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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농, 살림을 디자인하다>라는 책을 보다가 전업농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도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벼농사의 경우 9000평 이상을 경작해야 '전업농'이라 한다는군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보통 1만8000평 이상의 논을 경작하는 사람에게 각종 지원이 우선적으로 돌아간다고 해요. 

2011년, 한국의 벼농사 농가는 총 74만8천 가구였습니다. 그중 9000평 이상 농사짓는 전업농은 5만2천 가구 정도로 약 6.6%의 비율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 농업은 규모가 영세해서 문제라는 일각의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대책으로 규모화, 기계화, 과학영농을 주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규모화를 하자며 각종 지원을 전업농 우선으로 하면 현재 벼농사를 짓고 있는 나머지 94%의 농민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나가 죽으라는 소리인가요? 오히려 농업정책의 방향을 대농 위주에서 대부분의 농민들이 처한 소농으로 재설정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래와 같은 소식이 들리더라구요.

한국 쌀전업농중앙연합회에서 전, 현직 회장 들이 12억이란 돈을 횡령했답니다. 하하하, 대농 위주의 농업정책을 펼치더니 이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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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7만여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현직 회장 등이 2년간 국가보조금을 10억 원 넘게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경찰청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횡령 등)로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 회장 홍모씨(56)를 구속하고, 현 회장 임모씨(50), 전 사무부총장 박모씨(55)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홍씨와 박씨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어촌공사 등이 쌀 소비 촉진, 품질향상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국고보조금 가운데 35차례에 걸쳐 9억49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다. 

이들은 연합회 임원 배우자 명의로 유령 업체를 만들어 용역을 계약한 것 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미거나, 책자 발생 횟수 축소, 우수 쌀 재배 농민이 받은 상금을 특별기부금 형태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임씨는 지난해 8월 쌀 전업농 전국회원대회 개최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5억4000만 원 가운데 2억60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다. 

임씨는 이벤트 업체와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해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유용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횡령한 돈을 경조사비, 해외연수비용, 협회장 선거비용, 차량유지비, 교통범칙금.과태료, 휴대폰요금, 생활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회장은 명예직임에도 불구하고 월 130만원의 급여를 보조금에서 챙기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1999년 농민 권익보호,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쌀 농사를 짓는 농민 7만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법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이들 단체에 연 평균 6~8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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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지방이나 마찬가지로 거제도의 다락논들도 사람들의 엄청난 노동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락논이나 계단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논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나오는 돌이나 주변에서 가져온 돌로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축대를 쌓고 또 쌓아 논밭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수이다.

이 축대를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그 엄청난 노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나까지 온몸이 뻐근해진다.


 



산골의 다락논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뒷도랑'을 파서 활용한다는 점이다.

뒷도랑은 산에서 내려오는 찬물을 그대로 논에 들일 경우 벼가 찬물로 인해 생육이 저해되는 걸 막기 위해 물을 한 번 빙 돌려서 햇볕 등으로 데운 다음 논 전체로 퍼지도록 하는 물길이다.

벼를 한 포기라도 더 심으면 심을 수 있는 공간을 과감히 포기하면서까지 뒷도랑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그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이 공간이 있고 없고에 따라 얼마만큼 수확량에 차이가 나는지는 농사짓는 분에게 물어보거나 과학적 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거제에 와서 여기저기 쑤시고 돌아다니면서, 거제도의 이러한 다락논이 현재 하나둘 묵정논이 되거나 싹 밀려 관광 관련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농지와 개발, 둘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관광객들을 위한 농업 경관의 보존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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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fw.nfm.go.kr/media/book/pdf/SD071_1994KRAL.pdf




이 내용으로 이미 2006년에 <두레, 농민의 역사>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그 책을 사보셔도 좋고, 이 자료를 내려받아 보셔도 좋겠다.





□ 총 론


   조사개요 

   두레考   주강현(책임연구원) 


1. 머리말 


2. 조선후기의 생산풍습과 두레

  1) 이앙법의 확산과 두레의 성립 

  2) 두레의 체계화와 변화된 민의 풍습 

  3) 황두풍습의 잔존과 그 양상


3. 두레와 두레굿의 실제

  1) 용례검토

  2) 두레의 대동제의 

  3) 두레의 대동회의 

  4) 두레의 대동놀이 


4. 하나의 실험, 실험된 두레

  1) 민속의 실험, 실험의 민속  

  2) 논산군 상월면 대명리에서의 실험

  3) 당진군 송악면 가학리에서의 실험 


□ 현지자료편


제1편 강원도지역의 두레

  제1장 강릉지역의 두레 


제2편 경기도지역의 두레

  제1장 과천지역의 두레

  제2장 안양지역의 두레

  제3장 파주지역의 두레

  제4장 화성지역의 두레


제3편 경상도 지역의 두레

  제1장 밀양지역의 두레


제4편 전라도지역의 두레 

  제1장 고창지역의 두레

  제2장 김제지역의 두레

  제3장 옥구지역의 두레

  제4장 익산지역의 두레

  제5장 임실지역의 두레


제5편 충정도지역의 두레

  제1장 공주지역의 두레

  제2장 논산지역의 두레

  제3장 당진지역의 두레

  제4장 대전지역의 두레

  제5장 부여지역의 두레

  제6장 서산지역의 두레

  제7장 홍성지역의 두레

  제8장 청원지역의 두레


□ 참고논저


□ 영문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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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벼농사 모습을 보자.


