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담/읽을거리

논 잡초의 자연지

by 石基 2018. 6. 5.
반응형

유라시아 농경사 권2



기고3


논 잡초의 자연지自然誌     -후지이 신지藤井伸二





논과 잡초


논은 논벼 재배를 위한 공간이다. 그 목적에서 생각하면, 논벼 이외의 생물군은 필요없는 존재이다. 논을 주거지로 삼고 있는 생물군의 일부에는 수확의 방해나 장해가 되거나, 또는 쌀의 품질이나 수확량을 저하시키거나 하는것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제와 방제가 행해지기도 한다. 한편, 논은 다수확을 목적으로 관개와 시비가 행해지기에, 토양 양분이 풍부한 습지환경인 점이 특징이다. 수분과 토양 양분의 측면에서 보면, 논은 논벼 이외의 식물에게도 사정이 좋은 환경이며, 다수의 수생, 습지성 식물이 번성한다. 이와 같은 논에 번성하는 식물군에 대하여 종종 '논 잡초'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럼 '논 잡초'라는 단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논에서 생육하는 식물 전반을 가리킨다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논벼 재배에 무엇인가 악영향을 미치는 식물(=해초)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논과 논두렁 모두에서 생육하는 식물을 '논 잡초'라고 부르냐고 하는 의문과 게다가 '절멸이 걱정되는 논 잡초'라는 표현에 대한 곤혹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애매함과 막연함이 논 잡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논 잡초=배제해야 할 악한 것'이란 선입관에는 그 나름대로 올바른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 이외의 부분을 돌아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이끄는 일도 있다. 여기에서는 논 잡초의 생활사 특성과 논 환경의 관계를 고려하여, 실상과 그 이해에 다가서고자 한다. 


'잡초'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건 어렵다. 이것은 잡초라는 개념이 인간 활동 속에서 인식된 것이며, 잡초의 인식에도 인간 활동의 다양성에 응한 다양성이 있는 데에 기인한다. W. Holzner 씨의 "인위적 환경에서 잘 생육하고, 또 인간 활동에 간섭하는 식물군"이란 포괄적인 정의는 다양한 잡초의 실상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잡초'를 인간 활동과의 관련을 중심으로 파악할 경우에는 '바라지 않는 장소에서 인간의 도움(재배와 파종 등) 없이 생육하고,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움을 받는, 인축과 작물에 해를 준다" 같은 특성을 들 수 있다. 한편, 생물학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파악할 경우에는 '개화까지 생장 기간이 짧고, 자가화합성(self-compatibility), 높은 종자 생산력, 높은 종자 산포능력, 발아 특성의 다양화, 여러해살이풀은 높은 영양번식 능력' 등의 특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특성은 잡초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명료한 기준은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작물에 해를 준다'고 말해도 어느 정도의 해를 주어야 잡초로 인식되는지 불명확하고, 수확과 농경노동에 주는 피해와 장해의 인식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경우도 많다. '생장기간이 짧다'는 생물적 특성을 보아도, 어느 정도 짧아야 잡초라 할 만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위에 든 여러 특성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잡초라 인식되기에 충분한 것도 많다. 이러한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잡초'를 일의적으로 정의하는 일은 곤란하지만 Holzner 씨의 포괄적인 정의에 따라서 다른 야생식물과 재배식물로부터 잡초를 구별해야 한다는 야마구치 히로후미山口裕文 씨의 주장에는 그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위의 내용을 근거로 하면, '논 잡초란 논에서 잘 생육하고, 또 논벼 재배에 어느 정도 간섭을 하는 식물군'이라 표현할 수 있다. 표현으로는 단순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성가시다. 양분의 수탈 등으로 벼의 생장에 영향을 주는가래나 물달개비, 그리고 수확할 때 혼입되어서 쌀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물피 등은 비교적 알기 쉬운 유해잡초이다. 그러나 큰물개구리밥은 그 공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능력을 이용해 풋거름으로 이용되는 한편, 논 이면에 번성하여 논벼의 생육을 저해하는 일도 있어 유용식물과 유해식물의 이면성을 지닌다. 게다가 농경 방법의 차이와 그 변화에 의해서도 간섭의 정도가 크게 변화한다. 소와 말에 의한 써레질과 트랙터 경운에서는 써레와 로타리에 얽혀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식물종에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고, 인력으로 베어 거두는 수확과 콤바인 수확에서는 혼입 종자의 식물종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논벼 재배만의 경우에는 그다지 문제가 안 되는 벼룩나물이나새포아풀 같은 겨울에도 푸른 식물도 그루갈이를 행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된다. 또 외래식물인 미국좀부처꽃, 미국여뀌바늘, 미국외풀 등은 새로운 논 잡초로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논에 생육하는 식물이 논벼 재배에 주는 간섭의 정도는 영농 방법과 그 역사에 의존하여 크게 변화한다.


