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농경사 권5




제4장

'農'의 지속가능성

사토 타다시佐藤雅志






시작하며


영국에서 태어난 식물병리학자 알버트 하워드(Sir Albert Haward, 1873-1947)는 1940년에 출판된 저서 <농업성전(An Agricultural Testament)>의 서두에서 "산업혁명 이래 인간과 공장에게 필요해진 식량과 원료를 생산하기 위하여, 작물의 성장은 촉진되고, 재배의 과정이 단축되어 왔다. 그러나 이 작물과 축산물의 뚜렷한 증가에 의하여 생긴 지력의 감퇴를 보완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도 강구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 농업은 균형을 잃어 버렸다. 즉, 농지에서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온갖 종류의 병이 증가하고, 세계 대부분의 땅에서는 '자연'의 침식작용에 의하여 피폐해진 토양이 유실되고 있다."고 기술하여 근대 유럽과 미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산업혁명에 시초를 일으킨 농업의 근대화는 2차대전 이후 아시아에서도 급속히 퍼졌다. 이러한 농업의 근대화는 '녹색혁명'이라 부르며 높은 생산성을 가져온 반면, 지력의 저하에 국한되지 않고 하천의 부영양화, 농지의 염해화와 환경오염 등을 불러일으키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유럽과 미국과는 달리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지속성을 유지한 농경이 전통적으로 영위되어 왔다. 이 장에서는 산업혁명 이후에 보이는 농업의 극격한 변화에 대하여 개설하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오늘날에도 영위되고 있는 전통적 농업에 관한 조사결과에 기초하면서 식량 생산 곧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논하겠다.





농업의 근대화


산업혁명과 농업


18세기 중엽에 유럽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농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농촌부에서 공장이 있는 도시부로 사람들이 이동한 결과, 그 식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농촌부에서 도시부로 농산물의 대부분을 이동시켜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에 더하여, 인구의 증가에 대응한 유례 없는 식량의 증산이 필요해졌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농지의 비옥도를 회복하기 위하여 휴한 기간을 설정하는 삼포식 농업이 널리 행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는 식량 증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휴한 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가축이 배출하는 분뇨와 작물잔여물을 바탕으로 하여 만든 퇴비를 사용하는 사포식 농업과 돌려짓기식 농업이 주류가 되었다.




테어의 부식설腐植說


독일의 괴팅겐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가 된 알브렉트 테어(Albrecht Danirl Thaer, 1752-1828)는 나중에 농업인이 되어 <합리적 농업의 원리(Grundsätze der rationellen Landwirtschaft)>를 1809년부터 1812년 사이에출판한다. 그 저서 안에서 그는 앞에 기술한 돌려짓기식 농법을 모범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합리적 농업 경영의 상태를 정리한다. 그 기본에 있는 것은 "식물의 본질적으로 불가결한 영양분은 식물질 및 동물질의 비료, 또는 적당한 분해 상태의 부폐물이다"라는 생각이었다. 무기태로 불타지도 않고 분해되지도 않는 흙은 식물을 지탱하는 것에 기여할 뿐이고, 식물의 영양소는 안 된다고 기술한다. 더구나 식물 잔여물과 가축의 분뇨 등으로 만들어진 유기태의 '부식'만이 작물이 거두어들일 수 있는 영양소라고 기술한다. 이 사고방식은 '부식설'이라 부르고 있다. 


테어가 제창한 부식설에 대하여 독일의 농예화학자 리비히(Justus von Liebig, 1803-1873)는 녹색 식물의 영양이 무기태인 것이고, 무기물질이 식물의 체내에서 그 성분을 만드는 담당으로 변화한다는 생각을 저서 <화학의 농업 및 생리학에 대한 적용(Die Chemie in ihrer Anwendung auf Agricultur und Physiologie)>에 써서 1840년에 발표한다. 무기원소로부터 식물체의 온갖 성분이 만들어진다는 리비히의 설은 '무기영양설'이라 부르고 있다. 




리비히의 무기영양설


리비히는 작물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법칙으로 '최소 양분율의 법칙'과 '보충의 법칙'을 제창한다. 각각의 경지에는 작물이 수확량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칼슘, 칼륨, 질소, 인산, 마그네슘, 기타 양분이 어느것이나 있더라도 수확량은 각각의 작물이 필요로 하는 최소량인 것으로 규정된다고 기술한다. 이것이 최소 양분율의 법칙이다.


다음으로 보충의 법칙은 농경지에서 가지고 나온 토양 성분, 곧 양분은 보충하지 않으면 수확량은 저하된다고 기술한다. 곡물과 축산물 등의 형태로 판매되는 농업생산물은 일정한 밭의 토양 성분을 포함하며, 잃어버린 성분을비료로 보충하지 않으면 가령 현재 높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더라도 밭은 해마다 소모되어 수확량이 저하된다. 


이와 같은 리비히의 '무기영양설'은 질산 광석과 인 광석 등의 무기비료를 수입하고 다용하는 근대 농업을 만들어낸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틀림없다.




'녹색혁명'과 아시아의 농업 근대화


2차대전 이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식량 부족이 예측되어 무기비료를 다용하는 근대 농업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도 퍼졌다. 필요가 없어진 폭약 공장을 이용한 질산의 증산에 대응하여 질소비료를 다용하여 수확량이 증대되는 쌀과 밀 등의 곡물 품종이 국제연구기관 등에서 차례로 개발되었다. 개발된 곡물 품종은이삭이 휘도록 맺혀도 쓰러지지 않도록 줄기가 짧아지도록 육종된다. 토종 곡물 품종은 비료를 많이 투입하면 이삭이 맺힐 무렵에 쓰러져 버려 수확량 저하를 불러왔다. 그 수확량 저하를 개량한 근대 품종은 수확성이 좋아서 '녹색혁명'의 품종이라 불렸다. 