먼저 지난해 잘 갈무리해 놓은 볍씨를 꺼내 못자리를 만든다.





못자리에서 모가 어느 정도 크면 물을 떼서 말린 뒤 모내기를 위해 모를 찐다.

적당한 크기로 모를 쪄서 단을 묶어 놓으면 됨.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뿌리가 쫙 흙을 붙들고 있어서 잘 안 떨어진다는 것이 힘듦.

바랭이나 피 같은 풀을 뽑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모를 쪄서 단으로 묶어 놓으면 그걸 모내기하는 논으로 나른다. 

논 여기저기에 적당한 간격으로 던져 놓음. 그것은 모내기 할 때 동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모내기를 하기 전에는 이렇게 논에 거름도 좀 내다가 펼치고...





논도 쟁기질로 갈아엎은 뒤 물을 담아 잘 나라시(물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바닥을 고르게 만드는 일) 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라시라는 말이 널리 퍼져서 아직도 쓰는 분들이 많다. 나부터라도 안 써야지.

네팔의 이 지역에서는 겨리 써레로 바닥을 고르게 써린다.





그러고 나면 모내기에 들어간다. 

논 옆에 있는 소쿠리에 쪄 놓은 못단을 담아서 옮겼나 보다.





조선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본 조선의 모내기도 이러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못줄을 잡고 모내기하는 걸 옛날 방식의 농사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못줄을 이용한 줄모 내는 방식은 일제강점기 근대 농업이 들어오면서 퍼진 농법이다.

예전에는 못줄을 띄우지 않고 막모라는 걸 냈다.

그건 오로지 경험이 많은 농부의 감에 의존하는 농법이다.

어찌 보면 규격화되지 않은 낙후된 농법이라 할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아주 효율적인 농법이라 할 수 있다.

전적으로 모를 내는 사람의 연륜과 경험, 기술에 의존하기에 그렇다. 사람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말이다.

근대 농법은 사람보다 체계와 규격 등이 더 중요해진다. 체계와 규격에 맞추어 교본대로 농사를 짓기만 하면 된다. 더하고 말고도 없다. 딱 그대로 따르면 예상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

근대 기술이란 것이 모두 그렇지 않은가.





벼를 수확해서 마당에서 잘 말린다. 

벼의 건조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밥맛이 달라진다.

일본의 밥맛이 좋은 이유는 이걸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최고의 밥맛을 내는 조건을 잘 맞추기 때문이다.





잘 말린 벼는 방아를 찧어 쌀로 만든다.

거기에서 검불과 싸라기 등을 분리해 내야 하는데...





이렇게 키질을 하면 된다.

보기에는 간단해도 막상 해보면 정말 어려운 기술이다.

채소 농사는 심어서 재배하는 과정이 어렵다. 수확해서 먹는 과정은 정말 간단하다.

반대로 곡식 농사는 심어서 재배하는 과정이 쉽다. 하지만 수확해서 먹는 과정이 정말 까다롭다.





마지막으로 오이밭에서 참을 준비하는 모습.

이것은! 한국의 토종 오이랑 똑같다. 네팔의 오이도 조선오이와 같은 계통이었어.

마운틴 듀가 인상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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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 논과 그 주변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물웅덩이를 가리키는 사투리.

 

이러한 둠벙이 예전에는 농업용 목적으로 만들어져 중요하게 활용되었다. 바로 수리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논농사에 필수적인 물, 즉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주 긴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논에 물이 좀 난다 싶은 곳에 꼭 둠벙을 팠다. 어지간한 곳에는 그렇게 둠벙을 파서 거의 모든 논마다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둠벙을 파 놓으면 그나마 물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둠벙에 고여 있는 물을 맞두레를 이용해 논바닥에 퍼올렸는데, 그 일은 손이 잘 맞는 사람 둘이 해야 했다.

 

그러다가 관정(지역에선 샘이라 표현)을 뚫어 양수기로 지하수를 마음대로 퍼 쓰는 등의 근대적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둠벙의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쓸모를 잃은 둠벙은 경지정리와 함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둠벙이 있던 자리에 벼 한 포기라도 더 심어 먹는 것이 훨씬 이로웠던 것이다.

 

농업용 목적 이외에 둠벙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둠벙이 논을 둘러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풍부히 할 뿐만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는 점이다. 그 옛날 고기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하던 사람들이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서 농사를 지으며 단백질을 공급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야 나가면 물고기며 어패류 등이 널려 있어 흉년이 와도 먹을 것이 있었고, 산간 지역이야 덫이나 올무를 놓든 사냥을 하면 고기 냄새라도 맡을 수 있었다.

