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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농경사 권3





제3장

맥류 풍토의 주역들

                                       -타케다 카즈요시武田和義 / 카토우 켄지加藤鎌司







Ⅰ 보리 아라비안나이트(타케다 카즈요시)



물과 식물


물은 훌륭한 용매로서, 참으로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식물은 물을 용매로 많은 영양성분과 대사물을 체내로 흐름을 바꾸게 해 살아간다(동물과 미생물도 기본적으로 똑같음). 또한 식물은 뙤약볕에서도 '데침'이 되지 않기 위하여, 기공에서 물을 증산시킬 때 발생하는 기화열에 의하여 체온을 조절한다. 육상식물의 신체 가운데 약 80%는 물이며, 물이 마르는 식물은 말라죽을 운명에 처한다. 


지구는 물의 혹성이라고도 부르는데, 지구의 물 대부분은 바닷물이고 민물의 대부분은 눈과 얼음으로 양극과 고산에 있으며, 육상의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건 빗물과 땅속에 축적된 약간의 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구의 식물이 존재하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 환경이다.


식물의 성장과 생육에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은 온도이며, 물과 온도 두 가지를 축으로 하여 사막부터 열대우림, 툰드라, 초원, 광엽수림 등 식물상에 의한 구분이 정해진다.


본격적인 사막은 물이 없기 때문에 죽음의 세계가 되고, 대극적으로 고온다습한 열대림에서는 연중 생장이 계속되어 나이테가 없는 거목이 생육하며, 툰드라에서는 짧은 여름에 작은 식물이 일생을 마치고, 건조한 경향의 초원에서는 건조함에 강한 벼과식물 등이 우기에 맞추어 생육하고 건기는 씨앗과 지하줄기의 형태로 살아 남는다. 그리고 광엽수림대의 나무는 낙엽으로 한랭한 겨울을 넘기는 것 같은 훌륭한 적응 형태를 볼 수 있다.


작물의 분포도 주로 물과 온도로 결정되며, 세계의 주요한 농업지대는 본래 광엽수림의 식생구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발전해 왔다. 약간 건조한 초원지대도 작물의 재배 시기에 맞추어 관개하면 수확량은 높지만, 수자원의 고갈, 토양의 염류집적 등의 문제가 있어서 농업의 장래는 낙관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곡물 1톤을 생산하는 데에는 1000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외국에서 밀과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현지의 물을 빼앗는 것이 된다. 


습도와 고온으로 거대한 양치식물과 겉씨식물이 번성했다고 할 수 있는 석탄기 이후 지구는 건조, 한랭으로 향하고, 진화의 최후에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 벼과식물은 작은 식물체, 가느다른 잎, 사나운 뿌리 등의 건조에 적응한 형질을 갖춘다. 보리는 벼과작물 중에서도 건조와 염류집적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3-1 보리의 수확(티베트)





보리의 동료


보리(Hordeum)속은 약 30종으로 이루어지고, 염색체의 기본수가 7개이며, 2배체와 4배체, 6배체가 있고, 여러해살이(그루가 이듬해까지 살아 남음)가 많다. 야생종은 오스트레일리아 이외의 여러 대륙에 분포하며, 기원은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재배종은 한해살이의 2배체이다.


밀과는 유전적으로 근연이고, 특수한 처리를 하면 교잡도 가능하며, 밀에 보리의 염색체를 하나씩 넣은 계통이 실험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보리의 재배종(H. vulgare ssp. vulgare)는 지금으로부터 9000년 정도 전에 작물 대부분의 기원지로 유명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의 상류)에서 선조 야생종(H. vulgare ssp. spontaneumu)에서 재배화되었다고 생각된다. 이후 ssp. spontaneumu을 다른 야생 보리와 구별하기 위하여 선조 야생종이라 부른다. 


페르시아어에서 보리를 가리키는 조jo는 '먹는다'를 뜻하는 단어이고, 보리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지탱한 주식이었단 것을 엿볼 수 있다. 


벼와 대두, 옥수수 등에서는 재배종과 선조 야생종을 별종으로 다루고 있는 데 반하여, 보리의 재배종은 선조 야생종과 완전히 교잡화합하여 둘은 아종이라 알려져 있다. 그러면 선조 야생종과 재배종은 어디가 다른 걸까? 그 주요한 걸 들자면, 

(1) 씨앗의 탈립성. 야생식물은 스스로 씨앗을 뿌려서 퍼뜨려야 하기에 씨앗이 영글면 홀로 떨어지는 장치(떨켜)를 가지고 있다. 한편, 재배식물에서는 영근 씨앗이 수확 전에 떨어져 버리는 방식은 나쁘기에 일반적으로 탈립성이 없다.

(2) 씨앗의 휴면성. 열대우림 등과 같이 연중 고온다습한 장소를 제외하면, 식물에게는 발아의 적기가 있다. 예를 들면 건기의 처음과 겨울의 처음 등에 발아하면 좋지 않다. 그 때문에 야생식물은 씨앗이 완성되어도 일정 시기가 오기까지는 발아하지 않는 장치(씨앗의 휴면성)를 가지고 있다. 한편, 재배종의 경우는 재배자가 발는 때에언제라도 일제히 발아해야 하기 때문에 깊은 휴면성은 제거되어야 한다. 다만, 수확 전의 장마에 의한 수발아(씨앗이 이삭에 붙은 채로 발아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얕은 휴면성을 가지게 하는 편이 낫다.

(3) 씨앗의 크기.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그에 의하여 38억 년이라고 하는 생명지가 철해져 왔다. 고등생물에서는 소수의 자식을 크게 키워서 생존률을 높이려 하는 K 전략(예를 들면 고래와 코끼리)와 작은 다수의 자손을 낳아서 생존수를 늘리려 하는 R 전략(예를 들면 대구와 청어)이 있다. 벼과의 야생식물은 길가의 강아지풀과 바랭이 등에서 발견되듯이 작은 씨앗을 많이 다는 R 전략을 채용하고 있는데, 작물로서는 씨앗이 너무 작은 건 좋지 않기에 재배종의 씨앗은 거의 예외없이 인위 선발에 의하여 대형화되어 있다. 보리의 경우는 재배화에 수반하여 씨앗의 수는 별로 늘지 않고, 한 알의 씨앗 무게가 몇 배로 불어났다.

(4) 씨앗의 색과 성분. 재배식물의 씨앗은 옅은색임에 반하여, 야생식물의 씨앗은 검거나 자색인 것이 적지 않다. 야생종의 색이 짙은 건 균과 새 등에 대한 방어물질인 경우가 알려져 있다.

(5) 까락의 유무. 벼과식물의 야생종에는 씨앗의 끝에 긴 까락이 발달해 있어, 새 등의 동물에게 먹히는 걸 막음과 함께 씨앗의 확산에도 도음이 된다고 생각된다. 한편, 보리의 재배종에서 까락은 탈곡할 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까락이 있는 품종이 많다. 이는 까락이 광합성과 증산 등의 작용에 의하여 등숙(씨앗이 비대하는 일)에 좋은 효과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6) 각종 스트레스 내성. 야생종은 인간에게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벌레와 병해, 환경 스트레스 등에 대하여 강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재배종은 육종에 의하여 특정 병해와 환경 스트레스에 대하여 내성이 부여된 것이 있다. 


그밖에도 많은 형질에서 야생종과 재배종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자생하든지(야생종) 인간이 사정이 좋게 바꾸어 오든지(재배종) 하는 차이가 있다.





인간과 보리의 우연한 만남


앞서 기술했듯이, 보리의 재배화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9000년 전이라 보고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이외의 여러대륙에서는 보리의 여러 가지 야생종이 분포되어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부에는 보리의 선조 야생종인 ssp. spontaneum이 분포해 있다.


채집과 수렵에 의하여 생활하던 농경 이전의 사람들에게 선조 야생종은 매력적인 전분 공급원이었음이 틀림없다.선조 야생종은 던져 놓아도 해마다 생육하고, 다 익으면 탈립하는 건 조금 귀찮지만 푸를 때 채집해 버리면 문제가 없다. 당시 이미 가축화되어 있던 산양과 양, 말 등에 의해서도 귀중한 농후사료(풀 등의 영양가가 낮은 조사료에 반해 곡물 등의 영양가가 높은 사료를 농후사료라 한다. 임신, 수유할 때와 일을 부릴 때에 준다)였을 것이다. 해마다 선조 야생종이 잘 자란 장소는 각각의 가족과 부족 등이 소유화하고, 방해가 되는 잡초와 잡목을 없애거나, 자연의 돌연변이로 나타나는 색과 형태의 괴짜를 따로 나누려 하는 인간의 작용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않다. 재배화의 앞뒤는 단절하여 짜맞추지 않고, 연속적이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보리의 전래는 벼와 전후하여 조몬시대 만기로 보이며, 사가현 카라츠시唐津市의 채소밭 유적에서도 출토된다. 나중에도 기술하듯이, 일본 보리의 특징은 조선반도와 중국 장강 하류 유역의 것과 유사하여 그 내력이 시사된다.


보리는 논을 만들 수 없는 경사지의 주요한 작물이고, 또 서남의 따뜻한 곳에서는 겨울에 재배할 수 있는 특성을 살려서 논의 그루갈이로 재배해 가장 전성기에는 200만 톤 이상이나 생산되었다. 현재는 가축의 사료와 맥주의 원료로 약 200만 톤 소비되고 있는데, 국내 생산은 10% 정도이다. 알곡과는 따로 약 100톤의 보리싹이 맥주의 원료로 수입되고 있다.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농장의 규모 차이 등 때문에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건 어렵다. 덧붙여서 세계 전체의 보리 생산량은 약 1억5천만 톤이다. 맥주보리는 메이지유신 이후 맥주 양조기술과 함께 유럽에서 도입된 새로운 작물이며, 맥주의 원료로 특별한 형질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일본에 들여오고 나서의 계보 등은 잘 기록되어 있다.





