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농촌 정미소의 파급 효과
농촌 정미소는 그걸 쓰지 않는 농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쌀농사 역사가 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오늘날 농촌의 곳곳에 농촌 정미소가 있어서 농민이 널리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쌀농사 농민에게는 "나락으로 파는 건 손해, 백미로 만들어 팔면 돈벌이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대부분은 "가능하다면 나락으로가 아니라 백미로 만들어 팔고 싶다"고 염원한다.
그러나 빚에 쫓기고 있는 많은 소농민은 연간 수십 퍼센트에 이르는 고리의 빚을 서둘러 변제할 필요에 쫓기고 있기에, 나락 가격이 가장 싼 수확 직후의 시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대부분의 나락을 그대로 집하업자에게 팔아 치울 수밖에 없는 일이 많다. 비록 나락 채로 팔더라도 그것을 좀 더 저장했다가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팔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여유조차 없을 수도 있다. 이렇게 빚의 악순환이 된다.
이 상태를 바꾸려면 저리의 농민 융자 제도 등을 통해 나락 집하업자 등에게서 하는 전차금을 없애는 일이 중요한데, 그것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농민은 나락 그대로 수확 직후에 판매하여 빈곤의 재생산이 되고 있다. '농민이 빚더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저리의 농민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것을 이러한 장면으로 잘 알 수 있다.
제도 금융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시아 농민은 이웃끼리 모여 이른바 '계', '계 모임'을 조직해 차례로 빚 지옥에서 빠져 나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농민의 공동행동은 서로의 신뢰를 조성해 나아가며 농민조합이나 농협 조직을 결성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는 있으나, 그것을 실제로 조직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상조 활동이 행해지는 것은, 중력 관개(하천의 유수 등을 사용하는 관개)를 위한 수리조합에 의해 쌀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에 많다. 그러한 지역에서는 상호부조가 생활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아프리카의 쌀농사에서는 밭벼나 계절적인 습지대의 이용이나 범람원 등에 의한 논벼 농사가 많기 때문에, 관개 조직을 통한 공동체성 획득과는 별개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생각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두레' 같은 공동 작업, 곧 노동력의 교환·상호부조는 널리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농촌 정미소의 수가 늘어나 근처에서도 그럴 수 있고 방아삯도 저렴해지면, 그 이용이 한층 쉬워져 농민은 나락으로 파는 분량을 최대한 줄이고, 백미로 파는 분량을 늘리는 궁리를 하기 쉬워진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정도의 차는 있으나 이러한 경향이 있다.
그 한편으로, 매우 영세한 농가에서는 "얼마 안 되는 나락을 건조·정선·정미하고, 그것을 시장에서 파는 등의 수고를 들이기보다는, 비록 저렴하더라도 얼른 나락 그대로 팔아 치우고, 다른 품삯일로 돈을 버는 쪽이 좋다"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 이전에 몇 번이나 농촌 정미소를 이용해 자기 나락의 잠재적 가치를 알고 있다고 하면, 너무 싼 나락 매입 가격을 제시받았을 때는 반론할 만한 근거·재료를 얻을 수 있다. 농촌 정미소가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그런 반론이 있을 수 있으니, 나락 매입인도 함부로 낮은 매입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 그래서 농촌 정미소의 존재는 비록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 매우 영세한 농가에게도 혜택이 된다.
유통 백미의 품질도 향상된다
수확한 나락의 일부를 백미로 만들어 직접 시장에서 판매하는 경험을 통해 나락 품질 개선의 유리함을 깨달은 농민은 작물 재배 과정과 수확 후 처리 과정의 개선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나락의 품질도 그에 따라 개선되어 나아간다.
물론, 인지상정으로 집하업자에게 매도하는 분량의 나락은 조잡하게 취급하고, 농촌 정미소를 이용해 백미로 만들어 파는 쪽의 나락은 정중히 취급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움이다. 실제로 후술하는 버마(현 미얀마)의 경우 등, 정부에 공출하는 나락과 자가용 나락은 각각 다른 논에서 농사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이 볍씨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를 고려해, 그에 따라 재배 방법이나 나락을 취급하는 태도를 바꾸는 등은 할 수 없는 일이 많을 듯하다. 따라서 농민의 의욕 향상과 함께, 생산되는 나락의 질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개선되어 나아갈 것이다.