내륙의 농업지대에도 콩이라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있었다지만, 어디 동물성 단백질에 비하랴. 남의 살인 고기의 그 짜릿한 맛에 콩이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그러한 고기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었던 것이 바로 둠벙이다. 다양한 생물들 ㅡ미꾸라지를 필두로 붕어, 새우, 심지어 민물장어까지ㅡ 이 기대어 살던 둠벙. 농민들은 이 둠벙이 품어 키운 물고기며 민물 새우 등으로 고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도처에 널린 게 고기이고, 너무 값싸게 생산되어 고기 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런 가치도 떨어져 버렸다. 둠벙이 제공하던 단백질도 무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어른들 기억 속에는 그때 둠벙에서 잡아서 먹었던 미꾸라지만큼 맛있는 것이 없었다며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둠벙을 통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지려면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그 주변 생태계의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시멘트로 발라버린 농수로에 수초도 살지 못하고, 그러니 자연히 수초에 꼬이는 동식물성 플랑크톤 등도 사라지고, 그를 먹이로 삼는 물고기 등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또한 물고기들이 오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만들어진 저수지와 하천의 둑도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무참히 끊어놓고 있다. 장마철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늘에서 미꾸라지가 쏟아지기라도 한 듯 펄떡펄떡 뛰는 미꾸라지들이 집 앞마당까지 떨어졌다는 어른들의 추억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당시에는 인간이 사는 집들도 철저한 인공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집 주변의 샘에서 솟은 물이나 계곡 상류에서 흐르는 물을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끌어들여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다시 집 앞이나 동네의 연못으로 생활하수가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정화된 뒤 다시 개천과 논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집도 자연생태계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산이 머금은 물이 샘솟는 논에는 둠벙을 파고, 그렇지 않고 개울로 흐르는 곳에서는 물길을 내서 둠벙으로 붙잡아 논으로 물을 넣었다. 논물은 다시 지하수로 스며들거나 물꼬와 농수로를 통해 자연하천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막힘이나 끊김 없이 하나로 이어졌다. 논이나 둠벙은 그 연결고리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요소였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연결고리가 거의 모두 끊어져 버렸다.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는 오폐수처리시설로, 사람과 가축의 똥오줌은 정화조로 들어가 격리된다. 농수로는 시멘트로 발라져 관계망이 끊어졌고, 논물로는 양수기로 퍼올리는 지하수가 더 중요해졌다. 이처럼 각개격파 당한 듯 곳곳에 끊어져버린 하천 체계로 인해 이제는 다시 둠벙을 조성한다 하더라도 하나의 고립된 섬밖에 안 된다. 너무나 빈약한 모습이다.

 

이런 조건에서 둠벙을 조성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효과는 무엇일까?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일까? 둠벙의 새로운 가치인 관광자원의 역할도 농촌을 생각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둠벙을 새로 조성하는 주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농사에서 갖는 둠벙의 실용적 가치는 여러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그 쓰임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언젠가 그 가치가 다시 주목받을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여지는 남겨두어야 하리라.

 

최근 몇 년 사이 둠벙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한 전라남도에서 서서히 둠벙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는 오늘 전남도청에 가서 그것을 확인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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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습지인 둠벙이 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둠벙: 웅덩이의 방언

 

이미지 대체 내용을 작성합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둠벙이 논 생태계 생물다양성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둠벙이 있는 논이 둠벙이 없는 논에 비해 수서무척추동물이 2.7배 정도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8∼9월에 걸쳐 전국 5개 지역(경기 화성, 충남 예산·홍성, 경북 울진, 전남 담양)별로 둠벙논 1개소와 둠벙없는 논 1개소를 선정해 비교·조사했다.

 

연구결과, 둠벙논에서는 수서무척추동물이 총 59종, 5만 274개체가 확인됐으며, 둠벙이 없는 논에서는 둠벙논보다 훨씬 적은 50종, 1만 8,662개체가 확인됐다.

 

또한 수서무척추동물 분류군의 대부분이 둠벙없는 논에 비해 둠벙논에서 높은 서식 밀도를 보였으며, 연체동물문, 환형동물문, 하루살이목, 잠자리목, 딱정벌레목 등은 종의 수도 둠벙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둠벙에 의한 논 생태계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를 분류군별로 비교한 결과, 물속에서만 이동이 가능한 연체동물문과 환형동물문에서 그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지역별로 비교했을 때에도 둠벙논이 둠벙없는 논보다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둠벙은 1970∼1980년대 이후 경지정리사업 과정에서 급격히 사라졌다가 최근 논 생태계 내 생물다양성 증진, 수질 개선, 가뭄 해소 등을 위한 방안으로 많이 만들고 있다.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김명현 연구사는 “최근 둠벙 조성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둠벙이 논 생태계 생물다양성 증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앞으로 친환경농업지역의 둠벙 조성사업뿐만 아니라 논 생태계 생물다양성 복원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문의]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장 소규호, 기후변화생태과 김명현 031-290-0234




둠벙의 논 생태계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 검증


□ 연구배경

최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 증대와 친환경 농업의 확대로 인한 논 생태계 내 둠벙 조성 사업의 증가

- 최근 지자체 중심의 논 생태계 내 둠벙 조성 사업이 증가됨

-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올해 약 300개의 둠벙을 새로이 조성하고 있으며 신안군, 무안군, 창녕군 등에서도 둠벙 조성 사업이 진행 중