'녹색혁명' 품종은 곡물의 판매 가격과 비료의 구입 가격의 채산이 맞는 선진농업국에서 당초 활용되었는데, 나중에 곡물 가격의 상승과 지역의 인구 증가에 따라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용되게 되었다. 벼를 주로 자급 곡물로 재배하고, 인구의 증가가 뚜렷한 동남아시아에서도 관개시설의 정비, 화학비료와 농약과 함께 '녹색혁명' 벼 품종이 도입되어 벼의 수확량은 증가했다. 국제 벼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시점에 근대 품종의 재배면적은 라오스에서는 2%, 캄보디아에서는 11%로 적지만, 태국에서는 68%, 베트남에서는 80%로 확대된다.




아시아의 농업 근대화에 의한 환경문제


반다나 시바는 저서 <녹색혁명과 그 폭력>에서 녹색혁명은 상업 곡물의 높은 수확량을 가져왔지만, "생태계 수준에서 새로운 결핍을 불러와 그것이 새로운 분쟁의 원인이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근대 품종의 재배면적 확대는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에서도 화학비료의 다용에 의한 지하수와 하천, 호수의 부영양화 등 환경오염과 건강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콩강 삼각주 지대에서는 황산암모니아의 다용에 의해 논의 황산 산성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게다가 방글라데시에서는 건기의 벼 재배에 사용하는 관개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하수에 포함된 비소가 주민의 건강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대규모 재배에 따라 발생한 병충해의 방제에 사용되는 농약은 새로운 건강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질소와 인산 비료 등의 화학비료와 농약의 생산 및 운송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소비는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농업의 근대화가 가져온 환경문제는 지역 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환경문제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화학비료의 다용은 농경지의 비옥도 저하와 겉흙의 감소를, 건기에 일어나는 관개용수의 다용은 농경지의 염해를 부르고 있다. 태국 동북부에서는 건기 재배의 확대에 의해 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의 벼농사 지역에서는 근대 품종 재배면적의 확대는 수확량 증대를 가져온 반면, 사람들의 건강을 포함한 지역의 환경오염, 농경지의 비옥도 소모 및 겉흙의 감소 등을 부르고, 식량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라오스 북부·산간지의 화전



찹쌀 재배지


여기에서는 내가 참가한 현지조사에서 관찰한 결과와 입수한 자료를 소개하여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에서 보이는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중국과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는 라오스의 북부 지역 산간지에 퍼져 있는 화전을 1990년대부터 계속하여 조사해 왔다. 전통적인 '화전'에서는 주로 밭벼가 재배되고 있다. 이 지역은 북쪽은 중국 윈난, 서쪽은 인도 아삼 및 미얀마부터 라오스, 태국 북부 및 북동부, 베트남의 서쪽 산간지역, 그리고 남쪽의 캄보디아에까지 펼쳐진 동남아시아의 찹쌀 재배지역이다. 산 표면의 경사면에 펼쳐진 화전에서 재배되고 있는 밭벼는 찰벼 품종이다. 그 수확량은 화전의 비옥토, 지형과 휴한기간에 따라서 다르지만, 헥타르당 1.5톤에서 2.5톤이라 이야기된다(그림4-1).


그림4-1 라오스 북부 산간지의 산 표면에 개간된 화전에서는 큰 이삭이 달리는 밭벼가 재배되고 있었다.




불 놓기와 휴한


전통적인 화전 농업은 산 표면에 우거진 수목의 벌채 및 풀의 벌초부터 시작된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 벌채된 수목과 벌초된 풀은 건기가 끝나기까지 충분히 건조된다. 건조된 수목과 풀은 우기 직전에 불 놓기로 태워진다(그림4-2). 이러한 소각에 의한 개간은 '불 놓기'라고 부르고 있다. 불 놓기에 의해 소각된 수목과 풀의 재는 산 표면에 펼쳐져 찹쌀 재배의 거름이 된다.


그림4-2 라오스 북부의 산간지 화전에서는 베어낸 나무와 풀은 모아서 소각되고 있었다.




개간된 화전에서는 1년만이 아니라 2, 3년 동안 찹쌀이 재배된다. 개간부터 3년이 경과하면, 화전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찹쌀의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게 되어 수확량이 저하된다. 농민은 수확량이 저하된 화전을 방기하고, 새로운 화전땅을 구하러 이동한다. 이와 같이 이동하는 일에서 화전은 별명 '이동 밭'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방기된 화전에서는 풀과 나무가 다시 우거지고, 산림이 재생된다. 산림이 재생되기까지의 기간이 휴한기가 되는 것이다. 휴한 기간은 산 표면의 경사 각도와 지형, 토질과 방위, 강우와 기온 등의 기후 등에 의해 다르지만, 라오스 북부 산간지에서는 짧아도 7년에서 12년이라 이야기되었다(그림4-3).


그림4-3 화전의 옆에는 7, 8년 동안 휴한 기간으로 산림이 회복되고 있었다.




여러 작물의 재배


이 전통적인 화전에서는 찹쌀 품종만이 아니라 호박, 오이, 가지, 바나나, 콩 등도 밭의 한 귀퉁이에서 재배되고 있다(그림4-4). 또한 화전에 인접하여 지어진 농막의 주변에는 염주, 레몬그라스, 적색과 황색의 맨드라미가 심어져 있다. 아카족은 레몬그라스를 의례로서 농막의 근처에 심는다. 캄족은 찹쌀의 신으로서 현미가 새카만 찹쌀과 울금을 심는다. 라오스 북부 산간지역에서 화전은 부엌텃밭도 겸하고 있으며, 그곳에는 찹쌀만이 아니라 채소류와 잡곡 등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어 왔다.


그림4-4 화전의 귀퉁이에는 호박이 재배되고 있었다.





