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농민이 쌀농사에 열심이지 않다면 그럴 까닭이 있다
쌀이 벌이가 되는 작물이라면 생산은 금방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중반에 쌀 부족을 염려한 정부가 정부의 현미 매입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당시, 쌀은 정부가 전면적으로 관리하여, 생산한 쌀은 정부에 의하여 전량 매입되었기에, 그 가격 인상은 그대로 농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안 농민은 논뿐만 아니라 밭에까지도 펌프를 설치해 물을 대고, 심지어 숲이 있는 땅이나 뽕나무밭의 뽕나무까지 뽑아내면서까지 벼를 심으며 온갖 수단으로 쌀농사에 광분했다. 그 결과, 쌀의 생산량은 금세 증가해 불과 몇 년 안에 지금까지의 쌀 부족에서 완전히 바뀌어 과잉이 되었다. 정부미 비축 창고에는 쌀이 넘치게 되고, 이번엔 정부가 쌀의 재고 조정에 허덕였다.
일본의 쌀값은 세계의 그것과는 동떨어져 비쌌기에, 잉여 쌀을 수출로 돌릴 수는 없다. 원조로 도상국에 무상 공여하려 해도 단립이고 점성이 강한 일본의 쌀은 여러 나라의 기호에 맞지 않아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증대하는 식량 관리 회계의 적자에 곤혹스런 정부는 종래의 쌀 증산 정책에서 완전히 바뀌어 이번엔 농가에 대하여 쌀의 작부를 제한하는 행정 조치를 취했다. 지역마다 쌀의 작부 할당·생산 제한, 이른바 '감산'이다. 하지만 농민은 그걸 뚫고 쌀농사를 계속해, 정부는 이후 오래 쌀의 과잉 공급에 고민했다. 당시 갖가지 '잉여 쌀 처리'의 방책에 고민하던 건 관계자들 사이에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현상, 즉 "쌀을 비싸게 팔 수 있다면 그 생산 의욕은 높아진다"라는 건 일본만의 특수 사정이 아니다. 확실히 예전의 일본처럼 정부에 의한 전량 매입이란 예는 별로 없을 듯하지만, 상품으로서 민간 유통하는 경우 비싸게 팔 수 있다면 생산 의욕이 높아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태국 남부의연안 지방에는 사탕수수 농가가 많이 있는데, 쌀의 시중 가격이 올라가면 농가는 사탕수수 농사를 그만두고 일제히 쌀농사로 전환하고, 그것이 떨어지면 다시 사탕수수 재배로 돌아간다. 이런 예는 세계 도처에 있으며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쌀 부족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상황이 오래 계속된다면, 그건 농민에게는 쌀농사가 별로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사정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을 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농민에게 기술 지도 등을 하더라도 쓸모없는 건 명확할 듯하다.
그 반대로, 만약 쌀농사가 농민에게 유리하다면 농민 자신이 증산의 조건을 갖추는 데 적극적이 된다. 쌀농사 발전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관개 설비에 대해서도, 그들 자신이 우선 그걸 어떻게든 실현할 수 없을까 생각한다. 만약 쌀 증산을 위해 일손을 보태는 것이 비싸게 든다면, 농민 자신이 쌀농사의 기계화에 열심이 된다. 정부가 하나하나 그 필요성을 농민에게 설득할 것까지 없다.
그러나 만약 쌀을 농사지어도 돈벌이가 안 되고 농민에게 증산 의욕이 없다면, 정부가 아무리 깃발을 들더라도, 또 관개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돈을 쏟아붓더라도 그것은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관개에 대해 말하자면, 그 효과적인 실시에는 해당 지역 농민의 적극적인 협력과 이해의 조정을 필요로 한다. 농민 자신이 그걸 필요로 하지 않는 한 그것은 실현될 수 없고, 만일 실현된다고 해도 실제로는 기능하지 못한다. 정부나 국제 원조기관 등이 댐이나 용수로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이 전혀 이용하지 않는 사례는 곳곳에 있다.
나락의 '최저 매입 가격'은 무의미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쌀의 생산을 늘리려는 정부가 쌀농사 농민의 생산 의욕을 자극하기 위해 '농가의 나락 매도 최저 가격'을 정하는 일이 있다. 정부가 나락 집하업자에 대하여 나락 매입 최저 가격을 제시하고, 그들에게 그걸 지키길 강하게 권장한다든지, 또는 그걸 지키지 않고 그보다 싸게 나락을 매입하는 업자에 대해서는 벌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에 의하여 농가의 쌀농사 수입을 보증하고, 농가의 증산 의욕을 끌어내려는 것인데, 그것이 실효를 거두는 일은 드물었다.