- 재까지 둠벙 내 생물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드물게 이루어졌으나, 둠벙의 조성이 논 생태계 내 생물다양성 증진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진 바 없음


□ 연구방법

2010년부터 2012년 89월에 걸쳐, 전국 5개 지역의 둠벙논과 둠벙 없는 논에서 수서무척추동물 조사


□ 연구결과

조사기간 동안 전체 논 생태계에서 출현한 61종의 수서무척추동물 가운데 둠벙논에서 59종 50,274개체가 확인된 반면, 둠벙 없는 논에서 50종 18,662개체가 확인됨


둠벙 유무에 따른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종 다양도와 밀도(Log10 변환) 비교


대부분 수서무척추동물 분류군이 둠벙논에서의 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체동물문, 하루살이목, 잠자리목, 딱정벌레목은 종수에서도 둠벙논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남

둠벙에 의한 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증진효과는 분류군별로 달랐으며, 물 속에서만 이동 가능한 연체동물문과 환형동물문에서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남


분류군별 생물다양성증진효과지수(BEEI) 비교


둠벙은 논 생태계 내 대부분의 수서무척추동물 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사된 지역에서 모두 다양성 증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남



지역별 생물다양성증진효과지수(BEEI) 비교



□ 기대효과

○ 둠벙 조성으로 인한 수서무척추동물의 다양성 증가로, 전반적인 농업생태계의 생물다양성 증진 기대

농업생태계 내 생물다양성 증진으로 안정적인 먹이망 형성을 통해 병해충의 자연조절, 잡초억제, 물질순환 증진 등에 기여,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의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

○ 둠벙 조성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과 개선 효과를 농업생태관광 등과 연계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




  

< 논 생태계 내 둠벙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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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하여 바다에 잠기는 면적이 넓을 것이라 예상되는 방글라데시의 해안 지대에서 벼논양어를 활용하여 위기에 대처하려는 모습.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에 나오듯이 벼논양어는 벼농사와 수생생물의 양식을 함께하는 것을 뜻하는데, 중국 남부에서는 전통적으로 주로 잉어 등을 양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가물치, 미꾸라지 등을 벼논양어의 방식으로 키우고 있는 지역이 생기고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논의 활용도를 최대화하여 소득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양식하는 수생생물이 농사에 해를 끼치는 해충을 잡아먹어 통제하고 그들의 똥이 자연스럽게 거름이 되어 농사가 잘 되도록 돕는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옛날부터 해오던 것으로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새우 양식의 확대가 방글라데시의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다. 사진: Martin Godwin



보고서에서는 방글라데시의 해안 지역에서 무논 벼농사와 양식업을 결합하여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방법은 환경파괴를 야기하지 않고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보장하고, 약 1000만 헥타르와 4~6개월은 물에 잠기는 약 300만 헥타르에 이르는 방글라데시의 농업지대에 "파란녹색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

"이렇게 추가되는 침수지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면, 식량생산을 늘리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Ocean & Coastal Management에서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의 저자 Nesar Ahmed 씨는 말한다. 

방글라데시 농업대학 수산관리학과의 연구원 Ahmed 씨는 SciDev.Net과의 인터뷰에서 "방글라데시 연안의 참새우(prawn)와 쌀새우(shrimp) 양식과 '녹색경제' 사이에는 현재의 환경과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쌀새우

이것이 참새우

자세한 것은 아래의 문서를 참조하시길.

새우의 차이.pdf



방글라데시 수산연구소의 수석 과학자 Enamul Hoq 씨는 파란녹색혁명이 "거대한 경제적 혜택만이 아니라 증대되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양식업은 수생동물의 분뇨를 통해 토양비옥도를 강화하고 몇몇 물고기 종은 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을 억제할 수 있다"고 Hoq 씨는 말한다. 

방글라데시의 연안 양식업 부문은 이미 수출형 민물 참새우와 바다 새우 양식이 주를 이루며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Ahmed 씨의 보고서는 참새우 양식이 계절에 따라 침수되는 농경지인 283만 헥타르에 확대되면 방글라데시는 추가로 연간 94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벼농사도 계절에 따라 완전히 침수되는 농지로 확대되면, 추가로 연간 158만 톤의 벼를 생산할 수 있다. 

다카 대학의 동물학 교수 Niamul Naser 씨에 따르면, Barind(방글라데시 북서부 지역)의 민물 새우 양식은 최근 몇 년의 극단적인 기후를 이겨냈다.

농업부의 전 정보관리관인 Nazrul Islam 씨는 SciDev.Net에 이렇게 말했다. "벼농사와 물고기 양식을 결합하는 것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답이다. 특히 해수가 침범하는 연안 지역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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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를 지어 쌀을 주식으로 삼은 한국인에게 논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논은, 당연히 먹을거리를 주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이야 '논=벼'라는 공식을 떠올리지만, 원래 예전의 논은 벼만 사는 곳이 아니었다. 논에는 물장군도 살고, 물방개도 살고, 개구리도 살고, 올챙이도 살고, 우렁이도 살고, 거머리도 살고, 드렁허리도 사는... 즉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던 공간이었다.


