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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농경사 권5




기고5

현대에 화전의 의의를 생각한다

에가시라 히로마사江頭宏昌






시작하며


화전은 경작과 휴한을 반복하고, 휴한에서 경작으로 이행할 때 불놓기를 수반하는 순환적인 농법이다. 현재는 동남아시아, 남미 아마존 지역,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열대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행해졌다. 휴한의 형태로는 산림이 기본이지만, 지역에 따라 떨기나무, 사바나, 초지인 경우도 있다.


불놓기 이후는 1년에서 몇 년의 기간에 똑같은 밭에서 해마다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돌려짓기'를 행하고, 휴한에 수반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휴한할 때 지력의 회복을 위해서는 비료를 넣거나 하지 않고, 기본적으로는 자연의 천이에 의존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휴한할 때는 단지 지력의 회복을 기다리는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는 휴한지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예가 많다. 예를 들면, 중국 윈난 지방과 일본(尹 2000, 川野 2004)에서는 산나물, 버섯, 과일 등의 풍부한 식물자원을채집하는 장으로 이용되어 왔다. 또한 지력 회복을 축진할 목적으로 질소고정을 행하는 빵나무를 심거나(上山 외1996), 라오스에서는 화전 이후의 2차림으로 생육하는 안식향나무(Styrax tonkinense)에서 안식향을 채집하거나, 베트남 북부에서는 같은 수종을 펄프용으로 심거나 하고 있다(竹田 2001). 현대와 근대의 일본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높은 삼나무, 오동나무, 삼지닥나무, 뽕나무, 차나무, 또 숯용으로 너도밤나무, 주목, 벚나무 등을 심어 이용해 왔다(野本 1984). 이처럼 화전 농법은 경작지만이 아니라, 휴한지에서도 사람들에게 풍부한 헤택을 가져왔던 것이다.




화전은 산림 파괴의 원흉인가?


최근 화전은 산림 파괴와 지구온난화의 원흉이라고 이야기되는 일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최근 10년의 산림 감소 면적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1에 나타내 보았다. 세계의 산림 면적은 2007년 현재, 약 39억4000만 헥타르인데, 최근 10년 약 8000만 헥타르가 감소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800만 헥타르 이하이며, 일본의 전 산림 면적의 3배 이상이 해마다 소실되고 있는 것이다. 그 감소의 대부분은 남미,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기인하고, 화전이 활발히 행해지고 있는 지역과 일치한다.


그림1 세계 각지에서 최근 10년(1997-2007) 산림 감소 면적(FAO의 자료에서 저자가 작성).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그래프 합계값이 세계의 합계값을 넘어 버리는 것은 통계 자료에 추정값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그 쌓는 방법에서 생긴 오차일 것이다.





이러한 산림 감소의 원인은 무엇인가? 산림종합연구소(2009)에 의하면, 산림 벌채 뒤의 토지이용 전환이 주된 원인이라고 하고, 그중에서도 화전이 전환 용도 전체의 45%를 차지한다고 한다. 화전이 대규모로 산림을 감소시키고 있는 결과를 부르고 있는 것은 왜일까?


히로세廣瀨(1997)는 산림 파괴의 원흉이 되고 있는 화전의 유형이 있다고 설명한다. 곧, 큐마久馬(1989)가 분류하고 있는 화전의 유형으로, ①단기 작부-장기 휴한, ②단기 작부-단기 휴한, ③장기 작부-초장기 휴한 또는 방기의 세 가지가 있다고 기술하고, "①은 경작 집약도의 R값이 30% 이하의 산림 휴한형으로 습윤열대의 자연에 잘 적응한 안정적인 농경 형태이다. 그러나 이 조건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작부 기간이 장기화하는데, 휴한 기간이 단축되어 R값이 상승하고, 토양의 열화가 일어난다. ③의 방식은 산림 파괴의 원흉이라고 이야기되는 것으로, 화전 이동 경작과는 무관한 것이며, 방기지에서는 이미 산림은 재생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즉, 인구 증가에서 기인하여 ③의 화전이 산림 파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요코야마橫山(2004) 및 아라하타荒畑(1993)도 이에 대하여똑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요코야마(2004)는 인구 증가에 더하여 빈곤도 산림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살아 가는데에는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데, 빈곤층은 토지소유가 명확한 평지에 농지를 구할 수 없어 소유가 불명료한 산림지대, 대부분은 원생림에 들어가 농지를 개척한다. 그들의 농법은 토지가 열화하면 새로운 다른 산림으로 이동하게 되는 '무질서 개간'이며, 장기 휴한을 가진 전통적인 화전과는 전혀 달라 주의를 요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히로세(1997)의 ③장기 작부-초장기 휴한 또는 방기의 화전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산림 재생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산림을 사용하고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빈곤층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까지 전통적인 화전을 경영해 왔던 농민들도 앞으로 행할 가능성이 있다. 산림종합연구소(2009)도 기술하듯이, 산림 파괴는 화전에 의하여 일어나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근본적인 요인으로 빈곤과 인구 증가, 분쟁 등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요인, 나아가 이상기후와 같은 자연적 요인도 포함하여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일어나고 있다.





