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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문화

에치고越後 -오쿠미오모테奥三面

by 石基 2024.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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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록.

오사카 주소우 역 인근의 제7예술극장에 가서 관람.

 

https://www.youtube.com/watch?v=WRJm2ZThQ30

 

 

현재의 니이가타 현, 옛 지명 에치고의 산간 마을인 아사히무라朝日村. 우리말로 옮기자면 아침해 마을이겠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의 산간의 분지 마을. 마치 강원도 정선의 어디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https://www.pref.niigata.lg.jp/sec/murakami_seibi/1198515653324.html

영상은 12월의 어느 날, 마을 주민이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가장이 집 앞에 자라는 조릿대를 잘라 집에 가져가 활과 화살을 만듦. 이때 화살의 날은 조릿대의 잎을 잘라서 만들어 끼운다. 말이 새겨진 직사각형 모양의 도장에 먹을 발라 전통 종이에 12마리를 찍어 쾅쾅쾅 찍은 뒤, 활과 함께 신사로 가져감. 이곳에서 여러 산신에게 바치고 기도를 올림.

정월에는 산에서 솔가지를 한아름 끊어 와서 집 안 곳곳에 꽂아 놓는다. 얼마 정도 그대로 두며 집안의 액운 등이 싹 모이길 기다렸다가 신사 근처의 나무에 가져가 걸어놓는다. 이후 마을 사람들의 것이 다 모이면 정해진 날에 달집 태우기처럼 한데 쌓아서 불을 지름. 이때 재미난 건 마을사람 전부 담배를 나누어 피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벌레 쫓는 용으로 한 모금씩 담배연기를 빤다. 그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다는데... 

1-2월에 남자들은 산에 가서 토끼 같은 소동물을 사냥함. 겨울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여자들은 집에 모여 망태기나 바구니, 또는 기모노 같은 걸 만든다. 이는 나중에 요긴하게 쓰이는 생활도구. 

3월에 눈이 좀 녹으면 남자들은 본격적으로 곰 사냥에 나섬. 촬영진이 부탁에 부탁을 거듭해 곰을 찾는 과정까지는 기록을 남겼으나, 곰을 사살하는 장면은 안전 등의 이유로 촬영 불가. 대신 마을 사람들이 사진만 찍어주었다. 곰이 겨울잠을 자는 굴을 찾아서 안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뒤, 나뭇가지로 곰의 유무를 표시해 놓는다. 곰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가죽만 벗기고 대충 손질한 다음 마을로 나른다. 이 마을 사람들은  배에 싣고 마을로 이동. 누구의 집인지, 아니면 사냥용 집인지에 모요 해체 작업이 끝나면 끈을 이용해 제비뽑기를 해서 각자의 몫을 나누어 갖는다. 마지막으로 곰고기로 회식을 하는데, 이때 신에게 솥에 곰고기를 넣기 전 신에게 기도를 올린 뒤 곰고기를 넣는 모습이 인상적.
여성들은 농사 준비에 들어감. 가을에 만들어놓은 퇴비를 썰매에 실어 논에 낸다. 눈이란 가혹한 자연조건이 무거운 짐을 나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재미난 현실. 여성 혼자서도 퇴비를 잔뜩 실은 썰매를 충분히 옮길 수 있다. 남성들은 산에서 벌목해 놓은 커다란 목재를 아직 덜 녹은 눈을 이용해 아래로 운반한다. 

봄인 4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바빠짐. 여성들은 농사일. 논두렁치기 같은 일도 여성이 괭이로 도맡아 함. 이외에 지붕의 억새를 보강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음. 이건 남성의 일. 이엉을 통채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보강할 부분 또는 교체할 부분만 도구로 살짝 들어올린 다음, 가장 밑에 새로운 새를 끼워넣는 방식이었음.

5월, 이 마을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인 고비 등의 산나물 채취가 시작됨. 아예 온가족, 개와 고양이까지 포함해 전부 고비 농막으로 이동해 생활함. 이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고비 채취 방학을 받음. 부모가 산에 다니며 고비를 채취해 오고, 그를 드럼통에 삶아 펼쳐놓는다. 큰 갈무리까지는 엄마와 함께 하고, 다음날부터 부모가 다시 고비 꺾으러 가면 나머지 건조 작업은 아이들이 도맡아 함. 큰 아이가 점심 반찬으로 두릅을 따서 데쳐 준비하는 모습도 인상적. 참, 5월 초에 쑥을 뜯어다가 집에 벌레도 생기지 말고 잘 버텨라 하는 차원에서 곳곳에 꽂아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쑥에 있는 방충 효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도 될까?