드렁허리는 이렇게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은 징그러워 할 수도 있는 생김새... 하지만 이 놈이 사는 논은 그만큼 건강하고 깨끗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농민들은 이 놈을 귀찮은 존재로 인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을 담는 것이 중요한 논두렁에 드렁허리가 구멍을 파고 살기 때문이다. 이게 구멍을 파면 그리로 귀한 논의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구멍은 다시 논흙이나 풀더미 등으로 얼른 틀어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다가는 논의 물이 다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얼마전 드렁허리와 관련하여 좋은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분은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http://goo.gl/fpHKh)



그러던 것이 독성물질(농약)을 사용하는 농법이 퍼지면서, 또 농수로 등을 시멘트로 포장해 버리면서 그네들의 서식지가 사라져 논에서는 벼만 사는 공간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풀이 자라고, 이러저러한 동물들이 깃들어 살기는 한다. 그런데 예전처럼 그들은 논의 '주인'이 아니라 '방문객'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친환경 농업이 퍼지면서 그러한 논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는 한다(http://blog.daum.net/stonehinge/8724728). 하지만 여전히 그 비율은 미약할 뿐이다. 유기농 인증을 받아 출하되는 곡류의 무게가 단 4만4000톤(http://goo.gl/CQ6xn). 곡류 전체를 아우르는데 그래도 쌀이 대다수일 테니 그 전체를 쌀이라고 놓고 봐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1년 전체 벼 생산량 422만4000톤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앞으로 그 비율이 더 높아지면 논에서도 훨씬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논은 홍수를 막는 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은 여름에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이걸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름철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가 벼에게는 생명의 물이 된다. 그 장마비를 쭉쭉 빨아먹으면서 쑥쑥 자라는 것이 바로 벼의 생장 특징이다. 그래서 논은 그 시기에 많은 물을 담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그렇다고 논에 계속 물을 대놓기만 하면 안 된다. 뿌리도 한 번씩 콧바람을 쐬면서 숨을 쉬어야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논이 붙드는 물의 양이 2000년의 논 면적을 기준으로 연간 26.2억 톤이라 한다. 이게 어느 정도의 양이냐면, 소양강댐과 대청댐의 저수량과 같은 양이다. 그러니까 논만 잘 보존하고 농사를 지어도 대형 댐을 몇 개 짓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그런데 요즘 논이 여러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개발 바람에 그러기도 하고, 논농사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서 논을 밭으로 바꾸고 있기도 하다(http://blog.daum.net/stonehinge/8727371). 그렇게 되면 우린 또 다시 대형 댐을 지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댐이 생기면 수몰되는 마을과 농경지가 생기고, 거기에 살고 있던 사람과 여러 생물들이 쫓겨난다. 지금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 내성천에 영주댐이 만들어져 수몰된다는 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라 (http://goo.gl/7KcCW).




또한 수질을 개선시키고 산소를 공급하며 뜨거운 여름철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하나하나 모두 이야기하기가 손가락이 아프다. 이 글은 이런 논의 공익적 기능을 이야기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글은 바로 추어탕을 이야기하려고 시작했다. 추어탕!


추어, 즉 미꾸라지는 아주 재미난 생물이다. 아가미 말고 장으로도 숨을 쉴 수가 있어 물이 마른 곳에서도 진흙만 있으면 그리로 파고들어가 살아남을 수 있다. 또 그 미끌미끌한 몸통을 쥐는 감촉이란... 잡아보지 못한 사람은 말을 하지 말자. 

어린 시절 반도를 하나 들고 개울가나 농수로에 가서 돌덩이를 옮겨다가 물길을 막는다. 그러면 물이 점점 줄어들고 거기로 반도를 들고 뛰어들어가 고기몰이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수풀이 우거진 쪽을 발로 쑤시고 덤벙덤벙 뛰면서 반도가 있는 쪽으로 고기를 몰아서 결정적 순간 팍 들어올리면... 반도 위에 고기들이 펄떡펄떡 뛴다. 재수가 좋은 날은 메기를 잡기도 했다. 그렇게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먹는 것이 여름철 동네 아이들의, 그리고 어른들의 재미이자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되었다. 굳이 개를 잡지 않아도 필요한 열량을 그렇게 섭취했다. 물론 그래도 어른들에게 최고의 보양식은 개였다. 그건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미꾸라지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미꾸라지의 참맛은 논에서 잡는 것이었다. 논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항상 물을 채워놓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농사짓는 사람은 초짜이거나 게으른 농부다. 진정한 농부는 벼의 상태를 봐가면서 '중간물떼기'라는 것을 한다. 중간에 한 번씩 물을 빼서 뿌리가 공기를 만나 숨을 쉬면서 더 뻗어 나가도록 하여 벼가 잘 자라도록 돕는 행위다. 그렇게 물을 뗄 때가 바로 논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때이기도 하다. 미꾸라지를 잡기도 하고, 붕어를 잡을 수도 있다. 미꾸라지를 잡아 먹기에 적당한 때는 이들이 겨울을 나려고 살을 찌우는 가을철이다. 특히 늦가을에는 진흙 속으로 파고들어가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포동포동 살을 찌운다. 그렇게 살을 찌워 먹기 좋은 시점이 바로 벼를 베는 무렵과 겹친다. 보통 7월부터 먹을 수 있고 11월이 끝물이다. 곧 가을이 제철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미꾸라지를 뜻하는 한자인 자는 물고기에 가을을 뜻하는 한자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즉 미꾸라지는 바야흐로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고기인 셈이다. 그건 다른 여느 물고기보다 그 무렵에 먹는 것이 제맛이기에 그럴 것이다.


