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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에는 단단하길 원했다.

나를 억압하는 모든 걸 부수고,

솜털 보송한 애송이 티 나는나도 싫고,

말캉말캉 우유부단한 성격은 더 싫었다.

그저 단단하기만을 바라며 살았다.

그러기 위해 나를 날카롭게 갈았다.

숫돌에 갈고,

현실에 갈고,

뾰족하게 빛나도록 나 자신을 갈았다.

나를 갈며 단단하길 바랬다.

더욱 날카로워지도록.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서른이 지나니 생각이 달라진다.

이제는 말캉한 것이 좋다.

몸에 상처가 나도 이제는 잘 아물지 않는다.

팔이 부러져도 한 달이면 금세 뚝딱 붙던 것이,

이제는 몇 달이 지나도 제대로 붙지도 않을 뿐더러,

붙더라도 이상하게 변한다.

상처도 그렇다.

아물어도 아문 것이 아니다.

깊고 짙은 흉터가 남는다.

그만큼 단단해져서 그럴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허나 단단한 나무라면 태풍에 부러진다.

하지만 별 거 아닌 것 같은 풀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

풀은 바람이 부는 대로 눕고,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고,

바람이 부는 대로 엎드린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고 부러지거나 뽑히지 않는다.

 

부드러움과 단단함,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기준은 없다.

그저 자신이 택하는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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