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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아시나요? “옥수수 나무 열매에, 하모니카가 들어 있네.”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옥수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유명한 생물학 학술지인 Plos Biology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토종 옥수수의 질소 고정이 점액과 관련된 질소 고정 미생물 군집에 의해 지원된다>(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2006352)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질소 고정 미생물은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지요? 콩과식물에 공생한다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그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소 고정 미생물이 콩과식물만이 아니라 옥수수에도 공생한다니요? 더구나 옥수수는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다비성 작물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다비성 작물에 질소 고정 공생균이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비료의 필요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농업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지요.


옥수수는 쌀과 밀, 그리고 감자와 더불어 세계의 식량을 책임지는 4대 작물로 꼽힙니다. 더구나 옥수수는 우리가 직접 섭취하는 것 말고도 대규모 축산에서 생산되는 동물성 단백질 대부분이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기반으로 하기도 하고, 바이오에탄올 같은 생물연료도 옥수수로 생산하는가 하면, 다양한 산업용 재료도 옥수수에서 비롯되어 엄청나게 중요한 작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는 아이들 식기도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 것이 있을 정도이지요.


이렇게 용도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배면적도 광대하다는 뜻입니다. 2014년 자료를 보면 전 세계의 옥수수 재배면적이 1억7780만 헥타르에 달한다고 합니다. 헥타르로는 잘 감이 안 오신다면, 5334억 평으로 34평 아파트 약 157억 채에 해당하네요. 평수의 대소는 있지만, 한국의 아파트가 많아야 1000만 채 남짓이니 얼마나 드넓은 땅에서 옥수수가 재배되는지 감이 좀 오나요?


현재 인류는 유용한 옥수수를 드넓은 땅에서 재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비료, 특히 질소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소 비료의 생산과 운송, 그리고 적용의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토양에서 침출된 질소가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질을 악화시키고 녹조와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질소를 고정시키는 미생물과 공생하며 비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의 옥수수를 육종하는 일은 과거 녹색혁명의 종자를 개발한 것에 비견될 만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원의 사용을 줄이거나 그 효율을 높이는 작물을 육종하는 일이 최신 경향이기도 합니다.


이 옥수수는 옥수수의 원산지로 지목되는 멕시코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멕시코 오악사카 주에 있는 산골 마을은 토톤테펙totontepec이 그곳이라 합니다. 1979년 이곳을 방문한 식물학자 토마스 분 홀버그Thomas Boone Hallberg 씨가 지역민들이 아무 거름도 없이 올로톤olotón이라 부르는 옥수수를 6m 높이로 키우는 걸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혀 있다가, 1992년 이곳을 재방문한 홀버그 씨와 그와 동행한 과학자들에 의해 다시 조명을 받았습니다.



<그림 밭에서 올로톤 옥수수를 조사하는 멕시코 과학자의 모습. 사진: ALLEN VAN DEYNZE/UC DAVIS>


올로톤이란 옥수수의 특징은 줄기의 마디에서 공기 중으로 뻗어나오는 기근氣根이란 뿌리에서 나오는 점액에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이 기근에서 나오는 점액질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특징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떤 과학자는 이를 “질소 고정 연구의 성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림2 기근에서 나오는 끈끈한 점액에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이 공생한다. 사진: ALAN BENNETT / UC DAVIS>


최근 인류는 기후 위기 문제라든지, 급증하는 인구를 자연환경의 훼손 없이 부양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1970년대에 발견되었던 질소 고정 옥수수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는 건 그런 맥락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원의 이용 효율을 높여 낭비를 막고, 환경을 지키며, 생산성을 확보해야만 지속가능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질소를 고정하는 옥수수의 존재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또 있습니다. 인류의 공유 자산인 씨앗과 작물이란 유전자원을 독점하여 그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독식하는 일입니다. 씨앗은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일까요? 그렇다면 그러한 권리는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현재의 사회 구조는 씨앗에 대한 특허와 독점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씨앗이란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수천 년 동안 농사지어 온 인류 모두의 공유자산입니다. 질소를 고정하는 올로톤이란 옥수수도 그러합니다. 멕시코 산간 지역의 토착민들이 수천 년 동안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지켜온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를 이용해 누군가 이익을 얻는다면 그 이익은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도록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이 옥수수의 이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이리저리 얽혀 있다고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잘 풀리기를 기대합니다.


토톤테펙에 살고 있는 지역민의 이야기에 의하면,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옥수수밭에 가서 놀면서 이 옥수수의 점액을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 맛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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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거름이라 하면 많이 낯선가요? 그럼 綠肥라고 하면 어떤가요? 아, 한자가 더 낯설겠군요. 용어야 어떻든지, 농경지에서 자라고 있는 어떤 식물을 풋풋한 상태일 때 거름으로 이용한다고 하여 풋거름 또는 녹비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식물을 거름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무릇 거의 모든 식물은 후손을 잇기 직전에 식물체에 가장 양분이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풋거름은 다분히 그러한 현상을 농사에 이용한 방식입니다. 과거 세종대왕의 명으로 지었다는 <농사직설>에도 “기름지지 못한 땅을 기름지게 하려면 녹두를 심어 무성하게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갈아엎어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풋거름을 활용하는 한 방법이지요.