비탈립성 개체의 출현, 최초의 육종


앞에 기술했듯이, 일반적으로 야생의 식물은 스스로 씨앗을 확산시키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야생의 벼과식물에서는 씨앗의 밑부분에 떨켜라고 부르는 특수한 조직이 형성되어, 씨앗이 익으면 홀로 탈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3-2 탈립형(오른쪽)과 비탈립형(왼쪽)




야생의 벼와 귀리의 경우는 지탱하는 줄기(이삭의 가지)의 끝에서 탈립하기 때문에 이삭의 가운데 축과 지탱하는 줄기는 식물체 쪽에 남지만, 야생의 보리와 밀에서는 이삭의 가운데 축이 한 마디씩 꺾이기(보다는 떨어진다고 하는 편이 어울림) 때문에, 이삭의 가운데 축은 아랫 부분의 2-3마디만 남기게 된다. 이 떨켜를 만드는 유전자가파손되어 기능을 잃으면 씨앗은 익어도 이삭에서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성이 된다. 유적 등에서 나온 보리의 씨앗밑부분에 이삭의 가운데 축이 붙어 있다면 탈립형(야생종), 붙어 있지 않다면 비탈립형(재배종)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의 자연적 돌연변이률은 1/1만에서 1/10만이라 하고, 게다가 비탈립성은 탈립성에 대하여 열성이기에 선조 야생종의 집단 가운데 비탈립 개체가 나타나는 빈도는 수십만분의 일로 낮다. 따라서 선조 야생종의 집단 안에서 비탈립성의 변이체가 발견된다는 건 수십만 개체 이상으로 상당히 큰 선조 야생종의 집단을 매우 주의깊게 관찰했던 '최초의 육종가'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비탈립성 개체의 출현은 당시 사람들에게 대사건이었음이 틀림없지만, 그것이 광범위하게 퍼져서 완전히 탈립성의 선조 야생종과 바뀌는 데에는 씨앗의 증식률과 선발의 엄밀함 등에서 보아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비탈립성 유전자의 동아시아형과 서역형


앞에 기술했듯이, 보리에서는 완숙 이후 이삭의 가운데 축에 떨켜가 만들어짐에 따라 씨앗이 탈립하고, 이것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파손되면 비탈립성이 된다. 이 비탈립성 유전자에 대해서 가장 집중적인 연구를 전개했던 건 현재 오카아먀 대학 자원생물과학연구소의 전신인 대원大原농업연구소의 타카하시 류헤이高橋隆平(1910-1999)와 그 일문의 연구자이다.


타카하시는 세계에서 수천 가지 보리 품종을 모아, 그 유연관계를 조사하기 위하여 다수의 품종 사이에서 교잡실험을 행했다. 그 결과, 교잡 조합시킴에 따라 비탈립형 품종의 동지로 교잡했던 잡종 제1대가 탈립형이 되고, 잡종 제2대에서는 탈립형과 비탈립형이 반반으로 나타나는 이상한 유전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뒤 상세한 교잡 실험에 의하여 보리의 탈립성은 두 가지 우성 유전자에 의하여 지배되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면 탈립형이 되고, 어느 쪽이든 한쪽 또는 두쪽이 없으면 비탈립형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유전자는 보족유전자라고 부르며, 잡종 제2대에서는 9대7의 분리비율이 기대되는데, 탈립성 유전자(현재는 Btr1과 Btr2라고 부름)의 경우는 양자가 매우 밀접히 연쇄되어 있기 때문에 재편성형이 나타나지 않고, 잡종 제2대에서는 1대1로 분리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염색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가 알려져 있어, 염기배열이 해독되는 일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럼 타카하시 등은 이들 두 가지 탈립성 유전자 가운데 한쪽은 동아시아의 품종에 많고, 다른쪽은 유럽 등 서쪽의 품종이 많다는 걸 알아채고, 이것을 동아시아형(E형)과 서역형(W형)이라 이름을 붙였다. 재배화의 계기가 되는 비탈립성 유전자가 두 종류라는 것은 재배화가 일원적이 아니라 재배종의 선조가 두 가지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E형과 W형의 분화는 탈립성 이외의 많은 형질(유전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타카하시 등의 발견은 재배 보리의 계통진화를 생각하는 데에 매우 귀중한 것이라 하겠다.


조금 상세히 기술하자면, 일본과 조선반도, 중국의 품종은 80% 이상이 탈립성 유전자에 관하여 E형이고, 터키와유럽, 에티오피아의 품종은 거꾸로 80% 이상이 W형이었기 때문에, 서남아시아에서 기원한 재배 보리 가운데 E형은 동쪽에 분포를 넓히고, W형은 서와 남으로 분포를 넓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집트와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등의 북아프리카 품종에서는 W형이 아니라 E형이 90%를 넘었다. 북아프리카의 품종은 다른 형질에서도 E형과 공통의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이들 지역이 중앙아시아와 무언가 관계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시사된다. 곧 품종의 분포는 지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줄과 여섯줄


보리속 식물에는 그림3-3처럼 이삭의 가운데 축 위의 각 마디에 3개의 잔이삭이 횡렬로 붙어 자라고, 각각의 잔이삭에는 1개의 낱꽃이 형성된다. 3개의 낱꽃 가운데 중앙의 열을 주열, 좌우를 측렬이라 부른다. 세 낱꽃이 모두 영글어 위에서 보면 여섯줄로 보이는 것이 여섯줄보리, 세 낱꽃의 두 측렬이 유전적으로 영글지 않고 주열만영글어 위에서 보면 두줄로 보이는 것이 두줄보리이다.


그림3-3 보리의 조성條性. 타케다 1993에서 전재.




조성의 진화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최근 조성 유전자가 측렬의 발달을 억제하여 두줄형이 되고, 그 기능을 잃었던 돌연변이에서는 측렬이 발달해 여섯줄형이 되는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똑같아 보이는 여섯줄형에도 유전자의 염기배열에서 보면 적어도 네 가지 유형이 있으며, 여섯줄보리의 선조는 한 가지가 아니었음이 밝혀져 그 지리적 분포에 대해서도 정보가 계속 모이고 있다.


두줄보리와 여섯줄보리는 동일한 '식물'이지만 농림수산성의 기준에 의하면 별도의 '작물'이며, 유통과정에서도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측렬의 알곡 크기(무게)는 주열 알곡의 60% 정도이기에, 여섯줄보리에서는 큰 주열의 알곡과 작은 측렬의 알곡이 섞여 있다. 한편, 두줄보리에서는 큰 주열의 알곡만 있어서 알곡의 질이 좋다. 따라서 유럽과 일본의 맥주보리에는 두줄보리가 사용되고 있다. 두줄보리의 이삭은 여섯줄보리보다 통풍이 잘 되고, 이슬과 비에 젖기 어렵기 때문에, 붉은곰팡이병이란 이삭의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여물지 않는 측렬이 영글어 여섯줄이 되기 때문에 두줄형보다 여섯줄형 쪽이 수확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확실히 한 이삭의 무게는 여섯줄형 쪽이 무겁지만, 한 그루당 또는 토지의 면적당 이삭 수는 두줄형 쪽이 많아져서 어느쪽의 수확량이 많은지는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 결국 알곡과 이삭을 크게 해도 그것만으로는 수확량이 늘어나지 않고, 태양 에너지를 효율 좋게 전분으로 변환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겉보리와 쌀보리


겉보리와 쌀보리도 유전자가 1개만 다르지만 다른 작물로 취급된다. 둘의 차이는 껍질과 알맹이가 풀 물질로 달라붙어 있는지 어떤지에 있다. 쌀보리에서는 벼와 밀과 마찬가지로 껍질로 덮여 있기만 한 데 반하여, 겉보리에서는 수정된 뒤 2주일쯤 무렵에 풀 물질이 나와서 완숙하면 완전히 굳어 껍질과 알맹이가 쉽게 떨어지지 않게 된다. 선조 야생종은 피성皮性이고 재배종에서도 피성이 우성이기에, 나성裸性 쪽이 나중에 생긴 돌연변이체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 피성과 나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에틸렌 반응성의 조절인자이고, 쌀보리에서는 이 부분이 결손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세계의 쌀보리가 동일한 염기배열을 가진 점, 곧 1회의 자연적 돌연변이에서 유래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쌀보리는 탈곡과 그 뒤의 작업에 용이해서 보리를 주식으로 하는 티베트와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품종이 쌀보리이다. 한편 맥주보리의 경우는 맥아의 제조와 보리즙의 여과 과정에서 껍질이있었던 쪽이 좋기 때문에 겉보리가 사용된다. 최근 인위적인 쌀보리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이것은 재래의 쌀보리와 달리 한 염기의 변이에 의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림3-4 겉보리(오른쪽)과 쌀보리(왼쪽)



일본 전국에서 활발히 보리가 재배되었던 1933년 당시의 농림성의 통계에 의하면, 홋카이도, 킨키, 산요, 시코쿠, 큐슈에서는 쌀보리를, 도호쿠, 호쿠리쿠, 산인에서는 반대로 겉보리가 주체이고, 봄파종 지대의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한랭하고 눈이 많은 지대에서는 겉보리, 서남의 온난한 지역에서는 쌀보리가 재배되었단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겉보리 쪽이 쌀보리보다 한랭한 환경에 적응한 것을 보여주는 바일 것이다.


또한, 앞에 기술한 두줄과 여섯줄 성질과 피성·나성은 관계 없는 형질이기에, 둘은 자유롭게 짝을 짓기 좋지만, 오카야마 대학 자원생물과학연구소에 보존되어 있는 약 1만 품종 가운데 두줄, 나성인 건 70품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피성부터 나성으로의 돌연변이는 두줄 품종이 아니라 여섯줄 품종에서 일어났고, 그 뒤 변이형인 여섯줄, 나성 유형이 두줄, 피성 유형과 자연교잡하여 새로운 두줄, 나성 유형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두줄, 나성 유형은 왜 이렇게 적은 것일까?




