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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문화

일본술

by 石基 2024.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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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액의 힘으로 발효시켰던 누룩 없는 시대의 양조법

 

타액의 힘을 이용해 술을 만들었던 고대인

 

 

2016년에 공개되어 헐리우드에서 실사화가 결정될 만큼 대히트한 영화 <그대의 이름은>에서 주인공 소녀가 귀신 같은 솜씨로 쌀을 씹어서 뱉어 술을 만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사람도 많았던 듯하여 큰 화제가 되었는데, 고대 일본에서는 이와 같이 해서 양조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일본술은 쌀로 만드는데, 쌀 자체에는 당이 없습니다.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그곳에 함유되어 있는 전분질을 분해해 당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라면 그를 위해 누룩을 이용하는데, 일본인이 누룩을 발견한 것은 야요이 시대의 일. 그 이전에 이용되었던 것이 타액의 힘이었습니다. 

타액에는 소화 효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이 곡류의 전분질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듭니다. 밥이나 빵을 입에 넣고 수십 번 씹다 보면 점점 달아지는 것은 소화 효소의 작용 때문입니다.
타액의 작용을 이용해 술을 만들려면, 먼저 영화에서처럼 쌀 등의 곡류를 입에 머금고 잘 씹어서 그것을 용기에 뱉어 냅니다. 그러면 전분질이 타액에 의해 분해되면서 포도당으로 변화하고, 공기 속에 부유하던 효모가 포도당에 달라붙어 알코올 발효를 일으킵니다. 이렇게 만드는 술은 '미인주(口噛み酒)'라고 불립니다.

그 뒤 야요이 시대에 이르러 누룩곰팡이가 발견되자, 현재의 일본술에 가까운 누룩곰팡이를 사용한 술 빚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던 밥에 곰팡이가 생겼기 때문에, 그것을 술 빚는 데 사용했다는 전승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누룩곰팡이가 발견된 뒤에도  미인주가 계승되어 최근까지 빚어졌습니다. 미인주는 신에게 바치는 술로 오래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오키나와의 이시가키섬이나 홋카이도의 몬베쓰紋別 등에서는 미인주를 축제에 사용하는 전통이 남아 있었습니다. 쌀을 씹는 것은 더러움을 모르는 처녀, 또는 무당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많은 남녀가 모여 쌀을 씹어서 용기에 뱉는 지역이나 북을 치거나 노래하면서 쌀을 씹는 지역도 있었던 듯합니다.

 

 

 

 

맛을 판단하기 위하여 확인해야 할 3가지 포인트

 

일본술의 도수, 산도, 아미노산도로 분석

 

한때는 일본술을 마시는 사람이 감소하고 있었던 듯한데, 최근에는 인기도 회복해 젊은 여성이 와인잔에 따라서 마시는 광경도 드물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일본 음식 붐을 따르는 바람이 불어 일본술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의 가게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현지에 발을 옮기는 상인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본술은 실제로 입에 넣어 볼 때까지 맛을 상상하기 어렵고, 스스로 품목을 선택하려 하면 허들이 높은 느낌입니다. 상품 정보에 적혀 있는 것도 대부분 상품명과 긴죠吟醸와 쥰마이純米 정도의 분류입니다.

이 분류에서는 양조 방법의 차이만 알 수 있고, 맛의 차이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맛을 가늠하는 데에는 다음 3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먼저 '일본술 도수'는 쌀의 전분을 쌀 누룩균이 당분으로 바꾼 뒤 이번은 그 당분을 효모가 받아들여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작업을 도중에 그만두게 하면, 당분이 많이 남아 있는 일본술이 됩니다. 반대로,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작업을 오래 계속하게 하면, 당분이 적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일본술이 되는 겁니다. 

일본술의 도수는 물의 비중을 0으로 하여, 플러스 10부터 마이너스 10의 수치로 표시합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플러스로 당분이 많으면 마이너스가 되어, 플러스라면 가라구치(드라이), 마이너스라면 아마구치(스위트)로 표시됩니다.

두 번째는 '산도'입니다. 이것은 석신산succinic acid이나 유산 등 산의 총량을 표시하는 것으로, 산이 많은 만큼 가라구치, 적은 만큼 아마구치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최후는 '아미노산도'입니다. 아니노산이 많은 만큼 감치는 맛이 됩니다.

다만, 일본술의 풍미는 복잡합니다. 일본술 도수의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술을 마셔서 비교해도 실제로는 마이너스 표시의 술 쪽이 드라이한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또한 일본술의 오묘함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풍토가 만든 술 

 

쌀을 발효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수순

 

일본술은 쌀에서, 와인은 포도에서 만든다는 것은 알고 있는대로입니다. 일본술과 와인은 원료의 차이만이 아니라, 양조의 과정도 크게 다릅니다. 