과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농학자 가운데 일부는 조선의 조 또는 기장-밀 또는 보리-콩과 작물-휴한이라는 2년3작식 농법에 감탄한 적이 있지요. 이 방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2년째 겨울에 풋거름 작물을 재배하는 걸 추가할 수 있습니다. 땅을 놀리긴 놀리되, 더 효율적으로 놀리는 방식이지요. 어느 연구에 의하면, 풋거름 작물을 흙에 공급하면 매년 0.12%씩 유기물 함량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기에는 미미한 수치일 수 있지만, 꾸준히 실행해서 해마다 축적되면 놀라운 변화와 효과가 일어날 겁니다. 세상 모든 일은 이처럼 꾸준하고 성실했을 때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풋거름이 토양에 들어가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해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또 하나는 토양에 질소를 공급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토양을 살린다는 말은 식물의 직접적인 양분이 되는 원소를 잔뜩 넣는다는 게 아니라, 토양에 깃들어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즉, 토양의 구조와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돕는다는 것이죠. 이때 풋거름이 그 일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풋거름 작물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보겠습니다.

(1) 콩과식물: 털갈퀴덩굴(헤어리베치), 자운영, 토끼풀, 살갈퀴 등
(2) 벼과식물: 보리, 호밀, 들묵새, 수단그라스, 트리티케일 등
(3) 야생식물 : 갈대, 갈퀴나물, 망초, 명아주, 쑥, 자귀풀, 자주황기 등
(4) 기타: 메밀, 해바라기, 유채(를 비롯한 십자화과) , 파셀리아, 코스모스 등

이 가운데 콩과식물을 질소질이 부족한 토양에 적합합니다. 그러니까 토양 검정을 통해 내 농경지의 흙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한 다음 –물론 상농부는 그런 과학적 검사 없이도 자기 농경지의 상태를 잘 알테지만, 저는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질소질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를 보충할 수 있는 콩과식물을 풋거름 작물로 활용하면 됩니다. 그것이 아니라 토양에 유기물이 부족하거나 토양의 구조를 개선할 목적이라면 벼과식물, 질소나 인 같은 양분이 너무 넘친다는 결과가 나오면 십자화과식물을 선택해서 이용하면 됩니다. 어떤 풋거름 작물이 최고라고 할 수 없고, 모두 자기 농경지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마치 건강검진과 그에 따른 처방 같지요?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몇 가지 종류의 풋거름 작물을 섞어서 심은 뒤 그 성적을 비교하는 실험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1) 토양의 질을 개선하는가, (2) 뒷그루 작물에 이로운가, (3) 비용은 적당한가.

이를 위해 (1)겨울 보리와 함께 무와 갓, 나머지 (2)귀리와 무 (3)귀리와 베치, 파셀리아 (4)귀리와 호밀 등은 각각 그 조합만 9월에 파종했습니다. (1)은 얕이갈이한 뒤 흩뿌림하고, (2)부터 (4)는 줄뿌림하는 방식으로 파종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풋거름 작물을 토양에 갈아엎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었습니다.

수확량; 생풀과 건조물 모두에서 귀리와 호밀이 가장 많은 수확량.
토양의 구조; 모든 실험밭에서 토양의 구조가 매우 좋아짐. 특히 귀리와 베치, 파셀리아를 심은 곳이 최고, 귀리와 무는 별로였지만 그것도 좋은 수준이었음.
지렁이; 지렁이의 개체 수는 무와 갓의 실험밭에서 가장 많음. 이 밭은 얕이갈이를 한 점에서, 무엇보다 경운을 최소화한 영향으로 보임.

 



실험 결과 얻은 각 풋거름 작물별 건조물의 수확량(왼쪽)과 지렁이의 중량 및 개체 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1. <흙 한 자밤의 우주>, 데이비드 W. 울프 지음, 염영록 옮김, 뿌리와 이파리
2. <땡큐 아메바>, 제프 로웬펠스 외 지음, 이현정 옮김, 시금치
3.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 이완주 지음, 들녘
4.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옮김, 삼천리
5.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옮김, 삼천리
6. <발밑의 미생물 몸속의 미생물>, 데이비드 몽고메리 외 지음, 권예리 옮김, 눌와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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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셨나요? 꽃이 만발하여 작물과 어우러진 텃밭의 모습을. 꽃은 텃밭 농사에 이로운 생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걸 가꾸는 텃밭 농부에게도, 그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러 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텃밭의 모습에 감탄하며 좋아할 겁니다. 최근 도시의 텃밭이 개발 논리에 밀려 자꾸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여러 꽃을 심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면 텃밭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와 지지를 얻어내기에도 좋은 수단이 되겠지요.

텃밭의 꽃들에는 어떤 익충이 가장 많이 찾아올까요? 위의 그림에 나오는 조사에 의하면 기생성 말벌이라고 합니다. 텃밭의 작물을 먹어치우는 초식성 곤충의 애벌레에 자신의 알을 낳아 번식하는 곤충이지요. 이들은 평소 텃밭 주변의 꽃들에서 꽃가루와 꿀을 먹으며 지내다가, 번식을 할 때가 되면 텃밭의 작물에 살고 있는 해충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래서 텃밭에 꽃이 다양하고 많을수록 이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져 더 많은 개체가 살게 되지요.