보리의 감광성


식물이 일장의 변화에 반응하여 꽃눈을 만드는 성질을 감광성이라 한다. 


사계절의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저위도 지방과 달리, 물과 온도의 조건이 계절에 따라서 크게 다른 중위도 지방, 특히 그중에서도 우기와 건기의 차이가 분명한 지방에서는 생애주기를 계절에 잘 맞추지 않으면 식물은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무엇으로 느낄까? 꽃의 색, 벌레 소리 등의 풍경에서부터 기온의 변화, 햇빛의 강도등 다양한 신호 가운데 가장 확실히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건 낮의 길이이다. 보리는 겨울비가 내리는 반건조지에 적응하여 진화했기 때문에, 일장이 길어지는 봄부터 초여름에 꽃눈을 형성하는 장일성 식물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름의 우기에 생육하고, 가을에 영그는 벼는 반대로 단일성 식물이다.


최근 꽃눈 형성의 유전생리학 연구가 급속히 진전되어, 일장에 감응하여 꽃눈이 유도되는 메카니즘이 해명되었다. 그에 의하면 장일성 식물에서도 단일성 식물에서도 꽃눈 형성의 메카니즘은 기본적으로 공통으로, 장일인지 단일인지 작물의 성질에 의하여 일장에 대한 감응 방식이 다른 듯하다. 같은 길이의 일장에서도 각 작물이 각각의 생육 형편에 맞춘 방법으로 이용의 장치를 선택한다니 얼마나 정교한 전략인 것일까?


이처럼 보리는 다른 겨울작물과 마찬가지로 장일성 식물인데, 일장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기에,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까지, 감광성에는 품종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일장이 길어지지 않으면 꽃눈이 안 생기는 감광성이 강한 품종은 필연적으로 만생이고, 일장이 아직 짧은 초봄에 이삭이 패는 극조생종에서는 감광성을 잃어 버렸다. 예를 들면 단일성 식물인 벼에서도 호캇이도의 조생종 등은 일장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알려져 있으며, 보리에서도 북유럽의 고위도 지방과 동아시아의 이모작 지대 등에서 재배되는 극조생종에서는 감광성을 잃어 버린 것이다.





가을 파종과 봄 파종


앞에서도 기술했듯이 본래 보리는 가을에 심어서 이듬해 초여름에 수확하는 가을 파종의 겨울작물인데, 봄에 심어서 여름에 수확하는 봄 파종 품종도 있다.


봄 파종과 가을 파종의 본질적 차이는 툭하면 꽃눈의 형성에 저온의 자극이 필요한지 어떤지라고 이야기한다. 곧, 가을 파종 보리는 발아 이후 일정 기간 섭씨 5도 안팎의 저온에 두지 않으면 일장 등의 다른 조건이 충족되어도꽃눈을 만들지 않는다. 이것을 저온요구성이라 한다. 또한 저온 처리에 의한 꽃눈 유도를 춘화, 저온요구성을 만족시키는 걸 춘화처리라고 부른다. 온도는 너무 낮아도 효과가 적고, 춘화처리 직후에 고온에 노출시키면 효과가감소하기에, 춘화가 어느 종의 생화학 반응임을 알 수 있다. 저온처리에 필요한 기간은 품종에 따라서 10일 정도로 끝나는 가을 파종의 낮은 것부터 1개월 이상 걸리는 가을 파종의 높은 것까지 있고, 저온 요구가 없는 Ⅰ(봄 파종)부터 1개월 정도의 Ⅴ까지 수치화되어 있다.


품종의 파종기 차이의 정도는 재배지역과 대응하여, 겨울이 매우 추워 가을 파종 재배를 할 수 없는 고위도 지방과 겨울이 온나하여 춘화가 충분히 일어나지 ㅇ낳는 에티오피아 등의 저위도 지방에서는 당연히 봄 파종 품종이 재배되며, 겨울의 추위가 매서운 지역에서는 가을 파종의 높은 품종이 재배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등의 봄 파종 지대에서 재배되는 품종과 유럽에서 도입된 맥주보리 품종에서 유래한 맥주보리 등을 제외하면 가을 파종 품종이 대부분이다. 선조 야생종 약 160계통의 파종기 차이를 조사한 바, 대부분은 Ⅲ으로 그만큼 높은 특성은 없었다. 만약 선조 야생종의 성질이 Ⅰ이나 Ⅴ였다면 그 생육지역은 훨씬 한정되어 재배 보리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장일성이라 봄이 아니면 꽃눈이 생길 리 없는 보리가 더욱이 저온요구성을 가지고 있는 건 왜일까? 이것은 보리가 일정 이상의 저온에 노출되어 겨울이 끝났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온요구성은 겨울작물의 중요한 형질이기에, 밀에서도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원인 유전자도 계속 단리되고 있다.




내습성


앞서 기술했듯이 보리는 지금으로부터 9000년 정도 전에 서아시아에서 재배화되어, 인간 활동에 수반해 동서남북으로 분포를 넓혔다. 그들의 새로운 분포 지역은 기온, 강수량 등의 식물에게 중요한 생육조건이 원산지와는 다르며, 위도가 다르면 일장의 변화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보리가 분포 지역을 넓히는 데에는 이들 새로운 환경조건에 적응해야 했다.


보리의 기원지는 겨울비가 내리는 반건조지대인데, 일본은 여름비가 내리는 습윤지대이며, 보리가 동쪽으로 분포를 넓혀 이 간격을 넘는 데에는 환경조건, 특히 물 조건에 대한 적응성에서 큰 장해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림3-5 내습성의 품종별 차이. 왼쪽은 매우 약함, 오른쪽은 매우 강함.




그 가장 큰 요인은 내습성, 곧 습해에 대한 저항성이다. 습해란 좁은 의미로는 토양의 과습 조건에 의한 식물의 생육에 대한 장해를 말하며, 넓은 의미론는 비와 이슬 등에 의한 붉은곰팡이병의 발생과 씨앗과 이삭에 붙은 채 발아해 버리는 수발아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가을에 보리를 파종한 뒤 비가 많이 내리는 경우가 많고, 발아 전의 씨앗은 물 과잉의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또 봄장마라고 부르며 유채꽃이 필 무렵, 곧 맥류가 이삭이 패는 시기에 비가 많다. 맥류의 수확기는 장마철 초입에 해당하고, 붉은곰팡이병과 수발아가 일어나기 쉽다. 게다가 눈이 많은 지대에서는 초붐에 눈 녹은 물이 밭에 고여서 습해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다. 게다가 이들은 논 그루갈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평평하고 물빠짐이 좋지 않은 논에서는 상습적으로 습해가 일어나고, 이것을 피하기 위해 큰 노력을 들여서 높은 두둑을 만드는 재배가 행해졌다.


여기에서는 습해의 요인을 ①씨앗이 발아하기 전의 내습성, ②식물체의 내습성, ③넓은 의미의 내습성으로 붉은곰팡이병 저항성, ④마찬가지로 수발아 내성으로 나누어 다루려 한다.


①의 '씨앗이 발아하기 전의 내습성'이란 파종한 뒤 많은 비 등으로 씨앗이 발아하지 않고 죽어 버리는 사태를 상정한다. 옐르 들면, 벼의 경우 등은 씨앗을 물에 담겨도 죽지 않지만, 밭작물의 씨앗은 상온에서 물에 담그면 썩어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온도가 높은 만큼 단기간에 죽어 버린다.


섭씨 2도에서 4일 동안 물에 담근 뒤에 통상의 발아 시험을 행하는 방법으로 보리 약 3400품종의 씨앗이 지닌 내습성을 평가한 바, 발아율이 제로(전멸)부터 100%(피해 없음)로 품종별 차이가 있으며, 그리고 네팔 동쪽의 품종은 강한 것이 많고 인도 서쪽의 품종은 약한 것이 많다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네팔 동쪽의 동아시아 품종이 오랜 진화의 과정으로 습윤한 환경에 적응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②의 '식물체의 내습성'은 세 잎 시기까지 밭 상태에서 자란 보리를 3-4주일 동안 섭씨 2도에서 물에 담가, 처리한 뒤에 뽑아서 지하부와 뿌리의 생육을 다섯 단계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약 4000품종을 평가했다. 식물체의 내습성은 보통인 품종이 많고, 매우 강하거나 또는 매우 약한 품종은 적었다. 품종의 분포 지역에 의한 내습성의 차이는 분명하진 않았지만, 매우 강한 품종은 앞으로, 내습성 육종의 유전자원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③의 '붉은곰팡이병'이란 것은 개화기 전후 이삭에 푸사리움속의 균이 감염되어 일으킨다. 심할 경우 영글지 않게 되고, 또 니발레놀과 트리코테센 등의 인축에게 유해한 곰팡이독을 만드는 중요 병해이다. 예전부터 면역적인저항성 유전자는 없고, 성가신 병해였다. 저자는 개화기의 이삭을 잘라서 온도와 습도, 빛의 조건 등을 일정하게 하여 대량검정을 가능하게 하는 '자른 이삭 검정법'이란 방법을 개발해 약 4200품종의 붉은곰팡이병 저항성을 검정한 바, 두줄 품종은 여섯줄 품종보다 붉은곰팡이병에 강한 경향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품종은 저항성이 매우약했는데, 수십 번 반복 시험으로 안정되어 저항성을 보이는 23품종을 찾아냈다. 이들은 모두 두줄 품종이었다. QTL 해석이란,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염색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찾는 수법으로 조사한 바, 보리의 붉은곰팡이병 저항성은 조성, 개폐화성, 이삭의 알곡 착밀도 등의 형태적 요인과 관련되어 있음이 시사되어, 면역적인 저항성이 없다는 기존의 정설이 뒤집어졌다. 


