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인 농학자들은 조선의 농법으로 맥류와 콩의 사이짓기가 특징의 하나라고 꼽았습니다. 현재는 많이 사라져 거의 남아 있지 않는 농법이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여러 이유로 서구의 농민들이 과거 우리의 농민들이 행하던 사이짓기 농법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호밀 사이에서 대두가 자라는 모습을 한국이 아닌 미국의 농지에서 볼 줄이야... 그래도 반갑네요.

 

https://non-gmoreport.com/articles/cover-crops-gaining-ground-u-s/?fbclid=IwAR3XqmVWuwLxJwJWiM9kVDZVgeHCEC6MMojr_MCNTb1RoNirqADb0JhaBuY

 

Cover crops gaining ground in the U.S.

More farmers growing cover crops to prevent erosion, protect waterways, and regenerate soils

non-gmo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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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문협에서 또, 좋은 책을 출간했네요.

그동안 계간지 등에 실린 농가만의 비법(?)을 간추려 모은 책이라 합니다. 얼마전 제가 한국어로 옮긴 <ㅅ자형 벼농사>도 실려 있네요.

자, 구매해서 읽으세요.

http://toretate.nbkbooks.com/9784540201189/?fbclid=IwAR1zgyJZUAn6gTJObTxSYyRKzFqkk1qXw899zSGAVyIPHOdTE0DiKibjL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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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정 선생님 부탁으로 요즘 한국어로 옮기고 있는 '헤 자형 벼농사'라는 책이다. 일본어 헤 자는 한국어의 'ㅅ'으로 옮겨도 무방하다 생각해 나는 이 책을 "ㅅ자형 벼농사"라고 명명했다.

 

 

요지는 이것이다. 벼의 생리를 이용해 최대한 본성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농사짓는다.

벼는 가지치기가 가장 중요한 특성인데, 현대의 벼농사 이론에서는 벼의 초기에 비료를 때려 넣고 그 힘으로 모판에 볍씨를 빽빽하게 파종하고 모도 빽빽하게 심어서 자라게 하느라 제대로 가지치기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본인은 V자와 반대로 초기에 거름을 거의 주지 않고 볍씨를 드물게 파종하고 모도 1~2포기만 벙벙하게 심어서 벼가 지닌 가지치기의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벼농사가 ㅅ자형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의 전통농업이라 부르는 벼농사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 모를 늦게까지 짱짱하게 키워 모내기를 좀 늦게 한다든지, 모의 간격을 사방 30cm 안팎으로 잡는다든지 하는 점들 말이다. 또 물 관리도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좀 더 세밀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은 아무래도 비배 관리라고나 할까? 이 책에서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는 걸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의 농사를 경계할 뿐이다.

 

아무튼 벼농사를 전업으로 삼는 사람은 참고할 만한 내용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생초짜라면 쉽게 이해가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사람이라면 사진과 함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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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성 질소(Nr)의 육상 투입재에 대한 행성의 경계가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반응성 질소의 투입재와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콩과작물은 토양 박테리아와 공생하며 이질소(N2)를 고정시키고 토양의 질소 자원을 이용하는데, 곡식보다 덜 효율적일 때도 있다. 곡식과 콩과작물을 사이짓기하면 토양의 질소 이용 효율을 증가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린 홑짓기하는 콩과작물이 토양으로부터 약 142조 그램/1년의 질소를 획득한다고 추정한다. 이는 콩과작물이 질소비료의 평균 40%를 회복시킨다고 가정할 때, 모든 작물에 사용하는 세계의 합성 질소비료(1090조 그램/1년) 가운데 1/3에 해당한다. 15N 안정동위원소 방법을 채용한 콩과작물-곡식의 사이짓기 실험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사이짓기에서 경쟁 상호작용과 상호보완적인 질소 획득으로 인해 곡식이 토양의 질소 자원 이상을 회복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사이짓기한 콩과작물은 홑짓기로 재배된 콩과작물과 비교해 대기에서 더 많은 질소를 추출해낸다. 우린 사이짓기에서 증가한 질소 이용 효율이 화석연료 기반의 질소비료에 대한 요구를 전 세게적으로 26%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한 우리의 추산에 의하면, 현행의 모든 콩과작물 홑짓기를 곡식과 사이짓기하는 걸로 대체하고, 또 곡식 홑짓기 지역의 일부를 사이짓기로 대체하면 잠재적으로 토지의 절약을 달성할 것이다. 사이짓기는 수확량의 안정성과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증가시키고, 해충 문제를 감소시키며, 농화학물질에 대한 요구를 줄이는 것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촉진하는 여러 장점이 있다. 사이짓기에 의한 작물 다양화는 세계의 합성 질소비료 요구를감소시키고, 그 결과 더 지속가능한 작부체계를 개발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https://link.springer.com/epdf/10.1007/s13593-020-0607-x?author_access_token=9dujOQ8NmuQ5wL8lmYeUuPe4RwlQNchNByi7wbcMAY47jJYi8sEjy3qtU-u6tsrDqIwiFQ0_OtwR5sbBmTL45IodUPLqbnqWQRVAPgvuo030NRHSn0mWBscqGBH1UWE_8ptZlQKYQ2smqqU2M4TkpA%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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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로 콩밭을 지키는 효과를 보려고 설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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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오리 농법.