인구 증가에 따라 단축된 휴한기


불 놓기에 의해 개간된 화전의 휴한 기간이 인구의 증가에 따라 짧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화전의 휴한 기간은 짧아도 7년에서 12년이라 앞에 기술했는데, 최근에는 3년으로 더욱 짧아졌다. 3년의 휴한 기간에서는 충분한 수목의 생육이 인정되지 않고, 키가 작은 어린 나무와 그 주변에 난 풀을 베어내고 불 놓기를 행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그 결과, 산 표면의 토양에는 낙엽과 가느다란 마른 가지 등에 의해 형성되는 부엽토층이 집적되지 않고, 찹쌀 등의 재배에 충분한 지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부엽토층의 소실에 의해 산 표면의 보수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 보수력의 저하는 산 표면의 토양이 빗물에 의해 깎이게 만들고, 유실을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화전의 금지와 환금작물로의 전환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화전에 의한 토양의 유실'을 막기 위하여, 불 놓기에 의한 개간, 곧 화전을 삼가도록하는 일이 현재 지도되고 있다. 그 지도에 의해 개간하고 방기되는 화전에는 전통적 화전에서는 재배되지 않았던옥수수와 고무나무, 커피 등 신흥 작물의 재배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그림4-5). 이들 신흥 작물의 재배 확대에 따라 화전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의 이용이 도입되고 있다. 고무나무 주변의 풀을 제거하는데에 사용한 제초제가 습지에 펼쳐진 논두렁의 제초에도 사용되고 있는 것을 조사에서는 자주 목격하고 있다. 


그림4-5 화전에는 신흥 작물의 재배가 시작되고 있었다.




또한 북부 라오스의 산간지역에 남아 있던 전통적 화전 지역에서는 환금작물 재배로 전환해 가고 있다. 이 지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의 찹쌀 재배지역에서 영위되어 온 전통적 화전은 충분한 휴한 기간을 설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성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환금작물의 재배 확대에 따라 농업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의 다용이 화전을 경영해 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입을 가져온 반면, 건강 피해의 문제를 불러오고, 더구나 식량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라오스 북부 벵강 유역의 천수답


화전과 천수답


화전 조사 이후에 라오스 북부의 산간을 흐르는 메콩강의 지류 벵강 유역의 습지에 펼쳐진 논을 조사할 기회를 얻었다. 우돔싸이에서 남서 방향으로 메콩강 지류를 따라 차로 2시간 정도 들어가면, 수목으로 뒤덮인 산들과 산 표면에는 화전이 행해진 흔적이 패치 모양으로 눈에 들어온다(그림4-6). 조금 높은 산에 둘러싸인 벵강을 따라 펼쳐진 습지에 논이 연이어 있다. 이 지역의 논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의 물과 빗물에 의존한 논, 곧 천수답이다. 이 천수답에서는 논에 물을 댈 수 있는 우기에 키가 큰 토종 벼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


그림4-6 벵강 유역의 천수답을 둘러싼 산에는 화전이 펼쳐져 있었다.




양분의 반출과 공급


이 지역의 벼 수확량을 교토대학의 마토 교수의 연구실 대학원생이었던 마츠다松田 씨가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에 의하면, 평균 수확량은 헥타르당 찹쌀이 3.1톤이라 산출된다. 조사한 해에는 화학농약과 비료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 지역의 벼베기는 이삭 부분만 잘라서 단으로 묶고 수확하는 '이삭 베기'가 행해지고 있다(그림4-7). 따라서 이삭에 포함되어 있는 질소, 인산, 칼륨 등의 양분 원소만이 논에서 해마다 반출되고 있는 셈이다. 지속적으로 쌀 생산을 계속해 온 이 지역의 논에서는 지금까지 천연공급에 의해 이들 양분이 함양되어 왔던 것이다. 


그림4-7 벵강 유역의 천수답에서는 이삭만 베어 거두고 있었다.




이 지역의 논에서 질소의 동태를 마츠다 씨 등이 산출한다. 그 산출 결과에 의하면, 재배되고 있는 토종 품종의 볏짚에 포함되는 질소량은 헥타르당 33킬로그램, 찹쌀에 포함되는 질소량은 헥타르당 32킬로그램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논에서 이삭 베기에 의해 반출되는 질소량은 찹쌀만 따지면 헥타르당 1년에 32킬로그램이다. 논에 질소를 공급하는 체계로는 빗물, 관개용수, 논 표면과 토양 안에서 일어나는 대기 질소고정에 의한 공급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발표되고 있는 연구결과에서는 빗물로부터의 공급은 헥타르당 연간 0.2톤 정도에 그쳐 별로 많지 않다.


이 지역의 논 토양 안의 전체 질소량은 마츠다 외의 조사에 의하면 0.3%였다. 헥타르당 10센티미터 깊이의 겉흙은 1000입방미터, 비중을 1이라 하면 1000톤에 상당한다. 전체 질소량을 0.2%라고 적게 어림잡으면, 헥타르당2000킬로그램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전체 질소 가운데 5%를 벼가 흡수·이용할 수 있는 가급태 질소량이라고 한다면, 100킬로그램의 가급태 질소가 토양 안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화학비료를 시비하지 않는 이 지역의 논에서 3톤을 넘는 찹쌀 수확량을 가능하게 하는, 토양 안에 저장된 가급태 질소의 동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질소의 동태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쌀 생산을 가능하게 한 인과 칼륨의 동태도 흥미로운 과제이다.




