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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농경사 권5




기고4

맥류의 재배화와 잡초

츠지모토 히사시本壽




잡초는 골칫거리라는 인상이 있지만, 정말로 그럴까? 이 기고에서는 인간과 잡초의 관계를 생각할 때 중요한 맥류의 재배화 역사와 전망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그런데, 우리는 ㄷ여러 가지 식물을 이용하여 생활하고 있다. 곡물, 콩, 채소, 과일 등과 같은 식량으로서, 설탕과 차, 담배 같은 조미료와 기호품으로서, 게다가 목화와 삼나무처럼 의료와 건자재로서 다양한 형태로 이용하고있다. 그러나 지구에서 생존하는 30만 종의 고등식물에서 보자면,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재배식물은 만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 


재배식물 중에서 특히 중요하고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은 곡물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 자료에의하면, 2007년 현재 옥수수의 생산은 7.9억 톤, 벼 6.6억 톤, 밀 6.1억 톤이라 집계되어 있다. 이들 식물은 고도로 재배화되어 야생 상태에 있는 것과는 크게 성질이 변화되어 있다. 우리는 이들 재배식물 없이는 문명을 유지할 수 없지만, 재배식물 쪽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돌봄이 없다면 스스로 생활주기를 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다. 또한 지금은 야생 상태의 것이 절멸된 것, 애초 존재하지 않은 것도 있으며, 이와 같은 경우 인간과 재배식물의 사이에는 절대적이라고도 할 만큼 공생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빵밀도 야생 상태의 것이 없는 재배식물이다. 이 종은 남극 이외의 전 대륙에서 재배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데, 인간의 관리 없이는 자립할 수 없는 종이다. 또한 빵과 술의 원료가 되는 호밀에도 야생종이 없다. 이들 맥류의 재배화 과정에서 잡초가 크게 관여했는데, 이들에 대하여 해설하면서 잡초가 앞으로 세계의 구세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빵밀은 재배 밀과 잡초의 잡종에서 기원한다


밀은 빵밀, 마카로니밀, 엠머밀 등 몇 종의 맥류를 총칭한 것이다. 이들은 일립계, 이립계, 보통계 및 티모피비계라고 하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밀의 진화와 전파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 3권 "사막·목장의 농경과 풍토"에서 가토 켄지加藤鎌司 씨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다른 관점에서 적으면 다음과 같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터키의 남동부에서 야생 이립계 밀인 팔레스티나 밀을 채집하여 식량으로 이용하고 있다가 재배화되어, 재배형 엠머밀이 되었다(Mori 외. 2003, 그림1의 ① 지점). 유적에서 출토된 탄화물 조사에 의해 재배화는 약 3000년을 걸쳐서 서서히 일어났다고 생각되고 있다(Tanno and Willcox 2006). 작물에 된 엠머밀은 인간의 손에 의해 운반되고, 그 야생종인 팔레스티나 밀의 분포 지역 밖으로 퍼졌다.


그림1 팔레티나 밀, 야생 염소풀, 호밀의 분포 지역과 기후 구분




엠머밀이 카스피해 남안으로 전파되었을 때, 야생 염소풀이라는 이름의 야생종이 잡초가 되었다(Nishikawa 외. 1980, 그림1-②의 지점). 야생 염소풀은 이 지역부터 동쪽으로 죽국 황하 유역까지 분포 지역을 가진 식물이다.이 종은 종자가 작고 이삭이 단단하기 때문에 결코 식용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식물에는 군락을 이루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야생 염소풀은 군락을 이루는 식물종이다. 필자는 2009년에 타지키스탄의 식물을 조사했는데, 그곳에서 야생 염소풀의 대군락을 관찰했다(그림2) 군락을 조사하면서 인간은 예전, 이와 같은 장소에서 엠머밀의 종자를 심고, 그 재배지를 확대해 갔을 것이라 느꼈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밀밭 부근에 야생 염소풀을 발견했지만, 이쪽은 길가에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밭에 혼재하더라도 밀에 비교하여 훨씬 빈약했다. 엠머밀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엠머밀과 야생 염소풀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기간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두 종 사이에서 경쟁이 일어나, 엠머밀이 야생 염소풀의 생태적 적소를 점점 빼앗고 최후에는 밀밭이 되었을 것이다. 엠머밀은 종자가 크고 초기 생육이 빠르다. 그 때문에 야생 염소풀의 군락에 뿌려지면, 자연히 엠머밀이 우위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쫓겨나 버린 야생 염소풀은 이번은 길가의 잡초로 새로운 생태적 적소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를 계속할지도 모른다. 또는 밀밭에 섞여서 밀처럼 키를 키우며 의태한 것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다음에 기술하듯이, 밀과 교잡하는 것에 의해 재배 밀로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한 것도 있다.


