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입동, 겨울 준비에 바쁜 김장철
겨울이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다. 하지만 겨울이 들어서는 느낌보다는 늦가을 단풍이 절정인 계절이다. 올해는 상강이 지나 입동 3일 전, 11월 4일에 된서리가 내렸으니 온난화 영향이 확실한 것 같다.
기온은 따뜻해졌을지는 몰라도 날은 아무튼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철이다. 입동 전에 겨울 작물들은 파종을 다 끝내야 한다. 밀, 보리와 아울러 마늘, 양파가 그것들이다. 아울러 이제 김장과 겨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예전엔 입동이 되면 무를 캐서 무청은 시래기 엮고 덜 자란 무로 동치미와 짠지를 담고, 김장에 쓸 남은 무는 땅에 묻었다. 배추는 묶어주었고 알타리는 수확해 총각김치를 담갔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농번기의 마지막이 끝나지 않은 셈이다. 김장 준비와 아울러 또 준비해 둘 일은 메주 쑤기다.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볏짚으로 묶어 걸어두었다. 볏짚에 있는 황색균으로 메주 발효를 돋기 위해서다.
사람도 겨울 준비에 바쁘지만 온누리 뭇 생명들도 겨울 채비에 바쁘다. 낙엽수들은 겨울을 대비해 영양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잎들을 떨어뜨리고 풀들은 다음 해를 기약하며 누렇게 사라지고 벌레들도 알을 까고 사라지며 겨울을 나는 작은 생명들은 동면에 들어간다.
입동 날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 춥고 날이 따뜻하면 겨울이 따뜻하다 했다. 올 입동이 따뜻했으니 이번 겨울은 아마도 따뜻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입동이 음력 9월에 들면 그 해 겨울이 춥지만 음력 10월에 들면 따뜻하다 했는데, 음력으로 10월 7일이 입동인 것을 보면 이래저래 올 겨울은 따뜻할 것만 같다. 동지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 춥다 했으니 마지막으로 동지 날씨를 기다려 보아야겠다. 아무튼 옛 조상들은 9월 입동이 드는 해에는 날이 일찍 추워지기 때문에 일찍 영그는 올 곡식이 좋고 10월 입동이 드는 해에는 늦게 추워지기 때문에 늦게 영그는 늦 곡식이 좋다 했다.
입동 전에 심은 보리가 가위처럼 두 개로 갈라져 나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아마 추위가 늦어지면 보리 싹이 두 개로 갈라질 정도로 더 많이 자라 겨울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속담이 나온 것이리라. 또한 입춘 때 보리 뿌리가 세 개면 마찬가지로 풍년 든다고 했는데 그만큼 뿌리의 힘이 좋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겨울 추위가 좀 늦어지거나 따뜻하면 보리 농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 해는 자꾸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져 영 농사가 순조롭지 못하다. 밀도 세 번에 걸쳐 심었는데 아직 못 심은 땅이 남아 있어 내일이나 모레쯤 심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심은 게 10월 15일이었으니 거의 한 달 차이가 날 참이다. 처음 심은 놈은 벌써 한 뼘 만큼 자라있으니 실로 나이롱 농사라 할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마늘도 몇날 며칠에 걸쳐 심고 있는데 씨 마늘 세 접밖에 되지 않는 것을 네 번에 걸쳐 일주일 동안 심게 생겼다. 나의 농은 농사 농(農)가가 아니라 나이롱 농자라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입동은 우리의 추수 감사절에 해당하는 철이다. 마지막 수확철이자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철인지라 수확을 끝내고 조상께 감사하는 제사를 지낸다. 입동 즈음한 음력 10월 15일이 되면 조상들께 시제를 지내거나 떡을 하여 고사도 지낸다. 음력 10월 보름은 하원(下元)이라 하여 도교의 삼원(三元)이라는 명절의 하나인데 상원(上元) 대보름, 중원(中元) 백중절이 그 나머지다. 이렇게 조상들에게 감사한 제사를 지내기도 하지만 살아계신 어르신들께도 감사한 행사를 치루는 풍습이 있었다. 치계미(雉鷄米)라 해서 마을 어른들에게 각종 맛있는 음식을 차려 들여 양로 잔치를 하는 예도 있었다. 차려 들일 음식이 제대로 없으면 도랑탕이라 해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바치기도 했단다. 추어탕은 가을에 먹는 별미로 동면에 들기 위해 영양분을 잔뜩 섭취한 미꾸라지로 노인들의 보양식을 삼은 것이리라. 아마 추운 겨울을 나기 힘든 노인들에게 좋은 보양식을 바쳐 겨울을 무사히 나시라는 효심의 발로였을 게다.
