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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집중력은 어른들보다 떨어진다. 아이와 함께 식당을 찾을 때 늘 걱정이 앞서는 건 그 때문이다. 혹시 아이가 지루해 하며 크게 소리를 낸다거나 돌아다닌다거나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된다. 그걸 막기 위해 부모들은 할 수 없이 아이에게 스마트폰 같은 걸 쥐어주게 된다. 아이가 거기에 집중하는 동안 부모는 잠시나마 편안히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아이가 지루해 할 즈음이 되면 끊임없이 아이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후다닥 식사를 마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아이와 놀다가 교대하여 식사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식당 등을 찾아가 무언가 즐기는 건 쉽지 않은 임무 수행 같은 일이다.
그런데 왜,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와 함께 찾아오는 부모를 위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곳이 적은가? 그 점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식당을 찾아가는 일이 그저 부모 개인들의 몫으로 치부되고 있다.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식당을 찾아갈 때 가장 우선시되는 점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한지 아닌지이다. 미리 인터넷이나 지인 등을 통해 그곳이 아이와 가기에 적합한지 알아보고 가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어디나, 아무데나 불쑥 들어갈 수 없다. 요즘은 노키즈존이라는 것도 생겼으니 말이다. 부모들은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게 된다. 그래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프랜차이즈 식당 등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전통시장이나 그냥 일반 식당은 아이와 함께 가기 정말 어려운,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하는 그런 공간 같다. 남자인 나도 그런 곳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근육이 아프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나는데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한 여성들은 어떠하랴. 엄마라는 걸로 모든 걸 인내하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아이를 건사하며 장을 보거나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는 똑같은 일을 남성이 해도 힘들어요. 그래서 남성들은 일부러 그런 상황을 모면하려고 도망가고 그래요. 상대적으로 도망갈 수 있는 구멍이 더 많으니까요.
시장이나 식당이나 아무튼 한국 사회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와 분위기를 조성해주길 바란다. 일본에 여행을 가면 아이와 함께 다니기 편했다는 기억이 남는 건 그런 환경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돈을 쓰러 간 여행이었기에 더욱 그러했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출근했다고 한다. 앞으로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 때 이러한 점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돈 몇 푼 쥐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사람들이 출산이란 모험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아울러 미혼모라든지 이주민들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겠더라. '정상 가정'이란 전제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혐오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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