그림2 야생 염소풀의 군락(타지키스탄)




약 7500년 전, 카스피해의 남안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던 엠머밀에 야생 염소풀이 교잡하여 잡종이 생겼다. 엠머밀의 출현이 약 1만 년 전이며 터키 남동부라고 생각하면, 그곳에서부터 엠머밀이 카스피해 남부에 도달하기까지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여기에서 야생 염소풀과의 교잡이 일어났던 것은 엠머밀이 도입되었기때문에 야생 염소풀과의 사이에서 생태적 적소 쟁탈전이 일어났을 무렵은 아니었을까? 이 다툼에서 두 종은 생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며, 지금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잡종이 생겼다고 생각된다. 잡종은 곧바로 염색체 수를 2배로 증가시키고, 빵밀의 선조형인 보통계 밀이 되었다. 빵밀은 세포 안에 42개의 염색체를 가지는데, 이 가운데28개는 엠머밀, 14개는 야생 염소풀에서 유래한다. 앞에 기술했듯이, 야생 염소풀의 분포 지역은 팔레스티나 밀보다 넓어, 동으로는 중국에까지 이른다. 야생 염소풀이 자신 있어 하는 환경은 쾨펜의 기후 구분에서 말하는 스텝 기후이다. 이에 반해 팔레스티나 밀은 이라크 북부, 터키 남동부, 시리아, 팔레스타인의 이른바 비옥한 초생달지대로서, 여기는 지중해성 기후이다(그림1). 그 때문에 팔레스티나 밀에서 유래하는 엠머밀도 지중해성 기후를 좋아한다. 애초 기후 구분이 식생에 바탕하여 정해진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식물이 기후 구분을 넘어서 분포를 넓히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엠머밀은 카스피해 남안부터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야생염소풀의 교잡에 의하여 생긴 빵밀은 훨씬 동쪽으로 펼쳐지는 스텝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최초의 '혁명'이라고도 부를 만한 사건과 현상이 지중해성 기후와 스텝 기후 구분의 경계에서 일어났던 것이다(그림1의 ②).


현재 빵밀은 세계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여 재배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혁명'을 일으켜 왔다. 스텝부터 다시 동아시아 계절풍 지대에 들어갈 때, 북진하여 냉대에 들어갈 때,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는 기계화·다비에 의한 근대 농업으로 전환할 때가 각각 '혁명'의 방아쇠가 되었던 시기이다. 이 가운데 특히 최후의 '혁명'은'녹색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호밀은 잡초였다


