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식문화
-역사와 풍토가 기른 '맛있는 도시'
사토 요우이치로 지음
시작하며
교토라고 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의 도시이며, 그것은 식문화에 대해서도 들어맞는다. 이것에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토의 식문화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적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교토에도 많지 않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명 요리집이 몇 곳이나 있고, 또 그 주인들이 쓴 책도 있어서 그곳은 역시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교토는 '사찰 요리(精進料理)' '카이세키 요리(懷石料理)' 거기에 결혼식의 339도三々九度 등에 그 흔적을 남긴 '본상 요리(本膳料理)' 등 여러 가지 일정식和食의 체계를 탄생시킨 거리, 그리고 지금도 그 문화의 발신지이다.
한편, 교토는 이탈리아의 도시이기도 하고, 또 빵이 성행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교토 백반(おばんざい)이라고 하는 서민의 일상적인 음식도 있다. 부부즈케ぶぶづけ라고 부르는 '찻물밥(茶漬け)'의 문화도 있다. 교토 백반도 찻물밥도 모두 '절약가(しまり屋)'의 식문화라 해도 좋다.
도대체 교토의 식문화란 어떠한 것인가? 이 책에서는 이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미리 나의 답을 적어 보자면, 교토 식문화의 특징을 만든 것은 다음의 3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양질의 물을 지하수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던 점. 둘째는 도시가 분지에 입지해 산과 강의 식재료를 입수하기 쉬웠던 점. 그리고 셋째는 그 분지가 적당한 크기이고 주변과 격리되어 그곳에 살며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세대를 넘어 이어져 왔던 점.
그런데 교토인은 그만큼 외식을 하지 않는다. 먹을거리에 관해서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삼가하고 지갑의 끈도 굳건하다. 교토는 전통적으로는 입는 것에 돈을 쓰는 '옷치장으로 사치하다 망하는 자(着倒れ)'의 도시였다. 니시진西陣 등의 기모노 산업이 융성한 것도 그 사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음식에 사치하다 망하는 자(食い倒れ)'의 도시는 오오사카 쪽이었다. 이것은 교토의 먹을거리를 둘러싼 큰 오해의 하나이다.
하나 더, 교토의 식문화에 관한 많이 오해하는 건 그곳이 식재료의 보고였다고 하는 것이다. 확실히 교토에는 옛날부터 많은 식재료가 모였다. 식재료를 모으기 위한 가도街道가 1000년 이상 전부터 정비되어, 전국 방방곡곡의 산물이 모였다. 그렇게, 교토는 수도이고 모든 것이 모였던 것이다. 교토산 식재료 등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아무것도 없는 교토에 다종다양한 것이 모였을까? 하나는 교토가 동서일본의 경계선상에 가깝다고 하는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교토는 사람, 물건, 정보를 집적해 온, 그야말로 '수도'로서 이어져 왔단 것에 있다.
그런데 '교토' 또는 '수도'라 할 경우, 그것은 지도상의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교토부京都府의 전역일까? 또는 행정 구역인 교토시일까? 아니면 시내의 중심부, 이른바 낙중洛中이라 부르는 좁은 범위일까? 교토, 또는 수도란 말은 교토에서도 모호하게 사용되고 있다. NHK 텔레비전의 저녁 정보 방송 '수도의 하루(京いちにち)'는 교토부민을 위한 방송이다. 한편 'JR 도카이東海'의 캠페인 '그렇다, 교토, 가자'의 사이트에서 꼽고 있는 관광명소 등의 대부분은 교토 시내와 그 주변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책에서도 '교토' '수도'의 단어를 쓸 때는 굳이 애매모호하게 사용하고 있다. 엄밀히 정의하는 것이 그만큼 의미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으며, 필요가 있을 때는 그때마다 미리 양해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또 이 책에서는 '교토인'이란 단어를 썼다. 이 말도 앞의 문맥으로부터는 부민도 시민도 취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더 애매한 '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려고 한다. 언제부터 교토에 살고 있는지, 몇 살까지 교토에 있었는지 등을 엄밀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미지로 떠오르는 수도의 사람들 정도의 의미이다. 오오사카인, 도쿄인이란 단어도 거의 같은 문맥으로 사용하고 있다. 차이를 부각시켜 '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양해해 둔다.
