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밥상
나도 모르는 새 입맛이 길들여져서 가끔씩 외식을 생각할 때가 있다.
삼겹살 같은 음식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음식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술자리나 모임이 있어서 가게 되면 흔히 먹게 되는 것들이 바로 '고기'이다.
그런 자리에 나가보면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고기를 먹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집에서도 그런 고영양가 음식을 먹고 있다.
계란은 예사이고, 가끔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햄이며 즉석식품 종류들이며 다양한 고단백질, 고지방 음식을 먹고 있다.
그만큼 삶이 풍족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삶은 풍족해졌는데 반하여 의식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집에서도 먹는 음식을 밖에 나와서까지 또 찾아서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우리는 못 먹고 사는가?' 또, '이 정도의 음식들이면 충분함을 넘어서 과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은 던져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풍족함을 넘어서 과한 음식을 "낭비"하고 있다.
몸에서는 필요한 영양분을 넘어 공급되는 영양분들이 지방으로 살로 축적되어 비만이나 똥배로 나타나고 있다.
장차 거기에 따른 각종 성인병이며 질병들이 우리 몸을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언론에서는 이야기 하지만, 당장 내 입에 들어오는 음식은 맛있고 몸은 편하기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무관심한 만큼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이 사는데 얼마만큼의 음식이 필요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성철스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
성철스님은 밥에 반찬으로 김치와 김과 콩자반 만을 드셨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아니 그렇게 먹고 어떻게 산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못 산다.' 라고 하시는 분들 등등 다양한 반응이 있을 것이다.
물론 성철스님은 수행자의 길을 선택한 분으로 맛있는 음식, 쾌락을 주는 음식에 대한 절제를 수행의 덕목으로 삼았기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의 문제를 떠나서 어떻게 먹는 것이 더 좋은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 비만인 자식을 두고 있지만 아이가 원한다고 햄이며 군것질거리며 맛난 음식을 주는 것이 과연 잘하고 있는 짓인지.
내 몸이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입맛에 맞다고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막 먹는 것이 과연 잘하고 있는 짓인지.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내가 남긴 음식물이 쓰레기로 매립되고 있을 때 지구 어느 편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맛없다며 아니면 배부르다며 함부로 음식을 남길 수 있는지.
이외에도 우리가 자신의 삶을 반성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밥상머리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아이는 자라서도 반듯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밥상머리 교육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을 전적으로 학교와 학원에만 맡겨둔 채 정신없이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대다수의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아이가 잘못이라도 하면 밥상머리교육을 못한 자신들의 잘못을 먼저 살피기 보다는 학교 선생님이 어떠네, 학원이 어떠네, 어울리는 친구가 어떠네 하면서 밖에서만 원인을 찾고 그에 책임을 전가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상다리가 부러질만한 음식이 없어서 된다.
밥과 김치와 김, 된장찌게만 있어도 이 음식들이 어떻게 여기에 올라와 내 입에 들어가는지 잠깐 생각만 해도 충분하다.
종교가 있는 분들은 형식적인 기도가 아니라 정말 음식의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끼는 기도면 충분하다.
그러한 모습을 아이가 보고 배우는 것이고, 아이가 밥을 흘리거나 소중히 여기지 않을때는 가만히 타일러 주기라도 하는 것이 밥상머리교육이다.
그 과정이야말로 음식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 가족에 대해서도 배우고 사회와 자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먹음직스러운 보기 좋은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두시간은 걸린다는 사실을 안다.
요즘 같은 맞벌이 시대에 그렇게 시간을 쪼개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가급적 조리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하고, 남자라고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아내를, 어머니와 함께 일을 분담하여 밥상 차리고 치우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방법은 각자 가정 사정에 따라서 생각해보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밥상은 정도에 지나치다.
사람이 꼭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양을, 꼭 필요한 영양소를 넘어 과해진지 오래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밥상을 포만감을 느낄 정도가 아닌 적당한 양으로, 가족 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꾸릴 수 있다면 그 가정은 참 행복할 것이다.
우리 집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라는 말은 핑계이다.
돈 많은 집일수록 외식을 하는 빈도가 더 높고, 식구들끼리 얼굴 마주하고 밥 못먹기가 더 쉽다.
가능한 돈으로 알뜰히 직접 조리해서 밥상을 차려 먹는 속에 건강이 있고, 가정의 평화가 있고, 마음의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