호밀은 밀과 보리와 마찬가지로 밀 패거리(Triticeae)라고 부르는 분류학적 집단에 속하는 재배식물이다. 그러나 세계의 호밀 생산량은 겨우 1400만 톤이며(2007년, FAO 통계 자료), 밀의 약 1/40, 보리(1억3000만 톤)의 1/9밖에 안 된다. 그러나 한랭지와 척박한 땅에서 적응하는 성질이 있고, 가루는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며, 독특한 향이 나기 때문에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 주로 유럽에서 좋아하고, 호밀빵(검은빵)과 맥주나 보드카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 도입된 것은 메이지 이후이다. 이것은 그 이름을 보아도 분명하여, 일본어 라이밀의 '라이'는 영어로 라이밀을 의미하는 rye이다. 일본에서도 풋거름으로 휴경논에서 재배되고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돗토리鳥取에서는 겨울부터 초봄에 걸쳐서 바람이 강한 해변에서 모래가 날아오는데, 그것을 막기 위하여 밭의 주변에 호밀을 심어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그림3). 이처럼 일본에서 호밀의 이용은 곡물로서가 아니라, 왕성한 생육과 짚(벼과 식물의 줄기)이 강하다고 하는 성질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중국에서도 드물게 호밀의 재배를 볼 수 있는데, 가축의 깔짚과 수확한 밀을 엮는 데 쓴다고 한다(가토 켄지 씨, 다나카 히로유키田中裕之 씨 사담).


그림3 날아오는 모래를 막기 위해 심어 놓은 호밀(돗토리시)




이 호밀은 잡초에서 기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가면 빵밀의 밭에 잡초로 호밀이 혼입되어 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2008년 필자 등은 트랜스 코카서스의 산악지대에 위치하는 아르메니아의 밀밭을 조사했다. 아르메니아는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로, 노아의 방주가 표착했다는 아라라트산이 아주 가까이 보이는 나라이다. 이 나라의 밀밭에는 잡초 호밀이 빈번히 섞여 있다. 장소에 따라서는 혼입률이 높아, 얼핏 호밀을 재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밭도 있었다(그림4). 러시아의 식물학자 바빌로프(1926)는 재배 호밀이 이와 같은 잡초 호밀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밀처럼 야생 식물을 직접 재배화하는 일에 의해 성립한 작물을1차 작물, 1차 작물에 수반하여 생육하는 잡초의 재배화에 의한 작물을 2차 작물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림4 밀밭에서 자라는 잡초 호밀(아르메니아). 옅은색으로 긴 이삭은 모두 호밀. 얼핏 호밀밭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밀밭이다.




재배식물과 잡초의 큰 차이는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다. 맥류의 무리 가운데 야생 식물은 종자가 성숙하면 이삭에 떨켜라 부르는 부분이 생겨, 이 부분이 부러져 뿔뿔이 지면으로 떨어진다. 떨켜가 생기는 부분에 의하여 부러진 이삭의 형태가 달라 쐐기형, 통형, 삿갓형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앞에서 밀의 진화에서 기술한 야생 염소풀의 일본어 '타루호タルホ'는 한자로 쓰면 ''이고, 부러진 이삭의 형태가 통과 비슷한 데에서 온 것이다. 부러져 탈락한 종자는 잠깐 동안 휴면하고 있는데, 발아에 적합한 기후가 되면 발아한다. 한편, 재배식물에서는 이삭이 부러지는 일이 없고, 수확을 하지 않으면 종자는 언제까지나 이삭에 달려 있다.이 상태로 비가 내리면 지면에서가 아니라 이삭에서 발아하고, 죽어 버린다. 이와 같이 재배식물은 인간에 의하여 수확과 파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번식할 수 없는 식물이다.