그럼 논 잡초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식물일까? 아사이 모토아키浅井元朗 씨는 '주요한 일본의 논 잡초와 그 구분'으로 합계 70가지 분류군(조류를 제외한 수치)을 들고 있다. 이 예에서는 침수성 민나자스말속 식물이 빠져 있지만 논벼의 생육기간 중에 논에서 생육하는 식물종을 많이 들고 있으며, 더욱이 논에서 번성하는 성질이 강한 식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잡초라는 개념이 인간활동에 대한 간섭인 이상, '번성'이란 특질이 중시되는 것은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그럼 논에서 생육하는 식물 중에서 번성하기 쉬운 식물을 추출할 수 있냐고 한다면, 이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영농 방법에는 지역차가 있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변화하여 그에 따라서 번성하기 쉬운 식물도 다르다. 지금은 번성하지 않아도 예전에는 큰 피해를 주는 잡초였을지도 모르고, 앞으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논에서 잘 생육하는 식물 모두'를 잠재적인 논 잡초라고 파악하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또 '희소하더라도 논 환경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식물'은 논 잡초로서 파악하는 편이 좋다. 이것은 뒤에 기술할 생이가래처럼 예전의 논 잡초가 현재는 멸종위기종이 되어 있다고 고려할 수 있는 예가 있기 때문이다.




