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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수확! 수확~


어제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까지 그 여파가 남아 있다. 그래도 하늘만 잔뜩 흐렸지 더이상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서울은 장마가 끝났는데도 장마 기간동안 비가 얼마 안 와서인지 마지막 남은 빗방울을 쥐어짜는듯 하다.


장마가 오기 전 밭에 난 풀들을 어느 정도 잡아줘서인지 이제 풀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는다. 풀들이 작물들이 어느 정도 컸기에 힘겨루기에서 밀리는지도 모르겠다.


어디 얼마나 자랐는지 한번 슥 둘러보았다. 오이꽃 뒤로 앙증맞은 오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방향으로나 막 자라는 걸 옥수수를 붙들고 자라라고 잡아주었더니 이제는 옥수수를 타고 신나게 오르고 있다. 보랏빛의 작은 꽃망울이 진 무는 씨앗을 맺는지 이상한 주머니가 생기기 시작했다. 옥수수는 이제 반 정도가 수염이 바싹 마른 것이 따 먹어도 좋다고 한다. 호박은 꽃은 많이 피고 졌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토란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다. 콩나물콩들은 좋은 땅 나쁜 땅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라고 있다.

고추는 성장이 안 좋은 놈들도 있지만 나름데로 하나둘씩 고추를 매달기 시작했다. 어느 놈들은 굵은 녹색 줄기 사이사이로 나무같은 갈색을 띄기 시작한다. 들깨가 눈에 띄게 많이 자랐다. 그래도 혹시 몰라 밑에 난 작은 잎들과 줄기를 다 제거해 주었다. 가지가 예쁜 보랏빛 꽃망울을 터트렸다. 색깔도 진한 보랏빛으로 변한 것이 아주 건강해 보인다. 파들은 좋은 향기를 내뿜으며 이제 하늘을 향해 곧추 섯다. 고구마는 도대체 어디까지 자랄 것인가? 빈땅으로 고구마가 마구 뻗쳐 있다. 수수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위로 자랄 준비를 마쳤다. 팥들도 완전히 자리를 잡고 무성해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클로버인 줄로만 알고 뽑아버린 후 단 두개만 남은 땅콩도 콩나물콩에 뒤질세라 서둘러 자라고 있다. 그런데 한 놈은 콩나물콩의 기세에 완전 눌려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처음 시작은 작은 규모였는데 종자가 이것 저것 생기는 데로 밭을 개간하고 심었더니 이제 규모가 제법 된다. 이제 가을이 오면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을텐데 그럼 엄청난 규모의 농사가 되겠다.


물론 아직은 텃밭 수준이지만 이 텃밭을 통해서 많은 걸 얻고 있다. 어떤 것이 싹인지도 몰라서 보이는데로 뽑아버렸던 처음의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이제는 왠만한 것은 구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됐으니 그나마 초보의 티를 벗었다고 할 수 있을까? 작은 텃밭에서도 이렇게 풍성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또 흙을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사계절에 맞추어 자연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매번 밭에 갈때마다 몸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퇴비를 만들기 위해 쌓아두었던 풀들이 마르면서 이제 절반쯤으로 줄어들었다. 한번 뒤집어 보니 온갖 곤충들이 돌아다닌다. 집에서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가 함께 넣어두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몇 일 보관하면 냄새에다 날벌레들이 끼어서 집안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밖에 둘 수도 없다. 밭이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내년말에는 옥금이 꼬셔서 안산밭 근처로 이사를 올까? 그럼 결혼도 해야하는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는 말을 되뇌이며 오늘도 정성으로 밭을 돌본다.



후기 


밭에 다녀오면 그 날 저녁상은 풍성해집니다. 오늘은 밭에서 따온 옥수수 6개를 쪄 먹었습니다. 아무 간도 하지 않고 그냥 찜통에 물만 넣고 쪘는데도 맛이 기가 막힙니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옥금이의 평이니 믿을만 한 것 같습니다. 호박잎도 따와서 옥수수와 함께 쪄서 저녁식사로 먹었습니다. 좀 더 쪄야 하는지 아님 생명력이 강해서 그런지 조금 억세더군요. 밥은 전달에 수확한 강낭콩을 넣은 콩밥이었습니다. 구수한 강낭콩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상에 빠질 수 없는 된장찌게에는 먼저 큰 고추 몇 개와 대파 한 뿌리를 함께 넣고 끓였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맛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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