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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5대 식량작물인 벼, 보리, 콩, 옥수수, 감자는 정부에서 육종을 주도하여 생산과 보급까지 책임진다. 세계의 2대 유전자변형 작물인 콩과 옥수수가 한국 시장에서 재배되지 못한 까닭 -곡물사료와 식용원료로 대량으로 수입되기는 하지만- 이 여기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 유전자변형 벼를 개발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시끌벅적하다. 정부 측에선 일단 원천기술 확보와 밥쌀 이외의 산업용 원료로 상용화하겠다는 방침이나, 시민단체 등에선 그와 같은 입장이 언제 급변할지 모른다며 반대 중이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최대 재배지인 미국의 사례와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르나, 개발도상국인 남미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생각하면 시민단체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를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관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단순히 공포에 의지한 반대는 무지의 장막이 걷히며 언제든 부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참 어려워 머리가 복잡하고 아프다.

한 예로 이런 연구도 반대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에 찬성하는 입장의 의견 가운데 하나로,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가 농약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그렇지 않은 작물의 재배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유전자변형 옥수수의 경우 그렇지 않은 작물보다 살충제의 사용량이 11.2%, 제초제의 사용량이 13년 동안 1.3% 감소했다. 하지만 대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작물보다 28%의 제초제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유전자변형 작물의 맞춤형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이 생긴 이른바 슈퍼잡초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증가함으로써 오히려 환경에 더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은 물론, 농민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옥수수의 경우에도 점차 내성을 지닌 슈퍼잡초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재배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농업 관행이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아니더라도 현행 농업은 제초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슈퍼잡초를 양산하고 있다. 몇 년 전 충북 농업기술원의 발표에 의하면, 충북의 논에서 발견되는 잡초 가운데 제초제에 내성이 생긴 것들이 약 26% 정도 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러니 현행 농업 관행을 그대로 두면서 단순히 유전자변형 작물의 환경 유해성만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전희식 선생님이 [소농은 혁명이다]에서 현재의 농업관행을 전환하여 생태적 농사를 짓는 소농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이유들로 그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업의 다원적 혜택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제 그러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농법도 전환되어야 타당성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농업이 뿌리를 내리고 실천되는 곳이라면 유전자변형 작물을 이용한 농사의 도입도 막아낼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까? 유럽의 사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이와 유사한 상황인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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