텃밭에 여러 꽃이 만발하면 기생자 말고 포식자도 여럿 찾아오게 됩니다. 포식자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편가(generalist)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specialist)입니다. 말 그대로 보편가는 가리는 것 없이 다양한 해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뜻하고, 전문가는 특정한 먹이만 골라서 먹는 걸 가리킵니다. 보편가에는 풀잠자리, 집게벌레, 거미, 딱정벌레 등이 있고, 전문가에는 무당벌레, 꽃등에 등이 포함됩니다.

최근 농경지에 일부러 꽃을 심어 천적을 유인해 해충을 방제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한 결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10년대에 들어와 트랩식물을 이용한 해충 방제법을 실험한 연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인 것이 사실입니다. 생태계의 역학을 이용한 자연적인 방제법보다는 무언가를 만들어 뿌리는 쪽에 중점을 두고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쪽이 훨씬 쉽고, 빠르며, 돈이 되기에 그렇지 않은가 싶네요.

 

해외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30종의 두해살이 및 여러해살이 꽃을 심은 스위스의 사과 과수원에서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질경이둥글진딧물(Dysaphis plantaginea)의 피해가 몇 년 동안 경제적 한계선 이하로 상당히 감소.

-20종의 한해살이, 두해살이, 여러해살이 꽃을 심은 벨기에의 사과 과수원에서 진딧물의 포식자 개체수가 증가하고, 질경이둥글진딧물의 피해는 살충제 없이도 몇 년 동안 경제적 한계선 이하였다.

-프랑스에서 배나무이(Psylla pyrisuga)에 감염된 어린 배나무 근처에 길뚝개꽃, 수레국화, 공작국화 등이 있으면 2주 안에 감염률이 유의미하게 억제되었다.

-프랑스의 사과 과수원에서 익충을 위한 꽃 두둑에 여러해살이 꽃을 심으니, 진딧물의 군집에 무당벌레와 꽃등에의 숫자가 약 60%까지 증가했다.

(이상 <Perennial flower strips -a tool for improving pest control in fruit orchards> 참조)

텃밭의 꽃들에 찾아온 이로운 곤충을 위하여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생울타리를 심는 겁니다. 바람이 심한 곳이라면 바람막이 역할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찾아와 쉬거나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지요. 그리고 같은 이유로 굳이 농지로 이용하지 않는 공간에는 다양한 풀이 자라도록 허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벌이 벌집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곤충들이 숨거나 서식할 수 있는 돌무더기와 나무더미 등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새와 박쥐가 와서 살 수 있게 하는 장치도 좋겠네요. 이 모든 일들이 텃밭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구조를 더 풍부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조치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어떤 종류의 식물을 선택해서 심어야 더 효과가 좋을지 이야기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익충들을 텃밭으로 유인하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식물을 선정해 심어야 합니다.


  1. 천적들이 쉽게 접근해 먹을 수 있는 꿀과 꽃가루(짧은 꽃부리를 가진 식물)를 제공해야 합니다.

  2. 농사철보다 빨리 꽃이 피는 식물이 유리합니다. 농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천적을 지원하고 있어야 나중에 작물을 심었을 때 도움을 받기 쉽습니다.

  3. 농사철 내내 꽃이 계속 피도록 유지할 수 있는 식물을 심어야 합니다. 일찍부터 꽃이 피어 계속 피는 종류나, 아니면 조금 늦더라도 계속해서 꽃이 피는 종류를 선택해 심어야 합니다. 그래야 천적들이 텃밭에서 계속 머물며 우리의 농사를 도울 수 있지요.

  4. 꽃을 심는 게 좋다고 하여 해충이 유난히 좋아하는 걸 심으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자료를 잘 검색하여 천적들이 좋아하는 걸 골라서 심도록 하세요.

  5. 크게 자라는 것보다는 작게 자라는 식물이 관리하기에 편합니다.

  6. 한해살이보다는 두해살이나 여러해살이가 더 좋습니다. 한해살이는 해마다 파종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말이죠.

  7. 꽃밭의 식물 군집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풀도 함께 자라게 하지만, 그들이 너무 우점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꽃과 풀의 비율이 2:8 또는 3:7 정도가 되도록 해야 좋답니다.

  8. 마지막으로, 자신이 농사짓는 텃밭의 환경과 토양에 적합한 걸 골라 심어야 하겠지요.


그림1 텃밭의 꽃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천적의 비율. 기생성 말벌이 여기에서 발견되는 생물다양성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2곳의 과수원에서 3년에 걸쳐 평가함. 출처: Interreg TransBioFruit project 2008–2014).


그림2 기생성 말벌의 알을 가득 지고 있는 박각시나방의 애벌레. 출처: https://harvesttotable.com/parasitic-wasps-beneficial-insects/

 

그림3 진딧물이 있다면 어디서든 나타나는 무당벌레.