화전이 그곳에서 영위되어 왔다는 의미


타카하시(1984)는 예를 들면 동남아시아의 화전을 상전화常畑化하려고 할 때에는 스콜성 강한 비에 대한 토양침식의 방지대책이 빠질 수 없으며, 화전의 과정에는 토양침식을 저지하는 여러 가지 지혜가 발견된다고 한다. 화전에서는 일반적으로 쟁기질을 행하지 않고, 구멍에 파종하는 것이 겉흙의 파괴를 줄이는 일로 이어진다. 또한 수목을 베어낸 그루나 지표를 그물눈처럼 기는 뿌리가 토양의 유실을 방해하는 효과를 지닌다. 게다가 화전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에는 여러 종의 작물을 사이짓기·섞어짓기하는 일이 많은데, 이것도 땅을 덮는 조건을 확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동남아시아에서는 화전의 전통적인 관행이 토양침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단순히 상전화를 진행하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서수마트라에서 행한 조사(上堂 외 2002)에서는 '화전(라단)은 침식을 일부 가속하지만, 동시에 논으로 토양이 퇴적되도록 촉진하기에 필요'하다는 인식을 주민이 가지고 있는 사례도 있다.


요코야마(2004)는 "열대, 아열대 지역에서는 양분의 대부분은 지상의 식물(주로 수목)에 의하여 쌓이고, 토양 자체의 양분은 매우 적다. 따라서 토양에 환원하기 위해서 숲에 불을 놓는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큐마(1989)에 의하면,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은 반건조 조건에 있기 때문에 휴한기는 산림이 재생하지 않고, 사바나와 초원이 된다. 또한 대부분의 토양은 비옥도가 낮은 좋지 않은 토양이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는 다른대륙에 비하여 몹시 조건이 열악한데, "비옥도가 낮고 구조가 불안정한 열대의 토양을 생태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이용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 화전밖에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열대 지역에서 화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의 하나로, 화전 농법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자연제약의 이유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통적인 화전의 지혜


(1) 화전 적합지를 선택

전통적인 화전을 행해 온 사람들에게 화전 적합지란 어떤 것일까? 화전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일을 전제로 하는 이상, 작물의 생육이 좋아지는 장소라는 것이 전제일 것이다. 지형과 일조 조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지력이다. 지력에 관계하는 것은 흙속에서 물, 미생물과 그것을 기르는 유기물, 작물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이다.


먼저 산지 경사면에서 왜 풀 베는 장소, 화전, 계단밭, 다락논의 사용 분류가 생겼는지에 대하여 지질과 물 조건의 관계를 고찰한 흥미로운 논고(早川 1981)이 있다.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다락논, 계단밭으로 이용되는 것은 약간이지만 물이 있는 장소로서, 물의 공급은 지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다락논의 성립에는 상부에서의 물 공급이 필수조건으로, 단층 파쇄대 등의 샘을 이용할 수 있고, 토양의 하층에 불투수층(점판암과 이판암)이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계단밭은 다락논 적합지의 주변으로 습도가 높고 지력이풍부하다. 