붙박이 농경사회에서 노인들의 역할이란 가히 절대적이라 할만하다. 붙박이 사회는 순환사회이기에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야 말로 그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절기력을 공부하면서 제일 의문스러운 것은 12진법과 60진법의 기원이었다. 절기력은 12개의 절(節)과 12개의 중(中)으로 나눠진 것으로 이 가운데 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12진법에 근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를 12시로 나누고 일년을 12달로 나눈 것은 12지지(地支)에 근거한 것으로 이 또한 12진법에 해당한다. 60진법은 해를 60갑자로 나눈 것과 하루 하루 날 또한 60갑자로 나눈 것에서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양의 진법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시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한 주기를 12시로 나눈 것에서 12진법이 드러나고, 60분을 한 시간, 60초를 1분으로 삼은 것에서 60진법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12진법과 60진법은 동서양 공통 진법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진법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양에서는 약 3천년 전 중국 갑골문에서 최초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진법들의 유래는 당연히 밤하늘 천문이었을 것이라 하여 막상 천문에서 찾으려 하니 12진법에 근접하고 있는 목성의 12년 주기 말고는 60진법의 유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목성은 밤 하늘에서 달 말고는 제일 빛나는 별이었다. 그 주기가 12년이어서 12지지 주기와 같아 세월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별, 곧 세성(歲星)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목성을 기준으로 연대를 표기한 것을 세성기년법이라 했는데 중국 진나라에서 사용했다.
그러나 60진법의 유래를 밤하늘 천문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별자리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뒤져보기도 하고 천문 전문가에게 자문도 해보고 천문 전문 사이트를 뒤져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왜 동양에선 60갑자를 썼고 서양의 시계에서는 60을 시간의 기본 단위로 삼았을까?
답은 의외의 곳에서 아주 쉽게 찾아졌다. 다시 12진법을 고민해보았다. 앞에서 말한대로 12년 주기의 목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기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있었다. 목성은 아무리 밝은 별이라 하나 금방 피부로 느껴지는 별은 아니지 않은가? 뭔가 더 분명한 것이 있고 난 뒤에 목성의 주기를 발견했을 것 같았다. 바로 달의 주기였다. 12달.....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밀농사 지역이었다. 그들은 밀이 추운 겨울을 지나 언제 다시 부활하듯 올라오느냐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들의 주요 식량이니까. 또한 더불어 가축들의 식량인 목초가 언제 밀처럼 솟아 올라오느냐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것은 춘분이었다. 춘분이면 낮이 더 길어지고 날씨도 따뜻해져 온갖 생명들이 소생하는 철이다. 그래서 그들은 춘분은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고 그 영향을 받은 기독교에서는 춘분을 예수 부활의 기점으로 삼았다. 그 춘분을 손꼽아 기다려보니 대충 달이 12번 돌면 돌아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아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달의 일년 12달 주기를 알고 나서 목성의 12년 주기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럼 분명 60진법도 아주 가까운 곳에 그 유래가 있을 것이라 추론했다. 달 말고 가까운 것이 있다면 무얼까? 태양?....! 태양의 주기는 365일인데, 이것으로는 맞아 떨어지는 그 무엇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고 수학 교사인 아내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12진법이 달에서 유래한 것처럼, 60진법이 태양에서 유래했다면 딱 얘기가 될텐데 365일로는 끼워 맞출 수가 없단 말야.....”