 

 

그림4  농경지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조치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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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꽃은 어떤 것인가요? 특별한 날 선물로 받는 것? 아니면 집 안을 화사하게 꾸미기 위해 장식하는 것? 보통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를 위한 것이라는 답이 일반적이겠지요. 그런데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꽃은 좀 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얼마 전 출간된 저의 번역서인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 주제입니다만, 텃밭의 작물에 꼬이는 여러 해충을 방제할 목적으로 다양한 꽃이 활용되어 왔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동반식물'이란 이름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링크 참조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서로-돕고-의지하는-동반식물)

이 농법의 핵심은 바로 텃밭이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높여 그로 인한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기농업 또는 생태농업이라고 하여 단순히 농약과 비료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텃밭과 작물에서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주어 자연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고 근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목적으로 바로 꽃이 피는 식물을 활용한다는 겁니다.

그럼, 어떤 식으로 텃밭에 꽃을 추가하느냐 하면, 물론 작물 사이사이에 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나중에 작물을 관리하거나 수확할 때 무진장 귀찮고 괴로워질 수 있으니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텃밭의 둘레에, 또는 텃밭의 군데군데, 그도 아니면 두둑 사이에 다양한 꽃의 띠를 형성하는 게 관리하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꽃을 심으면 첫째, 그곳에 찾아와 서식하는 여러 종의 포식자, 기생자, 수분매개자에게 매력적인 텃밭 생태계의 복잡성을 향상시킵니다. 둘째, 텃밭의 꽃들은 천적의 개체군을 유지하고 더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피난처와 먹이(꽃가루, 꿀, 대체 먹이)를 제공합니다. 셋째, 작물 근처에 꽃을 배치하면 포식자와 기생자가 해충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특히 작고 이동을 잘하는 해충에 대한 생물학적 방제의 효율을 증가시킵니다. 넷째, 꽃을 심어 놓은 곳의 교란되지 않는 토양은 딱정벌레와 거미 같이 해충의 애벌레를 잡아먹는 이로운 절지동물에게 좋은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그림. 꽃으로 인해 증진되는 해충과 천적의 상호작용 

출처: <Perennial flower strips – a tool for improving pest control in fruit orchards> , Technical guide, 2018, no.1096>

 

텃밭 주변에 널린 것이 꽃이고 풀인데 귀찮게 일부러 꽃을 심을 필요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자연 식생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에 대안적인 농법을 궁리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깊이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부러 조성한 꽃 두둑에서 발견되는 천적의 숫자가 그냥 풀밭이나 자연 식생에 비해 2배 이상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농약이나 생물농약 또는 직접 만든 천연농약 같은 걸 쓰지 않고 생태계의 균형을 이용해 농사지을 수 있다는 데 시도해 볼만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분양받은 텃밭의 면적이 5평, 10평으로 작은 분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텃밭 면적이 되는 분이라면 적당한 곳에 꽃을 위해 땅을 할애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도시의 텃밭이 지닌 매력 가운데 하나는 협동의 힘이 발휘될 수 있다는 데에 있지요. 텃밭을 분양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의논한 다음 적당한 장소에 공동으로 꽃 두둑을 조성하는 건 어떨까요? 텃밭의 농장주와 상의해서 조성해 볼 수도 있겠지요. 궁리하고 또 궁리하고 궁리하면 통하는 길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계절로 볼 때, 이 방법을 당장 적용하기란 어려울 겁니다. 이제 벼과 식물 이외의 풀들에겐 크나큰 시련인 장마가 찾아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마가 물러가고 가을에는 시험 삼아 적용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계획을 짠다면 좋을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텃밭의 꽃 두둑에서 발견되는 천적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의 생물학적 방제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특성을 가진 꽃들을 선택해서 심으면 좋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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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바람들이 농장에서 농사짓던 시절, 안철환 선생님께 ‘헛골’ 농사법이란 말을 처음 배웠습니다. 헛골, 다시 말해 ‘가짜 골’에다 씨앗을 심는 농사법이란 뜻입니다.

왜 '가짜 골(헛골)'일까요? 처음에는 두둑 위에다 골을 탄 다음 거기에 씨앗을 심기에 골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사이갈이 김매기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북주기를 통해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두둑으로 변모하기에 가짜 골이라 합니다. <임원경제지>로 유명한 조선 후기의 서유구 선생이 조선에 더 널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견종법畎種法이 이와 같은 방식입니다.


 

<그림 서유구 선생이 제시한 두둑 만드는 방법. 정명현, 2012, <조선시대 견종법 보급론의 확대>, 한국농업사학회, 11권2호에서.>

 

이 농법은 이후 일제강점기 다카하시 노보루란 농학자의 조사 자료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널리 퍼졌던 농법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지금은 거의 사라져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농법도 변한 겁니다.

