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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책] 서울이 무엇인데 이렇게도 나를 옭아매는가 ?
세계일보 | 입력 2009.03.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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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소나무출판사 인문편집팀장 |
"자, 서울을 떠나자!"
나는 서울이 싫다. 거리를 걸으면 부딪치는 무수한 인파의 흐름,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와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솟은 빌딩들. 인구의 20%가 몰려 있는 괴물 같은 도시 서울, 이곳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래서 난 서울을 떠나 다시는 되돌아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서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안산에서 조그맣게 농사를 짓고 있기는 하나 서울을 드나들며 책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서울이 무엇인데 이렇게도 나를 옭아매는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언젠가는 찬찬히 서울을 뜯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최준식 교수의 '서울 문화 순례'라는 원고를 만났다. 나도 모르게 곧 원고에 깊이 빠져들었고, 편집을 하면서 자연스레 서울과 화해하며 내가 떠난 그곳을 돌아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처럼,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 그 문화를 알려면 서울부터 답사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른 것이다.
그럼 어디를 어떻게 돌아볼까? 먼저 최 교수의 글 안내를 받으며 서울의 유래를 공부하고, 곧바로 한눈에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남산에 올랐다. 그곳에서 서울의 옛 모습을 상상하며 현재를 굽어보는 맛은 오랜만에 사진첩에 꽂혀 있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들춰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남산을 내려와 조선의 왕이 살던 궁궐을 그의 말처럼 왕의 마음과 시선으로 기둥이며 바닥의 돌 하나하나를 다시 살피니 미처 보지 못한 풍광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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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지음/소나무출판사/1만4000원 |
내가 돌아본 한반도의 요충지였던 서울은, 그 역사만큼이나 그대로 남겨 두고 떠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공간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주말에 밭에 나가면 서울을 벗어나려는 차들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본다. 그들에게 진정 값진 여행을 바란다면 날마다 만나는 동네의 골목길부터 느긋하게 걸으며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이 바로 서울이다.
김석기 소나무출판사 인문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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