교란 환경에 대한 적응 전략


논은 습지 환경의 일종이다. 이것은 논벼가 수초의 일종이라는 점에서도 자명하다. 습지 환경으로 볼 때 논의 일반적 특징으로 얕은 수역(습지), 진흙 바닥, 부영양, 농경에 의한 강한 인위적 교란, 논벼의 우점 번성 등을 들 수 있다. 처음 세 가지 특징은 범람원이나 그 배후습지에서도 보편적인 환경조건인데, 뒤의 두 가지는 논벼 재배에 기인하는 것이다. 현행 논벼 경작에서는 모내기 직전의 쟁기질과 써레질, 모내기, 모내기 이후-수확기의 제초(여름철에 일시적 물떼기를 행하기도 함), 벼베기(수확) 등이 주요한 농작업이고, 이들 일련의 주기에 따라서 논환경은 계절적으로 크게 변화한다. 써레질은 물에 잠긴 논과 그 토양에 대규모 교란을 일으키고, 그때까지 생육하고 있던 잡초가 일소되어 맨땅 같은 천수역 환경이 형성된다. 모내기 이후-수확기에는 벼가 우점 번성하는 것과 제초제 살포에 의한 화학적 교란이 두드러진다. 벼베기 이후에는 우점 식물인 벼가 일소되어 맨땅 같은 습성 환경이 출현한다. 이러한 큰 환경 변동이 해마다 반드시 반복되는 것이 논의 특징이며, 일반적인 자연조건에서는그와 같은 환경 변동의 주기적 반복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환경이 단시간에 크게 변화하려면 대규모 교란이 필요하고, 논에서는 정해진 시기에 써레질이나 벼베기 같은 대규모 교란이 일어나는데, 자연환경에서는 물이 불거나 홍수가 나는 등의 대규모 교란이 매년 정해진 시기에 일어나는 법이 없다.  또한 논에서는 항상 제초에 의한교란이 있어 인력에 의한 제초는 논 잡초에게 소규모 교란(노동력의 투자량에 의해서는 대규모 교란이 될 수 있음)이지만, 제초제 살포는 상당히 큰 교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논 잡초를 고려할 경우, 습지로서의 일반적인 특징에 더하여 이와 같은 써레질, 벼베기, 제초 등의 인위적 교란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교란 환경이 가지는 특징의 하나로, 불안정하게 변동하는 환경의 미래 예측이 곤란한 점을 들 수 있다. 논 잡초에게 쟁기질이나 제초 같은 인위적 교란의 시기와 그 규모를 예측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거꾸로,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변동성이 작든지, 또는 예측할 수 있는 정기적인 변동이 존재하여, 예를 들면 원생림에서는 사계절에 대응한 예측성에 풍부하고 관대한 환경변동을 제하면 눈에 띄는 변동은 없다. 그럼 교란 환경에서 적응하는 생활사 전략이란 어떠한 것일까? 수리 모델의 예측에 의하면, 예측성이 낮은 교란 환경에서는 개체의 경쟁력을 희생하여번식력을 높이는 생활형으로 적응하며, 거꾸로 예측성이 높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번식력을 희생하여 개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생활형으로 적응한다. 번식력을 높이려면, 영양번식능력(식물 단편에서 재생하고, 헛가지Turion 형성하는 등)의 발달, 영양생장 기간(발아부터 개화까지의 생장 기간)의 단축, 대량의 종자 생산(종자에 대량의 투자), 확실한 결실(제꽃가루받이 등) 같은 방법이 있다. 논 잡초의 영양번식 사례로 네가래, 만강홍 종류, 벗풀,올미, 개구리밥 종류, 올방개 등, 개화까지의 생장 기간이 짧은 사례로 가는마디꽃, 등에풀, 진땅고추풀, 곡정초,알방동사니 등, 대량의 종자 생산을 행하는 사례로 한 그루당 5-6천을 생산한 기록이 있는 물피, 알방동사니, 2천 알 이상의 기록이 있는 마디꽃, 등에풀, 물달개비, 강피 등, 확실한 결실을 행하는 사례로 닫힌꽃에 의한 제꽃가루받이 기구를 가진 둥근잎고추풀, 등에풀, 밭뚝외풀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교란의 강약은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라는 식물의 기본적인 생활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해살이 식물은 모든 광합성 생산물을 한 생장기 안의 번식에 투자하여 종자를 생산하고, 결실 뒤에 그 개체는 죽는 단명의 생활형이다. 한편, 여러해살이 식물은 종자 생산에 분배하는 자원을 제한하고, 일부 자원을 이듬해 이후의 번식에 대비하여 개체의 생존과 유지에 분배하는 생활형이다. 이러한 생활형의 차이는 종자 생산 효율에 큰 영향을 주고, 개체당 종자 생산에 대한 자원 분배비율은 여러해살이 풀보다 한해살이 풀에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앞서 기술했듯이 교란되는 환경에서는 대량의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 적응적이며, 종자에 대한 자원 분배비율이 높은 한해살이 식물 쪽이 여러해살이 식물보다 유리하다. 


미우라 레이이치三浦励一 씨는 한해살이 잡초의 생활사 전략의 진화에 대하여 독특한 논고를 행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교란에 의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방향성이 있다고 한다(그림1).


첫 번째는 다른 식물이 생육하지 않는 빈땅을 이용하는 식물에 상정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생육 장소에 효율적으로 도달하는 수단(바람에 의한 종자 산포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종자를 광범위하게 산포하는 것으로 공간적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제초 등의 고란이 계절적인 주기성을 가질 경우로, 제초 주기를 회피한 생장 기간과 그를 위한 발아 시기가 중요해지며, 게다가 돌려짓기와 묵히기, 제초 시기 등의 교란 주기가 변경된 경우의 보증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이 경우 흙에 묻힌 종자 집단을 형성하여 종자의 발아 시기를 분산시키는 적이 적응적이다. 발아 시기를 분산시킴으로써 시간적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세 번째는 제초 등의 교란 빈도가 높아서 주기성이 적은 채소밭 같은 환경에서 발견되는 유형으로, 식물체가 작은 크기로 개화, 결실을 시작해 그대로 어찌어찌 생장과 결실을 계속해 나아가는 생활방식이다. 이와 같은 번식을 행하면, 갑작스런 제초에 맞닥뜨렸을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종자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제초되지 않은 경우에는 다수의 종자를 남길 수가 있다. 효율은 조금 나쁠지 모르지만, 항구적인 종자 생산이란 무한번식에 의하여 종자 생산을 못하는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이다. 