④의 '수발아 내성'은 실용적으로는 씨앗의 휴면성을 뒤집은 것이다. 곧, 휴면 중인 씨앗은 수발아하지 않는다. 씨앗의 휴면성은 완숙 이후, 일정 기간마다 발아율을 조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씨앗의 휴면은 씨앗의 완성시에 가장 깊고, 시간과 함께 깨어난다. 온도 충격, 지베렐린과 과산화수소수에 의한 처리 등으로 강제로 깨울 수도 있다. 품종별 차이는 수확 직후가 가장 크다. 재배품종의 품종별 휴면성의 차이는 매우 커서,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의 품종은 거의 모두 휴면이 없고, 수확 직후에도 100% 발아하는 데 반하여, 일본의 품종은 일부의 맥주보리 등을 제외하면 수확 직후의 발아율은 매우 낮다. 이것은 아마 건조한 에티오피아의 환경에서는 수발아가 문제가 되지 않는 데 반하여, 수확기가 장마와 겹치는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의 휴면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수발아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선조 야생종의 휴면은 깊고, 섭씨 25도에서 10주 동안 저장해도 전혀 발아하지 않는 것이 많다. 이것은 탈립된 씨앗이 다음 생육철까지 발아하지 않고 지내기 위한 안전장치일 것이다. 씨앗 휴면성의  QLT 해석의 결과, 작용가가 큰 몇 개의 유전자가 발견되어 수발아 내성의 개량에 사용할 만하다.




반왜성 '소용돌이' 보리 


2차대전 이후 세계의 인구는 급증하여 식량 위기의 두려움이 나왔기 때문에, 농업생산의 확대·안정을 목표로 하여 필리핀 국제쌀연구소(IRRI), 멕시코의 국제 옥수수·밀 개량센터(CIMMYT) 등의 국제 농업연구기관이 설립되었다. 이들의 큰 연구성과로 이른바 멕시코 밀과 기적의 쌀 등의 다수확 품종이 개발되어, 멕시코 밀의 육성자인 노만 볼로그 씨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일은 유명하다.


이들 다수확 품종에 공통된 특징은 키를 낮추는 '반왜성 유전자'를 넣어서 비료를 많이 주어도 키가 지나치게 크지 않아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반왜성 유전자는 생장호르몬에 대한 반응이 변화하여 풀 길이가 길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림3-7 소용돌이 보리. Saisho 외. 2004에서 전재.




보리의 경우도 '소용돌이'라고 부르는 반왜성 품종이 에도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재배된 듯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소용돌이'라는 색다른 이름은 에도시대부터 재배되어 왔던 키가 작은 왜성 아사가오アサガオ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소용돌이 성질(渦性)의 보리는 왜성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정상형에 비하여 길이는 약 80%, 알곡의 크기는 약 70%, 잎의 색은 짙고 직립하며, 쉽게 분별할 수 있따.


일본 전국에서 활발히 보리가 재배되던 1933년 당시의 자료에 의하면, 약 76만 헥타르의 재배면적 가운데 75%가 소용돌이 보리이고, 쌀보리에 한하여 보면 약 90%였다고 한다. 곧 현재 일본에서 재배되는 쌀보리는 대부분 모두 와성이며, 줄기가 약하여 쓰러지기 쉬운 쌀보리에 왜성 유전자를 넣어 잘 쓰러지지 않게 하는 전략이라 생각할 수 있다.


마루야마 요코圓山応挙의 조카인 마루야마 오우신圓山応震(1790-1838)이 에도시대 말기에 묘사한 보리와 벼 병풍(프라이스 콜렉션 소장)의 초여름 풍경에는 소용돌이 보리로 보이는 직립한 보리와 종다리, 가을의 풍경에는 쓰러진 벼와 참새가 그려져 있어, 당시의 벼는 쓰러지는 것이 보통이었던 데 반하여 와성 보리는 쓰러지지 않았음을 고증한다. 


1730년대에 8대장군 요시무네吉宗의 명으로 정리된 <향보享保·원문제국산물장元文諸國産物帳>에는 현존하는 소용돌이 보리와 똑같은 '귀나鬼裸'라는 품종명이 있다.


조선반도에서는 일본으로 쌀을 이출하는 양이 급증한 1920년대 이후 식용 쌀의 부족을 보충하고자 소용돌이 보리의 재배가 급증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에 연안 지방을 중심으로 100만 헥타르 이상의 소용돌이 보리가 재배되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개발된 품종도 있고, 그 원품종은 외래의 것도 있는데, 상세한 건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증거에서 와성 보리는 에도시대 또는 그 이전에 일본에서 기원하고, 대륙으로 퍼졌단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최근에 소용돌이 유전자의 염기배열이 해독되어, 기능(브라시놀라이드라는 식물호르몬에 대한 반응이상)도 밝혀졌다.


소용돌이 보리의 공통된 특징으로 봄 파종의 한랭한 지대와 건조 지대에서는 수확량이 낮고, 동아시아 계절풍 지대에서만 적응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사실은 멕시코 밀과 기적의 쌀도 비료와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수확이가능하지 않기에, 반왜성 유전자를 사용했던 다수확 기술이란 건 자원소비형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 특유한 찰보리

 

식물은 광합성에 의하여 물과 이산화탄소에서 탄수화물을 합성해, 이것을 주로 전분의 형태로 열매와 덩이 등에 저장한다. 전분은 포도당이 축합된 거대한 분자이며, 사슬처럼 연결된 아밀로오스와 일부가 갈라져 그물처럼 된 아밀로펙틴으로 된다. 쌀의 경우는 20% 안팎의 아밀로오스를 함유한 것이 멥쌀, 아밀로오스가 없고 아밀로펙틴 100%인 것이 찹쌀이며, 찹쌀을 쪄서 찧으면 떡이 된다. 멥쌀의 경우는 아밀로오스가 적은 만큼 밥의 점성이 강해지고, 좋은 밥맛의 품종으로 알려진 고시히카리 등은 아밀로오스 함유율이 20% 이하이다.

  


그림3-8 찰(옅은색)과 메(짙은색)의 꽃가루




오카야마 대학 보리·야생식물자원 연구센터에 보존되어 있는 일본의 재래종 중에는 찰보리, 당밀(だんこむぎ) 등의 찰기 품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상한 점으로 이들 찰보리는 몇 퍼센트의 아밀로오스를 함유하여 찰벼처럼 아밀로오스가 전혀 없지는 않다.


보리의 찰·메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15의 엑손, 약 5000염기대에서 이루어지고, 염기배열의 차이에 의하여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Ⅰ은 H. vulgare 이외의 종에도 있기 때문에 이것이 선조형이라 생각되며, 전분은 메 성질이다. 유형Ⅱ는 유형Ⅰ에 비하여 191염기대의 결손을 가지고 있는데, 전분은 역시 메 성질이다. 메 성질의 재배 보리 499품종의 염기배열을 조사한 바, 결손형의 유형Ⅱ는 218품종으로 전체의 40%를 넘었다. 따라서 유형Ⅰ과  유형Ⅱ의 분화는 상당히 이전, 어쩌면 재배화 이전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유형Ⅰ과 유형Ⅱ의 지리적 분포를 보면 유형Ⅰ은 중근동에서는 68%, 중국에서는 74%, 조선반도에서는 57%, 일본에서는 75%인 데 반하여유럽에서는 25%, 에티오피아에서는 3%(염기배열을 조사한 36품종 가운데 1품종)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유형Ⅱ의 변이체는 주로 남과 서에 분포를 넓혔음을 알 수 있다. 선조 야생종 ssp. spontaneum에서도 유형Ⅰ과 Ⅱ의 비율은 57대125로 결손형 쪽이 오히려 많았기에 유형Ⅱ의 변이체는 재배화 이전에 선조 야생종 중에서 모두일어나고, 유형Ⅱ의 재배 보리는 유형Ⅱ의 선조 야생종에서 재배화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곧, 탈립성 유전자의 항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보리의 재배화는 일원적이 아니란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유형Ⅲ은 재래의 찰 품종이며, 유형Ⅰ에서 418염기대가 결손되어 있다. 전분은 몇 퍼센트의 아밀로오스를 포함한, 이른바 리키 유형의 불완전 찰 성질이다. 유형Ⅳ는 유형Ⅰ의 염기배열에서 단 1개의 염기가 변화함에 의하여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단위인 코돈이 유전정보의 번역정지를 지시하는 스톱 코돈이 되어, 아밀로오스를 전혀 만들지 못하는 완전 찰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덧붙여서 이 유형Ⅳ는 아지드화나트륨이란 화학물질의 처리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보리의 찰·메 성질 유전자는 야생형(선조형)이라 볼 수 있는 유형Ⅰ(메)로부터 결손에 의하여 유형Ⅱ(메)와 Ⅲ(반찰)이 생기고, 하나의 염기변이에 의하여 유형Ⅳ(완전찰)이 생겼다는 계보가 밝혀졌다. 이 유형ⅠⅢ의 자연적 돌연변이를 '떡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선출했다는 재미난 사례이다.




마치며


이와 같이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에서 기원하여 밀에 선행해 동서남북으로 분포를 넓혔던 보리는 초기 농경문화의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이 틀림없다. 또한 건조, 저온, 염류집적 등에 의한 스트레스에 내성을 가짐에 따라 앞으로 지구 환경문제와 식량문제의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 기대된다. 또 자식성 2배체이기 때문에, 밀속에 대한 유전 해석의 모델식물로도 유용하다. 


아라비아에서 기원했던 보리를 아라비안나이트 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면, 아직 그 서두를 이야기했을 뿐이지만보리학의 첫머리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다행이다.








Ⅱ 유라시아를 동쪽으로 전파했던 밀 -고고학과 유전학의 접점(카토우 켄지)




밀은 벼, 옥수수와 나란히 세계의 3대 곡물이며, 우동과 빵 등의 원료로 우리 일본인의 식생활 또는 일본의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이들 곡물은 모두 씨앗을 식용으로 하기 때문에, 벼와 옥수수의 씨앗을 본 적이없는 독자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밀에 대해서는 씨앗을 본 적이 없다는 분이 다수일 거라 생각한다.이것은 밀이 오로지 분식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식재료로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는 데 반해, 식물로서는 친숙함이 덜하다는 독특한 존재가 밀이다.


