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배우고 때때로 배운 바를 익힌다는 말이 무엇인가.
먼저 배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책이든 사람이든 누군가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말은 실로 그를 본받는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이 있는가. 배우기는 하지만 그 사람 자체를 본받을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배우기는 배우되 뒤돌아서서는 그 사람을 욕하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사람을 본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본받을만할 사람일 때 그리고 또한 내가 본받을 수 있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을때 가능하다.
스스로 교만하거나 오만하면 누군가를 본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보다 낮은 사람에게라도 물어서 아는 것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했으니 본받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이 구절은 논어의 첫머리부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로 아는 일은 실로 쉬운 일이다. 그저 눈으로 보거나 머리로 외우기만 하면 누구나 읍조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미 나의 것이 되어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해지는 일이란 부단한 노력이 있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머리로 아는 일이 너무나 많다. 몸으로 그것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은 마땅히 본받아져야 하고 칭송받아 마땅하나 요즘 세태에서 그런 사람은 꽉 막힌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언젠가 한 선배에게 철학이 무엇이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 선배는 아주 간단명료하게 답해주었다. "철학은 고급 지적 유희이다." 이 말을 들었을 당시 나는 너무 실망하고 분개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을 인정한다. 지금의 거의 모든 학문을 하는 사람은 그런 자세로 학문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을 존경하고 본받으려 한다.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대로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대로 모두 본받을만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착한 사람에게는 그 착한 바를 본받으면 되는 것이고, 나쁜 사람에게는 그 나쁜 바를 알아서 경계하면 되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였다. 이렇듯 모든 일은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첨예화 될수록 점점 각박해진다고 한다. 20대 80의 사회라는 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본받을 것인가의 문제는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다.
착하게 사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얄팍하게 머리 굴리는 사람은 이득을 보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았던 때부터 계속해서 있어왔던 일이다. 옛날 이야기들이 권선징악을 이야기 한 것은 현실에서의 그 어려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사는 일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지만 그렇게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쉽다고 편하다고 사람이 살아야 할 도리를 저버리고 그렇게 살 수만은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선함이 미덕이지만 그것이 대세가 되면 이런 이야기들은 사라질 것이다. 어찌보면 아직도 고전이라는 이야기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세상이 그렇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길을 포기할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그 길이 쉽지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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