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농-문화

일본 민가 집락 박물관

石基 2024. 10. 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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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쫓겨 나와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간 곳. 일본 민가 집락 박물관.

일본 각지에 있던 고민가를 이축해서 모아놓은 곳이라고 한다. 

 

좀 오래되고,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듯하다. 

입장료는 800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정문이 1번이다. 

일본 건물답지 않게 기와를 올린 것이 특징. 이름은 가와치후세의 나가야몬河内布施の長屋門. 가와치 후세라는 지역에 있던 공동주택의 문이란 뜻이겠다. 사진에 보이는 왼쪽이 주택으로 쓰던 공간이고, 오른쪽이 창고로 쓰던 곳이라고. 

 

 

 

다음 2번은 미야자키현 시이바椎葉라는 곳에 있던 민가. 

 

 

장대형 가옥 구조(竿家造り)라는 설명에 걸맞게 집이 엄청 길쭉한 모습이다.

 

 

외양간이 집 밖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다. 

 

 

 

여기는 화장실. 소변 보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한국의 농촌과 다를 바 없다. 

 

 

 

여기는 가장 왼쪽의 부엌 모습. 아궁이는 있지만 구들은 없다. 그냥 아궁이에 불을 때서 솥 같은 걸 걸고 바로 요리를 하는 구조. 천장도 무언가로 막지 않고 그냥 지붕까지 휑하게 뚫려 있다. 아마 보온보다 통기가 더 중요한 일본의 기후 특성 때문이겠지?

 

 

지붕은 띠인지 새를 가져다 만들었다. 얼마나 두터운지 비가 흘러들어가다가도 멈추겠다. 

 

 

 

 

3번은 나가노현과 니이가타현 경계에 있던 민가를 이축한 것.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 지역이란다. 

 

 

간판의 설명처럼 추위를 막기 위해 새를 이용해 벽을 세운 것이 특징. 출입문도 안쪽에 설치해서 추위에 견디도록 했다고. 

 

 

출입구인 중문 바로 옆에는 수반, 그러니까 요즘으로 치면 싱크대가 마련되어 있다. 재미나네.

 

 

눈이 많이 내려고 쉽게 쓸려 내려가게 생겼다. 

 

 

 

2번 집과 달리 추운 지역이라 그런지 외양간이 집 내부에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쇠죽 같은 걸 끓여주는 가마도 설치되어 있음. 보온을 겸하여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음, 이것이 방이란다. 그냥 거적떼기가 깔려 있는 것 같은데... 보온용 카페트 같은 역할인가?

 

 

 

 

4번은 나라현과 와카야마현 사이에 있는 토츠카와十津川 마을의 민가를 이축한 것. 

 

 

삼나무의 산지답게 삼나무의 껍질이나 판자를 이용해 집을 지었다고 한다.  

 

 

태풍이 자주 오는 지역이라 비바람에 신경을 써서 지붕과 맞닿는 부분에 특별한 구조를 덧대었다고 한다. 

 

 

여기가 화로를 설치하고 밥도 먹고 하는 곳.

 

 

부엌에는 역시나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다. 

 

 

 

 

5번. 비파호 북쪽에 있는 츠루가의 민가. 여기도 눈이 많이 오는 삼나무가 풍부한 곳이라 한다. 

 

 

규모는 가장 작았다. 지붕이 정말 뾰족하게 높았다. 

 

 

한국의 가옥은 집 안과 밖의 경계가 명확하게 나뉘는데, 일본은 집 안에 들어가도 집 밖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구조가 많다. 역시나 산간의 추운 지역은 그런 걸까? 부엌과 그 뒤의 자는 방, 그리고 옆의 손님맞이 방이 있는데 바닥은 신발 신고 돌아다니는 밖과 같은 모습이다. 

 

 

여기는 신주단지 모시듯이 무언가 조상신이나 신불을 모시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장소. 

 

 

 

눈이 많이 오기에 튼튼하게 지은 구조라고 한다. 

 

 

 

크기보다는 단단함으로 승부해야 하는 기후 조건의 비파호 북쪽 지방.

 

 

 

 

6번은 다실. 일본인에게 차란? 