화전과 풀 베는 장소는 계단밭보다도 습도가 낮지만, 화전은 풀 베는 장소 적합지보다도 조금 습도가 높은 산림 적합지가 사용된다. 풀 베는 장소는 투수성이 높은 석회암 대지와 화산 경사면에 발달하고, 비가 많이 내리면서 유효한 물이 부족하고 수목 생육이 곤란한 장소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아소와 코코노에九重의 풀 베는 장소는 투수성이 큰 지대에서 밭으로서의 지력을 갖지 못한다. 2차대전 이후 들어가서 그 경지화를 시도했지만, 그 대부분은 다시 초원이 되었다고 하야카와는 기술하고 있다. 요컨대, 화전으로 사용된 장소는 산간지 경사면에서 논으로도 계단밭으로도 적합하지 않지만, 약간 건조한 산림 적합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산림 적합지라고 하더라도 꼼꼼하게 비옥도를 확인하는 일은 역시 어렵다.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식생의 종류로 비옥도를 판단해 왔다. 예를 들면 오리나무, 전나무, 조릿대, 엉겅퀴 등이 생육하고 있는 장소는 토지가 비옥하다고 하며, 그러한 장소는 적극적으로 화전으로 이용되어 왔다.



(2) 불 놓기의 효용

화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불 놓기이다. 불 놓기의 효용에는 밭으로 삼는 공간을 여는 일, 비료를 만들어내는 일, 잡초와 병충해를 방제하는 일, 일부 작물에서는 불 놓기의 남은 열을 이용하여 발아를 촉진하는 일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작물의 성장에 필요한 비료를 생성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그림2).


그림2 순무의 생육에 미치는 불 놓기의 효과(츠루오카시鶴岡市 후지사와藤沢에서 필자 등이 실험을 행한 촬영). 밭의 오른쪽 절반은 불을 놓고, 왼쪽 절반은 불을 놓지 않은 재배실험구. 2008년 8월9일에 불을 놓고, 같은 달 12일에 전면에 똑같은 종자를 심어, 9월29일에 촬영했다. 불 놓기가 순무의 생육을 촉진하는 것은 일목요연하다.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비료가 되는 질소, 인산, 칼륨이라는 3대 영양소는 빼놓을 수 없다. 통상 사용되는 질소화학비료는 공기 중의 질소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만들어서, 그때 화석연료와 전기 에너지가 대량으로 소비된다. 또한 인산 화학비료는 인광석으로 만들고 있는데, 일본에 인 광석 자원은 없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 광석 자원은 세계적으로 고갈되어 가고 있어, 2009년 5월의 가격이 2006년 1월의 가격보다 2배 이상 급등함과 함께, 가까운 장래 수입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현재의 일본 농업의 기반은 이와같은 불안정한 해외의 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산림에 있는 수목과 풀은 물론, 지표를 덮고 있는 부엽토 등의 유기물 안에는 이 질소, 인산, 칼륨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대로는 작물이 직접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보통은 곤충과 지렁이 등 작은 동물, 곰팡이와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 이러한 유기물을 먹고서 질소, 인산, 칼륨을 이온 형태로 변화시킨 것(무기화)이 물에 녹아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하여 비로소 영양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산림의 이러한 질소, 인산, 칼륨을 할 수 있는 한 빠르게 식물의 영양으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면, 미생물 등의 힘을 빌려 퇴비로 만들든지, 불 놓기를 행하게 된다. 가장 속효성이 있는 건 후자이다.


그런데 화전에서는 "재가 유일한 거름이 된다"와 같은 말이 자주 이야기되는데,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재의 주성분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다. 그들은 모두 식물에 필수 영양소이지만, 3대 영양소 중에서 재로는 칼륨만 공급할 수 있다.


그럼 나머지 질소와 인산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찍이 필자 등이 2004, 2005년에 행한 실험에서 삼나무의 줄기잎을 태운 화전땅에서 채취한 겉흙에는 불 놓기 전에 비교하여 암모니아태 질소가 10배, 인산이 3배, 칼륨은 6배가 되어 있었다. 질소와 인산은 흙의 유기물이 불꽃의 열로 분해되어 생성되는 것이다.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질소의 형태에는 암모니아태와 질산태가 있는데, 불 놓기 이후에 그 둘이 증가하는 것이 여러 연구자에 의하여 보고되고 있다. 다만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화력의 세기에 따르기도 할 텐데, 보통은 먼저 암모니아태 질소가 생성된다. 질산태 질소는 유기물 안의 질소가 화력이 센 불꽃으로 직접 산화되어 생기는 일도있지만, 대부분은 대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 증거로 야마자키현의 화전을 행하는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흙이너무 불탄 장소는 작물의 생육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불 놓기 이후에 늘어나는 질산태 질소의 대부분은 질산균이 불 놓기로 생긴 암모니아태 질소를 사용하고 나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화력이 너무 강하면 질소, 인산, 칼륨의 생성이 부족해진다. 너무 강하지 않고, 너무 약하지 않으며, 알맞은정도의 불 조절이 좋은 것이다.


