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쌀바구미의 의미
이 책에 빈번히 등장하는 '어리쌀바구미', 뭐라고 하든, 이 책의 중요한 주인공이다. 이 녀석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서 먼저 기술하고 싶다. 원래 지금은 '어리쌀바구미'라는 걸 모르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학 수업이나 고교의 출장 수업에서 '어리쌀바구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 물어도 손을 드는 학생의 수는 얼마 없고, 또 그 수도 해마다 줄고 있다. 점점 하기 어렵다.
'어리쌀바구미'란 뒤주 안에서 생기는 검고 몸길이 3-4밀리미터 정도의 코끼리 코 같은 긴 입을 가진 바구미의 일종으로, 학명을 Sitophilus zeamais MOTSCHULSKY라고 하는, 이른바 쌀을 먹는 벌레이다. 쌀알에 알을 낳아, 성충이 되어 쌀알에서 나온다. 쌀을 먹고, 그 번식력은 보통이 아니다. 1년 동안 암수 한 쌍이 2000마리에 이른다는 기록도 있다. 필자도 학생 시대에 학생식당에서 오늘은 톳밥인가 하고 은근히 기뻐하다 이 녀석이 들어가 있어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옛날은 꽤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지만, 최근에는 죄다 눈에 띄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쌀을 먹는 벌레라면, 죠몬 시대가 아니라 야요이 시대가 아닐까 하는 현명한 독자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녀석이 죠몬 시대의 유적에서 많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정말로 뒤주에서 생겨나듯이, 많이....... 그 이유는 본문을 읽어 주시길 바라는데, 이와 같은 이상한 발견이 아직도 고고학의 세계에는 있는 점, 그리고 그것들을 찾아낸 것은 '압흔법'이라 부르는 극히 특이한 수법이란 점, 그것들을 모두 상징하는 것이 이 '어리쌀바구미'이다. 이 책에서 전개하는 다른 이야기도 이 '어리쌀바구미'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종래의 고정관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새로운 견해나 수법에 의해 밝혀져 왔다는 것이 이 책의 큰뜻이다.
물론 죠몬인이란 단어도, 연구자에 따라서는 저항이 있을 것이다. 죠몬인이란 집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죠몬인'이란 죠몬 문화를 가진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란 의미 이상의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인'이란 개념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다만, '죠몬 시대의 사람들'이라 부른 것은 오래되었기에 학술적 엄밀성보다 이미지에 우선하여 '죠몬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필자는 죠몬 시대를 전문으로 연구하지는 않는다. 죠몬 토기나 토우의 전문적인 지식은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그리고 죠몬 시대 유적이 많이 있고, 죠몬 문화 연구가 성행하는 동일본이나 동북일본에 살며 그것들을 주제로 하지도 않는다. 다만, 죠몬 시대 유적의 발굴 경험도 얼마 안 되지만 가지고 있고, 석기를 전문으로 했기에 죠몬 시대의 석기에 대해서 연구했던 일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 죠몬 시대에 대해 말할 수 있냐고 불안해 하는 독자 분도 있겠지만, 연구의 중심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주변에서는 보인다. 또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당연함'을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아 소박한 의문을 품으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몇 가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다.
실제, 필자가 지금까지 한 경험은 필자 자신이 놀라는, 말하자면 '예상 밖의 발견'으로 뒷받침된다. 참으로 과학의 세계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상식 속에서 새로운 발견은 없다'의 체험판이다.
농경의 증명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숨은 주제는 수렵채집 사회나 목축 사회의 '농경'을 증명하는 것이다. '농경'의 정의는 매우 복잡하여, 엄밀히 사용하면 이미지를 손상시키기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익숙한, 죠몬 시대는 수렵채집 사회로, 야요이 시대 이후에 농경 사회로 돌입한다는 '상식'은 이 책에서는 '비상식'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상징의 하나가 '대두'이다. 대두는 야요이 시대에 벼농사와 함께 중국과 조선반도에서 건너온 작물이라고 최근까지 농학이나 고고학에서 믿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죠몬인들이 약 6000~7000년 전에 재배하기 시작했고, 게다가 그것은 중부 고지나 간토우 서부라는 동일본에서 시작했다. 게다가 죠몬인들의 식물 재배는 더 오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생겼다.
또한 이 시점에 입각해, 현재 유목민의 무대인 몽골 고원에서 행한 '농경'의 역사를 탐구하고 있다. 죠몬 시대와는 전혀 관계 없지만, '없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새로운 수법이나 시점'을 가지고 도전한다는 의미에서는 죠몬 시대의 농경이란 경우와 완전히 똑같은 연구 자세이다.
이러한 시점을 깨닫게 해준 것이 '어리쌀바구미'이다. 다만, 여기에서 기술한 것은 그 대부분이 학계에서는 '비상식'으로, 아직 '상식'으로 승화되지는 않았다. 즉, 연구 중인 것일 뿐, 결론 같은 건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문만 남아 매우 불안하다. 용케 그런 어중간한 상태에서 등장할 수 있구나 하는 핀잔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필자의 흥분과 감동을 꼭 전하고 싶어서 집필을 맡았다.
다만 이 필자의 흥분과 무언가 변할 것이란 예감은 아마 5년 뒤, 10년 뒤에 학설로 정착해 새로운 죠몬 시대관이 될 것이란 어렴풋한 자신을 가지고 있다. 학생 여러분이나 젊은 연구자에게 꼭 이 감동과 흥분을 전해 필자의 '상식'을 깨뜨리는 '비상식'을 발견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농담 > 농-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민가 집락 박물관 (0) | 2024.10.10 |
---|---|
씨앗을 심는 죠몬인 -대두와 죠몬인 (0) | 2024.10.09 |
씨앗을 심는 죠몬인縄文人 -목차 (0) | 2024.10.09 |
일본의 떡 (0) | 2024.10.08 |
일본의 장어 덮밥 (0) | 2024.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