지금이야 농민에게 '백미로 만들어 판다'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나락 집하업자는 너무 싼 매입 가격을 제시할 수는 없고, 그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해 나아간다. 언뜻 보면 이는 나락 집하업자에게는 불리한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 농민에 의한 나락의 질 개선도 동시에 진행되어 나아간다. 그래서 업자에게는 지금보다 더 좋은 품질의 나락이 자연스레 모이게 된다. 즉, 이에 의해서 상업 정미소가 손해를 볼 리는 없고, 오히려 이익이 증가해 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아프리카에서 과제로 여겨지는 '유통 쌀의 품질 향상'을 풀 열쇠가 있다.
이전처럼 집하 나락의 품질이 낮은 경우에는 상업 정미소가 내놓아 파는 유통 쌀의 품질도 낮은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복해서 말하는 것처럼, 아무리 매갈이나 정미 기술을 높이더라도, 저품질 나락에서 고품질 백미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쌀의 증산이나 유통 쌀의 품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면, 우선 무엇보다도 농촌 지역에 소규모 정미소의 설립·증가를 환영해야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최근에 쌀농사를 시작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는 달리 아시아 여러 나라의 유통 쌀이 일정 품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건, 다수 있는 농촌 정미소가 나락의 품질 유지·개선에 이러한 간접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 의한다. 일본 같은 현미 유통이 아니라 나락 유통이어서 직접적으로는 나락의 품질이 나락 매도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쌀농사 농민이 농사 의욕을 계속 가지고 쌀의 품질도 상응하는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첨언하자면, 농촌 정미소는 상업 정미소의 이익을 침해하고 그 시장의 일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그 기능을 보충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것과는 대조적인 것은 예전 인도네시아나 버마, 또는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농촌 정미소의 수가 매우 적었거나, 또는 금압되거나 했다. 그 경우, 농민이 얼마나 쌀농사의 의욕을 잃고, 어떻게 비참한 사태가 드러났는지는 다음 장을 참고하길 바란다.
일찍이 필자 등이 농촌 정미소가 현재 하고 있는 이러한 사회적 기능을 모르고, 실행할 수 없는 '영세 나락 거래 때의 벼 품질 검정제도의 실시'를 한결같이 제창한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다. 당시에는 아직 농촌 정미소의 기술 수준이 낮아 그 역할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태국 쌀이 고품질을 유지하는 이유
태국은 전통적으로 국제 상품으로 쌀의 주요한 수출국이란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그건 이 나라가 다른 인접 쌀 생산 국가와 달리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 점이 관계되어 있다.
다른 쌀 생산국에서는 그 생산하는 쌀이 온통 종주국의 수출 상품이 되어 주민이 먹지 못했지만 태국(당시는 샴)에서는 쌀을 수출하기도 했는데, 그 국민도 또한 쌀을 꽤 먹었다. 태국어로 식사를 하는 걸 '쌀을 먹다'라고 한다.
그 때문에 태국에서는 농촌 정미소가 일찍부터 존재해, 그 이용에 의하여 농민이 생산하는 나락의 품질이 높아져 왔다. 그 결과, 높은 품질의 백미를 얻을 수 있어,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쌀의 품질을 유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쌀 생산국과 같이, 태국에서도 2차대전 후에는 농촌 정미소가 발달했다. 재래의 증기 기관으로 구동되는 비교적 큰 농촌 정미소에 더하여, 디젤 엔진이나 전동기로 구동되는 소형 농촌 정미소가 더욱 수없이 추가되었다. 이리하여 이전보다도 영세한 농가가 정미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태국의 농촌 정미소.
상: 쌀농사의 역사가 긴 태국에서는 농촌 정미소도 상업 정미소 수준의 시설을 갖추었다.