6월, 모내기. 경운기로 경운은 남성이, 긴 고무래로 써레질은 여성이 맡는다. 이 마을은 소 같은 대형 동물이 없음. 모찌기는 역시 남성이. 못줄을 띄우지 않고 나무 등으로 만든 동그란 구조물을 돌돌돌 굴리면 그 자국이 논바닥에 남고, 그 간격에 따라 손모내기. 모는 그닥 크지 않은 모습 25cm 전후인듯. 1-2포기만 옮겨심음.
6월인지 7월인지에는 여름에 아이들에게 벌레 피해 없게 해달라고 기원한 종이를 큰 나무가지에 묶어 마을사람들의 것이 다 모이면 여성과 아이들이 함께 강가로 가지고 가서 물에 떠내려 보냄.

7월, 화전밭 준비. 여성들이 선낫을 들고 풀이 우거진 땅을 정리한 뒤, 어느 정도 풀이 마르면 거기에 불을 지름. 억새를 다발로 묶어 불 진압용으로도 씀. 화전이 마련되면 첫해 메밀-둘째해 팥 또는 조나 피-셋째해 땅의 상태에 따라 팥 또는 조나 피를 선택해 재배한다고. 논의 김매기는 보통 세벌을 하는데, 이도 여성이 맡아서 함. 남성이 싸리나무 같은 걸로 통발을 만들어 마을 앞 하천에 설치해 메기나 미꾸라지를 잡음.

8월. 우리의 호미씻이처럼 바쁜 일이 끝나고 잠시 한숨 돌림. 가까운 절에 가기도 함. 하순에는 마을사람 전부 모여 기다란 염주를 마을 대표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함께 돌리면서 신에게 기원. 그 모습을 마을사람들이 전부 같이 지켜봄.

9월. 가을로 접어들면서 남성들은 산에 덫을 설치해 짐승을 잡는다. 곰덫이 인상적. 아래 링크를 참조. 

https://www.facebook.com/100064763226778/videos/民映研フィルム作品紹介no45-奥三面の熊オソ/1658694284344563/?locale=ja_JP

여성들은 밤이며 비자나무 열매 등 겨울을 날 양식을 모으느라 바쁨. 동네 앞산이 밤나무밭이다. 밤을 모아다 나무 궤짝에 담고 그 위에 모래를 덮어놓는다. 호두도 수확해 풀로 덮어 과육을 썩힌 다음 제거하고 잘 말림. 요긴한 겨울양식이라고. 비자나무 열매는 한번 삶아 방망이를 매단 도구로 찍어 껍질을 까 속알멩이만 모아놓는다.
벼베기는 여느 일본 풍경처럼 볏단 시렁을 설치해 말림. 잘 마르면 그 옆에 탈곡장을 설치해 거둔다. 조는 이삭만 자름. 논 한쪽에 있는 피밭에서 피도 이삭을 자르는 방식으로 수확. 조바심 장면이 인상적. 두꺼운 방망이로 먼저 조 이삭을 바시고, 체로 쳐 낱알을 고른 다음 키질로 정선. 이후 절구에 두 사람이 찧어서 거둔다.
메밀 수확. 여성들이 메밀을 베어 거둔 뒤, 밭에 나무가지 4개를 세워 끝을 한데 모아 구조물 만듦. 거기에 메밀대를 척척 걸쳐서 말림. 꼭대기에는 억새를 다발로 묶어 비 등을 막는 용도로 척 올려주면 끝. 그렇게 메밀이 잘 마르면 도리깨 역할을 하는 포크 같은 나무 막대로 팍팍 쳐서 떨구고, 그를 체질하고 키질해 모음. 나레이션에 의하면, 이 마을에서는 벼가 식량의 1/3, 메밀이 1/3, 콩이나 조 등이 1/3이라고 함.

10월. 된장 만들기. 메주를 만들지는 않고, 대두를 삶아 절구에 찧은 뒤 누룩과 소금을 잘 섞어 통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집도 겨울 준비에 벌써 들어간다. 창에는 바람막이를 설치. 그리고, 고비 농막도 부수고 새로 짓는다. 참, 그리고 여성들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한다. 주로 가지가 가느다란 떨기나무 종류를 베어서 큰다발로 묶고, 일본 산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아래로 그냥 굴려버린다. 일본 산은 정말 뾰족뾰족 그 자체이다. 

11월... 무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강에서 타는 배는 겨울부터 산에서 직접 만든다는 것. 앞서 벌목이나 퇴비 나르기처럼 눈이 녹을 무렵 마찰력이 작다는 점을 이용해 산속 제작현장에서 마을 남성들이 다같이 힘을 모아 마을까지 이동시킨다. 그래도 비탈도 가파르고 하여 위험천만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네.

 

마을이 수몰되기 직전 언제인가, 마을의 좀 젊은이 셋이 제작진을 불러 전통복장을 갖추어 입고 산에 가는 모습을 촬영하도록 한다. 원숭이 털가죽으로 만든 방한복을 입고 도롱이 같이 생긴 바람막이를 어깨에 두르고 머리에는 두건 같은 방한용구를 뒤집어 쓴다. 그리고 전통 모자를 쓰고 설피를 신고, 손에는 창을 들고 가파른 눈덮인 산을 오른다.

 

그러면서 이 말을 남기며 마친다. "산, 산, 산, (우리에겐) 산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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