그럼 세계의 밀은 어떠할까? 밀의 생산량은 6.8억 톤(2008, 2009년)으로 옥수수(7.8억 톤)에 이어 2위이고, 경작면적은 2.2억 헥타르로 당당히 1위이다(USDA <세계의 농업생산, 세계의 무역>). 일본의 밀 자급률이 14%(2005년)로 낮고, 부족분을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밀은 구미의 작물이라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산량이 많은 지역은 유럽연합 27개국,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등이고, 아시아에서도 널리 재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밀 재배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그림3-9이며, 지리적, 기후적으로 다양한 유라시아 대륙의 각지에서 여러 농경민족이 재배해 왔음이 일목요연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유라시아 농경사를 이해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작물인 밀에 대하여, 고고학과 유전학의 연구성과를 정리해 소개하겠다.


그림3-9 세계 전체에서 행해지는 밀 생산과 밀의 기원지. Dubcovsky and Duorah 2007에서.




복수의 식물종으로 이루어진 밀이란 작물


밀이란 작물은 식물학적으로는 단일 종이 아니고, 몇 가지 종의 총칭이다. 한 예를 들면, 우동 용으로 사용되는 밀의 종은 Triticum aestivum(빵밀), 스파게티 등의 파스타 용은 Triticum durum(마카로니밀)이라 이름이 붙여져 있고, 식물학적으로는 엄밀하게 구별된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염색체의 수로, 빵밀의 체세포에서는 42개, 마카로니밀에서는 28개이다. 이밖에도 염색체 수가 14개인 Triticum monococcum(재배 일립밀)이란 밀도 재배 밀의 동료이다. 밀속의 식물에서는 염색체 수의 기본수가 7이기 때문에, 이들 세 종의 밀은 각각 6배성, 4배성, 2배성이다. 2배성 밀 중에서도 몇 가지의 종이 있지만, 이들을 통합해 일립밀이라 부르고 있다. 4배성과 6배성 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각각 이립밀, 보통밀이라 총칭하고 있다. 염색체 수가 다른 밀의 사이에서 교배하면, 교배 종자는 간단히 결실하고 파종하면 힘차게 자라지만, 통상은 꽃가루의 대부분이 불임이 되어 종자를 맺는 일이 없다. 




염색체 수의 배가에 의해 진화한 밀


다양한 밀의 진화를 해명하기 위하여 '게놈 분석'이란 수법을 확린한 것이 기하라 히토시木原均(1893-1986)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게놈'이란 '생물이 살아 가면서 최저한 필요한 염색체의 짝'이며, 밀의 경우에는 7종류의 염색체로 이루어진 짝(상동염색체가 있기에 실제로는 14개)가 이에 상당한다. 갖가지 밀의 사이에서 염색체의 상동성(게놈의 동일성)을 비교한 기하라는 이립밀과 보통밀의 염색체 가운데 14개가 일립밀의 14개의 염색체와 상동하다는 것을 밝히고, 이 14개의 염색체 짝을 AA게놈이라 이름을 지었다. 이와 같은 분석이 거듭 쌓이면서 일립밀, 이립밀 및 보통밀의 게놈이 AA, AABB, AABBDD임이 밝혀졌다(그림3-10).


그림3-10 밀의 배수성 진화. 사각으로 두른 4종은  세포질형(모계)가 같은 것임.




AA게놈을 가진 일립밀과 BB게놈을 가진 2배성 종이 자연적으로 교잡하여, 또 염색체 수의 자연배가라는 우연이거듭되어 이립밀이 성립했다. 게다가 이립밀에 야생종(팔레스타인 밀, Triticum dicoccoides)이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A, B 두 게놈의 제공 부모가 함께 야생종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세계의 연구자가 B 게놈 제공 부모를찾았지만, BB 게놈을 가진 2배성 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목된 것이 B 게놈과 가장 많이 닮은 S 게놈을 가진 쿠사비 밀(Aegilops speltoides)이다. 그리고 우랄츠 밀(Triticum urartu)와 쿠사비 밀의 사이에서 교잡,염색체 수의 배가에 의해 AASS 게놈의 4배성 밀이 성립했는데, 이 4배성 밀에서 S 게놈이 변질되어 어느 게놈과도 상동하지 않은 B 게놈으로 바뀌어 AABB 게놈의 팔레스타인 밀이 성립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하여 이루어진 이립밀(AABB)이 DD 게놈을 가진 타루호 밀(Aegilops tauschii)과 자연교잡하여, 염색체 수의 배가에 의해 성립한 것이 보통밀(AABBDD)이다. 다만, 보통밀에는 야생종이 존재하지 않는 점 때문에 이 진화는 재배 이립밀(엠머밀, Triticum dicoccum)의 밭에서 일어났던 듯하다. 즉, 엠머밀밭에서 작물과 잡초가 자연교잡하여 새로운 밀이 성립한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밀의 성립은 농경이란 인류의 행위가 시작된 이후의 일이며, 재배종의 존재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밀의 진화에 관해서는 모리森(2009)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상의 결론은 밀 세포의 핵 안에 존재하는 염색체의 분석에 의해 도출된 것이며, 기하라는 '지구의 역사는 지층에, 생물의 역사는 염색체에 기록되어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다만, 유전자는 핵만이 아니라 세포질(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에도 있고, 게다가 이들의 유전자는 모계유전한다. 팔레스타인 밀, 엠머밀 및 보통밀의 세포질 게놈형이 쿠사비 밀의 그것과 일치하는 점에서, 밀의 배수성 진화에서 팔레스타인 밀의 세포질이 면면히 계승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2번의 자연교잡에서 모친이 되었던 건 첫번째는 쿠사비 밀, 두번째는 엠머밀이었다는 점도 알았다.




서남아시아 태생의 밀


밀의 고향, 배수성 진화의 무대는 어디였을까? 지금으로서는 특정할 수 없지만, 추정할 수는 있다. 배수성 진화의계기가 되었던 교잡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종이 근접해 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밀 각 종의 분포를 지도에서 겹쳐서 보면,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우랄츠 밀과 쿠사비 밀의 분포가 겹치기 때문에, 여기에서 야생식물인 팔레스타인 밀이 성립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엠머밀의 성립에 대해서는 농경의 개사라는 중대한 문제도 관련되기 때문에, 수많은 연구보고가 있다. 그중에서도 유력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 엽록체 DNA의 해석결과이다. Mori 외.(2003)에 의하면, 야생종인 팔레스타인 밀은 유전적으로 다양하고 갖가지 세포질형(모계)으로 나뉘는데, 재배종인 엠머밀에서는 두 무리의 세포질형밖에 없다. 이 결과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널리 자생하던 팔레스타인 밀의 매우 일부만이 재배화되었단 점, 그리고 아마 재배화가 적어도 두 곳에서 행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엠머밀에서 볼 수 있던 두 무리의 세포질형 가운데 한 종류에 대해서는, 완전히 똑같은 유형의 세포질형이 팔레스타인 밀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유형의 팔레스타인 밀이 터키 남부의 구릉 지대에만 분포한다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 엠머밀이 성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배화의 연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안되어 있는데, 대략 1만 년 전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농경의 전파에 동반되어 재배지역이 확대되었던 엠머밀이 타루호 밀과 우연히 만났던 건 어디일까? 우선, 타루호밀이 현재 자생하고 있는 지역은 트랜스 코카서스(카프카스 산맥 남쪽 기슭과 아나톨리아 고원 사이의 지역으로,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세 공화국을 포함)부터 이란, 아프가니스탄, 중국 북서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타루호 밀 가운데 카스피해의 남동안 지역(Nishikawa 외. 1980) 또는 트랜스 코카서스부터 카스피해 남서안에 이르는 지역(Dvorak 외. 1998)에 보통밀과 똑같은 또는 매우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것이 분포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아직 특정되지는 않지만, 트랜스 코카서스부터 카스피해 남안에 이르는 지중해성 기후의 지역에서 보통밀이 성립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유라시아의 다양한 밀


농경의 전파에 동반하여 빵밀의 재배지역도 확대되었는데, 재배환경이 다른 지역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자연도태나 인위선발을 받아 그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밀만 선발되어 정책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도입과 선발이란 과정은 한 번만이 아니라 몇 번이나 반복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더 우수한 밀이 선택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각 지역에서 성립하고, 오랜 세월에 거쳐 재배된 것이 재래종이다. 개량종의 보급에의하여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 없게 된 재래종이지만, 필자들이 현지조사를 행한 중국 윈난성, 쓰촨성과 네팔에서는 지금도 재배가 계속되고 있는 지역이 남아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같은 마을에서도 농가마다 다른 재래종을재배하고 있거나, 도대체 품종명이 붙여져 있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한 뙈기의 밭 안에 이삭의 형태 등이 다른 수십 종류의 밀이 섞여 있는 일도 있다(그림3-11). 이러한 것을 통틀어서 재래종이라 부른다.


그림3-11 중국 윈난성의 밀밭에서 채집한 갖가지 유형의 밀. 2005년 필자 촬영.





이란의 재래 밀에는 57종류의 변종이 알려져 있는데(細野 1954), 밀의 변종 분류는 주로 이삭의 형태에 기반을 하여 행해지기에 이삭의 유형만으로도 57종이 있다는 것이 된다. 이 결과는 '작물의 기원은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에서 풍부한 지역을 그 중심으로 한다'고 했던 바빌로프(1980)의 유전자 중심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한편, 중국 남부에서는 17변종, 일본에서는 4변종으로, 전파에 의해 다양성이 사라졌단 것이 밝혀진다.


다만, 밀이 전파되어 새로운 환경에 조우하면 기존의 품종에서는 적응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농민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풍년을 기원하며 재배를 시도했다고 생각되는데, 이럭저럭 하는 동안 집단 안에 조금만 혼재해 있던 적응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거나, 또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원지에는 없지만 전파된 지역에는 있다는 유전변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농림10호라는 품종이 가지고 있던 왜성 유전자(키를 낮추는 유전자)이다(藤卷·飼 1985). 필자의 연구실에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채집된 재래 밀 품종이 4000점 이상 있는데, 같은 것은 한 가지도 없고 모두 다른 품종이다.