왜냐하면 몇십 만이란 영세 농가의 나락 매도 현장을 정부가 감시하는 등은 실제로는 불가능하고, 또한 나락의 품질은 천차만별이기에 집하업자가 최저 가격을 지키지 않을 구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세 농가는 가불금 그외에 나락 집하업자에게 부채가 있는 일이 많기에, 나락 최저 가격에 의한 매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등은 할 수 없다. 만약 농가가 싼 나락 매입 가격에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불만이면 다른 데 가서 팔아"라고 하여, 업자의 노여움을 사서 오히려 불리한 입장이 되는 것이 결말이다. 그런데도 성미가 강한 농민이 "'나락 매입 최저 가격'이 결정되었다고 신문에 써 있었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신문사에 사 달라고 해라" 등이라 조롱을 받는다. 그래서 아마 단 1건도, 업자에 의하여 영세 쌀농사 농민에게 '최저 가격'이 실제로 지불되었다고 하는 등의 예는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일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농협 정미소의 결산보고서를 보면, 그 수입란의 한 항목에 '벼 최저 매입 가격 지불에 대한 정부의 보전금'이라는 금액이 기재되어 있었다. 즉, 이 농협은 '농민' 누군가에게 '최저 매입 가격'을 지불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 일은 아마 누구라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 '농민'이나 또는 '농협' 어느 한쪽이, 또는 그 둘 다 사실은 이름을 바꾼 정부의 관리나 그 지인이라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최저 매입 가격'이란 것은 실제 농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틀림없이 유용한 것이었을 듯하다.
나락 최저 가격이 (장부와는 별도로) 실제로는 지킬 수 없는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이유는 "나락은 왕겨를 걸치고 있어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농민은 나락 집하업자에게 "그 나락은 표준 이하의 품질이라 싸다"는 말을 들어도 반박할 수가 없다. 나락 집하업자는 나락이 잘 건조되고 날려고르기도 잘 되어 있어 쭉정이나 미숙미 등이 제거되어 있길 요구하며, 농민 또한 그렇게 노력하여 판매한다. 하지만, 왕겨를 제거한 속살의 현미가 변색되어 있는지, 충해를 입은 알곡이 있는지, 몸통이 깨진 쌀이 있는지 등은 알 수 없다. 그것은 판매자도 구매자도 모른다. 속을 모르기 때문에 구매자는 그 품질을 최저라고 가정하고 저렴하게 산다. 그것은 구매자의 자기 자위책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현재 나락의 매입은 대개의 경우, 그 무게에 따르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때로는 무게(중량·질량)가 아닌 부피(용적)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벼의 품질에 대한 의심뿐만 아니라 그 중량에 대해서도 의심이 된다.
왜냐하면, 나락은 계량할 때 '담는 방법'에 따라서 그 중량이 대폭 변하기 때문이다. 나락은 표면이 까칠까칠하고 잔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나락을 잘 흔들어 꽉꽉 채워 넣는지, 또는 훌렁 담은 채로 체적을 계측하는지에 따라 상당한 중량 차이가 생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나락만이 아니라 모든 알곡이나 가루에 대하여 공통된 일인데, 백미나 현미라면 표면에 떨이 없고 매끄럽기 때문에 나락 만큼 담는 방법에 따른 중량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백미나 현미라면 그 차이는 고작 몇 퍼센트이다. 하지만 나락의 경우에는 순수한 나락이더라도 10% 정도의 차이가 생기고, 만약 나락에 불순물이 섞여 있다면 그 이상의 차이가 생기는 일이 있다.
나락의 매입에서는 매입 상인의 쪽이 강한 입장에 있는 것이 보통이어서, 그 계측 방법은 상인이 결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매도자인 영세 농민의 손실은 용량(체적) 매입 쪽이 중량 매입보다도 커지기 쉽다(이에 대해서는 뒤의 '카스케加助 소동'의 예도 참조).
영세 쌀농사 농민으로 보면, 나락 매입 가격이 너무 싸다고 느껴져, 나락 집하업자나 상업 정미소에 '착취'되고 있다는 피해자 의식이 있다. 사회적인 혼란 상황이 있다면 그에 편승해 울분을 달래고자 그들을 박해하거나 불태우거나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시아의 상업 정미소에서는 그 경영자가 화교계 또는 인도계의 사람들이 많기에, 그것이 대규모 민족적 대립의 불씨가 되는 일도 있다.
