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꽃은 어떤 것인가요? 특별한 날 선물로 받는 것? 아니면 집 안을 화사하게 꾸미기 위해 장식하는 것? 보통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를 위한 것이라는 답이 일반적이겠지요. 그런데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꽃은 좀 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얼마 전 출간된 저의 번역서인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 주제입니다만, 텃밭의 작물에 꼬이는 여러 해충을 방제할 목적으로 다양한 꽃이 활용되어 왔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동반식물'이란 이름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링크 참조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서로-돕고-의지하는-동반식물)
이 농법의 핵심은 바로 텃밭이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높여 그로 인한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기농업 또는 생태농업이라고 하여 단순히 농약과 비료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텃밭과 작물에서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주어 자연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고 근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목적으로 바로 꽃이 피는 식물을 활용한다는 겁니다.
그럼, 어떤 식으로 텃밭에 꽃을 추가하느냐 하면, 물론 작물 사이사이에 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나중에 작물을 관리하거나 수확할 때 무진장 귀찮고 괴로워질 수 있으니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텃밭의 둘레에, 또는 텃밭의 군데군데, 그도 아니면 두둑 사이에 다양한 꽃의 띠를 형성하는 게 관리하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꽃을 심으면 첫째, 그곳에 찾아와 서식하는 여러 종의 포식자, 기생자, 수분매개자에게 매력적인 텃밭 생태계의 복잡성을 향상시킵니다. 둘째, 텃밭의 꽃들은 천적의 개체군을 유지하고 더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피난처와 먹이(꽃가루, 꿀, 대체 먹이)를 제공합니다. 셋째, 작물 근처에 꽃을 배치하면 포식자와 기생자가 해충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특히 작고 이동을 잘하는 해충에 대한 생물학적 방제의 효율을 증가시킵니다. 넷째, 꽃을 심어 놓은 곳의 교란되지 않는 토양은 딱정벌레와 거미 같이 해충의 애벌레를 잡아먹는 이로운 절지동물에게 좋은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그림. 꽃으로 인해 증진되는 해충과 천적의 상호작용
출처: <Perennial flower strips – a tool for improving pest control in fruit orchards> , Technical guide, 2018, no.1096>
텃밭 주변에 널린 것이 꽃이고 풀인데 귀찮게 일부러 꽃을 심을 필요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자연 식생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에 대안적인 농법을 궁리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깊이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부러 조성한 꽃 두둑에서 발견되는 천적의 숫자가 그냥 풀밭이나 자연 식생에 비해 2배 이상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농약이나 생물농약 또는 직접 만든 천연농약 같은 걸 쓰지 않고 생태계의 균형을 이용해 농사지을 수 있다는 데 시도해 볼만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분양받은 텃밭의 면적이 5평, 10평으로 작은 분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텃밭 면적이 되는 분이라면 적당한 곳에 꽃을 위해 땅을 할애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도시의 텃밭이 지닌 매력 가운데 하나는 협동의 힘이 발휘될 수 있다는 데에 있지요. 텃밭을 분양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의논한 다음 적당한 장소에 공동으로 꽃 두둑을 조성하는 건 어떨까요? 텃밭의 농장주와 상의해서 조성해 볼 수도 있겠지요. 궁리하고 또 궁리하고 궁리하면 통하는 길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계절로 볼 때, 이 방법을 당장 적용하기란 어려울 겁니다. 이제 벼과 식물 이외의 풀들에겐 크나큰 시련인 장마가 찾아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마가 물러가고 가을에는 시험 삼아 적용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계획을 짠다면 좋을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텃밭의 꽃 두둑에서 발견되는 천적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의 생물학적 방제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특성을 가진 꽃들을 선택해서 심으면 좋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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