또한 우주왕복선의 기체에 붙어 있는 세라믹이 대기권에 돌입할 대의 열을 차단하듯이 화전의 불 놓기에서도 겉흙이 열을 차단하여 지표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아래는 상온이 유지되며, 미생물과 곤충도 생존할 수 있다. 한편,불 놓기에 의하여 병해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병해충 생식 영역이 겉흙 부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불 놓기에 의하여 생성된 재는 물에 녹으면 강알칼리성을 나타내기에, 알칼리성에 강한 누룩균 같은 것은 예외로 하고, 대부분의 미생물은 사멸한다. 그러나 살아남은 미생물은 불 놓기로 대량으로 생성된 무기영양분을 집어먹고 불 놓기 전보다 늘어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알려져 있다.


블 놓기의 효용으로 또 하나, 작물의 발아 촉진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려 한다. 야마가타현 츠루오카시의 토종 순무의 하나인 '아츠미溫海 순무'는 적어도 330년 이상 전통적으로 화전에서 재배되어 온 순무이다. 그 재배자들의 구전에 "재가 뜨끈한 동안에 씨를 심는다"고 하는 것이 있다. 재가 뜨끈한 동안에 씨앗을 심는 쪽이 발아가 잘되고 모가 잘 산다고 한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씨앗에 일정 시간, 일정 온도를 가하여 축축한 종이를 깐 샬레에서 발아시키는 실험을 야마가타현 안팎의 순무를 몇 종류 사용해 행했다. 그 결과, '아츠미 순무'에서만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가열하지 않은 대조구의 씨앗은 50% 정도만 발아했는데, 70-80도로 10분 동안 가열하여 심으면 90% 이상 발아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휴면성이 있다고 이야기되는 순무의 씨앗 중에서도 아츠미 순무의 휴면성은 비교적 깊고, 채종 이후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휴면이 깨어나지 않지만 불 놓기의 잔열을 이용하면 휴면이 풀려 기세 좋게 발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으로, 카와노 카즈아키川野和昭 씨(2001)는 에도 시대의 카에이嘉永 연간(1841-1853)에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에서 행해지고 있던 대나무 화전의 일을 기록한 <남도잡화南島雜話>에, 불타는 대나무에 조의 씨앗을 뿌리는 남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불 놓기의 열을 이용한 씨뿌리기는 순무와 조 이외에도 있을지도 모른다.


(3) 쟁기질할까, 하지 않을까

야마가타현의 화전에서는 첫해에 순무의 씨를 심는다. 그 직후, 쟁기질의 유무에 대하여 현의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츠루오카시 토종 '아츠미 순무'는 종자를 재 위에 흩뿌리기만 하고 전혀 쟁기질은 하지 않는다. 한편,같은 시 안의 '호야宝谷 순무'와 오바나자와시尾花沢市의 '고보노牛房野 순무'는 파종 이후에 괭이로 씨앗과 재를 함께 갈아서 뒤섞는 일을 한다. 어째서 이와 같은 차이가 있는 것일까? 


동남아시아의 화전처럼 스콜성 비가 내리기 쉬운 곳에서는 겉흙의 유실이 우려되기에 겉흙은 할 수 있는 한 교란시키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 철칙이다. '아츠미 순무'의 재배법도 그 흐름을 이어받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대체 '아츠미 순무'의 파종이 행해지는 곳은 흙에 모래와 자갈이 포함된 장소가 많기(그림3) 때문에, 겉흙의 유실을 방지하는 일이 주된 목적은 아닐 것 같다. 도대체 갈고 싶어도 괭이의 날이 지면에 들어가지 않는다.무 같은 긴 순무라면 생육조차 어려울 테지만, '아츠미 순무'는 둥근 순무이기에 꽁무니에서 뻗어나온 수염뿌리로 모래와 자갈 아래의 양분을 흡수하면서 묵직하게 모래와 자갈 위에 앉은 모양으로 생육한다. 토양의 종류에 따라서 재배되는 순무의 모양도 선택되어 왔을 것이다.


