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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농경사 권4




기고4

일본 열도에 있는 순무와 무의 내력

야마기시 히로시山岸博

 



들어가며


순무와 무는 <고사기>나 <일본서기>에 기재가 있는 뿌리채소이고, 함께 우리나라에서 재배의 역사가 오래된 작물이다. 어느쪽도 삶아 먹는 걸 중심으로 이용되는데, 보존성이 높기 때문에 주요 곡물이 흉년일 경우의 식량 부족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준주식의 위치를 점해 왔다. 우리나라의 긴 역사 속에서 순무와 무 어느쪽이라도 전국 각지에 지역 재래품종이 만들어져 왔다. 그에 의하여 다른 나라에는 예를 볼 수 없는 다양한 품종 분화가 관찰되게 되었다. 그러나 특히 제2차대전 뒤부터 근년에 이르는 시기에 두 작물의 재래품종 재배는 급속히 감소하고, 그중에서는 소멸된 품종도 발견되게 되었다. 이것은 순무와 무를 포함한 모든 채소의 유통에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유형이 확립되고, 품질과 규격의 통일화가 강하게 요구되도록 된 점 및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육종 체계(잡종강세 육종)이 발달한 점에 의한다. 이와 같은 경제적, 기술적 이유를 받아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순무와 무의품종은 특정한 일대잡종 품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와 같은 대규모 유통에 대한 반성 및 지산지소 운동의 고조 및 특산 작물로 만든 지역 과자의 기운이 진전되는 등에 의하여 최근 새삼스럽게 각지의 재래품종이재발견되어, 재배의 진흥이 도모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순무와 무의 재래품종이다. 이들 재래품종을 사용한 농업의 부활 및 미래를 향한 육종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응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두 작물의 유전적 내력을 파악해 놓는 일이 필요하다. 순무와 무에는 우리나라에서 오랜역사를 가진다는 공통성이 있는데, 품종 분화라는 점에서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다. 아래에 두 작물에 대하여, 관련된 식물과의 관계, 일본 열도에서 유전적 변이를 관찰하여 순무와 무의 전래 및 동서 문화와의 관련 유무를 고려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순무, 무와 그 주변의 식물


순무는 브라시카 라파에 속하는 다양한 식물의 일원이다. 이 종은 유지작물, 채소, 사료작물로 이용되고 있으며, 유지작물로는 브라운 사순 및 옐로 사순이 주로 남아시아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편, 사료작물로는 순무의 재배가유럽에서 발달했다. 이에 반하여 동아시아에서는 채소로 이용하는 일이 활발하며, 이용 부위는 식물체의 모든 영양기관, 생식기관에 걸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채소로서 식용되는 브라시카 라파가 세 종류의 작물로 나뉘어 취급된다. 곧 배추(결구 잎), 순무(비대 뿌리) 및 단배추(비결구 잎 및 꽃대)이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북부에서 배추의 재배가, 또 남부에서 바이차이(청경채)의 재배가 성행하는데, 순무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또한 유럽과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와의 사이에서는 순무의 용도로 사료용과 식용이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절임으로 겨울철 보존식이라는 이용방법이 각지에서 발달해 왔다. 브라시카 라파의 야생식물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잡초로서 자생한다고 하며,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 종에 속하는 갖가지 작물은 브라시카 라파의 야생식물에서 다원적으로 성립했을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적 변이에도 불구하고, 종 안의교잡이 쉽기 때문에, 뿌리채소인 순무의 유전적 기반도 다원적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브라시카 라파가 종 안에 다양한 작물을 포함하는 데 반하여, 라파너스 사티버스Raphanus sativus는는 기본적으로 비대한 뿌리를 식용으로 하는, 무라는 한 종류의 작물로 이루어진다. 예외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종자를 감싸는 꼬투리가 두드러지게 길어지고, 그 꼬투리를 미성숙한 단계에서 식용으로 하는 '꼬투리 무'가 있으며(그림1), 또 중국 남부에 종자에서 기름을 짜서 이용하는 '기름 무'가 재배되기만 한다. 뿌리를 식용으로 하는 점은 유럽도 아시아도 공통되는데, 유럽에서는 샐러드 등의 생식을 주체로 하는 품종군이 발달하고, 중국에서도 특히 북부에서 전분 함량이 높은 생식용 품종군이 발달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끓여 먹는 용도의 품종군이 발달해 있다. 또한 수확한 뒤 일단 건조시키고 절임으로 만드는 이용 방법과, 뿌리를 잘게 자른 뒤에 건조하여 보존식으로 삼는 '잘라 말린 무'와 '베어 말린 무'로 이용하는 방법이 발달했다. 라파너스속에는 몇 종의 야생종이 존재한다고 이야기되며, 그 가운데 서양 무는 동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각지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해안부와 아시아 대륙의 동해안부에는 '갯무'라고 부르는 야생 무가 자생하고 있다. 필자 등에 의해 최근의 엽록체 게놈 및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활용한 계통 해석에 따라, 갯무는 서양 무가 분포역을 넓혀서 동아시아에 적응한 것이란 점, 세계의 재배 무는 서양 무가 유라시아 대륙의 여기저기에서 다원적으로 재배화되어 성립한 것이란점이 밝혀졌다.


