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는 생활을 한 달 여 해보았습니다.
먼저 전기 없는 생활 불편하지 않냐? 무섭지 않냐? 라는 질문이 많더군요.
대답부터 하자면 '맞습니다. 전기 있는 생활 보다는 확실히 불편합니다.' 그리고 '캄캄한 밤에는 밖에 나가기 꺼려지기도 합니다.'
전기 있는 생활에 비해서 불편한 점이란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됩니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어떻게 여성을 해방시켰는지 절실히 실감하고 있습니다.
빨래같은 경우에는 늦어도 해가 좋은 한낮에 해치워야 저녁에는 뽀송뽀송하게 마릅니다.
비가 오기라도 할라치면 빨래를 미뤄야하는데 그럼 나중에 치러야 하는 부담이 엄청납니다.
농사일하랴 이것저것 정리하랴 살림하랴 일이 없는듯 많은데 빨래까지 양이 많아지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요.
냉장고 같은 경우는 음식을 잔뜩 재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요즘 도시생활에서는 부부가 모두 바빠서 음식을 잔뜩 사다가 재어놓고 사용하지요.
그리고 냉장고가 꼭 필요한 군것질 거리들도 많구요.
언제나 냉장고 문만 열면 먹을 것이 가득이니 음식맛도 모르고 배만 채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없으니 좋은 점도 많습니다.
우선 매사 부지런히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차곡차곡 해나가게 됩니다.
하루를 얼마나 꽉 채워서 보내는지 모릅니다.
성실을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하루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은 자연의 흐름에 맞는 생활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전기가 들어온다면 아마 해 질때까지 꼬박 일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전기가 없으니 해지기 전 일을 마치고 씻고 정리하고 밥을 먹어야 하니 해지는 것에 맞추어 내 생활도 흐르게 됩니다.
내 몸에도 무리가 가지 않고 하루도 충실하게 사용하게 되니 삶이 저절로 충만해집니다.
일에 쫓기거나 무리해서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는 시간을 나에게 맞게 그 흐름에 맞게 알찬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그저 흐르는데로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밥은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반찬이 많고 먹을거리가 많은 건 아니지만 가짓수 적은 반찬으로도 꿀맛같은 밥을 먹게 됩니다.
맛에 민감해지고 소리에 민감해지고 빛에 민감해지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오감이 민감해지니 자연히 의식도 맑아지고 주변 자연에 공감하게 됩니다.
삶이 이렇게 변하니 굳이 비누나 화장품을 쓰지 않아도 얼굴에서는 자연히 광채가 나고 몸은 군살없이 균형잡히게 됩니다.
언제 오신다면 단순히 보고 듣고 노는 1박이 아닌 최소한 생활을 누려볼 수 있는 기간(3박 이상)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농담 > 雜다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화려한 연둣빛 (0) | 2008.09.13 |
---|---|
석장골 이야기 2 (0) | 2008.09.13 |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읽고 (0) | 2008.09.13 |
수리산을 오르다 (0) | 2008.09.13 |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0) | 2008.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