중국으로의 전파에 관한 여러 설


먼저 앞에 나온 그림3-9를 보길 바란다. 밀의 기원지인 트랜스 코카서스 지방과 중국 사이를 연결하는 밀 재배지역의 벨트가 세 가지임을 볼 수 있다. 시베리아를 서쪽부터 동쪽으로 횡단하는 벨트, 실크로드를 따르는 벨트, 그리고 히말라야 남쪽 기슭을 동쪽으로 나아가는 벨트이다. '과연 이 세 가지 길을 통하여 밀이 중국에 찾아왔을까?'라고 지레짐작하는 독자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벨트도 중국의 서역 등지에서 밀도가 낮아져 경솔히 결론을내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밀이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기원했다'고 기하라 히토시가 제창한 뒤 공동연구자인 호소노 시게오細野重雄(1907-1958)이 세계 각지에 있는 밀 변종의 분포를 조사해 밀의 전파경로를 밝혔다(그림3-12). 엤날부터 동서의 교역로로 (1)실크로드=투르키스탄부터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몽골 자치구를 거쳐 화북에 통하는 경로, (2)미얀미, 윈난 경로=카이바르 고개를 거쳐서 파키스탄의 평야로 나와, 인도를 횡단하여 미얀마로 들어가, 윈난성과 쓰촨성을 거쳐 화중으로 나가는 경로, (3)티베트 경로=인도에서 파미르, 또는네팔을 통하여 티베트로 나와, 산시성 또는 쓰촨성으로 나가는 경로, (4)바닷길=인도에서 말레이 반도의 남단을 돌아서 광둥성으로 나가는 바닷길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밀 변종의 지리적 분포를 해석한 결과, 중국으로 전파된 경로로 ①실크로드 및 ②미얀마, 윈난 경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단 것이 지적되었다(그림3-12). 또한 그뒤 ③러시아, 몽골 고원에서 중국 동북부를 거치는 시베리아 경로와 ④네팔, 부탄에서 티베트 고원을 경유해 중국에 이르는 티베트 경로도 제창된다(中尾 1983; Zeven 1980).


그림3-12 호시노(1954)에 의한 밀의 전파경로. 숫자는 각 지역의 변종 숫자. 사선으로 나타낸 지역은 밀의 기원지(현재의 설에서는 이 가운데 서쪽 절반이 유력하다고 함).





전파 경로 해명에 대한 유전학적 접근


작물의 전파 경로를 해명하는 연구수법으로 적응적으로 중립인(적응에 관계하지 않는) 유전자의 지리적 분포 해석도 유효하다. 교배한 잡종이 고사하는 괴사(necrosis)라는 현상의 원인이 되는 보족유전자(Ne1, Ne2)를 해석한 Tsunewaki and Nakai(1967)은 간토우 서쪽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Ne2가 도호쿠 일본에 많이 분포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한다. 한편, Ne1의 복대립유전자 Ne1w Ne1m을 해석한 Zeven(1980)도 일본 국내에서의 지역별 차이를 확인하고, 기원지에서 동아시아로 밀이 전파된 경로로 아래와 같이 두 가지를 제안했다. (1)Ne1w형의 경로=아프가니스탄→인도히말라야 남쪽 기슭을 거쳐, 중국 남부, 일본 서남부에 이르는 경로, (2)Ne1m형의 경로=중앙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 북부, 일본 동북부에 이르는 경로.



그림3-13 유라시아 대륙의 재래 밀 품종에서 보이는 D2 유전자의 지리적 분포




그뒤 잡종 왜성유전자(D1-D4), 잡종 꽃가루 불임유전자(Ki1-Ki4)와 교잡 친화성유전자(배우자 치사유전자 Igc1, 호밀과의 교잡 친화성 유전자 Kr1)의 지리적 분포가 해석되었다. 그 결과의 한 에가 그림3-13이다. "IL 171"이란 이라크의 밀 품종(D1 유전자를 가짐)을 시험적으로 교배하면, D2 유전자를 가진 품종과의 교잡이 극단적으로 왜화하여 이삭이 패지 않고 고사해 버린다. 이 현상이 잡종왜성이며, 그림3-13에 나타난 것은 D2의 지리별빈도라고 할 수 있다. 밀의 기원지에서 중국 서역에 이르는 지역(점선으로 구별된 중앙 부분)에서는 D2의 빈도가 어디에서나 30% 정도인 데 반하여, 중국 동부-일본에서는 거의 없다. 잡종 꽃가루 불임유전자, 배우자 치사유전자(Tsujimoto 외. 1998) 및 호밀과의 교잡 친화성 유전자에서도 똑같은 지역별 차이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중국의 서역과 동부에서는 밀의 유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역시 그림3-9의 지도에서 경솔히 결론을 내지 않는게 나았다.


다음으로 소개하는 건 네팔인 유학생(오카야마 대학)의 기미레 씨가 행한 동위효소(아이소자임)의 연구이다. 동위효소란 분자구조는 다르지만 같은 화학반응을 촉매하는 한 무리의 효소로서, 분자구조가 서로 다른 걸 적응적으로 중립인 변이라고 생각하여 집단 사이의 근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그림3-14에 나타나듯이 터키-일본의 밀 재래종이 세 가지 집단으로 나뉘었다(Ghimire 외. 2005). 첫번째 집단에는 터키부터 중국 쓰촨성에 이르는 지역의 밀(그림3-14 ◎)이, 두번째 집단에는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중국 북부 및 일본(그림3-14 ▲)이, 또 세번째 집단에는 중국 연안부(그림3-14 ◇)가 각각 포함되었다. 이 결과에 의해, 서아시아에서 기원한 밀이 (1)미얀마, 윈난 경로 또는 티베트 경로에 따라 중국 쓰촨성으로(그림3-14 ◎), 또는 (2)실크로드에 따라 전파된 밀이 중국 북부에서 정착하고, 일본에 도입되었단 점(그림3-14 ▲)이 밝혀져, 호시노(1954)의 전파 경로를 지지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림3-14 아이소자임 분석에 의한 세 가지 집단(◎▲◇)으로 나뉜 유라시아 대륙의 밀. 똑같은 심볼의 지역을 선으로 이으면 전파 경로를 알 수 있다. Ghimire 외.(2005)에서 개변.




그뒤 연구에 의해 중국 평야부에서도 북부(황하보다 북쪽)과 중남부(황하보다 남쪽)에서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두 지역의 밀이 각각 일본의 동북부와 서남부의 밀과 유전적으로 근연이란 점이 나타났다(Ghimire 외. 2006). 따라서 일본으로 도입된 밀도 단순하지 않은 듯하다. 또한 두 집단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닝하 회족 자치구와의 직접적인 관계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실크로드에 의한 전파에 즈음하여 강력한 선발이 작용했음을엿볼 수 있다. 한편, 표고 3000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티베트족이 밀을 봄 파종 재배하고 있는 티베트 자치구, 윈난성(서북부), 쓰촨성(서부)의 밀이 근연이었다는 점으로부터, 티베트 경로에 의한 전파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밀은 또한 동쪽으로는 전파(정착)되지 않았던 듯하다.




유적에서 출토된 밀 유물


현생 밀을 상세히 해석하면, 먼 옛날에 밀이 거쳤을 경로를 추측할 수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무대로 하여 여러 민족이 성쇠를 반복하며 서로 동으로 이동했듯이, 밀의 전파도 몇 번에 걸쳐서 되풀이되었을 것이고, 그 방향도 한 방향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파 경로도 몇 번이나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현생 밀의 해석에 의하여 밝혀진 것은 몇 번이나 바뀌었을 전파 경로의 마지막 버전으로서 초기의 전파 경로와는 완전히 다를지도 모른다. 


먼 옛날의 밀이 어떠한 유형의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유적에서 출토된 밀 유물의 분석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밀 유물의 대부분은 탄화되어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분자유전학적 해석수법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 탄화 씨앗에서도 유전정보를 읽어 들이는 일이 가능해져, DNA고고학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佐藤 2002). 식물 중에서도 상당히 초기부터 인류와 관계해 왔던 호리병박에 대해서는 멕시코에서 발굴된 약 9000년 전의 과피 조각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여 엽록체 DNA의 분석에 의해 아시아에서 도입된 것이란 사실이 확인된다(Erickson 외. 2005). 따라서 적당한 밀 유물이 있다면 매우 초기의 전파 경로를 해명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크로드의 고대 밀


농학부에 소속되어 식물세포유전학 연구실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필자로서는 밀 유물과 만날 기회는 거의 없고, 더구나 분쇄하여 DNA 분석해도 좋다는 유물과 만난 적은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밀 유물의 DNA 해석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현생의 밀을 실험재료로 유전연구를 계속했다. 그런데 종합지구환경학연구소의 사토 요우이치로 씨의 연구 프로젝트에 이끌려 상황이 일변했다. 실크로드의 중계지로 중요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굴조사하다 소하묘 유적에서 3000-4000년 전의 밀 씨앗이 다수 출토된다. 게다가 탄화되어 있지 않았다. 당장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탄화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DNA 분석에 의해 당시의 밀을 복원할 수있을지도 모른다. 



그림3-15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재발견된 소하묘 유적. 왼쪽 위: 주변 지도(<NHK 스페셜> 2005에서 전재). 오른쪽 위: 소하묘 유적의 전경. 왼쪽 아래: 관에 들어가 있던 풀로 짠 바구니. 왼쪽 아래: 관에 걸쳐 있던 소가죽.




