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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을에 들어서면, 이 마을이 언제 어떤 연유에 따라 형성되었는지에 따라 집들의 배치부터 길이 난 모습까지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래전에 형성된 마을은 고풍스런 분위기가 풍기고, 새마을운동으로 형성된 곳은 반듯반듯하게 잘 정리된 느낌이 나고, 실향민이 이주한 곳은 쓸쓸함을 안겨준다. 


그래도 농촌에선 사람 사는 냄새를 찾아볼 수 있지 대도시의 건물들 사이에 서면 느끼는 그 당혹스러움이란... 어디를 가나 아무 개성없이 똑같은 모습이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으면 어느 집 대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동네 구멍가게는 어디에 있는지, 담 옆에 핀 개망초꽃이 있었지 하는 요소로 기억할 수도 없다. 그런 곳에서 길을 찾을 때면 아주 곤혹스럽다. 


허나 농촌도 마찬가지다. 새로 집을 개보수하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집을 짓는다. 이제 농촌의 집들을 보면 이곳이 한국의 농촌이라 할 만한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집을 새로 지으면서 집만 새로 짓는 것이 아니다. 그전에 가지고 있던 모든 옛것을 함께 버린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씨앗도 함께 버려진다.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되어 버려지는 것이다. 이것이 토종씨앗 수집을 나가면 개보수가 된 집에는 잘 방문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건과 함께 생각까지도 싹 개보수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냥 신이 난다. 집을 개보수했어도 질기게 씨앗을 보존하고 심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 덕에 토종씨앗이 이어지고, 농사가 이루어진다. 아무 보상도 없는 일을 그렇게 하며 살아왔다. 이런 농부를 만나기가 참으로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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