그림3 자갈을 포함한 화전의 토양에서 생육하는 '아츠미 순무'의 싹이 틈



'고보노 순무'의 재배자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가뭄이 드는 해 만큼 깊게 갈아라"라고 할아버지에게 배웠다고 한다. 밭을 조금 파 보면 알겠지만, 건조한 해라도 5센티미터만 파면 대부분 조금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 순무는 이약간의 습기에도 싹이 틀 수 있다. 어느 정도 깊게 갈지를 잘 관찰하면, 괭이의 날은 10센티미터 이상 지하로 들어간다. 순무 씨앗의 지름은 기껏 1밀리미터이기에, 씨앗 지름의 100배 깊이에 잠기는 셈이다. 그래서 정말로 발아할 수 있을지 하고 생각한다면, 발아는 물론 그해도 예년처럼 완전한 순무를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한 건, 순무는 깊이 심어도 견디고 발아하는 성질, 즉 심파(깊이 파종) 저항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야마가타현 안의 화전에서 재배되어 온 토종 순무 몇 종류의 심파 저항성을 조사한 바, 대부분의 순무는 10센티미터 정도의 깊은 파종에 견디는데, 아츠미 순무만 깊이 파종에 견디지 못한다는 걸 알아냈다. 즉, 쟁기질할지 하지 않을지는 가뭄의 정도와 순무 자체의 깊이 파종 저항성의 세기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4) 일본의 화전에서 보는 돌려짓기의 지혜

야마가타현에서는 츠루오카시 아츠미, 타가와田川, 후지사와藤沢, 호야 지구, 오바나자와시 고보노 지구에서 현재도 화전이 행해지고 있다. 8월마다 불 놓기를 행한 뒤, 첫해는 그곳에서 토종 순무를 재배한다. 예전에는 돌려짓기를 행하여, 지금도 타가와와 후지사와 지구의 일부에서는 팥 등의 돌려짓기가 행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대개의 장소에서는 둘째 해 이후의 밭은 방기되고 있다. 일부러 애써 노력해 불 놓기를 하더라도 1년으로 밭을 방기해 버리는 이유는, 순무는 이어짓기 장해가 쉽게 발생하기에 2년 연속하여 심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둘째해 이후 잡초가 늘어나 제초의 수고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돌려짓기에서 돌려짓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함이 일반적인 데 반해, 시라사카白坂(2004)는 중국 윈난성에서 1960년대 이후 일본과는 거꾸로 돌려짓기 하지 않는 것에서 돌려짓기로 변화해 왔다고 기술한다. 일본과 윈난에서 변화가 다른 건 아마 살아가기 위한 식량을 어느 만큼 화전에 의존하여 자급할 수밖에 없는지 하는 차이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런데 그림4는 필자 등이 2006년에 불 놓기를 행한 야마가타 대학 농학부 연습림의 화전땅의 2년 뒤의 사진이다. 사진에는 불을 놓고 1년 뒤에 심어진 삼나무의 사이에 죽사초竹似草와 삼백초만이 우점하여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특히 죽사초는 여기만이 아니라 츠루오카시 안의 불을 놓고 2년이 지난 화전땅에서 이상할 만큼 잘 자라는 잡초이다.


그림4 불 놓고 2년 뒤의 화전땅. 심어진 삼나무 사이는 죽사초와 삼백초로 덮였다. 2008년 8월 야마가타 대학 농학부 연습림(야마가타 츠루오카시)에서.




사사키(1972)는 태평양 전쟁 이전과 이후를 통해 일본의 화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어 온 작물은 메밀, 피, 조, 대두, 팥의 다섯 종류이고, 이들이 우리나라의 화전에서 기간작물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들의 돌려짓기 방법을 보면, 전국적으로는 화전 첫해에 메밀(태평양 전쟁 이전은 그에 버금가게 피도), 둘째 해에 조, 대두, 팥, 셋째 해에 대두, 팥이 가장 많이 재배되었다고 기술한다.