“옛날 사람들은 일 년을 360일로 생각했데. 그게 360도 원 각도의 유래야.”
“어!! 그래? 360도를 6으로 나누면 60도인데. 그럼 60진법이 되잖아, 그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지?”
“원에 내접하는 육각형을 그리면 정삼각형 6개가 합쳐진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삼각형 변의 길이는 바로 원의 반지름과 같거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6을 원을 나누는 기본 단위로 보았고 하필 6이라는 숫자는 완전수라는 거였어.”
365일이 아니라 360으로 보니까 참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사실 태양의 주기는 타원 주기이므로 완전 원이 아니니까 편차가 생긴 것이리라.
“원을 삼등분으로 시작해 배수로 나누면 360도->120도(3등분)->60도(6등분)->30도(12등분)->15도(24등분)에서 정수로 끝나고 사등분을 이용해 나누면 360도->90도(4등분)->45도(8등분)에서 끝나는데 이 45도를 15도로 나누면 3배가 되므로 마찬가지로 24등분을 만들 수 있어.”
“그래 맞다. 그게 24절기야.”
“그렇지만 원은 10등분하기가 쉽지 않아. 자로 재지 않고서는....그러니까 10진법은 열 손가락 말고는 별로 자연적인 진법이라 하기가 그렇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람 손가락도 12개가 되었어야 자연스러웠을 거라고 하기도 했대.”
현대 진법이라 하는 10진법이 고작 열 손가락에서 기원한 것이라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60진법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몇 년 동안의 숙제를 풀 수 있었으니 속이 다 후련했다.
역시 농사든 절기력이든 진법이든 인간에게 해와 달은 모든 것의 좌표가 되는 것 같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겨울이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다. 하지만 겨울이 들어서는 느낌보다는 늦가을 단풍이 절정인 계절이다. 올해는 상강이 지나 입동 3일 전, 11월 4일에 된서리가 내렸으니 온난화 영향이 확실한 것 같다.
기온은 따뜻해졌을지는 몰라도 날은 아무튼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철이다. 입동 전에 겨울 작물들은 파종을 다 끝내야 한다. 밀, 보리와 아울러 마늘, 양파가 그것들이다. 아울러 이제 김장과 겨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예전엔 입동이 되면 무를 캐서 무청은 시래기 엮고 덜 자란 무로 동치미와 짠지를 담고, 김장에 쓸 남은 무는 땅에 묻었다. 배추는 묶어주었고 알타리는 수확해 총각김치를 담갔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농번기의 마지막이 끝나지 않은 셈이다. 김장 준비와 아울러 또 준비해 둘 일은 메주 쑤기다.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볏짚으로 묶어 걸어두었다. 볏짚에 있는 황색균으로 메주 발효를 돋기 위해서다.
사람도 겨울 준비에 바쁘지만 온누리 뭇 생명들도 겨울 채비에 바쁘다. 낙엽수들은 겨울을 대비해 영양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잎들을 떨어뜨리고 풀들은 다음 해를 기약하며 누렇게 사라지고 벌레들도 알을 까고 사라지며 겨울을 나는 작은 생명들은 동면에 들어간다.
입동 날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 춥고 날이 따뜻하면 겨울이 따뜻하다 했다. 올 입동이 따뜻했으니 이번 겨울은 아마도 따뜻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입동이 음력 9월에 들면 그 해 겨울이 춥지만 음력 10월에 들면 따뜻하다 했는데, 음력으로 10월 7일이 입동인 것을 보면 이래저래 올 겨울은 따뜻할 것만 같다. 동지 날씨가 추우면 겨울이 춥다 했으니 마지막으로 동지 날씨를 기다려 보아야겠다. 아무튼 옛 조상들은 9월 입동이 드는 해에는 날이 일찍 추워지기 때문에 일찍 영그는 올 곡식이 좋고 10월 입동이 드는 해에는 늦게 추워지기 때문에 늦게 영그는 늦 곡식이 좋다 했다.