덧붙여서 나는 교토인이 아니다. 태어난 것도, 자란 것도 교토 외부이다. 다만, 먹는 일이나 요리하는 일이 좋고, 또 원래 현장연구를 하는 나로서는 교토의 도시는 멋진 현장이 되어 왔다. 토박이 교토인이 보면 -그 정도인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째서 그런 사람이 수도의 식문화를 말하는 거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토인이 아니기에 보이는 점,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오해나 모르는 점도 많다.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용서해 주시고, 지적해 주셨으면 한다.
목차
시작하며
제1장 교토의 풍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도시"
교토는 왜 덥나?
여름 더위와 기온 축제
여름 교토의 먹을거리
히에이比叡 재넘이 바람
교토의 겨울 요리
물의 교토
교토의 강
우쿄右京의 강
교토 분지의 물
물에서 생긴 교토의 먹을거리
분지에 생긴 도시
교토 분지의 지리학
일본 열도의 '동서'
히가시야마, 니시야마, 기타야마
산의 교토
토란
산초
칡과 고사리
유자
민물고기의 도시
민물고기
민물고기 요리집
잉어와 잉어튀김
제2장 교토와 교토인
"이전의 큰 전쟁은 오닌応仁의 난"
교토인
재해의 도시, 교토
신사 불각
교토의 쌀과 술
교토의 쌀
술과 누룩
교토의 양조장과 식초 담그기
교토인은 '절약가'
외식하지 않는 교토인
찻물밥의 언설
상업과 가내공업의 도시 -낙중洛中
낙중의 구조 -마루타케에비스丸竹夷
니시진의 가내공업과 식문화
대중식당의 계보
교토 백반의 문화
낙외洛外 -교토 채소의 풍토
낙외와 채소
산의 교토의 일상 요리
채소와 산나물
교토인의 쇼핑 -낙중과 낙외를 연결하다
유통과 행상
니시키 시장
시내에 남아 있는 상점가
빵과 커피의 도시, 교토
교토인은 빵을 좋아하나?
커피와 차 마시는 문화
학생의 도시, 교토
교토의 라면
교토의 중화요리
교토의 비교식문화론
동경과 선망
죠몬 문화와 교토
교토와 오사카의 비교문화학
교토인과 "교토를 싫어하는 사람"
제3장 공가公家의 법식, 무가武家의 생활
먹을거리와 계절
달력의 약속 사항
계절과 계절감
게절감을 연출하다
계절과 연대의식
교토의 행사와 먹을거리
교토 요리란 무엇인가?
교토 요리와 다섯 체계
교토 요리의 본질
공가의 요리, 무가의 요리
공가의 요리
무가의 요리
사찰요리
선사와 사찰 요리
유행했을까, 사찰 요리
사찰 먹을거리인 대두
교토의 된장
교토의 낫토
계란과 닭고기
차의 교토
차나무와 찻잎의 생산
차 문화의 도시, 교토
교토의 과자
교토의 일본과자 문화와 일본과자 가게
단맛은 어디에서 왔는가?
차 과자
설탕 도래
교토의 콩과자
팥소와 오구라앙小倉餡
제4장 교토의 구심력과 교토 상표
교토의 요리점
교토의 이름이 상표
요리집의 문화
손님이 정하는 요리집의 수준
고등어 가도
교토의 바닷물고기
간고등어와 고등어 초밥
다시마의 길과 북전선北前船
교토 채소라는 상표
교토 채소란?
교토 채소, 시민권을 얻다
요리집과 농가의 교류
교토 채소를 지킨다는 것
전통 행사가 지키는 교토 채소들
교토의 고추
교토의 대파
교토의 절임
제5장 교토의 식문화 -그 미래
교토 먹을거리의 행방
공동화되는 교토의 먹을거리
교토의 먹을거리를 지켜라
관광과 먹을거리
관광객으로 흘러넘치는 교토의 도시
관광객의 먹을거리
코로나 이후 교토의 먹을거리
재해의 세기가 오다
코로나 재난
주문요리 배달 문화의 부활을
교토의 비상식
교토의 식문화는 어디로 가는가?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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