일본술 빚기의 과정은 1)쌀 찧기, 2)쌀 씻기, 3)담그기, 4)쌀 찌기, 5)누룩 빚기, 6)술밑 빚기, 7)빚어 넣기, 8)전국 빚기, 9)진국 술 짜기, 10)불 넣기, 11)저장, 12)물 더하기, 13)병 담기, 14)상품정보 붙이기, 15)출하라고 하는 수고가 듭니다. 

그리고 이중에서 일본술만의 과정이 4)쌀 찌기, 5)누룩 빚기, 6)술밑 빚기입니다. 쌀에는 당분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누룩에 의해 전분을 당화시키고 난 뒤 효모를 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평소 우리가 먹고 있는 쌀과 같은 멥쌀인데, 그 이름 그대로 술에 적합한 특징을 가진 것을 술쌀로 분류합니다.
보통 식용으로 알려진 쌀에 비해 알갱이가 크고, 그만큼 전분질 함유량이 많은 '심백心白'이라고 부르는 중심부도 큰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흡수성이 좋고 산화가 잘 된다는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식용이면 감칠맛의 근원으로 좋아하는 단백질과 지질은 일본술에서는 잡미가 되어 버립니다.
그 때문에 이런 성분이 극단적으로 적은 것들이 술에는 적합합니다. 먹어서 맛있는 쌀은 술에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 물은 어떨까요?
먼저 철이나 구리 등의 금속은 일본술을 산화시켜 버리기 때문에 이러한 성분이 적은 것이 적합합니다.
물에는 경수와 연수가 있는데, 일본술에 적합한 물로 유명한 '효고현 나다灘 지역의 미야미즈宮水'는 경수입니다.
효모의 영양이 되는 미네랄 성분이 많은 경수를 사용한 술은 발효가 빨리 진행되어 드라이하고 깔끔함이 좋은 술이 됩니다.
반면, 미네랄이 적은 연수를 사용한 술은 천천히 발효하기 때문에 쌀의 향기를 남기는 부드러운 맛이 됩니다.
연수를 이용한 경우 시간뿐만 아니라 수고도 들기 때문에, 일본 술에는 경수가 사용되는 일이 더 많은 듯합니다.

 

 

 

묵혀 두었던 일본술과 와인의 맛 변화

 

 

장기 숙성한 일본술이 희귀한 이유

 

일반적으로 고가인 와인은 숙성시키면 시킬수록 맛있어진다고 합니다. 와인의 병에 기록된 빈티지가 중요시되는 한 가지 이유는 그것을 보면 몇 년 숙상시킨 것인지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똑같은 양조술인 일본술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몇 년 된 일본술'이란 표현은 별로 익숙하지 않겠지요. 사실, 일본술의 장기 숙성에 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술에서 장기 숙석이 별로 시도되지 않았던 데에는 원료의 차이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의 수확은 1년에 1번밖에 없고, 수확 이후에는 금방 손상되어 버립니다. 장기보존하기 위해서는 와인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해의 기후 등에 따라서 포도의 생산이 좌우됩니다. 수확된 포도에 따라서 빨리 마시기에 적합한 것도 있다면, 10년 이상 묵혀두는 쪽이 맛있어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곧바로 마시는 것과 장기보존하는 것으로 나뉘게 된 것 같습니다. 

숙성시킨다는 생각의 배경에는 포도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지혜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쌀은 건조시켜 두면 어느 정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포도처럼 곧바로 술로 만들 필요성은 없습니다. 마시고 싶은 분량만 일본술로 만들면 좋았던 겁니다. 그 때문에 말하자면 만들어 둘 필요가 없었습니다. 애초 쌀은 주식이었기 때문에, 오래 보존할 만큼 대량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정도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술은 온도에 따라서 맛과 향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요.

온도가 5도 변하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변한다고 하며, 5도의 차가운 술에서 약 20도의 상온, 약 35도의 체온 정도로 데운 술, 40도의 미지근하게 데운 술, 50도의 따끈하게 데운 술 등 여러 가지 마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숙성을 기다리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장기 숙성주의 독특한 향이나 맛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1985년에는 일본술의 장기 숙성에 관한 기술의 공유와 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한 장기 숙성주 연구회가 발족되었습니다. 

이 연구회에 의하여 정의된 장기 숙성주란 "제조 이후 만 3년 이상 묵힌, 당류 첨가주, 양조주를 제외한" 것입니다. 즉, 3년 이상 묵힌 특정 명칭주(긴죠吟醸, 쥰마이純米, 혼죠우本醸造)를 가리킵니다. 

일본술의 장기 숙성 연구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종류와 숙성에 의한 맛의 변화에 대하여 아직 알 수 없는 점이 많지만, 일반적으로는 숙성시킨 만큼 원만하고 진한 맛이 된다고 이야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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