위험 분산 전략


공간적 분산


 시간적 분산


무한번식

주요 형질


바람에 산포되는 종자


장기 휴면 종자


무한번식








대표적인 종


망초


명아주


별꽃








서식지 유형


빈땅


보통 밭


채소밭

서식지 존속년수


짧음



 교란 빈도 

 낮음

 

중간 

 

높음 

 교란의 계절적 주기성 

 부정기

 

높음 

 

낮음 

그림1 한해살이 잡초의 위험 분산 전략의 개념도(미우라 2007)




위의 미우라 씨가 제안한 이들 세 유형의 생활사 전략은 한해살이의 황무지 식물과 농경지 식물의 비교연구에서 탄생한 것인데, 그대로 논 잡초에 적응하려면 문제가 있다. 그러나 세 가지 방향성을 논 잡초에서 검토하는 건 유익할 것이다. 물살에 의해 식물체가 분산될 수 있는 개구리밥 종류나 만강홍 종류 등은 공간적 위험 분산 전략의 성질을 가진다고 예상된다. 또 민나자스말 종류에서는 새에 의한 산포가 상정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시점에서 다시 보는 것도 흥미롭다. 헛가지의 발아 시기가 분산되는 올방개나 종자가 2차 휴면을 하는 강피는 시간적 위험분산 전략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옥잠나 물달개비 같이 흙에 묻힌 종자를 형성한다고 생각되는 논 잡초도 이 전략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 무한번식 전략을 지닌 식물을 논 잡초에서 찾아내는 일은 지금으로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헛가지를 가진 논 잡초의 대부분은 일장 반응에 의하여 헛가지 형성 개시의 시기가 제어되는데, 올미는 일장과 관계없이 싹이 나온 뒤 50-60일 뒤에 헛가지 형성을 개시하기 때문에, 무한번식 전략의 성질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건, 논 환경의 일반적인 특성이 시간적 위험 분산 전략을 이끌어내기 쉬운 계절적 주기성을 가지는 교란 환경이란 점이다. 그러므로 세 가지 생활사 전략에 대해서는 각종 논 잡초가 지닌 성질의 적응적 방향성 지표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이다.





논 잡초의 다양한 생활사


앞의 절에서 기술했듯이 논 잡초의 생활사 전략에는 몇 가지 방향성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생활사 유형은 반드시 하나만 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사 유형을 정하는 것도 있다면 상반된 생활사 유형의 중용을 택하는 것, 양랍할 수 없는 몇 가지 생활사 유형의 조합을 시행하는 것, 또는 양쪽에 내기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 등 각각의 종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있어서 좋다. 여기에서는 몇 가지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면서 논 환경에서 생존하는 전략을 생각해 보려 한다.


가장 첫 절에서도 기술했듯이, 논은 식물의 생장에 수분 조건과 토양양분 조건이 양호한 환경이다. 가령 제초 등의 인위적 교란이 없다면, 다양한 종류의 논 잡초가 왕성하게 번성할 것이 명백하다. 이때 논 잡초는 서로 심한 경합관계를 가지게 된다. 생장이 조금이라도 더디면 다른 개체에 의해 그늘이 져서 금세 일조 부족에 빠져 고사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생장에 양호한 환경이란 그처럼 경쟁이 심한 세계라도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논에서 최대의 경쟁상대는 논벼이다. 그럼 논벼를 능가하는 생장이 유리한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논벼보다 두드러지게 크게 자라 눈에 띄게 되면 금세 제초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논벼 속에 살그머니몸을 감추는 쪽이 제초의 위험이 적을 것이다. 그러나 논벼에 의해 그늘이 지는 건 사활 문제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논벼로 가장해 논벼와 마찬가지로 자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논벼로 의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활방식을 하는 대표격이 물피와 강피이고, 뭉쳐서 나는 유형인 드렁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태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지만, 벗풀이나 올방개 등도 논벼와 보조를 맞추어 생장하는 식물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논벼가 우점하는 논 환경에서 미소한 식물은 생육할 수 있을까? 논벼 재배기법의 하나로 어린 모를 아주심기하는 모내기가 있다. 이 모내기에 앞서 토양의 쟁기질, 물대기, 써레질이 행해진다. 써레질 직후의 논은 그때까지 자라던 잡초가 일소되어 맨땅 같은 얕은물 환경이 된다. 아주심기된 논벼의 어린 모가 수면을 덮을 만큼 자라려면 1개월 정도 생장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기간은 논 잡초에게 양호한 일조 조건이 계속된다(그림2a). 이 짧은 기간의 일조를 이용하여 왕성하게 번성하는 식물이 개구리밥 종류나 만강홍 종류이다. 이들 논 잡초는 하나하나의 개체는 겨우 몇 센치미터의 크기인데, 때로는 모내기 직후의 수면 전체를 뒤덮을 만큼 일시적으로 크게 번성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경우 아까 물피 같은 의태가 필요하지 않고, 논벼보다 훨씬 빠르게 생장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써레질 직후의 일시적 환경을 이용하는 생활사를 유지하고 있는 건 소형의 식물체를 맹렬한속도로 증식시킬 수 있는 높은 영양번식 능력이다. 다만 작은 식물체이기에 논벼가 번성해 그늘이 지면 모습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이것은 미우라 씨가 보여준 공간적 위험 분산 전략에 해당할 것이다.