 

방글라데시에선 벼를 거둔 논에 오리를 풀어 먹이 활동을 하게 한다. 이들이 돌아다니며 여러 작은 동물을 먹어치우고, 그러면서 똥오줌도 싸며 싸돌아다닌다. 그러한 생태계 과정을 통해서 농사에 여러 혜택을 가져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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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9년의 마지막 기고입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하다가, 오늘은 ‘농사’와 ‘작물’을 짚어본 뒤 글을 마칠까 합니다.

농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뒤 한 관련 강연에서 농사의 농農이란 글자를 풀어보면 ‘별(辰)의 노래(曲)’이고, 농부는 그러한 별의 노래를 듣고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창 농사에 대한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던 때인지라 그 이야기에 속된 말로 뿅 갔지요.

농사란 별의 노래를 듣는 일이라 믿으며 흙을 어루만진 지 어언 몇 년,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별의 노래를 듣는 일은 너무 낭만적이고 고상한데, 인간은 왜 이 고역과도 같은 일을 시지프스처럼 계속 되풀이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생기자마자 당장 한자사전을 뒤져보았습니다.

농農 자가 노래 곡曲과 별 진辰으로 형성되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별의 노래라고 풀이한 게 너무 1차원적인 해석이었던 겁니다. 한 글자씩 더 따지고 들어가보면 이렇습니다. 曲은 노래라는 뜻 이외에 구부러져 있다는 뜻이 으뜸입니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작은 변화가 있는 일이란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갑골문에서는 자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즉, 인위적인 것이 전혀 없는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여 구획 등을 만들며 변화를 일으킨 모습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출처 한자로드 신공윤>



이때, 이렇게 자연에 구획을 정하고 나누며 변화를 일으키는 도구가 바로 辰입니다. 이 글자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개가 발을 내민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농기구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 합니다. 갑골문을 보면 과연 그렇게 생겼습니다. 농사를 아는 사람의 눈에는 따비나 보습이 달린 쟁기처럼 보일 겁니다.




<그림 출처 한자로드 신공윤>



자, 곡과 진의 기원과 뜻을 알고난 뒤 農이란 글자를 다시 봅시다. 이 글자가 과연 별의 노래를 뜻할까요? 농부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존재가 맞습니다. 자연과 맞닿아, 자연 속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그대로 놔두며 보고 즐기기만 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가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본인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잘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연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게 본인에게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오래오래 잘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글자의 의미로만 본다면, 農이란 자연 안에서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의지를 행사하는 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별의 노래를 듣는 일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작물作物이란 글자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습니다. 작물은 식물植物은 식물이지만 자연의 일반적인 식물과는 다릅니다. ‘짓다, 만들다’라는 뜻을 지닌 作이란 글자에서 드러나듯이, 여기에도 이미 인간의 의도와 목적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지난 기고에서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식물에게 그를 실현하는 과정이 바로 육종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작물은 자연 속의 여러 식물과는 그 성질이 많이 달라집니다. 야생의 식물 같은 경우에는 땅속에서 씨앗으로 몇 년 동안이나 잠들어 있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만 조성되면 싹이 틉니다. 하지만 작물은 그렇지 못하죠. 또, 자연의 식물은 작물과 달리 빛과 양분,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하여 씨를 맺습니다. 즉, 작물이란 단어에는 이미 인간의 손을 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자연의 식물로 남아 있었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걸 채집 등을 통해 식용으로 활용했겠지요.