그림1 꼬투리 무의 꼬투리(길게 뻗은 미성숙한 꼬투리를 식용으로 한다)





일본 열도의 순무에 나타나는 동과 서


앞에 기술했듯이, 순무의 용도는 유럽에서는 사료용, 우리나라에서는 식용으로 동서양으로 크게 분화되어 있다. 그러나 용도만이 아니라 형태적으로도 많은 점에서 차이가 관찰되며, 그 차이가 우리나라로 순무가 전래된 경로 및 농경 기술을 포함한 동일본과 서일본의 문화 차이와의 관련된다고 옛날부터 많은 연구자가 주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계 순무를 양종계洋種系, 일본 재래품종을 화종계和種系라고 부르는데, 시부타니 시게루渋谷茂·오카무라 토모마사岡村知政(1952)는 이들 품종군을 비교하여 양종계의 순무는 잎면에 털이 많고, 또 모습이 넓게 펴지는 성질이고 전체적으로 거칠고 강한 인상을 주는 데 반하여, 화종계 순무는 잎면에 전혀 털이 없고, 모습은 꼿꼿하게 서는 성질이든지 반 정도 넓게 펴지는 성질이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것을 관찰했다.또한 꽃종서기의 이르고 늦음에 대해서도 조사하여, 화종계 품종은 꽃종서기가 이른 데 반하여 양종계 품종은 모두 꽃종서기가 매우 늦다고 하는 점도 발견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순무의 종자를 해부학적으로 관찰하여, 물이 담근 종자의 표피세포의 형태에 따라서 A형과 B형의 두 무리로 구별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A형은 종자를 물에 담갔을 때 표피세포가 흡수하면 얇은 막이 물을 머금어 수포 모양으로 팽창하는 유형이다. 이에 반하여 B형은 표피세포가 흡수해도 세포는 편평한 얇은 막 모양인 채로 수포 모양을 이루지 않는다. 그에 더해 화종계 품종의 종자는 A형의 표피를 가지고, 양종계의 품종은 B형의 표피를 가지는 것으로 명료하게 구별된다고 하는 관계를 밝혔다. 두 사람은 이들 특성 가운데 순무의 모습과 꽃종서기 시기에 관해서는 품종 안 변이가 있는 것에 반해, 종자의 표피세포 유형은 매우 정성적이며, 품종 분류에서 징표로 편리하다고 생각하여, 주로 이 형질에 기반해 우리나라의 순무 품종을 서구계 품종군(양종계에 해당하며, 종피형은 B형), 중간계 품종군(종피형은 B형), 및 일본 재래품종군(화종계에 해당하며, 종피형은 A형)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와 같은 종피형의 분화에 관한 식견에 기반하여, 오오바 타카시靑葉高(1916-1999)는 우리나라의 순무 재래품종에서 종피형의 지역별 분포를 대규모로 조사했다. 그 결과, 서일본에서는 A형의 종피를 가진 화종계 품종이 분포하고, 동일본에는 B형의 종피를 가진 양종계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는, 명확한 구분을 발견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중부지방 북서부, 곧 교토부부터 나가노현에 이르는 각 부현의 재래품종 특성, 특히 잎면의 털 유무 및 종피형을 상세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교토부·후쿠이현부터 사가현·기후현에 이르는 혼슈 중부 지역에서 화종계 순무와 양종계 순무의 교잡이 일어났단 것을 확인했다. 그에 더해 오오바는 이와 같은 두 가지 유형의 교잡은 서일본의 화종계 품종이 양종계 품종의 분포 지역으로 침입하는 모양으로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오오바가 발견한, 와카사만과 이세만을 연결한 이 순무의 동서 분화의 경계선에 대하여, 나카오 사스케中尾佐助(1916-1993)는 '순무 라인'이라 이름을 붙였다. 오오바는 이 경계선이 상당한 너비를 가지면서도 화양 두 품종군이 거의 섞이지 않고서 동서일본으로 나뉘어 분포하고 있는 이유를 고찰했다. 그 결과, 순무와 마찬가지로 갓, 오이, 우엉 등의 경우 시베리아, 유럽계의 품종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다고 생각되는 품종이, 호쿠리쿠北陸와 도호쿠 지방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이들 품종은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서 우리나라의 일본해 연안으로 건너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농경 문화 일부가 북회 경로로 건너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것을 '시베리아 경로'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와 같은 북방에서 오는 길로 들어온 작물 가운데, 양종계 순무는 마찬가지로 북회로 전해졌다고 이야기되는 화전 재배라는 옛 농법과 연결되며, 현재까지 잔조해 있다(그림2). 오오바는 '시베리아 경로'에 의해 전래된 동일본의 양종계 순무에 반하여, 화종계 순무는 외국에서 전래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조사한 중국의 순무, 단배추 종류의 종피형은 모두 B형이며, 또 구미의 순무도 모두 B형이었다. 한편, 우리나라의 단배추 종류 가운데 '미즈나水菜, 미부나壬生菜'가 속하는 '교나京菜'군이 A형 종피를 가지고 있다.이것으로부터 오오바는 우리나라의 '교나'군의 단배추에 돌연변이로 발생한 A형 종피 유전자가 순무와의 교잡에의하여 순무에 도입되어, 서일본 일대의 품종으로 분포를 넓혔다고 생각했다.