중: 농촌 정미소 초기에 행해졌던 매갈이 정미기의 공부
하: 농촌 정미소에서 기계의 시험
농촌 정미소의 증가에 의한 지역 주민의 복지 개선
신규 참여 농촌 정미소가 계속해서 나타나, 그동안의 경쟁이 격해지게 되면 농민의 편의는 증진되지만 기존의 농촌 정미소 일부는 고객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기존의 농촌 정미소는 자신에게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방아삯을 싸게 하거나, 또는 기술적 개선이나 서비스의 향상 등에 힘쓸 수밖에 없다. 이는 쌀농사 농민이나 지역 주민에게는 대체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존의 농촌 정미소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그중에는 이것을 싫어해, 카르텔을 결성하거나 동업자 조합 등을 만들거나 하여 신규 참여를 저지하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는 일이 있다. 때로는 관리나 정부를 포섭해, 신규 참여를 제약하는 그럴듯한 법률이나 규제의 실시를 의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쌀농사 농민이나 지역 주민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행위·책략이 드러난다면 현지 주민의 반감을 사서 고객을 잃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존 정미소의 정통한 생존 전술로는 방아삯 인하나 기술적 개선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의 다양화나 개선에 힘쓰게 된다. 그 주요한 것으로, 정미소 각각의 특징을 다양화함과 상호 보완이 있다. 예를 들면, 방아갓은 비싸지만 기술 수준이 뛰어나고 높은 것, 그 반대로 백미의 수율이나 서비스는 다소 떨어지나 방아삯이 뚜렷하게 싼 것 등이 있으면, 고객 농민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나아가, 여러 가지 종류의 서비스 제공,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방아삯 현물 지불 방법·지불 시기의 다양화 ●정미 부산물의 가공·판매●정미소 동력을 각종 작업에 제공 ●포장과 수송 서비스
●수탁 나락의 정선 서비스
●다른 곡물의 분쇄·가공·처리●백미 판매처의 소개·알선, 또는 판매 청부나 대행 ●태양광 발전에 의한 전지 충전 서비스 ●각종 일용품이나 농업용 자재 등의 소매나 중개●쌀농사나 수확 후 처리 기술의 연수 실시 또는 그 중개 ●소액 금융이나 신용 대행
●지역 안의 각종 서비스업 소개·알선
●나락의 파보일parboil 처리(다음 항 참조)
농촌 정미소는 이러한 다양한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여 농촌 지역사회의 생활 개선과 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 여기에 열기한 서비스는 세계 각지의 농촌 정미소 어디에선가 이미 실시되고 있는 예이다.
이들 각종 사업 가운데 특기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백미 판매처의 소개·알선, 또는 판매 청부나 대행'이다. 농촌 정미소가 발달함에 따라 그중 어떤 사람은 농민에게서 수확한 생나락을 맡아 건조하여 정미하고, 다시 그것을 도시의 미곡업자에게 팔아 그 매출 대금에서 정미소의 수수료만 공제하고 나머지를 농민에게 건네는 활동을 하는 일이 생긴다.
이러한 농촌 정미소에서는 나락 창고나 백미 창고가 필요해지고 정미 기계류도 많아지기에, 얼핏 보면 상업 정미소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농민의 백미 판매를 대행하는 데 지나지 않고, 그곳에 일시 저장되어 있는 나락도 백미도 농민이 맡긴 것이다. 자신이 매입한 나락을 정미해 판매하는 상업 정미소와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이러한 농촌 정미소가 수없이 생긴다면, 농민에게는 그 이용이 더욱 편리해지고, 농촌 사회에서 사람들의 상호 신뢰와 협조가 발전한다. 정미소 사이에는 경쟁이 있기에, 신뢰를 저버리는 곳은 순식간에 고객을 잃는다. 이란 카스피해 연안의 쌀농사 지대 등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찐쌀(파보일 쌀)
파보일 쌀이란 남아시아나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좋아하는 쌀. 쌀의 품종이 아니라, 나락을 파보일 처리, 곧 나락을 며칠 동안 물에 담갔다가 단시간 증기로 찐 것을 말한다.
도구나 처리 시간·방법 등은 지역이나 관습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나락에 물을 충분히 흡수시키고나서 찐다(또는 삶음)는 점은 어디서나 공통이다. 파보일 처리된 나락은 그 뒤 건조시키고 이후는 보통 나락과 똑같이 저장·매갈이·정미된다.
파보일 쌀이 만들어진 이유는 주로 그 맛이 그 맛이 어느 지역의 사람들에게 선호되기 때문인데, 아래와 같은 다양한 이점도 있다.
①밥을 지으면 점성이 없고 훌훌 날리고, 독특한 풍미가 난다. ②쌀의 전분이 젤라틴화되어 쌀알에 있는 갈라짐이 접착되므로 도정했을 때 싸라기가 줄고 완전미의 비율이 늘어나 나락에서 정미할 때의 수율이 향상된다. ③쌀겨층에 있는 비타민B1이나 다른 영양소가 쌀알 내부에 침투·확산되기에 백미로 만들어도 영양가가 높다. ④나락이 죽어 호흡하지 않게 되고, 또 해충의 알 등이 죽으므로 저장이 용이해진다. ⑤왕겨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간단한 도구로 매갈이를 쉽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농촌 정미소의 활동이 다양화·다면화되어 나아가면, 농촌 정미소가 서로 발목을 잡는 장사의 적이 아니라 그 능력·자금·특기·장소·특징 등에 따라서 서로 보완하여 쌀농사 농민과 지역 주민의 생활 편의를 개선해 나아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듯하다.
