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을 소화하는 효소를 가져온 일본 독자의 식생활
김과 일본인의 오랜 교제
일본 음식이 붐이 되기까지 김을 본 외국인은 "일본인은 검은 종이를 먹는건가?"라고 놀랐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김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김이라고 하면, 초밥이나 주먹밥에 사용되는 구운김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가정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것은 구운김이죠. 그러나 일본인은 오랫동안 날로 김을 먹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이 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죠몬 시대라 하고, 문헌에서 그 이름을 볼 수 있는 것은 8세기 초두부터입니다. 타이호우大宝 율령律令에는 '자채紫菜'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세금으로 조정에 납입되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아직 바위에 붙어 있던 해조를 채취해 가공하지 않고 먹었다고 생각됩니다.
헤이안 시대에 김은 신과 부처에게 바치는 공물이나 귀족 사이의 증답품으로 귀하게 여겨졌고, 에도 시대가 되면 토쿠가와 막부에 헌상되어 양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김을 종이 모양으로 건조한 판자 김이 등장해, 1844년에는 미우라야三浦屋 타나카 마고자에몬田中孫左衛門에 의하여 오늘날 볼 수 있는 구운김이 발매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마 죠몬 시대부터 늦어도 에도 시대 후기까지, 생김을 계속 먹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식문화는 일본인의 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것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본래는 가지고 있지 않던 생김을 소화하는 효소를 획득했다는 점입니다.
날것 상태에서 김의 세포벽은 매우 단단해, 본래 소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연구기관에 의하여 일본인의 장 내에는 그것을 분해하는 효소를 지닌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미생물은 지금까지 일본인 이외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을 구우면 세포벽은 무너지기에 오늘날의 구운김은 효소를 가지지 않은 외국인도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세포벽이 분해되면 그안에 갇혀 있던 감칠맛 성분, 글루타민산을 비롯해 이노신산이나 구아닐산 등이 용출되어 더욱 맛이 깊어집니다.
외국인도 소화할 수 있고, 또 감칠맛이 나오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구운김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독특한 김 세는 법
일본에는 우동이라면 '다발(玉)', 메밀국수라면 '매枚' 등 수를 표현하는 독득한 단어가 있습니다. 김은 평소 식탁에서는 1장, 2장이라 세고 있겠지만, 사실은 '첩帖'이란 독특한 세는 법이 있는 것을 알고 있나요?
첩은 종이나 다다미, 병풍 등 얇은 물건을 셀 때 사용되어 왔습니다. 판자 김도 종이와 똑같은 형태로 건조되기 때문에, 첩이라고 셀 수 있는 겁니다.
'전형全型'이란 크기의 김 10장이 '1첩'입니다.
전형이란 21x19센티미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크기를 말합니다.
김에는 김말이 초밥이나 주먹밥 등 용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크기가 있는데, 전형의 크기가 기본이 되어 각각 부르는 방법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전형'을 반분으로 자른 것이 '반절半切', 3장으로 자른 것이 '3절'. 이하 '4절' '6절' '8절' '12절'까지 있습니다.
일본인은 다양한 상황에서 김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종류의 크기를 준비하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