 

 

 

 

 

 

7번은 이와테현의 마가리야, 즉 L자형 가옥. 여기도 북쪽의 추운 곳이라 화로로 난방을 했다는데...

 

 

 

모옥 옆에 붙어 있는 창고 같은 곳. 지붕을 그대로 방치하면 저렇게 풀이 자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밖에서 일하기 어려우니 아예 작업 공간을 집 안에다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화로에 불을 붙이고 계신 자원봉사자 아주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섰다. 

 

 

 

8번은 농촌에서 가부키 공연을 보기 위해 지어놓은 건축물.

 

 

이렇게 생겼다.

 

 

예전 공연하던 모습도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지나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풍차. 항구로 유명했던 사카이시에서 관개용으로 사용하던 것이라 한다. 

 

 

 

 

 

9번은 오키나와 쪽에서 쓰던 높은 창고. 덮고 습한 지역이니 바닥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이 관건이었단다. 

 

 

 

 

 

10번. 츠마이리妻入り란, 일본의 가옥 구조에서 용마루와 평행한 방향의 벽면을 히라平이라 하고, 직각이 되는 벽면을 츠마妻라고 하는데, 츠마이리라 하면 그 직각이 되는 벽면에 출입구를 설치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리모야즈쿠리入母屋造り란 지붕이 설치된 모양을 가리키는데, 용마루에서 양쪽으로만 지붕이 뻗어 있도록 대어놓은 구조가 아니라 사방으로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측면에 출입구가 있어서 츠마이리 구조이고...

 

 

지붕이 사방으로 다 뻗어 있어서 이리모야즈쿠리, 이리모야 구조인 것이다. 

 

 

11번 가옥은 기후현에 있던 걸 이축한 것이란다. 가장 큰 규모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이런 건물들이 있는 마을이 유명한 관광지라고 알고 있는데... 아무튼 키리츠마, 즉 지붕이 양쪽으로만 뻗어 있는 모양이라 한다. 지붕이 예각으로 설치되어 있어 마치 합장하는 모습 같다고 합장형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또 특이하게 2층 구조의 집인데, 1층에서는 사람이 생활을, 2층에서는 양잠을 행했다고 한다. 온 가족이 크게 집을 지어놓고 다 모여 함께 사는 독특한 가족구성이었다고 하니 흥미롭다. 

 

멀리서 보아도 엄청난 규모의 집이다. 마침 안에서는 화로에 불을 피워놓고 외국인들이 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더라. 

 

지붕의 각도가 뾰족. 

 

 

저 2층에서는 양잠을 행했다고 하니,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창도 있고 문도 달려 있다. 

 

 

이건 대가족이 사용했을 변소의 모습. 똥과 오줌은 당연히 거름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마지막 12번. 창고이다. 쌀 창고. 

군산의 일본인 가옥에도 이와 비슷한 금고가 설치되어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귀한 물건을 숨겨두려고 했나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쌀창고였다. 일본 특유의 것이구나. 

 

 

 

 

 

 

마지막으로... 한국 민가와 일본 민가의 다른 점이라면.

1. 더위에 대한 방비를 위주로 지어서, 겨울을 대비한 난방이 없거나 미비하다.
2. 그래서인지 천장을 막지 않고 지붕이 그대로 보이도록 열어두며 통기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들이 설치되지 않아 취사용으로 불을 피우면 그 연기가 집 안에 머무는 구조라, 연기가 잘 빠지도록 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2. 집 안에서 불은 난방용이 아니라 부엌의 취사용으로만 사용되기에 부엌의 구조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3. 최소한의 난방용으로 부엌의 화로를 활용하거나 방 안 등에 화로를 따로 설치했다. 아무튼 바닥 난방이 아니라 화로의 열을 그대로 이용해 공기를 데우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 그 열을 이용해 소와 말의 난방도 해결하는데, 아주 추운 곳은 강원도처럼 집 내부에 마굿간이나 외양간을 설치해 놓았다.
4. 고온다습한 기후 조건 때문인지 작업 공간을 집 내부에 마련해 놓았다. 그래서 마당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걸 볼 수 있다. 마당은 작은 정원 등으로 발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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