각설하고, 먼저 이 헛골 농법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봄 가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여름의 강한 비바람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1. 작물의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1. 노동력 절감에 도움이 된다.크게 이렇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골을 타서 씨앗을 심기에 파종한 곳이 주변부보다 움푹하게 밑에 있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봄철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시기이죠. 바람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분을 날려 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씨앗은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서 수분 상실에서 보호되고, 또 아침저녁으로 맺히는 이슬 등으로 수분을 보충할 수 있기도 하여 찔레꽃 필 무렵이면 찾아오는 봄 가뭄의 부족한 강우량에도 싹이 잘 터서 자라는 이점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그렇게 하여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비바람이 거세어지게 됩니다. 그럴 때 사이갈이 김매기 작업을 하며 작물에 북을 준 흙무더기로 보호를 받아, 그러한 조건에서도 작물이 잘 버티며 성장하게 되지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미난 사실은, 작물에 북을 주면 새로 흙에 묻힌 곳에서 막뿌리가 나오는 작물들이 있습니다. 모든 작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헛골 농법으로 재배하는 작물 가운데 그런 게 많지요. 이 막뿌리가 흙에 있는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수행해, 작물이 더 잘 성장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북을 주면서 잡초까지 잡는 건 이 농법의 덤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랑과 두둑의 풀을 잡기 위하여 북을 주면서 흙의 모세관을 끊어져 뜨거워지는 여름 날씨에도 지표면에서 수분의 증발이 덜 되도록 도와 작물이 충분히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잡초와의 경쟁도 줄어들기에 작물의 성장에 더 이로운 환경이 조성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오는 작업을 북주기라는 단 하나의 작업으로 해결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작업을 통해 김매기+수분 확보+막뿌리의 발달+작물의 성장+수확량 증가 등의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림 멕시코의 전통 농법에서 옥수수를 재배할 때 활용하는 헛골 농법. 바람이 강한 지역이라 옥수수가 쓰러지는 걸 줄이기 위해 이와 같은 농법이 발달했다고 한다. 스티븐 글리스만, <농생태학>, 2015, 86쪽에서>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농법이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시대가 변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새로운 농자재가 도입된 영향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바로 한국의 농업에 백색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농업용 비닐 말이지요. 비닐을 덮으면, 작물이 자라고 있는 곳의 흙은 더 이상 손을 댈 필요도 없고 손을 대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비닐을 쓰는 곳에선 처음부터 높은 두둑을 지어서 비닐을 덮고 아예 수확할 때까지 그대로 농사가 끝날 때까지 가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작물이 자라고 있는 중간에 비닐을 벗겨내는 일은 거의 없지요. 물론 비닐이 가져온 효과는 엄청납니다. 괜히 백색혁명이라 부르는 게 아니지요. 하지만 자연의 현상을 이용해 농사에 여러 이로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점을 따져본다면 헛골 농법이 여전히 장점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작은 규모로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농법이 아닐까 합니다. 주말농장이 우후죽순 생기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 작은 텃밭을 분양받아 다들 검은 비닐을 두둑에 덮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5평, 10평 정도면 한 30분 쪼물락거리면 금방 풀을 잡을 수 있는 규모인데 말이죠. 비닐 없이도 재미나게 잘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그랬을까요?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일 겁니다.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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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주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인구 증가와 경제 활동 등으로 인해 자연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지구의 동물과 식물 100만 종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지요.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92900.html

지난번 글에서 우리 인간이 생산성을 위해 식물을 길들여 온 방법을 살펴보았는데, 그와도 연결되는 문제이기에 소홀히 넘길 수 없습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하여 생산성이 높은 작물을 개발할 필요가 생겼고, 인간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사라지는 것과 비견될 수 있게, 바로 논밭에서 다양한 품종의 작물들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논밭에서 작물의 다양성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논밭에 작물이 다양하면 그를 선호하는 갖가지 미생물이나 곤충이 찾아오고, 그러면 또 그러한 미생물이나 곤충을 먹이로 삼는 생물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논밭에서 제한된 몇 가지 생물, 즉 작물만 살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만큼 논밭의 다양성이 낮아지고 다양성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생태계 서비스도 사라지게 되죠. 그래서 근대 산업사회를 생산성의 최대화를 위해 균일성을 실현한 시대라고 정의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그보다는 최대한 다양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논밭에서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예전부터 활용되던 사이짓기, 섞어짓기 같은 농법이 그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농법은 한마디로,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다양한 작물이 함께 재배될 수 있도록 실행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밭에 고추도 자라지만 들깨도 있고, 대파도 함께 자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섞어서 재배하면 고추에 몰리는 해충을 들깨와 대파의 향이 쫓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또한 옥수수가 자라는 옆에 덩굴콩을 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거름이 많이 필요한 옥수수의 요구를 질소를 고정시키는 능력이 있는 콩이 보완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옛날부터 많이 이용되던 방식이었습니다.

