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춘추春秋》에 벼와 보리의 풍흉을 반드시 썼으니, 보리 양식이 떨어지면 벼가 익고, 벼 양식이 떨어지면 보리가 익는 까닭에 1년에 보리 가을과 벼 가을, 곧 두 가을이 있는 셈인다. 그래서 하나만 흉년이 들어도 백성이 굶주리는 것이다.
60년이 1주갑週甲인즉, 1주갑 가운데 가을이 1백20번 있다. 그런데 가난한 백성들은 1백20번 가을이 모두 풍년 들기를 바라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어진 임금이 세상을 다스릴 때는 반드시 관고官庫와 사가私家에 양곡을 저축하여 수재와 한재에 대비하게 하였다. 해마다 수입의 1/4을 저축하면 3년에 1년 양곡이 남게 되는데, 관가에서도 이와 같이하고 사가에서도 또한 이같이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간혹 벼가 익기 전에 보리 양식이 떨어지던가, 보리가 익기 전에 벼 양식이 떨어지면 누런 이삭을 가려 먼저 베기도 하고, 또는 푸른 이삭을 마구 베어 생집을 내 먹기도 하므로 아사餓死를 모면하기도 어렵거든, 어느 겨를에 저축을 논하겠는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면, 나라에서 농정農政에 힘쓰지 않고 농사를 방해하는 일이 많았던 때문이다.
참으로 백성을 아들과 같이 여긴다면, 부모된 자의 마음에 어린 아들을 위하여 양곡을 확보하는 데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하겠는가? 농사에 방해되는 일은 반드시 제거할 것을 생각하고, 또 양곡이 부족해질 것을 염려하고 저축에 힘써 흉년에 대비할 것이니, 옛날 백성을 보호하던 방도가 이 같은 데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무릇 임금은 노심勞心하여 백성을 다스리고, 백성은 노력하여 임금을 섬겨 상하가 서로 보답하기를, 부모가 아들을 기르고 아들이 부모를 섬기듯 할 것이니,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결함이 있어도 안 될 것이다. 임금으로서 백성이 없다면 또한 필부匹夫에 지나지 않는데, 필부의 양육도 보답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거든, 하물며 억조창생의 양육에 있어서라? 임금은 항상 필부의 마음을 하여 마음을 삼고, 억조창생들도 또한 임금의 마음을 하여 마음을 삼아 서로 은혜에 보답하면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