 
농사와 작물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오랜 옛날부터 해오던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 말기 정조의 권농윤음과 그에 답하는 정약용 선생의 대답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정조는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지 각계각층에서 의견을 개진하라는 명을 내리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대체로 농사짓는 방법은 천시天時에 따르고, 지리地利를 분별하고, 사람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낳은 것은 하늘이고, 기르는 것은 땅이고,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천·지·인의 도道가 합쳐진 다음이어야 온갖 농사일이 제대로 되는 것이다.”

 
이에 정약용 선생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대저 농사는 세상의 큰 근본입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는 인화人和가 있은 뒤에야 힘을 합하여 낳고 기르고 성장시키게 되고, 드디어 원기元氣가 유행하여 다 함께 육성됩니다. 별이 운행하는 도수의 구분과 밭두둑과 도랑을 파는 구별,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것과 권장하고 책임지우는 방법은 대개 농사일을 부지런히 힘쓰게 하기 위한 것으로 도인稻人(벼 전문가)이란 관직과 권농관勸農官이란 관직을 설치하게 된 까닭입니다. 농기구를 선택하고 곡식 종류를 분별하며,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것을 도와 부지런하도록 권하며, 곡식과 비단을 징수하여 게으른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융성하던 농사를 감독하여 흥기시키기 위한 요순 시대의 정치였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 속에서 하늘의 때(날씨, 기후 등)와 땅의 이로움(토질, 땅심, 지형 등) 말고도 사람의 힘과 화합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하늘과 땅이란 자연에 순응하고 잘 분별하는 일에 더하여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해 그 힘을 다해야 농사가 잘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아무 때나, 아무 데에나 작물의 씨앗을 휙 던져놓고 무언가 자라면 뜯어먹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행위는 농사가 아닙니다. 하늘의 때를 잘 살피고, 땅의 이로움을 잘 분별하면서 서로 함께 힘을 다하여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일, 그것이 바로 농사입니다. 그리고 이는 도시농부들도 잊지 말고 새겨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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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손에 지지가 묻었다



향긋한 흙내음을 맡으며 호미를 쥐고 정신없이 풀을 뽑다보면 머리를 어지럽히던 잡념도 사라지고 화도 가라앉는 경험은 농사를 짓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그래서 농사가 갖는 이런 매력을 요양원 등에서 이용하는 일이 10여 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치유 농업’이라 하며 농촌진흥청에서 생활습관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약 28% 감소하고, 인슐린 분비능이 약 47%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땀을 흘리며 열심히 육체 활동을 하는 데에서 온 효과일까요? 어떤 일을 하든지 다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저는 이유가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얼마전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미국 연구진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흙에 서식하는 세균에 항염증 및 면역 조절, 스트레스 내성 등의 성질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현대 사회는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몰려 살고 있습니다. 한국도 도시화율이 약 82%에 달합니다. 인구의 10명 중 8명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흙과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에겐 “흙=지지”라며 만지지도 못하게 하거나, 만져도 금방 손을 닦이는 일이 흔하지요.