천수답이 설치된 환경


북부 라오스 산간부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 논벼농사에 의해 세계 평균 수확량의 80%에 가까운 1헥타르당 3톤을 넘는 수확량을 올리고 있는 지역이 앞에 기술한 남벵강NamBeng 유역 이외에서도 볼 수있다. 그들 지역에서 공통되는 점은 (1)화전이 행해지고 왔던 산으로 둘러싸인 점, (2)석회암 지역이라는 점, (3)논보다도 조금 높은 곳에 인가와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점, (4)가족과 마을 단위로 재배하고 있는 벼 품종 수가많다는 점, (5)하나의 논에 똑같은 품종을 여러 해에 걸쳐 재배하는 걸 피하고 있다는 점, (6)하나의 논에 여러 벼 품종을 섞어서 심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신흥 작물 재배의 확대


벵강 유역의 습지에도 환금할 수 있는 작물로 옥수수 재배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화전이 경영되어 왔던 습지를 둘러싼 산들의 표면에서는 등고선 모양으로 대규모 고무나무의 플랜테이션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다(그림4-8). 화학비료와 농약도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 농업으로 헥타르당 3톤을 넘는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조만간 옛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다락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술라웨시섬


인도네시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사이에 위치하는 1만3천 개 이상의 섬들로 이루어진 섬나라이다. 술라웨시섬은 그 인도네시아 도서의 동쪽, 칼리만탄섬과 뉴기니아섬에 끼여 있는 K 자 모양을 한, 면적은 약 19만 평방킬로미터인 인도네시아의 네 번째로 큰 섬이다. 남술라웨시, 중앙술라웨시, 북술라웨시 및 동남술라웨시의 네 지역으로 이루어진 이 섬은 지형 및 기후의 변화가 풍부하며 다양한 민족이 주변의 대륙에서 이주하여 왔기 때문에 민족 구성도 복잡하다. 게다가 칼리만탄섬과 술라웨시섬의 사이에는 월리스선이 뻗어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해 온 지역이다. 더구나 작물 근연종의 다양성도 풍부하다는 점에서 작물 유전자원의 보고로도 평가되고 있다. 이 섬의 주변은 바다로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근대까지 물자의 수송과 사람의 이동은 제한되고, 사회생활에서는 자원의 순환적 이용이 이루어져 왔다고 상상된다. 


술라웨시의 중심 도시 마카사르는 남술라웨시 지역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마카사르에 있는 하사누딘Hasanuddin 대학의 연구자와 이 지역의 전통적 농법을 조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남술라웨시 지역의 마카사르 주변및 100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파레파레의 주변까지는 비옥한 논이 이어져 있었다. 이 지역은 쌀을 1년에 2.5회 심어 수확하는 풍요로운 벼농사 지대이다. 키가 작은 근대 품종을 화학비료와 농약도 사용하여 재배되고 있다.




산간지에 펼쳐진 다락논


파레파레에서 차로 북쪽을 향하여 하루 걸려 산길을 오르면 토라자에 도착한다. 그 토라자에서 산을 사이에 두고서쪽으로 약 100킬로미터인 곳이 마마사이다. 토라자 및 마마사는 해발 약 1000미터의 산간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좁은 산간을 이용하여 다락논이 만들어져 있다(그림4-9). 이들 다락논에는 오늘날에도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키가 큰 토종 품종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그림4-9 토라자의 산간지에는 다락논이 펼쳐져 있었다.



논두렁으로 구분된 하나하나의 다락논 안에는 지름 2미터 정도의 둥근 두렁이 만들어져 있다. 그 두렁의 일부는 째서 논에 저장된 물이 둥글게 만들어진 두렁의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논의 안에 파 놓은 물고기의 연못 주변을 논두렁이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그림4-10). 이들 지역의 다락논에서는 벼의 재배와 물고기의 양식이 동시에 행해지고 있다. 벼를 수확하는 시기에는 논의 물을 빼고, 물고기를 그 연못으로 몰아넣어 포획한다. 다락논에서 양식되는 물고기는 투입된 퇴비, 잡초의 싹, 모여드는 곤충을 먹고 자란다. 물고기는 잡초를 먹어서 제초를, 많이 늘어나면 해충이 되는 곤충을 먹어서 해충 방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물고기가 배출하는 분뇨는 벼의거름이 된다. 


그림4-10 토라자의 논 한가운데에는 지름 2미터 정도의 물고기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토라자와 마마사의 산 표면에 만들어진 다락논을 조망하면, 벼가 심어져 있지 않은 논이 몇 곳 눈에 띈다. 가까이 가서 보면, 그들은 논이 아니라 저수지이다(그림4-11). 저수지는 인가의 주변에 만들어져 있었다. 마마사에서는 높은 곳에 농민의 인가가 있고, 그 인가의 주변에 수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인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는 수로를 통하여 저수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수지에는 물고기만이 아니라 오리가 사육되고 있다. 물고기와 오리는 물풀만이 아니라 생활하수로 섞여 들어온 먹을거리의 잔여물과 가축의 분뇨에 포함된 유기물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물고기와 오리에서 방출된 분뇨도 포함되는 저수지의 물은 높은 곳에 있는 다락논부터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가는 사이에 벼에 흡수된다. 다락논에서 여문 쌀은 수확되어 다시 높은 곳에 있는 인가의 곳간으로 운반되어 식량이 된다. 또한 볏짚은 가축의 먹이가 된다. 이 지역의 다락논 벼농사에서는 벼의 양분이 되는 물질의 순환이 지속적으로 행해져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4-11 다락논의 처음에 만들어진 저수지에는 볏짚 등의 잔여물이 떠 있었다.





다양한 벼 품종


이들 지역에서는 붉은색의 왕겨와 검은색의 왕겨, 찹쌀과 멥쌀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 다양한 품종은 똑같은 논에서 이어짓기하면 안 되는 것처럼 품종은 순서를 짜서 재배되고 있었다. 마마사에서는 볍씨가 되는이삭의 단은 다다미 세 장 정도의 나무로 만든 상토의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 토라자에서는 독특한 배 모양을 한지붕의 고상식 곳간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 어느 지역이라도 곳간 안의 볍씨는 품종별로 이삭을 단으로 묶어 보관하고 있었다. 볍씨의 보관은 여성의 일이고, 남성은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하나의 곳간 안에 10가지 품종 정도가 보관되어 있었다.(그림4-12).


그림4-12 마마사의 볍씨 곳간에는 10가지 품종 정도의 벼가 보관되어 있었다.





중국 윈난의 다락논


윈난의 다락논


서쪽은 미얀마, 남쪽은 베트남과 라오스에 접하고, 중국의 서남단에 위치하는 윈난성에서는 한족 이외에 25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것은 소수민족의 하나인 하니족이 적어도 1300년 전부터 벼농사를 행해 왔다고 하는 지역이다.


