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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농사잡록 2 -식물을 길들이는 인간 2부

by 石基 201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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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농민이 육종가이던 시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바로가기)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런 상황은 크게 변합니다. 그러한 변화의 기원은 생물 시간에 많이 들었던 멘델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요. 작물 육종의 역사에서 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이라 부르는 그의 발견은, 사실 발견 당시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른 식물학자들이 비슷한 연구를 통하다가 이전의 선행연구를 찾다가 멘델이 발표했던 논문을 발견하면서 재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멘델의 법칙의 재발견"이라고도 부르지요. 아래 도표를 보세요. 멘델의 유전법칙만 눈에 띄게 되어 있지요. 그만큼 그의 발견이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멘델의 실험 이후에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어느 날 갑자기 훌륭한 결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 그중에서 굵직한 일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1880년대에는 라이밀의 육종이 이루어졌네요. 이는 밀과 호밀을 인공적으로 교잡한 신품종인데, 첫 교잡은 1875년에, 첫 타가수정은 1888년에 이루어졌답니다. 이걸 꼽은 이유는 예전에 농민들에 의한 육종은 농경지에서 우연히,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교잡과 돌연변이에 의존했다면, 이 무렵부터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행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를 기점으로 수많은 육종 시도를 통해 새로운 품종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시도와 경험이 바탕이 되어 1900년대 중반에는 그 유명한 "녹색혁명"이란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시 위의 도표를 보세요. 1900년에는 교잡 육종이란 게 시작됩니다. 이는 인간이 어느 한 작물의 꽃가루를 다른 작물의 꽃에 의도적으로 수분을 시키는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유전자가 어떻게 조합되어 어떤 특성이 발현되느냐에 달린 문제라서요.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인간이 마음을 먹으면 그걸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농민의 육종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1920년이 되면 처음으로 "잡종강세"라는 자연현상을 이용한 육종이 시작됩니다. 이 무렵부터 우리가 흔히 신품종 또는 개량종이라 부르는 F1 품종이 상품화되면서부터 종자 시장을 석권합니다. 잡종강세라는 건 어느 생물에게서나 다 일어나는 현상으로, 흔히 부모보다 나은 자식이 태어나는 걸 가리킵니다. 작물의 경우 A라는 작물 품종과 B라는 작물 품종을 교잡시키면 그 자손의 첫 세대, 즉 F1에서는 부모들이 지닌 유전적으로 우세한 특성이 발현됩니다. 이 현상을 이용해 A와 B라는 작물의 품종에 있는 인간이 바라는 특성만 F1에서 발현되도록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하여 씨앗을 나누며 함께 쓰는 방식의 시대에서 종자를 사고 파는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에도 작물 육종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과 발전을 거듭하여, 돌연변이 육종법 같은 방식도 나타납니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X선이나 방사선,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식물에게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하도록 한 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하나의 품종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육종법입니다. 멘델이나 그 이후의 학자들이 연구한 건 유전학(Genetics)이다. 유전이란 이런 것이고, 유전자가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학문이 유전학이라면,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인간의 목적에 따라 조작하고 가공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를 이용해 인간의 입맛에 맞는 작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온 것입니다. 그렇게 개발한 작물이 처음으로 상용화된 것은, 다들 잘 알다시피 1996년 미국에서부터입니다. 지금은 그 영토가 엄청나게 확장되어 신대륙이라 부르는 남북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반면, 구대륙인 유럽과 아시아 쪽에서는 그에 대한 반대와 반발로 그다지 널리 퍼지지 않았습니다.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탄생한 유전자변형(GM) 작물을 파괴의 씨앗이니 악마의 작물이니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전자변형 작물은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같다고나 할까요. 그들은 모두 우리 인간 사회가 요구하여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유전자변형 작물은 인간의 사회와 시대적 요구가 탄생시킨 것으로서, 이들 자체를 악한 대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기술로 만든 작물을 인간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 것인지 합의하고 조율해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라 간단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최근 중국의 허젠쿠이라는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기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그 방법을 식물에 활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방법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전자 편집 작물이 상용화되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유전공학의 육종법은 인간이 의도하는 바를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식물에게서 구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으며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 20세기 인간의 산업사회가 무섭게 확장되면서 내건 기치 -생산성, 효율성, 균질성 등등- 가 인간의 경제와 문화는 물론 과학과 농업에도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21세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여전히 20세기의 가치가 유효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중요시하고 흐름의 방향을 바꿀지? 육종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이러한 문제까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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