이러한 일을 두려워한 외국계 정미업자나 나락 집하업자는 자본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자식을 해외 유학시키며, 일상생활에서는 고물차에 타고, 자택의 외관은 허름하게 하는 일이 보통인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정미소의 기계 설비도 갱신하지 않고, 나락 저장고 등도 부수어진 채 방치하고 있는 일이 많다. 이는 "쌀 장사로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연기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설비 갱신의 지체, 기술적 수준의 저하, 나락이나 쌀의 양적·질적 손실, 유통 쌀의 품질이나 수율의 저하 등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락 그대로 품질은 알 수 없다
나락을 건조해도 왕겨만 건조되어 안의 현미는 아직 눅눅한 일이 있다. 그래서 매입업자는 나락을 이로 깨물어 본다. 쌀은 수분 15~16%를 경계로 하여 경도가 바뀌기 때문에, 깨물어서 부드러운 듯하면 그 나락은 건조 불충분이라 보고 그걸 퇴짜 놓든지, 또는 극단으로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다. 또한 충분히 건조한 어느 나락이라도 볏짚이나 검불이나 쭉정이나 미숙미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면 비중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업자는 만져 보고 가벼운 나락은 날려고르기를 더 잘 해서 가지고 오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충분히 건조하고 충분히 날려고르기한 나락이라도 왕겨를 벗겨 보지 않는 한 변색 알・피해 알・충해알・심백 알・몸통 깨진 알 등의 유무・정도는 알 수 없다(그림25). 이러한 결함 알을 포함한 나락은 그 존재 비율보다 큰 비율로 백미의 상품 가치를 저하시킨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나락을 매갈이・정미했을 때 백미 안에 흑・갈・황 등의 이색 알이 혼재하면 그 시장 가격이 뚜렷하게 낮아지기에 통상보다 더 찧어서 희게 만든다. 그 결과, 백미 전체의 수율이 낮아지고, 싸라기의 비율이 늘어나 완전미의 양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림25 여러 가지 불완전미
출전: 星川清親 「신편新編 식용작물』 148쪽
만약 나락의 질을 정확히 판정하려면, 그 나락 전체에서 일정 간격으로 나락 표본을 채취해 균분기에 담아 균일한 표본으로 추려 나누고, 그걸 시험 도정해 백미로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농촌의 현장이나 농가 마당에서 불과 몇 백 킬로그램부터 몇 톤 정도 양의 나락이 매입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검사를 공정히 할 수 있다고는 기대할 수 없다.
일본 쌀의 품질 검사에서는 현미 단계에서 그 품질을 판정하는데, 그건 현미가 일정 규격의 포장에 담겨 있어 자루마다 추출 검사할 수 있고, 게다가 육안으로 그 질을 쉽게 판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당에 퇴적되어 있는 나락 더미에서 적당히 소량의 표본 나락을 뽑아내, 그걸 아무리 '정밀한 검사'를 한들 그 결과가 전체를 대표할지 어떨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예를 들면, 나락 같은 알곡을 수북하게 쌓으면, 가장자리 쪽에는 작은 알이나 둥근 알이 모이고, 꼭대기에는 큰 알이나 긴 알이나 가벼운 알 등이 모이기 쉽다. 랜덤하게 쌓은 나락 더미의 경우, 이러한 알 모양이나 크기 등에 따른 분리나 응집은 도처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실험실용 곡물 검사기기를 현장에 가지고 와서 사용하더라도, 나락 질의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락 매입'에서는 쌀의 품질은 저하된다
이렇게 현대의 소규모 나락 매입에서는 "비록 충분히 충실하고 균일한 양질의 나락을 생산했더라도, 그만큼 비싸게 팔 수는 없기에 나락 질 개선의 노력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락 질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건 농가에게는 전혀 무의미하고, 나락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지도나 권고 등은 농민에게 무시된다.
보급원들에 의한 기술 연수회 등에 농민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출석자는 그곳에서 주는 식사나 다과 등이 목적이든지, 또는 '의리'의 교분이며, 그 연수 내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일이 많다.
