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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호가 외가라 잘 아는데, 옛날엔 오징어를 사진처럼 해서 3단 4단으로 착착 널어 햇빛에 널고, 저녁에는 걷어들이고를 반복해서 말렸다. 그때 오징어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지.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건조기가 나왔다.
건조기가 등장한 뒤로는 점점 햇빛에 오징어를 너는 일이 사라졌다. 옥상에 하늘 높이 서 있는 건조대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한 집 두 집 건조기를 들이고 돈 없는 집만 예전처럼 햇빛에 오징어를 말렸다. 건조장 환풍구에서 쏟아지던 오징어 냄새가 얼마나 역하던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건조기에서 말린 오징어는 사실 별 맛이 없었다. 최고로 맛있었던 오징어는 배에서 말린 오징어였다. 지금도 팔긴 팔더만 엄청 비싸서 쉬이 못 사먹겠더라.
모르긴 몰라도 농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말 잘 듣고 일 잘하던 우리집 소가 어느날 갑자기 경운기에 밀려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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