(가)                                 (나)

<그림 농업생태계에서 알파 다양성과 베타 다양성. Stephen R. Gliessman, <Agroecology>, CRC Press, 2015. 207쪽에서 인용.>

 

자,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와 같은 모습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두 그림 모두 똑같이 세 가지 작물을 사이짓기 또는 섞어짓기로 재배하는 모습입니다. 각각의 작물을 개별적인 두둑에 심는 것이나, 한 두둑에 한꺼번에 심는 것이나 세 가지 작물을 심는다는 내용은 같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네모 칸 안만 보면 한 가지 작물만 들어 있는 (가)보다 (나) 쪽의 다양성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농지의 전체에서 보자면, (가) 쪽의 다양성도 높아집니다. 그러니까 더욱 넓은 농지에 작물을 심더라도 왼쪽과 같이 여러 작물을 배치하여 재배하면 작물의 다양성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관리의 용이성까지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실제 농업 현장에서 섞어짓기나 사이짓기가 기피되는 이유 중 하나는 관리의 복잡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물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한 번이면 될 일을 두 번, 세 번 해야 하게 되지요. 그런데 (가)처럼 여러 작물을 배치하여 관리한다면 그러한 수고를 덜 수도 있을 겁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논밭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텃밭 수준에서는 한정된 면적 때문에 한 두둑에 여러 작물을 심을 수밖에 없어 자연히 사이짓기, 섞어짓기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좀 더 규모가 큰 농장 수준에서는 두둑별로 각각의 작물을 심어서 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실제로 서구의 유기농 농장을 보면 그런 식으로 관리하는 곳이 많이 보입니다. 처음엔 그 모습을 보며 땅덩어리가 넓어서 저렇게 농사짓는가 했는데, 이러한 원리를 실천하느라 그러는 것 같습니다. 유기농가라고 해도 논밭의 모습이 소수의 작물로 가득한 관행농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생각할 만합니다.

그림 괴산 지역에서 만난 전형적인 소농의 밭. 콩 사이사이에 옥수수를, 그 가장자리에 비수수를 심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다양한 작물이 함께 자라는 텃밭의 모습.

 

 

그림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Push-Pull 농법. 옥수수 사이사이에 그 해충인 선충과 조명나방 등을 쫓는(push) 식물을 심고, 가장자리에는 해충들을 유인하는(pull) 사료작물을 심어 다양성을 이용해 옥수수의 수확량을 높이는 농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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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농민이 육종가이던 시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바로가기)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런 상황은 크게 변합니다. 그러한 변화의 기원은 생물 시간에 많이 들었던 멘델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요. 작물 육종의 역사에서 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이라 부르는 그의 발견은, 사실 발견 당시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른 식물학자들이 비슷한 연구를 통하다가 이전의 선행연구를 찾다가 멘델이 발표했던 논문을 발견하면서 재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멘델의 법칙의 재발견"이라고도 부르지요. 아래 도표를 보세요. 멘델의 유전법칙만 눈에 띄게 되어 있지요. 그만큼 그의 발견이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멘델의 실험 이후에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어느 날 갑자기 훌륭한 결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 그중에서 굵직한 일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1880년대에는 라이밀의 육종이 이루어졌네요. 이는 밀과 호밀을 인공적으로 교잡한 신품종인데, 첫 교잡은 1875년에, 첫 타가수정은 1888년에 이루어졌답니다. 이걸 꼽은 이유는 예전에 농민들에 의한 육종은 농경지에서 우연히,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교잡과 돌연변이에 의존했다면, 이 무렵부터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행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를 기점으로 수많은 육종 시도를 통해 새로운 품종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시도와 경험이 바탕이 되어 1900년대 중반에는 그 유명한 "녹색혁명"이란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시 위의 도표를 보세요. 1900년에는 교잡 육종이란 게 시작됩니다. 이는 인간이 어느 한 작물의 꽃가루를 다른 작물의 꽃에 의도적으로 수분을 시키는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유전자가 어떻게 조합되어 어떤 특성이 발현되느냐에 달린 문제라서요.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인간이 마음을 먹으면 그걸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농민의 육종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1920년이 되면 처음으로 "잡종강세"라는 자연현상을 이용한 육종이 시작됩니다. 이 무렵부터 우리가 흔히 신품종 또는 개량종이라 부르는 F1 품종이 상품화되면서부터 종자 시장을 석권합니다. 잡종강세라는 건 어느 생물에게서나 다 일어나는 현상으로, 흔히 부모보다 나은 자식이 태어나는 걸 가리킵니다. 작물의 경우 A라는 작물 품종과 B라는 작물 품종을 교잡시키면 그 자손의 첫 세대, 즉 F1에서는 부모들이 지닌 유전적으로 우세한 특성이 발현됩니다. 이 현상을 이용해 A와 B라는 작물의 품종에 있는 인간이 바라는 특성만 F1에서 발현되도록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하여 씨앗을 나누며 함께 쓰는 방식의 시대에서 종자를 사고 파는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에도 작물 육종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과 발전을 거듭하여, 돌연변이 육종법 같은 방식도 나타납니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X선이나 방사선,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식물에게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하도록 한 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하나의 품종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육종법입니다. 멘델이나 그 이후의 학자들이 연구한 건 유전학(Genetics)이다. 유전이란 이런 것이고, 유전자가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학문이 유전학이라면,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인간의 목적에 따라 조작하고 가공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를 이용해 인간의 입맛에 맞는 작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온 것입니다. 그렇게 개발한 작물이 처음으로 상용화된 것은, 다들 잘 알다시피 1996년 미국에서부터입니다. 지금은 그 영토가 엄청나게 확장되어 신대륙이라 부르는 남북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반면, 구대륙인 유럽과 아시아 쪽에서는 그에 대한 반대와 반발로 그다지 널리 퍼지지 않았습니다.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탄생한 유전자변형(GM) 작물을 파괴의 씨앗이니 악마의 작물이니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전자변형 작물은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같다고나 할까요. 그들은 모두 우리 인간 사회가 요구하여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유전자변형 작물은 인간의 사회와 시대적 요구가 탄생시킨 것으로서, 이들 자체를 악한 대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기술로 만든 작물을 인간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 것인지 합의하고 조율해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라 간단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최근 중국의 허젠쿠이라는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기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그 방법을 식물에 활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방법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전자 편집 작물이 상용화되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유전공학의 육종법은 인간이 의도하는 바를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식물에게서 구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으며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 20세기 인간의 산업사회가 무섭게 확장되면서 내건 기치 -생산성, 효율성, 균질성 등등- 가 인간의 경제와 문화는 물론 과학과 농업에도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21세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여전히 20세기의 가치가 유효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중요시하고 흐름의 방향을 바꿀지? 육종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이러한 문제까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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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먹을거리 등으로 식물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역사 시간에 배운 것처럼,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이른바 "신석기 혁명" 무렵보다 더 오래전부터 식물을 이용했을 겁니다. 실제로 그 시기보다 더 오래된 구석기 시대의 유적에서도 식물을 이용한 여러 유적과 유물들, 그리고 식물체들이 발굴되고 있지요. 당시에는 수렵과 채집이라는 생업 방식을 통하여 야생의 식물을 먹을거리로 이용했을 겁니다.