우리는 윈난성의 성도 곤명昆明에서 고속도로를 차로 약 4시간 달려 원양현元陽縣으로 들어갔다. 원양현에는 베트남의 호치민을 경유해 통킹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홍강이 있다. 홍강을 따라 표고 300미터부터 산길을 약 1시간 걸려서 해발 1700미터까지 오르면 원양현 신가진新街鎭 소수정小水井에 도착했다. 


해발 300미터부터 1500미터까지의 다락논에서는 새롭게 육종된 수확량이 많은 하이브리드 벼가 도입되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재배 시기의 기온이 낮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벼의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1500미터 이상의 표고에 위치하는 다락논에서는 자포니카 토종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그림4-13). 이들 품종의 종자는 자가채종되고, 그 재배 방법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의 수확량은 헥타르당 3.7톤으로 놀라운 수치이다. 이 수치는 일본의 평균 쌀 수확량의 60%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는 17가지 품종이 주로 재배되며, 똑같은 논에서 이어짓기 장해를 피하기 위하여 3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품종을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도의 조사에서는 76가지 품종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늘날 확인할 수 있는 품종의 수는 30가지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자가채종된 토종 벼 품종의 종자는 유전적으로 다양하다고도 들었다. 


그림4-13 해발 1500미터를 넘는 다락논에서는 다양한 토종 품종이 재배되고 있었다.




수로, 저수지, 그리고 다락논


이 다락논은 건조에 의한 누수를 막기 위해 1년 내내 물을 댄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담수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 겉흙 두께는 깊고, 모내기와 수확의 때에는 땅이 질퍽거린다. 담수 상태로 유지된 다락논의 수면에는 붉은 개구리밥이 번성하고 있었다.


또한 둘러싼 산에서 샘솟아 오는 물과 마을의 가정 하수를 잠시 모아 놓기 위한 '저수지'가 다락논과 마을 사이에몇 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저수지에는 물속에 물풀이 번식하고, 수면을 물새가 헤엄치며 다니고 있었다(그림4-14).


그림4-14 다락논 옆에는 저수지가 군데군데 있었다.




게다가 너비 50센티미터, 깊이가 30센티미터 정도의 수로가 마을 안의 도로 옆으로 둘러쳐져, 그 끝은 저수지와다락논으로 통해 있었다. 마을의 집들이 늘어서 있는 곳에서 어느 정도 낮은 곳에 있는 광장에는 외양간두엄과 퇴비, 겨를 훈증하여 만든 훈탄이 쌓여 있었다. 산에서 솟아 나온 물이 수로에 유입되고, 그 물의 힘을 이용하여 쌓아올린 외양간두엄과 겨의 훈탄을 흘러가게 하고 있었다(그림4-15). 흘러간 외양간두엄과 훈탄은 저수지와 다락논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림4-15 인가를 따라 난 통로 옆의 수로에는 외양간두엄과 소각되어 탄화된 겨가 흘러가고 있었다.




둘러싼 깊은 산에서 샘솟아 나오는 물을 이용하여 연중 내내 담수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논은 벼가 생육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양분을 낭비 없이 계속 유지해 놓을 수 있다. 논 토양이 건조한 일이 없기에 암모니아가 질소화세균의 작용에 의해 질산을 거쳐 대기 질소로 방출되는 일을 막고 있다. 외양간두엄과 가정 하수에 포함되어 있던 암모니아, 유기물의 분해에 의해 생긴 암모니아, 그리고 인산과 칼륨을 다락논의 논 토양은 다음 벼 재배가 시작되기까지 함양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에 남아 있는 지속가능성의 장치


여러 종목의 작물을 재배


근대 농업에서는 생산성을 올리기 위하여 한 가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홑짓기 재배가 행해지고 있다. 이에반하여 전통적 농업에서는 논과 밭에는 바나나와 그 끝에는 가지, 호박, 콩, 레몬그라스 등의 허브류 등  다양한 작물이 섞어짓기되고 있다. 또한 우기에 벼를 심은 논에는 건기에 그루갈이로 콩이 심어지는 일이 많다.


다락논의 좁은 논두렁에 정연하고 비좁게 콩이 심어져 있다. 그중에는 화전의 가장 높은 곳에 심어진 콩밭도 눈에 띄었다. 근립균에 의해 고정된 질소 양분을, 높은 곳이라 영양소 함량이 적은 화전 토양으로 빗물이 나르는 장치인가 하고 감탄한 일이 있다.


이처럼 여러 종목의 재배는 작물의 이어짓기에 의한 장해를 회피함과 질소 양분의 공급을 가져오는 중요한 장치라고 해석된다.




벼 품종의 종자 교환


일본의 농가에서는 농협 등의 조직이 제공하는 도장이 찍힌 벼 품종의 종자 또는 모를 구입하여 재배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벼농사를 경영해 온 농가에서는 자가채종한 여러 품종을 보관하여 재배에 이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마을 안의 다른 농가와 다른 마을의 농가와 빈번하게 벼 품종을 교환하고 있다는 회답이 돌아왔다. 농민이 보여준 이삭의 단을 가리키며 다른 마을에서 시집을 온 며느리가 가지고 왔던 벼 품종이라고 설명을 들은 적도 많다. 또한 "어느 마을의 찰벼 품종'이라든지 하는 품종명도 자주 들었다. 여러 기회를 이용하여 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벼농사를 경영해 온 농민은 벼 품종을 빈번히 교환해 왔던 것이다. 교환함으로써 한 농가가 보관하는 품종의 수는 많아진다. 북부 라오스의 화전을 영위하던 50채 정도의 마을에서는 20가지 가까운품종을 보관하고 재배하고 있었다. 그들 품종은 수확 시기와 용도가 각각 달랐다. 농민이 수확 시기를 다르게 함으로써 가뭄 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한 농가가 자가채종하고 재배에 이용하는 여러 품종을 게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라오스 북부만이 아니라, 윈난과 술라웨시의 전통적 농업을 경영하고 있는 곳에서는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적은 품종 수에 구애되지 않고 때로는 교환하여 여러 품종을 보유하며 재배해 왔던 것은 병충해의 발생과 기후의 변동에 의한 피해를 최소한도로 그치게 하는 '장치'라고 해석된다.