농촌 정미소를 부정하는 의견
농촌 정미소의 이러한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의문을 품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견해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한 발언은 상업 정미소 등으로부터 의뢰받은 경우, 또 '효율화'를 강조하는 문구로 삼는 신형 정미 장치의 제조·판매업자의 선전인 경우, 나아가서는 학자 등이 '이론적으로' 생각한 의견인 경우 등 여러 가지이다.
이러한 의견의 대표적인 것은 "영세한 농촌 정미소는 상업 정미소에 비교해 기술 수준이 낮고, 나락에서 백미로 만드는 수율이 낮다. 그래서 그곳에서 나락을 정미하면 많은 도정 손실이 생긴다. 이러한 나락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도 농촌 정미소는 폐지하고, 나락은 가능하면 기술 수준이 높은 대형(상업) 정미소에 집중해 그곳에서 정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단견인 듯하다. 만약 농촌 정미소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농민에게는 수확한 나락을 그대로 파는 이외의 선택지가 없고, 따라서 나락의 품질이 평가되지 않고서 한결같이 싼 가격으로밖에 팔 수 없다. 그 결과, 농민의 쌀 생산 의욕이 저하되는 것만이 아니라, 나락 품질 개선의 동기가 상실된다. 그리고 집하되는 나락의 품질은 낮아져 간다. 거듭 말하지만, 나락의 품질이 낮으면 상업 정미소든지 어떤 정미 기계를 쓰더라도 백미의 품질도 수율도 개선할 수 없다. 그래서 유통되는 백미 전반의 품질도 저하된다.
나아가, 만약 농촌 정미소가 금지된다면 영세 농민은 자가 소비 쌀을 만들기 위해서 나락의 손방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비능률적인 일로 잃어버리는 농민의 노동은 막대하고, 게다가 손방아로는 백미의 수율이 낮으며 나락의 손실도 커진다.
농촌 정미소의 기술 수준에 대한 오해
그러면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나온다. "농민이 자가 소비 쌀을 위해 농촌 정미소를 이용하는 건 인정해도 좋다. 하지만 농민이 기술 수준이 낮은 농촌 정미소를 이용해 판매용 정미를 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기에 이는 금지해야 한다"라는 식이다.
이러한 의견은 일부 상업 정미소의 이익을 대변할 생각이 아니라면, 실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 듯하다.
앞에 기술했듯이, 농촌 정미소는 간편하고 유리한 장사이기에 농촌의 쌀농사 지역에서는 신규 참여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이의 경쟁은 격렬해, 농촌 정미소는 끊임없이 도태·갱신되고 있다. 그래서 방아삯은 계속 저하되고, 그 기술 수준의 향상도 끊이지 않고 진행된다.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업자는 도태되어 소멸되어 가고, 또한 새롭게 참여하는 것도 끊임없다. 신규 참여자는 당연히 재래의 정미소보다는 뛰어난 기술 수준이며, 그렇지 않다면 고객에게 상대되지 않는다.