그러다가 농경이 시작되면서는 식물을 이용하는 양상이 확 달라집니다. 야생의 식물을 인간이 목적하는 바에 따라 길들이는, 이른바 작물화 과정을 겪게 되었습니다. 서아시아 쪽에서는 그 지역에서 발굴되는 작물과 관련된 여러 유물을 통해 대략 1만 년 전을 전후하여 밀이 작물로 길들여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밀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 때문에 그렇지 여타의 식물들도 작물로 길들여지기 시작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농업을 선택한 농경민들은 여러 가지 식물을 작물로 길들이게 됩니다. 인간이 어떠한 식물을 작물로 길들이고, 또 그 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육종(breeding)이라 부릅니다. 그를 위하여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도입 육종"이라든지, "분리 육종"이라고 부르는 방법입니다. 도입 육종은 말 그대로 한 작물이나 그 품종들을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 외부의 다른 지역에서 가지고 들어와 재배하는 것을 말합니다. 토종 씨앗을 수집하러 가서 할머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한번쯤 듣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거? 이거는 내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거야. 친정 엄마가 이게 좋다고 해서 가져 왔지."

이런 류의 이야기 아니면, 

"그거 내가 이웃 마을에 갔더니 그게 좋다고 해서 얻어다가 계속 심는 거지." 하는 식의 이야기 말이지요.

 

이렇게 어떤 작물의 씨앗을 외부에서 새로 가져와 재배하는 육종법을 도입 육종이라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분리 육종은 이런 방식입니다. 어느 농민이 어떤 작물을 어떠한 농경지에서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자연적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든지, 아니면 자연 교잡을 통해서 기존의 것들과 달리 요상하게 생기거나 맛이 다르거나 색이 다른, 아무튼 무언가 다른 특성을 보이는 개체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럼 눈 밝고 부지런한 농민 같은 경우, 그걸 그냥 허투루 넘기지 않지요. 그 개체의 씨앗을 따로 받아서 잘 챙겨 놓았다가 이듬해에 다시 그것만 따로 심습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내가 원하던 특성을 지닌 작물도 나오고, 아닌 작물도 나오고 제각각이 나타납니다. 그럼 그중에서 또 내가 원하는 특성을 지닌 것만 따로 골라내 씨앗을 받아 이듬해에 또 심고, 다시 골라내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드디어 내가 바라는 특성만 나타나는 품종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고정이 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이게 바로 분리 육종의 과정입니다.

과거의 농민들은 대략 이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서 오랜 옛날부터 새로운 품종, 이른바 신품종이라거나 개량종이라 부르는 걸 만들어 왔습니다. 그때는 농민이 곧 육종가인 시대였던 것이지요. 농민이 육종가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던 시대는 현대 과학이 그를 대신하며 끝나게 됩니다.2부에서는 그 일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느덧 봄이 왔습니다. 올해 텃밭에는 어떤 씨앗을 심으려고 하시나요? 혹시 가능하다면 나만의 작물을 직접 육종하는 일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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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9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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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건강만이 아니라, 지구 자체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해마다 인간이 생성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은 우리가 세계를 먹여살리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 대부분은 소가 방출하는 메탄, 화학비료의 질소산화물, 작물의 재배나 가축의 사육을 위한 산림 파괴 등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가스는 지구의 대기권에 열을 가두어 놓게 한다. 온난화된 세계에서 홍수나 가뭄 같은 극한의 기상이 빈번해지고 심해져, 작물을 파괴하고 농사철을 방해한다. 그 결과 기후위기는 이미 먹을거리 공급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농업의 과제는 광대하며, 세계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늘어날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새로운 기후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는 세계의 토지 이용, 농업 및 인간 식단의 급격한 변화 없이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C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목표를 지닌 온실가스 배출 억제 노력은 실패할 것이라 경고한다.