그런데 아르메니아의 잡초 호밀의 조사에서는 이삭의 길이, 이삭의 색(갈색, 흰색), 종자의 색(갈색, 자색) 등의 형질이 참으로 다양했다. 더구나 종자의 색만이 아니라 이삭의 부러지기 쉬움에 대해서도 다양하여, 어느 개체는뿔뿔이 부러지고, 다른 개체는 끝의 반절만 부러지며, 또한 재배 호밀과 같이 완전히 부러지지 않는 것까지 섞여 있었다. 수확 시기에 부러지지 않고 있으면, 잡초 호밀의 이삭은 밀과 함께 수확될 것이다. 잡초라고 말하지만, 충분히 큰 종자를 달고 있기에, 이 호밀은 밀에 섞여서 함께 제분되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간다. 또한 다음 농사철에는 밀과 함께 파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잡초 호밀은 반은 재배식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재배 호밀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진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호밀에는 잡초형과 재배형은 있지만 야생형은 없다. 따라서 재배형 호밀의 기원지는 호밀속의 근연 야생종이 많이 존재하는 현재의 아르메니아 주변 지역이었다고 추측된다(그림1의 ③ 지점). 이 지역은 표고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저위도임에도 불구하고 기후 구분에서는 냉대의 냉량습윤기후에 들어간다. 만약 이 지역에서 재배형 호밀이 기원한다면, 이 주변의 유적에서 호밀의 종자가 출토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선사시대의 유럽과메소포타미아의 유적에서는 호밀은 전혀 나오지 않고, 가장 오래된 출토물의 보고는 5000년 전 북유럽의 유적에서이다. 그래서 현재의 재배형 호밀은 아직 밀밭의 비주류의 잡초로 중앙아시아(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에 해당)까지 전파되고, 그곳에서 북진할 때 냉량 기후에 강한 잡초형 호밀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 급기야 밀을 물리치고 호밀이 주역이 되어 재배식물로 진화했다는 설이 제안되고 있다(Helbeak 1971). 즉, 스텝 기후에서 냉량습윤기후로 전파된 결과, 당시의 빵밀은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원래 냉량습윤기후에서 기원한 호밀이 번영했던 것이다.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호밀로도 충분히 식용이 되기에 밀을 재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호밀 쪽이 식량 확보의 확실성이 있는 작물이었음이 틀림없다. 또한 호밀의 입장에서 보아도, 잡초형에서 재배형이 되어 번식을 완전히 인간의 손에 맡기는 편이 자손 번영의 확실성이 높고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혁명'은 밀에서 호밀로 재배식물이 이동한 것이다. 이와 같이 밀은 세계에 전파되어 기후 구분을 넘을 때마다 대사건을 일으켜 왔다.


그런데 이 이동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호밀의 경우 중앙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밀과의 섞어짓기 상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물의 전파는 인간의 손에 의한 것이지만, 주거와 의복을 지녀 다양한 기후 구분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과 함께 작물은 이와 같이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며 여러 '혁명'을 일으키면서 진화한 것이다.




앞으로 발휘될 이종식물의 진가


표1은 세계의 인구와 곡물 생산량의 추이를 아울러 표시한 것이다. 인구는 서기 1960년부터 50년 동안 2배 이상으로 증가했는데, 다행히 세계의 곡물 생산량이 순조로웠기 때문에 1인당 환산하면 최근까지 증가 경향이 계속되었다. 이것이 이 기간에 식량 문제가 그다지 중요한 지구적 과제로 문제되지 않았던 이유이다. 그러나 10년마다 식량 증가량은 20세기 말부터 마이너스 성장이 되고 있다. 2008년, 밀 부족이 방아쇠가 되어 세계 동시 식량위기가 발생했다. 이 원인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 바이오에탄올의 생산을 위해 밀에서 옥수수로의 전작 및 투기를 들 수 있는데, 간과할 수 없는 건 인구 증가와 신흥국의 육식 증가에 의해 곡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균형이 맞게 곡물의 생산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1인당 곡물의 할당량은 더욱 감소해 갈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 이산화탄소 양의 삭감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 식량의 삭감도 고려해야 할 시대가 되었단 것을 의식해야 한다.



(년)

1960

1970

1980

1990

2000

2010


2050

인구(억 명)

곡물생산량(억톤)

1인당 곡물양(kg)

10년 동안의 성장(kg)

30.3

8.8*

290

-

37.0

11.9

322

32

44.5

15.5

348

26

53.0

19.5

368

20

61.2

20.6

337

-31

69.1

23.5**

340

3





91.9

?

?

?

