 등의 기록이나 옛일을 아는 노인에게서 청취 조사를 실행했다. 그 횟수는 30회에나 이른다.
그때 해명된 멧돼지담은 정 안 66개소, 총 연장 약 13.3km였다. 이 장에서는 조사에 의해 밝혀졌던, 멧돼지담에 얽힌 노인의 이야기와 고문서에 적힌 기록을 소개하겠다. 또, 이들 조사 결과를 정리해 '멧돼지담의 탐색'이란 제목의 책자를 간행했다(키이나가시마 고향 간담회 2002). 이 장의 사진1~21, 그림1~6은 집팔지의 양해를 구해 이 책자에 옮겨 실은 것이다.
2. 멧돼지담에 대해 듣고 적은 것에서
키이나가시마 고향 간담회의 조사에 의하여 얻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멧돼지가 망쳐놓은 논의 참상(히가시나가시마東長島 지구 카타카미片上) ~옛일을 아는 노인의 이야기
멧돼지가 집단으로 또는 한 마리라도 논에 침입하면 어떻게 될까? 예전의 '물길(ゆで)'(논에 물을 끌어 넣는 용수로의 방언: 사진2)는 지금 같은 콘크리트제 U자 도랑(사진3)과 달리, 돌과 적토로 반죽해 굳히기만 해서, 한 아름 되는 돌을 뒤집는 멧돼지에게는 물길을 부수는 일은 별 힘도 들지 않는 일이었다.
사진2 예전 물길의 흔적. 산노헤三戸.
사진3 현대의 물길(용수로). 콘크리트제 U자 고랑. 나카기리中桐.
물길이나 논두렁에는 멧돼지가 엄청 좋아하는 게나 지렁이, 뱀 등이 있기 때문에, 멧돼지가 가장 처음 노리는 건 물길이나 논두렁이었습니다.
논 쟁기질할 때, 물잡이를 잘 하기 위해 논두렁 치기나 진흙 바르기를 꼼꼼히 하는데, 벼의 목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물을 끌어 넣는 물길이나 논두렁을 부수면 모든 게 사라져 버립니다.
또한, 아침부터 밤까지 정성을 들인 벼가 진흙 속으로 밟혀 쓰러져 벼이삭이 비틀리면 전혀 손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태풍으로 쓰러진 벼는 일정 방향으로 쓰러져 있기에 어떻게든지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멧돼지가 망쳐놓은 논은 벼이삭이 진흙 속에 뒤얽혀 있기 때문에 속수무책인 참상입니다. 이 근처에 있는 '큰아버지의 골짜기 멧돼지담'은 길이 350m, 높이 1.8~9m, 위 너비 70cm입니다. '쿠마노 옛길 아래의 멧돼지담'은 길이 195m, 높이 1.6m, 위 너비 70cm입니다(그림2).
그림2 히가시나가시마 지구 카타카미 주변의 멧돼지담 위치. 키이나가시마 고향 간담회(2002)에서.
나가시마의 중심 지구를 지키는 멧돼지담(나가시마 지구 오칸노オカンノ) ~니시다 마스조우西田益三 씨의 이야기
오칸노란 '언덕(岡) 위'이고, 도노코강土壺川 북쪽의 지역을 가리킨다(사진4). 언덕 위를 사투리로 말해 오칸노가 되었단 설도 있는데, 원래 오칸노라는 지명이 있어서 그것에 한자를 맞추었는지도 모른다. 도노코강의 남쪽은 '오우칸마치往還町의 위'라고 하는데, 오우칸이라는 그 음과 관계 있다고 생각된다.
사진4 에노우라江ノ浦에서 오칸노를 쳐다보다. 나가시마쵸우 안에서 유일한 평지가 해안을 따라 분포하고, 항구나 (옛) 나가시마쵸우 관공서도 있다.
오칸노의 관음당 옆, 천리교天理教会 교회 위에 높이 약 1m, 너비 70cm의 멧돼지담이 4군데 정도 있다(사진5). 모밀잣밤나무 거목 때문에 터져 무너져서 길이가 100m가 되어 있지만, 전장은 125m에 달하는 오랜 돌담이다. 나가시마쵸우 안에서는 유일하게 논이 있었던 지구이기에, 경작하는 농민들이 소중한 작물을 멧돼지의 피해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선조가 고생해서 돌담을 쌓아 보루로 삼았음이 틀림없다.