스가와라菅原(1979)는 돌려짓기의 순서가 작물의 수확량과 잡초가 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흥미로운 연구를 행한다. 그 연구에 의하면, 피와 조(모두 벼과 작물)를 화전 토양의 영양분이 가장 풍부하고 잡초가 적은 첫해에 농사지을 경우, 4년 돌려짓기 체계의 총수확량이 가장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다만 첫해의 농사에 한하지 않고, 피와 조를 재배한 이듬해는 잡초의 번성(풀의 종, 풀의 양일지라도)이 뚜렷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염기류(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의 대부분을 흡수하여 그들의 잔존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토양산도가 높아지고, 토양산도에 적응한 잡초가 번성하기 쉬워질 것이라 기술한다. 덧붙여서 그(1973)는 토양산도의 강도에 따라서 우점하기 쉬운 잡초를 다섯 집단으로 분류했다. 필자가 연습림에서 본 죽사초와 삼백초는 토양산도가 두번째로 강한(PH가 4.4 안팎) 집단에 속하고, 그들이 우연히 자라고 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스가와라(1979)는 일반적인 작부체계가 메밀→피·조→팥→대두와 같이 메밀을 첫해에 농사짓는 이유는 전국적으로 여름의 불 놓기가 많고 재배 기간이 짧게 끝나는 작물이라는 점만이 아니라, 주식인 피와 조의 수확량 확보와 잡초 회피의 양자를 절충한 모양일 것이라 기술한다. 덧붙여서 메밀은 피와 조에 비하면 흡비성은 약하고, 팥과 대두는 질소고정력을 가져 지력의 저하된 밭에서도 생육할 수 있기에 토양의 악화를 불러오지 않는 성질이 있다. 또한 메밀과 팥, 게다가 들깨는 잡초에 강한 성질이 있는 점도 알려져 있다. 옛사람은 경험적으로 이러한 의미가 있는 순번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돌려짓기 체계를 만들어냈다. 돌려짓기 체계는 작물과 그것을 둘러싼 토양과 잡초의 성질을 종합적으로 인지하여 만들어낸 지혜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마치며 -현대에 화전을 고려하는 의의


인간은 식량을 구하여 들과 숲을 째고 열어 논밭을 개간해 왔다. 그곳에서 재배된 작물의 대부분은 그때까지 자연생태계의 식생에는 없었던 식물로서, 기존의 식물과 곤충, 미생물 등과의 사이에 새로운 생태계, 즉 농업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농업생태계는 반드시 안정된 계는 아니다. 그 증거로 작물의 종자가 그 논밭에 흘러 떨어지더라도 똑같은 작물의 논밭이 이듬해에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논밭에서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거름을 보충하고, 자연식생 안에서 경합하는 잡초를 뽑아내는 등 반드시 계속적으로 사람의 손이 가지 않으면 농업생태계는 안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작물을 재배할 때에는 사람의 손이 미치는 경작 기간을 가능하면 짧게 하고 경작 이후에는 휴한하여 자연의 생태계로 돌리는 화전과 같은 방법이라든지, 또는 인위적인 통제와 자재의 투입을 영속적으로 계속하면서 논밭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화전이라 하더라도 인구 증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 상황의 변화 속에서 산림과 환경 파괴의 원형인 '소모형 화전'으로 상징되는 것처럼, 지속적인 식량 생산의 수단은 아니라는 사례도 발생하기 시작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전이 그와 같은 '소모형 화전'의 피해자라고 하는 측면도 있는 한편, 당장 전통적 화전에서도 인구 증가와 시장주의 경제의 침투와 함께 토지이용의 집약화가 진행되어 '소모형 화전'과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화전을 존속시켜야 할 의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의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화전은 자연생태계와 공생하는 수단으로 오랜 세월 계승되어 온 필연성이 있어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즉 '소모형 화전'을 금지시킬 필요는 있지만 전통적인 화전 농법까지 버리게 하는 일은 화전이 아니면 지속적인 식량 생산이 불가능한 경작지(또는 휴한하고 있는 경작 후보지)를 방기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새로운 지속적인 농업 기술의 구축으로 유용한, 화전의 과정 안에서 전해져 온 지혜를 계승하기 위해서도전통적인 화전을 계승할 의미가 있다. 이러한 지혜는 화전이 사라지면 소멸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추진되어 가는 유기농법은 근대농법이 잉태한 문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이 기대된다. 전통적인 화전의 지혜와 기술은 더욱 안정된 유기농법의 구축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유기농법에서도 영양분을 풍부하게 포함한 축분퇴비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전제이고, 유기질의 분해가 쉽게 진행되는 온도와 습도가 확보되는 환경이 보증되어야 한다. 아프리카 같은 건조한 사바나와 초지에서 과연 유기농업이 가능할까? 그와 같은 지역에서는 화전 그것을 없애기보다 부의 분배 상태와 빈곤층의 생활 구제를 고려하는 쪽이 선결과제는 아닐까?


더 중요한 것은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각 지역의 자연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지속적인 농업을모색하고, 재구축하는 것이다. 그를 위한 힌트가 되는 지혜가 전통적인 화전 안에 있다. 그 손실을 막을 만한 지혜의 수집과 검증을 실행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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