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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의 묵호가 나의 외가이다. 어렸을 적 국민학생 때는 방학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홀로 버스를 타고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를 지나 묵호에 놀러 가곤 했다.

 

묵호에는 외할머니와 큰외삼촌네가 살고 있었다. 큰외삼촌은 괴팍하고 술만 먹으면 개차반이 되는 걸로 유명했는데, 시장통 옆 기찻길 근처에서 자전거방을 했다. 어린 나의 눈에 자전거방은 정말 멋진 곳이었는데 큰외삼촌은 괴물처럼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나의 사촌들도 그랬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중반이었나? 큰외삼촌네가 서울로 이주를 했다. 자전거방을 하던 사람이 무슨 기술이나 자본이 있었겠는가, 남들 하듯이 먹는 장사는 망하진 않는다며 대림동 태양의 집 옆에 동해식당이란 걸 차렸다. 태양의 집은 지금 보면 볼품없지만 당시엔 엄청난 쇼핑몰이었다. 옥상엔 놀이동산까지 있어 일대의 아이들에겐 선망의 장소였지.

 

동해식당의 메뉴는 주변 식당들과 달리 독특했다. 동해의 지역 음식인 오징어 불고기 같은 게 상에 오르고 했으니 말이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널리 퍼진 음식이 되었지만, 당시엔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인기 메뉴가 되어 상당히 많이 팔린 걸로 기억한다. 그게 가능했던 건 할머니가 묵호에 살면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못난 아들 때문에 참 고생 많이 하시다 돌아가셨다.

 

서울의 음식 문화가 다양해진 건 이렇게 이주민들이 많아지면서, 또 교통망이 발달하면서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러면서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이라는 건 점점 사라지게 되었지만, 서울의 음식은 갈수록 화려하고 다양해졌다. 뭐 지금도 지역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긴 있지만 예전처럼 다양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서울의 음식은 이제 한국이란 경계를 넘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음식이 선보여지고 있더라. 그런 음식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아주 재밌어지고 있다. 말은 낳으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닐 터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 사람은 서울의 혜택을 잘 모를 수 있다. 허나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에 가 본 사람이나, 서울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살아 본 사람은 그를 모를 리 없다. 나도 언젠가 다시 나의 고향인 서울 난곡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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