이러한 상황이 보편적이기에, 영세 쌀농사 농가의 나락 품질은 전반적으로 낮은 상태이기 십상이다. 그리고 농가에서 나락을 모아 유통 백미를 생산하는 상업 정미소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정미 설비를 이용하더라도 양질의 백미를 만들 수는 없다. 만약 가령, 저품질 나락에서 고품질 백미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면, 그 수율은 극단으로 낮아지기에 상업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농가가 파는 나락의 질이 저하되면, 유통하는 백미의 품질은 전반적으로 저하된다.
현재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지역에서 영세 농가에서 모은 나락으로 만들어진 유통 백미의 품질이 낮은 배경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를 농가의 기술 수준이 낮음과 정미 기술이 낮음 등으로 돌리는 건 착각이다.
대규모 쌀농사라면 나락으로도 품질 상응의 가격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소규모 쌀농사에 반해, 아메리카 합중국·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중남미 등의 국가들처럼, 쌀농사의 경영 규모가 수백 또는 수천 헥타르나 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이러한 지역의 대규모 쌀농사 농민은 수확한 나락을 트럭 몇 십 대에 싣고 대형 상업 정미소로 운반해, 매도자(농민)와 매수자(정미소) 모두가 입회한 뒤 나락의 품질 검사를 실시한다. 나락에서 복수의 표본을 규칙적으로 추출하고, 균등하게 작은 표본으로 만들어 매수자인 대형 정미소와 동급의 성능을 가진 곡물 검사기기를 이용해 도정 정미를 해 백미의 총수율을 산출하며, 그것을 다시 완전미와 싸라기로 나누어 완전미 수율을 계산한다. 해외의 장립미 지역에서는 싸라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업적 관점에서는 백미의 전체 수율보다도 완전미 수율 쪽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여 그 나락의 품질을 정확히 조사하고나서 나락의 매입 단가를 결정한다.
물론, 상거래이기에 그때의 시세나 흥정은 있지만, 매매 가격은 나락의 양과 질에 따르게 된다. 이렇게 매입이 실시되면, 농가는 나락의 품질이 좋으면 그만큼 나락의 판매 단가가 높아지기에, 나락의 품질 개선에 의욕적이게 된다. 즉, 일본에서 농민의 현미 판매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품질이 가격에 정확히 반영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필리핀이나 인도 등에서 대지주가 대규모 쌀농사를 짓고 있는 경우나, 기타 국가에서도 쌀의 플랜테이션 등에서는 대규모 쌀농사 국가와 똑같이 큰 짐으로 나락 매입을 하기에, 나락은 그 품질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판매된다.
그러나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많은 쌀농사 지역에서는 그러한 대규모 쌀농사·대규모 매입은 드물고, 영세한 쌀농사가 압도적이다.
맥류 같은 밭작물이라면, 지형의 고저차나 약간의 고저차 등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대규모 작부가 가능한 지역을 찾기 쉽다. 그런데 벼 재배는 본래 담수 상태로 행해지기에, 관개 시설이 정비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분산된 지역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기 쉽다. 지금은 너른 쌀농사 지대가 되어 있는 아시아의 큰강 삼각주 지대 등은 매우 일부를 제하고 100년 전까지는 악성 유행병이 창궐하는 인축 미답의 미개간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소규모 쌀농사에서도 '품질 상응의 가격'은 실현할 수 없을까?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여 국제 식량농업기구(FAO)의 전문가였던 우 테친ウー・テッツィン은 1970년대 다음 같은 주장을 했다. 곧 "발전도상국의 영세 쌀농사 농민의 가난과 기술의 정체, 또한 그들이 농사지은 쌀의 품질 저하는 농민이 나락을 팔 때 그 품질이 전혀 평가되지 않아, 나락의 질이 판매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데에 있다"고 판단하고, "나락의 소규모 거래에서도 그 품질을 검정하고, 품질이 좋은 나락은 그대로 비싸게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그를 위한 나락 품질 간이 검정기구를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이것은 추상적은 슬로건을 반복하고 있는 국제 원조기관이나 선진국 개발관료 등 안에서 문제의 소재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적출한 군계일학의 목소리였다. 필자도 또, 일본에서는 쌀의 품질과 가격이 상관되는데, 해외 영세 농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진즉부터 의심스러워하고 있었고, 그 무렵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논문·보고·권고 등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실제 문제로서 나락 집하업자가 농가의 마당, 또는 농경지 등에 트럭으로 찾아와 수백 킬로그램에서 고작 몇 톤 정도 양의 나락을 매입하려 하는 경우, 제대로 된 나락 품질 검사를 할 수 있을까? 이미 기술했던 '나락의 최저 매입 가격'과 마찬가지로, 비록 그것이 형식적으로 실시되더라도 그 공정함이 확보될지 아닐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이를 대신할 다른 방법으로 영세 쌀농사 농가가 '공동 판매'를 하면 어떨까? 곧, 영세 농가가 나락을 가지고 와서 대량의 나락으로 만들어 그걸 정미소로 가지고 간다. 이에 따라 대규모 농가가 대량의 나락을 정미소에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입회하여 나락 품질을 검사하고, 그 품질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매매하도록 한다면 어떨까?