그림2a 모내기한 뒤 맨땅 상태의 논(바로 앞)과 논벼가 번성하여 수면이 뒤덮인 상태의 논(왼쪽 뒤).



그림2b 수확 전 벼로 뒤덮힌 논과 벼를 베어 맨땅 상태로 변화한 논(뒤).




논벼가 그늘을 드리우는 것에서 벗어나 생육하려면, 써레질 직후에 번성하는 방법 외에 벼베기 직후(그림2b)의 시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 두 가지 시기는 다음에 이야기하듯이 각각 다른 이유에 의하여 매우 잠깐의 시기밖에 잡초가 이용할 수 없다. 써레질 직후 잡초의 번성기는 논벼의 생장에 따르는 그늘짐에 의하여 종료된다. 한편, 벼베기 이후의 경우에는 겨울철의 저온에 돌입하게 되어 잡초의 번성기가 종결된다. 위도에 따른 기후의 차이, 농작업 일정의 지역적 차이, 더군다나 논벼 품종의 차이에도 의하지만, 잡초의 번성이 가능한 건 길어야 겨우 2개월 정도의 기간일 것이다. 이 기간 안에 할 수 있는 한 멀리 생장을 하여 번식을 종료하는 일이 관건이다. 벼베기 직후에 번성하는 논 잡초(그림3a)에는 마디꽃, 둥근잎고추풀(그림3c), 등에풀, 곡정초(그림3b) 같은 미소한 것이 많다. 또 물고사리, 알방동사니, 올챙이고랭이, 바늘골 등은 조건이 맞으면 크게 자라지만, 그 한편에서 10센티미터가 안 되는 크기로도 개화와 결실을 할 수 있는 가망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벼베기 이후-늦가을에 걸친 기간에 번성하는 논 잡초 무리를 논의 가을 식물이라 부른다. 이들 식물은 반드시 가을에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 잡초의 생활사를 쭉 가지면서 가을 잡초로도 짧은 생활사를 완결시키는 능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논의 가을 식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아부터 개화까지의 생장기간의 단축과 늦가을 저온기의 확실한 종자 생산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며, 미소한 식물체 크기에 닫힌꽃을 형성하는 등에풀이나 둥근잎고추풀은 그 대표 사례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으로, 논의 가을 식물은 최근 논에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것은 논벼의 조생종 도입에 따라 벼베기가 빨라지며 벼베기 이후의 잡초 생장기간이 보장되었다는 점, 그리고 분해성, 저잔류성제초제로 전환하며 가을에는 제초 효과가 희박해진다는 점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림3a 벼베기 이후 논에서 번성하는 마디꽃과 밭뚝외풀 종류