논바닥에서 꿈틀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보라. 이 어찌 징그러운가, 먹음직스럽지. (사진 http://goo.gl/FYavy) 



미꾸라지를 일부러 논에서 키우지는 않았지만, 생명이 어우러지는 논에서는 당연하게 만날 수 있는 생물이었다. 논에서 일부러 물고기를 양식하는 형태의 농법도 있다. 이를 바로 '벼논양어'라고 한다. 중국의 한 소수민족은 그렇게 논에서 잉어를 양식하여 시장에 내다팔기도 하고, 자신들이 먹을 양식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슈퍼피쉬'라는 훌륭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http://goo.gl/QnxrV). 

한국에서도 그런 방식을 활용하여 먹고 살아왔다. 논에서 벼만 재배하여 수확해 먹은 것이 아니라, 붕어도 잡고 다슬기와 우렁이도 잡아서 국도 끓여 먹으며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추어탕이란 말씀이다. 지금 이러한 방식을 되살려서 논에서 벼도 재배하면서 미꾸라지도 길러 농가소득도 꾀하고 논의 생태계도 건강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http://blog.daum.net/stonehinge/8726973). 여기는 언젠가 꼭 찾아가서 취재를 하려고 생각중인 곳이다. 그때 더 자세한 이야기를 올리도록 하겠다. 그 방식의 장점은, 벼 이외의 미꾸라지를 소득원이자 영양 공급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만이 아니다. 바로 논도 건강하게 만들어 벼가 농약이나 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게 한다는 데에 큰 장점이 있다. 미꾸라지가 다니면서 흙탕물을 일으키면 작은 풀들이 제대로 자라기 어려워진다. 또 벼에 해를 주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고 소화를 시켜 똥을 사면, 그 똥이 자연스레 거름이 되어 벼가 먹고 자란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석다조의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참, 이들이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어서 인간에게 병을 옮기는 것도 예방하고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모두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미꾸라지가 참 좋은 역할을 하지만 그것도 먹어야 제맛이다. 논농사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만큼 미꾸라지를 이용한 추어탕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요리방법이 있다. 크게는 남원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식, 원주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식, 그리고 서울 깍쟁이들이 즐기던 서울식, 털래기라고도 부르는 경기도식, 청도 또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식으로 나뉜다. 하지만 크게 나누었을 때 그렇다는 말이지, 마을마을마다 집집마다 자신들만의 요리법과 즐기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그걸 한데 묶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잡아라, 잡아라, 미꾸라지 잡아라!


 

남원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식 추어탕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중화된 추어탕이라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전라도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서울로 많이 이주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떠난 사람이 많은 만큼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 많고, 그들이 서울에서 남원식 추어탕을 만들어 먹으면서 가장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 전라도식 추어탕은 들깨가 들어간 구수하고 걸쭉한 국물이 특징이다. 처음 시작은 1959년 경남 하동 출신의 서삼례 할머니가 남원의 광한루 옆에 있는 예전 육남시장 근처에서 추어탕 식당을 시작하면서 퍼졌다고 한다. 지금도 남원의 그 부근에 가면 수많은 추어탕 집이 영업을 하고 있으니 즐겨 보시길 바란다. 전라도식은 미꾸라지 육수에 된장과 다진 마늘, 생강즙을 넣고 끓인 다음 시래기와 파, 미나리, 부추, 토란대, 숙주 등을 넣은 뒤 들깨를 충분히 넣어 걸쭉하게 만들고 들기름을 넣어서 향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상도에서도 추어탕을 널리 즐겨 먹었다. 그런데 경상도식이 퍼지지 않은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주민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경상도는 그냥 그 동네에서 살아가도 충분하지 않은가. 인구 비율에서 전라도의 몇 배나 되는 크기를 자랑할 정도로 말이다. 추어탕 요리법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지는 못했지만, 그게 역설적으로 그 동네가 먹고 살만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니 참 재밌는 역사다. 경상도식은 1950년대 초 상주 출신의 천대겸 할머니가 문을 연 대구의 상주식당과 1963년 청도의 김말두 할머니가 문을 연 의성식당이 그 시작이라고 꼽는다. 이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으깨거나 미꾸라지 외에 여러 민물고기에다 된장을 풀고 우거지나 배추를 넣은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부산이나 경남 지역에서는 우거지나 배추말고도 토란대와 부추, 산초나 방아잎 등을 넣기도 한단다. 방아잎은 여름이 덥고 습한 경상남도에서 많이 활용하는 향신료이다. 일본에 가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마 덥고 습하여 질병을 예방하거나 벌레를 쫓기 위하여 강한 향이 나는 음식을 먹는 듯하다. 동남아 사람들의 체취를 맡아 본 적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참, 청도식은 미꾸라지보다 여러 민물고기를 더 많이 사용한단다. 청도는 역시 논보다는 계곡이 더 발달했기에 그럴지 모르겠다. 논이 있어도 저 큰 하천 옆에 들이 넓은 곳에 발달한 논과는 흙의 성질이 다를 것이다.


