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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雜다한 글

석장골 이야기 2

by 石基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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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 단순하다는 것은 무엇이고 소박하다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단순은 사전에 '잡것이 섞이지 않고 홑짐' 이라 되어 있습니다. 잡것이 섞이지 않았다. 우리 삶 속에서 잡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보통 인간이 사는데 꼭 필요한 요소로 식, 의, 주를 꼽습니다. 이것이 사람이 사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다리가 부러질만한 음식을 식으로 꼽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조촐하지만 감사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식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소위 명품이라는 한 벌에 몇 백 만원하는 옷을 기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치기만 하면 옷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소박이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소박은 '꾸밈거나 거짓이 없이 있는 그대로' 입니다.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상태, 우리가 살아가는데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한끼 식사나 명품이라는 옷, 운동장 만한 집이 꼭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사는데는 꼭 그런 꾸밈이나 거짓이 필요치는 않습니다. 반찬 한 두 가지에도 맛있게 밥을 지어 감사히 먹을 수 있습니다. 사시사철 철따라 약간의 여벌 옷만 있어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내 한 몸 뉘일 좁은 공간이지만 비바람 피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거짓과 꾸밈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큰 집, 더 좋은 옷, 더 많은 음식이 필요하겠지요.



거짓과 꾸밈은 자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할때 생기는 것으로 흔히 욕심이라 합니다. 생명을 유지하고 내 삶을 살아가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이 요즘은 거짓과 꾸밈의 마음상태, 즉 욕심에 의해서 나를 지배하는 것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자기 스스로도 그것이 욕심인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텔레비젼 같은 언론매체에서는 끊없이 소비를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효율과 능률, 생산성 향상을 부르짖습니다. 사회에서는 그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무능력하고 모자른 사람으로 심지어 게으르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매도합니다.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그에 걸맞는 인간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사회,경제, 정치 구조 속에서는 어디에서나, 더군다나 세계화의 바람은 전세계에 동일한 가치관을 갖고 동일한 행동방식으로 동일한 생활양식을 사는 세계인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 소박한 삶이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을 넘어 가히 혁명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구조 속에서 제도의 변화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개혁의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혁명이란 새로운 흐름입니다.



지금 전기도 상하수도 시설도, 자동차도, 기계장치도 없는 곳에서 오직 몸과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생활한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그래도 최소한 사람 사는 티는 내야겠기에 가스렌지와 휴대폰과 라디오는 가지고 있는데 언젠가는 이것도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보니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생활과 교육, 의료 등의 명목으로 시간과 돈의 노예로 전락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장점은 오직 편리함 밖에 없습니다. 그 편리함이 게으름을 부르고, 게으름은 자기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도록 만드는 무지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조금 아니 많이 불편하더라도 - 이것은 이런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삶의 관점에서 보자면 - 나를 위해 시간을 활용하고 나를 위해 창조적 작업을 수행하고 그 작업을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 살아있음을 느끼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서의 나를 느끼는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바탕에는 단순 소박함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단순 소박한 삶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마치 굉장한 결단이라도 해야 가능하다고 지레 겁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소박함을 생각하며 살다보면 그냥 살아지게 됩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삶의 찌꺼기가 나에게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이제 첫 발을 내딛었기에 앞으로 살면서 점점 가라앉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어느 곳에 살고 있더라도 그에 걸맞는 단순 소박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의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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