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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蘇東坡의 백탑포시白塔鋪詩에,


오국에 늦은 누에 처음 뽕 따기를 시작했고 吳國晩蠶初斷葉

점성에 이른 벼는 벌써 모를 심으려 한다 占城早稻欲移秧

하였으니, 이 이른 벼라 하고 또 모라고 한 것은 밭에 심기 알맞지 않은 벼인 듯하다.

점성에는 또 한 종류의 특이한 벼가 있다. 명明 태조太祖가 이 점성도라는 벼를 조칙詔勅으로 온 천하에 반포시켰다는 것이다. 보통벼는 논에만 알맞기 때문에 날씨가 가물면 잘되지 않는데, 이 점성도는 가뭄을 잘 견딘다.

우리나라는 연경과 경계가 연접해 있고 사신의 행차도 잇달아 있기 때문에, 벌써 중국에서 심던 목면 같은 것은 문익점이 사신으로 갔던 길에 이미 그 씨앗을 수입해 들여왔다. 중국에는 또 이런 점성도가 있어서 가뭄을 잘 견디고 수확도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는데, 어째서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수입해 오지 않았는가?

나는 바닷가에 넓은 들이 있는 지역을 두루 다녀 보았다. 토지가 모두 물이 괸 진흙으로 되었으나 샘물은 한 줄기도 솟는 곳이 없고, 장마철 빗물이 괴어 있는 곳 말고는 마소의 발자국에 괸 물도 없다. 이런데도 온 들판에 심은 벼는 모두 빛깔이 희면서 꺼끄러기는 긴데, 속명 왜도倭稻라는 것이다.
이는 대개 마른 밭에 심는다. 싹이 잔 바늘처럼 선 다음, 큰 나무토막을 소에다 멍에를 메워서 몇 차례 끌고 다니면 풀은 깎이고 곡식의 싹은 상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름철 비올 때 수북히 커서 불과 며칠 동안에 익으며, 벼 꼭지가 매우 억세어 바람이 불고 우박이 와도 떨어지지 않는다.
거두어서 털 때는 쇠로 만든 젓가락[箸] 두 개로, 벼 이삭 양쪽에다 대고 힘껏 잡아당기면 벼알이 처음 씨뿌릴 때처럼 떨어진다. 그리고 빗물을 매우 꺼려하니 진흙밭에서 생산되는 것과는 거의 반대이다. 나는 이 왜도가 바로 점성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점성은 바로 남쪽 바닷가에 있는 나라여서 반드시 넓은 들은 많아도 샘은 없는 지역일 것이고, 토지에 알맞는 소산물도 반드시 우리나라 해안지대에 이 왜도가 알맞은 것과 같으리라고 추측하기 때문이다.
지금 땅을 파서 늪을 만들면 물풀이 저절로 생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왜도도 저지대에서 심는 점성도라는 씨앗을 전해 온 것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이치로 미뤄 본다면, 세상에 태어나는 인재도 자연 없는 것은 아닐 텐데, 저 채찍을 잡고서 빨리 가는 천리마가 없다고 탄식하는 이는 무슨 심사일까?
중국에는 황륙도黃稑稻가 있는데, 심은 지 60일만 되면 결실하여 익는다. 이는 비록 남쪽 지방의 기온에 따라 일찍 된다 할지라도 또한 반드시 빨리 되는 특이한 종자가 있을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자를 수입해 오지 못했으니 한스럽다. 이 말은 《삼재도회三才圖會》에 나타나 있다.

 

* 점성은 나라 이름. 인도印度의 동쪽 지대에 있음. 또는 점파占波ㆍ점팔占八이라 부르기도 하였음.

* 황륙도 : 올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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