입동 전에 심은 보리가 가위처럼 두 개로 갈라져 나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아마 추위가 늦어지면 보리 싹이 두 개로 갈라질 정도로 더 많이 자라 겨울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속담이 나온 것이리라. 또한 입춘 때 보리 뿌리가 세 개면 마찬가지로 풍년 든다고 했는데 그만큼 뿌리의 힘이 좋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겨울 추위가 좀 늦어지거나 따뜻하면 보리 농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 해는 자꾸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져 영 농사가 순조롭지 못하다. 밀도 세 번에 걸쳐 심었는데 아직 못 심은 땅이 남아 있어 내일이나 모레쯤 심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심은 게 10월 15일이었으니 거의 한 달 차이가 날 참이다. 처음 심은 놈은 벌써 한 뼘 만큼 자라있으니 실로 나이롱 농사라 할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마늘도 몇날 며칠에 걸쳐 심고 있는데 씨 마늘 세 접밖에 되지 않는 것을 네 번에 걸쳐 일주일 동안 심게 생겼다. 나의 농은 농사 농(農)가가 아니라 나이롱 농자라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입동은 우리의 추수 감사절에 해당하는 철이다. 마지막 수확철이자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철인지라 수확을 끝내고 조상께 감사하는 제사를 지낸다. 입동 즈음한 음력 10월 15일이 되면 조상들께 시제를 지내거나 떡을 하여 고사도 지낸다. 음력 10월 보름은 하원(下元)이라 하여 도교의 삼원(三元)이라는 명절의 하나인데 상원(上元) 대보름, 중원(中元) 백중절이 그 나머지다. 이렇게 조상들에게 감사한 제사를 지내기도 하지만 살아계신 어르신들께도 감사한 행사를 치루는 풍습이 있었다. 치계미(雉鷄米)라 해서 마을 어른들에게 각종 맛있는 음식을 차려 들여 양로 잔치를 하는 예도 있었다. 차려 들일 음식이 제대로 없으면 도랑탕이라 해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바치기도 했단다. 추어탕은 가을에 먹는 별미로 동면에 들기 위해 영양분을 잔뜩 섭취한 미꾸라지로 노인들의 보양식을 삼은 것이리라. 아마 추운 겨울을 나기 힘든 노인들에게 좋은 보양식을 바쳐 겨울을 무사히 나시라는 효심의 발로였을 게다.
붙박이 농경사회에서 노인들의 역할이란 가히 절대적이라 할만하다. 붙박이 사회는 순환사회이기에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야 말로 그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절기력을 공부하면서 제일 의문스러운 것은 12진법과 60진법의 기원이었다. 절기력은 12개의 절(節)과 12개의 중(中)으로 나눠진 것으로 이 가운데 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12진법에 근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를 12시로 나누고 일년을 12달로 나눈 것은 12지지(地支)에 근거한 것으로 이 또한 12진법에 해당한다. 60진법은 해를 60갑자로 나눈 것과 하루 하루 날 또한 60갑자로 나눈 것에서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양의 진법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시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한 주기를 12시로 나눈 것에서 12진법이 드러나고, 60분을 한 시간, 60초를 1분으로 삼은 것에서 60진법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12진법과 60진법은 동서양 공통 진법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진법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양에서는 약 3천년 전 중국 갑골문에서 최초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진법들의 유래는 당연히 밤하늘 천문이었을 것이라 하여 막상 천문에서 찾으려 하니 12진법에 근접하고 있는 목성의 12년 주기 말고는 60진법의 유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목성은 밤 하늘에서 달 말고는 제일 빛나는 별이었다. 그 주기가 12년이어서 12지지 주기와 같아 세월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별, 곧 세성(歲星)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목성을 기준으로 연대를 표기한 것을 세성기년법이라 했는데 중국 진나라에서 사용했다.
그러나 60진법의 유래를 밤하늘 천문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별자리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뒤져보기도 하고 천문 전문가에게 자문도 해보고 천문 전문 사이트를 뒤져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왜 동양에선 60갑자를 썼고 서양의 시계에서는 60을 시간의 기본 단위로 삼았을까?
