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말
종자상 연구를 시작한 지 8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여기에 한 책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연구회나 강연회에서 발표하면 종종 질문을 받는 일이 있다. 그것은 왜 종자상을 연구하려고 했는지 하는 것이다. 지금, 그 원점을 되돌아보면, 내가 '종자상'에 주목하게 된 것은 대학 4년차에 졸업 연구의 주제로 '전통 채소'를 다루었을 때, 전통 채소는 어떻게 지켜져 왔고 왜 잃어 버리게 되었는지를 생각한 것이 그 계기였던 것 같다. 그 물음은 전통 채소의 재배에 빼놓을 수 없는 '종자'에 대한 착목, 나아가서는 일본의 채소 육종사에 대한 관심으로 향하게 했다. 바로 그 무렵, 토시마 구립 향토자료관에 종자상에 대한 방대한 사료가 기증되어 있다는 정보를 포착한 나는 곧바로 자료관으로 향했다. 미지의 사료 더미를 보는 순간 느꼈던 고양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신의 문제 관심과 답이 되어주는 사료와의 운명적 만남이 종자상 연구의 길로 나를 들이밀었다. 그로부터 8년,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실로 많은 분들과 만나며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문서 사료 및 사진 사료의 조사에서는 토시마 구립 향토자료관의 요코야마 에미横山恵美 씨, 아키야마 신이치秋山伸一 씨를 비롯해 네리마구 문화·평생학습과의 와타나베 요시유키渡邉嘉之 씨, 이타바시 구립 향토자료관의 코마츠 히사하루小松寿治 씨, 도쿄도 농림종합연구센터의 타무라 토모코田村智子 씨, 노구치 집안 소장자료 조사단(2003년 당시)의 타네무라 다케시種村威史 씨, 노구치 헤이이치野口平一 씨, 타카하시 니시치 종묘점의 타카하시 히메高橋煕 씨(니이가타현 니이가타시), 타나카 키요아키田中清昭 씨(도쿄도 네리마구), 에노모토 마고히사榎本孫久 씨(도쿄도 키타구), 카와하라 마사하루河原雅春 씨(도쿄도 오타구)의 협력을 얻었다. 필자는 각지에 조사하러 나갈 때면 반드시 마을의 종자상을 찾아다니며 사료 조사를 했지만, 종자상의 사료를 발견하는 것은 실로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까지 종자상 연구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점도 있어, 채소 종자에 관한 사료는 각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도 수집·보존되고 있는 경우가 적었다. 그 사이 종묘회사에서는 대가 바뀌거나 점포의 개축을 계기로 일본의 채소 육종 역사를 남기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사료가 폐기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발견할 수 있었던 사료는 매우 귀중하며, 그 열람·사진 제공을 흔쾌히 승낙한 여러분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종자상의 구체적인 경영 내용·업계 역사에 대해서는 도쿄 종묘 주식회사의 에노모토 타이키치榎本泰吉 씨(도쿄도 토시마구), 에노모토 토쿠지로우榎本徳次郎 상점(도쿄도 키타구)의 에노모토 노부오榎本暢夫 씨에게 교시를 받았다.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겉보기만으로는 우열을 판단하기 어려운 종자를 생산·판매하는 종자상은 'Seed-man'이라는 신사의 대명사로 불리며 'Seed-man'은 신용을 제일로 한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던 것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채종 방법을 이해하는 데에는 농가에서도 청취 조사에 응해 주셨다. 조사에서는, 에도 도쿄·전통 채소 연구회의 대표 오오타케 미치시게大竹道茂 씨의 협력으로 많은 농가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미카도 협화 주식회사의 고시베 마도카越部圓 씨, 칸다神田 육종 농장의 칸다 미노루神田稔 씨를 비롯한 많은 종묘회사 분들에게 신세를 졌다. 재능 없는 내가 이 책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조사를 통해 신세를 진 분들의 '언용'에 어떻게든 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공부를 하지 않아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내가 연구에 몰두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인연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폭적으로 가필·수정을 가했지만, 이 책은 2012년 1월에 츠쿠바筑波 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계에 제출한 박사 학위 청구 논문이 바탕이다. 또, 이 책 내용의 일부는 이미 논문으로 공표했다. 학위 논문 제출 이후 공표한 것을 포함해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3장
· 「근대 채소 종자상의 전개 -도쿄부 키타토시마군 에노모토 토메키치 상점을 중심으로(近代における野菜種子屋の展開 ー東京府北豊島郡榎本吉商店を中心に)」 「농업사 연구」 (44), 2010년, 90-101쪽.
4장
· 「채소 종자 공급 체제의 재편기에 '채종 관리인'의 성립과 전개 -도쿄부 기타타마군 노구치 집안을 사례로(野菜種子供給体制の再編期における『採種管理人』の成立と展開ー東京府北多摩郡野口家を事例に)」 「연보年報 수도권사 연구」 제4호, 2015년, 1-21쪽.