사실, 영세 농가가 채소·과실·유제품 등을 공동 판매함으로써 유리해진 예는 세계 각지에 있고, 그것은 단순히 공동 판매에 그치지 않고 협동조합 등으로 발전해 농가의 입장을 더욱 개선하는 실마리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공동 판매는 많은 경우 입으로 말하는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나 중심인물이 필수적으로 있고, 더하여 농가가 비슷한 환경조건일 것이나 농가 상호의 신뢰 관계가 있을 것, 나아가서는 권력자나 관헌 등의 방해가 없을 것 -이들 조건이 없으면 그 실현은 좀처럼 쉽지 않다. 또한 과실이나 채소 등은 눈으로 봐서 품질을 알 수 있으나, 나락의 경우 그걸 확인하는 데에 상당한 설비나 능력이 필요하다.
나락의 공동 판매가 이치대로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실패로 이끄는 요소는 많다.
예를 들면 가져오는 나락의 품종은 통일했더라도, 그 품질이나 수분 함량이나 정제의 정도 등이 집집마다 다르거나 각 농가의 이해가 다양하거나 한다.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일각이라도 빨리 나락을 팔고 싶은 농가는 낮은 가격에도 가격 협상을 빨리 타결해 현금화하려 하고, 다른 농가는 더 협상하자고 고집하며 서두르지 않는다. 양질의 나락을 생산했다는 자부심이 있는 농가는 열악한 나락을 가져온 농가에 반발해, 판매금 배분을 놓고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농가가 나락 집하업자에게 빌린 돈이나 빚 등이 있으면, 원래 이러한 공동 행동에 참가하기를 두려워한다. 고리의 부채를 한시라도 빨리 갚고 싶다고 초조해하는 농가는 서둘러 수확 직후에 나락을 손에서 놓아 버리기 십상이다. 나아가 나락 집하업자나 큰 정미소가 여러 수단이나 유혹으로 이러한 공동 행동을 분단시키는 일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농민의 공동행동을 조직하려다 그 중심인물이 빨갱이(공산주의자)라며 관헌으로부터 박해를 받은 사례는 곳곳에 있다.
여러 외국에서는 '현미 유통'은 할 수 없다
영세 농가가 대규모 농가처럼 품질 상응의 가격으로 나락을 팔 수 없고, 또 공동 판매를 할 수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과 마찬가지로 농가가 나락을 현미로 만들어 팔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육안으로 품질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영세 농가라도 쌀을 품질에 상응한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 이외의 여러 나라에서는 실현할 수 없다. 이미 보았듯이, 일본의 현미 유통 제도는 여러 가지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우연히 그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생겼다. 재배하는 쌀이 단립종이므로 농가의 조야한 매갈이 용구로도 간신히 현미를 만들 수 있었던 것, 일본은 1년의 반은 춥고 건조하기 때문에 현미의 장기 저장이 겨우 가능했던 것 등의 자연조건이 있으며, 게다가 토쿠가와 정권에서 현미 유통이 유용했던 것 등이 있다.
일찍이 필리핀 등에서는 "나락을 현미로 만들면, 그 체적이 약 반분이 되기 때문에, 현미 저장 쪽이 더 경제적이다"라고 지레짐작해 일부 지역에서 현미 저장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곧 그 잘못을 깨닫고 중지되었다.
'외국에도 현미 유통이 있다'는 성급한 판단의 실수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소규모 정미소가 농민에게서 나락을 매입해, 이걸 매갈이해 현미로 만들고, 그것을 상업 정미소에 매도하는 일이 있다. 이건 정미소 사이의 분업에 지나지 않지만, 이걸 보고 "외국에도 '현미 유통'이 있다. 현미 유통은 일본만의 특수한 관행이 아니다" 등이라 떠들며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마치 개구리가 뛰는 걸 보고 "개구리는 하늘을 난다.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현미 유통이다"라는 것은 "일본에서 쌀은 주로 현미라는 형태로 사회에 유통된다"라는 의미이다. 농민은 생산한 쌀을 현미라는 형태로 손에서 놓고, 현미의 형태로 사회 전반에 널리 유통된다. 그러나 그건 나락이나 백미의 형태로 쌀이 유통되는 일이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쌀의 소매상이 쌀을 소비자에게 팔 때는 백미로 만들어 판매하고, 볍씨는 나락의 형태로 판매한다. 이걸 보고 일일이 '백미 유통이 있다' '나락 유통도 있다' 등이라 주장하는 자는 없다.