표1 세계의 인구, 곡물생산의 추이(FAO 자료, 총무성 통계국 통계 자료에서 계산)

*1961년의 자료  **2007년의 자료



21세기 후반에는 지구의 인구가 100억 명에 육박한다고 계산하고 있다. 그럼 그와 같은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 식량을 생산해 나아가면 좋을 것인가? 지구의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더욱 경지 면적을 늘리는 일은 할 수 없고, 따라서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늘리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다. 또한 최근에는 강수량과 기온의 변동이 심해지고 있는데, 가령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더라도 안정적으로 수확량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육종, 즉 재배식물을 유전적으로 개변시키는 일이다. 여기에서 다시 '혁명'이 필요해진다. 


다행히도 벼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에서 게놈에 포함되는 DNA 배열이 차례로 해독되어, 효율이 좋은 육종의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또한 외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재배식물에 도입하는 유전자변형 방법도 획기적인 방법으로이미 유지용 대두와 사료용 옥수수 등에서 대규모 생산이 시작되고 있다. 다만, 직접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주식 작물에 대해서는 사회적 용인을 충분히 얻을 수 없어 밀에 적용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게는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있다.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농경의 역사 속에서 혁명을 일으켰던 야생 염소풀과 호밀 등 이종식물의 힘을 이용하여 다시 '혁명'을 일으킬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밀에 대해서 말하자면, 야생 염소풀과 호밀 이외에도 밀과 교잡할 수 있는 야생종은 300종 이상이고, 이 가운데에는 반건조지와 염성 토양 등 현재의 빵밀 품종이 생육할 수 없는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도 있다. 만약 그 유전자를 잘 육종에 이용할 수 있다면, 현재의 빵밀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등은 해변에서 자생하는 대형의 해변 식물 갯그령(Leymus mollis)이 밀의 다음 혁명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연구를 개시했다(그림5). 그 결과, 갯그령의 염색체를 도입한 밀 중에서 토양 속의 질소화 세균의 발생을 억제하는 질소비료를 효율 좋게 이용할 수 있는 계통(Subbaroa 외 2007), 적은 인산 비료로도 왕성하게 자라는 계통(Wang 외 미발표), 빵의 성질이 뚜렷하게 개선된 계통(Garg 외 2009)를 찾아냈다. 이처럼 지금까지 농경의 역사 속에서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아직 이용되지 않은 채로 있던 근연의 이종식물에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유전자가 다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작물의 육종에서는 적극적인 개발과 이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림5 해안에서 사는 갯그령(돗토리시). 이 식물은 밀과 교배할 수 있다.




인간이 범지구 규모로 분포한 드문 동물종인 것처럼, 인간에 수반한 밀도 또한 범지구적 식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듯이, 밀에서도 갑자기 병이 나타나 팬더믹이 되는 일은 없을까? 현재 경계하고 있는 밀의 병으로, Ug99 균계에 의한 검은녹병이 있다. 줄기에 검은 포자가 출현하고, 녹슨 금속처럼 되어 말라 죽는 병이다. 1999년 우간다에서 별안간 발생하여(그래서 Ug99라고 부름) 케냐, 에티오피아로 북상하고, 게다가 아시아로 건너와 현재는 이란 및 파키스탄에까지 퍼졌다. 지금까지의 저항성 유전자가 유효하지 않아 잠시 관계자 사이에서 패닉에 빠졌지만, 세계의 밀을 탐색한 결과 어느 품종에 저항성이 있는 것이 밝혀져 우선 안심하게 되었다. 다만, 더욱 저항성의 너비를 넓히고자 야생 염소풀과 갯그령 등 근연 이종식물 안에서 저항성 유전자를 탐색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상 기술했듯이, 밀에 가까운 관계인 잡초와 야생 식물은 인간과 관련을 맺으면서, 때때로 인간에게 매우 큰 은혜를 가져왔다. 물론 잡초는 대국적으로는 농업의 적임이 틀림없지만, 아무래도 완전히 나쁜놈이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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