사진만 봐도 침이 꼴깍... 먹고 싶다... 청도식 추어탕...(http://goo.gl/2nqQF)



경기 북부 지방에서 발달한 경기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 털래기라고도 부른다. 그쪽에서는 추어탕보다 털래기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건 미꾸라지 매운탕의 일종으로, 무와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에 미꾸라지나 민물고기를 통째로 넣고 고추장을 풀어 끓인 다음에 여기에다 수제비나 소면을 넣어 어죽과 비슷하게 만들어 먹는다. 털래기는 여러 재료를 털어 넣고 끓여서 먹는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서론이 너무나 길었다. 사실 원주 가서 추어탕 먹고 왔다는 자랑을 하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쓸데없이 주르륵 길어졌다. 이런 제길.

 

50년의 역사를 지닌 원주식 추어탕의 원조는 원주 복추어탕 집이라고 한다. 이 집의 특징은 된장 외에 묵힌 고추장을 풀어 미꾸라지의 잡내를 없애는 점이다. 거기에 강원도에서 흔하게 농사지어 구할 수 있는 감자와 미나리, 버섯, 시래기, 부추, 다진 마늘 등이 들어간다. 원래는 미꾸라지를 통채로 사용하는 것이 원주식이라는데, 손님의 기호에 따라 갈아서 내주기도 한다. 아무튼 다른 곳과 달리 '감자바우'라고 불리는 강원도라는 걸 내세우는 양 추어탕에 감자가 들어간다는 점이 매우 이채롭다. 감자가 들어간 추어탕=원주식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밑반찬이 아주 깔끔하게 나온다. 겉절이도 맛있고, 열무김치도 일품이다. 뭐니뭐니 해도 살짝 얼은 동치미는 그 맛이 캬! 동치미 사랑해요. 엉엉. 



추어탕이 나오기 전까지 튀김을 시켜 먹었다. 아주 합리적인 점이 반 접시(6000원)만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두세 명이 가서 한 접시를 먹기에는 양이 좀 부담스러운데 이 정도 양은 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보이는가, 이 원주식 추어탕의 위엄이! 경배하라! 과연 된장만으로 맛을 낸 것이 아니라 고추장을 푼 모습을 빛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버섯과 감자가 동동 떠 있는 모습을 보라. 이것이 바로 원주식 추어탕이다.



이 원주 복추어탕의 위치는 원주시 개운동에 자리하고 있다(주소 : 강원 원주시 개운동 406-13). 원주에 간다면 꼭 한번 먹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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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곡물자급률은 지난해 22%대로 추락했다. 곡물이야 가축이 먹는 곡물사료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며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기에 그런가 보다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한국인의 주식인 쌀의 자급률마저 떨어졌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은 식량자급률 가운데 유일하게 쌀만은 100%가 넘는 자급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WTO에 가입하면서 이제 해마다 의무수입량이 조금씩 늘어났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즉 그 전에는 생산된 쌀을 소비하고 남는 건 비상시를 대비해 비축을 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 만큼 쌀이 남아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북한과 사이가 좀 좋을 때는 그렇게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보내서 소비하여 부담을 덜었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그런 비상구조차 막혀 버렸다. 