소하묘 유적은 세계 제2위의 면적을 자랑하는 광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의 동북쪽 가장자리 근처에 있으며,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로 연결하는 교역로의 하나인 실크로드의 천산남로가 지나고 있었다. 동으로 약 100킬로미터 정도 가면 천산남로와 서역남도가 합류하는 누란 고성이 있다(그림3-15). 소하묘 유적은 스벤 헤딘 탐험대의 대원인 폴케 베리만Folke Bergman이 1934년에 발견한 분묘의 유적으로, 2000년에 신장 문물고고연구소 소장 이디리스 압둘라술 씨에 의해 '재발견'된 것이다. 이 주변에는 그밖에도 철판하 유적, 고묘구 유적이란 4000년 가까이 전의 집단묘의 유적이 발견되어, 인간의 동서 교류에 동반한 밀의 이동을 밝히는 데에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다.


중국으로 밀이 도입된 시기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면 대체로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장 로프노르의 서북 약 70킬로미터인 곳에 있는 공작하 하류의 유적에서 발굴된 약 4000년 전의 밀 탄화 씨앗이 현재로선 가장오래된 듯하다(Baoqi 외. 2001). 그리고 상나라 때에 갑골문자에 적혀 있던 자료에 의하면, 모두 기원전 1238-1180년의 시대에 허난성 북부에서 밀이 주요한 작물로 재배되었다. 또한 밀의 기술이 시경에 자주 나오는 점에서, 기원전 6세기까지에는 황하 중하류 지역에서 밀의 재배가 정착되어 있었단 것이 밝혀진다. 한편, 중국 서역에서 밀 재배가 발전했던 건 기원전 500년 이후의 일로서, 아마 봄에 파종하여 여름의 끝자락에 수확하는 봄 파종 재배라는 기술과 그에 적응한 품종이 도입되었던 것에 의한 듯하다(Zeven 1980).





고대의 밀과 만나다


중국 서역에서 밀이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무렵의 밀 씨앗이 탄화되지 않고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경탄할 만한 사실이며, 무엇보다도 DNA 분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고서 2005년 4월에 사토 요우이치로 씨, 이노우에 타카시井上隆史 씨와 함께 신장을 방문했다(상세한 건 佐藤 2006, 西田 2009를 참조하길 바람). 


사막 안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소하묘 유적은 약간 높은 언덕이 되어 있으며, 여러 개의 각기둥(묘표)가 세워져 있었다(그림3-15). 묘표 아래에는 관이 각각 1개씩 매장되어 있었다. 관은 호양(버드나무의 일종)의 큰 나무를 잘라서 만든 배 모양으로 아래 판이 없고, 모래 위에 가로놓여진 유체 위에 씌운 것처럼 놓여 있으며, 또 소의 털가죽으로 덮여 있었다. 유체의 대부분은 미이라화되어 보존상태도 좋았는데, 그 원인의 하나는 낮밤의 온도차로 유체가 얼고 녹기를 반복해 동결건조와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편, 미이라의 얼굴에는 하얗게 칠해져 있어 이것이 보호 코팅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인지 얼굴의 특징도 잘 보존되어 있다. 주름이 깊은 생김새이고, 신장도 큰 점에서 유럽계 인종처럼 보인다. 관의 하나에는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의 미이라가 들어 있어, 그 단정한 생김새 때문에 '소하묘의 미녀'라고 불린다. 2005년에 방영된 NHK의 "새로운 실크로드"라는 방송에서 보았던 독자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풀로 짠 바구니(그림3-15)에 담겨 미이라의 머리맡에 부장되어 있던 밀의 씨앗과 대면한 건 소하묘 유적에서 돌아와 방문했던 신장 문물고고연구소에서였다. 발굴된 밀 씨앗은 역시 탄화되지 않고, 색도 선명하며, 조금 과장해 말하면 현생의 밀과 착각할 법한 것이었다(그림3-16).


그림3-16 풀로 짠 바구니에 들어가 있던 밀 씨앗. 왼쪽: 매우 충실한 자색의 씨앗(M25). 중간: 빈약한 자색의 씨앗(M11). 오른쪽: 매우 충실한 적색의 씨앗(자색의 밀과 기장이 섞인 걸 볼 수 있음, M33)





소하묘 유적 근처에서 농경을 행했을 가능성


미이라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해석한 길림대학의 연구자에 의하면, 매장되어 있던 건 유럽계의 인종이라 한다. 또 부장품의 방사성동위원소 C14에 의한 연대측정에 의해 3000-4000년 전의 것이란 점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것뿐이라면 유럽계의 인종이 소하묘에 정주했다는 증거는 안 된다. 그런데 관은 몇 층으로 겹쳐 있고, 약 1000년에 걸쳐서 매장이 행혀졌다고 생각된다. 또한 관을 덮고 있던 소의 털가죽에 대해서는 그 모양(그림3-15)으로부터 야생이 아닌 점(만넨 히데유키万年英之 씨 <고베 대학>의 개인적인 편지에 의함), 또 선지피가 관에도 묻어있는 점에서 매장할 때 그곳에서 처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목축 및 그를 지탱하는 광대한 초원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들 사실로부터 적어도 약 4000년 전에는 유럽계의 사람들이 이 지역에 이주해 와서 풍부한 물을 이용하여 목축과 밀 재배를 행하고 있었다는 걸 상상할 수 있다. 소하묘 유적의 주변에서 주거터와 경작지 터가 발견된다면 이 가설이 실증되지만, 사막의 아래에 잠자고 있는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적 접근으로 실증하자고 사토 요우이치로 씨의 연구 프로젝트 안에서 팀이 결성되었다. 당시의 소하묘 유적 주변 지역에서 행하던농경의 존재를 밝히기 위하여, ①밀의 내력조사, 특성의 복원 ②소의 내력조사 ③주변 지역의 꽃가루 분석에 의한 고환경의 복원 등을 연구 목표로 한다.





소하묘 유적의 고대 밀


필자는 2007년 6월에 우르무치에 있는 신장 문물고고연구소를 다시 방문했는데, 이때는 밀 씨앗 20알을 분쇄하여 DNA 해석을 해도 좋고, 그리고 20알의 선발은 일본 쪽에 맡긴다는 합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20알을 선발하기 위하여 정리가 끝난 관에서 꺼낸 밀 씨앗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밀 샘플에 붙였던 표를 보면 대부분은 풀로짠 바구니에 들어 있었지만, 관에 따라서는 미이라의 위와 아래에 뿌려져 있던 밀도 있었던 듯하다. 풀로 짠 바구니의 샘플에는 밀과 기장의 씨앗 외에 종을 알 수 없는 식물의 가느다란 줄기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한편 뿌려져 있던 샘플에는 미이라 아래의 모래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일부 관에서는 탄화 씨앗이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의 밀 씨앗이 탄화되지 않았다(그림3-16). 씨앗 껍질의 색이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M33이란 관의 밀은 씨앗의 대부분이, 또 BM17-12라는 관의 밀(약3400년 전)에서는 일부의 씨앗이 각각 붉은 알임이 확인되었다. 그밖의 관에서는 2005년 4월에 보았던 밀과 똑같은 색의 씨앗만 있었다. 그때는 조금 맑지만 붉은 알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M33의 그것과는 분명하게 다르며 실은 자색 알임이 판명되었다. 그래서 알의 색, 씨앗의 크기 등에 기반하여 20알을 선발하고, 사진 촬영과 계측을 한 뒤, 나카무라 이쿠오中村郁郞 씨(치바 대학), 니시다 히데타카西田英隆 씨(오카야마 대학)가 신장 농업과학원의 연구소에 이동하여 DNA 분석을 행했다(나중에 기술).





고대 밀의 형태 분석


필자는 문물고고연구소에 남아 모든 샘플을 시간을 들여 정밀조사를 했다. 정리를 끝낸 17개의 관에서 꺼냈던 밀씨앗의 수는 몇 알부터 몇 만 알(584g)으로 크게 달랐다. 그래서 합계 634알을 골라서 씨앗의 길이와 너비를 계측하고 그 분산(측정치의 불규칙한 분포)를 계산함과 함께, 관마다 씨앗 전부 또는 일부의 무게를 게측하여 한 알의 무게를 구했다(전자저울의 정밀도라는 제한요인 때문에 한 알씩 계측하는 건 포기했다). 또한 귀국한 뒤 비교를 위하여 유전적으로 균일한 개량종 및 잡박한 재래종(중국 윈난성)에 대해서도 똑같이 계측했다.



관별로 계산했던 종자 길이의 분산은 재래종과 동등 또는 2배 이상이며, 당시의 밀이 유전적으로 다양했단 것을 실제로 확인했다(표3-1). 특히 씨앗 길이 4mm 이하의 작은 알 밀(현대의 밀은 대략 5-7mm)의 혼입이 대부분의 관에서 발견되었는데, 이와 같은 작은 알의 밀은 홋카이도 대학 구내의 사쿠슈코토니강 유적(9세기 중엽-10세기)에서도 발굴되며(Crawford and Yoshizaka 1987), 또 인도 주변 지역의 현생 고유종인 인도 왜성 밀(T. aestivum L. subsp. sphaerococcum)도 작은 알인 점에서 그들과의 관계가 마음에 걸리는 바이다. 