2차대전 직후는 어디에서나 공업 설비가 황폐되어 있었기에, 농촌 정미소라고 하면 오로지 구식 엥겔베르그식 기계 1대만 사용해 매갈이 과정과 정미 과정을 혼합하여 동시에 행했다. 따라서 심한 싸라기를 만들고, 정미 수율도 낮았다. "농촌 정미소라고 하면 그러한 것이다"라는 낡은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 뒤 아무리 원시적인 농촌 정미소라도 매갈이 공정과 정미 공정에는 별도의 기계를 사용하게 되었고, 쌀의 총수율도 높아져 갔다. 이어 매갈이용으로는 원심식 등의 도정기를 사용하게 되어 마찰식 정미기가 사용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고무롤식 도정기와 분풍마찰식 정미기를 조합한 일체형 매갈이 정미 유닛이 일본에서 개발되어 그 저렴한 모조품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급속히 보급되었다(그림 31). 이 기계 하나로, 종래의 상업 정미소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복잡하고 고가의 유럽식 매갈이 정미 시스템의 성능을 벌써 능가했다. 지금은 이외에도 중국에 의한 신형 기기의 모조품이 아프리카 각지에서도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또, 다음 절에서 기술하듯이 일반적으로 농촌 정미소는 상업 정미소보다도 설비의 갱신이 빠르다. 곳에 따라서는 각종 부속기계류(석발기, 나락 조선기, 나락 분별기, 싸라기 분리기, 백미 정선기 등)를 추가한 장치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래서 농촌 정미소는 그 처리 능력은 차치하고 성능이란 점에서는 상업 정미소에 버금가게 바뀌고 있다. 나아가, 농촌 정미소는 똑같은 좁은 지역에서 생산된 나락을 원료로 그 인근 가정의 밥쌀용으로 거의 동일한 사양의 백미를 만드는 데 대하여, 대형 상업 정미소는 전국 각지에서 다종다양한 품종·특성의 나락을 모아 그걸 원료로 정백 과정도 혼합쌀의 비율도 포장도 다양한 상표의 유통 쌀을 만든다. 즉 원료도 최종 제품의 형태도 다르기에, 상업 정미소 쪽이 반드시 가공 손실이 적고 정미 수율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농촌 정미소는 상업 정미소의 기술 향상을 촉진한다
현재는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도시 인구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특히 도시 거주자의 쌀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하는 게 눈에 띈다. 그리고 바쁜 도시부 사람들은 자동밥솥에 전원을 켜기만 하면 간단히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쌀을 요긴하게 사용해, "이제 (재래의) 조리 같은 귀찮은 우갈리 따위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갈리는 주로 옥수수가루 등을 '메밀 수제비'처럼 반죽한 것. 그래서 도시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1인당 쌀 소비량 증가가 도시 지역의 쌀 소비를 급증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농촌 정미소에서 농촌 지역으로 공급되는 백미 양의 비율은 국내 백미 유통량 전체로 보면 미미할 뿐이고, 또한 그것이 급증할 전망도 없다. 왜냐하면 농촌 인구는 상대적으로 계속 저하되고 있으며, 더욱이 농촌 지역에도 화려하게 포장된 상업 정미소의 백미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 정미소의 존재가 농민의 의식과 행동의 변혁을 통해 농촌 사회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 정미소가 '농촌 사회 활성화의 지렛대이자 촉매'라고 불리는 것이다.
만약 상업 정미소가 '농촌 정미소의 성능 개선과 그로 인한 백미의 품질 향상'을 위협으로 느끼고, 그에 따라 그들의 고객을 빼앗기는 걸 위협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기우이다. 왜냐하면 농촌 정미소는 그 활동이 매우 좁은 지역에 한정되어 있는 '가공청부업'에 불과하고, 영세 농민이 그것을 이용해 약간의 상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해당 지역에 한정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세 농민이 파는 백미가 상업 정미소의 만만치 않은 적이 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상업 정미소가 행하던 서비스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를 개선하는 일은 노골적으로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그렇게 되는 것을 우려해 상업 정미소가 자기 설비의 기술적 개선을 추진한다면 정말로 좋은 일이다.
옛날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통설'로 알려져 있었다. "상업 정미소는 매입한 자신의 나락을 가공하므로 정미 기술 향상의 경제적 유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에 반해 농촌 정미소는 타인 소유의 나락을 임가공하기 때문에 수율 여부에는 무관심하고, 오로지 그 처리 능력을 확대하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따라서 전자는 기술적으로 진보하지만, 후자는 기술적으로는 정체된다"고. 그러나 실제 경과는 이러한 통설과는 달리 그 반대였다.
왜냐하면 농촌 정미소는 끊임없이 생존 경쟁에 노출되고, 또 소규모이기 때문에 기술의 진보에 따라 설비의 갱신도 신속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업 정미소는 그 동업 타사와의 경쟁이 간접적이고, 또 그 조직도 설비도 크고 복잡하며, 게다가 많은 경우, 그 성격상 사내에서 기술 부문보다 영업 부문의 발언력이 크다. 그래서 설비의 갱신이나 기술적 개선은 뒤로 밀리기 십상이며, 자칫 오래되었지만 고가의 가공 기계가 온존되기 십상이다. 이는 다음 장에서 기술하는 인도네시아의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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