그러한 흐름에 따라 국가에서 생산된 쌀을 책임지고 수매해주는 추곡수매제도 폐지되고 공공비축미 수매사업으로 전환되었다. 이건 비상시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정한 양만 사들이는 것으로서 그 이외의 나머지 생산량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생산자인 농민들이 알아서 시장에 팔아야 하는 제도다. 그러니까 농산물 시장의 자유무역 바람이 국내 생산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농사지어봤자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농민들은 제대로 쌀을 팔아먹지도 못하고, 또 값싸게 들어오는 외국산 쌀과 가격경쟁력에서 경쟁이 안 되니 쌀은 더욱더 팔리지 않고, 틈새시장을 노려 친환경농업으로 품질을 높이자니 기존에 활용하던 농법도 아니고 까다로운 규제도 많고 아직 관행농업처럼 대규모로 농사지을 만큼 기술력도 뒷받침되지 않으니 그냥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농사짓는다. 그럴수록 품질에서 경쟁력은 천천히 뒤떨어지게 되고, 또 쌀을 팔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제는 쌀을 많이 먹지도 않는다. 1년에 한 사람이 먹는 쌀의 양이 70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80년대 초반 130kg을 먹던 것에 비하여 절반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그러니까 벼 생산기술이 발달(농약, 화학비료, 개량된 품종, 농기계에 의한 다수확이기에 따질 부분은 많지만 일단 그렇게 넘어가자)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단위면적당 벼 생산량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런데 그렇게 증가한 쌀을 먹어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인구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자연스레 쌀이 조금씩 조금씩 남아돌 수밖에 없고, 그것이 창고에 쌓이고 쌓이다 쌀먹걸리니 쌀떡볶이니 하는 상품으로 개발되어 나왔지만 그런 가공식품 생산업체에서도 가격경쟁력 때문에 국산 쌀보다는 수입산 쌀을 선호한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쌀 생산 감산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즉 논에다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심도록 보조금을 주면서 장려하여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실시되고 있는 사업이 아래 기사와 같은 논에다 콩을 심는 일이다. 콩은 특별히 땅을 가리지 않기에 진흙이라 할 수 있는 논흙에서도 잘 자라지만, 오랜 기간 콩을 재배하면서 논흙의 성질이 바뀐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논을 일궈서 흙을 제대로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디서 논흙을 왕창 퍼다가 집어넣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마다 농사를 지으며 천천히 조금씩 논농사에 어울리는 좋은 흙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흙에 물을 채워 벼를 심는 게 아니라 물을 빼고 콩을 심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논흙의 성질이 밭흙의 성질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2~3년 밭으로 쓰다가 다시 논으로 쓰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보다 계속 밭으로 쓰다가 그마저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버려진다면 어쩔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농업 관계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냐마는 옆에서 지켜보기에 위태위태해서 조마조마하다. 


지난해 한국의 쌀 자급률이 80%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쌀 감산정책에 맞물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연말부터 기후가 심상치 않다. 뉴스에서는 내년에도 심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벌써부터 떠들고 있다. 내년 벼농사가 제대로 될까? 예전처럼 수확량을 높일 수 있을까? 쌀 자급률을 100% 선에서 유지할 수 있을까? 당장은 값싼 수입산 쌀을 사다가 쏟아부으면 사람들이 먹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지만, 그게 쉽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만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쌀 생산국인 동남아시아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거기에 나날이 오르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과 현대농업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석유 문제까지 겹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할 수준의 일이 터질지도 모른다. 이는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국가의 안보라는 것, 주권이라는 것은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서 계획을 짜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쌀 감산정책에 따라 대체작물로 유도하는 게 편하고 쉽지만, 나라의 명운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좀 더 넓고 멀리 내다보면서 계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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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용 기자 = 강원도 내 최대 곡창지역인 중부전선 철원평야에서 콩이 벼 대체작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철원군 농업기술센터(소장 김태석)에 따르면 논 콩의 ㏊당 소득은 112만 원으로 벼농사와 비교하면 1.5~2배의 소득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철원에서는 올해 논 콩 재배단지 42.5㏊에서 74.6t을 생산, 국립종자원에 종자용으로 납품했다.

철원군은 최근의 국제 곡물 동향을 살펴본 결과 장기적으로 콩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벼농사보다 경영비가 적게 들어 논 콩 재배면적을 확대할 방침이다.

철원평야에서 생산한 논 콩은 품질이 놓아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쌀에 이어 새로운 명품 농산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철원군은 내다봤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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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갠지스강 하구의 삼각주에서는 논에서 주로 벼농사를 짓는다. 그곳은 여름철 우기에는 홍수가 일어나 보통의 벼를 심었다가는 그대로 물에 잠겨 농사가 망쳐 버린다. 그래서 그곳에선 '뜬벼'라는 특화된 벼 품종을 심는다. 이 '뜬벼'라는 놈은 물이 차오르는 것에 맞추어 자신의 키를 쭉쭉 늘이다가 물이 빠지면 폭삭 주저앉아 끝에서 이삭이 패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재밌는 건 이러한 뜬벼가 자라는 논에선 벼만 수확하는 게 아니라, 뜬벼가 한창 물에 잠겨 있을 때에는 그곳에서 여러 물고기들도 잡는다는 점이다. 이걸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영양도 보충하고 내다팔아 수익도 올리고 한다.


그런데 그건 방글라데시만의 일이 아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논도 그랬다. 논에 물을 대는 수로에는 수많은 수생생물, 곤충부터 물고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살았다. 그래서 논에 물을 한번씩 말릴 때면 그 수로나 논의 물꼬 근처에 비료푸대나 양동이를 들고 가서, 미꾸라지와 붕어, 심지어 메기 등을 잡아다가 집에서 요리해 먹었다. 그뿐인가 겨울엔 논 한구석에 있는 둠벙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퍼낸 뒤에 개구리를 잔뜩 잡아다 먹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논은 어떤가? 지금의 논들은 기계가 쉽게 드나들도록 하기 위하여,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하여 자로 잰 듯이 반듯하게 경지정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흙으로 되어 있던 수로에는 콘크리트를 발라버렸고, 심지어 수문으로 관리하는 곳까지 많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논에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면서 물고기만이 아니라 그 먹이가 되는 여러 생물과 풀들까지 모두 사라졌다. 말 그대로 논에선 이제 벼만 자란다. 이건 마치 우리 사회의 학교에서 모범생만 나오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양성이 전혀 존중되거나 중요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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