하지만 현대 도시인은 흙을 접하지 못하게 되면서 흙에 사는 균류 같은 다양한 미생물과 상호작용할 기회도 차단되었습니다. 일각에선 그 결과, 알러지와 천식, 자기염증성 질환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건강 등의 문제가 심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미국 연구진이 발견한 건, 이러한 각종 질환 등을 완화시키거나 막는 데에 흙에 살고 있는 부생성 세균인 마이코박테리움 박케Mycobacterium vaccae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이 세균에는 특수한 지질脂質이 있어 인간의 항염증, 면역 조절, 스트레스 내성 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밝히기 전인 2016년, 연구진에서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한 쥐에게는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 이전에 마이코박테리움 박케를 이용해 만든 백신을 주사하고, 대조군에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두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백신을 맞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와 비교해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와 스트레스 유발성 대장염이 예방되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쥐를 다시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시켰지만 그들에게선 불안이 경감된 것 같은 행동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즉, 백신을 맞은 이후 장기간 항우울제를 투여한 것처럼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때 발견한 사실을 바탕으로 계속 실험을 거듭한 결과, 마이코박테리움 박케에 있는 10(Z)-헥사데센산hexadecenoic acid이라 부르는 지방산만 추출해 면역 세포에 도입하면, 이것이 세포 안에서 퍼옥시좀peroxisome 증식인자 활성화 수용체(PPAR)와 결합해 여러 연쇄적 염증 반응을 차단하는 지질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결국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내성 백신이나 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론 농사를 지으며 흙과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치료제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미생물과 여러 토양 생물이 풍부한 건강한 흙에서 땀 흘리며 농사를 지으면 해결될 일이지요. 더구나 직접 농사를 지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 말고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제발, 우리를 그냥 농사지을 수 있게 땅을 내어주세요.




건강한 흙이 보약이다



마이코박테리움 박케의 효능에 대한 연구논문: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2Fs00213-019-05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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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미역취 잎벌레>


식물과 이야기를 나누면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요. 이완주 선생님의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는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한국 속담에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겁니다. 상식적으로 따져도, 최소한 논밭을 관리하는 농부가 그만큼 자주 가서 작물을 들여다본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런데, 식물들이 수동적으로 소리만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하나둘 발표되고 있어 이목을 끕니다. 코넬 대학의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안드레 케슬러André Kessler 교수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지난 12년 동안 양미역취(Solidago altissima)라는 식물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지난 9월 23일 발표된 그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사람처럼 언어를 소리를 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바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형태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실험한 내용을 이렇습니다. 양미역취라는 식물에 그들을 먹고 사는 미역취 잎벌레(goldenrod leaf beetle)라는 초식동물을 투입한 다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합니다. 미역취라는 식물은 데쳐서 먹으면 미역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요. 그만큼 독특한 냄새가 나는 걸로 유명한데, 각각의 식물체는 서로의 유전자형에 따라 조금씩 다른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미역취라는 식물이 잎벌레에게 공격을 당하자 서로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내뿜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냄새를 느낀 다른 양미역취들이 거리에 상관없이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는 곤충이 다가옴을 알고 미리 대비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통해 연구진은 양미역취가 위기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서 똑같은 언어 또는 경고 신호를 내보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식물이 그런 초식동물을 방어하는 방법은 몇 가지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독특한 향이나 화학물질을 내뿜어 그들의 천적을 불러오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해충이 싫어하는 향이나 화학물질을 내뿜거나, 해충이 싫어하는 맛이 나는 물질을 체내에 가득 합성하는 등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 농법은 다양합니다. 흔히 고추밭 사이에 들깨나 대파 같은 향기가 같은 식물을 심어 해충을 막는다든지, 콩밭 둘레를 만수국이나 금잔화, 코스모스 등을 잔뜩 심어 노린재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잘 알려져 있는 사례입니다. 이전 기고에서 여러 번 소개한 해충의 천적을 유인하기 위한 여러해살이 식물 등의 밭도 그 일환이지요.

 

논밭에는 작물만 심는다는 생각을 바꾸어 여러 식물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꾸미면 여러 가지 농자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많은 혜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가 잃을 것은 작물을 심을 약간의 공간이요, 얻을 것은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건강한 생태계를 통한 여러 이득이지요.




<그림2 농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토마토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하는 유인작물. 해바라기나 수수에서 내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식물체 또는 꽃의 색깔이 해충과 그 천적을 유인해 토마토의 피해를 줄이는 전략이다>




<그림3 그림2의 원리를 적용한 밭의 모습.>


 

 

 

안드레 케슬러 교수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pdfExtended/S0960-9822(19)31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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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말, 사람이 끄는 쟁기에 이어 낙타가 끌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연풍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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