답은 의외의 곳에서 아주 쉽게 찾아졌다. 다시 12진법을 고민해보았다. 앞에서 말한대로 12년 주기의 목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기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있었다. 목성은 아무리 밝은 별이라 하나 금방 피부로 느껴지는 별은 아니지 않은가? 뭔가 더 분명한 것이 있고 난 뒤에 목성의 주기를 발견했을 것 같았다. 바로 달의 주기였다. 12달.....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밀농사 지역이었다. 그들은 밀이 추운 겨울을 지나 언제 다시 부활하듯 올라오느냐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들의 주요 식량이니까. 또한 더불어 가축들의 식량인 목초가 언제 밀처럼 솟아 올라오느냐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것은 춘분이었다. 춘분이면 낮이 더 길어지고 날씨도 따뜻해져 온갖 생명들이 소생하는 철이다. 그래서 그들은 춘분은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고 그 영향을 받은 기독교에서는 춘분을 예수 부활의 기점으로 삼았다. 그 춘분을 손꼽아 기다려보니 대충 달이 12번 돌면 돌아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아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달의 일년 12달 주기를 알고 나서 목성의 12년 주기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럼 분명 60진법도 아주 가까운 곳에 그 유래가 있을 것이라 추론했다. 달 말고 가까운 것이 있다면 무얼까? 태양?....! 태양의 주기는 365일인데, 이것으로는 맞아 떨어지는 그 무엇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고 수학 교사인 아내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12진법이 달에서 유래한 것처럼, 60진법이 태양에서 유래했다면 딱 얘기가 될텐데 365일로는 끼워 맞출 수가 없단 말야.....”
“옛날 사람들은 일 년을 360일로 생각했데. 그게 360도 원 각도의 유래야.”
“어!! 그래? 360도를 6으로 나누면 60도인데. 그럼 60진법이 되잖아, 그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지?”
“원에 내접하는 육각형을 그리면 정삼각형 6개가 합쳐진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그 삼각형 변의 길이는 바로 원의 반지름과 같거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6을 원을 나누는 기본 단위로 보았고 하필 6이라는 숫자는 완전수라는 거였어.”
365일이 아니라 360으로 보니까 참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사실 태양의 주기는 타원 주기이므로 완전 원이 아니니까 편차가 생긴 것이리라.
“원을 삼등분으로 시작해 배수로 나누면 360도->120도(3등분)->60도(6등분)->30도(12등분)->15도(24등분)에서 정수로 끝나고 사등분을 이용해 나누면 360도->90도(4등분)->45도(8등분)에서 끝나는데 이 45도를 15도로 나누면 3배가 되므로 마찬가지로 24등분을 만들 수 있어.”
“그래 맞다. 그게 24절기야.”
“그렇지만 원은 10등분하기가 쉽지 않아. 자로 재지 않고서는....그러니까 10진법은 열 손가락 말고는 별로 자연적인 진법이라 하기가 그렇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람 손가락도 12개가 되었어야 자연스러웠을 거라고 하기도 했대.”
현대 진법이라 하는 10진법이 고작 열 손가락에서 기원한 것이라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60진법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몇 년 동안의 숙제를 풀 수 있었으니 속이 다 후련했다.
역시 농사든 절기력이든 진법이든 인간에게 해와 달은 모든 것의 좌표가 되는 것 같다.
글 : 안철환(귀농본부 홍보출판위원장, 도시농업 위원, 안산 바람들이 농장 대표)
반응형
'농담 > 농-생태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설, 비로소 농한기 (0) | 2009.09.11 |
---|---|
소설, 길고 긴 겨울의 시작 (0) | 2009.09.11 |
상강, 마지막 농번기 가을의 끝 (0) | 2009.09.11 |
한로, 깊어가는 가을 (0) | 2009.09.11 |
추분, 본격적 수확철 (0) | 2009.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