사진5 오칸노의 멧돼지담. 멧돼지담의 위에 둘레 2m나 되는 큰 나무가 무성하게 있었다.
사냥꾼 산양三やん과 멧돼지의 격투(미노세三野瀬 지구 카이노海野) ~하마하타 이사무浜畑勇 씨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60 몇 년 전, 1936년 무렵의 기억. 당시 나는 소학교 4학년 정도였다.
산양의 철포 소리가 났기에, 친구 4~5명이서 소리가 난 쪽으로 뛰자, 멧돼지담 안에서 사냥개 2마리와 큰 멧돼지가 격투하고 있었다(사진6). 1마리는 뒷쪽에서, 또 1마리는 옆구리 쪽에서 덤벼들고 있었다. 사냥꾼인 산양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윽고 멧돼지가 약해져서 큰칼로 머리의 급소를 찔러서 죽였다. 높은 돌담 위에서 보았던 당시의 광경이 지금도 생각난다.
사진6 산양과 멧돼지의 격투 현장. 카이노의 마을 안 멧돼지담, 돌담으로 둘러싸인 바로 앞의 평탄지에서 격투가 있었다.
'카이토かいと' 지명(아카바 지구 모바라茂原・마에야마前山) ~옛일을 아는 노인의 이야기
아카바 지구에는 '○○ 카이토'라고 부르는 소구역이 많다. '담 안(垣內)'이라 쓰고 '카이토'라고 읽는다.
모바라에서 가장 긴 멧돼지담은 '이나바稲葉 카이토'라고 부르고, 산과 밭의 경계 가까이에 있다. 그밖에도 '타니노오쿠谷の奥'이라든지 '안오쿠무라노오쿠奥村の奥'이라 부르는 장소에도 멧돼지담이 쌓여 있다. 모바라의 멧돼지담 전장은 316m, 높이 1.8m, 위 너비 70cm이다(사진7).
사진7 모바라의 멧돼지담
앞산에는 전장 122m, 높이 2m, 위 너비 70cm의 멧돼지담이 있고, 담의 도중에는 함정도 만들어져 있었다.
낮은 멧돼지담(아카바 지구 산도三戶) ~할머니의 이야기
"아주 낮은 짐승막이담이네요, 할머니."
"응, 낮지. 돈이 없어서 높이 쌓지 못했을까나."
할머니는 웃으면서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서 옛날부터 농사철이 오면, 말뚝을 박거나, 잔디를 단으로 묶어서 쌓아 높이를 올렸지."
산도의 멧돼지담은 산도 분교 옆과 무케로지ムケロジ에 있으며, 길이 225m, 높이 1.2m, 위 너비 1m이다(사진8). 다른 지구의 멧돼지담보다 확실히 낮고,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농사짓기 위한 고생이 있었던 듯하다.
사진8 산도 분교 옆의 멧돼지담
지금도 짐승 피해가 심하다(아카바 지구 오오하라大原 오쿠가奥賀) ~하시쿠라 히로카츠橋倉宏承 씨의 이야기
언제쯤부터인지 알지 못하지만, 예전 사람들에 의해 오오하라 마을(사진9)을 둘러싸듯이 이어서 작은돌을 쌓아 멧돼지담을 쌓아 올려 고생한 흔적이 추측됩니다.
그림9 오오하라 오쿠가 지구. 주변의 상황은 그림3 참조.
오오하라 오쿠가의 멧돼지담은 현재, 곳곳이 무너져서 제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전쟁 이후는 깊은 산을 인공림으로 개발해 버려 잡목의 싹이나 열매 등의 먹이가 부족해, 30년 정도 전부터 원숭이, 멧돼지, 사슴, 영양 등이 먹이를 찾아서 인가 근처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논밭의 피해는 물론, 멧돼지담 안쪽에 심은 삼나무, 편백나무의 싹을 뜯어 먹고, 껍질을 벗겨서 말라 죽거나, 줄기가 썩거나 해서 곤란합니다.
그림3 오오하라 지구의 멧돼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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