관 번호

알 색

조사 씨앗수

씨앗 길이(mm)

한알 무게(mg)

평균

평균

분산

최대

최소

M2:18:1

자색

80

5.60

0.320

6.70

3.90

23.3

M11:22

자색

80

4.26

0.296

5.60

3.35

6.0

M13

자색

50

5.56

0.563

6.65

3.70

28.5

M13:28

자색

20

5.56

0.491

6.65

4.45

21.0

BM23:16

자색

8

4.69

0.089

5.35

4.30

2.0

M25 좌하부 배

자색

100

5.33

0.385

6.55

3.55

20.5

M27

자색

50

5.86

0.287

6.60

4.40

29.1

M29 몸 위

자색

50

5.40

0.386

6.30

3.60

17.0

M33 몸 아래

적색

50

4.95

0.281

6.15

3.60

21.5

윈난성 재래종

윈난9-11-6

적색

100

6.98

0.275

8.10

5.70

37.2

윈난9-11-7

적색

100

6.14

0.279

7.25

4.90

30.6

표3-1 소하묘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밀에 대한 씨앗 길이와 무게의 분산




다수의 밀 씨앗을 분석할 수 있던 8개의 관 가운데 M13, M27에서는 매우 충실하여 한 알의 무게가 30mg이었다. 윈난성의 재래종(현생)이 30-37mg이었기 때문에, 두 관의 밀이 충분히 충실하다는 게 확인되었다. 기타 다섯 샘플에서도 17-23mg이면서 매우 충술한 씨앗의 외관을 띠고 있었다(그림3-16). 이 결과는 순조롭게 등숙했던 점, 즉 기온이 상승하는 등숙 후기에 충분한 물이 있었단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소하묘의 미녀'가 있던 관(M11)의 밀은 한 알의 무게가 6mg으로 작고, 편평한 주름의 씨앗이었다(그림3-16). 등숙의 전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중반 이후에 어떠한 이유에 의해 정지되어 바짝 마르면 경량의 주름 씨앗이 된다. 따라서 등숙 중기 이후 돌연한 기후불순(고온과 건조 등)에 의한 흉년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색 알을 둘러싼 의문


발굴된 씨앗이 밀이고 그 대부분이 자색인 점을 알아차렸을 때, 밀의 전문가로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보리에서는 자색이 진귀하지 않은데, 일본의 재래종에서도 찰기 품종의 대부분이 자색이다. 찰기를 지닌 보리를 구별하기 위한 표지형질로, 의도적으로 자색 알의 찰기 성질의 보리 품종을 선발해 왔던 듯하다. 그런데 밀에서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밀의 씨앗 색에 대해서는 이립밀에서는 대부분이 적색 알 또는 백색 알인데, 에티오피아 및 주변 지역에서는 자색 알의 존재가 알려져 있다. 한편, 보통밀에서는 자색 알의 이립밀과의 교배에 의해 자색 알의 계통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원래 적색 알과 백색 알의 두 종류만 알려져 있었다. 소하묘의 자색 밀이 이립밀이라고 하면 중국 서역과 에티오피아라는 지리적 틈이 문제가 되고, 보통밀이라면 '일찍이 존재했는데, 절멸되어 버렸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어느쪽이든 그 파장은 크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 씨앗의 형태조사에 의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것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씨앗 색은 대부분이 자섹으로 매우 고르게 되어 있었다. 이 결과는 종자 색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선발했단 것을 시사하며, 자색에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대 밀의 DNA 분석


소하묘 유적에서 발굴된 밀의 보존상태가 놀라울 만큼 좋았어도, 역시 몇 천 년이나 경과한 씨앗이기에 발아할 리도 없고(시험하지는 않았지만), DNA의 분석도 진행하여 짧은 DNA 단편이 약간 남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극미량의 DNA라도 해석할 수 있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란 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하기로 했다. 이방법은 올봄에 멕시코에서 발생했던 신형 인플루엔자의 감정법으로 언론에서 자주 등장했기에, 기억에 새로운 독자도 많을 것이다.


분석한 유전자는 여러 가지 농업형질(출수기, 파종기, 풀 길이, 품질)을 결정하는 유전자와 종에 고유한 DNA 배열 등이다. 고대 밀의 종을 동정하는 것과 농업 특성의 추정을 시도하여, 그 결과에 기반을 해 당시의 밀 재배에 필요한 물의 양, 토양의 비옥도, 재배시간, 밀의 용도 등을 앞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2005년에는 다섯 알의 씨앗, 그리고 2007년에는 20알의 씨앗을 분석했다. DNA를 추출하기 위하여 고대 밀의 씨앗을 갈아서 으깬 나카무라 이쿠오, 니시다 히데타카 씨에 의하면, 탄화 밀의 경우에 무르지 않고 단단한 씨앗이었다고 한다. 분석 결과, 엽록체 DNA의 PS-ID 배열과 리보솜 DNA의 ITS 배열에 대해서는 고대 밀의 몇 개로부터 DNA를 증폭할 수 있었다(그림3-17). 이 가운데 한 샘플에 대하여 ITS 배열을 상세하게 해석한 바, 보통밀에 고유한 DNA 배열이란 것이 확인되었다. 아까 자색 알의 일도 있기에, 1회의 실험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그림3-17 소하묘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밀의 PCR 분석(엽록체 DNA의 PS-ID 배열) M33의 5알과 M29의 1알 가운데 전자의 2알에서 DNA가 증폭되었다. M=크기 표지




다만 농업 형질(출수기, 파종기, 풀 길이, 품질)을 결정하는 유전자에 대해서는 그 DNA 배열을 증폭할 수 없었다. 아까의 PS-ID 배열과 ITS 배열이 세포 안에 여러 복제가 존재하는 데 반하여, 이들의 유전자는 핵 안에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이며, 이 때문에 파괴되지 않은 DNA 배열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한다.DNA의 분해와 과학기술의 진보 사이의 경쟁이지만, 이 연구는 지금도 진행중이며 우리가 품어 왔던 실크로드관을 뒤엎어 버릴 만한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있는 바이다.





농경사의 장래 -밀의 다양성이 가능하게 했던 내염성 육종


지금까지는 유라시아에서 행하던 밀 재배의 역사를 소개했는데, 마지막으로 장래의 식량생산에 연결되는 금자탑 같은 일로 밀의 다양성을 활용했던 농경의 모습을 소개하겠다.


밀의 재배 지역이 확대되는 데에는 농민의 노력과 기술 혁신도 필요했지만, 역시 각각의 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밀(엄밀한 의미에서는 유전자)의 존재가 빠질 수 없었다. '빠질 수 없었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했지만, 지구환경의 변화와 인위적 요인에 의한 재배 지역의 감소와 확대는 끊임없이 반복되며, 매우 현대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이 문제에 하나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장의 공동 집필자인 타케다 카즈요시 씨가 중국 허베이성에서 성공시켰던 프로젝트일 것이다.


중구 ㄱ허베이성의 남피南皮에서는 지하수에 약 3%의 염분을 함유하고, 연간 강수량도 약 500mm(그중 200mm가 7월에 집중)로 적다. 이 지방에서는 밀을 건기에 가을 파종으로 재배(10월 파종, 6월 수확)하고 있기에, 토양의 건조함과 염해가 문제가 되었다(그림3-18). '첨단 과학기술을 도입하여'라고 하면 유전자변형 작물이 되지만, 타케다 씨가 발상한 건 다양성의 이용이었다. 오카야마 대학 자원생물과학연구소에 보존되어 있는 세계의 보리약 8500품종 및 밀 약 1700품종의 씨앗 각 5알씩을 혼합하여 현지의 실험밭에 파종했다. 보통의 재배시험이라면 각 품종을 확실히 구별하여 재배하고 그 수확량 등을 조사하겠지만, 1만 품종 이상을 중국에 가지고 들어가기위해 자루에 채우는 일과 식물검역 비용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목적은 품종 비교가 아니라, 염류집적 토양에서도 보통으로 자라는 밀을 찾는 일이다. 게다가 시험용으로 정확히 정비된 염류집적 토양이 아니라, 염류집적의 정도가 매우 불균일한 현지에서 하는 시험이다. 그렇다면 혼합하여 뿌려 버리는 것이다.


그림3-18 중국 허베이성의 염류집적 토양에서 다수확을 가능하게 했던 밀 신품종 A115. 

왼쪽 위: 염분이 석출된 밭. 오른쪽 위: 불균일한 실험밭을 몇 개의 구획으로 분할했다(토양조건은 C>B>A). 왼쪽아래: 재배조사의 풍경. 오른쪽 아래: 현지 농가의 밭에서 대규모로 재배되는 신품종 A115.




물론 '나중은 어떻게 되겠지...'는 아니다. 불균일한 토양에서의 선발을 확실히 하기 위해 구획별 선발이란 발상을 도입했다. 실험밭 전체에서 우수한 그루를 선발하면, 염류집적이 적은 곳에서 자랐던 그루를 선발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염분에 강한 그루를 간과해 버릴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실험밭을 몇 평방미터의 구획으로 나누고(그림3-18), 그 안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개체를 선발했다. 먼저 첫해의 겨울에 보리의 약 60%, 밀의 약 25%가 고사하여 내한성 선발이 행해졌다. 그리고 왕성히 성장했던 밀 150개체, 보리 133개체를 선발하여 시험을 거듭한 결과, 밀 A115라고 이름을 붙인 계통이 염류집적 토양에서도 보통으로 자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품종은허베이성의 품종인정시험을 통과해, 2000년부터 보급되어 최근 5년 동안에 합계 7000헥타르에서 재배되고 있다. 


덧붙여서, A115는 내염성, 내건성에서 뛰어나지만, 오카야마 대학의 스트레스 없는 조건에서 재배해 보면 조금 풀 길이가 긴 것을 제외하면 보통의 품종이다. 또한 A115와 똑같은 밀이 오카야마 대학의 종자저장고에 잠들어 있긴 하지만, 1700품종 안에서 찾아내는 건 힘들고 그 의미도 없다.


어디에나 있는 것 같은 보통의 밀이 지닌 숨겨진 소질이 '떄와 장소에 따라서는' 세계 인류를 구할 것이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식물 유전자원은 아직 누구도 인식하지 못한 숨겨진 소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인류가 이용하고있는 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재배시험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숨겨진 소질을 찾아내기 위해서 1만 품종의 재배시험을 하려고 생각한 사람은 아직 없다. 그러면 5만 알의 씨앗을 뿌려서 구획별 선발법에 의해 일부 우량 그루만을 선발한다는 시험은 어떠할까? 이거면 될 것 같다. 5만 알(1만 품종x5알)의 씨앗을 맥류 유전자원 키트로서 세계 각지의 문제 토양과 좋지 않은 환경에서 뿌려 보면, 숨겨졌던 소질을 많이 발견할 것이다. '유전자원의 유효이용', '써야 할 유전자원'을 재인식시킬 수 있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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