그림2 사가현 북부의 산간부에 남아 있는 화전에서 양종계 순무의 재배




이상으로 소개한, 시부타니와 오카무라 및 오오바의 종피형을 중요한 지표로 한 순무의 품종 분류 및 분포 지역의 조사는 이 형질이 인위선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순무의 환경적응성에 영향을 주어 자연선택의 대상이 되는 형질도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졌다. 이에 대하여 야자와 스스무矢澤進 씨는 종피형이 자연선택에서 의미가 있는 형질인 점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A형 종피와 B형 종피 사이에 종자의 저장 기간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곧 A형의 종자는 장기간 보존하더라도 높은 발아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B형 종자에서는 장기간 저장함에 따라 발아율이 저하되는 일이 확인되었다. 또한 야자와 씨는 발아할때 발아상에서 수분 함량과 발아율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A형의 종자는 B형 종자에 비하여 적은 수분 조건에서도 높은 발아율을 가진 점을 발견하고, 그 원인은 A형 종자의 표피세포가 흡수하여 수포 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B형 종자에 비교하여 흡수율이 높은 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곧, A형 종자는 강수가 불안정한 고온건조 지역에서 나타나는 순무와 단배추의 생존전략으로서, 자연선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형질인 것이다. 이들 일련의 실험적 검증에 기반하여, 야자와 씨는 A형 품종은 우리나라에서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몇몇 채소와 마찬가지로 남회 경로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정한다. 또한 이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중국 남부와 티베트의 순무와 단배추를 조사해야 한다. 


이처럼 일본 열도에 있는 순무의 분포에 대해서는 50년 이상에 걸친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실험과 조사에 의하여 동일본과 서일본에서 재래품종이 크게 분화되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분화는 일본 열도로 들어온 농경 문화의 전래 경로가 북쪽과 남쪽 두 가지 흐름으로 크게 나뉘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원성은 선학들의 착실한 실험과 조사에 의하여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들의, 풍부한 자료에 기반하면서도 겸허하게 가설을 제시하는 연구 자세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일본의 무가 지닌 유전적 다양성