그림3b 곡정초




그림3c 둥근잎고추풀





동일 종이어도 논 환경에서 생육하는 것과 논 이외의 환경에서 생육하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때로는다른 분류군임에도 불구하고, 논 유형과 비논 유형의 차이에서 공통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 하나의 사례로, 여러해살이풀이 한해살이풀처럼 되는 걸 들 수 있다. 바늘골, 올챙이고랭이, 고랭이는 논 이외의 환경에서는 여러해살이풀 같은 행동거지를 나타내는 데 반하여, 논에서는 소형화하는 것과 함께 한해살이풀 같은 행동거지를보여주는 일이 많다. 이들 식물은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 가운데 어느쪽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가망성을 가지고 있는데, 논 환경에서는 대부분 한해살이로 생활하는 듯하다. 생활 기간의 단축화는 교란 환경에서 진화 방향의 하나라고 이해되기에, 논에서 이루어지는 인위적 교란이 이러한 식물군에게 계속 선택압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대부분의 경우 논 유형과 비논 유형은 동일 종 안의 생태형이라 이해될 만한 것이지만, 앞으로의 연구성과에 의해서는 다른 종으로 구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뚝새풀에서는 논 유형과 밭 유형에 상당히 명료한 형태 차이가 있고, 게다가 지리적인 분포 패턴도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북반구 전역에 분포하는 밭 유형은 기본 변종 들뚝새풀(Alopecurus aequalis var. aequalis), 아시아 동북부에 분포하는 논 유형은 변종 뚝새풀(Alopecurus aequalis var. amurensis)로 각각 구별되고, 일본에서는 둘이 생태적으로 나뉘어 서식하며 생육한다고 한다. 



논 잡초의 변천을 펼쳐 읽다


논은 인위적 교란 환경이기에, 영농법의 변화에 의하여 교란의 질과 빈도가 크게 달라진다. 근대 농업기술의 도입에 의한 물 관리방법의 변화와 기계화는 논 환경을 크게 변모시키고, 그 결과 논 잡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서는 농업의 근대화에 따라서 논 잡초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약 50여 년 전까지 가축과 인력에 의지했던 쟁기질, 써레질, 모내기, 벼베기가 지금은 기계로 행해지는 게 예사가 되었다. 또한 종래의 관개설비는 아주 새로워져, 논에는 할 수 있는 한 일정한 물이 유지되도록 토지개량과 경지정리가 행해진다. 매설관의 밸브를 돌리면 각 논에 농업용수가 공급되며(그림4a, 4b)、남는 물은 수로를 통하여 배수된다. 그 결과, 어느 논에도 균질한 물 환경이 실현되고 있다. 기존의 논에서는 미지형과 배수불량에 의한물 조건의 불균일함(과습 등)이 보편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러한 논은 오지나 산간지역의 소규모 미정비 논에서 겨우 잔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논 환경의 변모는 습한 논이 건조한 논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근대 농업에서 그루갈이의 보급과 농작업의 효율화 및 대형 기계의 도입에는 논의 과습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빠질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배수불량에 의하여 겨울철에도 물을 댄 상태가 유지되는 습한 논(그림5a)은 배수할 수 있는 건조한 논(그림5b)으로 바뀌었다. 건조한 논에서는 모내기부터 수확기까지 논벼의 생장기간에는 물을 대지만, 가을의 벼베기 시기에 물떼기를 한 채로 이듬해 봄의 써레질 시기까지 물을 뗀 상태가 유지된다. 이것은 논 잡초에에게는 생육 환경의 격변이었다. 물을 댄 조건과 과습 조건이 일년 내내 유지되는 일이 생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물은 건조한 논으로 바뀜으로써 논에서 사라져 가게 된다. 논 잡초의 감소에는 제초제 사용도 얽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논할 수는 없지만, 생이가래(그림6a), 네가래, 만강홍 종류, 물질경이, 나자스말 종류 같은 물풀류, 그리고 미즈타카모지(ミズタカモジ)와 곡정초 종류 같은 과습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이 격감한 이유의 하나로 전국적인 토지개량과 경지정리에 의해 건조한 논이 된 것이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5 벼를 벤 뒤의 논 풍경: a 습한 논(와카야마현 기이타하라紀伊田原), b 건조한 논(교토시 이와쿠라무라마츠岩倉村松). 습한 논에서는 겨울철에도 물을 댄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이토 미사코伊藤操子 씨는 재배 체계와 제초법의 전국적인 동향에 대응한 논 잡초의 변화를 기술한다. 그에 의하면, 사이갈이와 손으로 하는 제초가 중심이었던 시대에는 야생피(물피, 강피)와 물달개비 등의 한해살이 잡초가 중심이고, 여러해살이 잡초로는 쇠털골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1950-1965년 무렵에 보급된 농약의 하나인 2·4-D 제초제의 사용에 따라 농약 저항성(=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 일반적 농약 살포 농도로는 죽지 않는 성질)을 가진 야생피가 문제가 되었다. 농약 저항성 야생피에 대한 대처로 PCP 제초제와 CNP 제초제 등이 도입된 결과, 이 다음은 이들 농약에 저항성을 가진 쇠털골의 문재가 드러났다. 잇따라 이들 농약과는 다른 제초제(티오벤캅·시메트린)의 도입에 의하여 쇠털골은 조용해졌지만, 대신하여 올미, 너도방동사니, 올챙이고랭이 종류 등의 여러해살이 잡초가 증가했다. 이처럼 주요한 논 잡초만을 들어도 50년 정도 사이에 큰 변화가 있다. 제초제와 농약 저항성 잡초가 공방하는 역사는 논 잡초가 논벼 재배에 주는 간섭의 정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영농방법에 대한 다채로운 반응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간섭 정도의 변화가 논 잡초를 일의적인 개념으로 다루는 걸 곤란하게 만드는 원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림6 생이가래