환경이나 복지의 다른 측면을 해치지 않으며 영양가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먹을거리 체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상실과 오염을 반전시키면서 수십억의 사람들을 부양할 충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여기에 고고학자와 인류학자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World Archaeology에 실린최근 논문은 과거의 농업 체계를 탐구하여 그것이 오늘의 농업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남아메리카의 운하와 옥수수

세계에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방식을 실험한 오랜 역사를 지닌 사회들이 있다. 이러한 과거의 성공과 실패는 인간이농업을 통해 어떻게 지역의 환경을 변형시켰으며, 수천 년 동안 토양의 특성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고대의 농법이 늘 자연과 균형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 초기의 먹을거리 재배자들이 과도한 방목이나 관개를 잘못 관리해 토양 염분을 높여 자신의 환경을 손상시켰다는  증거들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먹을거리 재배 체계가 토양의 질을 개선하고, 작물의 수확량을 증가시키며,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한 사례도 많다. 

한 사례가 잉카 이전의 남아메리카에서 기원하여, 기원전 300년-기원후 1400년 사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와루와루Waru Waru라 알려진 그 체계는 수로로 둘러싸인 높이 2미터, 너비 6미터의 높임 두둑들로 이루어졌다. 티티카카 호수 주변에서 1960년대에 연구자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이 높임 두둑 체계는 이후 수십 년 동안 볼리비아와 페루의 습지와 고원 지역에 도입되었다. 


와루와루에서 이용되는 운하는 기후변화에 더 탄력적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돕는다.



어떤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대부분은 지역의 농민들이 화학물질을 이용하지 않고도 작물의 생산성과 토양비옥도를 개선하도록 해주었다. 지역의 다른 농법과 비교하여, 높임 두둑은 가뭄 기간에 물을 포획하고 비가 너무많이 오면 물을 배출한다. 이렇게 연중 작물에 관개를 한다. 운하의 물은 열을 보유하여 두둑 주변의 기온을  1°C 정도 높여 서리로부터 작물을 보호한다. 수로를 서식지로 삼는 물고기가 먹을거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아직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오늘날 이러한 와루와루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습지 가운데 하나인 볼리비아의 야노스 데 목소스Llanos de Moxos를 포함한 남아메리카 전역의 농민들이 자주 활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홍수와 가뭄의 증가에 와루와루 농업이 더 탄력적일 수 있다. 또한 한때 작물 재배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열악한 서식지에서 먹을거리를 재배할 수 있어, 열대우림을 벌채하는 압박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해충을 방제하는 아시아의 물고기

대규모 단작은 오늘날 사람들에게 훨씬 친숙한 농법이다.  이는 광대한 농지에 더 쉽게 관리하며 많은 수확량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유형의 작물만 재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토양비옥도를 떨어뜨리고, 자연서식지를 손상시키며,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이런 농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비료는 하천과 바다로 침출되고, 농약은 야생생물을 죽이고 내성을 지닌 해충을 만든다.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다양한 가축을 사육하며, 보존을 위해 여러 서식지를 남겨두면 앞으로 있을 날씨의 충격에 먹을거리 생산을 더 영양가 있고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생계를 창출하고 생물다양성을 재생할 수도 있다. 

고려할 것이 많은 것 같지만, 여러 고대의 농법이 단순한 수단으로 이러한 균형을 이루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에도 이용된다. 중국 남부에서, 농민들은 한나라 후기로 거슬러올라가는 방식으로 자신의 논에 물고기를 추가한다.  

물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을 추가하기에, 이러한 체계는 일반적인 벼농사보다 더 많은 먹을거리를 생산한다. 일반적인 벼의 대규모 단작과 비교해 또 다른 장점은 농민들이 비싼 화학비료와 농약을 절약한다는 점이다.  – 물고기가 잡초와 벼멸구 같은 해로운 해충을 잡아먹어 천연 해충 방제를 제공한다. 


벼논양어의 논은 더 많은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화학 농약을 더 적게 사용한다. 


아시아 전역의 연구에 의하면, 벼만 재배하는 논에 비교해 벼논양어의 논은  벼 수확량이 최대 20% 정도 증가하여, 가족이 자급하며 잉여 농산물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벼논양어 논은 소농의 공동체에 필수적인데, 오늘날 대규모 단작의 벼 또는 양식업을 확장하려는 대기업에 밀려나고 있다. 

벼논양어 농법은 물을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생성하는 농화학물질을 덜 쓰면서 현행 대규모 단작보다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다.  

이들 고대의 농법이 거둔 지속적인 성공은 우리가 전체 먹을거리 체계를 재구성하여 100억 명의 사람을 부양하는 한편, 야생생물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탄소를 격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미 있는 걸 다시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걸 찾아 미래에 적용시켜야 한다.  


https://theconversation.com/feeding-the-world-archaeology-can-help-us-learn-from-history-to-build-a-sustainable-future-for-food-11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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