일본의 순무가 명료한 동서 분화를 보이는 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무는 이보다 복잡한 유전적 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전적 다양성의 기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역시 이원성이다. 세리자와 마사카즈芹澤正和 씨는 우리나라의 무에 대해서 예전에는 지역별로 독특한 품종이 발달해 있었지만, 산지의 대형화 등에 수반하여 현재의 주요 품종군은 '미노みの 조생' '궁중宮重' '네리마練馬' 3대 무리를 이루고, 여기에 '아와阿波 만생' '성호원聖護院' '이년자二年子·사철' 무리를 더한 여섯 무리로 무의 수요를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 등은 이들 오늘날 우리나라의 주요 품종과 전국 각지의 지역 재래품종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무에 대하여 세포질 게놈(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게놈)의 분화를 조사해 왔다. 그 결과, 일본 무의 세포질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이 밝혀졌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집단에는 위에 적은 주요 품종 가운데 '미노 조생'을 제하고 모든 품종이 속하며,또 하나의 집단에는 각지의 재래품종과 '미노 조생'이 속해 있었다. 이 가운데 후자의 집단에는 '센다이지 무(仙台地大根)'와 '신슈지 무(信州地大根)' 등 동일본의 재래품종만이 아니라, 오키나와 재래인 '와인챠ワインチャー',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桜島', 교토의 '매운맛 무' 등 서일본의 재래품종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이 집단에는 중국, 특히 중국 북부의 재배품종 및 한국의 재배품종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주요 품종이 포함되는 전자의 세포질 유형에 대해서는 중국의 재배품종 중에서 정리된 형태로 찾아낼 수 없었다. 이와 같이 세포질 게놈의 해석으로부터 밝혀지게 된 우리나라의 무 품종의 두 분화는 순무와 같은 동서 분화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각지에 남은 재래품종 대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주요 품종이란 형태로 관찰되었다. 이러한 두 작물에서 보이는 두 분화의 양식 차이에는 동서의 식문화와 우리나라로 전래된 경로의 차이를 넘는, 품종의 전국적인 보급 유무가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에도 시대 이후에 일어난 우리나라 각지의 무 품종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층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대륙의 품종과의 관계에서는 두 가지 유형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 대륙 북부의 품종과 관계가 깊고, 순무와 마찬가지로 북회 경로를 따라 전래되었다고 상정된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남부의 품종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반드시 굵은 경로로 관찰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순무와 공통된다. 


우리나라의 무에 유전적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갯무의 존재가 있다. 우리나라의 해안부 및아시아 대륙 동부 연안에 자생하고 있는 갯무에는 재배 무의 세포질 분류에 쓰인 위에 적은 두 가지 유형만이 아니라, 이것과는 다른 세포질을 가진 개체가 빈번히 포함되어 있다. 이 세포질 유형은 무의 꽃가루 형성을 저해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종자 생산에 유해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배품종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그런데 신중히 재래품종을 조사함에 의하여, 이 세포질을 가진 재배품종이 발견되었다. 게다가 그들 품종은 일본의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키나와와 교토, 미야기와,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다. 그와 같은 품종의 한 예가 도호쿠 지방의 '코제나小瀬菜' 무이다(그림3). 이 품종은 무로는 특이하게 뿌리의비대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왕성하게 생육하는 잎을 식용으로 한다. 이들 갯무 특유의 세포질을 가진 품종이 있다는 점은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 야생 갯무가 재배화되어 성립한 재래품종이 존재하며, 현재도 재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갯무에는 이 세포질만이 아니라, 위에 적은 우리나라의 재배 무에 보이는 주요한 두 유형의 세포질도 분포해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두 유형의 재래품종 중에도 우리나라의 갯무가 재배화된 것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세포질 유형의 분류를 포함하여, 무의 유전적 특성을 더욱 자세하게 분석하는 지표가 발견된다면, 우리나라 및 세계 무의 내력에 대하여 한층 상세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그림3 도호쿠 지방의 재래품종 '코제나 무'(세포질 게놈을 해석한 결과 갯무가 재배화되어 성립되었다고 추정됨)





마치며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일본에서는 대륙에서 성립된 작물이 다양한 경로로 전래되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소개한 우리나라의 순무와 무는 모두 이원적인 전래 경로를 추정하게 하는 유전적 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순무는 오늘날에도 명확한 동서 분화를 가지는 데 반하여, 무는 전국적인 주요 품종과 각지의 재래품종이란형태로 이원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또한 두 작물과 중국 남부 등의 품종의 관계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한편으로, 무에서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 무의 유전적 기여가 관찰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기본적 성격을 공통으로 가지면서도, 각각 특유의 진화를 거쳐 온 일본 열도의 순무와 무에게 최근 재래품종의 재배 부흥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기쁜 일이다. 바라건대, 각각의 품종이 지닌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것을 살려 온 재배기술이나 보존·가공 방법 등, 각지에서 북돋아 온 농경 문화의 요소가 전승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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