재배 벼 품종의 교체와 섞어심기


이미 기술했듯이 일본에서는 한 농가가 재배하는 벼 품종은 농협 등이 장려하는 한 품종 뿐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역과 현 단위에서도 장려되고 있는 소수의 제한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 농업을 경영하는 농가는 여러 해, 길어도 3년 이상 똑같은 품종을 똑같은 논에서 재배하는 일은 적으며, 2-3년마다 품종을 교체한다. 밭과 달리 논에서는 이어짓기에 의해 증가하는 토양선충 등의 발생과 생육 억제물질의 집적 등이 관개용수에의해 방지된다고 이야기된다. 그러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 벼농사를 경영하는 농민에게서는 "똑같은 벼 품종을 여러 해 똑같은 논에서 재배하면 수확량이 저하된다"는 화답이 자주 돌아왔다. 그들은 똑같은 벼 품종을 똑같은 논에 2년이나 3년 계속하여 심는 일은 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 배미의 논에 여러 벼 품종을 재배하는 일도 행하고 있었다. 라오스 북부의 천수답에서는 맛이 좋지만 볏짚이 약하여 쓰러지기 쉬운 벼 품종과 맛은 별로지만 볏짚이 강하여 쓰러지지 않는 벼 품종을 섞어심어서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농민이 섞어심기의 이유를 이야기했다. 하나의 벼 품종에 구애되지 않고 논에 재배하는 품종을 교체하여 재배하며, 때로는 여러 품종을 한 논에서 섞어심기해 온 것은 이어짓기에 의한 병충해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수확량의 저하를 방지하는 '장치'라고 해석된다.




저수지는 양분의 저장고


일본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된 점, 관개설비가 정비된 점, 수난 사고 방지 등의 이유로 '저수지'가 뚜렷이 감소하고있다. 전통적 농업이 경영되는 천수답과 산 표면에 정연하게 만들어진 다락논에서는 저수지가 곳곳에 있다. 저수지는 인가가 늘어서 있는 마을과 논의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많다. 이 저수지에는 휴경 기간에 산에서 흘러나온 물과 가정 하수에 포함되어 있는 양분이 잠시 저장된다. 저수지에서 자라는 물풀, 그 물폴에 모이는 물벼록과 저수지에 모이는 곤충 등의 소동물을 먹이로 삼는 물고기, 그 물고기를 찾아 모이는 새가 저수지에 흘러오는 양분의 저장 역할을 떠맡고 있다.


저수지에는 산림에 내리 쏟아진 빗물에 의해 부엽토의 양분이 용출되고, 양분을 머금은 빗물은 골짜기 물이 되어흘러 들어온다. 인가에서 나오는 가정 하수도 저수지에 흘러 들어온다. 저수지를 덮은 붉은 개구리밥과 물풀에는질소고정력을 가진 미생물이 공생하여 질소 양분이 되는 암모니아를 산출한다. 또 조류에 물벼룩 등의 소동물이 모이고, 그들을 먹는 작은 물고기가 헤엄쳐 다닌다. 게다가 저수지에 날아오는 곤충의 사체와 작은 물고기를 찾아 날아오는 새들이 배출하는 분뇨는 인과 질소 등의 양분을 포함하며 저수지에 저장된다. 그처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저장된 양분을 함유한 저수지의 물은 필요에 응하여 관개용수로 논에 공급된다.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이 경영되는 지역의 저수지는 단순히 관개용수의 공급만이 아니라 논으로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된다. 




제초도 담당하는 논의 물고기 양식


일본에서는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잡종 오리를 논에 풀어놓는 방법이 환경에 좋은 농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에 기술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토라자와 마마사의 다락논에서는 농민이 논에서 벼의 재배와 동시에 물고기를 양식한다. 이 물고기는 논의 제초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논에서 하는 물고기의 양식은 논의 제초와 양분의 공급을 담당하는 '장치'라고 해석된다.




낭비가 없는 양분의 순환


근대 농업에서는 수확한 작물의 먹을 수 있는 부분 이외에 포함되는 질소 양분은 소각에 의하여 대기 질소가 되어 방출한다. 먹을 수 있는 부분에 포함되는 질소 양분도 체내에서 소화되어 분뇨로 된 뒤, 하수와 그곳에 집적된 오니의 소각에 의하여 대기 질소가 되어 방출된다. 방출된 대기 질소에서는 전기 방전에 의해 질소비료 성분인 암모니아를 제조하여 농경에 사용하고 있다. 인에 관해서도 오수 처리를 거쳐 하천과 바다에 방출된다. 사용한 인 비료는 고대의 동식물과 미생물이 기원인 인 광석으로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근대 농업에서는 농경에 쓰이는작물의 양분을 농경지 밖에서 가지고 들어와 사용하고 있다. 비료의 제조와 수송에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전통적 농업에서는 수확한 작물의 먹을 수 있는 부분 이외의 잔여물은 소와 돼지와 닭 등의 먹이나, 그들의 분뇨를 이용하여 만드는 외양간두엄으로 돌린다. 농경지에 남았던 작물 잔여물도 소와 돼지 등의 먹이가 되고, 농경지에 배출된 분뇨에 포함된 양분은 다음 작물의 재배에 이용된다. 더구나 사람들이 먹은 먹을 수 있는 부분에 포함되는 양분도 배출된 분뇨를 '거름통'에서 일정 기간 숙성하고, 거름으로 작물 재배에 이용한다. 작물 잔여물과 가축과 인간의 분뇨를 이용하는 건 작물의 수확량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수인 양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농경지를 포함한 생활권 안에서 낭비 없이 순환시킬 수 있는 '장치'라고 해석된다.