부유성 물풀인 생이가래는 예전에는 매우 흔하게 보이던 논 잡초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는 뚜렷하게 감소하여, 오사카부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목록에 올라갈 정도로 희소해져 버렸다. 그림7은 표본 기록을 바탕으로, 오사카부에서 생이가래의 변천을 나타낸 것이다. 전쟁 중에 대해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지만, 1950년 이후의 감소 경향, 1970년대의 극단적인 감소, 그리고 1980년대 이후의 논 환경에서 소실됨 같은 대강의 변화를 간파할 수 있다. 놀라운 점으로, 오사카부의 생이가래는 단순히 감소한 것만이 아니라 논에서 저수지나 수로로 생육환경을 극적으로 전환했단 것이다. 현재 오사카부에 한정하여 보면, 생이가래는 벌써 논 잡초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가설의 하나로, '건조한 논이 됨에 따라 생육환경의 악화와 제초제 사용에 의한 타격으로 논에서 소멸되고, 저수지나 수로로 도피하여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다. 검증에서는 아직 자료를 모을 필요가 있지만, 논 잡초의 이러한 증감이나 생육환경의 전환 요인이 영농법의 변화에 기인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림7 표본 기록에 바탕한 오사카부 생이가래의 변천(후지이藤井 2002)




마지막으로 널리 사용하게 된 설포닐유레아계 제초제와 논 잡초의 최근 공방에 대한 연구 사례를 소개하겠다. 설포닐유레아계 제초제는 식물의 생존에 필수인 아미노산의 생합성을 저해하여 식물체를 죽이는 작용을 지닌 농약이다. 이 설포닐유레아계 제초제의 사용에 따라 논 잡초인 밭뚝외풀 종류에서 농약 저항성 개체가 일본 각지에서출현하고 있다. 이들 저항성 개체에서는 아미노산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아주 조금 변화하여, 그로 인해제초제는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 12곳의 논에서 모은 논뚝외풀(그림8)에 대한 연구에서는 저항성 개체에 다섯 가지 유전자 유형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논에서는 단일한 유전자 유형밖에 찾지 못했다. 이것으로부터 저항성 개체는 각 논에서 독립적으로 성립하여, 단일한 유전자 유형의 저항성 개체가 하나의 논을 완전히 채우기까지 번성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제초제 살포를 개시했을 때에는 저항성 개체는 매우 소수였든지, 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초제 살포에 의하여 그때까지 논에서 번성하던 논뚝외풀의 감수성 개체(약제 살포에 의하여 죽은 개체)는 일소되었음이 틀림없다. 또한 제초제 살포는 논뚝외풀 이외의 다른 잡초도 죽이게 된다. 그 결과, 논은 논뚝외풀 저항성 개체만이 번성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저 하나의 저항성 개체가 출발점이 되어 논 전체에 퍼졌을지도 모른다. 이 연구는 제초제의 사용이 논뚝외풀 집단의 유전자 구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걸 시사하며, 제초제라는 인위적 교란이 논 잡초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함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논벼 재배의 역사는 논 잡초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큰 해를 주는 잡초의 효율적 억제'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기술한 논 잡초의 모든 현상에서는 영농방법과 함께 논 잡초 자신도 크게 변화하는 실태를 보여준다. 사람도 잡초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둘의 동적인 간섭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 다음에도 논 잡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반응형

'농담 > 읽을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전과 벼농사  (0) 2018.06.21
맛있는 쌀을 찾는 일본인  (0) 2018.06.12
논에서 살다  (0) 2018.06.05
중세에 묘사된 쌀 문화  (0) 2018.05.28
쌀의 정신성  (0) 201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