5장
· 「논 지대에서 채소 생산의 발전과 종자 소매상의 역할 -니이가타현 키타칸바라군 '슈니 상점'을 사례로(水田地帯における野菜生産の発展と種子小売商の役割ー新潟県北蒲原郡『種仁商店』を事例に)」 『농업사 연구』 (46), 2012년, 46-59쪽.
박사 논문의 주사를 맡아 주신 츠쿠바 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계의 카토우 모리히로加藤衛拡 선생, 부사를 맡아 주신 같은 대학원의 시게노 류이치茂野隆一 선생, 오오사와 료우大澤良 선생, 유자와 노리코湯澤規子 선생으로부터 많은 조언과 교시를 받았다. 카토우 모리히로 선생님께는, 연구 주제의 설정부터 박사 논문의 작성, 또 책 집필할 때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고 정중한 지도를 받았다. 특히 역사 연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1차 사료와 성실하게 마주하는 연구 자세, 기술을 이해했기 때문에 그릴 수 있는 역사적인 중요성 등 가토우 선생 밑에서 배운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농업경제학이 전문인 시게노 류이치 선생님께는 역사가 보여주는 경제학적인 의의나 일반 산업과는 다른 농업의 특수성을 묻는 관점을 알려주셨다. 식물 육종학이 전문인 오오사와 료우 선생에게는 채소의 육종과 채종 기술의 전문지식에 대하여 많은 교시를 받았다. 농업의 특수성이나 육종 및 채종 기술의 이해를 깊게 할 수 없으면 종자상의 사료가 보여주는 진의를 알아챌 수 없었다. 유자와 노리코 선생에게는 지역 연구의 중요성이나 자유로운 발상력으로 느긋하게 논의하는 일의 중요성을 배웠다. 초점이 정해지지 않은 나의 논의를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 주신 것도 많다. 학부생 시절 농학을 전공해 사학과는 접점이 전혀 없던 내가 농업사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과학을 배우면서 역사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농대 출신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학문 영역의 선생님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큰 듯하다.
매월 세미나에서는 소속 연구실 학우들과 활발한 논의를 통해 많은 지식과 시사점을 얻었다. 데이터 확인이나 교정 작업도 그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었다. 또, 다양한 연구회에서 보고할 기회를 얻은 것도 연구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일본 농업사학회 연구보고회, 사회경제사학회 전국대회, 경영사학회 관동부회 정례회, 게이오·교토 제휴 GCOE 프로그램 '시장의 고품질화와 시장 인프라의 종합적 설계' 히스토리 세미나, 경제제도센터 세미나·경제발전연구회, 수도권사 연구회, 도쿄도 농림종합연구 세미나, 종자의 생산과 관리를 둘러싼 다양성=지역의 생물다양성과 사회적 환경관리 능력 구축, Internationally Harmonized Plant Variety Protection System에서는 이 연구의 기초가 되는 대부분의 보고를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보고를 통해 조언해 주신 선생님들은 헤아릴 수 없다. 농업사, 사회경제사, 경영사, 수도권사 등 역사학 분야와 더불어 농업경제·개발경제·채소원예학·유전육종학 등 '종자'라는 주제를 통해서 현대적 과제에 임하는 여러 선배를 접할 기회를 얻은 것은 연구의 시야를 넓히는 귀중한 기회였음과 함께,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필자는 다양한 연구 분야와 횡단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연구자를 목표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 그 성함을 할애한 것을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
취직하고 나서는 일을 하는 한편,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학술 논문의 집필, 이 책의 작성, 시민 대상 강연 활동에 힘을 쏟았다. 에도 도쿄 채소 컨시어지 육성 강좌에서 강사를 맡은 걸 시작으로, 일본 종묘협회 치바현 지부 총회, 일본 종묘협회 킨키近畿 블록회, 스미다가와すみだ川 아트 프로젝트 등 학회 이외의 장소에서 강연할 기회를 주신 것은, 자신의 연구를 알기 쉽고 조금이라도 많은 분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작성하면서 박사 논문을 대폭 수정한 것도,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연구서로서 만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출판에 즈음해서는, 농산어촌문화협회農山漁村文化協会의 고토우 케이지로後藤啓二 씨가 힘써 주셨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한 나에게 책을 쓰지 않겠냐고 말을 걸어 주신 것은 행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나의 집필이 진행되지 않아 간행이 당초의 예정보다 대폭 늦어졌지만, 얼마 전에도 항상 따뜻하게 지지해 주셨다. 감사를 드린다.
지난 8년을 돌아보면 그저 똑바로 연구에 몰두한 시간도 있었지만 고민하면서 연구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과 만나고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이를 수 있었다. 지금, 이 책이 완성되어 생각한 것은 "계속 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 뿐이다. 마지막이지만, 때로는 기죽으면서도 연구를 계속하는 나를 항상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끝맺음의 말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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