산림이 작물을 키운다


전통적 농업에서는 농경지를 둘러싼 산림을 뺴놓을 수 없다. 굴 양식 등의 연안 어업은 연안에 흘러 들어오는 하천의 유역을 둘러싼 산림이 건강히 보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된다. 그 중요성으로부터 연안 어업을 함양하는 산림은 '어부림'이라 부른다. 지속가능한 전통적인 농경을 함양하는 숲은 '농경림'이라고도 부르는 것이 적당하겠다. 농경림은 농경지에서 가지고 나온 양분의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목은 작물이 흡수할수 없는 땅속의 인산조차도 균근균 등의 작용을 얻어 흡수한다. 게다가 숲에 모이는 작은 새와 동물이 배출하는 분뇨에 포함되는 질소와 인은 수목의 가지와 잎에 집적된다. 그리고 말라 떨어진 가지와 잎은 동물과 작은 새의 분뇨도 포함하며 부엽토가 된다. 부엽토에 집적된 양분은 농경지에 운반되어 작물 재배에 이용된다.


곧, 작물 재배에 빠질 수 없는 인과 질소 등의 양분을 공급하는 근원인 '농경림'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전통적인 농업의 '장치'라고 해석된다.




農과 食을 통하여 물질순환을 인식하다 


전통적 농업에서 행하는 작물 재배의 양분이 되는 질소와 인산과 칼륨 등의 원소 대부분은 농경지 및 재배된 작물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을 둘러싼 산림을 포함시킨 범위 안에서 순환하고 있다. 또한 그 양분 원소의 순환에 걸리는 시간은 작물을 먹는 사람들의 생존 기간보다도 짧다. 전통적 농업에 비교하여 근대 농업에서는 화학비료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양분 원소의 순환은 농민과 소비자의 생활권 밖에까지 미치고, 순환에 걸리는 시간은 사람들의 생존 기간을 넘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다른 지구의 생물과 마찬가지로, 양분이 되는 원소의 순환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식 안에서부터 없애 버리고 있다.


그와 같은 시대인 만큼, 인간도 포함하여 우리 생물의 생존을 위하여 빼놓을 수 없는 양분 원소의 순환을 인식할 수 있는 범위에 멈추어 두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지역에서 산출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이른바 '지산지소'는 인간 자신이 생물이며, 생물로서 원소의 순환 안에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것까지 인식시켜주는, 계기가되지는 않을까? 농경지의 순환을 보전하고, 산림을 보호하는 일로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먹을거리를 소중히 여기고 먹고 남기는 것까지 꺼리는 전통적 농업의 '장치'라고 해석된다.






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에서 본 지속가능성


리비히가 본 인본 농업의 지속가능성


'무기영양설'을 제창하고 오늘날의 근대 농업을 키운 리비히가 그 저서 <화학의 농업 및 생리학에 대한 응용>에서 일본의 농업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산이 많고, 최대 국토의 절반밖에 경작할 수 없지만, 주민수는 대영제국보다도 많은 섬 제국 일본은 초지도, 구아노와 골분, 칠레 초석의 수입도 없이 주민의 온갖 영양을 완전히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국 이후 매년 적지 않은 양의 생산물자까지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농업은 경험과 관찰에 인도되어 토지를 영구히 비옥하게 유지하고, 그 수확성을 인구의 증가에 맞추어 높여 가는데에 적합한, 비길 데 없는 농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농업의 기본은 토양으로부터 수확물로 가지고 나온 모든 식물 양분을 완전히 상환하는 데에 있다. 일본의 농민은 돌려짓기의 강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농사지을 뿐이다. 그 토지의 수확물은 지력의 이자인 것이고, 이 이자를 산출하는 자본에 손을 대는 일은 결코 없다."고 기술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자란 농경지의 예금인 비옥도의 이자이다. 곧, 19세기 초의 일본과 중국에서는 농경지의 비옥도를 지속할 수 있는 농법이 영위되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더구나 비옥도를 계속 보전하는 규범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며 놀라움을 나타낸다. "가장 경탄할 만한 건 이들 나라에서 오랜 번영 상태가 주로 제사 및 강한 종교적 형률과의 결합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의 '신'은 본래의 의미로는 '가래'이다."


리비히가 170년이나 전에 농경지의 비옥도를 지속적으로 계속 보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와 노동의 효율이 아니라 농업과 결합된 정신문화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킹이 본 동아시아 농업의 지속가능성


미국의 토양수와 지하수의 유동, 관개 및 배수 공학 등의 토양물리학 분야의 권위자였던 토양학자 프랭클린 히람킹은 100년 전인 1909년에 6개월에 걸쳐 중국과 조선, 일본의 농업을 시찰한다. 킹 박사는 귀국한 뒤 1911년 <동아시아 4천년의 영속 농업>(한국에선 4천년의 농부로 번역 출간)이라 제목을 붙인 책을 쓴다. 그 저서 안에서자신의 나라인 미국에서 전개된 신대륙형 농업이 토양의 비옥도를 소모만 시켜 지속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100년 전에 이미 지적한다. 그리고 12장 '동양의 벼농사에 대하여'에서 그는 "벼를 주작물로 선택해 풍부한 빗물이 가져오는 관개, 배수의 통합 체계를 정비하고, 그것을 유지하여 다모작의 체계를 구축하며, 콩과작물을 널리 또 장기에 걸쳐서 게속 이용하고, 토양 부식과 퇴비의 공급원으로 녹비를 돌리짓기 안에 포함시키며, 온갖 폐기물을 경건할 정도로 충실하게 농지에 돌려주고, 작물이 가지고 나온 양분을 보급한다. 이런 일은 동아시아의 농민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필수조건과 기본원리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유럽과 미국의 여러 나라의 국민들이 재고하게 만든다."라고 논술한다. 


