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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雜다한 글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by 石基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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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하필 날을 19일로 잡는 바람에 고추 모종하는 날이 하루 늦춰졌습니다.

때문에 추운 날씨에 모두들 고생이 많으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참내, 하필이면 날을 그날로 잡아서 .... (__)


저희는 20일 그 날, 수원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여수로 향했습니다.

최이해 교감선생님의 고향이죠.

오동도도 구경하고 여수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저녁에는 회정식으로 한상 근사하게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주제로 '전라도 맛기행'을 잡은지라 먹는데에는 돈 아까운거 생각 안하고 마구마구 투자하기로 했거든요.

수산물이 싱싱한 것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름도 모를 요상한 것들이 자꾸자꾸 나오고, 성게도 처음 먹어봤는데 왜 그리 쓰던지...

촌놈들이다보니 안 먹어본 음식들은 입에 맞지 않아서 애먹었지요.


다음 날은 목포로 향했습니다.

직행버스라고 해서 탔는데 순천, 예당, 벌교, 보성, 장흥, 강진, 삼호, 덕천 ... 지나는 길목 길목마다 다 들렀다 가는 것입니다.

덕분에 여수에서 목포까지 가는데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구경 잘 하네 하면서 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고 몸은 결리고 하여 그냥 쿨쿨 자버렸습니다.

자다 깨도 여전히 차는 달리고 있었죠.

남도 길을 달리면서 보니 벌써 봄이 다가와 있더군요.

보리는 퍼렇게 올라와 있고, 나무에는 움이 터서 곧 터질듯 매달려 있고,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밭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목포에 도착하여 유달산을 둘러보고 여객선 터미널에 가보았습니다.

배를 한 번 타보는게 원이었기에 배편을 알아보니 제주도 가는 배와 홍도, 흑산도 가는 배밖에 없었습니다.

여수에서도 그랬는데 원래는 여수에서 목포로 배를 타고 가볼까 했었거든요.

그런 해로는 다 끊어져 있었습니다.

도로가 워낙 잘 뚫려 있다보니 승객이 없어서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목포에서도 사정이 그러해서 이번에 배타는 것은 포기하였습니다.

다음에 제주도 여행갈 때는 꼭 배를 타보자라고 약속하며 뒤돌아섰습니다.

저녁에는 대구뽈찜을 먹었습니다.

여수에서 해산물을 이것저것 워낙 많이 먹어서 회를 또 먹기도 그렇고 육고기를 먹기도 그래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했는데 맛있더군요.

저는 대구뽈찜 처음 먹어봤습니다.

그리고 밑반찬들이 참 맛깔났습니다.

김치 하나만 먹어도 그냥 맨 밥에 물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목포의 명물이라는 낙지를 먹었죠.

서울에서 보던 굵직한 다리의 낙지와는 다른 진짜 세발낙지를 먹었습니다.

쫀닥거리면서 질기지 않은 그 맛! 먹으면서 이게 낙지구나 했습니다.


점심쯤 기차를 타고 전주로 향했습니다.

한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서 익산 들렀다가 가는 차편을 구했지요.

전주에 도착하여 태조 이성계의 사당과 사고가 있는 경기전을 먼저 구경하고,

그 일대에 산재해 있는 볼거리들을 구경했습니다.

한방문화센터, 전주공예품 전시관, 동학혁명기념관, 전주 최씨 고택, 한옥마을, 술박물관, 풍남문, 전동성당, 최명희 생가터, 단팥빵이라는 드라마를 찍은 온고을 소리청, ... ...

볼거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사전 정보를 전혀 찾아보지 않고 발길 닿는데로 떠난 여행이었기에 이런 장소를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 기뻤습니다.

저녁으로는 제대로 된 전주한정식을 맛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도는데 정말 상다리 부러지게 많더군요.

그 중에서 홍어삼합과 홍어무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 연포탕도 있었구나.

처음에 어떤 것을 먹을까 하다가 과감히 8만원짜리 상을 선택했는데 그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나니 12만원하는 대장금 수라상은 어떨까 궁금해지더군요.

한 상에 4인 기준이라는데 둘이서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으니 일하시는 분들도 놀라시더군요.

먹성 좋게 푸지게 먹었습니다.

전주 비빔밥도 참 특이했습니다.

비빔밥이라서 나물이 많겠거니 했는데 육회가 들어가더군요.

그 맛도 일품입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다시 먹을 수 있겠냐 하며 잘 먹고 다녔습니다.


올라오는 길은 고속열차로 마감했습니다.

고속열차를 타 본 느낌은 그래도 무궁화호가 낫다입니다.

몇 년 전에 비행기를 타봤는데 그거랑 비슷했습니다.

빠르긴 한데 너무 피곤합니다.

인간적인 속도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몸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요.

비행기를 타고 내린 후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으리라 결심한 것처럼 다시는 고속열차는 타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탈 경우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무궁화호를 타고 다니려 합니다.


참, 안산에 도착해서는 드디어 애마를 한 대 장만했습니다.

산고양이라는 이름의 자전거인데 너무 마음에 듭니다.

몇 날 몇 일을 고민하고 돌아다녀본 후 결정해서 그런지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이뻐보이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2년 전의 경험을 살려서 자전거의 각 부분을 제 필요에 맞게 손보았습니다.

바구니도 달고 뒤에 짐받이는 큰 것으로 갈아끼고 안장 조정대를 아예 고정시켜버리고 ...

앞으로 불이 나게 텃밭을 오고 갈 생각을 하니 어서 날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모두들 그 날 뵙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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