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함께 용도가 변한 조미료
빛깔만이 아닌 적된장과 백된장의 차이
일본 음식의 양념에서 빠질 수 없는 조미료의 하나로 된장이 있습니다. 된장에는 적된장과 백된장이 있는데, 이 색의 차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색의 차이는 원료인 대두의 종류, 대두를 찌는지 삶는지, 누룩이 많은지 적은지, 발효 도중에 휘젓는지 어떤지 등 많은 요인이 중첩되어 생깁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대두에 포함된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해 색이 짙어지는 현상으로, '갈변'이라고도 부릅니다. 고온 상태나 양조 기간의 길이도 마이야르 반응을 촉진합니다.
대두와 소금을 많이 쓰고, 양조 기간을 오래 하여 적갈색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센다이仙台 된장, 에도 된장 등으로 대표되는 적된장입니다.
이에 반해 백된장은 마이야르 반응을 가능한 한 억제하기 위해 쌀누룩을 많이 쓰고, 짧은 양조 기간으로 완성시킵니다. 적된장에 비해 소금은 적게 함유하기에 오래 보존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반응을 일으키는 당을 가급적 제거하는 궁리도 되어 있습니다. 적된장은 대두를 쪄서 만들 수 있는데, 백된장은 끓인 국물에 녹아 나온 당을 제거하기 위하여 대두를 삶아서 만듭니다. 또한 당이 포함되는 껍질도 제거됩니다. 백된장은 간사이에서 널리 이용하고, 특히 사이쿄우西京 된장이 유명합니다.
핥는 된장에서 마시는 된장으로
현재 된장을 사용한 요리로 가장 유명한 것은 된장국일 것입니다. 그런데 된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는 국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핥아서 맛보는 것이었습니다.
된장은 아스카 시대에 조선반도에서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두만 사용한 콩된장으로 '장醬' '미장未醬' 등으로 불렸습니다. 쌀된장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헤이안 시대에 이르러서입니다. 이 무렵의 된장은 핥거나 두부나 채소에 바르거나 해서 먹는 고급품으로서 서민들이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된장국으로 마시게 된 것은 헤이안 시대 말기부터 가마쿠라 시대. 선승들이 된장을 막자사발로 갈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신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된장이 서민에게까지 널리 퍼진 것은 무로마치 시대 말기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서입니다. 특히 전국 시대에 된장은 쌀이나 소금 같은 군량으로 여겨져, 각지의 장수들은 된장 만들기를 장려했습니다. 현대와 같은 양조법이 거의 확립된 것은 에도 시대 후기가 되면서부터로, 자가용 된장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고급 조미료였던 된장은 오늘날 일식에 빠질 수 없는 친숙한 조미료가 되어, 어느 가정에서나 된장국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육수를 내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빠르게 된장국을 만들 수 있는 육수가 들어간 된장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된장에 가다랑어포와 다시마 육수를 넣은 것 뿐만이 아닙니다. 그러면 된장 속의 효소에 의해 육수의 감칠맛이 분해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가열 처리를 하는데, 장시간 가열하면 이번에는 된장의 풍미가 손상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된장 제조업체는 된장의 급속 가열, 급속 냉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육수가 들어간 된장을 출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육수가 들어간 된장의 등장으로 된장국은 더욱 간편하고 친숙한 요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