킹이 100년 전에 미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의 상실을 우려하고, 아시아의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농경의 지속가능성을 양분 원소 순환의 '장치'라는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하워드가 본 아시아의 전통적 농업


하워드는 저서 <농업성전>에서 농업의 생산 체계를 (1)원시시대의 산림과 대초원, 해양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궁극의 생산자인 자연에 의한 생산, (2)멸망한 민족의 농업, (3)서양과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동양(아시아)의 전통적인 농업, (4)이 100년 동안 많은 과학의 힘이 주입된 유럽과 북아메리카 같은 지역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농법이란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들 중에서 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의 특징으로, 안정적인 소농 형태인 점, 식용과 사료용 작물의 재배가 압도적인 점, 섞어짓기가 일반 원칙인 점, 가축과 농작물의 균형이 늘 유지되고 있는 점, 밭농사에서 콩과작물 재배가 일반적인 점, 끝이 쇠인 목제의 괭이로 얕이갈이하는 점, 쌀은 어떠한 때라도 가능하면 재배하는 점, 충분한 노동력이 공급되는 점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도와 중국의 전통적 농업은 몇 세기 전부터 행해져 왔으며, 중국의 농경지는 4000년이 지났어도 지력을 잃지 않았다고도 기술한다. 


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을 조사한 그는 "농경에서도 생명의 순환, 곧 생장(통합)과 부식(분해)라는 두 가지 과정의균형이 중요하다"고 논술한다. 게다가 "생산에 따라 부식의 소모와 폐기물 환원의 균형이 잡힌 지역에서는 농업 생산 체계는 안정화되고, 지력은 저하되지 않았다."라고 기술한다. 그리고 "지력이란 수확량, 양질, 내병성 등 생장 작용을 민첩, 원활, 효율적으로 촉진하는 부식으로 풍부한 토양의 상태이다"라고도 기술한다. 1938년에 발표된 왁스먼Waksman의 논문을 인용하여 "부식이란 토양, 퇴비, 웅덩이 등의 호기성, 혐기성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한 동식물성 잔재의 분해 중에 생성된 갈색 또는 어두운 색의 비결정성 복합물질이다. 부식은 식물, 동물, 미생물의 요소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다."라고 기록한다. 하워드가 아시아의 농업을 시찰한 뒤에 병충해 저항성의 '장치'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위에 기술한 유럽과 미국의 연구자들의 논술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축하는 데에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 온 아시아의 전통적 농업을 경지 생태계에서 이루어지는 물질 순환 및 생물다양성,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란 측면에서 재검증하는 일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일본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철이 없어진 농작물이 식량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한다


한여름에 감귤을 먹을 때마다 떠올리는 '천냥千兩 감귤'이란 제목의 만담이 있다. 에도 시대의 어느 여름에 병에 걸린 큰 상점의 도련님이 "감귤을 먹고 싶다"고 말한다. 아낌없이 돈을 쓰는 주인은 지배인을 심부름 보내어 한  감귤 도매상의 창고 안에서 겨우 하나의 썩지 않은 감귤을 천냥을 주고 구한다. 도련님에게서 사례를 건네받은 한 알의 감귤을 손에 든 지배인은 생각했다. "천냥의 감귤, 이 알이 백냥인가, 일생 일해도 나에게 백냥은 무리다, 이것만 있으면, 평생 즐기며 살 수 있다." 지배인은 한 알의 감귤을 쥐고서 가게를 떠나 버렸다. 이 만담, 우리에게 과연 웃긴가? 우리도 도련님과 주인과 지배인과 마찬가지로 환경부하라는 큰 대가를 치르며 계절에 관계 없이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무렵, 여름에는 역의 홈에서 '냉동 감귤'을 팔고 있었다. 그 냉동 감귤을 차가움을 참고서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고 먹는 것이 '여름 여행의 추억'이기도 했다. '냉동 감귤'은 여름이 감귤의 계절이 아닌 점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무렵은 딸기와 배 등의 과일만이 아니라, 오이와 토마토 등 채소에도 각각의 계절이 있었다. 그리고 먹을거리의 기억은 자연의 은혜로서 각각 제철과 함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추억은 우리들이 인간으로서 게절을 순환하는 자연계 안에 안겨 있으며, 계절의 은혜를 먹고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먹을거리는 자연계에서 온 계절의 은혜라는 인식이,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장치'로서 필요하지는 않을까?




농작물의 상표화가 식량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한다


쌀에서도, 고기에서도, 과일에서도, 최근에는 상표가 유행이다. 요즘 농산물의 상표화는 농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법으로 퍼지고 있다. 상표의 기준은 주로 맛있다는 보증에 있다. 맛있는 것만이 아니라, 상자 포장하여 운반하기 쉬운 것, 모양이 가지런한 것, 악취가 없는 것 등이 상표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가짜 상표가 나돌면 DNA 감정서의 보증이 위세를 떨친다.


그러나 상표화의 추진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 DNA 감정서의 보증에 의해 상표가 된 농산물은 혈통서가 딸린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잡종, 곧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한 반려동물에 비교하여 병에 약한 것은 아닐까? 작물의 병충해는 대규모 단작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몇 백 년 또는 몇 천 년에 걸쳐 전통적 농업이 경영해 온 논에서는 용도와 수확기를 다르게 하는 다수의 벼 품종이 재배되고, 수확량이 떨어진 품종은 다른 품종으로 바꾸어 놓아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된다.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풍부한 유전적 다양성을 계속 유지하는 농업이야말로 병충해에 의한 막대한 피해 없이 지속적인 수확이 가능하게 했던 '장치'는 아니었을까?






마치며

 

21세기 중반에 세계 인구는 100억 명이 이를 것이라 추산되고 있다. 인구 증가의 대부분은 열대지역, 특히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뚜렷하다. 아시아 지역에서 경영되어 온 전통적 농업을 단순히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점에서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는 농경의 지속가능성을 다시 돌아보기 위한 대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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