"일본 이외의 쌀농사 국가들에서는 '나락 유통'과 '백미 유통'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쌀은 주로 나락이라는 형태와 백미라는 형태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미 등의 형태로 판매되는 일이 없을 리는 없다. 현재 슈퍼에서는 백미와 나란히 건강 지향 소비자용으로 현미도 팔고, 나아가 현미의 수출입도 행해진다. 보통, 이걸 들어서 "현미 유통이 있다" 등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이외의 나라에서도 대농 또는 중간업자 등이 나락을 현미로 만들어 판매하는 예는 있지만, 사회 일반에서 쌀은 나락 또는 백미라는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쌀의 생산량 등을 보여주는 통계도 나락 또는 백미의 양으로 표시된다. 그곳에서 현미는 어디까지나 나락을 백미로 가공할 때의 과도적인 중간산물, 또는 소수의 건강 지향 사람들의 먹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 등의 쌀이 주식이 아닌 국가 중에는 수입한 현미를 저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건 쌀을 수입함에 나락으로는 수송비나 검역 문제가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 품질이 불명료해 거래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쌀을 목적에 따라서 구분해 사용하기 위해, 아주 적은 양의 현미를 수입·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여러 정미·가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에서는 현미를 보통은 브라운 라이스라고 부르는데, 때로는 카고 라이스cargo rice라고 부르는 일이 있다. 그건 쌀을 현미로 수출하는 예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현미의 수출입이 소량이지만 있다고 하면, 현미의 저장이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걸 '현미 유통' 등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일본 이외의 국가들에서는 기본적으로 '나락 유통'과 '백미 유통'이 나란히 행해지며, 이것이 자연스럽고 무리 없는 유통 형태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떤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의 영세 쌀농사 농민이 어떻게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확보할까, 어떻게 하면 그걸 실현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와 관련하여 쌀의 유통 형태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럼, 결국 적은 양의 나락만 생산하는 영세 쌀농사 농가는 아무리 좋은 품질의 나락을 생산해도 그 품질을 평가받지 못하고, 어떻게 하더라도 하나같이 싼 가격으로 나락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까? 언제까지나 대부분의 영세 농민은 생산성 향상이나 품질 개선에 의욕적이지 않을 것인가? 농민이 좋은 품질의 나락을 생산하면, 그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락 매입 최저가격' 제정이나 소규모 거래 때의 벼 품질검사 등을 할 수 없고, 형식적으로 행하더라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며, 또한 벼 공동 판매도 어렵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영세 쌀농사 농민 중에는 이미 관청의 조치 등에 의지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생활편의 추구와 자연스러운 발의에 의해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더구나 그 행동에 의해 영세 쌀농사 농민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뿐만 아니라, 그렇게 의도하지 않고 사회 일반에 유통되는 백미의 품질도 유지·개선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그 행동은 생활의 충실·행복을 구하는 사람들의 발의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성장·발전해 나아간다. 그것이 다음장 이후에 기술할 '농촌 정미소'의 이용·활용이다.
문제가 되는 건 아래에 상세히 기술하듯이, 그것이 때때로 그럴싸한 구실로 저해되는 일이다. 그러한 방해를 배제하고, 농촌 정미소의 이용이 앞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쌀농사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영세 농가가 자진하여 쌀농사에 나서게 된다'는 희망에 찬 미래가 열린다.
'농담 > 농-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을의 작은 정미소가 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쌀농사 -4장 (0) | 2025.03.20 |
---|---|
마을의 작은 정미소가 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쌀농사 -3장 (0) | 2025.03.18 |
마을의 작은 정미소가 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쌀농사 -1장 (0) | 2025.02.25 |
마을의 작은 정미소가 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쌀농사 -시작하며, 목차 (0) | 2025.02.20 |
전통 채소를 기르던 사람들, 종자상의 근대사 -맺음말 (0) | 2025.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